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일 토요일

신자유주의의 핵심

이글은 다음아고라의 슬픈한국님의글을 퍼왔습니다.

1.감세(Tax Re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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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3"를 보면 이모빌리아레라는 기업을 인수해 마피아에서 합법적 기업인으로 변신하려던 알파치노에게 고문 변호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앞으로 안정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고,정부간섭을 받지 않는 것뿐입니다."  여기에 신자유주의의 첫번째 핵심이 있다. 바로 "감세"다.

2.레버리지(Leverage Effect)

 

 

레버리지효과란 타인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것이다. 얼마 안되는 돈으로 기업 재단을 장악하거나 부동산 금융투자로 큰돈을 벌수가 있다.

문제는 외환,파생금융상품시장의 대부분이 제로섬(zero sum)시장이라는 점이다. 내가 큰돈을 벌면 거래상대방은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 주식,부동산의 경우는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이 통화팽창,화폐독점,인플레이션의 빈부격차 악화 경로를 밟게되기 때문이다. 결국 레버리지효과의 극대화와 이의 만연은 경기하강과 양극화의 요인이 된다. 신자유주의의 두번째 핵심은 남의 돈 가지고 장난치는 "레버리지"의 만연(경제의 금융화)이다.

3.이익의 민영화 손실의 사회화(Profits are privatized and Losses are socialized)


내가 번돈은 모두 내돈이고 내가 돈을 잃으면 그 오물은 네가 치워라. 이게 바로 이익의 민영화 손실의 사회화다. 너무 커서 죽일수 없을것이라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너무 연계되어 있어서 죽일수 없을것이라는 연계불사(Too connected to fail),너무 복잡해서 죽일수 없을것이라는 복잡불사(Too complex to fail) 등이 이에 해당된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대기업들이 이자만 갚고 원금은 안갚은 행위,현재 주택담보대출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치식대출등이 이에 해당된다.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니라 도저히 수익이 지속될수 없는 방법으로 일단 이익을 내놓고,그 돈을 먹은 뒤에, 나중에 그구조가 들통나 무너지면 다시 혈세를 투입해 손실을 보전하는것이다.

가계대출규모가 너무 커서 부동산버블규모가 너무 커서 무너지면 다 죽는다는 협박이 대마불사다. 대기업 부자만 부동산투기한게 아니라 상위40%정도가 가담했다는게 연계불사다. 이문제를 어떻게 풀것인가 조세,재정,통화,규제정책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지만 시간만 흘러갈뿐 도무지 해법은 도출되지 않는다. 이게 복잡불사다.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는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된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세번째 핵심은 나만 잘먹고 잘사는 "이익의 민영화 손실의 사회화다"

4.부채대 국내총생산 비율(Debt GDP Ratio)

 

 
빚이 늘어나는데 왜 망하지 않는가. 대체 미국이 왜 망하지 않는거죠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해줄 대답은 바로 "inflation"이다.

인플레이션이 뭔데요? 물가 오르는거 아닌가요? 물가가 오르는데 왜 미국이 안망해요?라고 물으면 갑갑해진다. 빚을 갚는 길은 오직 하나다. 바로 갚는 것이다. 국가가 빚을 갚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돈을 걷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란 바로 국가가 국민 모르게 돈을 거두어들여 빚을 정리해내는 방법을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쉽게 망하지 않는 이유는 기축통화로서 전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수시로 빚을 감량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미국은 사실상 전세계에서 조세를 징수하고 있는것이다.

부채대 국내총생산 비율이란 한 마디로 빚 내는거 무서워 하지 말고,빚내서 경제발전해 GDP를 키워내면 국가부채비율은 떨어질거 아니냐는 논리다. 미국이 전세계에 보급하고,전세계 대다수가 추종하는 논리인데 이 길의 끝은 경제파탄이다.

