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5일 토요일

"MB는 미국의 빵셔틀을 자처하지 마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04일자 기사 '"MB는 미국의 빵셔틀을 자처하지 마라"'를 퍼왔습니다.
[현장] 한미FTA저지 촛불집회 이틀째

한미FTA저지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3신(종합):오후 9시 30분]고등학생 참가자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의 빵셔틀을 자처하지 마라"

오후 7시20분께 시작한 촛불집회는 2시간 여가 지난 오후 9시30분께 끝났다. 이날 집회는 많은 참가자가 참여했던 전날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차분한 속에서도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는 뚜렷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FTA 비준안을 강행하는 한나라당에 맞선 싸움을 ‘개념과 무개념’,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차단하기에 급급한 이명박 정부를 향해 ‘쫄지 않겠다’고 했다.

무대에 오른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민주진보세력이 집권해도 소용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이 투쟁은 진보냐, 보수냐의 싸움이 아니라 매국이냐 구국이냐의 싸움”이라며 “한미FTA는 모든 공공정책을 미국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용납 못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싸워서 이 망국적 한미FTA 비준을 저지하자”고 주장했다.


4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한미FTA저지 촛불집회가 열렸다.

네티즌 ‘안단테 사랑’(45)은 “지난 5년여간 촛불을 들고 끌려가면서 막으려고 했던 한미FTA였다”며 “정부는 한미FTA를 체결하면 이익이 돌아갈 것처럼 말하지만 미국 기업이나 한국 재벌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 5년동안 싸워온 것도 물거품이 된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한 여고생은 “평소라면 야자를 하고 있을 시간인데 국민을 위한 정부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여고생은 “정부에서는 나라가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피폐해지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 명심하라.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한미FTA가 통과되면 우리는 미국의 속국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4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한미FTA저지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들.

신일고 1학년 김태균군은 “지금 싸움은 상식과 몰상식, 개념과 무개념의 대결”이라며 “집에서 아이가 무개념하게 행동하고 고집피울 때 어른들이 사랑의 매로 다스리듯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군은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데 한나라당을 몰아내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저의 미래를 보장해달라. 그리고 쫄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군과 함께 무대에 오른 청소년도 “FTA는 협상인데 우리나라는 미국의 빵셔틀 역할만 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의 빵셔틀을 자처하지 말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국민과 소통하라”고 밝혔다.

한편 내일(5일) 오후 7시에는 서울광장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민 촛불대회가 개최된다. 참가자들은 “내일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하지만 비가 온다고 해서 우리가 촛불을 들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미FTA를 강행할 것이다. 5만, 10만이 모이는 촛불집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4일 한미FTA저지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고생들.

[2신:오후 8시 30분]여고생들 "깨어있는 99%가 1%를 위한 정책 막아내야"

시간이 지날수록 넥타이를 맨 회사원 등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가자들은 단지 자유발언을 듣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등으로 집회 현장을 촬영하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또 집회 현장 건너편인 9호선 국회의사당 역 인근에도 일부 시민들이 모여서 집회를 지켜보고 있으며 지나가는 시민들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한미FTA 폐해를 설명하거나 반대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한미FTA 통과를 강행하려는 한나라당을 규탄했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국민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길 때까지 집회에 참여할 것’,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강행할 경우 총선, 대선에서 심판할 것’이라는 말도 많이 나왔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여고생 진솔 양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사춘기 소녀마냥 국회 문을 걸어잠그고 한미FTA를 통과시키려는 국회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솔 양은 “2년 뒤면 얻을 투표권으로 옳은 선택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이명박 정부는 학생들, 국민들을 무시하지 말고 듣는 시늉이라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미FTA저지 촛불집회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자신을 강남에 산다고 소개한 30대 남성도 “FTA를 통과시키기 위해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세력이 있는데 열받는 것이 저만은 아니”라며 “서민들의 지지를 자기 편한대로 이용하는 한나라당 의원을 꼭 심판해야 한다. 다음 선거에는 헌법적 가치가 무너지지 않고 국민들이 배신 당하지 않는 선거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인천 Y여고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한 여고생도 “한미FTA 체결은 한일합병처럼 한미합병을 맺자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참 똥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학생은 “이명박 4대강 사업을 통해 국세 낭비, 물고기 떼죽음만 만들었지 국민을 위해 해준 것이 하나도 없다”며 “시한부 정부가 남은 시간이라도 제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반값등록금, 무상교육과 같은 정책을 펼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인천에서 온 또다른 여고생도 “1%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깨어있는 99%가 막아야한다”며 “우리에게는 힘이 있다. 이제는 무관심한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여고생들 “17살 먹은 우리도 알아요. 정신 차리세요”


한미FTA저지 촛불집회 참가한 여고생들

한나라당 청년위원회라고 적힌 문서를 들고 있는 20대 남녀가 ‘키득키득’ 웃으며 소녀들의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한참 동영상을 찍고 있던 두 남녀는 “뭘 알겠냐 너네가”라고 말하며 택시를 타고 촛불집회장을 떠났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서 17살 촛불소녀들을 만났다.

이들은 연신 수다를 떨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며 자유발언을 경청하고 있었다. 영락없는 17살 여고생이었다. 하지만 한미FTA 이야기를 꺼내자 천진난만한 표정은 이내 사라진 채 똑 부러진 말투로 조목조목 한미FTA의 문제점을 말했다.

4일 오후 7시께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촛불집회에서 만난 인천에서 온 촛불 여고생 이예린, 구수진양은 한미FTA에 대해 “여고생들이 무엇을 알겠느냐고 말하는 분이 많겠지만 그건 오해다”라면서 “학교 친구들과 매일 같이 한미FTA에 대해서 문제점에 대해 토론한다”고 밝혔다.

