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3일 토요일

물놀이 하던 한강 놀이터에 시신만... '아이들의 강'에서 어른들도 죽는 이유

이글은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퍼왔습니다.
[주장] '괴물 한강' 좇아 '죽음의 명소' 만드는 4대강 사업

▲ 한강 뚝섬 수영장. 뜨거운 햇살 아래 한강변 수영장을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 최병성
긴 장마가 끝나니 연일 30도 넘는 폭염이 시작됐습니다. 그래도 더운 날씨가 즐거운 이들이 있습니다. 한강 변 수영장에 물놀이 나온 꼬마 아이들이겠지요.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분명히 제가 서 있는 이곳은 한강이 맞습니다. 그런데 한강물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따금 수상스키 타는 한두 사람만 한강을 오갈 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물놀이를 위해 가족과 함께 한강에 나왔지만, 모두 콘크리트 어항에 몸을 담그고 있을 뿐입니다. 정확히 말해, 사람들은 한강에 나온 게 아닙니다. 한강 변에 있는 콘크리트 어항 수돗물에 물장구치러 온 것입니다.

▲ 강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한강에 나왔지만, 모두 콘크리트 어항 수돗물 속에서 퐁당거립니다. 이건 강에 나온 것이 아니지요.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그 많던 한강의 금모래 천연 '강수욕장'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누구 때문일까요? ⓒ 최병성
'강에 왔지만, 강에 온 것이 아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참으로 서글픈 한강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말입니다.  

서울 광진교 곁에도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강 수영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옛날 나루터 광나루로 유명한 곳입니다. 많은 분이 광나루에서 수영하던 옛일을 자랑하곤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전시장에서 놀라운 옛 한강 사진을 만났습니다. 그중에 드넓은 모래사장과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광나루 사진도 있었습니다.

▲ 오른쪽 발간 화살표의 동그라미가 광나루 한강 수영장입니다. 그러나 옛날 한강 변은 전체가 다 수영장이었겠지요. 우리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 서울시청 홈페이지
▲ 이게 바로 한강 광나루 '강수욕장'. 금빛 모래밭과 많은 시민이 수영과 뱃놀이를 즐기던 광나루의 한강 변입니다. 이게 바로 진짜 한강이지요. 그러나 한강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보잘것 없는 콘크리트 수영장이 전부가 되었습니다. ⓒ 서울시 한강 르네상스 전시회사람과 강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 바로 이게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한강의 모습입니다. 금빛 모래 반짝이고, 어른과 아이들이 물놀이하던 광나루 '강수욕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좌측 강변에 워커힐 호텔이 위치한 아차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습니다. 그러나 금빛 모래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고, 그 누구도 손과 발을 담글 수 없는 거대한 수로일 뿐입니다.

▲ 광나루 강수욕장이 있던 한강입니다 왼쪽 아차산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위의 옛날 광나루 사진에서 보이던 금빛 모래와 사람들은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 누군가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한강의 모래를 다 준설하고 보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 최병성
광나루만 서울시민의 수영장이 아니었습니다. 한강 전체가 금빛 모래로 가득한 천연 수영장이었습니다. 그러나 1983년 제2차 한강종합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한강변의 모래는 다 사라지고 한강은 손과 발도 담글 수 없는 '괴물'이 됐습니다. 

한강에서 멱을 감는 '아이들의 강'을 만든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4대강 사업 홍보 동영상엔 "한강에서 멱을 감다. 상상이 아닙니다"라며 아이들이 마음 놓고 물놀이할 수 있는 강을 만들겠다는 '뻥'이 등장합니다. 

▲ 한강에서 멱을 감는것이 상상이 아니라는 4대강사업 홍보 동영상. 그러나 진실은 정 반대입니다. 이 대통령의 '뻥'은 참 가지가지입니다. ⓒ 4대강사업 홍보 동영상
▲ 아이들의 강을 만든다는 4대강 홍보 동영상 장면입니다. 4대강 사업 후에 수심 6m 이상 깊어진 강에서 어떻게 우리 아이들이 저런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요? '뻥'도 지나치면 사기라고 합니다. ⓒ 4대강홍보 동영상
'아이들의 강!' 참으로 멋진 구호입니다. 4대강 사업 후엔 우리 아이들이 언제나 안전하게 물놀이 할 수 있는 강이 된다니 참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강을 만든다는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많은 노동자는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아이들의 강에서 어른들이 빠져 죽다니요? 더 놀라운 일은 지난해 한강 도하 훈련을 하던 군인 4명이 익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익사한 군인들은 구명조끼까지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구명조끼까지 입은 훈련된 군인들이 아이들의 강을 만드는 곳에서 사망하다니,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보트가 뒤집혀 급류에 쓸린 장병들은 "물살이 너무 빨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지난해 4대강 공사 현장에서 한강 도하 훈련중이던 군인들이 보트가 뒤집혀 4명이 익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3명이 먼저 사망하고, 치료중이던 1명 마저 사망함으로써 모두 4명이 사망하였습니다.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그런데 4대강 공사를 하기 전의 이곳은 아이들이 물놀이 하던 곳입니다. ⓒ mbn뉴스
▲ 이곳이 바로 4명의 군인들이 빠져 죽은 곳입니다. 4대강공사를 하기 전엔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답던 곳입니다. 여름이면 아이들과 온 가족이 물놀이하는 곳으로 유명했지요. 그러나 이곳의 모래, 자갈을 다 파고 이포보를 세워 군인들이 사망한 것입니다. ⓒ 최병성
"위험! 접근금지"... 한강은 이미 괴물이 됐습니다

아이들의 강을 만드는 4대강에서 노동자와 군인이 빠져 죽은 이유는 여의도 앞 한강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랑하는 한강 르네상스 현장입니다. '위험! 접근 금지'라는 섬뜩한 팻말이 한강 변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강 르네상스를 위해 무려 5400억 원 넘게 혈세를 퍼부었는데, 강 접근 금지라니요.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그 이유는 1983년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께서 제2차 한강종합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한강의 모래를 다 준설하고 잠실과 김포에 보를 세워 강에 물을 가득 채워놓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사장님이 한강을 거대한 수로로 만들어 놓았으니, 오세훈 시장이 아무리 혈세를 한강에 퍼부어도 전혀 소용없는 것입니다. 

