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일 수요일

종편·SBS, ‘최시중 돈 봉투’ 왜 침묵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1일자 기사 '종편·SBS, ‘최시중 돈 봉투’ 왜 침묵하나'를 퍼왔습니다.
종합편성채널 대다수와 SBS가 최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돈 봉투’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언론사들은 다른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하면서도 최시중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어, 보도 누락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최시중 전 위원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한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종편 4곳과 지상파 3사 저녁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중앙 종편 JTBC, 동아 종편 채널A, 매일경제 종편 MBN은 ‘최 전 위원장이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을 통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쪽에 5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한 의혹’, ‘최 전 위원장이 직접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들 3명에게 3500만 원을 전달한 의혹’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들 종편사들은 최 전 위원장의 사퇴 배경을 정용욱씨의 비리 의혹과 연관지어 해석하면서도 ‘돈 봉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보도를 했다. 사퇴 배경에 대해 채널A는 27일 (뉴스A) 첫 리포트(최시중 방통위원장 사퇴, 측근 비리 의혹에 부담 느낀 듯)에서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의 수뢰 혐의로 마음의 부담을 느낀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고, MBN은 같은 날 (뉴스10) 첫 리포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퇴)에서 “예기치 않은 측근 비리 의혹”이라고 보도해 ‘정용욱’을 언급하지 않았다.
JTBC는 31일자(NEWS 10) 11번째 리포트 (‘돈 봉투’ 당당히 걷겠다? ‘돈 정치’ 역행하는 정치권)에서 ‘돈 봉투’ 의혹 관련자로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 이봉건 국회의장 정무수석 비서관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지만 최시중 전 위원장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JTBC의 모회사인 중앙일보도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의 비리 의혹이 연일 쏟아졌던 지난달 3일부터 일주일 간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에서 유독 ‘최시중’이라는 실명을 표기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 지난달 27일 사퇴 기자회견을 한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태희 대변인은 "최 위원장은 현재 건강 체크를 위해 연가를 내신 상태이고 행정적으로 사퇴 처리가 진행 중"이라며 "홍성규 부위원장이 직무 대행을 맡고 1일 전체회의는 홍 부위원장이 주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종편에서는 TV조선 9시뉴스 ‘날’이 31일자 7번째 리포트(‘최시중 돈봉투’ 의혹, 그때 무슨 일이)에서 “전당대회 돈봉투에 의원관리용 돈봉투까지, 봉투파문에서 한나라당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친이계쪽 돈 봉투를 “의원관리용”이라고 표현해 보도했다. 그러나 TV조선도 문방위 ‘돈 봉투’ 의혹은 해당 기간 중에 보도하지 않았다.
지상파 3사 중에서는 SBS는 30일 2번째 리포트 (“책상 위에 돈봉투”…정무수석 조사 불가피할듯)에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연루된 ‘돈 봉투’ 의혹은 보도하면서도 최시중 전 위원장 관련 ‘돈 봉투’ 의혹에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KBS는 27일 메인뉴스 1면 기사(최시중 방통위원장 전격 사퇴…비리 의혹 부인)에서 문방위 ‘돈 봉투’ 의혹은 보도했지만 현재까지 친이계 ‘돈 봉투’ 의혹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 KBS는 민주당 ‘돈 봉투’ 의혹은 보도해 오고 있다. MBC는 31일 두 번째 리포트 (최시중 전 위원장, 친이계 의원에 돈봉투 제공 의혹)에서 최 전 위원장 관련 ‘돈 봉투’ 의혹 두 사례를 모두 지적했다.
이들 언론사들이 최시중 전 위원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들 언론사와 최 전 위원장이나 현 정권과의 관계를 보면 언론사 간의 이해 관계가 눈길을 끈다.


지상파 방송 3사 중에서 SBS는 최시중 전 위원장과 정용욱 전 보좌역에 대한 비리 의혹에 대해 가장 적게 보도했다. ©뉴스타파

동아일보 출신인 최 전 위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지상파 등 다른 언론들의 반발에도 이른바 ‘조중동 방송’인 종편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 전 위원장이 종편을 갓난아기에 빗대며 “걸음마 단계까지는 돌봐줘야 한다”며 이들 매체의 육성을 강조한 상황에서, 이들 종편들이 태생적으로 최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조선일보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TV조선이 동아 출신인 최 전 위원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는 최근 동아와 중앙이 지난달 30일자 1면 지면에서 조선 출신인 김효재 청와대 수석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비교돼 눈길을 끈다.
지상파 중에서 SBS가 유독 최 전 위원장에 대해 비판의 ‘날’이 무딘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그동안 지상파 3사 중에서 최 전 위원장과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의 비리 의혹에 대해 가장 소극적인 보도를 한 곳은 SBS였다. 27일 (뉴스타파)보도에 따르면, 1월5일부터 25일까지 메인뉴스를 조사한 결과, 최시중 전 위원장의 ‘양아들’로 알려진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에 대해 KBS는 5일, 8일 이틀간, MBC는 5일, 7일, 9일 3일간 보도했지만. SBS는 10일 하루만 보도해 가장 소극적인 보도를 했다. 또 같은 기간 SBS만 ‘정용욱’ 실명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주목되는 점은 최근 들어 정부·여당쪽에 SBS 출신들이 대거 포함된 점이다. 하금열 대통령실장,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 등이 청와대에 재직 중인 SBS 출신 인사들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허원제 의원을 비롯해 전 간사인 한선교 의원도 SBS 출신이다. 최근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후보군 중에서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도 SBS 출신이다. 그동안 문방위에서 처리된 미디어렙 법안은 종편과 SBS를 위한 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 정권 말기 언론 분야에서 SBS쪽에 유독 유리한 정책이 적지 않다.
이들 언론사들이 향후 얼마나 ‘방통대군’이라 불린 최시중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 작업에 나설지는 미지수이지만, 언론계에서는 최 전 위원장 임기 당시 이뤄진 ‘권언 유착’의 실태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1일 사설(최시중씨의 비리·부정 단죄, 이제 시작)이라며 “최 전 위원장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밝혀내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은 돈의 출처”라고 논평했다. 이어 한겨레는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최 전 위원장의 비리와 부정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은 1일 사설(‘돈 냄새 진동’ 한나라, 언제까지 오불관언할 텐가)에서 “최 전 위원장이 측근 비리 및 자신의 연루 의혹으로 물러났지만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당연히 내놓을 법한 진상규명 촉구 논평도 없었다”며 “한나라당이 진정 국민 앞에서 뼈를 깎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지금 눈앞에서 드러나고 있는 권력형 비리에 대해 백배 사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가슴만 보려하지 말고 언니들 진심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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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컬쳐필터] 영화 과 ‘나꼼수’ 가슴 논란

