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8일 금요일

‘보’로 위장한 4대강 댐은 국가 테러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1-11-01일자 기사 '‘보’로 위장한 4대강 댐은 국가 테러'를 퍼왔습니다.
[Environment] ‘환경 파괴의 절정’ 이루는 4대강 사업과 브라질 벨로몬테댐

4대강의 눈물, 아마존의 고통


한국의 4대강에 건설 중인 16개 보와 브라질의 아마존에 세워지는 벨로몬테댐. 지구촌 정반대쪽에 위치한 두 사업의 공통점은 ‘생명의 물길을 끊는다’는 것이다. 반생명적 댐을 저지하려는 목소리들에 대해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점도 닮았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지난 10월6일 금강 백제보를 시작으로 개방 행사가 시작된 시점에 16개 보가 지닌 문제점을 다시 조명해본다. _편집자

최병성 환경운동가 겸 사진작가 저자 

강은 오랜 시간 자신이 만든 길을 따라 흐른다. 굽이도는 물줄기를 따라 다양한 환경과 생태계가 이뤄지고, 강변에 깃든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도 형성된다. 댐은 일순간에 이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우리는 흔히 댐을 홍수 예방과 물 부족을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댐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고향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아픔에 대해선 필요악이라며 무시한다. 하지만 댐은 홍수와 물 부족 문제를 다루는 만능해결사가 아니다. 
댐의 효용성은 과장됐고, 댐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일반인들에게 감춰져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건설업자들은 댐 건설을 위해 불합리한 선전을 남용해왔다. 가뭄이 든 해에는 물 공급을 위해 댐이 필요하다 하고, 홍수가 난 해에는 홍수 예방을 빌미로 댐 건설의 필요성을 홍보한다. 정부의 물 정책은 합리적이기보다 허위와 과장을 반복하며 국민을 속여왔다. 
1999년 강원도 영월의 동강댐 건설이 무산됐다. 정부는 동강댐 건설에 대해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동강댐을 건설하지 않으면 2001년 수도권에 2.6억㎥의 심각한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침 2001년 중부 지역에 200년 빈도의 가뭄이 발생했다. 더욱이 북한 금강산댐 붕괴에 대비해 화천댐까지 비워놓은 상태라 한강의 유입량은 8%나 줄어든 상태였다. 그럼에도 2001년 서울과 수도권의 물 사용에는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동강댐은 대한민국이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공급 과잉 국가’임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가뭄이 일어나면 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도시보다는 댐의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산간지역과 섬마을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아무리 댐을 많이 건설해 물이 많다 해도 정작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대도시의 물 공급을 위한 댐은 넘쳐났다.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사용 불균형 국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댐 건설이 아니라, 물이 부족한 지역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물 해결 대책이다.



댐 재앙의 총집약 ‘4대강 사업’
홍수 예방이 아니라 오히려 홍수를 조장해 주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댐도 있다. 경남 진주의 남강댐이 그 사례다. 2002년 집중호우로 남강댐의 물이 저장 능력을 벗어나자 남강으로 물을 흘려보냈다. 남강으로 흘러간 물이 낙동강 주변인 함안군의 강둑을 무너뜨리고 농토와 도로, 마을까지 흔적도 없이 휩쓸어버렸다. 낙동강의 홍수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태풍 ‘루사’가 닥쳤다. 남강댐은 다시 물로 넘실거렸지만 이미 발생한 홍수 피해로 인해 쉽사리 물을 뺄 수 없었다. 급기야 댐 상류 마을인 지리산 자락의 산청군 생초면이 댐에서 역류한 물로 침수되는 기이한 일까지 발생했다.
더 이상 물을 저장할 수 없는 남강댐은 댐 붕괴를 막기 위해 사천만 방수로를 통해 황급히 남해로 물을 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천만 일대의 양식장과 어장이 황폐화되고 사천시의 홍수 피해가 심각했다. 특히 사천 공군비행장이 남강댐에서 방류한 물에 잠기게 되자 공군단장이 권총으로 위협하며 남강댐 물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남강댐은 홍수 조절이 아니라 주변 지역에 홍수를 조장하는 흉기가 되었다.
과장된 물 부족 홍보는 동강댐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 부족과 홍수를 대비한다며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 달리 4대강 사업은 흐르는 강에 댐을 세워 물을 썩게 함으로써 먹는 물 부족 사태를 초래하고, 4대강에 건설한 16개의 ‘괴물 댐’은 홍수 예방이 아니라 홍수 재앙을 초래하는 ‘물폭탄’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은 물 부족과 홍수를 초래하고, 생태계 단절과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는 국토 파괴로서, 댐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악영향이 총집약된 참 나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어 오염’은 심각하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을 준설하고 한강 3개, 금강 3개, 영산강 2개, 낙동강 8개 등 총 16개 보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무마하기 위해 ‘보’라는 용어로 국민을 기만했다.
세계 대형댐학회는 대형 댐의 기준을 △높이 15m △댐 길이 50m △저류량 100만t △홍수 방류량 2000㎥/초 중에 하나만 해당돼도 대형 댐으로 간주한다. 4대강 사업 중 낙동강에 세우는 보의 경우 높이가 9~13m로 대형 댐에 조금 못 미치지만, 댐 길이는 평균 500m로 대형 댐 기준의 약 10배까지 이른다. 특히 저류량 기준으로 살펴보면 함안보의 저류량은 1억2700만t으로 대형 댐 기준 100만㎥의 127배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2010년 6월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낙동강 강정보 수문의 크기는 45×11m짜리 2개로 구성되며, 수문당 방류 능력은 3100㎥/초로 소양강 댐 수문(1125㎥/초)의 2.7배, 팔당댐 수문(1733㎥/초)의 1.8배”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는데, ‘보잘것없는 보에 달린 수문이 대형 댐인 소양강댐의 2.7배, 팔당댐의 1.8배’라며 스스로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왔음을 고백한 것이다. 더욱이 4대강 보에 달린 수문의 방류 능력이 3100㎥/초로서 세계 대형 댐 기준 2000㎥/초보다 1.5배 더 큰 댐임을 확인해주었다.
정부가 4대강에 세운 보들은 ‘길이’와 ‘저류량’, ‘초당 방류량’ 등을 살펴볼 때, 보가 아니라 대형 댐보다 몇 배 더 큰 대형 댐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은 강에 운하용 대형 댐을 줄줄이 세우는 사업이다. 

일제 40여 년보다 더 심각한 국토 파괴
‘강’의 반대말은 ‘댐’이다. 댐은 강의 흐름을 정지시켜 강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16개의 대형 댐을 세우는 4대강 사업이 초래할 가장 큰 재앙은 물을 썩게 함으로써 앞으로 취수원을 옮겨야 하는 사태를 맞는 것이다. 이는 상상이 아니라 곧 닥칠 현실이다. 4대강 사업의 모델인 서울 여의도 앞 한강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한강은 잠실과 김포에 세운 2개의 보 때문에 항상 물이 넘친다. 그러나 물이 썩어 여의도 앞 한강엔 취수장이 단 하나도 없고, 잠실보 위의 구의취수장과 자양취수장은 1800억원을 들여 최근 상류로 이전했다. 이게 바로 앞으로 4대강에서 벌어질 모습이다.
4대강 사업이 초래하는 또 다른 재앙은 홍수다. 이명박 정부는 홍수를 예방한다며 4대강을 준설하고 16개의 거대한 댐을 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4대강 공사로 그동안 홍수를 막아주던 강변의 습지가 대부분 파괴됐다. 이제 물로 가득 채워진 4대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형 물폭탄이 된 것이다. 
최근 선진국들은 홍수 예방책으로 원래의 자연 습지를 회복하는 길을 채택하고 있다. 제방을 허물고 직선형 운하를 구불구불한 자연형 곡선으로 만들고, 물이 넘칠 습지를 복원하고 있다. 변종 운하를 만드는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다. 4대강 사업이 잘못됐고, 위험한 재앙이 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역시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철새의 94%는 얕은 물가를 좋아하는 수면성 오리다. 강을 깊게 준설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철새 살 곳이 사라졌다.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던 ‘철새의 낙원’ 낙동강 해평습지가 준설로 인해 초토화됐다. 국내의 최대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역시 광란의 4대강 삽질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대한민국 하천에 사는 물고기는 얕은 여울을 좋아하는 저서성 어류다. 그러나 준설로 인해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이들이 살 공간이 사라졌다. 물고기는 ‘많은 물’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을 좋아한다. 4대강 사업은 생명의 강을 죽음의 수로로 만든 재앙이다. 

