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사천의 가을 길에서 만난 '느림의 미학'

이글은 오마이뉴스 2911-10-14일자 기사 '사천의 가을 길에서 만난 '느림의 미학''을 퍼왔습니다.
[사진] 황금 들녘, 억새 가득한 경남 사천의 가을 풍경

▲ 억새와 황금 들녘 진삼선 기찻길이었던 국도 3호선 너머 보이는 가을 풍경 ⓒ 윤병렬
번잡한 곳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주변 풍광 감상하며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황금 들녘, 억새 가득한 가을 풍경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은 어딜까?

▲ 억새와 길 짙푸른 가을 하늘과 황금 들녘, 억새가 한데 어우러진 시골길 ⓒ 윤병렬
시끌벅적함보다 조용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아름다운 경남 사천의 풍경을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낄 수 있는' 곳들입니다.

옛날 진주, 삼천포 사이 철도가 오가던 곳엔 지금 쭉 뻗은 3호선 국도가 나있습니다. 진삼선 철도는 진주 개양역에서 삼천포역까지 55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개양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삐익 빠앙 칙칙폭폭 기적소리 울리며 사천역을 거쳐 선진, 죽림역을 지나 삼천포역에 다다라 엔진 소리를 멈춥니다. 금문역, 노룡역은 간이역이었습니다. 물론 30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

▲ 사천시 용현면 주문리 들과 산, 바다, 하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 윤병렬
진삼선 열차 타고 학교로, 장터로, 일터로 나가던 사람들 모습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열차가 달려가던 그 추억 어린 길은 사라지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빠르게 내달리는 차들 소리만 요란합니다. 그래도 도로 너머 보이는 들녘 풍경은 여전합니다. 논과 밭이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고 멋진 풍광을 자아냅니다.

▲ 사천시 용현면 금문리 하루 두번 갯벌로 드러나는 종포 갯벌 바닷가 ⓒ 윤병렬
마치 유럽의 어느 바닷가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사이로 황금 들녘도 보입니다. 종포 앞바다는 하루 두 번 갯벌로 변합니다. 종포 갯벌은 동네 사람들에게 '종합사회복지관' 역할을 합니다. 사시사철 풍부한 해산물을 선사해주기 때문입니다. 굴도 따고, 쏙도 잡고, 바지락도 잡습니다. 천연기념물 원앙, 검은머리물떼새 같은 귀한 새들도 볼 수 있습니다. 봄 가을엔 도요새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 사천시 용현면 주문리 황금 들녘 수확을 앞 둔 황금 들녘 ⓒ 윤병렬
진삼선 철도가 지나는 길이 있을 때는 간이역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디쯤 있었을까 짐작만 해봅니다. 멀리 각산이 보이고 남해 설천도 보입니다. 바다 건너 아스라히 보이는 산은 남해섬을 대표하는 산, 비단을 두른 것 같은 금산입니다. 주문리 황금 들녘은 봄엔 초록빛, 가을엔 황금빛, 겨울에는 무채색이 되기도 합니다. 계절따라 다양한 옷을 갈아입는 금문리 황금 들녘입니다.

▲ 종포 바닷가 코스모스 길 종포 바닷가 풍경 ⓒ 윤병렬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종포 바닷가로 나가면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꽃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종포 해안도로의 코스모스 꽃길입니다. 뿅뿅뿅 청아하게 울리는 도요물떼새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종포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와룡산, 각산, 남해 금산, 망운산, 하동 금오산, 광양 백운산, 사천의 이명산, 봉명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 삼천포 각산에서 바라본 사천 평야 사천만과 사천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 윤병렬
삼천포 각산을 오르며 바라본 사천 들판입니다. 아주 먼 옛날 와룡산에서 흘러내려온 토사가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들판이라고 합니다. 육지에서 흘러내린 미세한 흙들은 바다를 만나 갯벌이 되었습니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와 갯벌이 별개의 몸이 아닌 한 몸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멀리 광포만도 보이고, 사천대교도 보입니다.

▲ 각산에서 바라본 남양동과 와룡산 사천시의 상징 와룡산입니다. ⓒ 윤병렬
각산에서 바라본 사천시 남양동과 와룡산입니다. 저수지도 보이고, 들판도 보이고 아파트도 보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문득 생각납니다. 아웅다웅 다투다 보면 사는 것이 비극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는 것처럼….

▲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 풍경 반짝반짝 빛나는 물별이 보입니다. ⓒ 윤병렬
"잔잔한 호수 같다."

사천만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입니다. 사진은 각산에서 남해대교 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반짝이는 물별 위로 요트에 몸을 싣고 한가로이 여가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요트 뒤로는 조선소에서 생산한 철 구조물을 싣고 큰 바다로 향하는 바지선이 지나갑니다. 약간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게 보입니다.

빨간 지붕, 하얀 지붕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룹니다. 서포면 조도리 조도마을입니다. 참 한가로운 풍경입니다. 야트막한 산 아래 남쪽으로 창을 낸 시골 집들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추 농사는 풍년인 듯합니다.