명색이 그래도 배구부인 중학생 사내 녀석들이 있다. 그런데 이 녀석들, 여학생들과 시합을 해도 15 대 0으로 지는 형편없는 놈들이다. 여학생들 옷 갈아입는 걸 훔쳐보다 들켜 봉변을 당하거나, 가슴을 만지는 느낌이 어떤 지가 바람을 가를 때 손바닥에 닿는 느낌과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고 빠른 속도로 내지르면 더큰 가슴을 만지는 느낌이려니 하면서 언덕에서 자전거 타고 냅다 굴러내려 다치건 말건 관심사는 오로지 여자 가슴뿐이다. 그러니 친구들에게든 선생님들에게든 배구부가 아니라 ‘바보부’라고 무시당해도 발끈할 줄도 모른다. 속된 말로 ‘찐따’들이다. 일본 영화 (감독 하스미 에이이치로)의 주인공들이다.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젊은 여자 국어 선생님 테라지마 미카코(아야세 하루카)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시 ‘도정(道程)’을 인용하며 어떤 곳이나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의 소중함을 전하는 첫 인사를 하는데 일본어로는 그 발음이 성적으로 순결한 상태를 일컫는 ‘동정(童貞)’과 같다며 킬킬거리다 제 풀에 흥분해 코피 줄줄 흘리는 꼴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사내애들 그 나이 때 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 녀석들은 좀 도가 지나치다. 오죽하면 덜컥 배구부 지도를 맡게 된 선생님이 가슴을 보여준다고 약속하면 1승을 해보이겠노라며 처음으로 연습이라는 걸 다할까. 그것도 ‘가슴, 가슴!’ 구호까지 외쳐대면서.
그깟 가슴 하나 보겠다고 심야 성인 프로그램 시간 기다리고, 성인 도색 잡지 구해 꽁꽁 숨겨서 돌려보고, 생전 관심 없던 훈련이라는 것도 하고, 심지어 재능있는 후배를 부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태 꼼짝 못하고 받들어왔던 무시무시한 선배한테 떼로 덤벼 두들겨 맞는 용기도 낸다.
미카코라고 난처하지 않을 턱이 없다. 먼저 보여주겠다고 부추긴 것도 아닌데 바보스런 사내놈들 의욕 좀 북돋으려다 느닷없이 가슴을 보여주지 않으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쁜 선생이 되어 버릴 지경이다. 바보 제자들이 그나마 노력이라는 걸 하게 된 마당에 1승을 하는 건 보람되지만, 그 승리에 걸린 약속을 지키는 게 옳지도 당당하지도 않다는 것 때문에 속이 탄다.

영화 <가슴배구단> 포스터.

이쯤 되면 쉬쉬하려 해도 소문이 안 나는 게 이상할 판이다. 소문을 낸 여학생이 내뱉는 비난도, 그 소문의 실체를 확인하고 교사직에서 해고하려는 학교의 처사도 상식적으로 당연하다. 학원 스포츠 코미디 의 바보들도 그 정도는 안다. 그래서 미카코가 교장 앞에 불려가 추궁을 당할 때, 그건 자신들이 바람일 뿐 선생님의 약속이 아니었다고 제법 의젓한 모습도 보이지만, 막상 미카코의 가슴을 볼 희망이 사라진 경기에서 보이는 모습은 풀기 하나 없이 축 늘어진다.
은 남자배구팀 고문을 맡고 있는 한 여교사가 ‘우승하면 부원들에게 가슴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던 사연을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소설(미즈노 무네노리 저)이 원작인 영화다. 시대 배경은 가슴 보는 게 어마어마하게 아슬아슬한 경험으로 여겨지던 1979년.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여자 가슴 한 번 보려다 코피 터뜨릴 나이의 애들도 아니고, 결혼 경험까지 있는 아저씨들이 보여 달라던 비키니 차림의 여자 가슴 때문에 시끄럽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벌어진 온갖 비리 의혹을 파헤치며 ‘가카가 그럴 분이 아니죠’라든가 ‘역시 가카의 꼼수는 대단하십니다’라고 킬킬대며 로 덜컥 투사 이미지로 대중에게 인기몰이를 하던 아저씨 4인방이 지핀 불씨가 요란하게 번지고 있다.
지난 21일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에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한 젊고 풍만한 여성이 가슴 윗부분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는 문구를 적은 비키니 사진을 올렸고, 몇몇 여성이 비슷하거나 좀더 노출 수위가 높은 사진를 올렸다. 이들이 이른바 ‘정봉주 구하기 비키니 인증샷’ 놀이를 한 건 자신의 몸을 부당한 정치 탄압에 반대하는 표현수단으로 내보이는 도발일 수도 있었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나꼼수 3인방이 이를 두고 ‘정봉주 의원은 현재 성욕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란다’거나,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거나, 심지어 자위 뒤처리용 휴지로 쓰지는 않겠다거나 하는 발언을 한 것이 어줍잖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집어삼킬 불길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가슴 배구단>.