▲ 5400억 원을 쏟아 부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에 54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여전히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수로입니다. ⓒ 최병성
그 누구도 한강에 손을 담글 수 없게 만든 한강종합개발사업. 이명박 대통령은 이 괴물 한강이 아름답다며 밤낮없이 4대강도 한강과 똑같은 괴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강이 왜 괴물이냐고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여긴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4대강 사업 홍보 책을 따라 63빌딩이 마주 보이는 한강 변에 섰습니다. 이명박 사장님이 30년 전에 세운 콘크리트는 곳곳에서 무너지고, 한강엔 죽은 물고기 시체 탓에 악취가 진동합니다.

▲ 4대강사 업 홍보 책자가 자랑하는 한강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한강 63빌딩 앞 한강입니다. 그러나 이곳 한강엔... ⓒ 4대강 홍보 책자.
▲ 썩은 물고기 시체로 가득한 한강이 4대강 사업의 모델이라니.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63빌딩 앞 한강. 그러나 이곳은 물고기 시체가 가득하고 썩는 악취가 진동합니다. 4대강의 미래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지요. 참으로 걱정입니다. ⓒ 최병성63빌딩을 배경으로 설치된 구명튜브는 수심이 깊어 누구도 발조차 담글 수 없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괴물 한강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이 한강종합개발이란 이름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강은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괴물 수로'일 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알도 낳을 수 없는 죽음의 수로입니다.

▲ 4대강 사업의 진실이 바로 이것! 63빌딩 앞 한강은 사람이 손도 발도 담글 수 없는 죽음의 수로입니다. 앞으로 4대강이 어찌 될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강을 만든다니 이 대통령의 '뻥'은 너무 심하네요. ⓒ 최병성
투신 자살자들이 찾아가는 한강

여기 놀라운 신문기사가 있습니다. 2010년 10월 11일 자 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5년 동안 한강에서 투신자살 시도 건수가 무려 2500건에 육박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보면 다리 난간에 하얀 페인트로 동그랗게 표시해 놓은 곳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자리를 표시해 놓은 겁니다.

▲ 한강 다리의 이 표시는? 한강에서 뛰어내린 사고의 자리를 표해놓은 듯합니다. 한강 다리는 투신 자살의 명소로 거듭났습니다. 이 대통령이 한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물만 가득 채워놓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4대강의 모든 다리들이 한강처럼 투신자살의 명소가 될 것입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2010년 6월까지 한강의 다리별 투신 자살자 수는 마포대교가 222명으로 가장 많고, 한강대교(189명), 원효대교(125명), 성산대교(103명), 양화대교(95명), 잠실대교(91명) 등의 순서로 다리마다 투신자살 건수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12월 3일 한강구조대 보트가 전복돼 2명의 한강 수난 구조대원이 익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한강에 빠진 다른 시신을 인양하는 작업 중 구조선이 강한 바람과 물결 때문에 전복된 것이라고 합니다. 옛날 한강처럼 금빛 모래사장이 빛나던 한강이었다면, 구조 보트 전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구조대의 보트가 전복되어 구조대원이 빠져 죽을 만큼 위험한 한강, 이게 바로 지금 한강의 진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름답다고 극찬한 한강은 '투신자살의 장소'입니다. 이렇게 한강이 투신자살의 장소가 된 이유는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모래를 준설하여 수심을 깊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22조 원 퍼부어 투신자살의 명소 만들자고?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아이들의 강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진실은 22조 원을 들여 4대강을 한강처럼 투신자살의 명소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매년 여름이면 수많은 피서객으로 북적이던 한강 변입니다. 그래서 이 한강 변 이름조차 '금모래 은모래'입니다. 지명 자체가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모래 은모래 가득했던 아름다운 강변이 '아이들의 강'을 만드는 4대강사업으로 어른도 들어갈 수 없는 공포의 수로로 거듭났습니다. 

▲ 아이들의 강이었던 한강 변이 어른도 빠져 죽는 강으로 변했습니다. 금모래 은모래로 유명한 아이들의 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으로 아이들의 강은 어른조차 빠져죽은 위험한 변종운하로 전락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강을 만든다고 '뻥'을 치고 있습니다. ⓒ 박용훈, 4대강반대 범대위어른도 빠져 죽는 강을 만드는 공사가 4대강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준설선은 고사하고 굴착기로 온통 강바닥을 헤집고 있습니다. 수질오염을 막는다던 오탁 방지막도 찾아볼 수 없고, 강은 온통 시뻘건 황토물입니다. 광란의 삽질로 난도질당하는 강이 마치 피를 흘리는 듯합니다. 피눈물 흘리는 낙동강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 가슴도 함께 찢어지는 듯합니다. 

▲ 피눈물 흘리는 낙동강 이 대통령께서 '어른조차 빠져죽는 강'을 만드느라 낙동강이 피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 낙동강 지키기 부산운동본부
한강에는 영등포 수난구조대와 잠실 구조대가 있습니다. 순간의 낙심으로 한강에 투신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수난 구조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수심 깊은 운하가 되면, 이제 4대강 역시 곳곳에 수난구조대가 항시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4대강은 이명박 대통령 덕에 '수영하기 좋은 물'이 아니라 '투신자살하기 좋은 명소'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진짜 '아이들의 강', 콘크리트를 걷어내라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를 배워 온 독일은 지금 운하를 헐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자연의 강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독일만이 아닙니다. 스위스의 투어강 역시 운하의 제방을 헐어 아이들과 온 가족이 강변 모래·자갈 밭에서 쉬고, 물놀이할 수 있는 자연의 강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 운하를 헐어 은빛 모래 반짝이는 자연의 강으로 되돌린 스위스 투어강 스위스 투어강은 100년 전에 만든 운하를 헐어 은빛 모래가 반짝이는 자연의 강으로 다시 되돌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을 파괴하였지만, 4대강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지요. ⓒ 스위스 자료
▲ 운하 제방을 헐어 자연의 강으로 돌아가는 스위스 투어강 공사 현장입니다. 제방을 헐고 강물이 흘러갈 드넓은 공간을 만들어 주자 강은 다시 자연의 강으로 되살아나고, 홍수도 예방되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강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 윤순태
▲ 아이들의 강으로 다시 살아난 스위스 투어강 이게 바로 진짜 아이들의 강입니다. 아이들이 강물에 언제나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는 강. 한강의 콘크리트 수영장과는 정 반대입니다. ⓒ 윤순태
선진국은 지금 운하를 헐어 자연의 강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강도 살리고 홍수도 예방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강을 살린다며 외국의 강 살리기와는 정 반대로 강을 깊이 파서 변종운하를 만들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결코 강 살리기가 될 수 없고, 아이들의 강이 될 수도 없는 증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강에서 멱을 감다. 상상이 아닙니다"라고 대단한 뻥을 치셨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그동안 수많은 시민이 멱을 감고 물놀이하던 생명의 강을 삽질로 파괴하여 그 누구도 강에 발을 담글 수 없는 변종운하로 만든 것입니다. '아이들의 강'을 만든다며 어른도 빠져 죽는 무시무시한 수로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4대강 사업이 완성되면 조만간 4대강을 지나는 다리 곳곳에서 투신자살의 소식이 끝없이 들려오겠지요. 4대강 사업으로 22조 원을 들여 4대강이 투신자살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7월 22일 금요일