바로 위의 표는 미국의 조세수입과 정부지출을 나타낸다. 적자규모는 무려 1.3조달러다. 미국만 그러는게 아니라 일본도 그러고 한국도 그러고 유럽도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고 있다. 그결과 일본이 막장에 도달했고 한국은 막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유럽도 그리스등 세계도처가 난리다. 신자유주의의 네번째 핵심은 빚내는거 겁내지 마라. 부국이나 부자되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 빚을 내는 것이다라는식의 "국가부채에 대한 환상"이다.

5.민영화(privatization)

 


감세의 끝은 결국 국가부채 증가,빈부격차 악화,민영화다. 감세하는 정부가 무조건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것은 착각이다. 이명박 정권의 재정지출은 줄지 않고 있다. 다만 대기업과 부자감세의 빈 자리를 물가폭등,민영화,국채발행등으로 메우고있을뿐이다. 그럼 복지할것도 아니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몰아주기를 통해 사익을 취할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낼수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기반을 붕괴시키려 드는 민영화주의자는 현대판 매국노라 불러도 좋을것이다.


 
결론:노무현은 신자유주의자인가. 아닌가.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무현은 증세를 하고,복지를 늘리고,LTV DTI등 레버리지 규제책을 도입하고,금산분리규제완화를 수용치 않았으며,물가를 안정 시켰으며, 종부세를 신설하고 과표현실화 거래실명제 국토균형발전책등 부동산버블억제책을 최대한 마련 시행했다. 그리고 국가부채를 증가시키지 않았으며 기존의 국가부채를 완화시킬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 시행했으며 민영화를 완전히 중단시켰다. 그럼에도 진보진영일각에서 그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ps)얼마전 제(저자명:슬픈한국)가 쓴 "그림자경제학"과 "한국을 생각한다" 두권이 출간되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취한 이 소맷자락에 바람따라 꽃잎 쌓이네"

이글은 프레시안의  [꽃산행 꽃글·7] 물 건너 다시 물을 건너, 꽃을 보며 또 꽃을 보며를 퍼온글입니다.


동북아식물연구소(☞바로 가기)에서는 일 년에 두 차례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꽃의 이해'를 교육 목표로 하는 강좌를 연다. 4월에는 봄꽃, 9월에는 가을꽃. 한 달 집중 교육을 하는데 이론 강의도 있지만 주말마다 직접 산으로 가서 현장 실습을 한다. 강좌의 이름은 '식물파라택소노미스트 양성 교육'이다. 4주간 총 6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이른바 준분류학자(parataxonomist)의 자격을 얻게 된다.

지구의 생물은 약 150만~180만 종이고 우리나라는 약 6만 종이라고 한다. 환경부의 생물자원통계에 따르면 그중에서 이끼나 균류, 조류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식물의 종류는 대략 4200 가지가 조금 넘는다. 한 달만의 집중 교육으로 이 많은 식물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60시간을 투자하고 산에 들어가면 식물도 나를 퍽 달리대접해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나도 6기 교육에 참가했다. 두 달 전의 일이었다.

첫번째 실습지인 천마산에서 꽃냄새를 맡았을 때 내가 조금 흥분이 되었던가 보다. 나의 생활도 꽃 범벅이 된 듯 그 주 내내 향기가 유지되었다. 산중의 식물들이 도심의 소시민에게까지 특사를 파견했나. 꽃에 관한 한 이제야 철이 든 기분이 월요일부터 흥건해졌다. 그러니 두 번째 산행이 안 기다려질 수가 없었다.

근년 들어 날씨가 하수상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4월에 들어서도 강원도에선 눈소식이 들리고 꽃샘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봄 마중 하러 남쪽으로 서너 시간을 달려 간 사정을 배려함인가. 날씨는 홑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니었다. 쌀쌀한 가운데 화사한 기운이 틈틈이 배여 있었다. 두 번째 산행지는 전라남도 장성의 백양사가 자리한 백암산.

