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6일 금요일

후쿠시마 대재앙과 닮은 꼴, 고리 원전 사고 은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15일자 기사 '후쿠시마 대재앙과 닮은 꼴, 고리 원전 사고 은폐'를 퍼왔습니다.
핵재앙의 씨앗이 원전마피아의 머리와 가슴속에 있어

고리 원전 블랙아웃(전기공급 완전 차단) 사건의 파장이 그 끝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 정책을 고집해온 이명박 정권에 치명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촛불시위로까지 번진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실은 정직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낳은 사건이듯이 세계 최대의 원전재앙이 된 후쿠시마 사건도 도쿄전력의 실상 은폐와 판단 잘못 때문에 그 피해가 커졌다. 
이번 사건으로 원전과 원전마피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불신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특히 부산·경남지역 선거와 삼척 등 원전을 추가건설하려는 지역에까지 영향을 상당 부분 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올 12월 대선에서도 원전 문제가 여야 간 주요 선거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 이리 꼭 닮았을까. 후쿠시마 원전 재앙 발발 한 돌에 맞춰 터져 나온 고리 원전 대정전 은폐 사건은 1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시 원전을 운영하던 민간기업인 도쿄전력은 사고 보고를 늑장으로 한 것도 모자라 관련 상황을 은폐하고 대수롭지 않은 사고로 치부하며 대처했다. 그 사이 원자로 노심은 돌이킬 수 없는 용융으로 치닫고 있었다. 도쿄전력은 일본 총리에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했다. 도움을 주려는 미국의 지원도 거절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듯이 참담하다. 


▲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탈핵ㆍ탈원전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핵 없는 세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원자력을 확대하고 후손에게 핵폐기물을 넘기는 일은 죄악'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 삼아 시대착오적인 원전 확대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마피아에게 거짓말은 필수품인 모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건에서 대한민국의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들은 위험에 대처하는 제 1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했다.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투명성의 원칙을 말한다.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이 박종철군 고문살해 사건을 은폐하려 하다 오히려 정권이 붕괴되는 부메랑을 맞았듯이 대한민국 원전 안전 신화에 매달려온 원전마피아들이 불신이라는 부메랑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이고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 놀란 사실은 고리 원전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고에 대해서 알고 있었음에도 한 달 가까이 양심적인 고백을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진짜 무서운 마피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자신의 밥줄이나 자신의 직장에 대한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알 권리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 ‘은폐의 잠수함’에 동승한 모든 이들이 이 사건의 공범들이다. 
이번 기회에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전반적인 원자력안전체계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원전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실상이 제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가 과학기술부를 담당하던 기자로서 1990년대 중반에도 파묻힐 뻔 했던 원전사고를 당시 에 1면 머릿기사로 폭로한 적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일처럼 보고된 것이 엄청난 뉴스로 탄생한 것이다. 물론 그 보도로 필자는 특종상 1급을 받았다. 
당시 한국형원자로를 만들어 영광원전을 상업운전하기 위해 시험가동을 벌이던 중 사고가 생겼다. 부품이 떨어져 나와 원자로 핵연료봉을 계속 파괴해 출력이 높아져야 할 원전이 출력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험가동이었고 중간에 이를 탐지해 발전을 중지했기 때문에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만약 판단을 잘못해 계속 가동했더라면 연료봉 모두가 파괴됐을 수도 있다. 여기서 나온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만약 누출되는 사고로까지 이어졌더라면 정말 엄청난 문제가 생길 뻔했다. 결국 이 사고로 상업운전은 몇 개월 더 늦추어졌다. 
필자가 1년 남짓 과학기술부를 맡아 보도를 하던 때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나머지 시기에도 여러 사고들이 터진 것은 당연지사다. 이 가운데 일부는 방사성 물질 누출과도 관련이 있는 사고였으며 방사성폐기물 운반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 사건 당시 즉각 보고되고 국민들에게 보도자료로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뒤늦게 언론 또는 국정감사 때 알려지곤 했다. 원전마피아들에게 은폐와 보고 누락, 사건 축소는 다반사로 벌어지는 관행이었다. 2012년 지금의 시점에서도 이런 참 나쁜 전통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 이번 고리 원전 대정전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원자력마피아들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노심이 녹거나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중대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변명은 구차한 것이다. 위험, 그 가운데서도 일반 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험인 원전과 관련해서는 정직함과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돼왔다. 
그런데도 은폐와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것은 중대사고로 이어질 경우 일본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도 핵 대재앙의 씨앗이 원자력마피아의 머리와 가슴속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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