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3-09일자 기사 ''건수' 잡고 '오버'하는 조선일보'를 퍼왔습니다.
[비평]김지윤 '해적' 발언의 진짜 문제
▲ 9일자 조선일보는 통합진보당 김지윤 예비후보의 발언을 1면 헤드라인으로 올리며, 스리큐션 때리기로 김지윤, 통합진보당, 민주통합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고대녀로 널리 알려진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예비후보 김지윤씨의 ‘해적 발언’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9일자 조선일보는 1면 헤드라인으로 이 문제를 올렸고, 동아일보 역시 1면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을 비롯해 대다수의 일간지들이 이 발언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특히, ‘1타 3피’의 노림수를 들고 나왔다. 속된 말로 ‘건수 잡았다’는 지면 구성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해적기지”라고 말한 김 후보를 ‘이런 사람’이라고 칭한 조선은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 예비 후보”라며 통진당을 ‘이런 진보당’이라고 힐난한 뒤 “표 때문에 그런 정당에 끌려 다니는” ‘이런 민주당’이라고 매조지 했다. 현란한 쓰리 쿠션 때리기다.
해군도 발끈했다. 해군은 김 후보의 발언이 전체 해군 장병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정치적인 이유라고 해도 할 얘기와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다”며 “참담함과 비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선의 기겁함과 해군의 발끈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군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고 또 중요한 문제다. 사회운동가와 달리 정치인이 되고자 하면서 김 후보의 언행이 보다 정교하고, 사회적 파급을 감안해 이뤄져야 한단 점도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가 정말 해군기지 문제 전체를 압도할 정도로 중차대하고 심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발언의 심각성 여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있어야 하고, 발언의 의미를 확대하고 있는 보수언론과 정부의 의도에 대한 전략적 판단도 필요해 보인다.
우선, 발언의 심각성 여부부터 따져보자. 현재, 김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 가장 자주 인용되고 있는 언급은 “해군기지가 해적기지면, 거북선은 해적선이고, 이순신 장군은 해적 두목이냐?”는 트위터 멘션이다. 해군참모총장까지 나서 김 후보의 발언이 해군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나선 맥락은 기본적으로 이 멘션의 맥락과 같은 정서적 분노이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오버하지 말자. 모든 해군이 해적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반대로 ‘어떤 해군은 해적이 될 수도 있다’는 역의 논리도 당연히 성립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군대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고, 반드시 사회적 선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한국 현대사가 그 자체로 증명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오키나와 같은 섬에선 여전히 가장 치열한 쟁점이기도 한데 말이다.
강정마을에 직접 가봤거나, 한 번이라도 기지건설 반대 집회에 참석해본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주민들은 해군을 해적이라고 부르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한 서울의 비난과 강정마을 주민들 간에 엄청난 온도차가 있다.
실제, 해군은 2007년 4월 일부 주민들로 하여금 해군기지 유치 신청을 하도록 했고(주민들의 표현을 빌자면 ‘매수’했고), 별도의 주민설명회조차 없이 유치 신청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부지를 결정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신의 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온단 사실 자체를 몰랐던 때에, 해군은 토지 보상을 시작했는데 이때도 해군은 ‘원치 않는 사람에 대해선 토지 강제수용을 하지 않겠다. 기지는 바다에만 짓는 것이다’ 등의 말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부지의 50% 정도는 주민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강제 수용된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원치 않게 해군에 재산을 뺏긴 사람이 전체 주민의 50% 이상 되는 셈이다. 기지 건설 과정에서 해군이 저지른 잘못도 무수히 많다.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집단으로서의 정체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활동의 연속이었다. 예컨대, 주민들은 지난 수년 간 해군의 폭력이 상시적인 것이었다고 증언한다. 강정마을에서 8개월 째 상주중인 한 활동가는 2011년 6월 해군이 마을회장을 바지선 아래로 떨어뜨린 것을 비롯해 철조망을 친 이후에는 숱한 주민들이 해군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구럼비 바위에 대한 폭파가 자행된 첫 날, 해군이 영국에서 온 평화활동가 등이 탄 카약을 뒤집어 버리는 장면은 국제뉴스의 화면으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가기도 했다.
▲ 해군은 육상으로 화약을 운반하겠다고 신고하곤, 실제 운반은 해상으로 하고 있다. 해군정으로부터 화약을 옮기는데는 고무보트가 동원되는데, 해군 최정예부대라 일컬어지는 UDT/SEAL 부대가 상주하면서 화약을 나르고 있다. 군복도 입지 않고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이들의 모습이 흡사 '해적'과 같아 보인다. ⓒSeung-min Ko
해군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여럿이다. 제주도지사의 중단 촉구를 해군이 가볍게 무시하고 있는 것은 지역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지만 위법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행정대집행 영장 제시조차 없이 주민들의 시설을 맘대로 부순 것은 ‘재물손괴죄’ 위반에 해당할 것이다. 현재 해군참모총장 등은 매장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해군과 해적의 차이는 천지차이일수도 있지만, 정말 한 끗 일수도 있다. 우리가 소말리아 해적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그들 국가에서는 ‘자치활동의 일환’이라고 평가된다. 어디서 바라보느냐, 주요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존재는 늘 유동적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언제나 스스로를 1등 신문, 정론으로 칭하지만 외부에서 조선일보를 ‘취재거부대상’ ‘찌라시’라고 전혀 달리 보는 것도 이런 유동성의 상황이 아니겠는가.
조선일보에게 ‘약점’ 잡힐 일은 애당초 하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면 김 후보의 발언을 과도하게 비판할 이유는 없다. 김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해군 장병을 해적이라 고 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해양 지배를 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제주해군기지가 돕게 된다는 점에서 ‘해적’ 기지라고 한 것”이라며 “반대 여론의 진의를 왜곡하려고 얼토당토않은 트집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논리적으로 충분히 구성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천안함 장병도 해적이었냐는 애국주의 호소형 몰지각적 반론은 그 자체로 정략적이다. 제주 취재에서 만난 제주도민들은 하나 같이 사방이 바다인데 이 난리 법석을 부리며 굳이 저 바위를 깨고 강정에 해군기지를 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물론, 정부에서 하는 일을 반대한다고 막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도 광범위했다. 한 택시 기사는 “뭍에서 온 사람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게 우릴 걸 뺏는 거다”는 인상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뭍의 정치적 이유로, 뭍에서 다 결정하고, 뭍에서 들어온 이들이 추진하는 기지사업. 제주도민에게 ‘해군’은 ‘해적’과 얼마나 같고 또 다른 것일까, 언론이 진짜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그런게 아닐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