등산을 하는 경우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장비를 점검한 뒤 곧바로 산으로 냅다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꽃산행이지 않은가. 주차장을 구획하는 둔덕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수업은 시작되었다. 파릇파릇한 잔디 사이로 납작하게 올라오는 봄꽃이 많았다. 무거운 중금속 냄새가 쌓이는 주차장 근처에도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 풍기는 공중화장실 주위에도 봄풀이 무성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큰개불알풀이었다. 꽃봉오리가 막 피려는 것도 있고 활짝 핀 것도 있었다. 보라색 꽃이 살짝 꼬집어 주고 싶을 만큼 예뻤다. 무리 지어 핀 꽃에 손을 갖다 대니 손바닥이 마구 간질간질해졌다. 그리고 나도물통이, 왜제비꽃, 말냉이, 꽃마리, 광대나물 등등이 저를 보아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산수유나무도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 꽃마리. ⓒ이굴기

▲ 광대나물. ⓒ이굴기

▲ 산수유나무. ⓒ이굴기

산으로 조금 접어들자 얼레지가 군락을 이루었다. 그 와중에 좀처럼 보기 힘든 흰 얼레지도 딱 한 포기 피어 있었다. 그 옆으로 흔히 춘란(春蘭)이라고도 하는 보춘화(報春花)가 돌 틈으로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른 봄에 피어 봄을 알리는 꽃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은 식물이다. 이만하면 꽃산행하다가 제대로 된 봄산행까지 덤으로 얻은 셈이렸다.

▲ 흰얼레지. ⓒ이굴기

▲ 보춘화. ⓒ이굴기

서울대학교에서 한시를 가르치다가 정년하신 이병한 선생님이 엮은 <한시 365일>(궁리출판 펴냄)은 매일매일 한시 한 수를 읽도록 편집된 책이다. 그중에서 3월 6일치 한시는 이렇다.

渡水復渡水(도수부도수) 물 건너 다시 물을 건너
看花還看花(간화환간화) 꽃을 보며 또 꽃을 보며
春風江上路(춘풍강상로) 봄바람 부는 강 언덕길을 오다보니
不覺到君家(불각도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 집에 다다랐네

尋胡隱者(명, 高啓 作)


꽃사진을 찍다가, 모르는 식물은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주다가, 그 한시를 생각하다가, 어느덧 백암산의 사자봉 정상 가까이에 도착했다. 양지바른 곳을 찾아 봄 소풍 나온 학생들처럼 도시락을 펴고 옹기종기 앉아서 밥을 먹었다. 장성에서 생산하는 홍길동 막걸리도 한잔 곁들였다. 멀리 백양사의 율원(律院)에서는 점심 공양을 이미 마쳤는지 조용했다.

꽃산행은 계속되었다. 사자봉을 옆으로 비켜 고개를 넘어 남창계곡으로 빠지니 개울물소리가 자글자글했다. 가늘게 흘러가는 개울가 바위에 이끼가 돋아나고 그 푹신한 틈을 비집고 애기괭이눈이 피어났다. 겨울을 끙끙 앓고 난 빈 계곡의 자갈들이 뒤척이며 몸 씻는 소리. 겨우내 곧았던 나무의 그림자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굳은 관절을 푸는 소리. 한꺼번에 어우러져 내 귀로 직방으로 뻗어왔다. 투명한 물 밑바닥에서는 나무와 나의 그림자가 포개졌다. <한시 365일>의 3월 2일치 한시가 생각났다.

空山足春雨 (공산족춘우) 빈산에 흠뻑 봄비 내리고
緋桃間丹杏 (비도간단행)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피었네
花發不逢人 (화발불봉인) 산중이라 피어도 보는 이 없어
自照溪中影 (자조계중영) 혼자서 시냇물에 제 그림자 드리웠네

空山春雨圖 (청, 戴熙 作)


내려가는 길의 중간쯤에 있는 몽계폭포에 도착했다. 비탈에 선 층층나무가 가지를 계곡 쪽으로 층층이 수평으로 뻗고 있었다. 낙엽성 큰키나무로서 작년 잎은 다 떨어졌고 아직 새잎은 나지 않았다. 잎이 나면 이름처럼 가지의 층층한 모습이 더욱 뚜렷해진다.