▲ 사천시 서포면 조도리 조도 양달길 옹기 종기 모여있는 마을 풍경이 정겹다. ⓒ 윤병렬
사천만에서 광포만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가운데 띠섬이 있고, 띠섬 너머 곤양면 중항리가 있습니다. 멀리 빨갛게 보이는 철 구조물은 조선소 크레인 입니다. 밤도 익어갑니다. 감도 익어갑니다. 고구마는 캘 때가 다 되었습니다. 들판의 곡식들도 하루가 다르게 익어갑니다.

▲ 시골 농로길 도시로 향하는 시골길입니다. ⓒ 윤병렬
어딜 가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주할 수 있는 풍요로운 가을입니다. 종포 바닷가에서 사천시청 가는 방향으로 나 있는 농로입니다. 가운데 서 있는 수양버들 뒤로 사천시청 건물이 보입니다. 코스모스 꽃길이 한층 운치를 더해줍니다. 자전거 타고 느릿느릿 달리기에 좋은 길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마음속에 있다고들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바라보는 마음이 아름다우면 모든 풍경도 아름답게 보이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설]검찰, ‘이국철 폭로’ 진실 규명 포기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4일자 사설 '검찰, ‘이국철 폭로’ 진실 규명 포기했나'를 퍼왔습니다.
거액의 금품을 주고 받았다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 SLS 그룹 회장이 어제 새벽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왔다. 두 사람 간 대질신문은 신 전 차관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장이 검찰의 수사를 문제삼고 나섰다. 그는 2년 전 창원지검이 자신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횡령 의혹 사건을 검찰이 다시 조사하고 있다면서 “(검찰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 수사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종종 엇갈리는 이 회장의 주장을 다 믿기 어렵다 해도 검찰의 진상 규명 의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한둘이 아니어서 부실 수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태도를 보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회장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밝히기보다 의혹의 대상자인 신 전 차관과 다른 정권 실세들을 감싸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이번 조사만 해도 당초 검찰은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의 대질신문을 통해 진실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냥 돌려보냈다. 그래놓고 이 회장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을 통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에게 건넸다면서 증거로 제시한 백화점 상품권 구매 영수증을 조사해보니 일부가 다른 용도로 쓰여진 것이 확인됐다며 그가 제기한 의혹을 허위로 판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나머지 영수증을 관련 업체에서 찾아 확인해 달라고 했는데 검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결과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어제는 검찰 인사가 이 회장의 지인을 불러 회유를 시도했다는 말까지 보탰다. 이래선 검찰이 정권 실세들의 의혹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수사는 검찰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한 대상에 정권 실세뿐 아니라 전·현직 검사장급 인사 4명도 들어있다. 검찰이 정권 실세와 검찰 내부 인사들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밝히는 데 머뭇거리면 또다시 제 식구 감싸기와 불공정 수사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검찰은 곧 이 회장과 신 전 차관을 재소환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두 사람의 대질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다른 정권 실세들의 연루 의혹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그것이 검찰이 더 이상의 불신을 면할 수 있는 길이다.

人面獸心(인면수심) 厚顔無恥(후안무치) 정치를 이토록 타락시켜 어쩌자는 것인가

이글은 서프라이즈 2011-10-15일자 기사 '人面獸心(인면수심) 厚顔無恥(후안무치) 정치를 이토록 타락시켜 어쩌자는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인간으로서는 가장 수치스러운 말들이다. ‘이솝’우화에 많이 나오는 양과 늑대의 이야기를 인간의 얘기로 바꾸면 바로 인면수심이다.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정치가 이렇게까지 추악해 진 것을 보지 못했다. 광복 후 처음 실시 된 민의원선거(국회의원선거)에서는 후보자 집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일도 있었지만 오늘의 현상은 그보다 나을것이 없다. 수류탄이 언어로 바뀌었을 뿐이다.
음식과 말은 가려서 먹고 가려서 하라고 했다. 워낙 세상 살기가 힘들어서 음식 가려 먹기는 무척 힘이 들지만 말은 가려서 할 수가 있다. 특히 배웠다는 인간들이 말을 가려서 못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긴 얘기 할 필요도 없다. 요즘 조롱의 대상이 되는 젊은 정치인이 쏟아내는 말의 오물은 국민들에게 정치혐오는 물론이고 정치 자체를 타락시키고 있다.
이른바 그가 폭로하는 것들이 모두 거짓이다. 더구나 기가 막힌 것은 뻔한 거짓말인데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계속한다는 것이다. 진위는 전혀 상관 하지 않고 저질르는 만행이다.

▲ 박원순 후보 캠프가 나경원 후보 측이 제기한 ‘하버드대 로스쿨 경력’ 등의 의혹에 대해 반박하며 제시한 ‘하버드 로스쿨 Human Rights Program Visiting Fellow’ 명단. ⓒ박원순 캠프

