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4일 토요일

'가카에게 빅엿' 보다 훨씬 맛좋은 엿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2-03일자 기사 '가카에게 빅엿' 보다 훨씬 맛좋은 엿'을 퍼왔습니다.
[늘그막 백수들의 겨울여행 4] 창평 슬로시티


▲ 고재선 가옥 안채 ⓒ 이승철

"이게 사랑채에서 안채로 통하는 쪽대문입니다."

문간채 가운데 있는 대문을 들어섰다. 제법 넓은 마당 안쪽에 날아갈 듯 멋진 팔작지붕 기와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앞면 네 칸의 하얀 회칠한 벽면과 높직한 토방이며 일자집의 간결한 모습이 날아갈 듯 멋지다. 경기나 영남 등 다른 지역의 ㄷ자, ㄴ자 또는 ㅁ자 형태의 양반가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바깥주인의 거처인 사랑채였다. 그런데 그 사랑채에서 안채로 들어가려면 또 하나의 쪽대문을 통과하도록 돼 있었다.

"하인들이나 외부인이 대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안채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바로 앞을 가로막은 이 담장이 보이지요? 이 담장 안에서 큰소리로 안채에 아뢰어 들어오라는 안방마님의 허락이 떨어져야 비로소 안채 마당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아니 궁궐도 아니고... 그냥 양반댁에서 그렇게 까다롭게 출입을 통제한 이유가 뭡니까?"

일행이 안내인의 설명을 듣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불쑥 묻는다. 그럴 만도 했다. 같은 울안에 있는 집인데, 아무리 양반댁이라지만 바깥 사랑채에서 안채 드나들기가 너무 까다롭지 않은가.

이리도 까다로운데 부부 생활은 어떻게 해?


▲ 쪽대문 안족에 안채를 가리고 있는 가리개담장 ⓒ 이승철

그럼 평상시엔 사랑채에서 생활하는 바깥양반이 밤에 안채에 들어갈 때도 그런 절차를 거쳐야 했단 말입니까?"
  
또 다른 일행은 한 술 더 뜬다. 안채 드나들기가 그렇게 까다로워서야 어찌 가정생활, 아니 부부생활이 원만할 수 있겠는가. 일행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제일 궁금했나 보다.

"하하. 아닙니다. 자 안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저기 저쪽을 보십시오? 바깥양반은 저 문을 통해서 언제든지 마음대로 안채에 드나들 수 있었답니다. 이제 이해가 되십니까?"

안채로 들어가는 쪽대문에서 안채를 가로막아 가리고 있던 담장을 돌아 안마당으로 들어서자 놀라운 모습이 나타났다. 담장 끝부분에 사랑채에서 안채로 곧장 드나들 수 있는 중문이 있었던 것이다. 사랑채의 끝, 안채에 있는 방문이었다. 방문 앞에는 드나들기 좋도록 방문을 열면 툇마루가 있고, 댓돌로 내려서면 토방, 그리고 바로 안마당으로 내려설 수 있도록 배려돼 있었다.

"그럼 그렇지. 바깥양반까지 안방 드나들기가 그렇게 어렵다면 말이 안 되는 거지, 그건 그렇고, 호남지방 양반가옥이 참 은밀하고 멋지네 그려. 허허허."

일행이 기분 좋게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다른 지역의 양반가옥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성벽처럼 빙 둘러쳐진 흙돌담, 대문간을 들어서면 사랑채, 사랑채에서 쪽대문을 지나고, 다시 안채를 가로막고 있는 담장을 돌아 들어가야 안채의 안마당으로 들어서는 구조였다.

은밀한 구조가 재미있는 호남 양반가옥


▲ 사랑채에서 안마당으로 직접 통하는 중문 ⓒ 이승철

그렇다고 담장으로 둘러쳐진 울타리 안에 사랑채와 안채, 두 채의 가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채 동쪽에는 사각형의 운치 있는 연못이 갖춰져 있다. 그리고 안채 옆에는 제법 넓은 텃밭과 곡식을 보관하는 곳간, 화장실과 돼지우리가 있었다, 안마당 서쪽에 안채와 직각으로 곡식 저장용 광채를 배치했고, 안채 동북쪽에는 3칸의 식료창고를 뒀다. 광채는 일자형 5칸으로, 북쪽 1칸은 마루를 깔았으며 나머지는 흙바닥으로 돼 있었다.

그리고 맞배 지붕에 평대문인 문간채에는 행랑아범의 거처인 행랑방과 길손들이 쉬어가는 또 다른 방이 대문 좌우에 배치돼 있다. 그 옆으로 마소를 먹이던 외양간과 농기구를 보관하는 창고도 있어 옛 농경사회의 양반가를 엿볼 수 있다. 마을 안에서 공개 되고 있는 고재선 가옥이었다.

소쇄원을 둘러보고 남면 향원당쪽으로 길을 돌아 상월정을 지나 창평 슬로시티를 향했다. 창평 슬로시티로 가는 길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구불구불 돌아가는 고개를 넘어야 했다. 고개를 넘어서 잠깐 달리자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평야에 자리 잡은 아담한 마을들이 나타난다. 외동마을과 유천리를 지나자 오른편 논 가운데 서있는 멋진 2층 정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향토유형문화제 3호인 남극루다.

