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3-13일자 사설 '[사설]민주 국민경선, ‘물갈이 현역’ 구제 장치인가'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의 빛이 퇴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신인들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권자들에게 ‘퇴출’ 판정을 받은 현역 의원들을 축출하는 제도로 국민경선제를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오히려 정치신인에 비해 지역구 조직이 탄탄할 수밖에 없는 현역들의 활로로 전락한 것이다.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무관심·무성의로 일관한 탓이다. 이대로라면 경선 무용론이라도 일 판이다.
민주당이 3차까지 경선을 끝낸 13일 현재 현역이 경선에 나선 23곳 중 6곳에서만 현역이 탈락했다. 이 중 3명이 비례대표 의원이니 실제 탈락자는 3명에 불과하다. 15% 규모다. 숫자보다 놀라운 것은 내용이다. 민주당이 현역 교체율이 낮다는 지적을 받자 국민경선을 통한 추가 물갈이를 지켜보라고 호언했던 호남에서 경선을 벌인 현역 8명 중 7명이 살아났다. 3차 경선이 치러진 광주에서 현역 3명이 전원 생환했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다. 지명도와 당 기여도 등에서 앞선 비례대표 2명이 나선 서울의 마포 갑·을에서도 그간 지역을 다져온 전직 2명이 승리했다.
사실 예견된 바다. 경선 규칙은 정치신인들의 등용문이라고 내세우기가 무색할 정도로 현역에게 유리한 불공정의 틀이었다. 선거인 명부가 투표 사흘 전 교부되기 때문에 홍보물 배포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합동토론회나 연설회는 꿈도 꾸지 못했다. 당 중앙당선관위가 현역들의 기득권 논리에 입각해 게임 룰을 정한 결과다. 기껏 명함이나 돌리고 경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신인들이 조직이나 인지도 등에서 월등히 앞서는 현역을 꺾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급적 1 대 1 구도를 만들어 조직력에서 앞선 현역의 프리미엄을 약화시키겠다던 다짐이 공염불에 그치고 만 셈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그 자체로 지고의 선일 수는 없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지만 그 제도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도 사람이다. 2030세대의 정치참여는 물론이고, 돈선거를 차단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평가받은 모바일 경선이 광주 동구에서 파탄난 것도 사람의 반칙 때문이었다. 우리는 얼마전 국민경선을 정착시키려면 여성 정치신인이 경선에 참여할 때 15% 가산점을 부여하는 식의 파격적 발상을 주문한 바 있다. 진정성이 없는 제도는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꼼수’로 흐르기 십상이다. 경선 문제는 4·11 총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상향식 공천의 모델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국민경선을 갈고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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