비키니 인증샷 놀이가 걸그룹들 엉덩이며 가슴 끈적끈적하게 내보이는 것보다 뭐 더 자극적인 것도 아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도배된 온갖 성인 사이트 광고보다 더 음란한 것도 아니다. 딱 걸린 건 ‘나꼼수’는 ‘진보’여야하고, ‘진보’는 ‘엄숙’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들이 과연 진보인가? 언제는 엄숙했었나? 가령 이 아저씨들이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구호가 ‘쫄지마, 씨바’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쫄다’는 증발하여 적어진다는 뜻의 ‘졸다’에서 나온 비속어다.
그런데 ‘씨바’는 성행위를 한다는 것을 일컫는 ‘십 할’에서 나왔다. 그러니 이 아저씨들의 구호는 남성 성기가 겁먹고 위축돼 성불능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거세공포에 대한 음담이었다. 그 거세공포는 여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남성 사회의 상징 질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의 중학생들이 여자 가슴 한 번 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땀 흘리고, 눈물 흘리다가 이뤄야할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것과는 애초에 다른 얘기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남성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비키니 인증시위 논란은 알 것 다 알고, 볼 것 다 본 어른들이 닥치고 유치찬란하게 놀다 벌어진 일이다. 뭐 대단한 목적이나 성장을 바란 것이 아니라, 지금 탄압 받으면 성불구 될까봐 겁나 죽겠으나 정력 센 놈처럼 보이고 싶다는 허세 놀이가 일으킨 파장이다. 사실 나꼼수 4인방은 ‘원래 그런 분’들이었고, 방송 내내 시덥잖은 성적 농담을 즐겨왔건만 새삼스레 문제가 되는 건 우습고 한심하다.
나꼼수 아저씨들이 비키니 인증샷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이 의 변태 영감 무천도사처럼 여자 가슴보고서 코피나 팡팡 터뜨리는 자극이 아니라면 ‘휴지 운운’하는 발언 정도는 좀 삼갔어야하지 않을까? 의 남학생들이 가슴을 보고자 했을 때, 미카코가 보여주게 된 건 커다란 젖가슴의 시각적, 물질적 쾌락이 아니라 그 가슴 안에 담긴 진심이었다. ‘가슴이 터지도록’ 나오라는 게 설마 결혼도 다 해봤던 아저씨들의 코피겠는가? 그 아저씨들이 제대로 정치적 저항을 계속하라는 진심이겠지.

이안·영화평론가

역대 대통령 평가 MB '굴욕', 전두환과 막상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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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노무현, 김대중 순…YS는 8등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통령 직을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굴욕을 당했다.

임기 5년 차를 약 25일 앞둔 지난달 31일, 과 '디오피니언'이 실시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대통령직을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4위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2.8%를 얻어 2.7%를 얻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우 0.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임기 5년차를 바라보는 현직 대통령을 '역대 대통령'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부분이 다소 무리일 수는 있지만,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민심이얼마나 싸늘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직을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으로 응답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45.7%)를 꼽았다. 그 뒤를 노무현 전 대통령(22.9%), 김대중 전 대통령(16.4%)이 차지했다. 그 뒤를 이명박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차지했다,

6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1.3%), 7위는 이승만 전 대통령(1.2%), 8위는 김영삼 전 대통령(0.4%), 9위는 윤보선 전 대통령(0.3%), 10위는 최규하 전 대통령(0.1%) 순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면서, 전두환, 노태우,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낮게 나와 역시 '굴욕'을 겪었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쇄신 작업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잘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긍정 평가가 64.0%(매우 잘함 5.4%, 대체로 잘함 64.0%)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27.2%였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한명숙 대표가 민주통합당의 시급한 과젬 해결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6.8%(매우 잘할 것 3.6%, 대체로 잘할 것 53.2%)였다. 잘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30.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31일 유선전화 RDD를 통한 면접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5%포인트다.



/박세열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 초점이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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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칼럼]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해법(1)

금태섭 변호사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법치의 표리(表裏)', 프레시안books 등을 통해 친숙한 금 변호사의 칼럼은 월 1회 독자들을 찾게 됩니다. 금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재직 시 '수사 잘받는 법'이라는 글을언론에 연재하다가 옷을 벗은 바 있습니다. 이후 여러 지면, 강연, 방송을 통해 활발한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는 금 변호사는 몇 안 되는 검사 출신 민변 회원입니다.

양보했다가는 자기편 총칼을 맞아야 하는 '전쟁'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잊을만하면 한 번씩 언론에 보도가 되지만 누구도 선뜻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다. 일단 상당히 기술적인 부분이 있다. 사법개혁과 관련된 대개의 쟁점들은 무엇이 문제되는지가 비교적 단순해서 한쪽 편을 들 수 있는데 수사권 조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더욱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것이 그야말로 폭발성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곧잘 군대에 비유될 정도로 상하관계가 분명한 우리 검찰과 경찰 조직에서 평검사나 일선 경찰서의 수사과장이 조직 수뇌부를 향해 거침없이 "사퇴하시오."라고 외칠 수 있는 문제는 이것밖에 없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상대에게 밀리면 다른 무엇보다도 내부의 반발에서 견뎌내기 어렵다. 청와대나 총리실이 중재에 나설 때도 양 기관의 지휘부가 버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양보를 하고 돌아갔다가는 바로 자기편의 총칼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형사사법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쉽게 의견을 내지 못 한다. 하물며 일반 시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대충의 감조차 갖기 어렵다. 언론의 논조를 보더라도 양시론 혹은 양비론적으로 "협력해서 잘 좀 해보라."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짧게 보더라도 참여정부와 이 정부 하에서 10년 가까이 논의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나라고 해서 현재의 첨예한 대립을 풀어낼 묘수가 있을 리 없다.