야당후보의 13세 병역사항과 시민운동과정에서의 기부 받은 행위 등을 폭로라고 하고 있다. 가장 압권은 외국에서 수학한 것이 가짜라는 폭로다. 지금은 거짓말 하고 숨길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금방 들통이 났다.
병역문제도 제기했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주장이다. 시민운동 모금관련 모략 역시 터무니가 없다. 이 역시 즉시 탄로가 났다.
거짓 폭로가 거짓임이 탄로 나고 다시 허위폭로가 탄로 나고. 이런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왜 그들인들 그것을 모르겠는가. 왜 이런 더러운 짓을 계속하고 있는가. 일을 저지르고 보자는 것이다.
거짓폭로를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대서특필 선전해 주는 받아쓰기 전문 매체가 있다. 나중에 거짓임이 들통이 나더라도 이미 보도가 됐다. 몇명이라도 믿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믿지는 않더라도 좋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다. 바로 이런 것을 노리는 것이다. 막가는 것이다.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자들이 있다.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국민은 다 안다. 여대생을 성적으로 모욕한 죄(?)로 당에서 제명을 당하고 의원직은 도량넓은 동료들의 자비로 겨우 유지했다. 정상적인 사고라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기승이다. 그가 바로 폭로를 주도함으로서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고 양심적 지식인을 슬프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를 포기한 인간이다.
또 있다. 상식에서도 한 참 벗어나는 음주 방송이다.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상태에서 방약무인하게도 TV화면에 얼굴을 내 밀고 반쯤 눈이 감기는 꼴을 보여주었다. 결국 그는 후보의 대변인 자리를 떠났다. 그 역시 정상적이라면 입을 닥치고 있어야 한다.
또 있다. 이 역시 이른바 ‘목 단추 풀기’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바로 이들이 폭로 3총사다. 바둑으로 치면 거의 폐석이나 다름이 없는 이들이 폭로 전문가로 나선 것은 다른 누구도 그런 짓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들 역시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이다.
이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왜 나만 가지고 그래’다. 당대표라는 사람은 일찍이 봉하의 노무현 사저를 ‘노방궁’이라고 모략한 인물이다. 사과 한마디 없다. 그런 정당이다.
서울시장으로 출마를 했다는 사람은 당시 대변인으로서 ‘노무현 사저’를 모략하는데 열을 쏟았다. 그러나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고시에 합격해 판사를 지낸 사람이고 서울시장을 한다고 나섰다. 4년 전 일을 기억 못하는 대단한 시장후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황폐해 졌는가. 출발부터가 그렇다. 자신이 출연해 증언한 사실까지도 아니라고 부인한 사람이 최고 권력자가 됐다. 그러니 지금 누가 누구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다 같다는 인식이다. 넌 다를 게 뭐냐고 하면 아무 소리도 못하게 되어 있다.
더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패배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기왕에 질 것인데 최대한으로 판을 깨자는 것이다. 혹시나를 바라는 것이다. 어리석기 그지없고 정당으로 할 수 있는 짓이아니다.
말이 아니면 탓하지 말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그러나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들이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데 국민이 두 손 잡고 조용히 있다면 나라를 망친 공범이 된다.
왜 야당은 비판하지 않느냐고 하면 국가를 책임지는 것은 여당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정부여당에게 책임이 있고 오늘의 정치는 그들이 도저히 책임을 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것은 양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심이 없으면 짐승과 다를바가 없다고 한다. 검사나 판사가 범법자에게 사형을 구형하거나 선고할 때 하는 말이 있다.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는 말이다. 양심을 포기할 때 그는 인간이 아니다.
人面獸心(인면수심) 厚顔無恥(후안무치).
얼굴은 인간이되 마음은 짐승이고 낯가죽이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말은 바로 오늘의 정치인들의 모습이라고 하면 아니라고 말하겠는가.


2011년 10월 15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한미 FTA를 '신 을사늑약'이라고 부르는 이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0-15일자 기사 ' 한미 FTA를 '신 을사늑약'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정리한 한미 FTA의 독소조항 12가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은 아직까지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바 없다. 정부가 발표했던 한미 FTA의 경제 효과는 부풀려졌거나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고 그나마 재협상을 거치면서 그 의미도 크게 축소됐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한미 FTA의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에 아무런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발표한 한미 FTA의 12가지 독소조항은 한미 FTA가 불러올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가늠하게 한다.
1. 래칫조항(톱니바퀴의 역진 방지장치)
낚시에 쓰는 미늘같은 것인데 거꾸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즉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물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이다. 선진국 및 산업국가 사이의 FTA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 중 하나이다.

- 쌀 개방으로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가 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수입을 막지 못함
- 의료보험이 영리화 되고 병원이 사유화 된 후 아무리 부작용이 나타나도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전기, 가스, 수도 등이 민영화 된 후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나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교육 및 문화가 사유화된 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2.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개방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더 한국 금융시장이 국제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게 하는 조항이다.

-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내에서 아무런 제재없이 은행업을 할 수 있게 됨
-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은행의 주식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됨.
-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감소로 많은 중소기업이 떼부도를 맞게 됨
- 사채 이자율 제한이 없어지고 사채 천국이 됨


3.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Trips+)
미국의 특허권자가 한국 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지적 단속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 고가의 오리지널 약보다 값싸고 효과 좋은 카피약 사용 불가능
- 미국의 경우 완벽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라도 성인 1인당 1달에 70만원(700달러)의 약값을 지출함(4인가족 기준 월 200만원 2000달러 지출)
4. 스냅백 조항(snapback)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특혜관세 혜택을 언제든지 임의로 일시에 철폐할 수 있게 하는 조항
- 미국의 무역보복이 일상화 되고 한국경제는 막장으로 내몰리게 됨
5.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Negative List)
개방해야 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Positive 방식)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시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은 무조건 모두 개방해야 한다.
- 온갖 도박장, 섹스산업, 피라미드 판매업 등 미국의 서비스산업이 국내에 마구 들어오게 될 때 군말없이 이것들을 수용해야 함
6.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Future MFN Treatment)
미래에 다른 나라와 미국보다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한미FTA에 소급 적용하는 것이다.
- 일본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더 강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보리나 콩을 개방했을 경우 원래 한미FTA에는 없던 콩이나 보리도 즉각 미국에게 개방해야 함.
7. 투자자-국가 제소권(ISD)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민간 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결나면 한국 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이 경우 당연히 한국보다 힘센 미국의 투기자본 및 초국적 기업이 승리)
한 마디로 초국적 투기자본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윤확대를 위하여 상대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이다.