구수진양은 “어제 학교에서 FTA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면서 “특히 친구들은 의료쪽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FTA를 통해 의료민영화가 된다면 치료비가 오르고 혜택은 줄어들어 우리가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예린양은 “FTA도 문제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는 더 싫다”면서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라고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았지만 오히려 대통령은 자신의 배만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나 살펴보니 국민들을 괴롭히는 것만 골라 하더라”면서 “공약한 것은 하나도 안 지키고, 국민들을 못살게 구는 것 같아 너무 싫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두 여고생은 “우리도 곧 투표권이 생길 것”이라면서 “무슨일이 있더라도 한나라당 같은 당은 결코 찍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똑바로 했으면 좋겠다. 정말 꺼림칙해서 절대 않찍을 것”이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끝으로 이들은 “제발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람들이 정신 차리고 국민들이 원하는대로 행동했으면 좋겠다”면서 “17살 먹은 우리도 아는 것이다. 제발 정신차리세요”라고 한나라당 의원과 대통령을 향한 충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1신:오후 7시 30분]한미FTA비준 저지 긴급문화제, 여의도에서 시작...시민들 속속 모여


4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진행된 한미FTA저지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

한미FTA비준 저지 긴급 문화제가 4일 오후 7시20분께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작됐다.

집회장소에는 오후6시30분께부터 수업을 마치고 온 중고등학생, 회사를 퇴근하고 온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모였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참가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도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무대에 오른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은 더 많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수출을 늘리면 국민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갤럭시, 현대차가 팔리지 않아 불행한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현대와 삼성이 돈을 못 벌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돈이 많을수록 양극화되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이제 집어치어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이 열어놓은 시청광장에 AGAIN 2008을 외치며 모일 때 더 많은 국민들은 행복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5살 자녀를 둔 박희진씨는 무대에 올라 “우리가 지금까지 공공복지를 위해 한국사회를 바꿔왔는데, 한미FTA가 통과되면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된다”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 법보다 한미FTA, 미국법이 상위에 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조중동은 우리 시민들을 왜곡하고 색깔입히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은 FTA에 대해 잘 알아가고 있다”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한국사회를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우리의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한편 는 오후 7시부터 촛불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시청할 수 있다.


4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진행된 한미FTA저지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

"디지털 방송 전환, 이대로 가다간 대재앙 될 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05일자 기사 '"디지털 방송 전환, 이대로 가다간 대재앙 될 수도"'를 퍼왔습니다.
60% 가구 피해 예상… 취약계층 셋톱박스 지원 등 대책 마련 시급

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 TV를 켰는데 멀쩡하게 보던 지상파 TV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고?
정부는 현재 방송중인 아날로그 TV방송을 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에 종료하고 디지털화된 TV방송만을 서비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동일한 프로그램을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방송으로 동시에 송출하고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TV만으로도 방송 시청이 가능하지만 2012년 12월 31일 새벽부터는 디지털 수신 기기 없이는 지상파 TV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을 뿐더러 정부의 홍보나 지원 정책이 미흡해 수백만 가구가 지상파TV를 볼 수 없는 '대재앙'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4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2011 가을 디지털 방송 컨퍼런스'(주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협회 미래방송연구회)는 디지털 전환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방송계의 우려와 불만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선, 디지털 전환 정책으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 즉 디지털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안테나나 혹은 공동주택 수신설비를 갖추지 않을 경우 2013년부터 지상파 TV 방송을 볼 수 없는 가구는 약 252만 세대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11월 통계청이 조사한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전체의 13.3%로 221만 가구로 집계됐는데 이를 세대로 환산하면 252만 세대다.
특히 252만 세대 중 많은 수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디지털 전환 취약 계층으로 추정되는데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보편적 시청권'을 뺏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소득 하위 50%에 대해 디지털 방송 수신 기기의 비용으로 4만 5천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같은 수준으로는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유료방송을 같이보고 있는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는 약 73만 세대인데, 정부은 유료방송을 보면서 지상파 방송을 병행해 보고 있는 가구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  
컨퍼런스 토론회에 참여한 신진규 DTV코리아 교육사업팀장은 "유료방송 병행 취약계층이 아날로그TV로 직접수신하고 있다면 디지털컨버터 8만원, 안테나 개보수 15만원 등 약 20만원내외의 비용을 들여 전환해야 한다"며 유료방송 병행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유료방송에 가입해 지상파 TV 방송을 보고 있는 91.1%의 사람들도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TV를 보유한 케이블 방송 가입자도 디지털 상품에 가입하지 않고는는 아날로그 방송만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케이블 가입자의 70%가 저가형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돼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 방송 정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국내 전체 시청 가구로 따지면 약 60%가 디지털 방송 시대에 준비가 부족한 셈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정부의 지원 예산도 보기 민망할 수준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 디지털 방송 전환 예산으로 1046억원을 책정했는데 지난 7월 디지털 방송 전환을 마무리한 일본은 4년 동안 12조원을 쏟아부었고, 지난 2009년 전환을 마친 미국의 경우도 34억 달러, 3조7천억원을 썼다.
최천규 DTV 코리아 전략기획실장은 "시골에서 연속극 보면서 웃고 울고 즐기는 우리 부모님들이 도시에 사는 아들한테 유료방송을 달아주라고 해야 하겠느냐"라며 정부에 쓴소리를 냈다.