이 글을 쓰는 세 가지 이유



▲ 현직 경찰간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캡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이다. 우선 첫째로 수사권 조정 문제가 더 이상 내버려두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단 대통령이 보낸 격려 문자에 일선 경찰관이 반박 문자를 보내는 기강 해이 때문이 아니다. 범죄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유지해야 할 두 기관 사이의 불신과 반목이 이제는 극에 달했다. 어떻게든지 해결을 하지 않으면 치안이 불안해질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이 문제를 잘 해결하면,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상당한 정도로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경찰 측에서 내세우는 주된 논거 중 하나가 '견제'의 논리다. 최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달라지기는 했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법에서는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명시하고 경찰은 수사의 보조자로 규정하고 있었다. 경찰은, 경찰에게도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해서 검찰과 서로 견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러한 논리는 상당한 정도로 호응을 받았다.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검찰과 경찰에 각각 '독자적인 수사권'을 줘서 서로 견제하게 만든다는 논리에 찬성하지 않지만(내 주장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양측 다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서 우리 수사기관의 해묵은 숙제인 정치적 중립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는,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한데, 현재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초점이 좀 빗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논쟁은 '수사권'에 관한 논의라기보다는 '수사지휘권'에 관한 논의라고 해야 한다. 즉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수사권 자체를 누가 갖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논의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두 기관 다 수사를 하고 있고 그 권한을 '조정'할 의사는 양측 모두 없기 때문이다.

'내사'가 도대체 무엇인가?

얼마 전 문제가 되었던 '내사'의 범위에 관한 논란을 보자. 내사란 아직 수사가 시작되기 전 단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 확인되면 범인을 찾고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만일 새벽에 거리를 청소하는 미화원이 길에 쓰러져 죽은 시체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아직은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인지, 혹은 심장마비 등으로 자연사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범죄로 인해 죽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사를 해야 한다. 이 단계의 조사, 즉 아직 범죄가 발생했는지 확실하지 않은 단계에서의 조사를 내사라고 한다. 월급 외에 특별한 수입이 없는 공무원이 갑자기 거액의 부동산을 구입하고 호화 생활을 해서 뇌물을 받았다는 풍문이 돌 때 그 주변을 조사해보는 것도 내사에 해당한다.

경찰과 검찰은 어디까지를 내사로 보고 어디서부터 수사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내사에 대해서는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개정된 형사소송법에는 경찰이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내사'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당연히 경찰은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되는 내사의 범위를 넓게 보려고 했고, 검찰은 내사의 범위를 축소하려고 했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수사기관에서 범죄사건으로 '입건'을 하면 그때부터 공식적으로 수사가 시작된다. 매우 거칠게 말하자면, 경찰은 이러한 입건이 이루어진 후에만 지휘를 받겠다는 입장이었고 검찰은 입건을 하지 않더라도 참고인을 불러서 조사하는 등 실질적으로 수사라고 볼 수 있으면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는, 전체적으로 보면, 수사를(혹은 내사를)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이 하는 수사(혹은 내사)에 관하여 어디까지 검찰이 지휘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수사권 조정'에 관한 논의가 아니라 '수사지휘권 조정'에 관한 논의이다. 나는 바로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도저히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로 만드는 함정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수사지휘권'을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답을 말하라면, 검찰과 경찰 어느 편의 손도 들어줄 수 없이 둘 다 틀렸기 때문이다.

경찰이 검찰 수사지휘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있다.하지만...

현재의 논의 프레임 안에서 경찰의 숙원은 검찰의 통제를(수사지휘권을) 벗어나는 것이다. 얼마 전 경찰청장이 "(청렴도 평가에서 경찰이 검찰에 앞섰다는 얘기를 하면서) 지난해 수사권 조정 때 검찰이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고 했는데, 누가 누구를 통제한다 말인가. 우리가 왜 검찰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가, 이제는 경찰이 검찰을 통제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이 바로 그러한 주장이다. 미안하지만, 이런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온 이유는 경찰이 검찰보다 덜 청렴했기 때문이 아니다. 과거 경찰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한다는 논리가 폭넓게 받아들여졌을 때가 있었지만, 그런 주장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통제를) 받는 이유는 인권보호를 위해서이다.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즉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은 검찰이 법원보다 덜 청렴하거나 검사들이 판사보다 자질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직접 피의자와 맞부딪쳐서 수사를 하는 기관은 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이 경찰과 마찬가지로 직접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검사는 사실상 경찰과 똑같이 직접 수사를 하는 때에도 독자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한 폐해는 전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사지휘권도 갖고 동시에 직접 수사도 하는 기관에 대해서 권한 남용의 위험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수사권 조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회에는 수사권 조정 문제의 핵심 쟁점, 현재의 논의 상황, 그리고 그 해법에 대한 필자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히려고 한다. 이 글은 논문이 아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세세한 쟁점을 모두 나열하지도 않을 것이다. 제목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해법'이라고 했지만 이런 짧은 글 하나로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는다. 매우 거칠더라도 문제의 기본적인 모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함께 답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이니만큼 많은 비판과 반론이 있기를 기대한다.