이 맛에 새벽 지리산을 오르는구나 밤기차 타고와 새벽에 지리산 오르는 사람들

이글은 오마이뉴스 기사를 퍼왓습니다.
▲ 새벽에 노고단을 오르는 등산객들(7월 18일 새벽 지리산 노고단 고개에서) ⓒ 최오균
7월 18일, 일어나 보니 새벽 3시다. 이곳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를 온 후 바이오 리듬이 완전히 변해 버린 것 같다. 저녁 9시가 되면 눈이 저절로 감기고, 새벽 3시경이면 저절로 눈이 떠지니 말이다. 도심에 살 때에는 그 반대였는데, 이곳에 이사를 온 후 낮에 노동을 많이 하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삶의 리듬이 변해 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 유리창을 먼저 쳐다본다. 유리창에는 '청개구리 기상청'에서 파견된 일기예보관들이 그날의 날씨를 예보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예보관들이 단 한 분도 아니 계신다. 음, 오늘은 날씨가 좋겠군. 밖으로 나가 보니 달이 밝다. 별들도 총총하고 하늘이 무척 청명해 보인다.

청개구리들의 날씨예보는 기가 막히게 맞아들어간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천기를 TV에서 앵무새처럼 말하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보다 청개구리들이 육감으로 보여주는 날씨예보를 믿기로 했다. TV의 일기예보를 따르다가 큰 코를 다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개구리들은 유리창 높은 곳에 매달려 큰 비가 내릴 것을 예고해주고 있었는데, TV에서는 곳에 따라 비가 조금 내리고 흐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엄청 큰 비가 내렸다. 나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믿고 지리산 종주 산행을 계획했다가 도중 하차를 하고 말았다.

오늘 같은 천기라면 산행을 하기에 최적이다. 문득 노고단의 원추리가 보고 싶어졌다. 청개구리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지리산을 오르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무려 한 달 넘게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다가 모처럼 갠 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니 이런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아내가 잠에서 깰 새라 조심조심 배낭을 챙기기 시작했다. 여름철 시즌에는 구례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버스가 새벽 4시에 있다. 마루에서 큰 카메라, 작은 카메라, 물, 비옷, 라면, 햇반, 바나나 등을 주섬주섬 배낭에 넣고 있는데 아내가 화장실을 가다가 내 모습을 보고 말았다. 아뿔싸! 들키고 말았군.

"당신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음, 노고단 원추리 좀 담아 오려고."
"세상에, 이렇게 일찍이요?"
"낮에는 너무 덥지 않소?"
"그래도 그렇지. 내가 못 말려."

▲ 새벽에 노고단에서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 ⓒ 최오균
문안에서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아내를 뒤에 두고 나는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 시계를 보니 3시 50분이다. 저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구례읍까지 가려면 너무 늦을 것 같아 나는 화엄사로 차를 몰았다. 나는 화엄사 입구 주차장에 성삼재로 가는 공영 버스와 동시에 도착을 했다. 경적을 울려 가까스로 출발하려고 하는 버스를 잡았다.

헐레벌떡 버스에 오르니 이게 웬일? 버스가 완전히 만원이다. 좌석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고 몇 사람이 서 있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지리산을 찾는 사람이 많다니 놀랍다.

사실 나는 구례로 이사를 온 후 지리산 종주를 하려고 몇 번이나 마음먹었으나 아직까지 실행을 못하고 있다. 지리산 가까운 곳에 살다보니 오늘 못가면 내일 가지, 하는 식으로  언제라도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1년이란 세월이 휙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런데 저 멀리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용산역에서 오후 10시 4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온다. 다음날 새벽 3시 18분에 구례구역에 도착을 하여  3시 30분에 출발하는 노고단으로 가는 공영버스를 타고 노고단 성삼재로 간다. 그리고 그들은 1박 2일, 혹은 2박 3일 지리산 종주 등산을 감행한다. 그래서 등산 시즌이 오면 금요일 날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오후 10시45분 발 구례구행 무궁화호표는 거의 매진이다.

비단결 같은 운해와 붉은 태양... "어머나 이런 풍경이 다 있네"

▲ 새벽 4시 반 성삼재에서 바라본 노고단 여명 ⓒ 최오균
나를 마지막으로 태운 버스는 곧 성삼재로 출발했다. 건장한 남녀노소의 등산객 사이에 끼여 있다 보니 갑자기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을 받는 것 같다. 노련한 운전기사는 어둠 속을 뚫고 꾸불꾸불한 길을 능숙하게 운전하며 지쳐 올라갔다. 버스는 천은사 매표소도 무료통과다. 이 시간에는 매표소 직원이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부지런 하면 이렇게 돈을 버는 것이다.

버스가 고도를 높여 갈수록 시원해진다. 나무들이 여명 속에서 묵묵히 서 있다. 노고단은 1985년 성삼재 관광도로가 확포장된 다음부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지리산의 명소이다.

▲ 서쪽으로 기우는 달 ⓒ 최오균
"곧 성삼재에 도착을 하겠습니다. 잊은 물건 없이 잘 챙기시고, 안전산행을 하시어 지리산 정기를 듬뿍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운전기사의 코멘트도 일품이다. 새벽에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객과 새벽에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 그들은 호흡이 척척 맞는 것 같다. 그들은 새벽공기를 가르는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성삼재에 도착을 하니 오전 4시 30분, 하늘은 벌써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한쪽이 다소 찌그러든 달(음력 18일)이 서쪽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붉은 노을이 노고단 고개를 타고 슬슬 올라오고 있다. 그 위에 한줄기 구름이 춤을 추고 있다. 구례읍 쪽을 바라보니 여명 속을 밝힌 전깃불이 반짝이고 있다.