특히 디지털 방송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국민 홍보를 통한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데도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은 "정부의 정책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니 대비를 알아서 하라는 형식"미라며 "열심히 설명해도 한달 전이나 하루 전에 한꺼번에 전환하는 현상이 나타날까 걱정이다. 보다 풍성한 홍보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정책위원은 이어 "시청자 입장에서 원해서 하는 전환도 아니고, 100% 지원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실제 스웨덴의 경우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몇달 앞두고 방송 전환 대상자 가구 약 40%가 한꺼번에 수상기와 안테나를 사는 등 국가적 문제가 되자 결국 정부가 수상기 30만대를 무상으로 뿌린 전례가 있을 정도다.
자발적인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했을 시 고화질, 고음성의 방송이라는 것 말고도 또다른 '메리트'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진규 팀장은 또다른 '메리트'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면 지상파 방송 5개 채널 이외도 다른 채널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가 디지털 방송 전환을 하면서 추진하는 채널 재배치 방안과 주파수 회수 정책은 방송계의 반발이 거센 또다른 골칫거리다.
방송계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시 채널을 변경하게 되면 수신자 혼란을 일으키고 송신기 채널 변경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며 최소 10개월의 유예기간을 줘야 하고 채널재배치에 따른 비용도 현실적인 손실 보상이 필요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700MHz 대역의 주파수를 회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파수 장사'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로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부 입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신승한 방송통신위원회 홍보과장은 "채널 재배치에 따른 비용으로 191억원을 손실 보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박병열 KBS 기술기획부장은 KBS에서만 채널재배치 비용이 약 365억원이 예상된다며 정부의 예산 부족을 지적했다.
박병열 KBS 기술기획부장은 토론회 마지막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하는 것이냐, 아니면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는 것이냐, 한번 묻고 싶다. 디지털 전환은 비용은 들지만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일이다. 최소한 수신환경을 개선시키고 자발적 전환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청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4년 ‘정치검찰’ 잔혹사

이글은 서프라이즈 2011-11-03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 4년 ‘정치검찰’ 잔혹사'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4년 ‘정치검찰’ 잔혹사 
정치수사·표적수사 연전연패… 철저한 검찰개혁이 해답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미네르바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PD수첩 사건, 김상곤 경기교육감 사건.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이 무리한 기소, 무리한 영장청구, 별건수사, 피의사실공표 등으로 법정에 세운 이른바 ‘정치사건’이다. 그리고 모두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망신’과 ‘배신’의 연속을 당해야 했다.
표적수사는 없다?… 검찰의 치욕
그동안 정치수사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는 ‘표적수사, 보복수사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3월 “과거 정치가 검찰권을 이용한 때가 없지 않았다. 새 정권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영욱 뇌물수수’ 수사 직후인 2009년 12월에는 “걸핏하면 ‘정치수사’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수사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지 않나. 흔들림 없이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실은 달랐다. 참여연대가 매년 발표하는 ‘이명박 정부 검찰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3년간 검찰이 얼마나 무리한 기소와 정치편향 수사를 했는지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정치편향 수사를 지휘한 검찰 수뇌부 명단과 담당 사건 검사의 실명이 포함돼 있다.
올해 발표된 보고서는 2008년 이후 사건 가운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한 사건을 선정했다. 먼저 부실수사 사례로는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 그랜저 검사 수사, 스폰서 검사 수사, 천신일 회장 대우조선해양 관련 수사,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로비 수사를 들었다.
수사권 남용 사례로는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수사, 김상곤 경기교육감 직무유기 수사, 정연주 KBS 전 사장 배임수사,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위반 수사, PD수첩 명예훼손 수사, G20 포스터 쥐그림 수사, 최열 환경재단 대표 횡령 수사, 사회주의노동자연합 국가보안법 수사, 전교조 교사 정당가입 수사 등이 꼽혔다.
참여연대는 “가장 엄정하게 ‘정의와 형평’을 수호해야 할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전(前) 정권 관계자나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세력에게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일삼으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검찰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정치검찰’의 전형적 행태다.



정치검찰의 연전연패
검찰이 정치탄압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졌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가 대표적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노 대통령은 그해 5월 23일 비극적 죽음을 택했다.
끼워 맞추기 수사, 표적수사, 망신주기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 속에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압박을 받고 검찰총장이 사퇴까지 했지만 검찰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세운 방식 그대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특정 기업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 → 참여정부 인사 관련 진술 확보 → 보수언론의 피의사실 공표 → 검찰의 본격 수사 → 보수언론의 집중보도’로 이어지는 행태는 노 대통령의 서거 이전과 판박이였다.
그러나 검찰은 연전연패했다. 특히 ‘정권반대 세력’ 수사에 대한 재판 대부분은 무죄로 판결 났다.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와 마찬가지다. 무능한 데다 무리수까지 뒀다는 비판이 ‘법원의 무죄판결’을 통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곽영욱 사건’ 재판에서는 검찰이 재판부한테 ‘공소사실 변경 검토’를 권유받는 수모를 겪기까지 했다. 검찰 쪽 증인들이 조사 때와 달리 진술을 번복하거나 스스로 부정했다. 재판부로부터 공소사실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당했다. 법정에서 무리한 신문을 진행하다가 재판부로부터 제지도 당했다.



검찰개혁이 답이다
검찰은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됐다. 법리가 아닌, 정권 의중이 반영된 무리한 기소를 강행하면서 ‘정치검찰’ 잔혹사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패검찰, 무능검찰, 패륜검찰’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검찰이 한 사람을 두 번 기소해 모두 패하는 ‘드문 기록’을 세웠다. 검찰의 역사에 남을 만한 치욕적인 기록이다.
검찰에 대한 신뢰는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제 검찰 스스로의 반성과 쇄신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두 번째 무죄판결이 있던 다음날 법원 결정을 공개적으로 성토하고 나섰다. 자성은커녕 사법권에조차 도전하겠다는 오만함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검찰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검찰 권력을 감시, 견제할 시스템이 없는 한 검찰개혁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사법제도 개혁에 적극 참여했던 김인회(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비서관은 “검찰개혁은 사법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뒤 ‘검찰권한 견제와 분산’을 개혁방향으로 제시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검찰의 정치중립 보장,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법무부의 문민화, 과거사 정리, 국민참여제도 확충 등을 들었다.
그러나 국민의 참여와 국민적 지지가 없이는 검찰을 개혁하기는 힘들다. 참여정부는 역사상 처음 검찰개혁을 국가 과제로 상정하고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은 부분적 성공에 그쳤다. 국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1년 11월 02일
노무현재단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77008 

    http://www.seoprise.com/etc/u2/396219   

생수로 빨래 하기?-전기 난방기기, 겨울 대정전 부를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물바람숲블로그 2011-11-04일자 글 '생수로 빨래 하기?-전기 난방기기, 겨울 대정전 부를라'를 퍼왔습니다.
물 끓여 발전하느라 60% 버리는 고급 에너지로 난방은 비효율 극치
원가 아래 전기요금, 원전 확대가 부른 공급 위주 전력정책이 근본 원인

▲전기 난방기기를 찾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전기온풍기 매장의 모습. 이정아 기자.