흙돌담이 가지런한 슬로시티


▲ 향토유형문화유산3호 남극루 ⓒ 이승철

남극루는 이 지역의 양반 문중인 고흥 고씨와 영남의 양반문중인 고성 이씨가 교류했던 장소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고경명 집안은 선생과 아들들, 그리고 동생은 물론 딸과 며느리까지 왜구와 싸웠던 '1충 3효 2열 1절' 집안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고경명 집안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 등 많은 독립지사를 배출한 경북 안동의 고성 이씨 집안과 사돈지간이었는데, 그들의 후손들이 왕래하며 시문을 나누고 교류했던 장소가 바로 남극루라고 한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외편에 있는 방문자 센터를 찾았다. 마침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슬로시티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던 대표를 만나 슬로시티 안내를 부탁했다. 그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자 우선 흙돌담 사이로 뚫린 고샅길이 눈길을 확 붙잡는다. 황토흙과 돌을 섞어 쌓은 흙돌담에 기와를 얹은 담장 사이로 뚫린 고샅길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느 시골마을 고샅길과 달리 제법 넓다. 소달구지나 마차가 충분히 다닐 수 있는 넓이였다. 그 담장 안에는 옛날의 기와집 고택들이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서있다. 마을 안길에서 둘러보는 풍경은 마치 세월을 거슬러 조선시대에 와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곳은 들이 넓고 농수도 풍부하여 예로부터 농사짓기 좋은 곡창지대였다. 이곳이 풍요로운 고장임을 보여주는 것들이 지금 남아 있는 옛 가옥들과 고샅길이다. 이 마을은 세 곳에서 물길이 모인다는 뜻을 가진 '삼지내 마을'. 고재선 가옥에서 본 것처럼 이곳의 고택들은 넉넉한 크기의 곳간을 갖고 있었다. 그만큼 삶이 풍족했던 것이다.

인재의 고향


▲ 멋진 마을 고샅길 ⓒ 이승철

마을 안에 있는 춘강 고정주 고택은 이 지역 근대교육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영학숙과 창흥의숙의 모태였다. 또한 구한말 민족의 자각운동을 일으킨 근원지로 현대사적 의미도 갖고 있다. 남극루가 있는 들 건너 남쪽에 나지막하게 솟아있는 월봉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고만고만한 봉우리와 능선으로 완만한 산세를 갖고 있는 야산이다.

이 월봉산에는 상월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상월정은 고려 경종 1년(916년)에 창건된 대자암의 절터다. 정자는 추제 김자수가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낙향해 세웠다고 한다. 후에 손자 사위였던 덕봉 이경이 자신의 사위 학봉 고인후에게 양도해줬다. 정자는 이런 연유로 김씨, 이씨, 고씨 3개 성씨가 연을 맺게 된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창흥의숙을 연 춘강 고정주, 신학문을 배운 고하 송진우,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와 취봉 고재호, 심강 고재욱, 전두환 정권 당시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한기, 군사정권 시절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고재필이 공부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대통령만 빼놓고 모두 배출한 인재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이 많다는 것이 안내원의 말이었다.

멋과 문화, 음식명인들은 이곳의 자랑거리


▲ 들건너 월봉산이 바라보이는 풍경 ⓒ 이승철

인재배출과 상관없이 이곳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마을 뒤쪽인 서북쪽으로는 병풍산과 ·삼인산 그리고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추월산이 있고, 아직도 성채가 잘 보존된 금성산 등이 에워싸고 있다. 남쪽인 앞쪽으로는 드넓은 들 건너 나지막한 월봉산 너머로 명산 무등산이 아스라하다.

드넓은 평야 지대에 자리 잡은 이 마을 집들은 대부분 부농의 양반가옥이다. 보통 시골 마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크고 멋스런 양반집 네댓 채가 아직도 남아 있어 이 지역의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우리 일행 외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계절이 추운 겨울철이기 때문일까? '슬로시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마을답지 않게 너무 조용했다.

슬로시티란 전통을 지키며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슬로시티가 갖춰야 할 조건에는 전통문화와 가옥 말고도 또 다른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음식이다. 요즘 개발된 새로운 음식이 아니라 전통방식으로 만든 음식이 있어야 하고, 지금도 그 방식을 고수하고 계승 유지해야 한다.

이곳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음식의 전통방식을 계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의 슬로푸드로 알려진 것은 엿과 한과, 그리고 장류다.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대문 옆에 '창평 엿 판매'같은 간판이 붙어 있다. 한두 집이 아니다. 그 중 한집을 찾아들었다. 엿집이었다.

달라붙지 않는 엿... 단번에 반해버렸네


▲ 맛보세요, 창평쌀엿 ⓒ 이승철

"이 지역은 예부터 들이 넓고 쌀이 풍족하여 요즘 같은 겨울에 쌀엿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쌀엿 맛을 한 번 보세요. 다른 쌀엿하곤 많이 다를 겁니다. 맛과 향도 다르지만 이나 입속에 달라붙질 않지요."

우리들에게 맛보기로 쌀엿 몇 개를 건네준다. 정말 맛이 좋았다. 그냥 달콤한 것이 아니라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이와 입속에 달라붙질 않아 먹기가 좋았다. 일행 두 사람이 당장 엿 몇 상자를 주문했다. 맛보기 엿에 금방 반한 것이다.

이 지역에는 명품 음식을 만드는 장인들이 여럿 있었다. 우리나라 전국을 통틀어 35명에 불과한 '식품명인' 가운데 4명이 이곳 담양에서 배출됐다고 한다. 우선 '창평 쌀엿'의 유영군 명인, 댓잎술의 양대수 명인을 비롯하여 묵은 간장에 해마다 햇간장을 부어 만든 '진장'의 명인 기순도 명인, 그리고 엿강정의 박순애 명인이 이곳에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슬로시티 중 한 곳인 창평 슬로시티, 쌀쌀한 겨울철에 찾은 슬로시티는 고풍스런 옛 전통과 문화, 그리고 멋과 맛이 어우러진 멋진 삶이 겨울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탐욕의 재벌,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3일자 기사 '"탐욕의 재벌,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홍종학 교수 "재벌세 원조는 강만수"

2012년은 '재벌개혁'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야권이 총·대선 공약으로 '재벌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고,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9일 "재벌개혁과 보편적 복지,부자증세를 4.11 총선의 3대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재벌의 지나친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해 세금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재벌세'를 전면에 내세웠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이 재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제시한 '재벌세'가 "삼성 등 4대 재벌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일 통합진보당은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발표, 이를 민주통합당에 야권연대 핵심의제로 제안했다.

