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8일 금요일

포내천 생태탐방, 자연이 이끈 동심 여행동심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의 물바람숲블로그에서 퍼온글입니다.



어럼풋한 안개 낀 8km 돌고 돌아 그때 그 풍경
추억의 먼지 털어내고 불러낸 들꽃, 새,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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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내천 뚝방길을 걷고 있다.

한강 하구에 위치한 김포시는 '한반도 안의 반도'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16개의 하천과 55개의 소하천을 가지고 있는 평야지대이다. 7월2일 포내천을 탐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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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내천 하류 모래톱이 쌓여 있다.

통진면 옹정리에서 시작되어 6개의 소하천을 거느리고 있는 포내천은 평야를 사이에 두고 한강과 만나는 김포 하천의 특징과 달리 모래톱도 있고 야산을 끼고 감돌아  8㎞를 흘러가 월곶면 포내리 염하강과 만나는 하천이다.

지루했던 장마가 잠깐 물러가 날씨는 흐렸지만 탐방하기엔 덥지도 않고 어렴풋이 안개가 껴 분위기 있는 날이었다. 탐방 길에 나선 30여 명의 사람들도 너무나 즐거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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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엉컹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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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어나 손톱 크기의 아주 작은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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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까치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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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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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쑥부쟁이

포내천 둑길에는 들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어린 청개구리도 보였다. 하천엔 흰뺨검둥오리, 쇠백로, 왜가리. 중백로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보인다.

괭이갈매기가 물고기 한 마리를 주웠다. 손바닥 만한 큰 놈이다. 괭이갈매기에게는 횡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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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를 주운 괭이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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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마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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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뺨검둥오리

뚝방에 핀 꽃 이름을 일행인 남영애씨가 물어본다. 김선화씨가 성의껏 답해 준다. 어린 시절 무심코 지나갔던 식물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 하나 꽃 이름을 외운다.

포내천을 따라 내려가다가 포내리 동네를 지나 논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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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을 설명하는 김선화씨, 모두들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벼가 제법 포기가 커져 힘차게 자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렁이, 거머리, 달팽이, 소금쟁이, 벗풀이 있고 개구리밥이 논물을 가리고 있다. 유난히 우렁이가 많아 이 지역은 무농약 농법을 하는 곳으로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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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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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실잠자리. 다리에 타원형 방패 모양의 부속기관이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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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 옆에 우렁이 새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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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먹이를 노리는 대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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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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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한참을 걸어 논길을 벗어나니 염하 강이 보인다. 철책으로 막혀있는 염하 강 옆길을 따라 걷는다. 철책 아래 토종 흰 민들레와 토종 민들레가 보인다. 왠지 반갑다.

서양민들레에 밀려 보기 힘든 토종 민들레를 만났기 때문이다. 김선화씨가 설명한다. 토종민들레는 꽃받침이 위로 올라가 있고 서양민들레는 아래로 쳐져 있다고. 박주가리 잎에 중국청남색잎벌레가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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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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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청남색잎벌레

철책선이 마음에 걸린다. 분단의 현실 때문일까? 괭이갈매기는 자유롭게 철책을 넘나든다.

포내천이 끝나는 수문 앞에 도착했다. 폐쇄된 옛날 강화대교가 철책선 사이로 보인다. 이곳이 포내천과 염하 강이 만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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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선 너머 폐쇄된 옛 강화대교가 보인다.

1시간 40분 정도 걷다 보니 휴식도 필요하고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메밀 막국수 집으로 향했다. 감자전에 시원한 막걸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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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으러 가는 길.

선 목부터 축이기로 했다. 모두들 잔을 들고 '자연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곧 이어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모금 막걸리는 청량제와 같았다. 모두들 시원해한다.

점심을 마치고 월곶면 포구곶리 둠벙으로 향한다. 둠벙은 논가에 있는 웅덩이를 가리키는 친근감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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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잡으러 어디로 갈까? 둠벙으로 향하는 일행들.

둠벙은 농수로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농경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아직도 포구곶리, 성동리, 용강리는 농수로 없이 저수지와 둠벙 물을 이용하고 있다. 