/금태섭 변호사

수렁에 빠진 4대강…MB, 아직도 행복한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1일자 기사 '수렁에 빠진 4대강…MB, 아직도 행복한가?'를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지금이라도 박근혜는 '말'을 해야"

심각한 문제점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놓고, 정부가 사태를 호도하기 위해 우격다짐의 칼을 뽑아드는 몸짓을 보였다. 특히 현장을 조사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이른바 '보(洑)'의 균열과 누수 등안전문제를 지적하는데 대해서도,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할 경우 법률적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국토해양부 장관이 앞장서서, 사실상의 협박을 서슴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정부측이 무슨 까닭에서인지 4대강 구조물들의 설계도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실상파악을 위한 현장 접근까지 방해받은 적이 많다고 볼 멘 소리를 한다. '보'의 안전문제만을 따져보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투명한 상태에서의 민관합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민간전문가와 환경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이 4대강의 16개 보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1월 16일이었다. 이 날 발표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것은 박창근 관동대교수(토목공학)가 지적한 4대강 보의 안전문제였다. 박교수는 낙동강의 구미보·낙단보 등 적어도 6개 보에서, 보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받이공의 유실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이 직간접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물받이공이 없어지면 보 본체를 받치고 있는 밑 부분 모래가 물에 쓸려 내려가게 되고, 모래 위에 세워져 있던 보가 필경 기초를 잃어 동강 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정부측은 아마도 "보가 동강날 수도 있다"는 대목에 몹시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박교수 발표 사흘 뒤인 1월 19일, 긴급조치 시대 대검 공안부장 쯤 되는 사람이 "국론(國論)분열조장행위 엄단하겠다"하던 식의 협박이 나왔다.



ⓒ프레시안(손문상)
이 나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취재기자들까지 다 모인 공개된 자리에서 당당하게 나온 문제제기였다. 사고의 가능성을 지적하며 걱정하고 경고하고 공동조사를 제의한 것은, 법률적으로 대응할만한 '사실에 입각하지 않는 내용'도 아니었다. 참으로 희한한 나라다. 민간인 전문가가, 수십조 원을 쏟아 부은 초대형 사업현장을 찾아다니며, 정부도 파악하지 못한 '사고의 가능성'을 자력으로 찾아내, "빨리 손 써야한다"고 알려준 '고마운' 행위를 놓고, "입 다물지 않으면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지적해줘서 고맙습니다. 함께 가 현장을 확인하고 위험을 사전에 막읍시다" 해야 할 일이었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위원이 꾸짖고 나섰다.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보의 안정성과 함께 갈수기의 수질악화, 농지침수피해 등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며 야권 및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실태조사를 하는게 옳다고 촉구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협박'을 하고 있을 무렵,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설 연휴를 맞아 대대적인 4대강 홍보활동을 벌이도록 지시하고 있었다. 지역새마을 협의회, 바르게 살기, 4대강 단체 등을 통해 4대강 보 방문 환영 현수막도 걸도록 했다. 문제점 많은 '4대강 여론'을 돌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생명의 강 연구단'의 안전문제 제기를 보고받은 MB쪽에서, 질책과 함께 '법률적 대응 검토'를 포함한 '자상한' 독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참으로 별스럽다"고 느끼는 대목이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의 '4대강 침묵'이다. 4대강 문제에 대한 박 위원장의 침묵은 이미 '은(銀:웅변)보다 나은 금(金:침묵)'도 아니고, '신비로움'의 단계도 벌써 벗어났다. 무언가 견해를 밝혀야 할 '때'를 놓친 듯하다. 혹시 비상대책위원 가운데, 4대강 사업에 대한 '색깔'이 분명한 사람들을 적지 않게 임명한 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시했다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분명히 '말'을 할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은 박근혜 위원장이 그러듯이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은 시작단계에서부터 졸속과 속임수와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동지상고 잔치판'이야기를 빼놓고 보아도 그렇다.

당장 지금 주목받고 있는 보의 안전문제도 분명한 '댐'을 '보'라 우기며 공사를 벌인데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원래 보(洑)란 우리가 시골에서 보았듯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1m 남짓 높이의 둑을 쌓고, 흐르는 냇물을 가두어 두는 곳을 말한다. 강이나 호수를 가로지르는 큰 구조물을 세워 많은 물을 저장하는 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MB정권은 4대강 16군데에 그렇게 사실상의 '댐'을 건설하면서 '보'라 선전했다.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에는 냇물을 가로지르는 길이 86m, 높이 4.8m의 아담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댐이다. 현지 관청에서도 이 구조물은 안흥댐이라 부른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에도 안흥댐이라 적혀있다. 4대강의 이른바 '보' 16개 가운데 안흥댐과 같거나 작은 곳은 하나도 없다. 길이는 260~953m에 이르고 이 중 8개 보는 길이가 500m 이상이다. 국제 대(大) 댐 협회(ICOLD) 기준으로 대(大) 댐 (길이 500m이상, 높이 10m이상)에 해당하는 보도 4개나 된다. 모두 '보'들이 아니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구조물인 '댐'을 '보'라 우긴 데는 까닭이 있었다. 국가재정법상 투자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게 되어있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비켜가기 위해서였다. (보는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댐은 댐에 걸맞는 기준에 따라 튼튼한 기초 공사 등을 해야했다. 그러나, 사실상 댐이므로 댐의 개념에 맞춰졌어야 할 설계 등이, 상당수 그냥 이름대로 보의 기준에 맞춰 허술하게 짜 맞춰졌다고 했다. 당연히 안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안타까워한다.

거쳐야 할 절차 생략하면서 졸속과 속도전 공사가 뒤따랐고, 그 자체가 무리수가 되었다. 댐에서의 '누수'는 건설업계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금기사항이다. 그 때문일 것이다. 4대강 공사 관계자들은 보에서 물이 새는 것을 절대로 누수라 하지 않았다. 우리말 사랑일까, '물 비침 현상'이라고도 했고, '물 번짐 현상'이라고도 했다. (토목공학교과서에도 없는 용어라 했다) 그리고는 반드시 "별거 아니다"는 토를 달았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다음 단계에서는 '물구멍 커짐 현상' 이나 '보 무너짐 현상'이라 할 것인가"하고 묻는다. 솔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4대강 사업 공사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문제는 '보의 안전문제'가 설사 해결된다 해도, '4대강'은 이미 발을 뺄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당초 MB정권이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 목적으로 내세웠던 홍수예방은 그 자체가 거짓이었다. 누차 이야기 했고 이미 입증됐듯이, 4대강 본류에는 홍수가 없었다. 지천과 지류가 홍수지역이었다. 4대강 본류에 대한 과도한 준설로 역행 침식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천 지류의 홍수는 그 피해 정도가 더 심해지게 되어있다.

