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일 토요일

"1% 불법 막으려고 99% 합법 금지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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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통심의위원 박경신 교수 "SNS·앱 감시팀, 애플이 권고 안들어주면 어쩔 것인가"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박경신 고려대 교수 겸 방통심의위 야당 추천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조직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를 했다. 그걸 막으려고 했고,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의사봉을 들고 뛰쳐나갔다."

지난 1일 오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만 위원장)에서 여당 추천위원들이 SNS.앱 심의팀 신설안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이에 반발해 의사봉을 들고 회의실을 뛰쳐나온 박경신(고려대 교수) 야당 추천위원의 변이다.

박 위원은 2일 와 통화에서 전날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SNS와 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 심의팀' 신설안을 다수결로 강행처리한 데 대해 "이제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 규제기구가 아니라 합법정보 규제기구로 전락했다'며 "공식적으로 스스로 '검열자'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이번 안건 통과를 '조직 파괴행위'라고 규정했다. 방통심의위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통신심의국 산하에 앱.SNS를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 심의팀, 지상파 라디오 심의팀, 종합편성채널을 심의하는 방송심의 2팀이 신설되는 안이 담긴 '방통심의위원회 사무처 직제규칙' 개정안을 다수결로 강행처리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은 ▲헌정질서 위반 ▲범죄 기타 법령 위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국제 평화질서 위반 등이다. 결과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에게 ▲해당 게시물 삭제 ▲사이트 이용 해지 ▲접속 차단 등이다. 

박 위원은 SNS 심의.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크게 두가지를 들었다. 첫번째는 "SNS가 다른 인터넷서비스와 달리 대부분의 정보전달이 기존에 만들어놓은 관계망에 있는 사람에게만 이뤄지기 때문에 완전한 공적소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불법트윗 하나 때문에 계정 전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법정보' 규제가 되지 않고 '합법정보' 규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박 위원이 특히 문제삼고 있는 건 '합법정보 규제'다. 이는 SNS규제의 실효성과도 연관된다. 박 위원은 이와 관련해 "불법정보 1%를 지우기 위해 합법정보 99%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며 "SNS전담 심의팀을 공식적으로 만든 건 '합법정보 차단기구'임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꼴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합법정보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최근 트위터 계정 2MB18NOMA의 경우 계정 이름이 이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한다고 해 계정 내 수많은 트윗들이 차단됐다. 어떤 폐북 계정은 김일성 찬양글이 올라왔다는 이유로 차단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정치법 수용소를 비난하는 글도 같이 차단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SNS 계정 내에 올라와 있어도 내용상 서로 연관성이 없고 작성자들도 제각각이다. 정보가 내용에 따라 조직되는 게 아니라 인맥에 따라 조직되는 것"이라며 "결국 그 사람의 계정에 글들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콩이 가득 든 부대에서 썩은 콩을 한알씩 골라내듯, 팔로워가 많은 사용자의 트윗이 수십만개로 복제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여야 추천위원의 비율이 6:3인 방통심의위 구성의 특성상 여당 추천위원들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박 위원은 SNS 심의팀이 만들어짐으로 인해 발생할 각종 폐해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타협안을 네차례나 냈지만, 모두 묵살됐다.

박 위원은 "세번의 양보와 네번의 타협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표결이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다른 인터넷 규제를 전과 동일하게 하는 대신 최소한 SNS규제만큼은 방통심의위가 하지말자 ▲SNS 규제 범위를 음란물, 도박물로 한정하자 ▲게시자에게 심의참여 기회를 주자 ▲심의팀을 만들지 말고 기존대로 SNS규제를 하자는 네가지 안을 차례로 냈지만 모두 6:3으로 부결됐다.

'나는꼼수다'와 같은 인기 팟캐스트 규제여부에 대해 박 위원은 "그런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드로이드폰과 같이 앱 형태로 제공되는 팟캐스트 규제에 대해선 "트위터같은 사적 공간이 아니라 앱스토어라는 열려진 공간을 통해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 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스마트폰 앱 심의에 대한 가장 큰 문제로 '실효성'을 들었다. 그는 "앱 심의는 실효성 문제가 가장 크다"며 "구글이나 애플사에서 방통심의위 권고를 들어줘야 하는데, 그쪽에서 들어줄 지, 안 들어줄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qwereer@vop.co.kr

"한미FTA '사법주권' 침해한다" … 들썩이는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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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부장판사 "한미FTA 불평등... TF구성해야" 순식간에 동의 100명 넘어서

한미FTA가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재협상 해야 한다는 주장에 사법부가 들썩이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가 1일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법주권을 침해한 불평등 조약일 수 있다"며 재협상을 위한 사법부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자 하루도 되지 않아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동의했다.

법관이 정부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실상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사법부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글은 법관들이 최근 SNS 등에 FTA 비판글을 잇따라 올려 개인적 소신과 견해를 밝힌 것과 달리 협정을 법리적으로 분석하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는 등 사법부의 구체적 대응방안까지 제시했다.

김하늘(43·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1일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한미FTA에 관한 기획토론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여러 독소조약을 품고 있고 특히 우리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는 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또 "FTA도 하나의 계약이고, 계약이 불공정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전문영역이고,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어떠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거티브 방식의 개방, 역진방지 조항,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을 근거로 한미FTA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불공정한 독소조항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 해 재협상 테이블에서 해당 부분을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법원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제안에 공감하는 판사들이 있다면 댓글을 기재해달라며 한 달 안에 100명을 넘어서면 태스크포스(TF) 구성 청원문을 만들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직접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이미 100건 이상의 찬성 댓글이 달렸다.

김 부장판사는 "TF의 연구과제는 한미 FTA에 불공정 요소는 없는지, 있다면 어떤 식으로 바로잡아야 할지 등이 될 것"이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의 의구심과 사회적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이고, (나도) 한 치 이의 없이 승복하겠다"고 덧붙였다.