국민·환경·생명에 대한 국가의 테러

대구·경북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의 하나인 달성보 공사가 99%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 10월15일부터 오는 11월26일까지 보 개방 행사를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되는 경북의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 영주댐에서 댐 건설의 사기극을 잘 볼 수 있다. 총공사비 8380억원이 투입되는 영주댐은 높이 50m, 길이 380m, 총저수량 1억8100만t 규모(안동댐의 약 7분의 1)의 댐이다. 영주댐으로 인해 511가구가 수몰돼 강제 이주할 예정이다. 
과연 영주댐은 홍수를 예방하고 물을 공급해주는 타당성 있는 사업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영주댐 하류 지역에 100년에 한 번 정도 오는 큰 홍수가 날 경우 홍수 피해액이 83억원이란다. 공사비 8380억원을 들여 100년에 한 번 발생할 83억원의 홍수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영주댐 환경평가서는 댐의 필요성에 대해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하여 낙동강 유역의 연례 홍수 피해가 극심하여 홍수 재해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최대 피해 지역은 강원도 강릉·양양·삼척·고성·정선으로, 피해액은 전국 집계의 46%, 인명 피해는 58%, 이재민은 82%를 차지한다. 태풍 루사와 매미 때문에 큰 홍수 피해를 입은 낙동강 유역은 영주댐이 건설되는 내성천 주변이 아니라, 내성천과 아무 상관 없는 지리산 아래쪽인 진주 남강댐 주변 지역이었다. 
영주댐 건설 목적의 92%는 하천유지 용수다. 댐을 건설하는 이유가 홍수 예방과 먹는 물 공급이 아니라, 8개의 거대한 보를 세운 낙동강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영주댐 건설로 인해 지역 문화재의 수장뿐만 아니라, 하류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대 비경인 회룡포가 위태로워진다. 영주댐은 하천을 유지한다며 댐을 세워 내성천을 파괴하는 저급한 코미디다. 아무 타당성 없는 댐 건설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영주댐이 잘 보여준다.
1993년 ‘대안노벨상’(Alternative Novel Prize)을 받은 환경주의 사상가 반다나 시바는 “테러리스트는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만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댐 건설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긴 수몰민 역시 ‘파괴적 개발’이라는 테러의 희생자”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영주댐 건설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모두가 거짓이다. 아무런 타당성 없이 재앙만 초래하는 영주댐 건설과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강의 생명과 환경과 문화를 파괴하고, 국민의 삶터를 짓밟는 국가권력의 테러다. 

cbs5012@hanmail.net

월가 넘는 새 민주주의 향한 출발점


이글은 Economy Insight의 2011-11-01일자 기사 '월가 넘는 새 민주주의 향한 출발점'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시위의 중심 맨해튼 ‘리버티 스퀘어’의 의미
고병권 수유너머R 연구원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 참가자들이 지난 10월18일 뉴욕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면서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거시위의 중심 장소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리버티 스퀘어’(주코티 공원)는 지난 ‘9·11 테러’ 때 무너졌던 세계무역센터 바로 옆에 있다.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곳에는 지금 105층 높이의 ‘원월드무역센터’(One World Trade Center)가 건설 중이다. 알카에다의 공격을 받은 자리에서 미국에 대한 내부 공격이 시작됐다는 것은 참 묘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두 공격은 아주 다르다. 알카에다의 자살테러가 미국이 자행한 대외적 파괴가 끔찍하게 뒤집힌 버전이라면, 리버티 스퀘어에서 시작된 공격은 파괴보다는 활력에 기반하고 있다.

파괴가 아닌 활력이 낳은 시위
이 공원의 서쪽부터 살펴보면 우선 신나게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를 섞어가며 흥겹게 드럼을 치고 색소폰을 불며 클래식 악기들을 연주한다. 그 뒤쪽에는 침낭들이 쌓여 있는데, 거기서 누워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공원 가운데로 들어가면 주방이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장만하고 나눠먹는 곳이다. 음식은 대부분 선물로 들어온 것이다(유럽에서 누군가 주문해 배달된 피자도 있다). 주방 곁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쉬거나 간단한 치료를 받는 곳이 있다. 그 너머로 가면 미디어센터가 있다. 세계 곳곳에 이곳 상황을 알리고 거기서 들어오는 메시지를 여기저기로 퍼나른다. 미디어센터를 지나치면 사람들이 토론하거나 연설하는 장소가 나온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은 ‘마이크 체크’를 외치고 다른 이의 육성을 빌려 자기 말을 전달한다. 그 근처에는 책을 빌려주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동쪽 끝에 이르면 피켓 든 이들이 도로를 따라 쭉 늘어서 있다. 여기서는 각종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그 외에도 ‘월스트리트 점거하라’는 문구를 붙인 채 뜨개질하는 사람, 마사지하는 사람, 작은 공예품 만드는 사람 등이 곳곳에 있다.
매번 리버티 스퀘어를 방문할 때 ‘도대체 이곳은 뭐하는 곳인가’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혁명’이니 ‘계급전쟁’이니 ‘직접민주주의’니 하는 말들이 넘쳐나는 장소인데, 그 모습은 권력 탈취를 노리는 사령부보다는 맨해튼에 새로 생겨난 작은 공동체, 작은 마을 같다는 인상을 준다. 옷을 벗어던진 채 춤을 추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자고 두런두런 음식을 나눠먹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태초의 어떤 공동체를 보는 것 같다. 그 옆에서 인터넷을 통해 다른 대륙의 사람들과 지지 메시지를 교환하고 그것을 프로젝터로 상영하는 것을 보면 미래의 어떤 공동체를 보는 듯하다.
한때 이 공원의 입구에는 ‘민주주의는 직접적이다’(Democracy is Direct)라고 쓰인 표지판이 서 있었다. ‘바로 여기가 민주주의의 직접성이 드러나는 곳’이라는 뜻일 것이다. 언젠가 ‘민주주의의 재탄생(Rebirth)을 지지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어 그에게 그 의미를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 사람들을 싸잡아서 “월스트리트 돈을 받아먹는 놈들”이라고 욕했다. 그럼 ‘재탄생한 민주주의란 어떤 것이냐’고 묻자 그는 손으로 공원 안쪽을 가리켰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리버티 스퀘어는 일종의 ‘해방구’라고 할 수 있다. 해방구란 삶을 통제하는 기존의 모든 명령이 그 효력을 상실한 장소다. 경찰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이곳이 뉴욕의 법과 행정의 바깥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를 해방구로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법적·제도적 영향력이 탈각되거나 부차화한 곳이라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사람들의 삶을 규정해온 모든 원칙, 그리고 사람들이 목표로서 인정하거나 꿈꾸던 모든 지향이 판단 중지되고 브레이크가 걸리는 곳이라는 의미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불법’, ‘무자격’이라는 말이 오히려 효력 잃어
이 소박한 공원이 가진 급진성은 바로 거기에 있는 듯하다. 삶을 규정해온 원칙, 법과 제도가 판단 중지되는 곳이기에 여기서는 누구도 연령·직업·인종·문화·성적지향·국적 등을 이유로 자격 제한을 받지 않는다. 어느 미등록 이주자의 말처럼 여기서는 ‘불법의 인간’, ‘무자격의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각종 터부, 금기어들이 효력을 잃는 곳이다. 철학자 코넬 웨스트는 사람들에게 “‘혁명’이라는 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어떤 학자는 전후 수십 년간 미국 사회의 금기어이던 ‘자본주의’에 대해 이제는 솔직히 말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자본주의가 문제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사회가 좀처럼 용납하지 않던 각종 금기어들을 여기서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자신이 아메리칸드림이라고 불러온 삶의 이미지에 대해 괄호를 치고 있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추인했거나 꿈처럼 받들었던 삶의 유형을 타도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한때 많은 미국인들이 꿈꾸던 삶의 이름이지만, 이제는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탐욕과 도덕적 파산의 상징이 되었다. 월스트리트를 점거한 이곳에서 사람들은 그와는 다른 삶의 형식, 대안적 삶의 어떤 원형을 재주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주방에 결합한 생태주의자는 설거지한 물이 음식물 쓰레기를 거쳐 텃밭에 흘러가 채소에 양분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는 책을 가져와 도서관을 만들고, 누군가는 신문을 만들며, 또 누군가는 먹을 음식을 장만한다. 누군가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또 어떤 이는 노래와 춤을 선사한다.
이렇게 구축된 삶의 공동체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원하는 게 단순히 일자리나 소득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수십 년간 자신을 지배해온 삶의 유형을 교체하고 싶은 것이다. 기존 삶을 지배한 원칙·관행·제도에 브레이크를 걸고 거기에 괄호를 친 뒤 대안적 삶의 원형을 주조해내는 힘이야말로, ‘법의 힘’도 아니고 ‘제도의 힘’도 아닌 ‘데모스의 힘’, 즉 ‘민주주의’일 것이다. 언뜻 허술하고 소박한 공동체로 보이지만, 리버티 스퀘어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수십만 명이 벌이는 투쟁의 중심에 무엇이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거기에는 민주주의가 있고, 새로운 삶의 유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unzeit@gmail.com

개인의 안락만 추구하는 한국불교는 잘못된 불교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현기자 휴심정블로그의 2011-10-26일자 기사 '개인의 안락만 추구하는 한국불교는 잘못된 불교'를 퍼왔습니다.