"와아! 환상적이네!"
"원더풀!"

등산객들은 버스에서 내리며 하늘과 땅에서 펼쳐지는 멋진 풍광에 저마다 환성을 지른다. 밤새 기차를 타고 새벽 산행을 한 피로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풍경이다. 새벽 4시 지리산으로 가는 버스가 만원이 될 만도 하다.

▲ 저잣거리처럼 붐비는 노고단 대피소(새벽 5시 30분) ⓒ 최오균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니 마치 등산객들로 저잣거리처럼 붐빈다. 저마다 아침을 해먹기에 바쁘다. 버너에 라면을 끓이는 사람, 커피를 끓이는 사람, 밥을 짓는 사람,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 여기가 산인가 저잣거리인가?

나는 산장에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작은 카메라 하나만 들고 노고단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지리산에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노고단 고개에 이르니 반야봉에서 해가 막 솟아오르고 있다.

▲ 노고단에서 바라본 지리산 일출 ⓒ 최오균
▲ 노고단 운해 ⓒ 최오균
오! 아름다운 지리산! 그리고 그 밑을 흐르는 구름바다! 구름 속 베일에 가리듯 태양은 반야봉 정상에서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반야봉 밑으로는 운해가 하얀 비단결처럼 꿈틀거린다.

"와우! 원더풀!"
"어머! 환상이에요!"
"야아! 정말 죽여주네!"
"이래서 새벽에 지리산에 오르는구나!
"밤새 기차를 타고 온 보람이 있네!"
"엄마야! 저런 풍경이 다 있네!"

노고단 고개를 오른 등산객들마다 지리산 일출의 비경에 취해 저마다 한마디씩 비명을 지른다. 사람은 소리를 지르는데, 산은 말이 없다. 묵묵히 그 모습을 보여줄 뿐. 말문이 막힌다. 모두가 노고단 운해와 반야봉의 비경에 취해 한동안 넋을 잃고 있다. 

부지런한 만큼 아름다운 비경을 볼 수 있다! 자연은 부지런한 사람들에게 그 숨은 비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21일 목요일

비리 혐의자는 떵떵거리며 산다

이글은 한겨레21의 기사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17년 전 친권포기각서 문제 등 제기한 해인원 사건 추적…해고 뒤 무죄 판결 받은 공익신고자는 사라지고 허위 고소장 사주한 이사장은 지금도 그 자리에