법관의 SNS사용 논란, FTA정당성 검토로 이어져

김 부장판사의 이같은 글은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은 모든 언동이나 처신에서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양 대법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신임 법관들의 임명식에서 한 발언이지만 최근 계속되는 판사의 SNS 사용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조경력자 신임법관 26명에 대한 임명식에서 "재판 규범으로서의 양심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양심이 아니라 보편적 규범의식에 기초한 법관으로서의 직업적·객관적인 양심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보편타당한 것이어야 하고 다른 법관과도 공유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치관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어 "독특한 신념에 터 잡은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사회 일각의 주장을 여론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거나 실체를 왜곡해 부당한 방향으로 재판을 끌고 가려는 시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공식적인 자리를 빌려 판사의 SNS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명이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29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관의 SNS 사용 기준과 관련해 "신중한 사용을 권고한다"고 밝힌 이후에도 논란이 사그러지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법관의 SNS 사용이 논란이 된 것은 지난달 22일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45·연수원22기)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한 보수언론이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42·연수원23기)가 최 부장 판사를 적극 옹호한 사실이 28일 알려지면서 논쟁이 격화됐고, 결국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까지 나섰다.

이 부장판사는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최 판사를 맹 비난하면서 법복을 벗으라고 압박을 가하자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과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해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킨 구국의 결단. 그런 결단을 내리신 국회의원님들과 한미안보의 공고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대통령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이것도 정치편향적 글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판사는 이어 "진보편향적인 사람은 판사를 하면 안된다는 말이겠지"라며 "그럼 보수편향적인 판사들도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고 덧붙였다.

[사설] 한나라당 쪽의 ‘선관위 디도스공격’, 반민주적 범죄행위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 한나라당 쪽의 ‘선관위 디도스공격’, 반민주적 범죄행위다'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지난 10월26일 재보궐선거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누리집을 분산서비스(디도스) 공격한 범인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그날 한때 선관위 누리집에 외부 접속이 차단됐고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악할 만한 중대범죄다. 행위의 목적과 배후를 철저히 수사해 사건 전모를 밝혀야 한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최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씨 등은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2시간여 동안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방법으로 선관위 누리집을 마비시켰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아울러 투표율이 낮아야 여당 쪽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씨 등은 출근시간대에 야당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투표율을 떨어뜨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 단순한 공무집행 방해나 전기통신망 관련법 위반 행위가 아니다. 금품을 뿌리거나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수준의 선거범죄와도 견줄 수 없다. 이들의 행위는 유권자들의 주권 행사를 조직적·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선거제도의 기틀을 정면으로 뒤흔드는 행위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해야 마땅하다.
더욱 놀라운 일은 집권여당 국회의원의 비서로 공식 등록된 실무자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최 의원은 자기는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씨는 최 의원을 수행하며 운전을 하는 비서다. 의원이 손발처럼 부리는 사람이다. 공씨한테서 범행을 주문받은 전산업체는 직원 세 사람이 200여대의 좀비 컴퓨터를 동원했다. 들어간 품과 장비로 볼 때 상당한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7살의 수행비서 혼자서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운 일이다. 설령 최 의원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엄청난 행위에 대한 관리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경찰은 최 의원과 한나라당의 관련성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야 한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의 홍보전략을 총괄하는 홍보기획본부장이다. 서울시장 선거 때는 한나라당 지도부, 나경원 후보 등과 선거전략을 긴밀하게 조율했다. 한나라당이 최 의원 쪽에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도 옳지 않다. 한나라당 차원의 해명과 책임 있는 조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설] 판사들이 봐도 ‘불평등 조약’인 한-미 FTA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 판사들이 봐도 ‘불평등 조약’인 한-미 FTA'를 퍼왔습니다.
엊그제 인천지방법원의 김하늘 부장판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불평등을 지적하며 대법원에서 재협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에 하루 만에 170명이 넘는 판사들이 공감하는 댓글을 달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법부 안에서 이제야 협정을 재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 의견이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그렇지만 사법주권을 위협하는 협정에 대해 사법부가 나서서 제동을 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판사들이 지적한 협정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협정의 법적 효력이 불평등하게 적용되며, 분쟁해결 절차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는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협정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벌어진 찬반 논란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법률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사법부로서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법적 불평등은 협정의 법적 지위를 두 나라가 다르게 두는 데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선 대외조약을 특별법으로 인정하는 헌법 규정에 따라 협정이 가장 우선 적용되는 법률이 된다. 이와 달리 미국은 연방 법령은 물론이고 주법보다도 아래인 행정협정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미 의회는 지난달 10일 통과시킨 협정 이행법에서 자국 법령과 충돌하는 협정의 모든 규정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우리 국회에선 협정과 충돌하는 모든 국내 법령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협정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협정과 관련한 법적 분쟁을 제3의 국제중재기구에 넘기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우리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빼앗는다. 협정과 충돌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조처는 물론이고 법원 판결까지도 미국 투자자와 기업의 제소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법원은 모든 판단과 결정의 기준을 국내 헌법 가치와 법률이 아니라 협정에 따른 미국 투자자의 이익에 맞춰야 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삼권분립의 원칙을 들어 협정에 대한 판사들의 의견 개진을 부적절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협정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위한 형식논리일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사법주권을 무시하고 협정을 밀어붙인 만큼 이제 이를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다. 협정 발효를 서두를 게 아니라 사법부에서 제기된 이 문제부터 철저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사설]김하늘 판사의 ‘FTA 사법부 역할론’ 공감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김하늘 판사의 ‘FTA 사법부 역할론’ 공감한다'를 퍼왔습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法諺)은 판사가 재판과 관련된 사안을 판결문 밖에서 언급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극도로 자제하라는 행동규범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언이 판사는 판결 이외의 모든 사안에 대해 침묵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즉 판사도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국가의 사법체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는 적극적 견해 표명의 의무마저 진다고 할 수 있겠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엊그제 법원 내부게시판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불평등 조약일 수 있는 만큼 사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김 판사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써 법원행정처에 FTA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의 글은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을 잊지 않겠다”는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의 글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열린 직후에 나온 것이다. 