사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적용된 결과다. 이 실시한 2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재벌세'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70.3%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지난달 31일 유선전화(RDD)를 통한 면접방식으로 진행,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5%p다.)

은 '재벌세'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민주통합당 헌법제119조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홍종학 경원대 교수를 만났다. 진행은 임경구 편집국장이 했다.



▲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 특위 홍종학 교수 ⓒ프레시안(김윤나영)

'재벌세', 재벌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세

프레시안 : 부당 내부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재벌세의 핵심인데.

홍종학 : 재벌이라고 하는 것이 경제 구조를 굉장히 왜곡시킨다. 지금 재벌들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고, 골목 상권까지 진출하다 보니 지식인들이 저 상태로 내버려뒀다가는 큰일 난다고 생각했다. 온 국민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그게 핵심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라고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모든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계열사 간 봐주기, 일감 몰아주기, 이런 우대를 하는 방식이 가장 문제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재벌 2,3세들이 소유한 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재벌 총수 일가, 일반 소액 주주들, 소비자들, 골목 상권이나 중소기업들 의 이해상충이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이해상충은 시장에서 풀어줘야 하는데 지금 재벌은 그걸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핵심이 그거다.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재벌은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로 아주 작은 지분을 가지고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해 가는 게 핵심이다. 보통 이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규제인데, '규제'라고 하는 것이 효과를 내기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표적으로 참여정부 때 문제가 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보면, 이를 복원시키고 나면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복원하려고 하면, 또 이것저것 정치적 압력이 있어서 다시 예외조항을 만들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다. 재벌개혁을 피부로 느껴서 '이제 재벌개혁 해야 하는 구나'라는 공감대가 있는데, 실제로 수단은 마땅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에 대해서 우리가 막고자 하는 행위, 거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굉장히 유효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재벌개혁을 하는 역사적 선례에서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재벌세' 논의가 나왔다는 것이 학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재벌세', 말만 놓고 보면 징벌적 뉘앙스가 강하다.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화 된 개념 아닌가.

홍종학 : 이것은 잘못된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세금이다. 예를 들어, 선거를 할 때 부당하게 돈이나 음식을 받으면 50배의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면, 공무원에게 선물을 주는데 3만 원 이하는 처벌 안 한다. 접대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3만 원이상이면 문제 삼는다.

그래서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 거래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 대해서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기준을 정해서 그 이상에 대해서는 이런 행위를, 특히 이런 기업들이 경제력을 이용해, 즉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까 '재벌세'는 그것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서 이것이 특정 집단에 대한 징벌적 행위라기보다는 '특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행위'로 봐야 한다.

거대 기업집단이라고 할지라도 부당내부거래가 없는 미국 기업이라고 한다면 재벌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아무런 해당이 안 된다.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없는 기업은 여기에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00% 자회사가 배당을 한다고 규제를 하지 않는다. 재벌세는 특정 집단이 아니라, 특정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본다.

'법인세 18조 3항'에 근거한 '재벌세', 이중과세 하자는 것

프레시안 : 요새 일감몰아주기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홍종학 : 가장 중요한 게 재벌들이 자기네 계열사와만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재벌의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우월하게 된다. '삼성 동물원', 'LG동물원' 얘기가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 재벌의 계열사에 들어가 있지 않은 다른 기업들은 어떤산업에서든 재벌 계열사하고 경쟁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지금 우리 국가 경제 전체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중소기업이 중견 기업으로 크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크는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들이 나온 지 불과 20, 30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기업들이 안 나온다.

프레시안 : 창발적인 아이디어나 이런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구조가 재벌 때문에 가로막혀 있다?

홍종학 : 그렇다. '애플' 같은 경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쓰러져 가던 회사가 갑자기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이 설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미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재벌이 안 받아준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것이 도를 넘어서서 골목의 빵집이라던가, 피자집, 치킨집이렇게까지 들어오니까. 이 상황에서는 일반 서민들이 버티기가 굉장히 어렵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 :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는 건가. 법인세를 좀 더 강화한다든지 하는 방식?

홍종학 : '재벌세'가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텐데, 그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 현재 이미 발표된 것은 '법인세법 18조 3항'에 해당되는 것이다. 계열사의 배당에 대한 수입금을 '익금불산입조항'이라고 하는데,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계열사 배당금을 수익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벌에게는 이 혜택을 제외하자는 것이다. 재벌 계열사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의 다른 기업에게 배당을 주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는 일부러 이중과세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이중과세를 한다고 반대를 하는데, '재벌세'는 바로 이중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그게 싫으면 두 개의 회사를 합치던지, 아니면 지분 구조를 명확하게 하던지 그렇게 하면 된다. 이중과세라는 것을 명확히 짚고 들어가기 때문에 '이중과세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법인세법 18조 3항'은 새로 신설된 조항이 아니라, 1997년 이전에는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당시에는 재벌들이 거의 배당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때 당시에 재벌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간 채무보증'이었다. 그래서 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해주고, 채무보증을 이용해서 부실한 계열사들이 은행에서 차입을 하고, 그것으로 재벌이 커가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조항이 있었어도 거의 의미가 없었는데, 외환위기가 벌어지고 나서 해외자본이 들어왔다. 그러면서 해외자본들이 배당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배당을 하게 되니까 재벌들은 이중과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재벌들은 '왜 우리만 피해를 보느냐'라고 해서 사실상 점차 완화했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던 시기에, 재벌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완화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출자총액제한제도' 그때 무력화시켰고. 나중에 '출자총액제한제'를 다시 복원했지만, 거의 효력이 없는 상태가 됐다. 지금 이 조항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실제로는 해외자본이 요구한 배당금에 대해서는 입금에서 제외하게 했기 때문에 이중과세를 하지 못하게 해 버린 것이다.