» 경기도 광주시청은 동산원이 속해 있는 한국발달장애복지센터에 지난해 모두 24억여원의 세금을 지원했다. 해마다 지원금을 받는데도 한국발달장애복지센터는 1998년부터 5년간 직원들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체납해 자산을 압류당했다. 법원 판결문에는 동산원의 전신이 '혜인원'으로 표기돼 있으나, 등기부등본에 1988년 최초로 기록된 명칭은 '해인원'이었다. 기사 작성도 이에 따랐다. 한겨레21 이종찬
가는 비가 내렸다. 지난 6월22일 낮 최고기온은 27℃로 기록됐다. 오후 1시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674번지 숲에는 빗소리만 들렸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하남시로 향하는 43번 국도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산 중턱에 섰다. ‘사회복지법인 한국발달장애복지센터’ 간판을 확인한 뒤 행정실 건물로 향했다. 복지센터 산하 동산원, 장애인특수학교 인덕학교, 광주시 장애인주·단기보호시설, 광주시 장지어린이집, 동산식품이 모두 한데 모여 있었다. 동산원은 보육사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생활터다. 정신장애인이 많다. 서정희 이사장을 만나야 했다. 전화로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노조결성해 해고당한 공익신고자
단기 정신장애를 겪은 것처럼, 이날 복지센터 직원 3명은 모두 서 이사장의 소재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내놨다. 수위는 경계하는 시선으로 서 이사장이 “오전에 출근했으나 외출 중”이라고 말했다. 차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들었다. 전화기 너머 직원은 서 이사장이 “오늘 건강이 좋지 않아 출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는 비가 계속 그었다. 오후 3시께 다시 복지센터 행정실 건물 앞을 서성거렸다. 40대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풀을 베다 말고 서 이사장이 “오전에 출근했다가 1시 넘어 급하게 외출했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행정실 건물 앞에서 만난 50대의 남자는 서 이사장의 소재를 밝히는 대신 “왜 다 지나간 17년 전 사건을 묻고 다니냐, 돌아가라”며 기자를 밀쳤다. 직원과의 두 차례 통화와 두 번의 방문으로도 서 이사장과 직접 접촉할 수 없었다. “1994년 당시 보육사로 근무하던 정광용씨를 해직시킨 이유가 전임 이사장 비리를 ‘내부공익신고’했기 때문이냐”는 질문도, 물론 던지지 못했다.
정광용씨는 17년 전인 1994년 5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을 두드렸다. 28살 청년 보육사의 손에 장애아동 부모가 해인원 쪽에 제출한 친권포기각서, 기부금 관련 예금통장 등이 들려 있었다. 이 입수한 법원 판결문을 보면, 정씨가 공익 신고한 이 자료들은 진보적인 장애인 전문매체 1994년 5월호에 공개됐다. 친권포기각서는 전임인 최창수 전 이사장이 장애인 부모들에게 개인적으로 받은 것이었다. 친권포기각서에는 “해인원에 수용된 장애아동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당시 은 보도했다. 통장들은 최 전 이사장의 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물이었다. 최 전 이사장의 지시로 1994년 3월 문서 창고 정리 작업이 벌어졌다. 친권포기각서, 예금통장 등이 쓰레기 소각장에서 조용히 태워졌다. 우연히 시계를 찾으러 소각장을 찾은 정씨가 타다 남은 문서를 주웠다. 당시 총무로부터 “버리라”는 지시를 받은 정씨는 이들 문서를 복사한 뒤 폐기했다. 그리고 해인원의 운영 비리가 세상에 알려졌다.
정씨의 공익신고로 1994년 9월 이사장이 바뀌었고, 10월엔 원장이 새로 부임했다. 생활터 이름도 ‘동산원’으로 바뀌었다. 정씨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경영 비리와 보육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씨 등 해인원 보육사 4명이 같은 해 10월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광주군청(현 광주시청)에 제출했다. 새로 부임한 서 이사장 등 해인원 이사회는 10월 말 이들 4명을 해고했다. 보육사들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해인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또한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며 3자개입 혐의로 당시 광주군청 복지시설 담당 석경자씨를 성남지방노동사무소(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서 이사장도 대응에 나섰다. 목사 출신 신임 원장 김순회씨에게 정씨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판결문을 보면, 그들이 ‘발명한’ 혐의는 절도죄였다. 고소장에는 “정씨가 해인원 사무실에서 서류함을 드라이버로 부순 뒤 친권포기각서와 통장 등을 훔쳐갔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서류함을 부순 사람은 김순회씨였다. 열쇠를 잃어버린 뒤 중요한 문서를 찾다 서류함을 부쉈다. 해인원은 부서진 서류함을 찍은 사진을 정씨의 절도죄 혐의 증거로 제출했다. 고소장이 접수된 수사기관은 해인원에서 1.3km 떨어진 경기도 광주경찰서가 아니라 서울 강서경찰서였다. 김씨는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정씨를 빨리 구속시켜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서 정씨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고소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서경찰서와 서울남부지검은 해인원 쪽 주장에 손들어줬다. 강서경찰서가 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영장을 청구했다. 경·검·법이 일치했다.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994년 12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내부공익신고자는 구속기소됐다. 정씨의 동료 보육사 한아무개씨는 법정에서 “정씨가 아동친권포기각서 등이 들어 있는 서류 박스를 창고에서 꺼내 카메라로 찍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 참여정부 시절 사회복지법인의 경영 투명성을 높일 사회복지사업버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한겨레21 이종찬
무죄를 받아도 의혹은 방치돼
이때 또 다른 내부공익신고가 나왔다. 구약성경 ‘아모스서’ 5장에서 예언자 아모스는 “다만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라고 말했다. 목사 출신 김순회 원장은 ‘아모스서’를 따랐다. 그는 1995년 1심 재판 도중 정씨에 대한 고소취하서를 제출하며 “(정씨에 대한) 고소는 서 이사장의 강요로 사실을 왜곡하여 고소했던 것”이라고 증언했다. “정씨가 주도하여 노조를 설립하자 서 이사장이 피고인이 친권포기각서 등을 훔친 것처럼 하여 구속시키자고 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부순 서류함을 사진 찍어 경찰에 증거로 낸 것도 서 이사장이라고 김씨는 증언했다. 김씨는 “마음이 고통스러웠다”고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럼에도 서울남부지법 정용상 판사(현재 변호사)는 1995년 5월23일 한아무개 보육사의 증언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사안이 경미하다”며 징역 6개월형에 대해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선고유예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 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형법 59조) 유죄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는 제도다. 유예 기간을 무사히 보내면 형 선고가 무효가 되지만, 엄연히 유죄판결에 해당한다. 129글자의 단 한 문장으로 쓰인 1심 판결문에는 김순회 원장이 진술을 번복하고 고소를 취하한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1995년 12월 1심을 뒤엎고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일한 증거인 한씨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정씨가 서류를 훔친 모습을 본 시점과 상황을 묘사한 한씨의 진술이 자술서, 경찰 조서, 검찰 조사에서 모두 달랐다. 대법원은 1996년 3월 무죄를 확정했다. 김씨는 1995년 인터뷰에서 서 이사장이 전임 최창수 이사장으로부터 6억원을 주고 해인원을 인수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사회복지사업법상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 없는 복지법인 재산 매매는 불법행위다.
정의는 거기서 멈췄다. 내부공익신고자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비리 의혹은 조사·수사되지 않았다. 법원은 정씨에 대한 고소장이 허위임을 인정했다. 무고죄에 해당한다. 허위 고소장을 작성하도록 시킨 서 이사장은 형법 31조의 무고죄 ‘교사범’에 해당한다. 서 이사장은 수사받지 않았다. 이 수원지검 성남지청, 서울남부지검, 서울강서경찰서에 서 이사장을 수사 또는 기소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기록 폐기 등을 이유로 3개 기관 모두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특히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해당사자인 서 이사장이 비공개 요청을 해 공개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정씨가 제기한 전임 최창수 이사장의 횡령 등 비리 의혹도 조사나 수사받은 정황이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 광주시청에 여러 차례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기록이 폐기됐다”며 비공개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 여러 사건 관련자들은 광주시청이 비리를 이유로 복지센터 임직원을 고발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광주군청은 되려 1998년 해인원에서 이름을 바꾼 동산원을 지자체의 공식 장애인복지시설로 인정하고 예산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발의했고 군의회가 가결했다. 이미 군청에서 보조금을 받던 한국발달장애복지센터는 늘어난 지원금을 해마다 받을 법률적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정씨는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정보공개 청구 결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당시 정씨와 함께 해직된 보육사 1명에게 복직 판정을 내렸음이 밝혀졌으나 동산원이 이 보육사를 복직시킨 정황은 없다.
수서 청소년수련관 사건도 빼닮아
그리고 17년이 지났다. 횡령 혐의 공소시효(7년)와 위증죄 공소시효(5년) 등 최창수 전 이사장과 서정희 이사장에게 적용될 만한 혐의 공소시효는 모두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순회 원장은 사건 직후 동산원을 떠났다. 그는 지금 출소자 보호시설인 ‘한마음쉼터’를 경기도 고양시에서 운영한다. 과의 통화에서 김씨는 “사건 직후 해인원을 나와 서 이사장이 수사나 조사를 받았는지는 모른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해인원 쪽에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당시 성남지방노동사무소에 고발했던 석경자씨는 지금 광주시청 여성가족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석 팀장은 과의 통화에서 “왜 17년 전 사건을 묻느냐”고 말했다. 석씨는 “당시 정씨 등 근로자들이 문제가 많았다. 노조를 만들어 자기들이 법인을 운영하려 했다. 서 이사장은 문제가 없었고, 문제 있는 건 전임 이사장이었다. 사건 도중 부서를 옮겨 정씨가 무죄를 받았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관련자들은 대부분 “왜 17년 전 사건을 이제 와 묻느냐”고 물었다. ‘비리가 혹시 있었다 해도 지금은 개선됐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한국발달장애복지센터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가 1998년 7월 이 복지센터 자산을 압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복지공단은 2003년 10월에야 압류를 해제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회복지법인 경영진이 직원들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체납할 경우 국세징세법에 의해 자산을 압류한다. 복지센터는 예산 대부분을 광주시청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수용한 장애인과 직원 수가 일정해 경영 기복이 생기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5년간 직원들의 산재보험금 등을 체납한 것이다. 동산원에 물었으나 해명을 거부했다. 경영 불투명성, 위법성 문제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광주시청은 지난해에도 복지센터에 모두 24억7700만원의 지원금을 줬다. 전체 예산 32억2900만원의 77%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경영 감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청에 지난해 한국발달장애복지센터를 현장 방문해 지원금 사용 상황 등을 조사한 횟수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광주시청은 “자료가 없다”며 밝히지 않았다. 80대의 서정희 이사장은 여전히 이사장 자리에 있다.
‘수서 청소년수련관 공익신고 사건’은 비리 내용, 처리 결과 등 모든 지점에서 이 사건과 닮아 있다. 조성열씨는 1999년 수서 청소년수련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던 사회복지법인 상희원 직원이었다. 당시 유호준 이사장이 조씨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법인 돈을 횡령했다. 조씨는 이를 내부공익신고했고 참여연대의 ‘시민감사청구’로 서울시 감사가 벌어졌다. 는 이런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서울시립 수서청소년수련관 쪽이 운영수입금 2억3천여만원을 빼돌려 불법으로 쓴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2000년 5월) 30일 강남구 일원동 수서청소년수련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상희원 쪽이 지난 95년 1월부터 98년 12월까지 체육관, 소극장, 식당 등 수련관 운영에 따른 수입금을 수련관 회계 통장에 입금하지 않고 별도 통장을 개설해 1억263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시는 수련관 이사장 유호준(85)씨 등 상희원 관계자 5명에 대해 공금횡령 등 혐의로 사법 당국에 고발하는 한편 복지법인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2000년 5월31일치 참조)
유호준 이사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받았지만 기소되지 않았다. 통장을 만든 조씨만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조씨는 과의 통화에서 “중요한 증거인 녹취록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사건 뒤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지금껏 종친회에서 일한다. 유 전 이사장은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회장 등을 지낸 기독교계의 거물이었다. 대한민국 건국 5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명예회장 등 민관 고위직을 두루 거친 뒤 2003년 숨졌다. 당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서울시에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기록 폐기를 이유로 아직 답하지 않고 있다.
정씨에게 묻지 못한 이유
상당수의 내부공익신고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씨 등이 제기한 사회복지법인 비리 문제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대구시의회에서는 2009년 “지역 사회복지법인 불법 매매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왔다. 장애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성람재단·석암재단에서 이사장이 횡령 등을 저질러 2007~2008년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앞서 사회복지법인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담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2006년 현애자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면 이후 사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공익신고자 정광용씨, 김순회씨, 조성열씨는 방패 없이 행동했다. 그들은 부패방지법(2002년 최초 제정)도 없던 시대에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한다는 부패방지법 1조의 정신에 맞춰 말하고 움직였다. 지난 3월 공익신고자를 폭넓게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에 너무 늦게 왔다.
1심 선고 직후 “해고무효소송에서 이겨 해인원에 복직할 것이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던 28살의 청년 보육사는 올해 45살이 됐을 게다. 민주노총 조직국,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장애인위원회, 광주시, 장애인 운동단체 등 어떤 관련 기관·단체도 정씨의 근황이나 연락처를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당시 발언을 기억하느냐”란 질문을 준비했지만, 결국 정씨에게 묻지 못한 이유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11시간 생방송 끝장토론 끝에 원전 완전폐기 결정”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의 물바람숲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핵 탈출’ 독일 현장] <1> ‘17인 윤리위’ 바흐만 인터뷰
“재생에너지 주도권 쥐고 녹색성장 가능성 열어
 또하나의 혁명…이제는 세계가 바뀔 것입니다"
 