- 이 제도로 인해 미국 자본이나 기업은 국내에서 재판받을 필요가 없음
- 오스트리아 등 미국과 FTA를 추진하거나 맺은 국가들 대부분은 이 도독소조항을 채택하지 않았음.
- 한국과 유럽의 FTA협상에서는 이 독소조항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음
- 대한민국 헌법상의 주권국가의 사법권, 평등권, 사회권이 무너짐
- 한국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공공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게 됨
8. 비위반 제소
FTA를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라도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등 자본이나 기업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기대하는 이익을 못얻었다고 판단되면 국제 민간기구에 상대 정부를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제도

- 자본이나 기업의 자신의 경영실수로 기대이익을 못얻었을 경우라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
-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해서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타낼 수 있음
9. 정부의 입증 책임(necessity test)
국가의 정책, 규정 등 상대국가는 그것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조항이다.

-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의 광우병 쇠고기 반대여론 같은 경우 과학적 입증 자체가 터무니 없는 일임.
-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이 취약함
10.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상대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야 하는 제도이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한국은 토지공개념 등 사유를 제한하는 공동체적 법제를 가지고 있음(미국은 한국과 정반대). 그러나 이 독소조항으로 인해 한국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공동체적 법체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됨

- 한미FTA가 한국정부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상위법인 양 해석되게 됨
- 대한민국의 주권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11.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상대국가에서 사업장을 설립하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설립되지 않은 회사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서비스 비설립권 조항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이들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불법 사실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 미국은 각 나라와 FTA를 맺으면서 ‘FTA이행법’을 만들었음. 이 법에서 “미국의 법률에 저촉되는 모든 FTA 규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미국인에게 무효이다.” 라고 선언했음. (미국에서는 FTA가 단순한 행정협정일 뿐임)
- 한국정부는 한미FTA에 저촉되는 한국의 모든 법(30여개)을 고치려고 함(한미FTA가 조약이며 법률이라고 함)
12. 공기업 완전 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 철폐
한국의 공적이며 독점적인 공기업을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들에게 맛좋고 수월한 사냥감으로 던져주는 조항이다.

- 의료보험공단, 한전, 석유공사, 농수산물, 유통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KBS, 중소기업은행, 도시가스, 수도공사, 우체국, 지하철공사, 철도공사,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 :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에 넘어가 사유화도 가능성이 농후함
- 수도요금, 전기료, 지하철 요금, 가스요금, 의료보험료, 등이 대폭 인상되게 됨으로써 서민경제가 파탄나게 됨.

강력하고 정의로운 국가가 필요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0-14일자 기사 '강력하고 정의로운 국가가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조폭적 사회 한국

지금의 한국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철저하게 힘만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모든 것을 힘 있는 자, 힘센집단들이 독식하고 있다. 힘깨나 쓰는 조폭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힘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개인이나 집단이 그렇다.

재벌이나 대기업은 모든 것을 자신만이 독차지하려 한다. 중소기업이야 죽건 말건 국가 경제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빨아낼 수 있는 대로 빨아내고 짓밟을 수 있는 대로 짓밟는다. 자기들 배만 불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기의 극치이다.

대기업 노조나 공기업 노조들도 자기들의 집단적인 힘을 믿고 제멋대로이다. 정규직 평균 임금의 몇 배를 받으면서도 그것도 모자라 수틀리면 파업을 하고 떼를 쓴다. 얼마 전에 어느 대기업 노조는 단체 임금협상에서 자식들에게까지 직업을 세습시키는 터무니없는 조건을 관철시켰다.

국회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정치인들도 다르지 않다. 선거법을 자기들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 놓고 계속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 또 정쟁만 벌이면서도 자기네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여야가 혼연일체다. 지난번에는 한 번이라도 국회의원을 하고 나면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도대체 양심이 없다.

사법부 근처에서 밥 벌어먹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전관예우라는 더러운 구시대적 작풍이 아직도 살아 숨 쉰다. 판사나 검사를 하다 변호사 개업을 하면 몇 년 안에 평생 먹을 걸 번다고 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소송서류에 도장 하나 찍는데 3000만 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니 국민이 사법부를 믿을 수 있겠나.

고위 공무원들은 다른가. 이권부서에 근무하던 장관 등 많은 고위직은 퇴직하면 얼마 안 되어 연관 대기업이나 김앤장 같은 로펌에 취직하여 거액의 봉급을 받는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대기업을 위해 아낌없이 퍼붓는다. 정경유착이 안 생기려도 안 생길 도리가 없다. 이들이 부패 고리의 정점을 만든다.

