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11일자 기사 '‘사람들’의 희망이 살아났다'를 퍼왔습니다.
‘야권 연대’ 특별기획 (1)
토요일인 3월 10일 아침, 인터넷을 열어 보니 ‘야권 연대 새벽에 극적 타결’이라는 큼직한 제목이 맨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8일을 ‘최종 시한’으로 잡았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심한 진통을 겪은 끝에 마침내 야권 연대 합의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밝은 얼굴 안에는 난산을 거듭한 야권 연대 협상의 책임자로서 그들이 겪은 고통과 피로가 배어 있는 듯했다.
▲ 야권연대가 극적으로 합의를 이루면서 10일 오전 국회의사당 귀빈식당에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4.11 총선 국민승리를 위한 야권연대 조인식'을 열고 야권연대 합의문에 서명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박철중 기자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22일 동안 두 야당은 언론과 많은 국민들의 싸늘한 눈총에 시달려야 했다. 민주통합당은 제19대 총선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인물들을 다수 공천하는가 하면, 학연이나 정파에 치우친 ‘사천’으로 흐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과정에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을 크게 앞질렀다는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지지율이 3~5%를 맴돌면서 숙원인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이 지나친 목표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두 야당이 비틀거리고 있을 때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은 더 커지는 일이다. 그대들은 지금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지상목표이거늘 눈앞의 이익이나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이름없는 사람들의 피맺힌 외침은 듣지 못하는가?’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4년 동안 한국 사회는 제동장치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급속도로 역주행을 계속해 왔다. 주권자인 국민을 섬기면서 자연을 보존하고 환경을 개선해야 할 대통령이 ‘토목건설업계의 우두머리’처럼 4대강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는가 하면 1% 남짓의 특권층에게 갈수록 더 큰 부와 권세를 주는 것을 일삼다 보니 ‘사람들’의 삶은 갈수록 고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형부터 친인척과 측근에 이르기까지 갖은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바람 잘 날이 없고 대통령 자신의 ‘내곡동 사저’ 땅 매입을 둘러싼 불법행위, 청와대가 본부가 된 국민 도청사건, 수구언론에 대한 온갖 특혜, ‘낙하산 사장’을 통한 공영방송 사유화, 방송언론인들의 총파업으로 이명박 정권은 빈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이 간절히 기대하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정부, 뒤로 굴러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가게(진보) 하는 정치세력의 집권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렇게 막중한 과업은 민주통합당 혼자서 이룰 수 없는 일이라서 제2야당인 통합민주당과의 연대는 필연이다.
야권 연대는 마침내 현실로 나타났다. 한명숙 대표는 합의문 조인식에서 ‘살점을 도려내는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며 이해관계보다는 대의를 생각하며 큰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부터 시작된 야권 연대 노력은 바로 오늘을 위한 것이었다.’라면서 ‘오늘의 이 합의가 반드시 야권의 전국적 총선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지도부는 당장 당내에서 격렬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 분명하다.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에 양보하기로 한 9개 지역의 경쟁자들이 ‘합의’에 불복하면서 저항하거나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앞으로 두 당이 경선지역으로 정한 전국 지역구 76곳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지도부가 훌륭한 관리 능력을 보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두 당은 합의문을 통해 ‘제19대 국회 공동정책 핵심의제’와 ‘향후 추진방향’을 밝혔다. 핵심의제는 1) 서민, 중산층의 ‘고통 해소’를 위한 ‘민생안전’ 5대 과제, 2)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의 ‘적폐 청산’과 ‘역사 복원’을 위한 5대 과제, 3)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향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실현 7대 과제, 4) 이명박 정권이 체결한 한미 FTA의 시행 반대, 5) 제주 강정마을 군항 공사의 재검토 추진이다. 두 당은 ‘세부 실천 방안과 정책 개발을 위한 협의 지속’과 ‘공동정책의제 실현과 이행 점검을 위한 상설기구 구성’을 약속했다. 두 당이 국민 여론을 귀담아들으면서 합의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하면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주도하는 야권 연대가 ‘자동적으로’ 총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2010년 6월 2일의 지방선거 결과를 근거로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전국적으로 야권 연대의 수준이 지금보다 한참 낮았는데도 놀라운 승리를 거두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 비해 한나라당은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석수가 반 토막이 난 반면 민주당은 3배로 늘었다. 1995년부터 한나라당이 계속 독점했던 강원도와 경남에서 야권 도지사가 탄생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특히 서울의 경우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구청장을 모두 차지했으나 6·2선거에서는 4명 당선에 그치고, 민주당이 21명의 당선자를 냈다. 경기도 기초단체장도 민주당 19 대 한나라당 10이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지도부와 총선 출마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6·2선거 시기에는 광역 또는 기초 지역에서 시민사회 중심의 단일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진 데가 많았고, 막판에 어렵사리 연대가 성사된 서울시장과 경기 지사를 빼고는 오랜 시간에 걸친 단일화 노력으로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을 추천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두 당의 연대 합의 내용을 보면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도 있다. 민주통합당의 전략공천 1호로 서울 도봉갑에서 일찌감치 후보가 된 인재근 여사가 통합진보당 이백만 후보와 경선을 하겠다고 선언한 일이라든지, 협상 과정에서 단일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컸던 통합진보당의 심상정 공동대표(덕양갑)와 노회찬 대변인(노원병), 그리고 전략공천을 받았던 민주통합당의 정세균 의원(종로)과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군포)이 경선을 수용한 것이 대표적인 보기이다.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두 당이 아주 중요하게 접근해야 할 것은 이번 총선이 단순한 ‘이명박 정권 심판’이 아니라 수구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을 꾀하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결전이라는 현실이다.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박세력’이 근자에 이명박과의 ‘결별’로 치달아 왔다는 사실은 전혀 뉴스가 아니다. 박 위원장은 보수진영 안에서 그래도 개혁적이라고 보이는 인물들과 젊은이를 비대위에 ‘영입’하고 나서 ‘과거와 단절하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박 위원장은 과거와 단절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현재에서 벗어나 밝은 미래를 향해 갈 수도 없는 정치인에 불과하다. 그는 5·16 쿠데타 이후 18년 동안 대한민국을 전체주의적 공포정치, 재벌을 비롯한 특권층과의 유착, 인권과 언론자유 탄압, 그리고 난잡한 사생활을 일삼은 독재자 박정희의 맏딸이자 정치적 상속자이다. 그런데도 그는 아버지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죄도 하지 않았다. 그런 자세로 어떻게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겠는가?
박 위원장은 자연과 환경을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적이 없고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를 바르게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일도 없다. 게다가 그는 수구보수세력의 대변지나 마찬가지인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와 매일경제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오는 4월 11일의 총선은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는 민주세력’과 ‘역사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앞으로 돌리려는 진보세력’이 힘을 모아 수구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을 막고 진정한 ‘민주진보 공동정부’를 세우기 위한 전초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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