지난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사고발생지는 일본이지만, 이 충격으로 가장 큰 정책적 전환을 한 나라는 독일이다. 5월 30일 독일 메르켈 총리가 “2022년까지 원전을 100%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김정욱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을 포함한 21명의 일행은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5일까지 독일 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 프라이부르크 일대를 둘러봤다. 17기의 원전이 담당하는 23%의 전력을 모두 없애겠다는 독일의 과감한 탈원전·에너지 전환 현장을 둘러본 기록을 3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 환경재단의 허락을 얻어 <그린 리포트>를 일부 수정해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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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Ws aus, Sonne an! now(지금 바로 원전 폐쇄하고,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라!)” 

지난 6월30일(독일 현지 시각) 오전 8시30분,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앞에선 분트(BUND), 캠팩트(Campact) 등 독일의 대표적인 환경단체 회원 50여 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날은 메르켈 총리가 발표한 ‘2022년 원전 100% 폐쇄’ 에너지 법안에 대한 연방의회 표결이 있는 날이다. 몇 시간 후, 연방의회 표결 결과가 발표됐다. 하원의원 513명 중 찬성 426표, 반대 79표, 기권 8표로 총 83%의 지지를 얻어 법안은 통과됐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환경부 장관은 이를 두고 “하나의 혁명”이라고 밝혔다. 이제 독일발 에너지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표결 당일 오전에 만난 귄터 바흐만 사무총장은 일정을 30분~1시간 단위로 쪼개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의 인터뷰가 끝난 이후엔 영국에서 온 방문객에게 브리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 의회에서 통과된 에너지 법안은 어떤 내용입니까. 

단계적 원전 철폐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들입니다. 현재 독일에는 17기의 원전이 있는데, 노후한 원전 7기와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던 크루멜 원전 1기 등 8기는 3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남아 있는 9기는 계획에 따라 2014년, 2015년, 최종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될 것입니다.”