우리는 김 판사의 글이 여러 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으며, 경청할 대목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김 판사가 자신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를 지지했던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한 점에서 FTA를 비판하는 판사들을 ‘반미주의자’ ‘극소수 좌편향 법관’ 운운하며 색깔론 공세를 펼쳤던 수구언론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그의 글에 판사 116명이 지지 댓글을 올린 것이나, ‘윤리위에 회부돼야 할 이들은 수구언론 기자들’이라는 법관들의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김 판사의 글 가운데 “처음에는 막연하게 FTA에 찬성했지만 비준안 날치기 통과 이후 FTA를 들여다보니 법률전문가이며 애국자인 법관들의 연구와 결론 도출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대목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애국적 보수주의자이며 최고의 법률전문가인 판사가 “막연하게 찬성했을” 정도라면 일반인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FTA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찬성했을 것인가. 김 판사와 같은 법관들이 뒤늦게나마 FTA의 치명적 독소조항을 꿰뚫어보고 문제해결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FTA는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이 조약을 포함한 법률의 최종적 해석권자인 법원이 이제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김 판사의 ‘사법부 역할론’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사법환경의 재앙적 변화를 고민하는 법관이라면 당연히 표명할 수 있는 견해라고 본다. 우려스러운 것은 아직도 법원 수뇌부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을 걱정하는 법관들의 진심을 잘못 알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회 일각의 주장을 여론이란 이름으로 실체를 왜곡하는 시도가 있다”는 언급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실체를 왜곡한 것이야말로 수구언론이며, 이들의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이야말로 대법원 수뇌부가 아니던가. 김 판사의 진심어린 충정이 FTA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고, 재협상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설]헌정질서 유린한 사이버 공격 배후 누구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헌정질서 유린한 사이버 공격 배후 누구인가'를 퍼왔습니다.
지난 10·26 재·보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마비시킨 범인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씨가 정보기술업체 대표인 고향 후배 강모씨 등 3명과 공모, 200여대의 좀비PC를 동원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그것도 여당 의원 비서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전대미문의 선거 방해 사건이다.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선관위의 공무집행 방해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린한 중대 범죄행위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투표소 찾기, 후보자 등 각종 선거정보가 망라돼 있는 곳으로, 투표일 당일 이곳을 공격한 것은 민의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한 명백한 사이버 테러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표율을 떨어뜨림으로써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것으로 과거 독재정권 시절 부정선거 공작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선관위 홈페이지가 마비된 오전 6시15분~8시32분은 야당지지 성향으로 분류되는 젊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투표할 투표소를 확인하는 시점이어서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방해받았다고 호소했다. 관건은 공씨가 누구의 지시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최 의원과 한나라당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일개 의원의 운전 담당 비서가 사람을 3명씩이나 고용하고 좀비PC를 200대 동원하는 일을 단독으로 했다는 주장인데,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재·보선 당시 최 의원은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홍보책임자였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로부터는 ‘스핀닥터’(막후에서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성하는 홍보전문가) 역할을 주문받은 사람이다. 최 의원과 한나라당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경찰은 어제 “공씨의 범행 동기와 목적, 배후, 공범 여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벌써 의원 비서관 한 명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냐며 ‘꼬리자르기’ 수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이번 사건의 범죄 당사자는 물론 배후 등 범죄의 전모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KBS 기자의 민주당 대표회의 도청 의혹 사건처럼 어물쩍 처리해선 안된다. 이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2011년 12월 2일 금요일

[시각] 언제까지 괴담 타령이나 할 건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SCIENCE ON' 2011-12-01일자 기사 '[시각] 언제까지 괴담 타령이나 할 건가'를 퍼왔습니다.
‘의인성CJD 발병 사례’ 국내 첫 확인을 지켜보며


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사례가 공중보건 측면에서 주는 교훈과 의미보다는 광우병과 연관된 정치적 측면으로 ‘괴담’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더 많이 등장하는 데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투명한 자료를 바탕으로 온전한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는데 이미 수없이 실패한 정부와 언론들이 사소한 대중의 오류와 반응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심리적 반응이기도 합니다. 떳떳하지 못할수록 심리적 불안에 의해 타인을 많이 의식하고 민감한 과잉반응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극소수의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돈다고 해서 국민 전체가 괴담을 만들고 괴담에 유혹을 당하는것처럼 보는 것은, 그렇게 보는 사람이 어떤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어느 수준까지 자극은 통증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이것이 잘못되어 사소한 자극도 통증으로 인식할 만큼 통증 인식 기준이 낮아져 만성적인 신경병성 통증을 앓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신경병성 통증이 과민성 대장이나 입이 타는 증상과 같이 전혀 다른 모습의 갖가지 증상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듯이 이것 또한 언론보도의 왜곡이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과 같은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광우병이라는 말에  전전긍긍하는 정부와 언론

국내에서 발생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사례는 영리를 위해서는 부도덕한 일도 서슴치 않던 독일의 한 의약품 회사가 만들어 낸 인재로서 그 결과가 현재까지 치명적인 인명 손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병으로 사망한 주검인지조차 상관하지 않고 취득한 라이오듀라(Lyodura)를 1969년부터 세계 각국에 팔고 이것을 가지고 수술을 한 결과인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987년 1월 미국 예일대학의 의사가 최초로 이로 인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을 보고함으로써 치명적인 문제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 endo는? 미국에서 현업 의사이자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는 의학자 ‘endo’(필명) 님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온라인 게시판에 유익한 글을 올려 주목받아왔습니다. 사이언스온의 독자이기도 한 endo 님은 생의학의 쟁점들에 관한 글을 부정기적으로 사이언스온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온

계적으로 광범위한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이 수술 재료를 확산시키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였습니다. 1987년 예일대학의 보고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조사를 통해 라이오듀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보고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만일 한국에서 그러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미국 인구 가운데 단 1명한테서 발생한 극히 희박한 확률일 뿐이라고 넘어갔다면 많은 세계인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1997년 자국의 인간광우병(vCJD)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수술 재료로 인한 43건의 피해 사례를 찾아내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2005년 영국의 신경과 의사가 이 병의 잠복기를 22년으로 결론 내렸지만  일본은 1979~2008년에 국내 발병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잠복기가 24.8년까지도 되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현재 최초 사례가 발생하고 나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내용이라는 게 고작 ‘이 질병이 인간광우병과는 무관하며 일상생활에서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리고 언제 사용금지가 내려졌으며, 사용금지 이전의 수술환자에 대하여 어떠한 역학조사나 대책이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나 설명도 없이 이제 와서 역학조사와 대책 마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이것이 인간광우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설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문제조차 정치적으로 민감한 극히 제한적인 사안에만 관심을 가지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온 결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대국민 발표와 언론 보도 내용인 것입니다. 캐나다의 한 방송은 2002년에 이미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보도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광우병 문제에 대해 유래 없이 큰 국민적 관심을 경험했던 나라에서 아직도 자국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된 기초자료도 없이 질병이 발생해야만 그때 가서 준비되지 않은 설명과 향후 대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임기응변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중보건의 후진성을 먼저 자성하고 논해야 할 상황