만일 생수를 붓고 세탁기를 돌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달려들어 말릴 것이다. 사람이 마시기 위해 애써 만든 ‘고급 물’을 빨래하는데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요즘 사무실이나 식당, 가정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 난방기기로 추위를 이기려는 것은 생수로 빨래하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허투루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에너지 낭비를 넘어 무분별하게 전기 난방기기를 사용하다가는 올 겨울 자칫 대규모 정전사태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지난 2일 에너지시민연대가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정책토론회 ‘겨울 전력 대란, 전기난방을 잡아라’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대중화하고 있는 전기난방의 문제점을 짚었다.


▲냉방과 난방이 모두 가능한 시스템에어컨. 최근 140만 대가 보급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혹한일 때 보조히터를 가동해야 하는 등 전력수요가 높아 피크전력의 6%를 차지한다.


맹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월17일 정오 전력수요는 7313만㎾를  기록하면서 그해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훌쩍 넘겼다. 냉방기를 많이 트는 여름철 전력 피크보다 겨울철 전력 피크가 더 높아진 건 2009년부터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기소비가 모든 난방을 전기로 하는 프랑스나 영국형으로 접어들었다는 조짐”이라고 풀이했다. 프랑스는 전력의 80% 가깝게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지만 난방 수요가 몰리는 겨울철엔 외국에서 전기를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겨울철 전력 수요가 폭증한 배경에 전기난방의 증가가 놓여 있다. 사실 겨울철 피크는 2000년대 초·중반에도 나타났다. 정부가 남아도는 전기를 값싼 심야전기로 판매하자 농촌의 심야전기 수요가 크게 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피크는 한밤중인 밤 11시~12시 사이에 나타났지만 최근의 겨울철 전력수요는 낮 11시~12시 사이에 치솟는다.  전기 난방기기를 주로 가동하는 시간이 이때이기 때문이다.


▲전기스토브. 전국에 640만대가 보급돼 있다.

 가장 많이 보급된 난방기기는 전기스토브로 약 640만 대에 이른다. 이어 히트펌프로 냉·난방을 모두 하는 시스템에어컨(EHP) 140만 대, 전기온풍기 120만 대 등이 최근 급속히 보급됐다. 이밖에 음식점 등에서 손님이 앉은 바닥을 순간적으로 덥히는 데 널리 쓰이는 전기 패널, 농업용 창고나 시설원예 등에 많이 쓰는 전기열풍기, 집집 마다 한 두 개씩 있는 전기 담요와 전기 장판이 대표적인 전기 난방기기이다.

▲전기온풍기. 120만대가 보급돼 있다.


문제는 겨울철 피크 때 이들 전기난방으로 인한 부하가 전체의 25%나 차지한다는 것이다. 전기 난방기기 가운데 전력 피크에 기여하는 비중은 전기온풍기와 시스템에어컨이 각각 24%로 가장 높고 전기스토브가 16%, 전기 패널 5%, 전기장판 2% 등의 순서이다.

피크 때 난방 부하의 용도는 상업용이 702만㎾, 산업용이 680만㎾, 주택용이 475만㎾로 상업용 난방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기 난방이 각광은 받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 편리하고 싸기 때문이다. 

다른 화석연료에 견줘 전기는 그을음도, 폐기물도 나오지 않고, 금세 난방효과가 나고, 필요한 곳에만 난방을 할 수 있는 등 여러 모로 깔끔하고 쓰기 편한 에너지이다. 하지만 전기가 생산되는 모든 과정을 돌아보면, 눈앞의 편리함 뒤에는 엄청난 낭비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화택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열과 일의 관계로 이 문제를 설명했다. 일을 열로 바꾸는 것은 쉽지만 열로 일을 하는 것은 힘들다. 일은 100% 열로 변환이 가능하지만 열을 100% 일로 변환시키지 못하는 것은 열역학의 기본법칙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섭취한 칼로리의 18%만을 일로 바꿀 수 있다. 나머지는 체온과 신체를 유지하는데 쓴다.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에서도 투입된 에너지의 약 60%는 폐열 등으로 버려지고 전기 형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30~40%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전기를 만들려면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든 다음 이것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많기 때문이다. 


▲열이 일로 변환되면서 에너지가 손실되는 과정. 자료=한화택 교수


석유의 에너지가 100이라면 보일러에서 열로 만들 때 95가 되고, 이 열을 터빈에서 일로 만들면서 45로 줄어든다. 다시 발전기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면서 40이 되고 송전선에서 또 5% 가량의 손실을 보면서 가정이나 사무실로 배달이 된다. 결국 애초 에너지의 3분의 1만을 사용하는 셈이다. 전기 대신 석유를 태워 열을 얻었다면 3배나 효과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 교수는 “전기 난방기기의 효율이 높다고 광고하는데 애초 전기난방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100% 효율인들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효율적이면서도 전기 난방기기가 급속히 늘어나는 핵심 이유는 전기 값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한 교수가 예시한 계산 결과를 보자.

월 320㎾h의 전력을 써 약 5만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에서 2㎾급 전기스토브를 쓴다고 하자. 하루 3시간을 쓰면 추가요금은 약 7만원으로 전기요금은 12만원 정도가 된다. 만일 매일 8시간 동안 충분히 쓴다면 추가요금 30만원을 합쳐 35만5000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한 달 내내 따뜻하게 보내는 비용으로 터무니 없다는 느낌은 안 든다.