'기차재벌' 말하던 강만수, 왜 침묵하나


▲ 강만수 전 장관의 책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삼성경제연구소
그런데 이 '법인세 18조 3항'이 재벌개혁에 있어서 핵심 조항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MB정부의 핵심 측근이라고 하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업은행장)이 주장한 것이다. 강 전 장관이 '기차재벌'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기차재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바로 계열사 배당에 대해서 과세를 세게 하면 된다고 했다. '계열사 배당에 대한 과세',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재벌세다. 강 전 장관의 2005년도 책 을 보면 재벌세가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주장한 것인데, 지금 대통령 측근으로 실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의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따라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재벌세'라는 것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전에 있던 것을 다시 복원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중요한 것은 규제를 통한 재벌개혁이라는 점이다. 재벌개혁이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원래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기업집단을 해체할 때 백악관에서 컨퍼런스를 했다. 학자들에게 '기업집단을 해체할 수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그때 많은 개혁 입법들을 하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 게 바로 이 '재벌세'다.

세금을 단계별로 계속 부과하는 방식인데, 아주 적은 세율을 부과하지만 층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누적되기 때문에 층을 많이 만든 기업집단일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미국의 기업집단들이 층이 자꾸 줄어들게 되어 있고, 그래서 지금은 미국의 기업집단들은 지주회사들이 자회사나 손자회사 정도까지만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주회사법'에도 손자 회사까지만 허용하게 해 놨다.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에 이 제도가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뿐이다.

이런 이유로 재벌세를 얘기할 때 계속 반론이 나오는데, 하나는 유럽은 기업집단을 해소하는 방식이 미국과 달랐다. 유럽은 기업집단 해소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꿨다. 소유구조는 기업이 그대로 갖고 있지만,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를 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를 탄압한다든가,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월권을 한다든가 하는 일들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유럽에서는 세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재벌 총수가 이익을 많이 얻는다고 하더라도 세금으로 다 뺏긴다. 무리수를 둬서 사회적 지탄과 처벌을 받으면서까지 이익을 남겨봐야 인센티브가 없는 셈이다. 이것이 유럽식 재벌개혁이다. 그리고 재벌세는 미국식 재벌개혁 형태다.

재벌개혁이나 재벌세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첫 번째, 그렇다면 골목 상권이나 중소기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둘째, 커지는 경제적 집중에 대해서 어떻게 제어할 것이냐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지금 효과가 밝혀진 것은 재벌세나 노동자의 경영참여 방식이다.

미국 '사외이사제도'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사실상 지금 한국의 '사외이사제도'는 집중투표제가 안 돼 절름발이 장치가 되어 버렸다. 한편으로는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해서 집중투표제를 실속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빠른 '재벌세' 방식을 취한 것이다.

'재벌'을 지주회사 형태로 바꾸면 더 투명하다. 그렇지만 여러 층의 지주회사를 만들면 역시 소유지배구조의 괴리가 생긴다. 지주회사를 만들어 놓고 재벌 2세들이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투자하도록 허용하면 역시 문제가 발생한다. 지주회사 제도를 좀 더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벌 중에서도 지배구조와 소유구조를 명확하게 하는 기업은 재벌세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우리나라는 '기차재벌' 보다 복잡한 '거미줄재벌'이다. 이게 문제다. 현재 거론되는 '재벌세'는 '기차재벌'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거미줄재벌'에는 효과적이지못하다.

층으로 보면 두세 단계밖에 안 되는데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거미줄재벌'에 대해 더욱 강력한 재벌세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추가로 국민들이 재벌의 폐해에 대해서 좀 더 인식하게 되면, 앞으로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거론되는 '재벌세'는 대단히 소극적인 정책으로 봐야 한다.

박재완이 말하는 '글로벌스탠다드'

프레시안 : 재벌세에 대해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 ⓒ연합
홍종학 : 최소한 기재부 장관이라면 재벌의 이야기를 그렇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 안 된다.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재벌'이라고 하는 형태가 과연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가. 지금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재벌세' 얘기를 하는 것이다.

마피아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마피아가 있는 나라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도 글로벌스텐다드에 안 맞는다. 그런 법이 별로 없으니까. 암적인 존재들이 있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는 않지 않나.

프레시안 : 한시적인 것인가?

홍종학 : 재벌의 행태가 바뀌면 법은 있어봐야 아무 효과가 없다. 미국의 대기업 집단들은 여기에 해당 안 된다. 그런데도 '재벌세'는 있다.

프레시안 : '재벌세'가 있음에도 유명무실해진 거고.

홍종학 : 그렇다. 재벌세 때문에 다 바뀐 것이다. 법은 있지만 적용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된 거다. 그래서 재벌세가 중요한 것이다.

2004년에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이와 관련된 법(세입법, Revenue Act)을 없애려고 했다. 그러자 한 경제학자가 나서 '이 법은 단순한 이중과세가 아니다.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는 기업집단을 해소하기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맞춤형 제도다. 1930년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역사성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부시는 이 법을 못 없앴다.