16개 보에 물을 가두면 수질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벌써 함안보와 합천보 상류 지역은 녹조(綠藻)와 갈조(褐藻)가 많이 번식해, 조류(藻類)발생 경보직전의 수준에 이를 정도로, 수질이 나빠졌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각 보마다 물이 채워지면, 수위가 높아지면서 인근 수백만평의 농지가 침수된다. 정부도 알고 있다. 농민들의 생업문제가 난감해 질 것이다. 준설해내면 또 쌓이는 모래 때문에 당초 MB가 기대했던 수심6m의 뱃길도 쉽지 않을 것이다.

4대강의 한해 유지비가 2600억 원이 되리라던 정부의 예측은 시행도 해 보기 전에 빗나갔다. 6000억 원 예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1조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많은 돈 들이고도, 계속해서 세금 끝없이 쏟아 부어야 할 일이 남은 것이다. 독일의 한 하천 전문가는, 4대강 사업의 후속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할 경제력을 가진 나라는 지구상에는 없을 것이라 했다. 요컨대 비싼 돈 들이고 백해무익한 재앙을 불러들였다는 이야기다.

작년 10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기도 여주군 한강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맞이'행사에서, "오늘 저녁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 한 달 뒤 필리핀 국빈 방문길에서, MB는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한국도 국토의 상당부분이 방콕처럼 침수되어 국민이 고통 받았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거듭 말하지만 근래 들어 4대강 본류에서는 홍수가 일어난 적이 없는데도 그는 그렇게 계속 거짓말을 해댔다.

그 때문이었으리라. 극심한 물난리를 겪었던 태국의 총리가 지난 12월 15일 조선일보기자와 만나 '4대강'을 배우기 위해 2012년 봄 한국을 방문키로 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해댄 결과다. '4대강'과 관련해 그가 지금도 정말로 행복하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찌됐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이런 모든 사태, 예컨대 보의 안전문제, 지천지역의 홍수피해 증가문제, 수질 악화문제, 농경지 침수문제, 끝없는 세금 퍼붓기 문제, 국제적 거짓말 수습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할 방안이 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진실 앞에 겸손하고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고는 결단해야 한다.

일부에서 폭파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4대강의 보들은 철거하는 게 순리다. 빠를수록 좋다. 단돈 10원이라도 더 들어가기 전에 그래야 한다. 그게 이익이다. 4대강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오홍근 칼럼니스트

MB 친인척, ‘가족애’로 뭉친 그들


이글은 시사인 2012-02-01일자 기사 'MB 친인척, ‘가족애’로 뭉친 그들'을 퍼왔습니다.
대형 이슈에 묻혔지만,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은 정권의 도덕성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수사에 미온적이던 검찰도 정권 말기가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통령 주변 비리 사건을 총정리해보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발언은 각종 비리에 대한 언론과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의 적극적인 외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언론인(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협회)이 선정한 ‘가장 무시당한 뉴스’는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보도였다. 무려 77.3% (1258명)가 이를 꼽았다. 언론이 대통령 비리에 대해 입을 다물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한 언론사 사회부장은 “검찰과 경찰이 정권의 통제력 안에 있어서 친·인척 비리가 그나마 이 정도다. 그것도 언론이 축소 보도해 사태의 심각성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난 정권이었으면 언론에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열 번은 나왔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선관위 디도스 공격,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 따위 초대형 비리가 친·인척 비리를 덮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인척 비리 사건은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가장 크고도 중요한 사안이다. 놓쳐서는 안 될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정리해보았다.

■ 대통령의 아들, 사위, 사돈

먼저 이명박 대통령과 가족 스스로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있다. 내곡동 땅 문제로 이 대통령도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내곡동 부지를 둘러본 뒤 승인해서 부지를 매입했다”라고 증언했다. 내곡동 땅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씨(다스 경영기획팀장)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검찰 수사에서 시형씨가 매입한 땅 구입비용 중 6억원이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호처는 국민 세금으로 시가보다 비싸게 땅을 사들였고, 이 대통령은 아들 이름으로 시가보다 싸게 땅을 사들였으니 누가 보아도 국민 세금을 사저 구입에 썼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최고형이 징역 10년인 ‘업무상 배임죄’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내곡동 사건은 대통령이 관련된 사안이어서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될 것 같다. ‘혐의 없음’으로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2009년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06년 초 조 부사장은 한국도자기 창업주 손자인 김영집씨가 엔디코프를 인수했다 되팔 때 지분을 투자했다. 또 김씨와 코디너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건과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을 받았다. 김씨는 구속됐다. 당시 검찰 한 관계자는 “재벌 2·3세들이 돈을 모아주었고 그 돈으로 주가조작을 한 주범이 구속됐다. 검찰이 걸면(구속하면) 걸리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2010년 7월 조현범씨의 사촌이자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550만 달러(약 64억원)를 횡령하고, 회삿돈으로 수십억원대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조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대통령의 형제·조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주변은 각종 의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곤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이상득-박영준 라인’이 이명박 정부의 인사 전횡과 불법 사찰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민간인 사찰, 각종 인사청탁, 카메룬 다이아몬드 게이트, 에스엘에스(SLS)그룹 접대 의혹 등에 관련되었다. 그러나 이들 의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의 정리되었다. 의혹이 불거졌으나 검찰이 박 전 차관을 부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상득 의원을 코오롱 시절부터 20년 넘게 보필한 박배수 보좌관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 1억5000만원,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상득 의원실 여직원 2명의 계좌에서 8억원 상당의 자금이 세탁된 것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이 이 의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수사에 속도를 내지는 않고 있다.