만일 같은 전기히터를 사무실에서 쓰면 어떻게 될까. 하루 8시간을 틀어놓아도 산업용 전기는 단가가 싸기 때문에 한 달에 3만 7000여원만 더 부담하면 된다. 주택과 마찬가지로 월 320㎾h의 전력을 쓰는 사무실이라면 이렇게 풍족하게 히터를 틀어놓고 지내도 한 달에 전기요금은 6만 7000원에 불과하다.
겨울철 전기난방 수요가 전기 단가가 싼 상업용과 산업용에 집중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태 뒤엔 원가의 86.1%에 불과한 전기요금의 문제가 있다. ㎾h당 전기요금은 주택용이 120원인데 견줘 산업용 77원, 농사용 43원, 교육용 87원, 심야전기 51원 등이다.




한 교수는 “연탄 한 장의 발열량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연탄이 490원이라면 석유는 2400원, 전기는 4800원”이라며 “전기가 등유나 가스보다 싸기 때문에 전기난방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철 전기난방 문제와 정전위기의 근본원인을 우리나라 전력정책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영탁 교수는 “1990년대 전기수요 촉진정책과 2000년대 전기요금 억제 및 세제와 요금정책 간의 부정합이라는 정책 실패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지속가능한 전력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제까지의 전력 정책은 원전을 확대해 저요금-저효율-고수요-고갈등의 경로였고, 이는 정부가 원전의 자기 확장 논리를 관철하도록 방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심야전기와 전기난방으로 인한 연료비 손실만 연 1조원을 웃돌고 이산화탄소 추가배출도 연 700만t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조 교수는 “원전 확대로 공급을 늘리는데 급급하지 말고 수요관리와 올바른 전원 구성을 통해 고요금-고효율-저수요-저갈등의 경로로 바뀌어야 한다”며 “에너지 세제와 요금, 온실가스 감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에너지 관련 통합 부처 설립 등 독립적인 규제기구 설립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서민의 마지막 온기 전기장판
전기방석은 전기스토브의 50분의 1 전력 소비

▲어느 기초생활수급자의 겨울나기. 전기장판과 나무를 태운 숯이 난방기구의 전부이다. 김명진 기자.

전기 난방기기 가운데 전기장판, 전기담요, 전기방석 등은 서민이 혹한을 이길 마지막 수단이기도 하다. 집 전체를 난방하지 않고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세 서민 가운데는 따로 기름보일러를 가동할 여건이 안 돼 전기장판만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 주로 사용시간이 심야시간이어서 겨울철 피크가 나타나는 오전 10~12시와 오후 4~6시 동안에는 사용률이 낮아 전력 수요피크를 악화시키지도 않는다.

전기 난방기기라고 획일적으로 수요를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같은 전기 난방기기 가운데서도 전기방석은 전력소비가 매우 적어 전기스토브나 전기온풍기처럼 전력 소비량이 많은 기기의 대체품 구실을 할 수 있다. 마치 여름철 선풍기가 에어컨을 대체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전기방석의 소비 전력은 전기스토브나 전기온풍기의 2% 정도에 그친다. 에어컨이 선풍기 30대의 전기를 소비하는 것처럼 전기스토브 한 대는 전기방석 50개가 쓰는 전기를 잡아먹는다.

[사설] 최시중 위원장은 ‘종편 대변자’ 노릇 그만두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04일자 사설 '[사설] 최시중 위원장은 ‘종편 대변자’ 노릇 그만두라'를 퍼왔습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대표들을 만나 12월 개국하는 종합편성채널을 편드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 위원장은 이들에게 “종편과 에스오들이 채널협상 과정에서 서로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데, 그러지 말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론 시청자를 들먹였지만 사실상 종편을 거들며 압박을 가한 꼴이다. 방송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통위원장의 말이라 엠에스오 처지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분명한 월권이자 부도덕한 행위이다.
잘 알려진 대로 채널 배정을 둘러싼 종편과 엠에스오의 협상은 거의 막바지에 와 있다. 그동안 조·중·동과 매경 등 종편 4사는 ‘황금채널’로 불리는 15, 16, 17, 18번을 전국 단일번호로 달라며 시종일관 고집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엠에스오의 채널 배정권과 시장질서를 무시하고 자기 이익에만 골몰한 셈이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양쪽의 합리적인 자율교섭을 조정하기는커녕 협상 막바지에 직접 종편을 편들며 ‘종편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다.
더욱이 최 위원장은 에스비에스(SBS)과 문화방송(MBC)이 독자적인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만들어 광고 직접영업에 나서려는 것까지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국회에서 “(문화방송 등) 방송사의 직업영업이 (방송광고)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지리라고 단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편과 지상파의 직접영업이 광고시장을 약육강식의 진흙탕으로 만들고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는 정부가 종편을 허가하며 내건 미디어산업의 건전한 발전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상식마저 뻔뻔스럽게 부인하며 여론 공공성과 다양성 확보에 눈을 감고 있다. 방송의 과열경쟁을 막으려면 종편이 민영 미디어렙에 포함되는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인데도 미디어렙법 문제를 국회에 미루고만 있다.
최 위원장이 직분에 조금이라도 충실해지려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종편의 폭력적인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지상파의 광고 직접영업 움직임을 바로잡는 게 그것이다. 이런 책무를 수행할 생각이 없다면 방통위원장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는 것이 옳다.

