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15일자 기사 '강정에는 인권도 법도 없다'를 퍼왔습니다.
‘국책’ 내세운 무법천지의 현장
강정 해군기지 건설공사 현장에 야당대표와 몇몇 국회의원이 들어가 자기들의 주장을 폈다. 함석헌처럼 흰 턱수염이 까맣게 탄 두 볼을 덮은 72세의 가톨릭 신부가 알몸으로 공사장 앞 바닷물에 들어가 보란 듯이 소리쳤다. “철조망을 철거하라.” “해군기지 결사반대!” 한 신문의 1면 머리기사에 난 사진 한 장은 찬반 간에 사람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해군의 발파작업 버튼을 누른 며칠 뒤 마침 찬반 양쪽 세력이 숫자 자랑이라도 하듯이 몰려들었던 집회는 고성능 스피커의 앙칼진 목소리로 끝난 듯싶었다. 해괴하게도 높다란 펜스를 둘러친 강정교 건너 공사장 정문 앞 시위는 100여 명의 경찰이 바리케이드처럼 양쪽에 38선을 긋고 있을 뿐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2만 원짜리 현행범
일은 그 며칠 뒤 벌어졌다. 공사장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잡아갔다. 방석모로 무장한 전경들은 일단 지시만 떨어지면 아예 소탕작전을 벌인다. 반대자들의 손엔 몽둥이도 돌멩이도 쥐어져 있지 않다. ‘결사반대’의 피켓과 ‘구럼비를 살려주세요.’ 펼침막을 들고 있을 뿐이다. 공사장 안에 들어간 사람은 30여 명. 이들은 모두 현행범으로 잡혀갔다. 이틀 밤을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고 나서 풀어주고 나면 2만 원의 벌금 통지서가 나온다. 이들이 유치장에 있는 동안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지 정문 앞에서 인권탄압 사례보고대회를 열었다. 30여 명의 경찰이 겹겹이 둘러친 가운데 경찰을 성토했다. 2백여 미터 떨어진 공터에 경찰 버스 3대와 수백 명의 경찰이 출동 준비를 하고 서 있다.
한 활동가는 말한다. “3월 7일에 경찰은 주민 50여 명을 오도 가도 못하게 했습니다. 경찰이 앞뒤로 둘러싸고 ‘고착’ 시켰습니다. 감금이나 다름없지요. 거기는 공사장도 아니고 공사장 출입문 앞도 아닙니다. 강정교 다리 위지요. 왜 버스가 다니는 길도 못 가게 하는가, 길도 경찰이 샀는가, 왜 막는가? 우리는 항의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한 할머니가 소변을 보아야겠다 해도 막무가냅니다. 기자들이 다 보았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서 바지를 벗고 볼일을 보아야 하느냐?’라고 사정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는 말했다. “전쟁포로도 화장실은 보내준다. 유치장에 갇힌 사람도 화장실은 보내준다. 경찰은 무슨 법으로 ‘이동의 자유’를 막는가”
이틀 뒤인 3월 9일엔 해군기지공사장 안으로 들어간 29명은 모조리 경찰에 연행됐다. 재물손괴죄 혐의다. 철조망을 망가뜨리거나 펜스를 부쉈다는 것이다. 누가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다 잡아 다가 조사했다는 것이 경찰 쪽 말이다. “누가 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사람들을 따라 좁은 펜스 사이에 몸을 집어넣었을 뿐이다.” 이 혐의를 벗는 데 48시간이 걸렸다. 그들이 현행범인가. 그들은 자기가 무슨 혐의로 체포됐는지 고지받지 못한 채 끌려갔다.
현행범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혐의는 명백하고 중대해야 하며 그것을 피의자에게 알려야 한다. 경찰은 경찰서에 와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할 뿐 범죄혐의를 고지하지 않았다. 뒤늦게 쫓아간 변호사가 경찰에게 물었다. “그것은 불법체포 아닙니까?” “불법은 아닙니다. 오인체포라면 몰라도…”
▲ (제주=뉴스1) 오대일 기자 =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인근 발파 작업이 사흘째 이어진 9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포구 위에서 한 종교인이 상복을 입은 채 기도하고 있다.
묻지 마 체포 - 무법천지
이들이 모두 재물손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보다 경찰이 잘 안다. 그곳은 그저 공사장이 아니다. 무장한 군인만 눈에 띄지 않을 뿐 요새와 같은 철통 같은 경비를 하고 있다. CCTV 카메라가 24시간 작동하고 있고 경비견도 있다. 오히려 일망타진 몽땅 잡아가 겁을 주려고 일부러 출입을 내버려둔 것이 아닌가,보고 있다. 실제로 재물손괴 혐의로 영장이 떨어진 사람은 긴급체포한 20여 명 가운데 신부 한 사람과 목사 한 사람뿐이다. 기껏해야 무단침입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행범 체포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경찰은 범죄예방차원에서 그들을 경찰서에 ‘놓아두었다.’라고 말한다.