농수로가 설치되고 경지정리가 되기 전, 둠벙이 있는 논은 논에서 논으로, 논에서 밭으로 물을 흘려주는 생명의 근원이었다. 대부분 우물보다는 크고 깊이는 1m 이상, 가장자리는 돌이나 흙으로 쌓았다. 그런 둠벙이 사라져 가고 있다. 

지금의 관 농수로는 생물들이 빠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한다. 농수로가 발달하고 경지정리가 진행되면서 둠벙 논은 물구덩이 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이라면 농사철이면 물을 공급해주고 물고기를 잡던 둠벙의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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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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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따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지금 40~50대 장년층으로 시골에 살았던 이들에게 둠벙의 생태계는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었다. 둠벙은 수서곤충과 어류들이 모여드는 곳이며 생명이 탄생하는 소우주이다. 

걷던 도중에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보았다. 우르르 그곳으로 달려간다. 한욱큼씩 따서 입에 넣는다.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돌아간 것 같다. 자연은 우리에게 순수한 마음을 심어주는 것 같다. 나이를 구별하지 않고 받아주는 자연은 우리들 마음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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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길씨가 둠벙을 열심히 뒤지고 있다.

족대를 들고 최구길 씨가 둠벙으로 들어가 몰이를 한다. 박남순씨가 도움을 준다. 모두들 긴장된 모습으로 무엇이 나올까 지켜본다. 족 대를 들어 올렸다.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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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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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에서 잡은 수서곤충, 어류를 설명하고 있다.

미꾸라지, 붕어, 우렁이, 잠자리 애벌레, 참개구리 올챙이가 보인다. 장마 중이라 그런지 많은 종의 어류와 수서곤충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들 한다. 어린 시절 하지 못한 체험을 이제 하면서 무척이나 즐거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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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개구리 올챙이 뒷다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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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어난 참개구리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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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검문소에서 통과절차를 받고 철책 밖에서 유도를 관찰하였다. 유도는 염하강, 예성강, 한강, 임진강이 합치는 곳이며, 법적으로 한강수계가 끝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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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의 초병,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유도는 바위로 이루어진 55만 2750㎡ 규모의 섬이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산1번지가 주소다. 활엽수, 침엽수가 혼재해 있고 남한 쪽으로 갈대가 잘 형성되어 있다. 비무장지대인 유도는 사람들에게는 아픔의 섬이지만 새들에게는 평화의 섬이다. 떠내려 가던 섬이 머물러 생겼다는 뜻에서 머물 류(留)와 섬 도(島)자를 써 유도(머무루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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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

유도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저어새가 번식하는 곳이지만 4년 전 부터 보이지 않는다. 민물가마우지와 백로류의 숫자가 증가되면서 번식할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간혹 농경지를 찾아드는 저어새가 관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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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에 유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고라니가 새끼를 데리고 외출했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탐방자들의 얼굴은 자연을 닮아 있었다. 자연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을 가졌나 보다.

윤순영/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의회 이사장

2011년 7월 7일 목요일

환경기자의 방사선 피폭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의 물바람숲블로그에서 퍼온글입니다.



교통사고로 수십 차례 X레이 찍고 얼마 뒤 체르노빌 취재
혹시나 해서 검사받아보니 2 개 염색체 이상…이 게 뭘까

ct.jpg ▲ 컴퓨터 단층촬영(CT) 모습. 이 과정에서도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박종식 기자

이제 1년이 다 되어 간다. 지난해 8월 (여름휴가 2주일을 앞두고) 불의의 교통사고가 났다. 나는 잠시 정신을 잃었고(목격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았고 단지 횡설수설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한강성심병원에 실려갔다. 

얼마간의 기억을 잃은 것 외에는 괜찮았다. 단지 갈비뼈 서너 대가 부러지고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약간 찌른 정도였을 뿐(뭐, 정말로 괜찮습니다).