그 경제학자의 논문에 보면, 이 법을 안 없앴기 때문에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기업집단이 없고, 한국과 같은 재벌이 안 만들어졌고, 소유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캐나다는 이 법이 없어서(캐나다와 미국은 거의 모든 법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는 지금 한국재벌과 같은 재벌의 형태가 보인다.

프레시안 : 법 하나 때문에 재벌이 있고, 없고가 달라진 경우군요.

홍종학 : 그렇다. 이 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부시 덕분에 논문이 나왔고, 논문 때문에 한국에도 알려졌다. 그래서 논문을 보고 나서 '아, 이런 게 있구나' 했는데 이미 국내에도 알려져서 강만수 전 장관이 얘기하고 우리 법에는 이미 들어와 있었다.

IMF 이후 하나씩 완화된 재벌개혁 관련법들...

프레시안 : 그런데 1990년대 후반에 왜 없어지게 됐나?

홍종학 : IMF 사태가 나면서 제도개혁을 막 바꿀 때 재벌들의 요구에 재벌개혁 관련법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이 중요성을 모른 채 수정됐다. 당시 관련법의 중요성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냥 계속 완화가 됐다.

재벌은 1년에 하나씩 완화 시켰다. 처음에는 30대 기업집단을 안 넣었다. 30대 기업 집단이 이 법에 해당된 것은 1999년과 2000년대 와서다. 처음 1998년에는 지배구조와 소유구조가 굉장히 좋은 지주회사만 포함했다. 1998년도와 99년도에 오면, 일반 기업에도 그것을 적용하는데, 30대 기업집단은 제외시켰다. 그리고 이제 아무도 신경을 한 쓰는 것은 보고 30대 기업집단도 포함시켰다.

여기에서 느끼는 것은 재벌의 지배체제가 굉장히 강고하구나. 내용을 잘 아는 감시견이 없다면, 재벌이 원하는 대로 법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가 된 것이다. 정관경언 유착이란 말이 있듯, 언론에서도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고, 정치인들도 다 통과시켜줬고, 관료들도 앞장서서 해줬고. 그리고 시민사회에서는 실력이 부족해서 관련법의 중요성을 몰랐던 상황이다. 그게 지금까지 왔다.

조금 다른 시각에서는 이런 측면도 있다.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에 빠져 규제완화를 한 것은 아니다. 당시 상황이 급박했다. 삼성조차 흔들거렸다. 지금은 100만 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이 안되던 시기에, 해외자본에게 넘어갈까 봐 불안했다. 삼성이 그 정도니 나머지 재벌은 더 살아남기 힘들었다. 당시 IMF도 재벌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다. 당시 재벌들이 사정사정해서 김대중 정부가 살려준 것이다. 재벌들이 외국자본에 대해 경영권을 방어하라고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 자본의 형성까지 허용했다. '재벌세'가 없으니 비용이 들지 않았다. 국민들이 살려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재벌들이 저렇게 탐욕스럽게 나오니 분통이 터지지 않겠나.

'재벌세'에 비판적인 이정희, 오판?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재벌세가 사실 상위 4개 기업에 대해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비판적이다.

홍종학 : 이정희 대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확인 해 보시는 게 좋을 텐데. '법인세법18조'를 갖고 얘기하는 것인데, 이정희 대표는 아마 핵심 주력 사업 외에 거기에 투자한 것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것으로 생각을 잘못한 것 아닌가 싶다.

법인세법 27조와 28조를 거론하던데 다른 것이다. 그래서 삼성, 현대에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 그렇게 복잡한 다층구조를 갖고 있는 곳에서는 어디나 해당이 되는 것이다. 효과가 없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통합당에서 언급한 '재벌세'는 '사업연관성 없는 계열사 출자금 과세'와 비슷한 형식과 내용을 담아 재벌순위 제5위 롯데그룹, 제8위 한진그룹, 제9위 한화그룹의 과도한 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실제 적용해보면 재벌들의 최대 효과가 각각 다르다"며 "'재벌세'는 삼성그룹 등 4대 재벌 기업집단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주)

재벌세는 행동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설사 지금 실효성이 없고 세금을 거의 걷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난다. 이 법이 없으면 앞으로 미래에도 그런 일이 또 반복되는 것이고, 이 법이 있게 되면 기업들이 알아서 빠져나간다. 그런 식으로 안 간다는 것이다. 다층적 지배구조를 안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잘못 아신 것 같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출자총액제한제'는 사실상 지금 새롭게 다시 복원을 한다고 할지라도 효력을 발휘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일단 지난 4년간 '출총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기업들이 엄청나게 출자를 늘려 놨다.

그럼 이 법을 다시 복원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냐. 이것은 굉장히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강제적으로 재벌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도의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문제는 독재 권력이 있을 때는 재벌을 통제할 수가 있었다. 민주화 이후 정부가 재벌을 강력하게 통제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래서 '계열분리명령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를 도입한다고 해도 요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출총제'나 '계열분리명령제도' 같은 것들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재벌들이 지금 코웃음을 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다시 복원해봐야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한 3, 4년 걸리고, 그러면 또 다음 정권이 들어오고, 그 사이에 경제사정이 안좋아지거나 하면 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많은 재벌개혁 관련이 사실 재벌들에게는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거의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MB정부가 한 것처럼 재벌들에게 다 퍼주고도 사정해야 하는 상황이 또 벌어지는데,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재벌세다. 통합진보당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4대 기업에 해당이 없다고 하는 것은 조금 오해를 하신 것 같다.

재벌개혁 간단, '법인세법 18조 3항'만 고치면 돼

프레시안 :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나왔나?