도법 스님 사진 <한겨레> 자료

“하나같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하지만, ‘내 이익만 추구하면 편안할 수 없으며, 상대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자기 삶은 저절로 행복해진다’는 게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의 세계관이다.그런데 한국 불교는 반대로 하고 있다. ”

자신의 안락만을 추구하기 위해 참선하고 염불하고, ‘깨달았다’고 주장하는데도 중생들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한국 불교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고든 것은 도법 스님이다. 그는 지난해 전북 남원 실상사에서 강의한 내용을 묶어 펴낸 (불광출판사) 출간 간담회를 가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 7월 그를 조계종 ‘자성과쇄신 결사추진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 ‘사실상 (총무)원외 원장’이라고 지칭할만큼 힘을 실어주었다. 그런데도 그는 현 불교를 옹호하기보다는 문제점에 대한 질타를 멈추지 않는다.

‘45년간 절집에 살았는데, 30년간은 참선하며 아등바등하며 살아봤지만 속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었다’는 그는 15년 전부터 온 생명을 살리는 의 정신에 따라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를 꾸려 생명운동을 펼쳐왔다. 그가 씨앗을 뿌린 지리산 실상사 일대는 ‘많이 가져 많이 쓰며 잘 살아보세’에서 ‘좀 더 적게 가지고 너와 내와 자연이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보세’로 삶의 가치관을 바꾸려는 이들이 모여들어 생명운동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그가 이번에 펴낸 을 요즘 말로 바꾸면 ‘부처로 사는 10가지 방법’이다. 화엄경의 정신을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담고 있는 경전이다. 도법 스님은 이 책을 “선방이나 법당이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실천해야할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도그마를 무조건적으로 답습하며 주장하기보다는 열린 대화의 장에서 삶으로 체현하려는 그는 선방에서 참선하는 선승들도 세상에서 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해내도록 끌어내려고 한다. 참선 수행을 하고 ‘깨달은 바’가 있다면, 그것이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지다. 고시에 합격해 일신의 출세를 도모하는 이들과 다름 없이 참선해 견성해서 선원장이나 조실이나 방장이나 종정이 되어 명예를 얻고, 대우를 받으려할 뿐, 중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자신을 내놓을 서원을 품고 실행하는 이가 거의 없는 한국 선가의 고질적인 병폐를 간접적으로 짚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붓다는 조상이나 환경, 사주팔자 등의 조건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이미 결정되어져 바꿀 수 없다고 믿던 시대에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만들수 있으며, 돈이 많고 적고, 학벌이 높고 낮냐에 상관 없이 인간 존재 자체가 이미 거룩하고 신성하고 완성된 존재라고 했다”면서 “다른 차원의 깨달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것만으로도 붓다의 가르침은 위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이 갖자, 더 많이 쓰자’ 등 소유의 논리로 해답을 찾으려는데 그렇게 해서는 삶이 평화로울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면서 소유가 아닌 존재 가치의 삶을 제시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설]엉터리 실업 통계로 무슨 대책을 세우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7일자 사설 '엉터리 실업 통계로 무슨 대책을 세우나'를 퍼왔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노동기구(ILO) 방식으로 청년층 잠재실업률을 조사한 결과 정부의 공식통계보다 4배나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의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엉터리라니 놀랍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통계를 토대로 고용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도 한심하다.

KDI가 내놓은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20대 청년층 1200명을 표본으로 잠재실업률을 조사한 결과 현행 조사 방식으로는 4.8%였지만 대안적 방식으로는 21.2%로 나타났다. 대안적 방식이란 ILO 표준설문 방식을 토대로 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조사하는 실업률 방식도 ILO 기준을 준용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한 나머지 취업과 실업, 실업과 비경제활동 상태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쉽게 말하면 현행 조사 방식은 시간제나 일용직으로 불완전고용 상태에서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을 다니거나 혼자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 ‘쉬고 있다’고 답하는 사람 등을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시켜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어 ‘잠재실업’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 취업준비생만 62만5000명으로 청년실업자의 2배에 이르는 실정이다. 특히 취업희망 여부 등 주관적 판단을 묻는 설문 방식에 문제가 있어 현실을 반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통계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되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착시 현상을 가져와 정책방향을 엉뚱한 쪽으로 이끌 수 있다. 최근 발표된 9월 실업률 3.0%는 교과서대로라면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것이 된다. 청년백수가 넘쳐나는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청년실업률은 6.3%에 그친다.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 상황과 너무 괴리가 크다. 63% 수준인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를 함께 놓고 보면 정부 통계를 불신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입만 열면 고용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고 외치고 걸핏하면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초 통계부터 잘못돼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실업률 통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책연구기관이 나서서 검증할 때까지 정부는 엉터리 통계를 고집하고 있다.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사설]엉터리 실업 통계로 무슨 대책을 세우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7일자 사설 '엉터리 실업 통계로 무슨 대책을 세우나'를 퍼왔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노동기구(ILO) 방식으로 청년층 잠재실업률을 조사한 결과 정부의 공식통계보다 4배나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의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엉터리라니 놀랍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통계를 토대로 고용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도 한심하다.

KDI가 내놓은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20대 청년층 1200명을 표본으로 잠재실업률을 조사한 결과 현행 조사 방식으로는 4.8%였지만 대안적 방식으로는 21.2%로 나타났다. 대안적 방식이란 ILO 표준설문 방식을 토대로 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조사하는 실업률 방식도 ILO 기준을 준용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한 나머지 취업과 실업, 실업과 비경제활동 상태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쉽게 말하면 현행 조사 방식은 시간제나 일용직으로 불완전고용 상태에서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을 다니거나 혼자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 ‘쉬고 있다’고 답하는 사람 등을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시켜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어 ‘잠재실업’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 취업준비생만 62만5000명으로 청년실업자의 2배에 이르는 실정이다. 특히 취업희망 여부 등 주관적 판단을 묻는 설문 방식에 문제가 있어 현실을 반영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통계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되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착시 현상을 가져와 정책방향을 엉뚱한 쪽으로 이끌 수 있다. 최근 발표된 9월 실업률 3.0%는 교과서대로라면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것이 된다. 청년백수가 넘쳐나는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청년실업률은 6.3%에 그친다.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 상황과 너무 괴리가 크다. 63% 수준인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를 함께 놓고 보면 정부 통계를 불신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입만 열면 고용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고 외치고 걸핏하면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초 통계부터 잘못돼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실업률 통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책연구기관이 나서서 검증할 때까지 정부는 엉터리 통계를 고집하고 있다.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사설]어처구니 없는 홍준표 대표의 ‘무승부론’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7일자 사설 '어처구니 없는 홍준표 대표의 ‘무승부론’을 퍼왔습니다.
정치는 정확하게 민심을 읽는 데서 출발한다. 정치가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후자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홍 대표가 10·26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무승부론’을 펴는 등 민심과는 동떨어진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집권 여당 대표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인식에 할 말을 잃는다.

홍 대표의 무승부론은 유치하기 그지없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졌지만 부산 동구 등 8곳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이겼으니 “이겼다고도 볼 수 없고 졌다고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어제 당 최고회의에서도 국민이 “희망과 애정을 함께 주셨다”고 선거결과를 해석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아전인수요, 견강부회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은 홍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력 지원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홍 대표는 지난 8월 서울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뒤에도 “사실상 승리했다”고 우긴 바 있다. 궤변과 강변이 그의 버릇인 듯하다. 