이뿐 아니다. 힘 있는 직업단체, 사회단체들은 조금도 자기네 이권을 잃지 않으려고 정부 당국과 국회에 로비하고 뇌물을 바치고 악다구니를 하며 싸운다. 양보라고는 한 치도 없다. 그러니 정부당국자들도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국정을 공정하게 돌볼 수 없다.

이 틈에 죽어나는 것은 아무런 조직이나 힘이 없는 서민 대중이다.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은 어디에도 없다. 목소리가 작은 만치 이들의 이익은 철저히 짓밟힌다. 무엇이 공동체인가. 한국을 하나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가?

무슨 얼토당토않은 '공정사회'인가

물론 이에는 신자유주의가 큰 영향을 미쳤다. 1998년 이후 모든 기업들이 살아남기 경쟁을 하며 효율과 이익을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후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는 천박한 풍조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모든 가치기준을 단기적 이익에 종속시키는 이기적인 사회로 바뀐 것이다.

정부 정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제경쟁력 확보와 무역흑자 달성을 명분으로 수출대기업의 보호와 육성에만 매달렸다. 그래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갈취하든 말든, 자영업자나 노동계급을 짓밟든 말든, 모른 체 그대로 방치했다. 현 정권에 들어와서는 오히려세금 감면과 고환율로 이들에게 더 큰 보상을 안겼다.

그래서 재벌들, 특히 삼성그룹 같은 괴물을 키웠다. 삼성이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을 성장시킨 점에서 국가 경제에 일부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에서 보듯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질서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이다.



▲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삼성그룹은 이제 거의 국가 안의 국가가 되었다. 2008년 항소심 재판에서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나오는 삼성 이건희 회장 ⓒ뉴시스

사방에서 죽겠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민심이반이 심각해지자 작년 하반기에 들어와 이명박 정권은 뜬금없이 공정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또 최근에는 동반성장 등의 말 잔치를 벌이고 있다.

요사이에는 몇몇 재벌들이 돈을 내서 복지재단을 만들겠다는 등 부산을 떨고 있는데 아마 정부의 압박을 받은 듯하다. 또 지금까지 재벌경제를 일방적으로 옹호해 오던 보수언론들의 논조도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식으로 약간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보면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힘의 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푼돈을 약간 낸들 무슨 도움이 될까. 또 정부가 사회를 공정하게 만들 의지조차 별로 없는데 무엇이 바뀌겠는가. 동반성장위원회의 정운찬위원장이 정부에 대해 노골적으로 볼멘소리를 할 정도인데 정부의 정책변화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랴.

이렇게 사회에 불공정경쟁이 난무하고 힘 있는 자, 가진 자의 횡포가 자심해지자 이제 한국 사람들도 '정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한국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작년에 마이클 샌델의 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책이 우리의 실정과 잘 맞지 않을 것 같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책에 열광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의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의가 도덕적인 외침만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강력한 실천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시장이 국가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사기적 주장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와 특히 영미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모든 것이며 국가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면 시장의 효율이 떨어지므로 경제는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선진국들이 다른 약소국들의 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술수이다. 또 미국 자본주의도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강력한 정치력과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에서도 미국의 국가는 최종 대부자로서의 기능을 계속 요구당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양적 완화 등의 경기 부양책을 쓰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만약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 기업이나 국민들도 당연히 그런 요구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순진하게 그대로 믿고 따랐다. 그래서 그것이 결국 한국 같은 나라를 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키고 한국사회의 건강성을 파괴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국가의 권능을 포기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의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긴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재벌, 대기업, 부유층이 독식하는 탐욕의 사회로 만들었고 사회의 균형추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 아직도 '시장'이라는 헛된 주문을 외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런 엉터리 경제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 젊은이들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금융 자본주의에저항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는 미국인들도 이제 시장만을 내세우는 신자유주의가 소수 자본가들만 배를 불릴 뿐 대다수 서민들의 생활을 곤궁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세운 워싱턴 D.C.의 시위대. 실업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미국 젊은이들이 드디어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AP=연합뉴스

그래서 그 중심인 월스트리트를 공격하고 금융 자본주의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이 운동은 3주 만에 벌써 20개 도시로 확산되었을 뿐 아니라 유럽으로도 번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사회질서에 대한 전면전의 시작이라고 하겠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 회복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국가가 사회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국에서 지금 당장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시장이 망쳐 놓은 사회의 균형을 바로 잡는 일이다. 힘센 자나 집단에 휘둘리는 한국사회에 기강을 세우고 이들의 폭력성을 제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야말로 강력하고 정의로운 국가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이제 세계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 대외경제에 취약한 한국사회는 상상을 허락하지 않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이제 국가가 어떻게 하라고 권고하고 기다리는 단계는 지나갔다. 국가가 나서서 모든 것을 규율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왔다.

우선 독과점 체제와 온갖 편법을 통해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망치고 있는 재벌이나 대기업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들의 독식구조를 없애지 않는 한 한국경제는 서서히 질식하게 되어 있다. 재벌의 순환출자구조와 출자총액제한 문제를 다시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우월자적 지위에서 중소기업을 짓밟고 갈취하는 행위를 끝장내도록 해야 한다. 적정한 남품가 결정을 비롯해 중소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영역에 무차별적으로 끼어드는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

자본과 노동의 관계도 보다 평등하게 바꿔야 한다. 자본이 제멋대로 노동자들 위에 군림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전체 노동자의 90%나 되는 비조직 노동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들이 자본과 조직노동, 국가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고칠 것은 고치게 해야 한다.