[사설] 역사적 사실 판단을 왜 장관이 하나, 학계에 맡겨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04일자 사설 '역사적 사실 판단을 왜 장관이 하나, 학계에 맡겨라'를 퍼왔습니다.
역사 교과서 교육과정 각론과 교과서 집필기준 문제로 역사학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1일엔 거의 모든 역사학 연구모임을 망라한 역사학회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3일엔 학계 대표자들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항의했으며, 4~5일엔 역사학대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진다. 이제 논의는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의 차원을 넘어 학문의 자유와 독립성 침해의 문제로 발전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정치권력이 좌우하려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엊그제 역사학회 대표자와 한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각론 재고시 문제와 관련해 “역사적 사실과 교육적 측면, 헌법 정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이지만, 판단은 장관인 자신이 하겠다는 것이니 본질적으로는 변한 게 없다. 역사적 사실에 과한 문제를, 교육적 측면 따위를 고려해 판단한다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이다. 사실은 사실로서 존중해야지, 교육 운운하며 각색하고 뒤튼다면 학문은 성립할 수 없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이 장관은 어제 헌법학자들과도 면담했다. 헌법적 측면에서 의견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대표격인 헌법학회 대표는 빼고 은퇴한 원로들만 만난 것도 문제지만, 이것 역시 학계에 맡길 일이지 장관이 할 일은 아니다. 정부는 학자들이 논의할 수 있는 장만 제공하면 된다. 여론 수렴의 모양새를 갖추려는 의도겠지만, 학계의 반발만 더 키우는 일이다.
지금의 사태는 역사 교과서를 정권이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독재적 발상에서 비롯됐다. 학자들로 구성된 교육과정개발 연구위원회가 개발하고,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완료한 각론(안)을 이 장관이 제멋대로 바꿔버린 것이다. 얼치기 학자와 이념의 노예인 보수언론의 선동에 놀아난 것도 문제지만, 교과서를 정치화·이념화시켜버린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학문의 자유와 중립성에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사태는 심각하지만, 해결 방안은 간단하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과 해석은 학계에 맡기면 된다. 학문적 차원에서 보면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의 논란, 독재정권 문구 삭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 따위의 쟁점은 손쉽게 정리된다. 진보·보수, 좌우를 막론하고 학계의 의견도 대체로 하나로 모인다. 정치가 학문을 지배하려고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사설] 한-미 FTA, 아직 논의할 시간 더 필요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04일자 사섫 '한-미 FTA, 아직 논의할 시간 더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동의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여야가 국회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자유무역협정 동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비준 동의안 처리 시기와 방식 등을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은 국론이 분열될 정도로 맞서 있는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국회에서 끝장토론을 벌이는 등 이미 충분히 논의했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토론 자체만으로 국회가 충분하게 의견수렴을 했고 협정의 여러 문제를 심사했다고 보기 어렵다. 토론에서 제기된 쟁점들에 대해 시비를 가리고,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끝장토론 이후에도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준안을 강행처리하면, 토론이 여당의 강행처리를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쟁점으로 떠오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는 특히 그렇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둘러싼 양쪽의 의견은 완전히 반대다. 같은 사안을 놓고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는 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 조항이 협정 비준의 최대 관건이 된 만큼 여야는 별도 논의기구를 만들어서라도 심도있는 토론을 벌여 최대한 이견을 좁혀야 한다.
투자자-국가 소송제 갈등이 첨예화한 것은 정부·여당 쪽의 비현실적인 주장 탓이 크다. 소송제가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필요한 제도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는 협정 내용과도 맞지 않는 현실성이 없는 논리다. 미국은 기업활동 규제 권한이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에 있다. 그런데 미국 주정부의 모든 규제는 이번 협정에서 포괄적으로 유보를 인정받았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불이익을 당해도 주정부의 규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이 제도를 활용한단 말인가.
이런 조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민들은 이제야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단계다. 다양한 방식의 논의를 더 진전시켜 협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이 통과시켰다고 우리도 서둘러 처리해야 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여당이 국민들의 이런 요구를 억누르고 비준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범국민적인 거센 저항에 부닥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설]대기업 따라하는 중견기업의 편법 증여·상속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4일자 사설 '[사설]대기업 따라하는 중견기업의 편법 증여·상속'을 퍼왔습니다.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세금을 탈루하고 자녀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넘겨준 중견기업 대표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한다. 국세청은 그제 국제거래 등을 통해 편법적으로 부(富)를 대물림한 사실이 드러난 기업인과 전문직 종사자 등 11명으로부터 2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14명을 추가로 세무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재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부의 편법 상속·증여 행위가 중견기업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세청 조사 결과 중견 제조업체 대표 ㄱ씨는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투자펀드에 본인이 보유 중이던 회사 지분을 싸게 넘긴 뒤 펀드 소유자를 아들 명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여세를 한 푼도 안내고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겼다가 법인세와 증여세 800억원을 추징당했다. 역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 회사에 송금한 돈으로 자원개발사업을 해온 ㄴ씨는 투자소득을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해외 계좌에다 숨긴 뒤 부인 명의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들통났다. ㄴ씨가 탈루한 소득세·증여세는 25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사회적 감시망이 강화됨에 따라 이를 피하기 위해 국제거래를 활용한 부의 대물림 시도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부가 그동안 대기업의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에 허술하게 대응함으로써 중견기업들까지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법 증여·상속의 유혹을 받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재벌이 오너 일가 소유의 비상장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경영권을 물려주는 등 물을 흐려놓았고, 정부가 이를 제대로 정화하지 못한 결과다. 여기에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가 효과적으로 추적과세되지 못함에 따라 편법 상속·증여의 주요 경로로 부상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 재벌마다 조세피난처에 평균 10여개에 이르는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세금 탈루를 적발했다는 발표를 들은 바 없다. 

일반적인 세금 탈루도 마찬가지지만 천문학적인 부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고스란히 대물림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 정서로도 용서할 수 없고, 조세 정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엄중히 단죄해야 마땅하다. 기업이 비싼 세무사·변호사를 동원해 이런 식으로 잔머리를 굴려 납세의무를 회피한다면 제대로 된 사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조사 중인 14건도 연 매출 5000억원이 넘지 않는 중견기업이 대상이라는데 무엇보다 대기업부터 본보기로 다스리겠다는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 윗물을 맑게 해야 아랫물도 맑아진다.