사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데는 홍 대표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홍 대표는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서서 색깔론과 흑색선전을 펴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젊은층의 이반을 자초했다.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광화문 광장이 반미집회의 아지트가 될 것” “(북한과 박 후보가) 서로 말하지 않지만 뜻이 통한다”는 등 상식 밖의 막말을 늘어놓은 것을 보고 어떤 양식있는 유권자가 표를 주려 하겠는가. 홍 대표가 당권에 대한 미련 탓에 애써 무승부론을 펴는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한나라당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이 선택할 문제다. 홍 대표의 무승부론에 입각해 책임론을 덮고 전열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당을 추스를 수도 있고, 일부 의원들의 주장대로 지도부가 완전히 물러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미친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과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미몽에서 깨어나 민심은 천심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선거가 던진 교훈을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사설] 비현실적인 실업률 통계, 이대로는 안 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7일자 사설 '비현실적인 실업률 통계, 이대로는 안 된다'를 퍼왔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노동기구 표준설문 방식으로 우리나라 실업률을 조사했더니 지금보다 4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한다. 서울지역 20대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 잠재실업률이 21.2%로 현행 조사방법을 적용했을 때(4.8%)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 것이다. 정부의 실업률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게 확인됐을 뿐 아니라 통계조작이란 의심을 살 만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청년들은 물론이고 50~60대 여성들까지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넘쳐난다. 그런데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3.0%였고 청년실업률도 6.3%에 그쳤다. 연구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통계청 조사로는 유의미한 잠재실업 지표를 작성하는 게 불가능하므로 손을 봐야 한다. 실업률보다도 오히려 고용률(지난달 59.1%)이 10명 가운데 6명만 일을 하고 있는 실상을 더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실업통계는 취업과 실업,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의 중간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 설문 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주에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고 그 전 4주 동안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실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취업 준비를 하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실상의 실업자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 숨어버리니 현실이 제대로 반영될 리 없다. 실업자는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사람만을 기준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고시나 입사시험을 통해 취직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들 시험준비생들을 대부분 비경제활동인구로 보는 것은 문제다. 연구원의 조사로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파악되는 취업준비자 규모만 해도 지난해 기준으로 62만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20대 청년층 실업자 31만2000명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경제성장률마저 하락하는 추세여서 실업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가 고용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둔다고 하나 가장 기초적인 실업률 통계가 부실해서는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계가 부실하면 정책 대응도 빗나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6단계, 캐나다는 8단계, 오스트레일리아는 3단계에 걸쳐 각종 보조 실업률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고 한다. 국책연구기관까지 통계 부실을 지적한 만큼 통계청은 현실에 맞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사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거는 기대와 당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7일자 사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거는 기대와 당부'를 퍼왔습니다.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박원순 변호사가 어제 서울시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시민운동은 전통적인 야당, 민중운동권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당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진보개혁세력 내부의 제3의 길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인물이 정치에 뛰어들어 서울의 행정수장이 되었으니 그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 서울시에는 뉴타운, 한강르네상스 등 수습하기 힘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전임 시장의 토건·전시성 철학 때문에 시정이 비뚜로 나간 결과다. 새 시장의 임기라야 고작 2년8개월로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박 시장은 시민운동을 통해 사회개혁에 관한 구상을 가다듬고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소통해온 경험이 있다. 그 경험과 역량을 살려 시정에 새로운 바람과 활력을 한껏 불어넣어 주길 기대한다.
범야권 협력을 원만하게 이뤄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야권 지지자들이 애초 박 시장을 단일후보로 선택할 때는 단순히 정당은 싫고 시민운동이 좋아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집권세력의 실정을 심판하기에 가장 나은 인물이라는 판단이 꽤 작용했을 터이다. 박 시장은 겸허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기 바란다. 물론 기성 야당들도 자성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그는 시장 직속으로 시정운영협의회를 두고 시민참여형 공동정부를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여러 세력이 연합한 까닭에 시정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의구심을 일각에서 갖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력을 발휘해 협치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아울러 재보궐선거 이후 범야권 통합·연대 논의에서 박 시장의 행보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세심하게 대처해야 한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과도 고루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시장 개인적으로는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키우고자 더 노력할 필요도 있다. 그는 선거 때 텔레비전 토론에서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는 상대 후보의 질문 공세에 쩔쩔맸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그 자신이 비판받거나 공격받을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장 자리는 매우 높은 공직이다. 공무원들한테만 둘러싸여 있다가는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 선거에서 보여준 경청의 자세를 잃지 말고, 쓴소리를 들을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기 바란다.

2011년 10월 27일 목요일

[사설] 서울지역 민심은 ‘한나라당 응징’이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6일자 사설 '서울지역 민심은 ‘한나라당 응징’이었다'를 퍼왔습니다.
범야권과 한나라당이 정면승부를 벌인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결국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의 결집 현상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타난 선거였으나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뒤엎지는 못했다. 어제 함께 치러진 기초단체장 재보선 결과 등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 사회 민심의 평균적 척도라 할 서울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는 무척 크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 한나라당의 오만함에 대한 응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적 변화와 혁신, 새로운 리더십 출현에 대한 유권자들의 갈망도 확인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의 주요 아이콘으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안철수와 박원순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낡은 정치질서 타파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이 강하게 표출된 선거라 할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 한나라당이 패배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선거였다. 선거 자체가 오세훈 전 시장과 한나라당이 무리하게 주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발에서 비롯된 점부터가 그렇다. 정권의 숱한 실정에 더해 권력 핵심의 치부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보여준 모습은 겸손함 대신에 오만함, 뼈를 깎는 변신 노력 대신에 변화 욕구 깎아내리기였다. 선거전을 이끈 것도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공세, 상대편 후보에 대한 빨간색 덧칠하기, 보수층 결집 호소 전략 등 구태 일변도였다.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에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계속 외면하는 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박근혜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 의원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명성의 문제가 아니라 박 의원의 태도다. 박 의원 역시 좁은 인식의 틀에 갇혀 변화에 둔감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잠재적 라이벌로 떠오른 안철수 교수를 의식해 더욱 방어적이고 기득권층의 이익에 봉사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야권에도 무거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야권으로서는 선거 결과에 자족할 형편이 못 된다. 야권은 이번에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단일후보를 선출하고 공동 선거운동을 펼쳐 승리에까지 이르는 보기 드문 경험을 했다. 하지만 속내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손발이 안 맞는 선거운동, 시민운동 세력과 정당 간의 미묘한 갈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 현상 등 여러 가지 부정적 현상도 나타났다.
야권은 승리의 기쁨에 환호하거나 안주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기존 정당뿐 아니라 시민운동 세력까지 야권 통합·연대에 본격적으로 가세함으로써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안게 됐다. 야권은 이번 선거 과정에 대한 차분한 복기를 바탕으로 통합과 연대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지를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이익에만 연연하지 않는 열린 마음, 민심에 대한 겸허한 자세임은 물론이다.

[사설]‘선거방해’ 일삼는 선관위, 존재 이유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6일자 경향신문 사설 '‘선거방해’ 일삼는 선관위, 존재 이유 있나'를 퍼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재·보선 하루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의 학력정정 공문을 투표소에 부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선관위의 공정성에 깊은 불신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공문을 서울시내 2206개 투표소 앞에 일제히 내붙여 박 후보가 고의로 학력을 허위기재한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박 후보 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던 것이다.

선관위는 공문에서 ‘서울대 문리과대학 사회과학계열 1년 제적’은 ‘서울대 사회계열 1년 제명’으로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오기(誤記)가 서울대의 전산착오에서 발생했으며 선관위는 이를 박 후보 측의 잘못이라는 인상을 주는 정정조처를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선거 전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오해받기 충분하다. 박 후보 측은 서울대가 발급한 재적증명서 원본에 기재된 대로 선거벽보에 학력을 등록했고, 선관위도 아무 문제없다며 등록절차를 허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재산신고 시 다이아몬드 가격을 축소한 데 대해서는 관대한 자세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소명시한이 선거당일인 26일까지라는 이유로 박 후보 측의 거듭되는 이의제기에 대해 결정을 보류했던 것이다.
선관위는 또 투표율 자체가 선거의 핵심의제였던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서울시에 주소를 둔 수도권 근무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위해 정부기관과 인천시·경기도에까지 적극적으로 협조공문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관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투표 독려 행위를 강력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SNS 이용자들의 반발도 사고 있다. 

나라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기조차 하다.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지키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설]시민들은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6일자 사설 '시민들은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않았다'를 퍼왔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했다. 박 후보는 높은 득표율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여유있게 제쳤다. 한나라당의 참패이자, 범야권의 압승이다. 민선 3기인 이명박 전 시장으로부터 4, 5기인 오세훈 전 시장에 이르기까지 9년여 만에 서울시의 지방 권력이 교체된 것이다.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재·보선의 특성상 이명박 정권의 향후 국정 운영이나 여권 내부의 권력 쟁투, 서울 시정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리는 이번 선거가 범야권이나 박 후보의 선전보다는 집권층의 패착으로 갈렸다고 본다. 그중에서도 최대 패인은 선거 기간에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이전 논란과 박 후보에 대한 무차별 색깔론 제기, 그리고 그 역풍으로서 불거진 ‘1억원짜리 피부 관리’ ‘족벌사학’을 비롯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도덕성 논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월가 시위의 구호가 시사하듯 1% 세상의 특권과 반칙에 대한 저항이 이번 선거 결과에도 반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번 보선 자체가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꼼수’ 때문에 치러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 시민들은 또 다시 특권과 반칙을 일삼는 여권에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시민들은 ‘안철수 바람’으로 상징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과 변화의 기대를 표출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여권의 행로 등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당장 여권은 집권후 사실상 첫 지원 유세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 등을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친이(親李)니, 친박(親朴)이니 하는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 승리는 서로의 잘못도 용인할 수 있는 용광로와도 같지만, 패배의 책임은 가급적 상대에게 넘기고 싶어하는 게 권력이 가진 속성이다. 임기 말을 바라보는 이 대통령으로선 대야관계는 물론이고 대내적으로도 국정운영의 동력이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정치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보다 충격적인 것은 패배라는 단순한 결과보다 그 내용이 아닐까 한다. 박 후보의 득표율이 20대와 30대는 물론이고 40대에서도 거의 두배 이상 앞선다는 점에서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이대로 가다간 젊은층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를 넘어 공포감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정권의 각종 정책도 그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비롯한 이명박표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은 물론 대폭적인 손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다. 전체 국민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서울 시민의 선택은 이명박 정권의 행보에 강한 압박을 줄 것이 자명하다. 당장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로 대표되는 서울시의 낭비적 전시행정이 수술대에 오를 것이다. 겉모습의 화려함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의 제고가 향후 서울시정의 요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이 이번 패배의 교훈을 뼈아프게 새기지 않는다면 민심을 배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레임덕만 가속화시킬 뿐이다.