수술을 마친 의사는 폐에 물이 차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매일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한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두어 차례 엑스레이를 찍었다(0.1mSV*2회*30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러진 뼈가 없는지 골 스캔이라는 검사(10mSV*1회)를 받기도 했다. 혹시 머리가 좋아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뇌 CT촬영(10mSV*1회)도 했다. 검사들은 호전 상황을 알려줬고 나는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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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르노빌 취재 때 들른 버려진 유치원의 학용품.

people.jpg ▲ 파리쉬브 마을의 이반 이바노비치, 마리아 콘드라드빠나 부부. 체르노빌 한가운데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

지난 4월 체르노빌 취재를 다녀온 뒤, 선배의 권유로 원자력의학원에 가 방사능 정밀진단을 받았다. 체르노빌에서 얼마나 많은 방사선이 내 몸을 통과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붉은 숲'이라는 곳에서 방사능 측정기가 삑삑 댔던 기억, 좋은 사진을 건지려고 수풀에 묻힌 폐허의 유치원에 들어갔던 기억이, 간호사가 피를 뽑을 때 스쳤다. 

1단계는 혈액 검사. 일반적인 암 가능성 검사를 하는 것처럼, 혈액 수치로 급성 피폭인지 아닌지를 가린다. 2단계는 정밀진단. 혈액에서 1000개의 DNA를 채취해 배양한 뒤 염색체 변이가 나타난 게 있는지를 보는 거라고 했다. 

연구자들로서도 수작업이 필요한 귀찮은 작업이라고 했다. 1000개의 샘플 중에서 이동원형 염색체(dicentric chromosome)를 찾는 것인데, 엊그제 등기우편물이 날라왔다. 2개가 발견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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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마세요.) 다행히도 진단서에는 '방사선 피폭이 의심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이동원형 염색체 2개는 젊은 성인 남성에서 발견될 수 있는 수치라고 했다. 

하지만 나로선, 어쨌든 2개가 생겼다는 사실, 은 지울 수 없었다. 마눌님은 "야, 그러면 애기 낳으면 안 되는 거 아냐?"고 웃고, 나도 따라 웃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은 작게나마 묵직했다. 

얼마 전 일본 후쿠시마에서 취재를 벌인 KBS의 한 촬영감독에게선 이동원형 염색체 7개가 발견됐다. 그는 현재까지 후쿠시마 취재인력 중 유일한 피폭자인데(100명 이상의 기자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원자력의학원은 그에게 '방사선 피폭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바로 밑의 경계치에 있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불과 10여 명의 검사결과가 나왔을 당시에, 5개인 사람도 있었고 4개인 사람도 있었다. 원자력의학원은 6개 이상일 경우 피폭 선고를 내렸다고 한다. 나는 7개, 5개, 4개 그리고 2개를 되뇌이며 가슴을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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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7일 '방사능 비'가 내리자 시민들이 앞다퉈 우산을 쓰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소량의 방사선 피폭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김봉규 기자

개인적 공포에 더해 직업적 호기심이 발동해 아는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2개가 발견됐다고, 이건 어떠냐고.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1980년대의 연구결과를 보면 비노출 집단의 경우 세포 1만개 당 2개의 세포 이하로 나온다고 해요. 그렇다면 1000개이면 0.2개가 나와야 정상이겠죠. 하지만 의료기기 사용 등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방사선 노출량이 늘어났어요. 요즈음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보면 보통 1000개당 3개 이상일 경우 추가 피폭이 됐다고 봐요. 보통 2개까지는 일반인도 나올 수 있다고 하고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휴우, 정상 안에 들었다.  

그렇다고 이동원형 염색체가 그냥 생기는 건 아니예요. 주로 방사선의 때문이죠. 자연방사선이든, 인공방사선이든 방사선의 영향 때문에 생겼을 거라는 거에요. 지난해 교통사고 때 엑스레이 찍은 것이 원인일 수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이동원형 염색체는 90일 안에 소멸되지만, 저선량 노출의 경우 최대 3년까지 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세계적으로 2개면 보통, 이라는 말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자연방사선의 경우 사람이 사는 지역마다 노출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화강암 지반(라돈이 많이 나온다)이기 때문에 자연방사선 노출량이 외국보다 높다는 얘기도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방사선 노출량에 대한 국내의 통계 데이터가 없다는 것, 2개가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모른다는 것, 방사선의 인체 영향에 대해서 과학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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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선량 방사선에 의한 발암확률 모식도. 100명 가운데 평생 암에 걸려 죽는 사람은 42명(검은 원)이다. 이 가운데 자연방사선에 추가로 100밀리시버트의 인공 방사선에 쏘이면 1명(별)이 암으로 사망한다. 일반인 권고기준인 연간 1밀리시버트라면 1만명당 1명이 사망한다. 자료=미국 과학아카데미 2006년 보고서