번 사례가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아니라 인간광우병일 수도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극히 일부에서라도 나올 수 있고, 또한 전혀 다른 병인이지만 “광우병”이라는 용어로 불러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국내의  투명한 기초자료를 가지고 관련 질병을 명백히 설명하지 못해 왔던 정부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지 그러한 정보를 접해 보지 못한 대중이 혼동하는 것을 탓할 일은 결코 아닌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정부와 언론이 모든 것을 대중의 탓으로 돌리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습성화되어 있다는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초자료로 현황 분석이 되어 있는 현재의 일본에서 의인성 크로이트펠트-야코프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인간광우병과 혼동을 해서 괴담이라는 용어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중이 필요로 할 때 기초자료를 근거로 준비된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 과학적인 것이지 한국 정부나 언론들의 지금과 같은 대답은 결코 과학적인 것이 아니며, 과학을 논할 자격조차 없다고 할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호응하는 학자들을 골라 정책 홍보를 위한 연구 지원은 하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정말 필요하고 기본적인 연구 지원에는 소홀한 결과는 항상 준비되지 않은 임기응변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공중보건 자체에 대한 후진성을 자성하고 논해야 할 상황에서 대중의 괴담 타령이나 하고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정부와 언론들의 정치적 놀음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가 잘 제공되면 대중은 정부에 신뢰를 가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대중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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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5개 보에서 '누수', 준공 4개월 연기 실상 보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2011-12-01일자 기사 '낙동강 5개 보에서 '누수', 준공 4개월 연기 실상 보니''를 퍼왔습니다.

구미·강정고령·합천창녕·창녕함안보도 '누수', 홍수 땐 연쇄 붕괴 우려
보 내부 구조안전 진단할 3차원 정밀 조사 시급

▲4대강은 땜질 중. 지난달 29일 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 상주보에서 누수 지점에 엑폭시로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낙동강에 세워진 8개의 댐(보) 중 5개의 보에서 물이 샙니다. 상주댐에서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한 뒤 다른 댐들도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물이 새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처구니가 없어도 이럴 수가 있습니까. 나라를 잘 다스려 달라고 모은 세금을, 70%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둘러 추진하더니 완공을 바로 앞둔 시점에 70%가 부실이라니요.

물이 새는 댐은 상주댐, 구미댐, 강정고령댐(전 강정댐), 합천창녕댐(전 합천댐), 창녕함안댐(전 함안댐) 등입니다. 그 뿐 아니라 구미댐은 용꼬리 구조물(날개 벽)이 내려앉았고, 칠곡댐도 댐 앞의 구조물들이 쓸려나갔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문제가 알려지지 않은 낙단댐과 달성댐도 의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곳에서도 부실이 확인된다면 수조원을 들여 만든 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부실이 되는 것입니다.
처음 이런 사실이 발견된 곳은 지난 10월 상주댐입니다. 사실 그 때 발견했다기보다 그 때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물이 새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공사에서는 그 때부터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을 한달이나 지난 뒤 취재에 의해 밝혀지게 됐습니다. 다른 댐들도 이미 물이 새고 있었지만 어느 한 곳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땜빵'으로 덮는데 급급했습니다.

■ 상주댐


▲상주댐입니다. 사진 왼쪽 고정댐 부분을 보시면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10월 25일 촬영).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곳에서 물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럴 수 있다'고 넘겨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댐 우안 둔치 보호공입니다. 1/3 부분까지 물에 젖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안쪽에서 지하수가 스며들고 있는 것입니다. 과도한 준설로 인해 강수위가 지하수위보다 낮아져 생긴 현상입니다.

▲물이 새는 틈 사이로 발포우레탄을 열심히 주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땜빵' 수준으로 물은 계속 계속 흘러나옵니다.

 구미댐

▲구미댐 좌안 부분입니다. 고정댐 부분 하단부위에서 상주댐과 같은 식으로 물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댐 안은 물이 비워져 있는 상태로 담수를 한다면 상부까지 물이 샐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습니다.

▲고정댐 측면에서도 물이 조금씩 스며 나오고 있습니다.

■ 강정고령댐

▲강정고령댐입니다. 구미댐과 마찬가지로 하단부에서 물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이곳은 고정댐 부분 뿐만 아니라 기둥에서도 물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확대한 사진입니다. 물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 더욱 뚜렷합니다. 발포우레탄으로 '땜빵'한 흔적이 보입니다만, 물은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발포우레탄으로 계속 땜질 작업 중입니다.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합천창녕댐 

▲창녕합천댐입니다. 이곳은 다른 댐들과 비교해 많지는 않지만,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창녕함안댐

▲창녕함안댐입니다. 하단부 좌우로 광범위하게 물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댐들과 마찬가지로 '땜빵'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위에서 본 모습입니다.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들은 '물 비침 현상' 또는'물 번짐 현상'으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도 며칠 전 상주댐에서 진행했던 정밀 안전진단을 모든 댐으로 확대해 진행하겠다고 나섰습니다.그리고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준공을 내년 4월 이전까지로 연기해 버렸습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괜찮다면서 4대강 준공 넉 달 연기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다가는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에 '조기완공'이라며 둘러대던 정부, 결국 원래 완공보다 4~6개월 늦춰지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픈행사는 무려 100억원이라는 돈을 들여가며 마치 공사가 끝난 것처럼 꾸몄습니다.

이는 국민들을 우롱한 처사라고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이젠 끝났구나' 싶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이토록 허술하게 진행한 사업을 두고 '옳은 일은 반대가 있어도 해야' 한다거나'4대강으로 폭우 피해 없어, 국민 깨닫기 시작'했다라는 등 무책임한 말까지 쏟아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무책임한 사업 추진 때문에 국민들은 이제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은 본의 아니게 부실시공의 불명예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21세기에 말입니다.