몰락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이들은 노동인구의 약 1/3을 차지하는 거대 세력으로 이들의 붕괴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불안요인을 가져오게 된다. 이들이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 수 있게 하느냐 아니면 복지 시스템으로 먹여 살릴 것인가를 국민이 선택해야 한다.

분별없는 FTA 정책으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식량대란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공산품을 조금 더 팔기 위해 농민들을 죽이는 것은 근시안적일 뿐 아니라 무모한 정책이다.

현재 지나치게 진행되고 있는 소득의 양극화를 당장 저지시켜야 한다. 각종 정책의 일대 쇄신을 통해 빈부차가 구조적으로 줄어들도록 정책을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사회는 두 개의 계급으로 갈라져 싸우며 끝을 모르는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부 정치세력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 국민의 전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유명무실한 노사정위원회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정치적인 비중도 훨씬 강화한 국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와 국회가 함께 민주적인 방식으로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정치이야기는 끝내고 한국의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검토해 보자.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

"언제까지 '다모클레스의 검' 아래서 살아갈텐가?"

이글은 프레시안 22011-10-13일자 기사 '"언제까지 '다모클레스의 검' 아래서 살아갈텐가?"'를 퍼왔습니다.
고르바초프, 미소 정상회담 25주년 맞아 핵무기 폐기 촉구

지난 11일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역사상 최초로 미소 정상회담이 열린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만난 이 회담은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역할을 했다.

당시 세계를 분할했던 양대 강국은 이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모든 핵무기의 폐기'라는 대원칙에 공감했다. 이는 1991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과 지난해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새 협정(New START)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 비전에도 불구하고 핵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에는 아직도 2만 개가 넘는 핵탄두가 존재한다. 한국과 미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북한의 핵능력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핵에 대한 공포심과 불안감이 높아졌지만 달라진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의 주역 고르바초프는 회담 25주년을 앞둔 지난 9일 세계 몇몇 언론에 기고한 글 '핵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핵무기를 가능한 빨리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고르바초프는 인류가 더 이상 핵무기를 지속하는 것은 안전의 측면에서나 경제적 비용의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레이캬비크 회담의 정신에 따라 미국, 러시아는 물론 다른 핵보유국들도 점차적으로 핵 군축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을 고려한 이행 로드맵을 단계별로 제시하기도 했다.

199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고르바초프의 글을 요약 정리했다. (☞원문 보기)

핵무기여 잘 있거라
(A Farewell to Nuclear Arms)

25년 전 10월 나는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과 레이캬비크에서 마주앉아 있었습니다. 레이건과 나는 미국과 소련의 공포스러운 핵무기들을 감축시키고 최종적으로는 2000년까지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레이건과 나는 문명화된 국가들이 야만적인 무기를 안보의 핵심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신념을 공유했습니다. 우리의 높은 열망은 레이캬비크 회담에서는 달성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상회담은, 나의 회담 상대였던 레이건의 표현을 빌자면 "더 안전한 세계를 위한 주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후 몇 해는 세계에서 핵무기를 모두 없애자는 우리의 공유된 꿈이 실현될지를 결정짓는 시기였습니다.

비판가들은 핵무장 해제에 대해 좋게 봐도 비현실적이고, 나쁘게 보면 위험한 유토피아의 꿈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냉전 시기의 '긴 평화'야말로 핵억지력이 큰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임을 증명한다고 지적합니다.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해본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견해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핵억지력은 언제나 어렵고 위태로운 평화의 보증수단입니다. 핵무장 해제를 위한 강제력 있는 계획을 도출하는데 실패함으로써 미국, 러시아와 다른 핵보유국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필연적으로 핵무기가 사용되고야 말 미래를 가져오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재앙은 반드시 방지돼야 합니다.

5년 전 나와 조지 슐츠‧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은 핵보유국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핵억지력은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는 개념이 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역효과만 낳은 '선제공격 전쟁'이나 불충분한 조치임이 입증된 '효과적 제재'가 아니라, 핵무장 해제를 향한 신실한 발걸음만이 군비통제와 비확산 문제에 대한 강력한 합의의 바탕이 되는 상호 안보를 가져올 것입니다.

레이캬비크에서 쌓인 신뢰와 이해는 두 개의 역사적인 조약으로 가는 다리를 놓았습니다. 1987년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은 당시 유럽의 평화를 위협했던 가공할 신속타격미사일을 폐기했습니다. 그리고 1991년 체결된 START-Ⅰ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를 10년에 걸쳐 80%까지 줄였습니다.

하지만 핵무장 해제를 위한 신뢰할 만한 노력 없이 군비통제와 비확산이 더 진전될 전망은 어둡습니다. 레이캬비크에서 보낸 이틀[1986년 10월 11~12일] 동안 내가 배운 것은, 군비 철폐를 위한 대화는 힘든 만큼 건설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국제 현안들을 다루며 레이건과 나는 신뢰와 이해를 쌓았고 이는 통제되지 않는 핵무기 경쟁의 완화에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냉전의 종식은 국제사회의 힘이 더 혼란스럽게 재배치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핵무기 보유국들은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요구에 따라야 하며 신뢰의 기반 위에서 군비 철폐를 위한 협상을 재개해야 합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핵폭탄을 제조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핵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외교관들의 외교적‧도덕적 자원을 증대시켜줄 것입니다.