[사설]‘교육난적(敎育亂賊)’ 오명 자초하는 이주호 장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4일자 사설 '‘교육난적(敎育亂賊)’ 오명 자초하는 이주호 장관'을 퍼왔습니다.
교육 행정이 말이 아니다. 정치는 물론 경제·복지·노동·외교도 그렇지만 작금의 교육정책은 너무 헝클어졌다. ‘총체적 난맥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의 난맥상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핑곗거리라도 있다지만, 역사교육과정 논란에서 대학개혁에 이르기까지 뒤죽박죽인 교육 난맥상은 순전히 잘못된 정책 탓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난맥상이 교육의 근간을 뒤엎는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의 독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장관은 엊그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준 발표 시점을 2~3일 미룬다고도 했다. 잘못됐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꿈쩍도 않더니 이제와서 하루이틀 생각해서 바로잡겠다는 것인지, 재검토 흉내라도 내며 밀어붙일 명분을 쌓겠다는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무리하게 교육과정 개정을 서두른 것도, 정체불명의 정파적 단체가 뒷문으로 고친 역사교육과정 개정안의 고시를 강행한 것도 이 장관이다. 애초 역사학계의 검증을 무시한 채 소모적인 이념 논란을 불러놓고,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2~3일 재검토’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 장관이 헝클어놓고 있는 건 역사교육만이 아니다. ‘사교육과의 전쟁’이라고 요란을 떨었던 교과부는 고교입시의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설계가 잘못돼 빈사상태인 자율형사립고를 살려보겠다며 ‘선발 자율’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자사고도 살리고 사교육도 잡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이 장관의 교육자치 해코지는 도를 넘었다. 사사건건 민선교육감의 딴죽을 걸더니 급기야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에 교과부 대변인을 앉혔다. 혁신실험과 교육자치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대학개혁은 완전히 엉켰다. 비리척결을 외치면서 퇴출됐던 옛 비리재단에 복귀의 길을 터주고 있다. 부실대학을 솎아낸다며 하는 일도 가관이다. 취업률 잣대로 인문·예술 대학에 ‘부실’ 딱지를 남발하는가 하면, 법으로 정해진 국공립대 총장직선제를 없애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끊겠다고 겁박했다. 부실을 도려내랬더니 생살을 잘라내는 게 ‘이주호식 대학개혁’이다.

조선시대 성리학 정신과 질서를 문란케 하는 집단을 가리켜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 했다. 요즘 역사학계는 역사교육과정을 문란케 한 이 장관을 ‘사학난적(史學亂賊)’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다. 교육자치가 훼손되고, 사학비리는 극성이고, 대학의 민주화가 후퇴하고, 교육격차는 더 벌어지고, 성적순 줄세우기의 고질은 더 덧나고 있다. 이런 교육 난맥이라면 이 장관은 ‘교육난적(敎育亂賊)’이란 오명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사설]한나라, 한·미 FTA 비준 서두를 이유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4일자 사설 '[사설]한나라, 한·미 FTA 비준 서두를 이유 없다'를 퍼왔습니다.
정부·여당이 당초 예정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은 일단 무위에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까지 보내며 비준을 독려했으나 국회는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야 간에 막후협상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 핵심 현안은 물론 한·미 FTA를 둘러싼 본질적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도 한·미 FTA 비준 강행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에 따른 엄청난 후유증을 우려하기 때문일 터이다.

한·미 FTA 비준을 위한 1차 시도가 무산된 것을 계기로 이 협정이 갖는 위험성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ISD가 갖는 위험성은 이미 정부 내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외국인 투자자가 국제 관습법상 공정·공평 대우 위반, 간접 수용(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할 경우 승소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측은 “내부 교육 자료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정부 관련부처가 ISD의 위험성을 인정한 것은 그 의미가 간단치 않다. 이런 우려는 비단 국내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관료를 지낸 일본의 한 경제학자는 ISD를 ‘독이 든 만두’라며 ‘일본이 한국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한·미 FTA 체결의 성과만 내세우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비준 무산을 둘러싼 여당의 내부 사정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그제 자신의 트위터에 “FTA 처리 문제에 있어 집토끼가 중요한 영남권은 속전속결을, 산토끼가 중요한 수도권은 합리적 처리를 주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보수 언론에다 공영방송까지 총동원해 한·미 FTA 여론몰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 여당 내에서조차 강행처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마당이다. 급기야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미 FTA 반대를 반미·좌파 세력의 준동이라고 비난하며 색깔론까지 들고나왔다. 더 이상 논리 싸움을 포기한다는 실토나 다를 바 없다.

한·미 FTA와 같은 협정은 한번 가면 돌이킬 수 없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같다. 이것으로 야기될 수 있는 ‘어두운 미래’에 대해서는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장밋빛 미래만 선전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이성적인 태도다. 한나라당은 비준 무산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릴 게 아니다. 청와대가 밀어붙인다고 집권 여당이 계속 앞장서야 할 일인지 이제야말로 진지하게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한다. 여당 스스로 지금 역사의 심판대에 섰다는 절실한 자각이 필요한 때다.

2011년 11월 4일 금요일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 박원순에게 거는 기대

이글은 대자보 2011-11-04일자 기사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 박원순에게 거는 기대'를 퍼왔습니다.
[강상헌의 글샘터] 구태정치에 물들지 않는 새 서울시장에게 당부함

“서울대 다닌 적도 없는 사람이, 그것도 서울법대를 다녔다고 사기 치다 들통 났다며. 요즘 세상에도 그런 ××가 있네.” 

“하여튼 정치하는 ×들이란. 쯧쯧, 믿을게 없어.”

재보선 전날인 10월 25일 오후 서울의 지하철에서 들은 얘기, 비교적 잘 차려입은 40대 후반 여성들이었다. 영리한 ‘그들’의 선거운동은 이런 효과를 노렸겠다. ‘그 사람’은 지금 서울시장인 당시 박원순 후보다.