'물 비침'의 정확한 표현은 '누수'
토목공학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주장하는 '물 비침 현상'이라는 말은 그들이 만들어낸 신조어에 불과하며'누수'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철근 콘크리트 보강 등 근본적인 원인 해결은 이제 불가능하므로 틈이 더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고 합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진행한 안전진단은 비파괴검사로서 내부의 구조적인 취약성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3차원 구조 해석'을 통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해야만 누수의원인과 댐의 안전성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 상주댐에서 물이 샌다는 기사를 쓸 때만 해도 '다른 댐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똑같은 겨울철에 분할식 타설공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모든 댐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붕괴 위험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어느 한 댐이 무너졌을 경우 연쇄적으로 더욱더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긴급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4대강 공사'는 전 국민의 머리 위에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거대한 물탱크를 얹어 놓은 꼴이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이 거대한 위험을 또다시 거짓으로 무마하려 해선 안됩니다.

김성만/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

[사설] 종편의 조폭적 광고사냥, 미디어렙 규제 서둘러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1일자 사설 '[사설] 종편의 조폭적 광고사냥, 미디어렙 규제 서둘러야'를 퍼왔습니다.
어제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약탈적 광고 직접영업으로 시장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한다. 종편이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체제를 거부하고 지난달 직접영업을 본격화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나, 그 행태가 조폭이 무색할 정도로 도를 넘은 모양이다.
종편은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과도한 광고액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의 경우 시청률에 비례해 광고액을 정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는데, 종편은 이런 과학적 방식을 무시하고 연간 일정액의 광고비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력 그룹에 “연간 200억원을 달라”는 식이다. 그 규모도 지상파의 70%가 보통이고 많게는 110%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최소한의 잣대인 시청률조차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막무가내식 요구다. 반면 기업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종편 광고액은 지상파의 10%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종편이 생떼를 쓰는 것은 ‘조·중·동·매’라는 위협수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신문을 등에 업고 있으니 자신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종편은 손사래를 치겠지만, 기업들은 한결같이 종편 뒤의 신문을 의식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런 약탈적 광고영업은 공공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언론사로서 할 짓이 아니다. 종편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제 살을 깎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경쟁 지상파나 신문사들의 공격적인 광고영업을 부추겨 언론 전체의 사회적 신뢰도까지 추락시킬 소지가 크다.
하지만 종편은 스스로 자율적 규제를 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보인다. 결국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은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켜 제도적으로 직접영업을 막는 것뿐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를 둘러싼 언론사 간 무한경쟁이 줄어들뿐더러 방송의 보도·편성·제작과 광고가 분리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입으론 미디어렙 법안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도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네 종편을 와 함께 하나의 민영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조·중·동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하루라도 빨리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사설] 국민과 국회 뜻 무시하고 SNS 규제하겠다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1일자 사설 '[사설] 국민과 국회 뜻 무시하고 SNS 규제하겠다니'를 퍼왔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팀을 신설하고 심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문제가 될 만한 글이나 사진을 올리면 자진 삭제를 권하고, 듣지 않으면 계정(아이디)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언론단체 등이 그동안 에스엔에스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방통심의위는 이를 무시하고 애초 방침대로 강행했다.
심의위는 “미디어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서를 개편한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의 그동안 행적과 정부여당의 일련의 에스엔에스 통제 시도에 비춰보면 정치적 목적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 더구나 법적으로도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즉각 철회돼야 한다.
우선 자진 삭제 권고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계정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남용이다. 그 계정의 다른 글이나 이에 연결된 다른 이용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이기도 하다.
또 현실적으로 그 많은 에스엔에스의 내용을 모두 심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국 표적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나꼼수 등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유명인사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방통심의위가 어떻게 심의를 해왔는지를 보면 이런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라디오 전교조 교사 복직 인터뷰와 ‘피디수첩’ 광우병편 및 4대강편, ‘추적60분’의 천안함편 등 정부여당에 부담이 될 만한 내용에 대해선 모두 ‘불공정’ 등의 이유를 들어 불이익을 가해왔다. 심의위원 자체가 친정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심의도 매우 편향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국회 예결위에서 여야가 인력증원 예산 2억1000만원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에스엔에스 심의 강화에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기존 인력으로 전담팀 설치를 강행한 것은 국회에 대한도전이자 국민에 대한 위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젊은층의 에스엔에스 접촉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행태다.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사설]가동도 하기 전에 물 새는 4대강 보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1일자 사설 '[사설]가동도 하기 전에 물 새는 4대강 보'를 퍼왔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보(洑) 곳곳에서 균열과 누수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준공한 상주보에서는 콘크리트 틈 사이로 물이 계속 새어 나오고 있고, 이달 준공 예정인 구미보에서는 고정보와 T자로 연결된 날개의 이음매 부분이 10㎝ 이상 벌어져 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외에도 강정고령보, 합천창녕보, 함안보 등 낙동강에 설치된 8개 보 중 5개에서 누수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국토해양부는 4대강 전역 16개 보 전체에 대해 점검을 실시하겠다며 내년 4월 이후로 준공을 미뤘다. 2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공사가 끝났다며 대대적인 개방공사를 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누수 현상이 벌어지는지 한심한 노릇이다. 