이동원형 염색체 2개. 지난해 매일 찍은 엑스레이 때문일 수도 있고, 체르노빌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한국 젊은 남성의 평균치일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게 (우리의 인식론적 한계 내에서 내릴 수 있는) 논리적인 결론이다. 과학은 텔레비전에서 신문에서 아는 체 했건만, 결국 내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찜찜함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담론이 활활 타올랐다가 훅 꺼졌다. 그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과학의 권위를 빌어 안심하라고 안심하라고 했다. 

방사능에 대한 과학의 가설은 통계학에 기대어 있다. 이를테면 연간 1mSV에 노출되면 1만명당 암 발생자가 1명이 늘어난다는 것 혹은 어느 정도 노출량이면 괜찮다, 나빠질 것이라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은 경험을 통해 나온 통계적 결론이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서 체르노빌 원전 이튿날 그곳에 있었던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사람은 지금 백혈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고, 어떤 사람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했다(둘 다 피폭한계치에 이르러 이튿날 즈음 원전 주변에서 소개된 이들이다).

그게 과학과 통계가 보여주는 '빈 공간'이다. 과학의 불확실성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과학이 세계에 대해서 아는 것은 20%인데, 우리가 그 20%에 기대어 세계를 다 안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2011년 7월 5일 화요일

4대강 삽질로 붕괴, 제2 제3의 왜관철교 더 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의 물바람숲블로그에서 퍼온글 입니다.

영풍교 교각 보호공 뜯겨 나가고 우곡교는 일부만 설치
유속 빨라져 급속 침식 우려…낙단교·박석진교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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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영풍교. 교각 아래 보호공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지난 25일 새벽 무너졌던 구 왜관철교는 교각보호공을 시공하지 않은 부분이 유실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교각보호공을 했다면 유실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척이나 강했던 태풍 루사나 매미 때는 교각 보호공 없이도 무너지지 않았던 왜관철교입니다만 4대강 사업 후 불과 200mm의 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 교각이 준설라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고 둔치 위에 있어서 보호공 설치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김정훈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은 <SBS> 뉴스 인터뷰에서 보강공사를 하면 국민들 세금이 많이 드니 꼭 해야 하는 부분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4대강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제대로 된 분석조차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교각 아래가 침식되는 세굴은 흔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를 막기 위한 기술도 다양하게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강물이 어떤 식으로 교각 주위를 세굴시키는지 나와 있습니다. 물은 교각을 지나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켜 주변을 파냅니다. 그림에는 모래를 예로 들어놓았는데, 물은 커다란 돌도 옮길 수 있습니다.

수량과 경사, 물길의 변화는 유속을 크게 좌우합니다. 4대강 사업은 수량이 늘어나게 했고, 강바닥을 기존보다 3~6m 낮추고 매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유속은 사업 전보다 훨씬 빨라졌고 (2~3배) 그 만큼 더 세굴도 많이 일으키게 됩니다. 더 크고 튼튼한 보호공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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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대도물산 http://www.ddms.co.kr/

그런데 '세금을 아끼기' 위한 조처였는지 왜관철교 외 다른 교량에서도 교각보호공 공사를 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교량은 교각보호공 공사를 마친 상태로 비교적 안전해 보입니다만 제가 직접 관찰한 본류 교량 8곳 중 2곳이 특히 위험해 보였습니다. 