반대로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 4·27 재·보선에서 선보인 야권연대는 이번 선거에서 꽃을 피웠다. 야권이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모색 중인 야권 통합이나 연대의 실질적인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시험한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등 야당들이 마냥 환호작약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 보선은 여야 대결이라기보다 시민정치와 정당정치 간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를 통틀어 여야 정당들의 존재감이 이번처럼 왜소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선거전 막판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지적했듯이 현재의 정치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정당 정치라는 틀이 존재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을 채울 역량이 부족한 것이 우리 정당 정치의 현실이고, 그것이 바로 범야권의 실상이라는 사실이다. 정당정치의 복원이라는 시급한 과제가 여야를 넘는 정치권에 남겨진 것이다.

2011년 10월 26일 수요일

[사설]시민의 힘이 정치를 바꾼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5일자 사설 '[사설]시민의 힘이 정치를 바꾼다'를 퍼왔습니다.
오늘 전국 42개 선거구에서 재·보선이 치러진다. 서울시장을 필두로 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이 각각 선출된다. 어느 선거라고 해서 그 의미를 폄훼할 수는 없겠지만 지방자치의 핵이자 오세훈 전 시장의 퇴진에 따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선이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특히 시민정치 대 정당정치의 대결로 치러지는 전례 없는 구도 즉, 새로운 실험은 현 정당 체제에 대한 평가이자 내년 총선이나 대선의 풍향을 재는 가늠자인 데다 시민사회의 나아갈 바를 함께 제시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배가시킨다.

이번 재·보선은 이명박 정권의 임기 후반 국정 방향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선거 성적표는 현 정권의 주요 정책들을 지속해야 할지 수정·보완해야 할지를 따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 대통령이 여야 전 의원들에게 서한까지 발송하겠다며 목을 매다시피 한 한·미 FTA 비준 여부도 이 범주에 든다. 주민투표 무산 이후 큰 흐름을 탄 서울시 무상급식의 순항 여부 역시 이번 투표에 달렸다. 따지고 보면 교육이나 빈부격차,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 주택난 등 사회갈등 심화와 맞물려 제기된 공정사회라는 화두 역시 잘못된 정치와 이에 대한 심판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선거 결과가 미치는 정치적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저마다 자신의 한 표가 정치를 바꾸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투표율은 2008년 총선이 46%에 머무는 등 OECD 34개국 중 최저를 보이고 있다. OECD국의 평균 투표율 70%대와 견주면 현격하게 낮은 수치다. 18대 국회가 개원한 뒤 치른 7차례 재·보선만 해도 평균 투표율이 33.6%에 그쳤다. 무관심과 냉소라는 후진적 문화가 마치 선진적 지표처럼 오도되는 잘못된 풍조 때문은 아닌지 반추해 볼 대목이다. 정치권은 그들대로 투표율 고저에 따른 득실을 따질 테지만 그들만의 정치공학이지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투표는 민주주의가 동원하는 가장 적극적인 참여 행위다. 구체적 수치로 표현된 민의의 집약을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음은 물론이다. 투표가 정치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력하고도 강력한 수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주의에서 결핍되기 십상인 참여 정치의 기반이자,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선거 참여는 선진사회를 지향하는 시민의 권리이자 도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스스로 존귀하게 여기고, 지킬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행사되지 않은 권리는 보호받을 수도 없다.

[사설] 잘못된 정치는 선거 참여로 바로잡아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5일자 사설 '잘못된 정치는 선거 참여로 바로잡아야'를 퍼왔습니다.
서울시장과 전국 11곳의 기초단체장 등을 뽑는 재보궐선거가 오늘 치러진다. 정치와 선거에 냉소적인 태도를 갖기는 쉽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는 데서 시민들이 더욱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오늘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빠짐없이 주권자의 도리를 다해야 하는 날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쉬웠던 대목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의미가 충분히 토론되지 않은 점이 그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은 오세훈 전임 시장이 시의회와 무상급식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거듭 무리수를 둔 결과 초래됐다. 시민과 시의회 그리고 관련 법 절차를 무시한 것이고, 이명박 정부가 수시로 저질러온 ‘민주주의 후퇴’의 잘못을 서울시정에서 되풀이한 것이다. 시민들이 수고스럽게 투표장에 다시 나가야 하고 예산과 행정력을 허비하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전임 시장과 한나라당에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를 공식적으로 반성하지 않았다. 선거전이 후보 검증 공방으로 흐르면서 이러한 본질적 쟁점이 묻힌 느낌이 적지 않다. 시민들이 지금이라도 그 의미를 분명하게 새길 필요가 있다.
후보들의 정책 차이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가령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는 초·중학교에 보편적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소득 구분 없는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소신에 변함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시끌벅적하게 논란이 벌어졌지만 결국 가장 굵직한 정책에서는 오세훈 전임 시장과 야권의 논쟁 구도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다.
주거, 복지, 교육, 환경, 일자리 등 생활정치의 공약은 중요하다. 아울러 선거는 국정 담당 세력에 대한 평가의 기회임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가령 반이명박, 반오세훈을 외치는 후보가 잘못된 후보인 것처럼 몰아가는 일부 후보의 논리는 옳지 않다. 그릇된 국정수행에 대해선 당연하고도 당당하게 궤도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야권 단일후보나 야권연대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판단을 내리면 된다.
시민들이 투표소에 들어서기에 앞서 정치와 선거의 본질적 쟁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주기 바란다. 주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임을 명심하자.

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아이들 굶기고 '화장발'만...분통 터집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10-25일자 기사 '아이들 굶기고 '화장발'만...분통 터집니다'를 퍼왔습니다.
[오마이뉴스-세금혁명당 공동기획③]차기 서울시장이 반드시 해야할 10가지

오는 26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공방이 뜨겁습니다. 후보 간 신상과 재산 형성 등에 대한 검증이 대부분입니다. 는 풀뿌리 시민운동단체인 과 함께, 서울시 재정과 복지 등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검증을 진행합니다.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차기 서울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26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10.26 서울시장 보선은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데 쓰는 700억 원을 두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 떠들었던 전임 시장 때문에 치르는 선거다. 2011년 서울시 예산의 0.35%에 불과한 의무급식 예산 700억 원이 그토록 아깝다면 오세훈 전 시장은 자신의 임기 5년 동안 예산을 제대로 썼을까? 알다시피 오 전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각종 '화장발 포퓰리즘' 사업에는 수천억씩 아낌없이 퍼부었다.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이다. 이 사업은 디자인 관련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목표도 있지만, 눈에 띄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오 전 시장의 야심에서 시작됐다. 이 건물의 설계자로는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자하 하디드라는 저명한 설계가가 선정됐다.

[과제⑥] '
전시성 화장발' 사업 중단해야 

당초 책정된 설계비는 79억 원. 오 전 시장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이 사업의 설계가 지연되자 그는 애가 탔다. 관련 공무원에게 설계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자 그는 불호령을 내렸다. 이어 그는 그의 보좌관 한 명과 관련 공무원들을 현지로 보내 자하 하디드에게 설계작업을 서두르도록 재촉했다.

당시 추세로 가다가는 재선 시점인 2010년 6월 이전에 건물을 완공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던 것. 이런 상황에서 자하 하디드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설계비 인상을 요구했다. 다급했던 서울시 측은 설계비를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설계비는 당초 두 배 가량인 155억 원을 넘겼다.

또 자하 하디드는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설계를 하기로 유명한 인사. 이 사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공기술로 구현하기 어려운 디자인들이 속출하다 보니 공사비는 계속 치솟았다. 이렇게 해서 당초 2274억 원으로 잡혔던 사업비는 4228억 원까지 갑절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사업은 결국 재선 시점에 맞춰 완료되지 못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완공 전에라도 이 사업을 널리 홍보하려 했다. 그래서 이 건물 홍보관을 짓는 데만 30억 원을 썼다.

이렇게 많은 돈을 쓴 결과 이 사업의 당초 목표였던 패션 등 디자인 산업 진흥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일까. 아직 건물이 완공돼 운영되지 않은 탓에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정작 디자인 인력과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쥐꼬리만해 디자인 인력들은 일거리를 찾기 어렵고 인근 동대문 의류상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시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4228억 원을 동대문 의류시장에 모여 있는 창의적인 디자인 인력들을 키우고 이들이 개발한 디자인 상품의 마케팅과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데 썼다면 일자리도 많아지고 부가가치도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 2010년 2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최오균

깊이 따질 필요도 없이 상식을 가진 평범한 시민이라면 침체해 가는 동대문 시장은 내버려둔 채 수천 억 짜리 건물을 짓는데 예산을 흥청망청 썼을까? 의무급식 예산 편성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던 오 전 시장이 그보다 여섯 배나 큰 자신의 '화장발 포퓰리즘' 사업에는 씀씀이가 헤프기 이를 데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들 한 해 밥 먹일 돈으로 랜드마크 세우는 게 낫다"는 발언을 한 적 있다. 그의 셈법을 알 만 하다.

