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3-17일자 기사 ''바보' 신학림'을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민주통합당 비례공천 '추천'에 관하여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 미디어스
바보 노무현. 그가 살아생전 가장 좋아한 별칭이었다. 치명적인 자기손해를 뻔히 알면서도 옳은 일이라면 과감히 그 손해를 선택한 그였다. 그래서 그는 바보였다. 그에게 생애 마지막 선택도 그러했다. 그에게 ‘바보’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젯밤 ‘바보’ 노무현이 생각났다. 16일 오후 늦게 민주통합당의 비례공천을 둘러싸고 언론계 내부에서 벌어진 한 사건의 소식을 접하며, 작은 ‘바보’가 된 한 사람과 진짜 ‘바보짓’을 한 또 한 사람이 비교됐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이었다면 과연 누구를 선택했을까?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민주통합당 최민희 전 최고위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신학림 전 위원장과 최민희 전 최고위원은 모두 언론계 안팎의 많은 인사들의 추천을 받아 민주통합당 비례공천을 신청했다. 조중동에 맞서 언론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가장 적임자라는 이유에서였다. 두 사람 모두 언론계를 대표할 비례공천후보자들인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비례후보가 되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다면 언론개혁진영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쁜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희망자는 많고, 비례대표의 수는 한정돼 있는 탓에 ‘소망’으로만 그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도 두 사람은 현실적으로 공천 ‘전쟁’의 경쟁자가 됐다.
이 전쟁의 와중에 한 바보가 자신의 경쟁자를 공천후보로 추천했다고 한다. 그 이름이 공개까지 됐다. 그가 바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다. 최민희 전 최고위원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언론운동을 하며 쌓아온 ‘동지애’를 뿌리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동지’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 시점에선 엄연한 자신의 경쟁자이다. 그에게 명백한 손해임을 모르지 않았을 터이다. 그래서 그는 바보이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점은 여러차례 보도를 통해 신학림 위원장이 비례공천을 신청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게 추천을 해달라고 한 최민희 전 최고위원의 생각이다. 언론계 안팎에서 신망이 높은 신학림 위원장이었기에 그의 추천은 최 전 최고위원 측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쉽게 유추해볼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신 위원장에 대한 대단한 실례였다. 애초 추천은 비공개를 전제로 알려졌다. 공개됨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추천인에게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우려대로 그 명단이 한 언론에 공개되자 KBS 새노조가 발칵 뒤집혔다. KBS 새노조 김현석 본부장의 이름이 명단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언론노조, 대부분의 간부들이 신학림 전 위원장의 추천장에 서명을 할 때도 끝까지 추천서명을 하지 못했다. KBS 김인규 사장과 벌이고 있는 현재의 파업투쟁 때문이었다. KBS사측과 간부들이 노조의 파업투쟁이 ‘정치투쟁’이라는 딱지를 붙여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KBS새노조의 총파업 출정식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연대사를 하러 온 것을 꼬투리 잡아 정치투쟁이라고 공격을 했왔던 터였기에 KBS내부 정서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도 애초 추천을 못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최민희 전 최고위원측에서 비공개로 할 것을 약속하며, 집요하게 요청하는 바람에 추천에 동의했었다고 한다. 결국 그가 항의를 하자 그는 그 명단에서 빠지고, 그 명단을 올렸던 언론은 인터넷 사이트 전면에서 기사를 내리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최민희 전 최고의원측은 그 서명의 공개가 사측에 빌미를 제공해, KBS 새노조의 투쟁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음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사전에 인지하였기에 비공개 약속을 한 것 아니겠는가. 그 약속은 그 어떤 손해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켜야 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비례공천을 위해, 투쟁현장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큰 ‘바보짓’을 한 셈이다. 그런 그가 민주통합당의 언론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 언론개혁투쟁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 말에 얼마나 무게가 실릴까. 언론노동자들이 진정으로 그를 신뢰하고 함께 싸워나갈 수 있는 동지로 생각할 수 있을까. 아무리 공천이 ‘전쟁’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투쟁현장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는 동지에 대한 배려와 ‘금도’는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가.
‘추천서’ 공개가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었다고 발뺌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위해 노력한 자신의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돌릴 정도의 무책임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바보 노무현이 살아 있었다면, 경쟁자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내어준 ‘바보’를 선택했을까. 아니면, 동지의 이름을 이용한 ‘바보짓’를 선택했을까? 바보 노무현이 정말 그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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