▲ 층층나무. ⓒ이굴기

오늘 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식물을 중얼거려 보았다. 모두 62종. 한 번이라도 더 불러주면 그만큼 더 가까워지고 기억도 되고 안면도 익히는 것일 테다. 주로 여러해살이풀이 많았지만 떨기나무(관목)와 큰키나무(교목)도 두루 포함되었다. 4200가지에 비하면 턱없는 숫자이다. 하지만 한두 해 혹은 여러 해 사는 이 풀들보다 그래도 내게는 시간이 더 남았다.

이윽고 돌계단이 나타나고 인기척이 났다. 저 아래 국립공원의 산림초소가 보였다. 올라갈 때 본 그 꽃, 내려갈 때도 보았다. 산자고였다. 직립형 풀이지만 두 장의 잎줄기가 난초 잎처럼 기품이 있다. 여섯 장의 흰 화피로 이루어진 탐스런 꽃에 아주 작은 벌이 들러붙어 있었다. 산자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었다. 잉잉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산자고. ⓒ이굴기

작은 벌은 꿀만 땄을까? 벌은 먼저 와서 산자고에게 나의 도착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지는 않았을까? 마치 <한시 365일>의 3월 6일치 시처럼!

馬蹄踏水亂明霞 (마제답수난명하) 말발굽 물 밟으니 물에 비친 그림자 흐트러지고
醉袖迎風受洛花 (취수영풍수낙화) 취한 이 소맷자락에 바람따라 꽃잎 쌓이네
怪見溪童出門望 (괴견계동출문망) 개울가 동자 어찌 알고 문밖에서 날 기다리나
鵲聲先我到山家 (작성선아도산가) 까치가 먼저 와서 알렸던 게로군

山家(원, 劉因 作)

 

/이굴기 출판인

2011년 7월 1일 금요일

[길따라 삶따라] 신도 샘낼 섬나라 중의 섬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의 이병학의여행길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뻘 반 백합 반, 물 반 고기 반’ 신안 자은도
10여 개 해수욕장 100m 가도 물 허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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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남쪽 끝, 목포 앞바다에 신안군이 ‘떠 있다’. 섬으로만 이뤄진 섬나라다. 국내 약 3200개 섬 중 1000개 안팎의 섬이 신안에 있다. 국내 최다의 섬 고장이다. 신안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저기 솟은 저 섬 이름은 뭐요?’ 하고 관광객이 물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섬이 많다. 신안군에선 섬의 갯수를 1004개라고 주장하며 ‘천사의 섬나라’로 홍보한다. 그만큼 아름답고 풍요로운 고장이라는 뜻도 담았다.

입도 눈도 즐거운 한적한 여름 휴가지로 딱! 
“파면 바로 안 나옵디여? 다 ‘백합밭’이랑게. 백합 사는 디가 뻘흙 섞인 깨알 모래땅인게로, 영양도 맛도 확 다르지라.”
전남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둔장리 해변. 둔장리 이장 김도연(52)씨가 몇번 호미질을 하자 곧바로 큼직한 백합조개 두어개가 호미 끝에 걸려 나왔다. “요놈은 한 4년 된갑네요잉. 칼국수·수제비 끓이면 맛이 아조 끝내줘부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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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진 둔장리 ‘백합밭’은 광활한 평야 모습이다. 바다 쪽을 향해 걷고 또 걸어도, 파도는 여전히 멀리서 저혼자 자지러지다 돌아선다. 서쪽 끝 사월포도 동쪽 끝 할미섬도, 점점이 흩어져 백합을 캐는 주민들도 아득하다.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뜻을 가진 섬 신안 자은도. 올여름 휴가여행 후보지로 찍어둘 만한 곳이다. 넓고 완만한 해수욕장들에서 즐기는 한적한 물놀이와 갯벌체험, 농산물수확체험을 기본으로 깔고, 보고 느낄거리까지 푸짐하게 갖춘 섬이다.
자은도는 암태도·팔금도·안좌도와 다리로 이어져 있어, 차를 싣고 들어가면 느낌이 다른 네 섬의 풍부한 볼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신안 압해도 송공선착장이나,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암태도·안좌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철부선)이 30~40분 간격으로 뜬다.
자은도는 다리로 이어진 네 섬 중 가장 북쪽에 있다. 땅이 비옥해, 두봉산(363m) 자락 24개 마을에서 2000여명의 주민들이 주로 마늘·양파·대파 농사를 지으며 산다. 어업만 하는 가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섬의 동쪽엔 갯벌과 염전지대, 서쪽엔 소나무숲을 거느린 모래밭이 깔려 있다.
해수욕을 즐길 만한 장소가 드문 아래쪽 세 섬에 비해, 자은도엔 크고작은 해수욕장이 10여개에 이른다. 둔장해수욕장(3.5㎞)과 백길해수욕장(길이 670m)·분계해수욕장(600m) 세 곳이 비교적 규모가 크고, 화장실·샤워실·텐트 등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다. 한여름에도 크게 붐비지 않고, 100m를 걸어나가도 물이 허리에서 찰랑일 정도로, 넓고 완만한 것이 특징이다.