홍종학 : 자동적으로 되게 되어 있다. 세율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익금불산입이 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 기업에 법인세를 그대로 부과하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 : 법인세법이 개정 요건이 되는 것인가?

홍종학 : '법인세법의 18조 3항'만 고치면 된다. 굉장히 간단한 것이다.

프레시안 : 재벌개혁이나 경제 민주화가 사회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고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면?

홍종학 : 한나라당이 시장경제를 자유방임으로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만든 것이다. 기본적인 철학이 다르다. 보수주의 철학하고 일종의 진보주의 철학하고 시장을 바라보는 게 다르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러이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들은 적자생존 논리다. '줄푸세'를 얘기하면서 지금 상황을 만들어 왔는데,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반성 없이 이쪽에서 얘기하는 경제민주화를 쫓아오는 것은 일단 진정성 면에서 납득하기 좀 어렵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도 마찬가지 아니었느냐. 그때 당시 뜻은 있었는데 수단이 없었다.

"삼성전자를 왜 건드리나. 그 좋은 기업을"

프레시안 : 수단이라고 하면?

홍종학 : '출총제'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효성이 없었다. 사실 이런 연구를 한 게 최근 5년 정도다. 참여정부에서 왜 그게 안 됐느냐 반성하고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알게 된 것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가 주장하는 '기업집단법'이라던가 하는 것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업이 시장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제력을 남용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개혁이 국민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쪽으로 정부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 알고 있었지만, 적절한 수단을 찾지 못했다.

프레시안 : 당시 상황도 이런 것들을 도입하기에는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었고.

홍종학 : 일단 분위기도 그랬던 데다가 학자들도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 '재벌세'에 대해 얘기했지만 '법인세 18조 3항'에 대해서 몰랐다. 알게 된 게 2004년 논문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있더라. 그러고 나서 뒤집어 보니 우리는 이미 98년과 99년도에 재벌이 마음대로 이 법을 요리해 먹었더라.

사실은 이런 얘기들이 지난 10년간 진보진영의 학자들이 갈고 닦은 정책들이다. 재벌개혁이 총선 이슈니까 그냥 섣부르게 뛰쳐나온 게 아니라, 10년 간의 연구 결과가 집대성 된 것이다.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재벌개혁의 수단들이 무엇이냐' 이런 것에 공감대가 좀 형성됐다. 국민들의 성원이 있고 정치적인 결단이 있다면, 이제는 한번 해볼 만하다.

삼성전자 안 건드린다. 삼성전자를 왜 건드리나. 그 좋은 기업을. 삼성전자가 이익을 해외자본에 유리하게 빼돌리거나 총수 일가에게 빼돌리거나 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저희가 하라는 대로 재벌개혁이 되면 아마 삼성전자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다. 이제 떼어 먹는 게 없으니까. 삼성이고 LG고 아무 문제 없다. 안 건드리는데, 아무 문제 없다. 밖에서 얘기하는 대로 '재벌세'를 얘기하게 되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안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런 터무니 없는 얘기를 기재부 장관이 반복한다는 것이 더 어처구니없다.

'자기네 가족 잘 살기'만 고집하는 재벌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 : 재벌세 자체는 좀 약하다고 했는데, 보다 강한 내용의 재벌개혁 수단은?

홍종학 : 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우리 기업들이 인식 못하고 있는데, 글로벌스탠다드에서 벗어나 있어서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자본주의는 어떤 것이냐'를 찾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계속적으로 '자기네 가족 잘 살기 운동'만 하고 앉아 있다. 재벌이 그렇게 끝끝내 '자기네 가족 잘 살기'만 고집을 한다면, 그러면 이제 더 이상 재벌이 국민기업은 아니지 않느냐.

이제 재벌에 대한 특혜는 없어져야 한다. 그것을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특혜, 재벌의 경제적 집중에 대한 남용, 이런 것들에 대해서 특혜는 줄이고 남용은 강력하게 규제하고.

그리고 이제는 재벌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은 사실 재벌의 이념에 우리가 포위됐다고 할까, 그냥 넘어갔다고 할까. 재벌이 투자를 많이 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는 그랬다.

세상을 바뀌었는데도 계속 재벌을 지원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게 '투자세액공제'다. 아직도 매년 2~3조 원씩 퍼주고 있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지금의 운영방식은 재벌에게 퍼줄 것을 다 퍼주고, 그다음에 고용해달라고 사정하는 방식이다. 퍼줄 것은 다 퍼주고 나서, '제발 동네 제과점에서는 좀 나와 달라' 이런 방식이다. 재벌에게 사회적 책임 의식이 있고, 재벌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눈물과 고통을 이해했다면 알아서 해결했을 수도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나서서 했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이제 온 국민이 재벌의 탐욕스러움을 알게 된 것 아닌가. 저들의 윤리의식에만 맡길 수 없음을 알게 된 것 아닌가.

그러니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고용을 늘려라. 니네가 고용을 받으려면 동네 골목 상권에서 빠져 나와라.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행위 그만둬라.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노동고용법 위반 그만둬라.' 이것이다. 이것은 그동안의 패러다임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웃기는 시장경제"의 정상화를 위해 '재벌세' 필요

프레시안 : 시장경제론의 입장에선 정부 간섭이 상당히 많아지는 것이라 반발이 심할텐데.

홍종학 : 아니다, 여태까지는 웃기는 시장경제였다. 시장경제라고 하면, 재벌에게 특혜를 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강만수 전 장관은 재벌을 위해서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시장경제냐. 이것은 소비자를 착취해서 재벌에게 준다는 것인데, 국가가 엄청난 간섭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원 배분에 있어서 국가가 자원배분을 왜곡시킨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재벌이 국민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우리는 그 반대를 목격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한국의 시장경제는 왜곡된 시장경제다. 보통 이것을 한국에서는 '시장'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재벌 편향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시장경제 측면에서 봐도 정상화되는 것이다?

