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7일 토요일

[사설]‘뒷북 재수사’ 나선 검찰, 진상규명 의지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16일자 사설 '[사설]‘뒷북 재수사’ 나선 검찰, 진상규명 의지 있나'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청와대 지시로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했다”고 폭로한 지 거의 2주 만이다. 새로운 진술과 녹취록, 돈이 오갔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시민 여론이 재수사를 압박하니 더 이상 버틸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구성된 특별수사팀의 면면을 보면 과연 검찰이 진상규명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할 경우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특임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이번에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박윤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을 팀장으로 하고 있다. 박 부장은 향후 수사 과정을 중앙지검 1차장-중앙지검장-검찰총장 라인에 보고하고 지휘를 받아야 한다. 더욱이 그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2010년 불법사찰 1차 수사를 지휘했던 노환균 당시 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장)과 동향이다.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기 힘든 환경이다. 검찰은 특임검사를 지명하지 않은 데 대해 “이번 사건은 특임검사 운영 요건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검찰청 훈령을 보면 ‘검찰총장은 검사의 범죄혐의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등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특임검사를 지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진수씨는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청와대가 주도하고 검찰도 공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터다. 당연히 특임검사를 지명할 사안이 된다. 검찰은 불법사찰·증거인멸이 과거 특임검사를 지명했던 그랜저 검사·벤츠 검사 사건보다 ‘국민적 의혹’이나 ‘사회적 이목’이 덜하다고 본 것인가.

검찰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면 2008년 불법사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전 대검 차장, 증거인멸이 자행된 2010년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도 수사선상에 올려야 한다. 그러나 한상대 검찰총장이 특임검사 지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검찰은 제 살을 도려낼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론에 떠밀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작된 재수사 역시 1차 수사와 마찬가지로 부실·축소·봐주기로 끝날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4·11 총선이 임박한 만큼 일단 위기만 모면하자는 생각에서 재수사 착수를 선언한 듯하다. 그러나 얕은 꼼수를 부리다가는 조직 전체가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 19대 국회가 출범하면 특별검사와 국정조사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도 검찰개혁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검찰의 재수사 첫날부터 수사 성과에 대한 기대나 당부보다 특검·국조를 거론해야 하는 상황이 민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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