이 같은 부실시공은 놀랄 일만도 아니다. 연말까지 모든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공사를 서두를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바다. 댐 공사가 보통 7~8년 걸리는데 댐과 비슷한 크기의 보 공사를 약 2년 만에 끝냈으니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공사들도 콘크리트의 경우 상당한 기간 동안 양생을 해야 하는데 공기가 짧다 보니 충분히 양생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밤샘 공사로 콘크리트 구조물 간 연결부위를 정밀하게 메우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이런 누수와 균열이 당장 보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보의 내구연한이 짧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이 콘크리트 안에 스며들어 겨울에 반복적으로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균열을 더 벌리면 필연적으로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그런데도 국토해양부는 균열과 누수가 경미한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 시차로 인해 시공이음부에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하는 초대형 보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보의 누수와 균열은 간단히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국토부가 완공을 5개월 이상 늦춘 게 그 심각성을 방증한다. 그런데 당국은 이번에도 안전진단과 보강공사를 졸속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차원 구조 해석을 통한 정밀안전 진단을 하는 게 아니라 눈에 띄게 물이 새어나온 부분만 메우는 땜질식 처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4대강 공사의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점검한다고 해놓고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말로 4대강 보 전체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사설]SNS 막는다고 떠난 민심이 돌아오진 않는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1일자 사설 '[사설]SNS 막는다고 떠난 민심이 돌아오진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우리 헌법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의 완수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근거해 공동체 내에서 책임과 의무의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따라서 자율과 조화의 원리에도 불구하고 책임과 의무 사이의 균형이 깨어진다면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필요하고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적절한 규제일 때의 얘기다. 정작 규제해야 할 곳에는 팔짱만 끼고, 자율과 조화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할 곳에는 시시콜콜 끼어든다면 정부는 헌법이 정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비리가 잇따르는 금융·사학·법조 등엔 멀뚱멀뚱하면서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옭아매보겠다고 덤벼드는 정부가 꼭 그 꼴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SNS에 대한 정부 심의를 확정했다. 뉴미디어정부심의팀을 별도로 신설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와 스마트폰의 응용프로그램(앱)에 떠도는 유해·불법 정보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SNS 사용자와 시민단체는 말이 심의이지 실상은 ‘SNS 옥죄기’이자 스마트폰 시대의 ‘언론 검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SNS의 내용을 임의로 판단해 강제 차단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10·26 재·보선 때 나온 SNS 규제방침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한 달여 만에 속도전 치르듯 시행에 들어갔으니 정부의 정치적 속셈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SNS 규제는 어설프고 신중치 못한 처사다. 물론 SNS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난 선거에서 SNS를 틀어막을 궁리만 했던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의 행태나, 최근 최은배 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다고 허겁지겁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고 법관의 SNS 사용지침을 만들겠다고 나선 대법원의 경솔한 처사도 방통심의위처럼 ‘SNS 규제’ 조급증을 드러낸 것이다. 정권의 눈치만 보고 헌법은 외면한 규제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회적으로 적절하다는 합의에 바탕을 두지 않는 규제는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현명한 이용에 대한 자율과 조화의 헌법 원리만 훼손한다. SNS를 막아 선거에 이겨보겠다는 심산이라면 정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사설]권력의 언론 장악 환상 보여준 부산일보 사태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91일자 사설 '[사설]권력의 언론 장악 환상 보여준 부산일보 사태'을 퍼왔습니다.
부산의 유력 일간지 부산일보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석간인 이 신문의 엊그제호(11월30일자)가 돌연 발행되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 또한 이례적이다. 이 신문은 편집권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편집국이 이날자 신문 1면과 2면에 사측의 노조위원장과 편집국장 징계 남발을 비판하고, 부산일보를 소유한 정수재단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는 기사를 완성해 인쇄에 들어가려 했으나 사장 지시로 윤전기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창간 65년이 된 이 신문이 정상발행을 하지 못한 것은 1988년 7월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에는 재단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는 노조 파업으로 신문이 6일 동안 못 나왔다. 이번 것은 총파업도 아닌 상황에서 사측이 발행을 거부한 이 분야 초유의 사태가 아닌가 한다. 

신문은 사기업이면서 공적 문제를 다루는 독특한 공익적 존재다. 일간신문이 매일 나오는 것은 사활적 의미가 있다. 신문은 천재지변은 물론 전시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우리는 긴 역사의 부산일보가 이러한 본령을 저버려야 할 무슨 절박한 사정이 있었는지 묻게 된다. 도대체 부산일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이 신문이 겪는 노사갈등의 중심에 있는 것이 정수재단이다. 부산일보 주식 100%를 소유한 정수재단은 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고, 편집권은 1988년 총파업 이후 노사협약에 따라 편집국장이 행사한다. 두 권한은 항상 충돌할 여지를 안고 있었다. 노조는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수재단의 실질적 소유주인 만큼 신문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수재단과의 완전한 분리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이런 취지에서 노사는 경영진 선임 때 사원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수재단과 협의키로 합의까지 했다. 그러나 최필립 정수재단 이사장은 경영진 인사권은 노조가 개입할 수 없는 재단의 고유권한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노조위원장은 불법 노조활동을 이유로 면직 통보됐고 편집국장은 대기발령됐다. 그 다음 닥친 것이 신문 발행 중단이란 사태다.

이 상황 전개를 보면서 우리는 결론 몇 개를 얻는다. 첫째, 신문의 주인은 사주가 아니라 사원, 조합원이며 최종적으로는 독자다. 부산일보 사태가 이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둘째, 박근혜 전 대표 자신은 정수재단에서 손뗐다고 주장하지만 신뢰하기 어렵다. 최 이사장은 그의 최측근이다. 11월30일자로 작성된 기사 자체는 윤전기를 멈춰야 할 만큼 대단한 내용을 담은 것이라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신문 발행 거부란 초강수를 쓴 것은 신문 제작보다는 다른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일보에 대한 영향력과 지배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정수재단과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정수재단을 사회에 환원하고 부산일보에서 손을 완전히 떼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서울의 전력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물바람숲블로그  2011-12-01일자 기사 '서울의 전력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를 퍼왔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전력공급 절반, 시민 절전으로 극복했다 
원전 54기 중 44기 멈춰도 정전 없어



지난 7월 29일 무더위가 한창인 일본 도쿄도 내, 전철역 전광판에는 실시간으로 전력사용량이 발표된다. 약한 냉방에 양해를 구하는 포스터도 붙어 있다.


지하철 티켓 발매기 서너 대 중 한 대의 전원이 꺼져 있고, 엘리베이터 운행 대 수도 줄였다. 밤마다 휘황찬란하던 야경도 한층 겸손해진 느낌이다. 도시 전체가 전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3월 11일 발생한 동북대지진으로 도쿄도는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도쿄전력이 도쿄 전체의 전력을 공급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공급능력이 하루 아침에 6,000만㎾에서 3,100만㎾로 줄었기 때문이었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평균 4,100만㎾의 전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급한 대로 절전과 계획정전(도쿄도를 몇 개 구역으로 나눠 2~3시간 교대로 정전을 하는 방식)으로 3월을 보냈다. 문제는 다가오는 여름이었다. 
5월13일, 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의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전기사용 제한 조처로 7월 1일부터 도쿄전력과 도후쿠전력을 이용하는 전력 다소비업자(500㎾이상 전력사용자)들은 지난해 대비 전력사용량을 15% 줄여야 했다.