핵무장 해제를 위한 진지한 전세계적 노력만이, 핵억지력 이론은 사장된 것이라는 국제적 합의에 필요한 확신과 신뢰를 제공할 것입니다. 우리는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으로 나뉘는 차별적인 현 체제의 속성을 정치적으로든 재정적으로든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습니다.

레이캬비크 회담은 대담함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1986년 당시의 조건은 군축 협상에는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1985년 내가 소련의 지도자가 되기 전 냉전 양대 강국 사이의 관계는 최악이었습니다. 레이건과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접촉과 면대면 상호작용을 통해 건설적인 정신들을 모아나가는데 성공했습니다.

오늘날의 지도자들에게 부족해 보이는 것은 비핵화를 평화로운 세계질서의 중심으로 재도입하는데 요구되는 신뢰 구축을 위한 대담함과 비전입니다. 경제적인 압박과 체르노빌 사태가 [당시] 우리의 행동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왜 오늘날의 '대침체'와 후쿠시마 원전의 재앙적 멜트다운 사태는 비슷한 결과를 유도해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뉴시스

미국의 첫걸음은 1996년에 체결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하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핵확산을 막고 핵전쟁을 피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인 이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지금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한 연설['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비전을 밝힌 연설]을 이행해야 합니다.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로 불린 레이건 대통령의 뒤를 이어 미 상원을 설득하고 CTBT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공식화해야 합니다.

이는 아직도 [CTBT 가입에] 저항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 즉 중국,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북한, 파키스탄 등에 CTBT 가입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가 어떤 환경에서도(대기 중이든, 해저든, 대기권 밖이든, 땅 속이든)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가까워질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New START'의 후속 조치로 더 많은 군축, 특히 전술 핵무기와 비축 핵무기의 감축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들 무기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돈만 잡아먹으며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는 미사일방어체제(MD)의 제한과도 관계돼 있습니다. MD는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의 성과물]을 위협하는 핵심 이슈 중 하나입니다.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오랫동안 정체돼 있는 '무기용 핵분열 물질의 생산금지에 관한 조약'(FMCT)과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핵안보 정상회의의 성공은 위험한 핵물질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대량살상무기(핵, 화학, 생물학무기 등) 확산 방지와 제거를 위한 2002년의 '글로벌 파트너십' 또한 내년 미국 회의에서 개정되고 확장돼야 합니다.

우리의 세계는 너무도 군사화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의 경제적인 조건에서 핵무기는 돈을 낭비하는 지긋지긋한 '구멍'이 됐습니다. 만약 경제 위기가 계속된다면 (아마 그럴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러시아와 다른 핵보유국들은 다자간 군축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대화 채널을 만들든, 이미 존재하는 유엔 군축위원회 같은 통로를 활용하든 말입니다. 이런 협의를 통해 더 적은 돈을 들이고도 더 효과적인 안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재래식 군사 전력 문제도 다뤄져야 합니다. 재래식 무기는 많은 부분 전지구적으로 배치된 막대한 미군 병력에 의해 강화돼 왔습니다. 우리는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을 진전시켰듯이 전세계적으로 군사력과 군사 예산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합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이미 "모든 남성과 여성, 아이들이 핵무기라는 '다모클레스의 검'[시칠리아 섬의 고대 도시국가 시라쿠사의 다모클레스 왕이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말총 한 가닥에 칼을 매달아 놓고 그 밑에 앉아있는 것과 같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됐다] 아래에서 살아간다. 칼을 매단 가느다란 줄은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라고경고한 바 있습니다. 50년이 넘도록 정치인들이 이 줄을 어떻게 수선할 것인가를 놓고 논쟁하는 동안 인류는 불안한 눈으로 이 치명적인 진자운동을 지켜봐 왔습니다.

레이캬비크의 사례는 점진적인 방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5년 전 우리의 노력은 오직 모든 폭탄들이 야만의 박물관에 진열된 과거 노예상인들의 쇠사슬과 세계대전의 독가스 옆에 놓일 때에만 입증될 수 있을 것입니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식량 마피아'의 밥상 폭격이 시작됐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0-13일자 기사 '"'식량 마피아'의 밥상 폭격이 시작됐다"'를 퍼왔습니다.
[한·미FTA, 질주를 멈춰라!·②]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한·미 FTA 깃발 들고 밥상 점령하려는 식량마피아 카길

한·미 FTA 비준을 코앞에 두고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려는 1% 부자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싸움의 상대는 국내 재벌기업인 CJ제일제당과 세계 최대의 식량 마피아 카길. 99% 민중들이 밥상의 안전 따윈 관심두지 말고 격투기 K-1 관람하듯 구경만하고 있으면 '값싸고 질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카길은 현재 국내 곡물 및 사료시장 점유율 1위, 미국산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카길은 국내 종자시장 1위 업체인 몬산토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그런데 최근 카길은 충청남도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충남에 대형 곡물 저장고, 사료공장, 대두가공공장을 지을 예정이란다. 앞으로 카길은 유전자조작 콩을 대량으로 싼 값에 들여와 창고에 보관한 후 콩기름을 짜고, 그 찌꺼기로 다시 사료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만든 사료를 국내 한우, 젖소, 양돈, 양계 농가에 팔아서 돈을 벌고, 국내 축산업이 위축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를 수출하여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꽃놀이패'를 쥐게 되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깃털까지 뽑아 모자를 만들어 팔아먹을 수 있는 카길의 오랜 숙원이 해결된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6공화국 시절에 해표식용유를 생산하는 자신의 사돈 기업 동방유량을 고려해 카길의 콩 장사를 막았다고 전해진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콩을 수입하여 콩기름을 만들어 파는 기업은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 2곳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16개 품목을 선정할 때도 콩을 원료로 사용하는 된장, 간장, 청국장 등은 모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포함되었지만 식용유는 제외되었다.