세빛둥둥섬 등 한강르네상스 사업 대부분도 경제성은 따지지도 않은 채 자신의 판타지를 구현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오세훈 판타지'가 현실에서는 황당한 세금 낭비라는 '공포 호러물'로 귀결된 사례가 한강 수상콜택시 사업이다.

서울시는 관광객 유치와 출퇴근 대체교통 수단 제공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2007년 10월부터 한강 수상콜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630억 원을 들여 선착장 등을 만들었다. 이 사업으로 관광 및 출퇴근 이용자가 하루 1만 9500명은 될 거라고 서울시는 당초 전망했다.

하지만 하루 이용자는 115명(2008), 135명(2009), 83명(2010년)에 불과했다. 당초 예상치의 200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세금 낭비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처럼 이용객 저조로 2007년 10월부터 올해 8월말까지 모두 15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고 국회 국토해양위 김성순 민주당 의원이 밝힌 바 있다. 시민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이런 식으로 오 전 시장은 '디자인서울' 사업에 1163억 원을 쓰는 등 서울의 외관을 바꾸는데 치중했다. 그는 또 자신의 치적사업을 알리는 홍보에도 필사적이어서 2010년 홍보 예산은 500억 원에 육박했다. 시장 임기 첫 해인 2007년 해당 예산이 94억원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다.

이처럼 눈에 띄는 전시성 사업은 서울시를 비롯한 대다수 지자체에서 예산을 낭비하는 주범이다. 따라서 신임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전시성 사업들은 전면 재검토해 중단하거나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 스스로도 그 같은 과시욕에 기반한 사업들에 혈세를 탕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과제⑦] 관경유착 아웃, 시민참여 확대!

'관경유착'도 세금낭비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구조다. 또한 시민들이 정책 결정과 예산 배분에서 멀어지게 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의사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업자'들이 시정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업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서울시 등 지자체 관료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서울시의 특성상 각종 도시계획과 관련한 사업들이 많다. 필자가 서울시 재직 당시 살펴보니 서울시 관료들은 각종 도시계획상의 세부 개발계획을 짜거나 세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들에게 용역을 주거나 아예 실시방안까지 짜오도록 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뒀던 디자인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경우도 특정 건축사무소가 마련한 마스터플랜을 기본 컨셉으로 해서 추진했다.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여론이나 각계 전문가 의견을 심층적으로 반영하는데 소홀했다. 설사 공청회 등을 연다고 해도 이미 마련한 정책안을 추진하기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서울시 관료들 역시 지자체장 못지않게 실적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설물 건립사업을 선호한다. 이를 잘 아는 '업자'들은 그럴듯한 사업안들을 들고 들어가 관료들을 유혹(?)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온갖 첨단사업 명칭을 내건 전시성 사업이나 각종 스포츠대회 및 경주대회를 개최한다면서 대형 운동장이나 컨벤션센터 건립이 추진된다.

이번 기획의 1편에서 소개한 바 있듯이 '턴키사업'이 남발되는 것도 업자들과의 유착 때문이기도 하다. 재벌 건설업체들은 가격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할 수 있으므로 턴키입찰이 늘어나도록 강력히 로비한다. 심지어는 입찰방식을 결정하는 서울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위원들이 모두 건설업계나 설계업계 종사자들인 경우도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었다.

이 때문에 2008년 기준 50억 원 이상 서울시 건설사업 8조 6818억 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턴키 발주 공사였다. 물론 이런 관경유착은 뇌물 수수 등 부정비리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계천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차기 서울시장은 이런 관경유착을 근절하고 정책 및 예산 배분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우선, 올해부터 시행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질화하고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각종 행정정보공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업자'들을 끼고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보다 폭넓게 시민들의 여론과 사심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과제⑧] 탈토건 친생활(교육·문화·복지)로 구조 개혁하라

오세훈 전 시장은 의무급식에 대해 "부자 아이에게까지 공짜 밥을 먹일 필요가 있느냐"며 이른바 선별적 복지, 맞춤형 복지를 강조했다. 그러면 오 전 시장은 선별적 복지라도 제대로 한 것일까.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예산 가운데에 원지동 추모공원(335억 원)사업이 포함돼 있고 환경보전예산 가운데는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576억 원)과 강북지역 생태문화공원조성(137억 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 원) 사업 등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한강예술섬 조성(243억 원) 사업과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 원) 예산 등이, 산업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 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 원) 등 하드웨어형 시설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일반회계 뿐만 아니라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시의 경우 특별회계는 도시철도, 교통사업, 광역교통시설, 주택사업, 도시개발, 재정비촉진, 하수도사업, 한강수질개선사업 등 모두 12가지로 2010년 기준으로 5조8353억 원 규모다. 이렇게 보면 2010년 기준 서울시 예산 약 21조 원 가운데 9조 원 정도는 하드웨어형 예산, 자치구 및 교육청 전출금과 일반행정 및 예비비 등 모두 6조 원 가량을 제외하면 서울시 예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형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은 대략 6조 원 정도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시민들을 만나 득표활동을 벌이고 있다. (왼쪽)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배식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가 점심식사를 겸해 대학생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연세대 학생식당 세미나실로 들어오고 있다. 2011.10.13 오마이뉴스 유성호/남소연

소프트웨어형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 4조834여억 원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의료급여지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분담금, 기초노령연금 지급, 보육료 지원 등 대부분이 의무적인 법정지원 예산이 대부분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늘린다든지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문화 및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사회자본 및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게 사회복지 예산이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여억 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2010년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여억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여억 원 줄어들었다.

또 2009년 414여억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1076여억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여억 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오 전 시장이 선별적 복지조차 제대로 추진했던 증거는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의 교육지원 사업 예산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교육청 전출금을 제외한 2011년 서울시의 교육지원 예산은 1445억 원. 서울시 전체 예산의 0.7% 정도에 불과하다. 이 나마도 2010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서울시의 빈약한 교육, 복지 재정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3무학교' 사업 등을 내놓으며 관련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게 이 정도다. 비슷한 사정은 서울시가 도서관 78곳과 문고 620곳에 지원하는 2011년 운영 지원비가 82억 원에 불과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차기 서울시장은 '탈토건 친생활(복지·교육·문화)' 방향으로 재정 사용을 크게 늘려야 한다. 특히 비중이 매우 작은 교육·문화 예산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 예산액의 일정 비율을 교육이나 문화 지원에 쓰도록 조례를 개정할 필요도 있다. 특히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현재보다 크게 낮춰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 사립대 중심의 등록금 장사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연간 200억 원 정도면 등록금을 반값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데, 이 정도는 토건사업의 감축과 입찰제도 개혁 등을 통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 6월 27일 오전 장마와 태풍으로 한강물이 불어난 가운데 서울 반포대교 부근 세빛둥둥섬 입구에 '대단히 위험합니다. 접근하지 마십시요!" "위험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권우성

[과제⑨] '진짜 반값아파트'로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하라

이명박 정부의 억지 부동산 부양책에 따른 시장 교란으로 전세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급속한 고령화로 저소득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확충은 매우 절실한 과제다. 이는 집값 거품이 가장 극심한 서울시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서울시에 집 지을 땅이 많지 않기도 하고, 현재의 고비용 구조를 감안할 때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만만찮은 과제다. 현재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을 각각 5만호와 8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 목표는 다르지만 두 후보 모두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적 측면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전시성 토건사업을 대폭 줄이고 입찰제도개혁과 가격 담합 등을 근절해 공공임대주택 건설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원가를 크게 낮춰야 한다.

SH공사 등이 조성하는 공공택지 등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이 흡수하면 이론적으로는 반값 이하 아파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임대료로 환원할 경우에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월 20만 원 수준에서도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CM(Construction Management) 사업자들이 사업을 맡아 공기를 단축하고 분양원가를 대폭 축소할 수 있도록 해 방만한 SH공사와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하다. 특히 건설기술연구원 등에서는 아파트 시공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공법 등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런 기술들을 적극 활용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진짜 반값아파트'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독일과 핀란드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에 널리 퍼져 있는 사회형 주택조합 건설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친서민주택'이라는 포장을 둘렀지만, 공급물량의 3분의2 가량을 분양용 주택으로 짓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적어도 서울시가 짓는 보금자리 주택은 가급적 전량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을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전제 아래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주택바우처 제도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과제⑩] 위기 관리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투자 늘려야

오세훈 전 시장은 각종 전시성 화장발 사업에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도시의 보이지 않는 위험관리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다른 대부분 예산들이 크게 늘어난데 반해 도로시설물 유지관리 예산이 2002년 3096억원에서 2010년에는 2691억 원으로 쪼그라든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억지 변명을 하지만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5년 만에 10분의1 수준으로 격감했다. 또한 올해 소방공무원 개인보호장비 보강 및 유지관리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났다.