홍종학 : 시장에서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재벌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 이것이 김상조 교수가 말하는, 우리나라에 독특한 "신자유주의 과잉과 자유주의의 결핍" 현상이다. 1930년대 미국에서 달성된 재벌개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2000년대의 신자유주의만을 받아들여 미국보다 더 나빠진 상황이다. 미국도 경제위기가 왔으니 한국도 걱정이다.

미국에서 왜곡된 경제력에 의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가 1930년대 만들어졌고, 지금 우리 재벌과 같은 기업집단이 당시 해체 됐다. 이것이 중요하다. 우리 재벌들이 거짓말을 한 게, 미국은 저절로 해소 됐다는 것인데 과거 이런 자유주의적 개혁에 의해서 경제력 균형과 시장에서의 균형이 맞춰진 것이다. 그리고 난 다음, 미국의 황금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재벌세'는 시장의 복원이다. 시장의 합리적 복원, 거기에 정부가 공공성을 담보해 주는 것이다.

축구 경기가 심판이 공정하게 심판을 보면서 하는 것이라면, 여태까지는 대학생들과 초등학생들과 경기를 시켜놓고 그걸 공정하다고 한 것이다. 초등학생 중에서도 뛰어난 축구 천재가 있는데, 시작부터 축구 천재가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갖춰진 분위기, 문제는 정치권의 의지

프레시안 : 결국은 도입이 실제로 될 것이냐, 도입 의지를 민주통합당이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일 것 같다. 18대는 어렵지 않겠는가. 19대 국회가 만들어진 다음, 추진을 하고 연내에 도입을 하거나, 이런 정도의 그림을 가지고 있나.

홍종학 : 정치권에서 논의가 됐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절실하게 요구해야 한다.

프레시안 : 분위기는 충분하지 않을까.

홍종학 : 재벌들에게 가서 사정할 것이 아니라 주인이 당신들이니 당당하게 요구하라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재벌세' 도입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공정한 경쟁을 가져왔다. 노동계라면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요구해라. 결국은 그렇게 해야 해결이 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가 저러고 싶어서 저렇게 된 게 아니다(세계 최대 통신업체 '에릭슨'을 소유하고 있는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에서 5대째 존경받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소련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나니까 뺏기는 것 보다는 오히려 자기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그런 대타협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시 국민기업, 쉽게 얘기하면 재벌의 이해관계와 국민경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 것이다. 이런 것들(국민기업으로의 명성)이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

국민들도 인식을 해야 한다. 재벌의 행태는 글로벌스탠다드가 아니다. 이런 재벌의 형태가 유지돼서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들어갈 수 없다. 대표적인 나라가 지금 이탈리아다. 서구 유럽 대개의 경우, 거대 기업집단들이 소유지배구조가 좋아지면서 개선됐는데 유일하게 안 된 나라가 이탈리아다. 개혁이 안 되니까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것이다. 이상한 사람이 수상이 되고, 수상이 자꾸 이상한 일을 하고.

ⓒ프레시안(김윤나영)

"10년 내 한국 재벌들 다 무너질 수도"

프레시안 : 재벌세라는 명명 자체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재벌에 대한 이중적 인식이 아닐까 싶다. 하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업이 하는 꼴은 정말 보기 싫지만,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게 저들 아닌가, 한국 경제는 저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두 가지 인식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재벌세가 논란이 되는게 아닐까 싶다.

홍종학 : 맞다. 여태까지 그렇게 우리는 교육 받아 왔고, 다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경쟁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경쟁할 수 없다. 이것을 너무나 간과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10년 내 한국 재벌들이 다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중국이 지금 싼 노동력으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는데, 과학기술 능력 역시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지금 조선(造船)은 거의 쫓아왔다고 보이고, 반도체도 그렇다. 지금 '애플'도 다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첨단 기기를 만드는 데 오래 걸리겠나. 거의 다 쫓아왔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재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모한 투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합리적으로 출자를 할 때 우리는 그냥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굉장히 위험한 투자를 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성공하면 기업이 가져가고 실패하면 국가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유지돼 왔다. 그런데 중국은 시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무모한 투자를 앞으로 더 할 것이다. 그런 방식의 성장, 현재의 재벌 시스템에 의한 성장은 오래 전부터 한계에 도달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애플', '페이스북'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이다. 미국이 이것을 하기 위해 30, 40년 간 굉장히 노력을 해왔다. 사람들에게 창의력을 요구하고,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주고, 그들을 우대하고, 뻗어나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냥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 우리도 지금 바로 그것을 해야 할 때다.

서울대 안철수 교수가 얘기하듯 이제 '삼성 동물원'과 'LG 동물원'의 울타리를 뜯어낼 때다. 뜯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절박하다. 경제라고 하는 것이 문제가 있어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가다가 위기도 맞는다. 일본이 지금 그렇다. 일본이 전형적으로 한국과 같이 하다가 지금과 같이 됐다. 굉장히 튼튼한 중소기업을 갖고 있었는데도 저렇게 됐다. 우리는 훨씬 더 취약하다.

일부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불안하다고 해서 이 상태로 있으면 미래가 없다.