ⓒ뉴시스 김윤옥 여사의 사촌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가운데)은 4억원대의 불법자금을 받아 구속됐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46)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그는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함께 오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계 매쿼리 그룹이 인천공항 매입에 적극 나섰는데, 지형씨는 매쿼리 IMM자산운용 대표로 재직했다.

국고가 2조원 가까이 날아간 메릴린치 투자 사건에도 지형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2008년 1월 공기업 한국투자공사(KIC)는 미국 메릴린치에 20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했다. 이 투자는 고작 1주일 만에 결정됐으며, 여러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 당시 한국투자공사 간부들은 이 투자를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메릴린치 주가가 폭락해 1조4000억~1조80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책임자는 말레이시아 출신 구안 옹(Guan Ong)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CIO)이었다. 는 사정기관 문건을 공개하며 “구안 옹 씨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지형씨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로 거주지로 옮기고, 투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는 다스의 최대 주주다. 하지만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함께 정치인 이상득·이명박 형제의 재산을 관리한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상은씨는 공시지가 74억원대의 경기 이천시 땅 약 46만2800㎡(14만여 평)를 아들이 아니라 조카(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이상은씨의 사위 전종화씨는 씨모텍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2009년 전종화씨는 씨모텍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씨모텍 주가는 전기자동차와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면서 5배 이상 치솟았다.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기차를 시운전하는 장면을 언론에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씨모텍은 지난 9월 상장 폐지됐다. 1만2000명 소액 투자자들의 수백억원대 주식은 휴지가 됐다. 당시 씨모텍 대표이사가 자살했는데 실제로 회사 전권은 전씨가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까지 검찰은 씨모텍 수사에 별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다스 사장은 소망교회 출신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다. 강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부정부패에 연루돼 처음으로 사법 처리된 최초의 고위 공직자였다.

■ 김윤옥 여사와 친·인척

김윤옥 여사 주변의 비리 사건도 적지 않다. 김윤옥 여사의 동생 김재정씨는 죽었지만 그가 대통령 재산을 차명 관리한다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재정씨가 죽은 후 다스와 김경준씨의 소송 그리고 다스 주식의 이동 등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다스 주식을 상속세로 낸 것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김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퇴출 저지 로비 명목으로 4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김 여사의 둘째 언니 남편인 황태섭씨는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재직하며 3년여 동안 매달 1000만원씩 고문료를 받았다. 그가 금융업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은 없다. 사업가 출신 황씨는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사조직인 ‘일명회’ 사무국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 후원회 사무국에서 일했다. 검찰은 한 달 넘게 황씨의 구속 여부를 고심 중이다.

김 여사의 작은 형부인 신기옥씨는 2008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룸살롱 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최근 신씨가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되는 ‘BBK 가짜 편지’의 배후라는 증언이 나왔다. 신씨는 경북고 총동창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친·인척 1400여 명을 ABCD 네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A등급에 해당하는 친·인척 100여 명은 상시관리 대상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 시스템은 구멍이 나 있었다. 제일저축은행 사건으로 문제가 된 김재홍·황태섭의 경우 청와대는 저축은행 사건이 터지고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재홍씨는 서일대학 이사 재직 시절 학내 분쟁이 발생하자, 청와대 민정수석실·경찰청 특수수사과·교육과학기술부 직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 정권 실세에 관한 정보 보고를 하지 못했다. 정보가 나가면 역으로 당하는 수가 있어서 모두 보고서 내기를 두려워했다”라고 말했다. 감사원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가청렴위원회를 통합시키고 투명사회협약을 폐기하는 등 부패에 관해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특히 대통령이 주변 비리에 대해서는 관대한 면모를 보여왔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더 나올 것으로 본다. 1년6개월 전부터 친·인척 비리와 권력 비리를 대통령에게 직접 수차례 경고했지만 둔감했다”라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친·인척이 인사를 주무른 실세들인데 어떻게 그들을 수사할 수 있는가. 정권 말기 검찰 수뇌부의 지시가 잘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친·인척 수사에 대한 검찰 분위기가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MB 물가지수’ 이번에도 실패하나


이글은 시사인 2012-02-01일자 기사 '‘MB 물가지수’ 이번에도 실패하나'를 퍼왔습니다.
2011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체감 상승률은 그 몇 배에 이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관리에 나선 것만 세 번째다. 올 상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

“10만원 갖고 장보면, 어디서 잃어버린 것 같아. 계산해보면 맞는데, 산 게 별로 없거든.” 지난해 12월 주부 고명진씨(54)는 서울 가락동 수산물공판장에서 신선한 갈치 한 마리를 손에 들었다가 놓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결국 갈치 여섯 토막을 2만7000원에 구입해 저녁 식탁에 올렸다. 이날 국은 육개장, 후식은 단감. 한 끼 식사에 든 비용이 무려 6만원이었다.

고씨는 매년 쓰는 가계부를 비교해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물가가 전년도와 대조해 터무니없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고씨 가계의 식료품비는 2008년 3월 56만9120원, 2009년 3월 68만7170원(전년 대비 20.7% 상승), 2010년 3월 76만5280원(11.3%), 2011년 3월 81만9620원(7%)이 들었다. 3년간 평균 8만3500원(10.6%) 오른 수치이다.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는 네 식구 아침식사에 1만원, 큰딸 점심 도시락에 들어가는 김치·햄·달걀·어묵 따위에 4000원이 든다. 네 식구가 한자리에 둘러앉아 먹으려면 고등어·나물·감자 따위로만 찬을 마련해도 3만원은 거뜬히 넘어선다. 이따금 먹는 사과·배·감·귤 같은 후식은 1만원이 넘는다. 먹는 양이나 내용은 변하지 않았는데 가격만 올랐다.