▲ 지난 7월 27일 집중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도로에서 현장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들이 토사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올해 여름 물난리를 겪고 나자 하수관거 등을 건설하는 등 모두 5조 원을 들여 토건사업 방식으로 홍수를 막겠다고 밝혔다. '디자인거리'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시내 곳곳의 불투수층이 늘어난 탓이 큰데 토건사업으로 홍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이런 사업방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투입대는 예산에 비해 그 효과가 매우 의문스럽다. 하수관거를 통한 중앙집중식 물 관리 방식 대신 시내 곳곳의 학교나 관공서, 공동주택 등에 빗물 저류 시설을 갖추는 분산형 물관리 시스템을 쓰면 빗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해 환경을 보호하고 예산도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식수 수질을 높이겠다며 고도정수시설을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서울 주민들의 수돗물 이용률이 낮은 것은 정수 수질이 낮아서라기보다는 노후 수도관을 타고 오는 과정에서 수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노후 수도관 교체 예산을 늘리는 한편 상수도관 중간중간에 염소 투입 지점을 늘리면 얼마든지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올바른 정책 접근을 통해 세금낭비를 줄일 여지는 매우 많다. 차기 서울시장은 이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시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에는 충분한 투자를 하되, 기존의 사업 관성 속에서 막대하게 새고 있는 세금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사설] 대형교회의 정치선동, 시민의 손으로 끝내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4일자 사설 '대형교회의 정치선동, 시민의 손으로 끝내자'를 퍼왔습니다.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가 지난 일요일 예배시간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을 호소했다고 한다. ‘사탄·마귀에 속한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얼빠진 선동에 넘어갈 리 없다. 문제는 상습적으로 되풀이되는 김 목사와 같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정치선동이 사회분열과 종교갈등을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의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을 위해 시민들이 이런 행태를 단호하게 거부할 때가 됐다.
김 목사는 2007년 대선 때 “장로님(이명박 후보)이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최근 서울시 주민투표 땐 “무상급식, 무상의료 때문에 우리 경제가 몰락할 위기에 빠졌다”고 습관적으로 선동했다. 그의 이런 행태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다른 대형교회 목사들을 정치·선거에 경쟁적으로 개입시키는 신호탄 구실을 했다. 지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대형교회들은 주보나 광고를 통해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일부는 ‘투표하지 않으면 학교에 동성애가 급증한다’ 따위의 거짓말을 퍼뜨리기도 했다.
선거 품앗이로 정치적 영향력과 교세 확장을 꾀하는 목사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을 애써 선거판으로 끌어들이려는 보수 정치인들이 더 문제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이미 한기총을 방문해 협력을 요청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뻔질난 구애 끝에 주민발의에서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전 과정을 대형교회의 지원 속에 치렀다. 나 후보도 지금 대형교회의 노골적인 지원 속에 선거를 치르고 있다.
교회가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고 정치는 교회와 권력을 공유하는 것만큼 심각한 ‘악마의 거래’는 없다. 영혼을 팔아버린 교회로서는 하늘의 평화와 정의를 실천할 수 없다. 대신 힘에 의한 질서를 추구함으로써 사회분열과 종교분쟁을 부추긴다. 현대사회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대형교회의 우상인 미국에서도, 교회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면 각종 면세 혜택을 박탈한다.
선관위가 감시한다고 하지만 미덥지 않다. 열쇠는 시민에게 있다. 시민의 선택에 사회통합과 종교평화가 좌우되는 까닭이다. 무엇이 과연 사회를 위협하는 악마인지 이번 선거에서 분명히 드러나길 기대한다.

[사설] 안철수 교수 재등장, 한나라당이 자초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4일자 사설 '안철수 교수 재등장, 한나라당이 자초했다'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 선거대책본부를 찾아 박 후보 지지 뜻을 다시 확인하고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안 교수의 이런 행보는 박빙의 판세를 보이는 서울시장 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 판도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관측과 분석, 격렬한 찬반논쟁을 낳고 있다.
안 교수가 막판 서울시장 선거전에 등장한 것은 고도의 정치행위임이 분명하다. 대선 과정에 한발 더 깊숙이 발을 담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정치행보를 예단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어제의 메시지도 주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
한나라당은 안 교수에 대해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을 버리고 정치판에 들어오라” “철없는 철수씨의 정치도박” 등 거친 표현을 총동원해 공격했다. 선거전의 성격상 이런 공세를 굳이 탓할 일은 아니다.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응은 그만큼 안 교수의 파괴력을 두려워한다는 징표로도 읽힌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비판 논리 자체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안 교수는 애초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한 사람이다. 따라서 박 후보가 승리하도록 힘을 보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안 교수는 또한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도 반대한다”는 등의 말로 반한나라당 노선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안 교수가 마냥 침묵으로 사태를 수수방관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게다가 안 교수의 박 후보 지원은 한나라당이 자초한 측면이 짙다. 한나라당은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런 전략은 효력을 발휘했다. 물론 박 후보로서는 안 교수의 지원 없이 선거전을 치를 수 있었다면 더욱 떳떳하고 모양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나라당의 무차별적 네거티브 공세가 없었다면 안 교수가 선거전에 등장하는 일도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안 교수를 비판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까마득히 잊은 채 오만함과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한 것이 안 교수를 다시 불러들인 근본 원인임을 깨닫기 바란다.

[사설]‘안철수 지원’ 비판만 말고 성찰의 계기 삼아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4일자 사설 '‘안철수 지원’ 비판만 말고 성찰의 계기 삼아야'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해 응원 편지를 전달하고, 선전을 당부했다. 전날 예고한 대로 박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야권은 반색했고, 여권은 반발하고 있다. 막판까지 ‘안철수 논란’이라니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안철수’에서 시작해 ‘안철수’로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든, 야든 정당들이 이토록 왜소해진 선거판이 있었을까 싶다.

사실 안 원장의 지원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지난 9월 초 안 원장이 시장 출마를 검토할 당시 내놓은 변이 현 집권세력, 즉 한나라당의 확장성 반대였다. 이번 보궐선거가 바로 한나라당 때문에 다시 치러지게 된 것으로 그 과오를 응징해야 역사가 발전한다는 논리였다. 이 같은 전후맥락상 박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박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을 존중해 조건없이 출마를 양보한 처지이고 보면 박 후보를 돕는 것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말라’는 둥 안 원장을 맹폭하고 있으나 그 같은 공세는 안 원장의 존재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방증일 뿐 그 어떤 논리적 근거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안 원장을 선거판에 다시 불러들인 것은 한나라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 바람’을 타고 부상한 박 후보는 여당의 저급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에 말려 고전했다. 초반에 포지티브전을 구사하던 박 후보 측도 결국 네거티브전으로 돌아섰다. 두 사람이 비공개 회동에서 “이번 흑색선전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고 공감했을 정도다. 안 원장은 이번 선거가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 대 강북,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니고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이 전면에 나선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선거 승리는 정당에 지상명령과도 같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도외시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내놓고 말은 못해도 ‘안철수 현상’의 실체는 여당도 인정하는 바다. 그럼에도 여당은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정치혐오를 부추겨 안철수·박원순 단일화의 지지층 이탈을 노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몰두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 안 원장의 지원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는 게 옳다. 시민사회가 변화하고 있는데 정작 한나라당만은 이를 외면한 채 과거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11년 10월 24일 월요일

기자가 걸어본 이자르강, 4대강 사업 모델이라고?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블로그 2011-10-23일자 기사 '기자가 걸어본 이자르강, 4대강 사업 모델이라고?'를 퍼왔습니다.
보 쌓고 강 정비하자 '물의 아우토반' 생겨 홍수 피해 커졌다
걷는 발바닥 아플 만큼 인공 최소화, '한강'은 없었다

 

얼마 전 독일 뮌헨에 갔다 왔다. 뮌헨은 다름 아닌 이자르 강이 흐르는 도시다. 시사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강이다.

나일강, 템즈강, 라인강 등 귀에 익은 강을 빼곤 이자르 강은 한국에서 최근 들어 가장 유명해진 강이 아닐까 한다.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이자르 강은 2000년부터 강 복원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나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학계 모두 근거로 드는 '저명한 강'이다.

원래 환경단체가 이자르 강 복원 사례를 들며 대규모 보를 건설하는 식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언젠가부턴 정부도 4대강 사업이 이자르 강 복원 사업과 비슷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이자르 강 하중도 서쪽 지류에서 동쪽 지류로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보. 사진에서 보이는 위쪽의 지류는 수위가 높고 바로 아래 쪽은 낮다. 두 지류의 경관도 인공하천과 자연하천으로 판이하다.

뮌헨 중앙역에서 칼스 광장, 마리엔 광장 등 관광객이 붐비는 중심가를 지나면 이자르 강이 나온다. 첫 인상은 한강이나 낙동강에 비해 규모가 작다. 우리나라의 지방하천 정도의 규모다. 강 너비도 100m 안쪽이고 둔치도 그리 광활하지 않다.