혼자서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가 있는 해안가로 간 활동가들도 제지당했다. 구럼비 바위를 만져보는 것도 죄인가. 강정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죄가 된단 말인가. 무슨 일을 할지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지 남의 마음을 경찰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을 법은 허용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은 얼마 전 명백하게 밝힌 바 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서울로 향하려는 것을 경찰이 막았다. 경찰은 이들을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했다. 이들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버스를 가로막는 경찰에게 비키라고 소리치며 시비한 것뿐이다. 대법원은 경찰들의 공무집행이 위법이라고 선고했다. 경찰의 제지는 공무집행이 아니었다. 직권의 남용이다. 경범죄일수록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상례다. 적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경찰 스스로 법을 남용하면 그건 경찰이 아니다. 무력으로 상대방을 강압하는 폭도와 무엇이 다른가. 강정에서는 이러한 일이 거의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국책’이라 해서 경범죄처벌법은 물론 어떤 형사법규도 어떤 행정 관계법규도 배제되지는 않는다. 지난날 ‘국책’이라는 이름 밑에 얼마나 많은 범법과 인권유린이 있었던가!
권력자들은 유신의 이름 밑에 영구 독재의 아성을 쌓았다. 불과 40년 전 일이다. 그보다 훨씬 전인 60여 년 전에는 ‘빨갱이 토벌’이라는 이름 밑에 엄청난 살육이 자행되었고 한라산 주변 사방 산간 마을은 불태워졌다. 그때도 미 군정 또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불법이 자행되었다. 그것이 국책이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엄정한 법집행의 최전선에 있는 경찰의 이러한 불법을 감독, 시정하는 국가기관이 보이지 않고 그 시정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폭력의 세계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국책이 발동되는 상황에서 법의 감독 감시기관이 도리어 불법을 독려하는 기관으로 타락하는 것은 불행한 전례였다. 인권유린의 방치는 헌법 파괴로 직결된다.
용역도 ‘국책용역’인가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선 용역도 보통 용역이 아니다. 그들은 마치 전경처럼 ‘현행범’ 체포에 나서고 수사요원처럼 현장 채증에 동원되고 있다. 심지어 폭행까지 했다고 한다. 인권유린고발 대회에서 한 변호사는 그 사례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문규현 신부가 공사장 안에 들어갔을 때 용역 직원이 문 신부의 뺨을 때리고 다리를 찼다. 공사장에 들어온 활동가들에게 “왜 이곳에 들어왔느냐 개새끼!” 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신부와 목사 옷을 입은 성직자들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사람들도 이들 용역이었다고 한다.
경찰이 없는 곳에서 택시기사가 강도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 건 미담이다. 그러나 이 건설 현장엔 기동경찰은 물론 수사경찰도 좍 깔렸었다. 공조치고는 희한한 공조였다. 여성활동가들, 특히 외국인 활동가들을 때리고 만지며 주무르는 것은 야만의 극치다. 유신치하에서 노조운동가에 대해 자행되었던 야만적인 성희롱이 언제 또 일어날지 강정의 여성은 치를 떨고 있다.
캠코더의 진실
해군기지 건설현장 정문 앞 집회에서 이중호라는 증인이 겪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3월 9일 반대 시위군중과 경찰이 대치하여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제 앞으로 ‘캠코더’가 떨어졌습니다. 저는 그것을 주웠습니다. 그때 한 경찰관이 저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캠코더가 시민의 것인 줄 알았고 경찰이 그것을 뺏으려 하는 줄 알고 도망쳤습니다. 쫓아오는 경찰관이 ‘저놈 잡아!’라고 소리쳤습니다. 저는 도망칠 곳이 없음을 느끼고 멈칫했고 ‘캠코더’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경찰관이 2단 옆치기로 자기를 찼다고 한다. 안경이 날아갔고 캠코더를 떨어뜨렸다고 한다. 그는 폭행죄, 탈취죄,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되어 서귀포경찰에 넘겨졌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캠코더는 여경의 것이며 이 청년이 여경을 폭행하여 탈취했다는 것이다. 넘어진 것도 경찰의 2단 옆치기가 아니라 도망가다가 제물에 넘어진 것이라고 경찰은 주장했다. 경찰서에 변호사가 와서 경찰에게 범죄혐의사실을 묻자 경찰은 이 청년이 여경을 폭행하고 캠코더를 탈취한 것은 모르고 캠코더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을 폭행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무너지는 헌법의 전초진지
강정의 해군기지건설현장에서 부서지고 깨어지는 것은 구럼비 바위만은 아니다. 얻어맞고 잡혀가고 벌금 무는 기지반대자들만이 아니다. 헌법의 인권조항들이 유린당하고 파괴되는 가공할만한 사태가 해군과 경찰 그리고 용역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헌법의 사각지대인가. 강정의 기지반대자들은 법 밖에 내동댕이쳐져 인권유린과 탄압의 대상일 뿐인가.
현장이 죽으면 법은 없다. 만행은 누구에 의해서도 저질러질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공권력의 남용이다. 검찰이나 사법부는 너무 멀고 그 신뢰 또한 약하다. 변호사마저 이 헌법파괴의 현장엔 ‘가뭄에 콩 나기’다. 제주대학의 신용인 교수는 강정 현지에서 말했다. “인신의 자유를 누가 보장해야 합니까. 국책사업이 인권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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