1월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품목별 소비자물가상승률’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품목은 고춧가루다. 전년보다 50.6%나 치솟았다. 콩(43.7%)·부엌용구(42.9%)·오징어채(40.9%)·마른오징어(37.5%)·고등학교 교과서(36.6%)·장갑(31.3%)·오징어(29.1%)·소금(28.6%)·돼지고기(28.1%)가 그 뒤를 이으며 상위 10대 상승 품목에 올랐다.



이보다 앞선 1월3일,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품목별로 물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이름을 걸고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고추 국장’ ‘배추 과장’ ‘쇠고기 차관보’처럼 공직을 걸고 물가를 챙기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배추 가격이 1만5000∼2만원이면, 20달러인데 지구상에 20달러짜리 배추가 어디 있느냐. 올해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MB 물가지수’ 번번이 실패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진행되는 세 번째 물가 관리다. 2008년 3월,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는 ‘MB 물가지수’를 지정했다. 2008∼2011년 이들 품목의 물가상승률은 15.2%에 달했다. 2011년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교통요금·삼겹살 등 10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는 ‘신MB 물가지수’를 발표했다. 이들 품목은 22.5%나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에 소비자물가지수는 10%였다. 즉, MB 물가지수와 신MB 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보다 각각 1.5배와 2.25배 더 많이 오른 것이다.

2008년 1월과 2012년 1월 식료품비를 비교하면 그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우유(1ℓ) 1750원→2350원(34% 상승), 종가집 포기김치(4.5㎏) 2만2900원(3.7㎏) →2만6200원(29%), 목우촌 로스햄(500g) 4450원→6750원(51%), 농심 신라면(5개입) 2600원→3170원(21%), 하림 들깨녹두삼계탕(800g) 8500원→1만3900원(63%). 4년 전 5개 품목을 구입할 때 4만200원이 들었던 데 비해 지금은 5만2370원이 든다. 총 1만2170원(30%)이 올랐다.

2008년 8월과 2011년 8월, 3년 사이 음식점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냉면(서울 주교동 우래옥) 9000원→1만1000원, 칼국수(서울 무교동 곰국시집) 7000원→9000원, 자장면(서울 회현동 야래향) 5000원→7000원, 돼지갈비(250g·서울 신당동 우성갈비) 8000원→1만2000원, 보쌈(일산 설문동 두리원손두부) 2만원→3만원. 기본적으로 식사는 2000원, 요리는 5000원 이상 올랐다.

장사를 하는 처지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구 교남동에 위치한 중식집 현무관 신우섭 사장(34)은 “돼지고기·식용유·설탕·양파·달걀 가격 상승 때문에 지난해 4월부터 자장면 값을 500원 인상해 4500원씩 받는다. 서민들이 오는 곳이지만 도저히 안 되겠더라”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이현수씨(58)는 흥정하는 손님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제는 물건 값을 깎아줄 수 없다. 귤 한 상자를 2만5000원에 팔면 2000원 남는다”라고 푸념했다.

그나마 자녀의 교육비 지출이 없으면 다행이다. ‘품목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르면, 전년도에 비해 지난해 고등학교 교과서는 36.6%, 고등학교 학원비는 4.9% 상승했다. 전체 물가상승률 4%를 웃돈다. 사교육비 부담은 도시 근로자 가구의 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통계청은 교육비가 38만5000원으로 소비지출 1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사교육비 비중은 더 높아진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황 아무개씨(52)는 올해 고3·고1이 되는 자녀를 두고 있다. 두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총 120만원가량. 황씨 가계수입의 30% 이상이 교육비로 쓰인다.

고3 자녀가 학원에서 수강하는 논술·영어·수학 과목은 80여 만원. 고1이 되는 둘째 역시 수학·영어에 31만9000원을 지출한다. 교재비와 문제집을 사는 데 10만원가량이 추가 지출된다. 최근 황씨는 자녀들의 학원비 지출이 부담돼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황씨는 “사교육비가 부담되지만, 모든 지출을 줄여도 교육비를 줄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억눌렀던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당 774.37원이던 도시가스 요금을 815.78원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전기요금이 평균 4.9% 올랐다. 김중겸 한국전력 신임 사장은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하철, 간선·지선버스 요금을 1000원으로 올린 서울시는 올해 이를 1100원으로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하수도 요금도 2014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2배 가까이 올린다.

문제는 소득이다. 1년 전과 비교한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3.49%. 소비자물가가 4% 뛰었지만, 임금이 오르지 않아 노동자가 실제로 받는 월급은 줄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나타낸 경제고통지수는 7.5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4%와 실업률 3.5%가 더해진 결과다. 이는 카드대란 직후인 2001년 8.1,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7.9 이후 지난 10년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1년 12월 생필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102개 주요 생필품 가운데 전달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전체의 68%에 달했다. 유통업계는 된장찌개 3∼4인분을 끓이기 위해 된장(80g)·호박(반 개)·감자(100g)·양파(100g)·대파(100g)·바지락(200g)·두부(반 모)·고춧가루(10g)를 사는 데 6600원을 써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4년 동안 물가와의 전쟁을 치러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율·금리 등 거시정책 수단을 그대로 둔 채 ‘공무원의 개인기’에 의존한 물가관리 대책을 펴온 것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부 고명진씨는 “경제가 살아났다고 해도 물가가 오르면 경제상황은 나쁜 것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라고 하지만 장을 보면 체감 상승률은 몇 배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취재 도움: 김지혜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