이자르 강은 상류에서 뮌헨 시내로 들어와 흐르다가 독일 박물관이 있는 하중도에서 두 물길로 갈라진다. 그런데 재밌는 게 한쪽은 수위가 높고 다른 한쪽은 수위가 낮다. 깊은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하중도 서쪽의 강에 보를 세웠기 때문이다.

보를 세운 것은 10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시내에 가까운 서쪽 강으로 물자를 수송하는 배가 드나들게 하기 위해서 보를 세웠다고 한다. 강에 배가 다니는 것은 유럽에선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이자르 강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강은 이렇게 19세기부터 운하로 이용됐다. 유럽의 강 거의 대부분은 배가 드나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 때문에 하중도를 중심으로 서쪽 강은 인공 하천의 면모를, 동쪽 강은 자연하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보에 막힌 물길 때문에 서쪽의 강은 느리고 연못 같았고 물은 탁했다. 반면 동쪽의 강은 물살이 급했고 여기저기 여울과 자갈밭을 품고 있었다.

이자르 강 복원 사업은 뮌헨시 상류에서 이곳 도심까지 모두 8㎞ 구간에서 진행됐다. 원래 이 강은 오스트리아의 티롤 알프스에서 발원해 독일 도나우 강까지 흐르는 295㎞의 강이다.

하지만 알프스에서 내려운 강물은 계절에 따라 수량 차이가 크고 홍수도 잦자 1888년부터 강둑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1920년대부터는 콘크리트 보를 세우고 준설 작업을 벌여 강을 직선화된 수로로 만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단기적으로는 높인 강둑이 홍수를 막아준 것 같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홍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콘크리트 보와 직선화된 물길은 홍수가 되면 ‘물의 아우토반’으로 변했다.

인공수로를 통해 빠르게 흐르는 물은 한번 넘치면 피해가 커지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뮌헨 당국은 2000년부터 직선화된 강을 다시 구부리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이자르 강 복원 사업이다.

강을 따라 걷다
  
독일박물관 주변에서 보를 구경하고 상류 쪽으로 이자르 강을 따라 걸었다. 복원된 이자르 강의 특징은 ‘인공 둔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절대 서울 한강 구간을 상상해선 안 된다. 둔치에는 넓은 잔디광장도, 자전거도로도, 체육공원도, 오토캠핑장도 없었다. 분수대도 없고, 편의점도 없고, 카페도 없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생태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설치되는 흔한 나무데크나 산책로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둔치를 따라가는 산책로는 그냥 사람들이 걸었기 때문에 길이 되었다. 그나마 있는 자전거도로 등 인공시설물들은 둔치에서 상당히 떨어진 주로 둔치 밖이나 숲에 설치돼 있었다. 독일박물관 하중도 옆의 석재로 만들어 놓은 물맞이 시설(4대강 남한강 이포보 옆의 문화광장을 연상시켰다)이 둔치 시설물 가운데 그나마 가장 인공적이었다.


▲뮌헨 중심가의 산책 시간 동안 그나마 가장 인공적이었던 물맞이 시설.

주말이어선지 이자르 강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아이들은 강가에서 돌수제비를 뜨고, 젊은이들은 강변 풀밭(잔디광장이 아니다)에서 라디오를 켜고 춤을 췄다. 마침 나는 구두를 신었기 때문에 약 3~4㎞ 산책에도 발바닥이 아팠다.

이자르 강의 산책로는 정비된 산책로가 아닌지라 여기저기 돌들이 튀어 나와 있었다. 잘 포장된 한강이나 4대강 산책로라면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이자르 강에서 산책로는 그냥 사람들이 많이 걸어서 생긴 길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자연적인 강변 풀밭을 걷는 것은 인공공원이 된 강변을 걷는 것보다 훨씬 상쾌했다.

이자르 강이 4대강 사업의 모범?
  
정부는 이자르 강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임혜지 박사 등을 통해 독일의 하천 복원 사업이 언론에 4대강 사업과 비교돼 자주 소개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4대강본부 간부들은 뮌헨에 들러 교민들을 불러 ‘4대강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한강이나 이자르 강이나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친환경적 하천정비”(이성해 4대강본부 총괄팀장, 10월11일)라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친환경적 하천정비’라면 기존에 없던 보를 특정 구간에 연속적으로, 그것도 16개씩이나 단 2년 만에 세우진 않는다.

이자르 강은 환경단체의 반대를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00년부터 올해 여름까지 11년 동안 단 8㎞를 정비했다. 반면 4대강은 반대여론이 찬성여론보다 많은 상황에서 단 2년 만에 691.5㎞를 정비했다.

뮌헨시는 보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두루 감안하면서 철거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 반면 4대강은 일부 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2년 만에 16개 보를 뚝딱 지었다.


▲둔치에 인공시설물을 극히 자제한 것이 눈에 띈다.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선 각종 안내판과 시정홍보물의 시각 공해 없이, 편의점과 체육시설 없이, 천연의 시골의 강변을 걷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일각에서는 뮌헨 도심에 있는 보를 들면서, ‘이자르 강에도 보가 있다, 보라, 4대강과 비슷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이자르 강의 보는 복원 사업을 통해 생긴 결과물이 아니다. 이 보는 100년도 훨씬 전에 생긴 일종의 문화 유적이다. 다른 유럽 하천의 보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자르 강 복원 사업을 통해 복원 구간의 모든 보가 철거되진 않았다. 여전히 보나 하상유지공 등 인공시설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시설물들은 지난 8월 한국을 다녀간 독일의 저명한 하천수리학자 헬무트 베른하르트 칼스루에 대학 교수가 얘기했듯이 “지난 세기의 하천 구조물”이다. 유럽에서 보는 근대적 하천학의 반성과 성찰의 대상이지, 21세기 생태도시의 신 문물이 아니다.

과연 이자르 강 복원과 관련해 제 논에 물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정부일까, 환경단체일까. 이자르 강의 역사와 복원 사업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보라. 이자르 강을 따라 걸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의 말이 옳은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4대강 사업의 사진을 보자. 위 사진은 2009년 4대강 사업 전 경기 여주 남한강대교에서 내려다 본 바위늪구비 일대의 사진(녹색연합 제공)이고, 아래 사진은 지난 6월 조경공사 마무리 작업을 한창 하고 있는 바위늪구비 생태공원의 사진이다. 똑같은 장소다. 4대강 사업은 이자르 강 복원사업과 비슷한가? 4대강 사업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선거때면 십자가 대신 총대를 메는 목사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현기자의블로그 2011-10-24익 글 '선거때면 십자가 대신 총대를 메는 목사들'을 퍼왔습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사진 <한겨레> 자료

3일 주일 예배에서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라며 사상 논증을 제기한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개신교 내에서도 대표적인 우파 목사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도 예배에서 “장로님(이명박 후보)이 꼭 대통령 되게 기도해 다라”고 설교해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재향군인회 등이 함께 개최한  ‘왕재산 간첩단 사건 철저조사 촉구를 위한 반공·애국 국민총궐기대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며 종복좌파 척결을 외치는 등 우파단체들과 행동을 함께 해왔다.
김 목사를 비롯한 보수교회 목사들의 색깔 공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이 색깔론의 본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보수교회들의 반북 정서는 뿌리가 깊다. 해방 전 평안도를 비롯한 북에서 공산당으로부터 재산을 빼앗기고 남하해 ‘원조 장로 대통령’인 이승만 정권과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보수교회들은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과 공생하며 최고의 성장기를 누렸다. 
 대형교회는 우파 정권의 울타리가 되었고, 선거 때가 되면 우파 정권의 승리를 위해 앞장서왔다. 지난 8월 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도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를 비롯한 9개 교회가 서울시선관위로부터 단속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왕성교회와 소망교회 등은 주보와 광고를 통해 주민투표를 독려하는가 하면, 온누리교회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예배 수업을 못하게 된다’거나 ‘학교에 동성애자가 급증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나경원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가 지난 12일 참석해 “애국자”라고 추켜세운 복지포퓰리즘추방본부의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이광선·엄신형·길자연 목사는 모두 한기총 전현 대표회장들이다. 나 후보는 이에 앞서 한기총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한기총 간부들은 ‘건축물을 지을 때 주변 땅으로부터 3미터 안으로 들여서 짓도록 한 규정’을 들어 “교회를 짓기말라는 법”이라며 미리 민원성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대형교회들이 과거 독재 정권들과 공생에 의해 발전한 반면, 그 이후 성장세가 꺾이자 위기감의 책임을 밖으로 돌리면서 회개와 성찰을 하기보다는 우파와 권력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모색하려한다”고 말했다.
또 손봉호 서울대명예교수는 이날 김홍도 목사 발언과 관련해  “상대가 설사 아무리 못된 짓을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탄이라고 규정지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기독교인의 소양의 문제여서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