카길이 점령한 식탁의 미래, 미국산 쇠고기를 보라


▲카길의 작업장에서 수입제한물품이 발견된 사례들. ⓒ박상표

그렇다면, 카길이 점령한 우리 식탁의 미래는 어떨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을 꼼꼼히 돌이켜보자.

한·미 FTA의 4대 선결조건으로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게 된 배후엔 카길이 있었다. 또한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기 직전에 발표되어 촛불시위를 불러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의 배후에도 카길이 있었다.

당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카길의 작업장은 모두 5곳이었다. 그런데 5곳의 사업장 중에서 4군데에서 우리나라로 수출한 쇠고기에서 갈비통뼈와 등뼈가 적발되었다. 86E와 86K 2곳의 작업장은 2회 이상 연속 위반이 적발되었는데, 특히 86E 사업장은 광우병 위험물질(SRM)으로 분류된 등뼈가 적발되어 미국산 쇠고기 수출 선적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였다.

카길 등 미국 축산업계는 미국 농무부와 무역대표부에 로비를 하여 한국의 쇠고기 검역기준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뼛조각, 갈비통뼈, 등뼈 따위가 적발되더라도 아무 문제없도록, 30개월 이하이건 30개월 이상이건 따질 필요도 없도록 쇠고기 수입조건을 바꿔버린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쇠고기 협상과 촛불의 진실

미국 농무부와 무역대표부는 한·미 FTA 미국 의회 비준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한·미 FTA를 하려면 쇠고기라는 통행료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16일 미 상원의원 2명과 주한미대사를 만나 "기자들이 없으니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좋고 싸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리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쇠고기 문제가 FTA 비준 등 한미간 제반 현안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쇠고기 시장 개방이 조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08SEOUL102.html)

주한미대사관이 2008년 1월 17일자로 작성한 3급 비밀문서를 보면, 현인택 전 장관이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와 이명박 당선인의 방미순방을 논의하면서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면서 "이당선인이 쇠고기 이슈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시장에 개방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08SEOUL102.html)

버시바우 대사도 2008년 3월 25일자 2급 비밀문서를 통해 "이대통령이 4월 16일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에 쇠고기 시장 전면 재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했다. 또한 이대통령 참모진은 4월 9일 총선 전까지 협상타결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미 대사에게 밝혔다. 이 문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의 통상팀은 이대통령 방미까지 미국측 요구에 맞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협상을 물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보고한 대목이다. 또한 주한 미대사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비준을 위해 필수적으로 쇠고기 시장을 재개방해야 한다고 정당화시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08SEOUL592.html)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 점령은 이미 현실이다. 한미FTA 이후에는 SRM이 포함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도 한국의 밥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사진은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한미FTA 비준 이후 30개월 이상 쇠고기 전면개방은 시간문제일 뿐

2010년 8월 4일 미국 상원 농림식량위 청문회에서 맥스 보커스 재무위원장은 한미FTA와 관련해 "한국은 월령과 부위에 상관없이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은 "한미FTA의 2가지 핵심쟁점(자동차, 쇠고기) 중 하나"라고 답변했다. 또한 커크는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 측과 쇠고기 시장 개방 협의에 나서겠다고 확언한 바 있다.

그런데 2008년 한국의 촛불시위에 놀란 미 축산업계와 행정부는 한미FTA 미국 의회 비준의 선결조건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요구를 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失)이 많을 수도 있다면서 맥스 보커스 의원을 설득하여 우선순위를 바꾸었다. 다시 말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이후 한미FTA 비준에서 한미FTA 비준 이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으로 순서만 바꾼 것이다.

따라서 2011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순방에 맞춰 미국 의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하고, 이후 한국 국회에서 날치기나 야합을 통해서 한미FTA가 비준된다면 그 다음 순서는 바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개방이 될 것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이 국회 앞에서 릴레이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저지 범국본

이렇게 되면 최근 광우병으로 수입이 중단되었다가 30개월 미만, 내장 제외 등을 조건으로 수입이 재개된 캐나다도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요구할 것이다. 만일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캐나다는 다시 한 번 WTO에 제소를 하거나, 한-캐나다 FTA 결렬을 위협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말 이명박 정부는 한-호주FTA 협상의 진전을 위해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전면 철폐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한-EU FTA가 타결됨에 따라 조만간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EU 국가들도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기준으로 유럽산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결국 한·미 FTA로 시작되어 촛불을 거쳐 한미FTA로 끝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독화살이 되어 우리를 덮치게 될 것이다. 이제 1% 부자들의 싸움에 우리의 밥상을 맡길 것인지는 99% 민중들의 손에 달려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