의무적으로 절전을 지키도록 한 긴급대책은 큰 효과를 보았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여름 최대 전력사용량(4922만㎾h)이 지난해(5999만㎾h)보다 18%나 줄었다. 
500㎾ 이상 대규모 사용자가 전년 대비 29%, 500㎾ 미만 사용자가 19%, 가정에서 6%를 줄였는데, 정부 방침에 대기업들이 적극 동참한 덕분이었다.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 13개사는 7~9월 동안 전력피크를 완화하기 위해 목·금요일에 쉬고, 토·일요일에 공장을 가동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근무형태도 바꾸었다.


소프트뱅크는 사내에 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7월1일부터 본사 빌딩 30% 이상을 폐쇄하고, 재택근무와 외근으로 전환했다. 일본에서는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4년 이래 37년 만에 실시한 제한령인데, 절전이 단시간에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일본은 54기의 핵발전소 중에서 44기가 멈춰 섰는데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절전 성공요인으로 도쿄도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도쿄도는 5월 27일 국가정책과 별도로 '도쿄도 전력 대책 긴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당장 소비를 줄이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1,400개 빌딩에 절전 전문가를 파견했고, 중소 규모 사업체 700곳에 무료 에너지 진단 서비스를 제공했다.

초중고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을 해 가정의 전력소비 절감을 유도했다. 도청사부터 전년 대비 25% 절감을 실천했으니 얼마나 절실하게 정책을 추진했는지 알 수 있다.

■ 도쿄도가 시행한 각 부문별 절전 실천 내용

대규모사업체
- 임대 빌딩 등에 전문가를 파견해 절전 어드바이스 실시
-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1,400개 빌딩 절전 전문가 파견
중소규모
사업체
- 3만개 사업소에 절전대책 지도
- 지구온난화방지활동추진센터(JCCCA)가 무료 에너지 절약 진단 실시(700개 사업소)
- 에너지 절약 촉진, 크레디트 창출 프로젝트에 의한 중소기업 노력 지원
- 동경법인회연합회(회원 17만개사) 연계 절전 에너지 진단, 절전 세미나 개최, 사업자 지원
가정
- 학교에서 절전교육실시(공립 초중고, 청소년 100만 명 대상 교육 실시로 가정 에너지 소비 저감 유도)
- 전력회사 가스회사의 교육을 받은 3,000명의 ‘절전 어드바이저’가 100만 세대에 절전 어드바이스 진행
생활양식 변화
- 점포, 오피스 조명 기준 재검토
- 가전제품 에너지절약모드 정착화
도쿄도 시설
- 도청사 관공시설 전년대비 25% 삭감 목표(도민이용시설 15%) → 조명 1/2 소등, 엘리베이터 1/2 정지, 출근시간 분산화
- 병원 등 라이프라인 시설: 도민생활을 지키는 기능을 확보하면서 최대한 절전
에너지절약
설비 보급
- 중소기업의 LED 조명등 개발 지원
- 도 소유시설 에너지 절약 기기 도입
- 교통신호 LED화 정책 조기 실시(3,200개소), 디맨드 감시장치 도입


▲도쿄시내 빌딩 1층에 설치된 전력사용량 현황표.

도쿄도의 에너지 절약정책은 기후변화 정책과 맞닿아 있다. 도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업 47%, 가정 26%, 운송 25% 순이다. 2006년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2000년 대비 25% 삭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0년부터는 강력한 감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간 1,500㎘이상의 석유를 사용하는 1,400개 대규모 사업장에는 ‘총량삭감의무’를 실시하고, 70만개 중소규모 빌딩은 ‘환경 감세’와 ‘크레디트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고효율 온수기 보급과 100㎾ 태양광 보급정책을 펼친다.
‘총량삭감의무제’는 2010~2014년 동안 도내 주요 초고층빌딩과 관청을 대상으로 연료, 열, 전기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5년간 평균 8%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기준배출량이 1만t이면 향후 5년간 4만 6,000t(8% 삭감량 9,200t×5년) 이하를 배출해야 한다. 의무삭감량을 달성한 기업이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소 규모 사업소는 재정적인 면에서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고효율 냉동기나 설비를 설치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환경감세(사업세 50% 감면)를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 설비를 설치할 때 보조금도 설비의 20~50% 지원한다. 지구온난화 대책 보고서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에너지 사용량 파악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 여름, 원전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추진한 대대적인 절전 정책은 앞으로 도쿄도가 기후변화 정책을 실행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중소기업이 자가발전설비를 갖추는 것을 지원하는 등 도시형 전력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도쿄도의 절전노력은 시민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에너지 사용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으며, 도쿄에서 쓰는 전력의 외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체감하게 되었다.

더불어 전력소비를 줄이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며,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경험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 사용을 자제했더니, 실외기로 인한 도시 열섬현상이 줄어들었다. 도시생활이 보다 쾌적해진 것이다.

도쿄 시민들은 올해는 정장에서 넥타이를 생략하는 정도만이 아니라 반바지·티셔츠·샌들까지 허용하는 ‘수퍼 쿨비즈’ 운동을 벌였다. 아침 근무(오전 7시~오후 4시)도 적극 활용했다.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생활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판매량이 늘어난 휴대용 태양광발전기.

벼랑 끝에선 일본 시민들은 놀라울 만큼의 절전량을 달성했다.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반문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도 9.15 정전을 경험했고, 블랙아웃의 심각성을 학습했다. 그리고 목전에 올겨울 전력대란을 앞두고 있다.