60년 대까지 부세 파시로 고깃배들 바글바글 
 이 중에서 둔장리 해변은 가장 길고 넓고 완만하다. 모래와 뻘흙이 섞였는데도, 바닥이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는다. “쩌어그서 쩌그까지 다 해수욕장이고 백합밭이지라. 종패를 뿌려놓면 해마다 2㎝씩 자랍디다.”(둔장어촌체험마을 배금남 사무장) 둔장리 주민들은 방문객들에게 호미·장화 등 조개 채취도구를 빌려주고, 일정한 량을 가져가도록 하는 백합캐기 체험행사를 여름내 운영한다. 백합조개는 일찍이 조선시대 임금 수랏상에도 자주 올랐던 고급 조개. 살이 많고 육질이 부드러워 회·탕·찜·구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어왔다. 칼슘과 비타민A 등 영양도 풍부하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모래·뻘밭에서 두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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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jpg 백합캐기 체험과 함께 방문객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해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물고기잡이 체험이다. 밀물 땐 ‘후리그물’로 물고기를 몰아 잡고, 썰물 땐 설치해 둔 ‘산마이 그물’(일자형 삼중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거둬들인다. 전통 어업방식인 독살(돌그물)을 이용해 잡기도 한다. 여름엔 농어·광어·서대 등이 많이 잡힌다.
김도연 이장, 배금남 사무장이 마을 청년들은 후리그물과 일자형 그물로, 1시간도 안돼 팔뚝만한 숭어·농어·우럭 예닐곱마리와 게·새우 등을 한보따리 잡아냈다. 후리그물은 길이 50m쯤 되는 그물 양쪽을 나누어 잡고 물이 들 때 고기를 몰아서 잡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방문객들에게 방법을 가르쳐주고 직접 고기잡이를 하도록 도와준다.
 둔전리 앞바다는 60년대 후반까지 부세(참조기와 비슷한 민어과 물고기) 파시로 이름 높았던 곳이다. “음력 4월부터 6월까지 이 바다에 5000여척의 고깃배가 몰려들었어요.”(김옥례 문화관광해설사) 배가 촘촘하게 들어차, 해변의 서쪽 끝 사월포에서 동쪽 할미바위까지 배 위로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주민들의 말을 모았다.
“전국서 온갖 고깃배가 다 와 여서 고기를 부렸다닝게로.” “사월포에 아가씨만 80명이나 되았응게.” “부서(부세)가 ‘부욱 북’ 하고 우는디, 시끄러워 잠을 못잘 정도였어라.“ “요 해변으로 게도 겁나 깔려 있었어. 발 디디기도 무서웠다니께, 물릴까봐.” “물 한통에 게 한통씩 안 바꿨소잉.”