‘정치가를 믿을 수 없다’는 그 한탄이 틀린 건 아니리라. 그러나 한탄을 불러온 그 이야기는, 아니다. 되레 그런 말을 생산한 쪽이 화살을 맞아야 했다. 말을 비틀면 이렇게 ‘사실상’의 거짓말이 된다. 그러나 “하여간 서울법대는 아니지 않느냐? 내가 거짓말 했느냐?”고 눈에 불을 키고 억지를 쓰면 상대는 할 말을 잃게 된다. 

또 그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시민운동가라는 직함으로 그는 일해 왔다. 기왕 나온 얘기이니 좀 구차하더라도 엉뚱한 오해를 하는 분들을 위해 조단조단 그 전말과 그런저런 ‘의혹’들을 몸소 얘기해 주기 바란다. 일부라도 그를 사기꾼으로 알면 곤란하지 않는가. 시민운동이 뭔지도 친절하게 더 설명해주면 좋겠다.

투표 다음날인 27일, 인터넷 관련 페이지들은 박 시장의 첫 업무 등을 묘사한 신문과 방송의 ‘용비어천가’들로 빼곡했다. 물론 언론의 당연한 업무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판세’에 따른 자기 회사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가늠하는 잣대가 속뜻임을 상당수 시민들은 곧잘 읽어 낸다. 선거의 결과가 그걸 말했다. 

어떻게든 ‘좌파 박원순’을 망가뜨리려 힘쓰던 그 입들의 ‘세련된’ 논리는 다 어디 갔을까? 전력 질주하던 그 힘을 채 다스리지 못한 것일까? 꼼꼼히 살피니 ‘박원순 월급 전액 기부 거짓말 가능성 높다’ ‘종친초(종북 친북 촛불군중) 오너 서울 장악!’이라는 ‘안티 박’ 성격의 제목도 아직 눈에 띄기는 했다.

이런 말과 글, 신기한 논리를 생산하는 이들도 실은 그 실체를 안다. 예를 들자면 ‘후보 박원순’이 서울법대에 다녔다고 어디엔가 적히게 된 까닭을 안다. 그러나 전말의 설명을 뺀 채 딴청을 부리고 정색하며 너스레를 떤다. 왜? 독자, 시청자가 오해하라고 그런 것이다. 소위 흑색선전이다. 더럽다.

그 배후에는 당연히 ‘정치가들’이 있다. 정치의 문법이 그렇게 굳어져 있는 것을 더 어떻게 하겠는가? 구제불능으로 치고 한 구석 쯤에 일단 놓아두자. 

언론은 그들의 고객인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누가 그러더라’하며 그 말을 전하고 확대재생산한다. 때로 분명한 거짓이나 악의적인 왜곡, 과장임을 알면서도 짐짓 ‘누가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고 강변한다. ‘누가 말한’ 그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이미 언론의 일이 아니다. 

일부 정치가와 광고주의 ‘말씀’만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 힘(권력)이 없거나 광고비 낼 돈이 없는 이들에게 언론은 없다. 언론의 마음은 더 이상 독자를, 시청자를 향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러울 정도다. 서글프지만 사실이다.

글이, 사실의 표현이 남을 해치려는 뜻을 품으면 이미 악마의 도구다. 시민을 좌절하게 하는 고문기계가 되기도 한다. ‘냄비 속 개구리’ 얘기가 있다. 천천히 온도를 높이면 삶겨 죽을 지경이 되어도 웃는다고 했던가. 우리의 말귀와 글눈을 더 밝히고 맑힐 필요가 있다. 불의의 세력이 짓는 꼼수와 모략을 단박에 박살낼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비록 이 정권이 들어선 이래 살림이 어려워 숨을 헐떡거리고는 있지만 정직한 언론이 다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겨우 안도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교육방송 고전강좌에 대한 외압 얘기가 압권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모욕’이라며 김 교수는 시위의 팻말을 들었다. 중단한다 했다가 여론의 압력으로 강좌를 계속하기로 했단다. 대단한 코미디가 빚어졌다. 레임덕의 또 한 형태인가? 

작가이며 연출가인 김상수 씨는 얼마전 세상의 정의 없음을 직시하는 연극 ‘택시택시’를 공연했다. 줄거리를 설명 듣고 한 기자가 “우리 신문은 정의나 원칙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단다. ‘그러면 언론은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물으려다 포기했다고 그는 말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 아니냐는 것이다.

그 모욕감과 황당함은 독자이고 시청자인 우리 시민들의 몫이기도 하다. ‘나’를 우롱하는 ‘그들’의 행실에 대한 정직한 감정인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애써 못 본 척 해왔거나 그 느낌을 숨겼다. 이런 ‘규제’는 이미 상식이다. 스스로 알아서 기는 자기 검열이 일반화됐다. 먹고는 살아야지, 독재가 고개를 들면 인간이 이렇게 초라해진다. 지금 우리는 박정희 시대인가?

‘박정희 치하에서 서울대를 다니다 그만 둔’ 박원순 새 서울시장도 이제 정치인이다. ‘정치하는 ×들’의 그 대열에 끼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해야 할 터, 권력 곁에는 항상 제 이익만 챙기는 다양한 ‘어둠의 세력’들이 있다. 많다. 정치는 생선과 같아서 뭍에 오르면 그 순간 상하기 시작한다. 

그가 사악한 옛 정치 문법의 시험에 드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눈 크게 뜨고 감시할 것이다. ‘친구 박원순’ 마저 잃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부탁하건데, 그 문법책을 착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내용으로 완전히 새로 써 주었으면 좋겠다. 전혀 새로운 필진으로, ‘큰 책’을 써야 할 시점이다. 

언론인 / 글샘터 미디어(www.textwell.co.kr) 대표 / 우리글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