-메르켈 총리의 발표를 이끌어낸 것이 ‘17인 윤리위원회’라고 들었습니다. 이름도 특이한데,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메르켈 총리는 ‘노후 원전 7기와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1기(총 8기)에 대해 3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들 원전이 차지하는 8.5기가와트(GW, 1기가와트는 1000메가와트)를 어떻게 대체할 것이냐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직접 일일이 전화를 걸어 종교 지도자, 재계 인사, 원로 정치인, 대학교수, 시민단체, 노조관계자 등을 추천받아 위원회를 만들었지요. 이름은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로 정하고, 활동시한은 4월 4일부터 5월 30일까지 8주로 못 박았습니다. 5월말에 보고서를 연방정부에 제출한다는 일정표를 짰어요. 워낙 상황이 급박해서 윤리위 구성을 나흘 만에 끝냈습니다.”

(17인 윤리위원회에는 독일 전 환경부 장관인 클라우스 퇴퍼를 위원장으로, 독일의 대표적인 화학기업인 바스프의 위르겐 함브레이트 회장, 저명한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 뮌헨대 교수, 울리히 피셔 가톨릭 주교, 유럽연합 환경자문회의 의장인 미란다 슈로이어 베를린 자유대 환경정책연구소장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녹색당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지요. 

녹색당은 ‘괜히 외부 전문가를 불러 정부가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려 한다, 우리는 17인 윤리위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위원회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녹색당에서 만든 하인리히 뵐 재단의 대표는 참여하고 싶었지만, 녹색당 당수가 거부해 참여하지 못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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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인 윤리위원회’의 결론은 무엇이었습니까. 

(녹색당의 의심과 달리) 당시만 해도 모든 원전을 철폐할지, 아니면 일부를 계속 가동할지에 대해 열려있는 상태였어요. 윤리위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매우 팽팽했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안이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에게 모든 토론과정을 개방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텔레비전 공개토론을 하기로 결정했지요. 4월 18일 독일 공영방송인 피닉스가 11시간에 걸친 토론을 생방송으로 독일 전역에 중계했습니다. 이 토론회에는 ‘17인 윤리위원회’ 위원들과 30명의 외부 전문가가 참석했지요. 그린피스, 태양광 에너지 관련 교수, 핵공학자 등 패널구성도 다양하게 했습니다. 텔레비전을 본 시민들은 이메일과 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아이디어를 제시했지요. 이날 토론 내용은 다음날 독일 유력 신문들을 통해서도 다시 소개됐는데, 이런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결국 윤리위의 최종결론은 ‘2021년까지 모든 원전을 철폐(새로 가동한 일부는 2022년까지)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2022년까지 원전 100% 폐쇄’가 가능한 시나리오입니까. 

3개월 가동 중단된 8기의 설계용량이 8.5기가와트(GW)입니다. 향후 10년 동안 나머지 9기 용량인 12기가와트(GW)를 대체해야 합니다. 현재 17%인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20년까지 35%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다만 재생에너지 대부분이 풍력(16%)인데, 북해와 스칸디나비아 반도 쪽의 풍력을 남쪽의 공장지대로 끌어와 쓰려면 고압 송전망을 건설해야 합니다. 어떤 지역주민도 자기 지역에 송전선이 지나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아 있지요. 에너지 효율화도 병행해야 합니다. 전기소비를 줄이려면 가정 부문의 주택개량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40~50%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하지요. 지금은 기존 주택의 1% 정도가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으로 재건되고 있는데, 그 비율을 2~3%까지 올려야 합니다. 화력발전소의 효율도 기존 30%에서 새로운 것으로 대체해 50~60%로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재 시민단체에선 ‘원전 철폐를 하루라도 당겨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더 빨리 할 수도 있지만, 최소 10년 정도에 걸친 탈원전 정책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독일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책임감이 있습니다.”

(독일의 전원구성을 보면, 원전 23%, 재생에너지 17%, 석탄(유연탄, 갈탄) 45%, 가스 20%, 기타 5%로 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자국 내 전기가 부족해지면 프랑스 등 이웃으로부터 수입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요.

프랑스는 원전의존도(75.2%)가 높은데 흔히 프랑스가 전력을 이웃 나라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는 프랑스에 의존하고 싶지도 않고 때로 프랑스가 독일에 의존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강 옆에 위치해 있는데, 여름에 냉각수가 부족해서 출력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프랑스가 우리로부터 전력을 수입해 갑니다.”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 계산해봤습니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녹색성장에 대한 가능성이 열릴 수 있습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의 주도권을 갖고 있지요. 독일의 높은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풍력을 가스로 전환하거나 넘치는 해상풍력을 모자라는 곳으로 보내주는 에너지 그리드 등 완전히 새로운 기술에 투자를 늘리면, 결국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특히 독일은 에너지 엔지니어링, 에너지 통합시스템 분야에서 매우 뛰어납니다.”

(독일 언론과 전문가들은 연간 30억 유로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35~40유로, 즉 6만원 가량의 전기세 인상을 감당해야 할 전망이라는 예측도 있다.) 

-굳이 이런 모험을 독일에서 앞서서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후쿠시마로부터 배운 것은 원전 폭발사고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는 지속될 수 없고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에겐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 향상기술과 재생에너지를 이미 확보하고 있지요. 다른 선택지들이 존재합니다. 탈원전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독일의 책임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제 세계가 바뀔 것입니다. 예전 상태 그대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산업 분야만 해도 한국이 많이 하는 철강산업은 전력과 에너지를 많이 써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우리는 한국이 하지 않은 영역을 하겠습니다.”

박란희 환경재단 기획위원 rhpark@greenfund.org 

2011년 7월 20일 수요일

[이사람] “멀쩡한 강 죽이면서 4대강 살린다니…”