아름드리 소나무 빽빽…자연호수 용소는 써도 써도 안 말라 
 섬의 서남쪽 끝 분계해수욕장 뒤엔 2010년 생명의숲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숲’으로 선정한 소나무숲이 있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1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데, 이 중에 ‘여인송’이라 부르는 소나무도 있다. 물구나무 선 여인의 몸을 닮은 늘씬한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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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서쪽에 있는 용소는 주민들이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자연호수다. 자은도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할 때 꼬리로 친 자리에 호수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온다. “생전 가도 마르질 않응게, 온 사람이 다 고 물로다 농사짓고 먹고 안 살았소.”(남상률 자은면장) 일제강점기엔 주둔하던 일 해군이 용소 물을 식수로 썼다고 한다. 이를 알리는 표석이 은암대교(자은~암태) 옆 빗돌 무리 사이에 있다. 조선시대 수군이 배를 매던 ‘주석(계선주)’과 불망비·묘비 들을 모아놓았다.
이밖에 “잡아도 잡아도 끊임없이 나온다는 수로 참붕어낚시”와 주변 섬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두봉산 산행(왕복 3시간30분)도 해볼 만하다. 섬 북쪽 깃대봉 8부 능선엔 일제강점기에 판, “박쥐들이 바글거리는” 진지동굴 24개가 남아 있다. 남상률 자은면 면장은 “섬 곳곳에 코스모스·해바라기를 심어놓아, 올여름엔 방문객들이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밭에 심은 옥수수는 방문객들이 따 간식으로 쪄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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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 여행길을 한결 풍요롭게 하는 건 다리로 이어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볼거리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차로 한시간 남짓이면 자은도에서 안좌도까지 이동할 수 있다. 암태도엔 1405년 향나무를 갯벌에 묻고 세운 매향비, 국내 첫 소작쟁의였던 ‘암태도 소작인 항쟁’(1924년)을 기리는 기념탑, 섬에 딸린 추포도 갯벌에 남은 노두(갯벌에 돌을 깔아 건너다니던 돌다리), 깨끗한 추포도 해수욕장이 있다.
팔금도의 고려말 3층석탑, 안좌도의 두리·박지도·반월도를 잇는 목교(천사의 다리), 방월리 고인돌 무리, 안좌 출신 화가 김환기 생가 등도 볼거리다. 나무를 줄지어 심거나 돌담을 쌓아 마을을 액으로부터 보호하고 바람도 막던 울타리인 ‘우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안좌도 대리 우실과 암태도 신석리 익금우실, 송곡리 송곡우실 등이 대표적이다.
 신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여행쪽지 
⊙ 가는길/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목포나들목~15번 국도~압해대교~송공선착장. 송공선착장에서 암태도 오도선착장, 팔금도 고산선착장으로 가는 농협 철부선(차를 실을 수 있는 배)을 탄다. 약 30분 간격 운항. 20~30분 거리. 뱃삯 편도 3000원(어린이 1500원), 승용차 운임 편도 1만5000원(운전자 요금 포함). 고속버스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목포버스터미널 4시간30분, 목포버스터미널에서 목포항 여객선터미널까지는 시내버스로 15분. KTX로는 용산역에서 목포역까지 3시간10분, 목포역~여객선터미널 시내버스로 5분.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암태도·안좌도행 여객선을 탄다.
⊙ 먹을곳·묵을곳·체험거리/자은면 남진포구(은암대교 밑) 신진횟집(061-271-0008)과 암태도 단고리 신육일관(061-271-6767)의 병어회·찜, 민어회·농어회·금풍생이(군평선이·딱돔)구이, 매운탕 등 제철 생선요리. 자은도 둔장리 어촌체험마을(061-271-8476)에 예약하면 백합칼국수·수제비, 땅콩밥과 순두부, 제철 생선요리를 먹을 수 있다. 체험관에 각각 10여명이 잘 수 있는 숙소(거실과 방 2개) 2실이 있다. 싱크대·냉장고·전기밥솥·에어컨 갖춤. 1박에 4인 가족 5만원, 10명 10만원. 30인 이상은 경로당에서 숙박 가능. 몽골텐트 숙박은 3만원. 백합캐기 체험 1인 1만원, 후리그물 체험 3만원.
⊙ 여행문의/신안군청 관광진흥계 (061)240-8356, 자은도 둔장리 사무장 011-1775-8825, 분계리 이장 010-8484-8178, 4개 섬 문화관광해설 박옥례씨 010-4658-2422.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