일본과 우리의 상황이 다르지 않음을 인식한다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는 발전시설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개선에 대한 투자를 늘여나가야 하고, 에너지를 줄이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은행 고삐 좨야 경제가 ‘밝은 웃음’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1-12-01일자 기사 '은행 고삐 좨야 경제가 ‘밝은 웃음’'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세계경제는 새로운 은행 위에 건설돼야



‘세계경제 시한폭탄’ 은행을 바꿔야 하는 이유
문제는 은행이다. 그리스나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덩달아 주요 은행의 파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국채를 매입한 은행들이 국채 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위기가 아직까지 금융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거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유럽의 다국적 은행 덱시아의 파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일 이 은행들이 문을 닫는다면, 그 후폭풍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신의 경제적 중요성을 빌미로 또다시 정부의 구제금융 등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돼야 할까. 은행들의 널뛰기 영업 행태를 수정할 방법은 무엇일까? 가 현재 은행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을 살펴봤다.  _편집자
우베 장 호이저 Uwe Jean Heuser 경제부 편집장

시위에 참석한 사람은 6천 명 정도였다. 지난 10월 중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점령시위’ 주최 쪽은 6천 명이나 동참한 것에 한껏 고무됐지만, 금융산업에 반대하는 점령시위 참석 인원으로는 적은 수임이 틀림없다. 만일 독일 대학들이 소폭이라도 등록금 인상을 예고했다면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했을 것이다.
다만 놀라운 사실은, 적은 시위 인원 수에 비해 독일에서의 반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프랑크푸르트의 점령시위가 미국 뉴욕의 월가 점령시위와 남유럽 국가의 점령시위에서 촉발된 국제적 시위라는 점이다. 올해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체 아랍권에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점은 분명히 고무할 만하다. 하지만 점령시위의 반향이 큰 이유는 훨씬 간단하다. 바로 점령시위가 주장하는 내용이 구구절절 옳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7일 북부 잉글랜드에 위치한 노던록 은행 지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은행이 만든 리스크는 은행이 짊어져야
점령시위는 전세계가 재정위기의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한 나머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을 정치와 사회에 주지시켰다. 금융산업이 자신의 배만 불리던 관행을 탈피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환골탈태해야 5년째 접어든 금융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탐욕스럽게 이익을 취하다가 금융위기만 닥치면 국가에 긴급 도움을 외치는 관행을 뿌리 뽑고, 스스로 만든 리스크는 직접 짊어지도록 금융산업을 철저히 재편성해야 한다. 또한 고객과 사회에 이익을 창출해야만 은행 임직원의 연봉을 늘리고, 손실을 입혔을 때는 연봉을 줄여야 할 것이다. 금융업계가 자율적으로 연봉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2008년 뉴욕에서 영국 런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뒤에도 임직원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한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전세계 은행가들과 금융 종사자들은 여전히 고액 연봉을 챙겼다. 외환과 국채, 은행 주식도 거래 종목에 포함돼 있다. 또한 이익 창출과 상관없이 은행 임원들에게 보너스가 계속 지급됐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자기자본이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고, 도이체방크가 직접 손실을 메워야 하는 투기 거래량을 대폭 줄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세계 대형 은행의 수익률은 여전히 높다. 또한 수익의 과실은 누리지만, 손해는 국가가 메워야 한다는 대형 은행들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은행 위기는 은행의 탓이 아닌, 재정위기를 부른 국가의 탓이라는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아커만 회장은 분명히 전세계적으로 상위 클래스의 은행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그리스가 국채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을 만큼 내공을 갖춘 은행가다. 하지만 도이체방크는 유럽에 재정위기가 불어닥치기 전에 다른 금융기관들과 함께 남유럽 국가들에 아주 저렴하게 대출해주는 오판을 했다.
새로운 규제 법규가 제정되고 감독기관부터 달라져야만 금융산업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 “은행자동화기기 이후 금융계에 혁신이라고는 전무하다”는 명언을 남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폴 볼커 전 총재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전세계를 상대로 시시각각 새로운 대출상품과 투기금융상품을 만들어내며 숨가쁜 속도전을 벌이는 금융산업은 자신의 주위에서만 빙빙 돌고 있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금융업계의 속도를 늦춘다면 금융계 임원들의 보너스는 증발해버리겠지만, 경제 전반은 과거 어느 때보다 잘 돌아갈 것이다. 
지금은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무조건 긴축재정을 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산업을 재편하려면 먼저 새로운 규제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재정위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민주주의가 재정위기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무기력한 지원군이 아닌 앞장서서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음을 새로이 깨닫게 된다. 새로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의 청사진과 세부 내용이 일부 나왔지만, 실행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은행 감독은 엄격하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상향 조정돼야 한다. 금융상품은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돼야 한다. 금융거래세는 고삐 풀린 시장의 속도를 늦추는 구실을 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협의의 의미에서 은행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다. 광의의 의미에서 펀드 및 금융기관의 자회사, 그리고 투자은행 등 전체 금융기관을 길들이려면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금융업계 길들이기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은행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거나 은행을 분리하는 양자택일을 한다. 이런 결정은 전세계 금융업계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억 명의 투자자와 은행들이 법적 규제가 닿지 않는 무풍지대에 있는 헤지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거품은 헤지펀드에서 터질 것으로 내다보는 금융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그래서 미국의 워싱턴 은행들이 헤지펀드에 계속 투자할 수 있게 정부의 금융업계 규제 계획을 좌초시켜버린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유럽이 그리스의 구제금융에, 미국이 대선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점령시위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프랑크푸르트의 금융 중심지에서 시위 인원 6천 명은 결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점령시위대에 대한 공감대는 엄청나다. 좌파, 우파, 노동자, 기업 등 거의 모든 진영이 점령시위대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또한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인이 점령시위에 찬성 및 공감 의사를 표시한 것은 단순한 포퓰리즘만은 아니다.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점령시위를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로 본다. 미국과 영국만 합류한다면 전세계가, 혹은 미국과 영국이 국내의 저항에 부딪혀 계속 주저한다면 유럽이라도 나서면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국가별로 각개전투에 들어가면 된다.

위기 때 흔들리지 않고 호경기 땐 광풍도 없어야
금융업계 로비스트들은 은행을 규제하면 금융업이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전세계는 금융위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호경기에도 주택담보대출의 광풍에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금융산업을 원한다. 그래도 독일의 금융산업은 현재 5년 전과 비교한다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특히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재정비는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서막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은행과 국가를 구제금융으로 생명을 연장시키고, 일반 예금자들이 사상 최저의 이자율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던 시절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이제는 물가가 안정되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자초한 금융위기에 책임을 지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