/이명선 기자(정리) 

풍부한 북한 자원 놔두고, 왜 엉뚱한 데 가서 자원외교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3일자 기사 '풍부한 북한 자원 놔두고, 왜 엉뚱한 데 가서 자원외교하나'를 퍼왔습니다.
[고승우 칼럼] 남한 자원의 22배… 중국, 북한 지하자원 투자 급증

이명박 정권이 적극 추진한 자원외교가 비리 의혹 대상이 되고기업들이 앞장선 자원 비즈니스가 거의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의 천연자원이 남한의 수 십 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간 자원 교류협력이 활발했더라면 방지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남북간 자원교류협력 사업은 현 정권이전까지 활발히 진행되다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사고 등으로 중단되었다. 지난 수년 동안 중국은 북한의 자원을 선점하는 많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통일이후를 대비할 때 남한의 북한 천연자원 개발 사업 진출이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가 한 때 주요 정책 추진 과제로 내세웠고 이후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했던 자원외교가 엉터리 수준을 넘어 정권 스캔들로 비화될 최대의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막대한 돈을 들여 이런저런 성과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관련 CNK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다른 성과들도 대부분 말짱 꽝인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원외교는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권 후반에 청와대를 강타할 최악의 상황까지 언급되고 있다.


©노컷뉴스

국내 기업들도 지난 4년간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는데 이는 정부의 지원과 독려 덕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4년간 굴지의 재벌들이 국외 자원개발 분야에 대거 달려들었으나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재벌닷컴 최근 자료에 따르면, 자산 순위 30대 재벌의 국외 자원개발 법인이 78개(2011년 9월 말)에 달하는데 그 가운데 2010년 흑자를 낸 곳은 22개사(28.2%)에 불과했다. 실적이 ‘제로(0)’거나 적자를 기록한 곳이 훨씬 많았다. 전문가들은 해외 자원개발 투자는 필요하지만, 탐사와 개발 과정에 최소 5년이 걸리고 나중에 수익을 낼 확률도 높지 않은 점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인 북한자원연구소는 지난해 8월 보도 자료를 통해 북한의 주요 지하자원 잠재가치가 2011년 8월 현재 기준으로 10조4천억 달러로 남한의 4천700억 달러보다 22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주요 광물별로 보면 북한의 금 잠재가치는 1천346억8천700만 달러로 남한(20억2천500만 달러)의 67배였고, 철광석은 7천946억7천700만 달러로 남한(59억8천600만 달러)의 133배였다. 한 우라늄은 163억300만 달러로 남한의 38억2천800만의 4배에 달했다(연합뉴스 2011년 8월23일).
북한과 중국의 경제관계가 긴밀해 지고 있는데 중국의 대북한 투자액의 약 70%가 지하자원 개발 및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는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동북 3성의 지하자원이 거의 고갈 상태에 이르러 북한 지하자원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에서 이명박 정부의 관과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 확보 노력과 성과, 북한의 지하자원 잠재 가치, 중국의 대북 지하자원 투자 집중 등을 살펴보았다. 남북관계가 총체적으로 악화되면서 포항제철의 북한 광산 투자 계획이 백지화 되는 등 자원 분야 교류 협력 관계도 전면 중단되었다.
청와대가 해외로 눈을 돌려 자원확보에 나선 것은 대북관계 악화라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으나 정치와 경제의 분리와 같은 탄력적인 대북 정책을 취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

임기말 MB, 토지거래 허가구역 추가해제 어떻게 볼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3일자 기사 '임기말 MB, 토지거래 허가구역 추가해제 어떻게 볼까'를 퍼왔습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이 대거 해제됐다. 국토해양부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1일자로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1천244㎢를 허가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풀린 곳은 주로 수도권의 녹지, 비도시지역과 수도권, 광역권 개발제한구역 등이다. 이로써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현행 전 국토면적의 3.1%(지자체 지정 785㎢ 포함)에서 1.8% 수준으로 축소됐다.

MB정부는 총 다섯번에 걸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는데 정부 출범 당시 1만7275㎢이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금은 그 중 6.4%인 1099㎢만 남게 됐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해서 이 정부가 워낙 땅을 사랑하다 보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결정에 걱정과 비판이 이는 건 정한 이치다. 이런 근심과 비판의 배경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해제 조치가 투기를 조장하고 지가를 앙등시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자리한다.

본디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제도는 땅투기 방지를 목적으로 1979년에 도입됐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수요자가 아니면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을 살 수 없으며, 땅을 살 때 지자체장의 허가를 득해야 하고, 땅을 산 이후에도 2~5년간 애초 땅을 취득한 목적대로 이용해야 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가 따른다. 재산권의 사적 소유가 보장되는 사유재산제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이 토지의 취득과 이용을 강하게 규제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건 이채롭다.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제도는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강하게 반영된 정책이다. 토지공개념의 정신은 토지의 취득이나 거래, 개발 등에 대한 규제, 용도 및 용적률의 지정 및 제한, 조세 및 개발이익환수장치 등을 통한 불로소득 환수 등을 통해 구현된다. 주지하다시피 토지공개념은 매우 특수한 재화인 토지에 다른 재화 보다 훨씬 강력한 사회적 구속성을 부여함을 전제로 한다. 거꾸로 말하면 토지를 소유하거나 취득하려는 자는 대한민국 헌법이 부과하는 공공복리 적합의무를 기꺼이 수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여건이 바뀜에 따라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시장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수단들이 토지공개념 정신을 담보하는 것이 옳다. 즉 소유나 거래를 규제하는 것보다는 조세(특히 보유세, 보조적으로 양도세)나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를 통해 토지공개념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게 자연스럽고 오래가며 부작용도 적다.     

그렇다면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제도를 사실상 형해화시킨 MB정부의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 마땅히 비판해야 한다. MB정부가 투박한 토지공개념을 세련된 토지공개념으로 리뉴얼하는 것이 아니고, 그나마 남아 있던 토지공개념 실현 수단마저 누더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