영풍교는 보호공 아랫부분이 벌써 뜯겨나간 듯 보였으며, 우곡교는 분명 수면과 맞닿은 교각임에도 보호공이 일부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답사를 하며 '설마'하며 지나는 길에 보이는 교량은 찍어두었습니다. 낙동강 본류구간 전체 교량이  62개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8개는 일부입니다. 나머지 교량에도 '세금을 아끼기 위해' 보호공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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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풍양면에 있는 영풍교입니다. 이 교량 아래와 위쪽 본류구간에는 하상유지공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른 구간에 비해 경사가 가팔라 침식 우려로 설치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유속이 굉장히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교각보호공 공사가 끝나 있었습니다만, 5월에 이곳에 갔을 때 우안 4번째 교각의 하부 보호공 부분이 떨어져 나가있었습니다. 시공과정에서 아랫부분이 누락된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든 저렇든 이것은 부실시공입니다. 4번째 교각은 다른 교각에 비해 더 큰 세굴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제2의 '왜관철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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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시 중동면의 중동교입니다. 물이 흘러가는 부분이든 둔치부분이든 모두 보호공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도넛처럼 생긴 세굴방지공도 설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 둥그런 물체는 기둥 주변에 설치하여 추가적인 세굴을 막습니다. 이곳은 비교적 안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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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단밀면의 낙단교입니다. 낙단댐(보) 바로 아래에 있는 교량으로 유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 중 하나입니다. 댐에 물을 가득담아 두었을 때는 흐르는 유량이 적어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만, 비가 많이 올 때는 수문을 개방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물이 흘러옵니다. 크게 위험한 지역인 만큼 더 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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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진미동에 있는 구미대교입니다. 시내에 있는 교량이어서 무너진다면 대단히 큰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준설량이 많고 직선화 된 부분이라 다른 지역보다 유속이 더 빠를 것이라 예상됩니다. 다행스럽게도 굉장히 깊은 곳까지 콘크리트 보호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튼튼해 보이지만 만의 하나를 생각한다면 이마저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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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붕괴된 왜관철교 하류 부분에 있는 제2왜관교 입니다. 모든 기둥에 대하여 보호공을 설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관철교도 이처럼 공사를 해두었다면 어제와 같은 사고는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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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현풍면의 박석진교입니다. 이 교량은 자체가 불안해 보입니다. 다른 교량에 비해 기둥이 굉장히 가늘고, 교각보호공도 그렇게 굵지 않습니다. 물론 상판도 2차선으로 넓은 도로는 아닙니다. 중심도 맞추지 못하고 삐뚤삐뚤 시공한 모습이 왠지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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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의 우곡교입니다. 첫번째는 좌안 하류쪽에서, 두번째는 좌안 상류쪽에서 찍었습니다. 세번째 사진은 두번째 사진 일부를 크게 확대한 것입니다.

다른 교량들과 다르다는 것이 한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제일 아래의 사진을 보면 교각보호공 일부가 없다는 걸 눈치채실 것입니다. 기둥 주변에 둘러져야 하는 콘크리트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장 아랫부분에 발파석으로 된 세굴방지 매트만 있습니다.

물살의 영향을 덜 받는 곳이라면 일부 시설만 설치하여 세굴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대로 물길이 난 곳에 있습니다. 즉 다른 기둥들과 마찬가지로 빠른 강물의 영향을 받습니다. 최소한 다른 기둥들과 마찬가지로 시공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풍교와 더불어 제2의 '왜관철교'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교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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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동읍에 있는 본포교입니다. 이곳은 보호공의 높이가 좌안과 우안이 다릅니다. '세금을 아끼기 위한' 조처였을까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쉽게 이해는 되지 않네요. 교각 위쪽보다는 아래쪽이 더 취약하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총 62개의 교량 중 불과 8개만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중 교각보호공 공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않은 영풍교와 우곡교는 굉장히 위험해 보입니다. 제2의 '왜관철교'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또한 댐(보) 바로 아래에 위치한 낙단교(낙단댐 아래)와 박석진교(달성댐 아래) 역시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교량들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세굴을 거친 뒤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공사를 중단하고 퍼 냈던 모래들을 다시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안전조처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에 하나 이 중 하나가 무너질 때 그 위로 지나는 차량이나 사람이 있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손을 봐야합니다.

김성만/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