이글은 한겨레의 기사를 퍼왔습니다.
‘4대강 엑스파일’ 책 펴낸 수자원 전문가 최석범씨
평화의 댐·한강종합개발 등 경험
정부 ‘물부족’ 주장 등 반박 내놔
“사실상 운하사업 돌이킬수 없어”
» 최석범(56)씨
“물이 부족해 4대강 사업을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그러니 엉터리지, 죄다.”
자료가 빼곡한 방 안, 최석범(56·사진)씨는 끊임없이 서가에서 자료를 꺼내왔다. 연방 수치를 확인하고 이면지엔 도표를 그려댄다. 천생 ‘엔지니어’다.
최씨는 수자원 전문가로 통한다. 1981년 강원대 토목과 졸업 뒤 전국의 하천과 댐 건설현장에서 30년 세월 떠돌았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시작으로 한탄강 하천정비, 진주 남강댐, 평화의 댐, 횡성댐, 태백 광동댐 등 굵직굵직한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설계·감리에 참여했다. 이른바 ‘업자’임에도 2001년 시작된 한탄강댐 반대 운동에 뛰어들어 법정소송의 기술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가 2년 넘는 준비 끝에 지난 11일 내놓은 <4대강 엑스파일-물 부족 국가에 대한 감춰진 진실>(호미 펴냄)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최씨는 “4대강 사업은 수자원 확보와 홍수 대책과는 무관할 뿐더러,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4대강에 거대한 보 16개를 연달아 세워 가뭄과 홍수 대책에 쓰겠다는 정부 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임을 밝혀보이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5개장 206쪽 분량의 책을 보면, 물 부족 국가라는 허울을 쓰게 된 배경부터 우리나라 수자원의 총량과 한해 필요한 수량 등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물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하나씩 깨뜨린다.
이를테면, 그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필요한 물은 약 272억톤인데, 확보 가능한 물은 약 723억톤이니, 우리는 물 풍족국가이자 공급 설비도 잘 갖춰진 물 복지국가”라고 잘라 말한다. 또 “강 ‘살리기’를 하려면 우선 강이 ‘죽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죽은 하천에 대한 정확한 수질 기준이 없다”며 “특히 4대강 상류는 1급수인데도 이른바 ‘살리기 사업’에 포함돼 있으니, 멀쩡한 강을 죽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에 대한 비판도 에두르지 않는다. 그는 “보는 수위나 높일 뿐 물을 저장하는 시설이 아니어서, 가뭄에 필요한 용수공급 능력이 없을 뿐더러 댐하고 달라서 홍수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갈수기에 꺼내 쓰는 유량조절 기능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 왜 ‘보’를 세우는 걸까? 최씨는 주저없이 “운하를 만들기 위한 전 단계라고밖에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비용이 문제지, 토목공사에 불가능이란 없다.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터미널이야 지으면 되고, 조령터널이야 지금이라도 뚫으면 그만이다. 교량이야 나중에 높이면 될 일이고, 갑문 역시 돈만 투입하면 된다. 운하는 다 된 거나 마찬가지다.”
최씨는 “이미 핵심 사업인 보와 준설은 95% 이상 끝낸 상태라 이젠 돌이킬 수가 없다”며 “지켜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땜질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2011년 7월 19일 화요일

수십조 들이나마나…4대강 완공 불가능?

이글은 미디어 오늘의 기사 입니다.

18일부터 시작된 4대강 시민조사단의 첫 조사 결과물이 나왔다. 민주당 4대강 특별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지역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조사단은 낙동강과 금강 등 이번 장마 피해가 컸던 4대강 공사 현장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19일 1면에 전한 기사에 따르면, 조사단은 낙동강 본류 곳곳에서 ‘재퇴적’ 현상을 확인했다. 또한 정부 주장과 달리 장마로 농경지 침수, 역행침식 등 지천 여러 곳에서 홍수 피해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진행중인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보 건설과 준설이다. 그러나 이번에 조사단이 확인한 모래가 다시 쌓이는 현상은 대규모 예산을 들인 준설이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모래 재퇴적이 계속 일어나면 4대강 공사의 준설 목표량인 4억5600만㎥를 채우더라도 정부가 주장하는 홍수위 저하(0.4~3.9m) 효과가 무색할 전망이다. 현재 준설 사업은 97% 가량(4억5600만㎥) 공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경향 19일자 1면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논란이 일자 “비가 많이 온 것에 비하면 우려했던 것보다 홍수 피해가 적었다”며 “준설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역별로 보면 경남 창원시 본포마을, 창원시 북면 외산리, 함안군 용성리, 합천군의 적포교 부근에서 수십m 크기의 모래톱이 이번 장마로 새롭게 생겨났다. 또 합천보 바로 밑 오른쪽에는 준설에도 불구하고 길이 1㎞, 폭 50m가량의 모래가 다시 쌓였다. 경향은 또 의령군 신반면의 신반천, 창녕균 유어면 토평천 하류에도 준설라인을 벗어나 강쪽으로 길이 50m 정도 모래톱이 다시 형성됐다고 전했다. 대구 달성군 차천과 현풍천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시민조사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4대강 준설은 ‘헛준설’”이라며 “4대강 사업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지천과 산에서 폭우로 쓸려나오는 모래를 다시 준설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준공할 수 없는 공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 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장마 이후의 강변 변화에 대한 측량을 다시 해 재퇴적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7월 19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 <삼성노조 설립한 조장희 부위원장 해고>
국민 <‘의료 한류’…병원 통째로 수출한다>
동아 <북 15일 대동강 수해 사진은 조작된 것>
서울 <53.6% “내 지역구 의원 교체 희망” 2012 ‘바꿔 열풍’ 예고>
세계 <당·정·청 ‘물가잡기’ 배수진>
조선 <생필품 가격…부산이 가장 싸고 인천이 가장 비싸>
중앙 <한국 CSI의 위기>
한겨레 <경찰, 집회사진 채증해 수만명 ‘DB관리’>
한국 <수험생 학부모가 수능 문제 냈다>

서울 “준설·보 덕분 수해피해 줄어” 정부 주장에 무게
경향은 시민조사단과 함께 낙동강 경남구간의 구체적인 장마 피해현장도 확인했다. 경향은 “예상보다 심각했다”며 “대부분 지천에서 발생한 피해였다”고 전했다.
18일 오전 조사단이 찾은 함안군 대산들녘은 대부분 농경지가 침수된 상태였다. 농민들은 침수면적만 660만㎡(200만평)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은 함안보를 건설할 경우 대규모 침수피해가 우려된다며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해온 곳이다.
농민 출신인 빈지태 함안군의원은 “대산들녘은 상습 침수지인데도 배수시스템을 정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준설과 보 건설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4대강사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경남 합천군 덕곡면과 경북 고령군 우곡면 농경지와 비닐하우스에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조사단은 또 낙동강과 합류하는 합천군 덕곡천 하류와 의령군 신반천, 창녕군 토평천에 역행침식 현상도 일어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역행침식은 침식작용이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것으로 무리한 준설로 인한 부작용 중 하나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인위적으로 물길을 바꾸고 있지만 물이 세게 흐르는 곳은 파이고 완만한 C자형 지형에서는 모래가 쌓이는 게 이치”라고 말했다.

  
서울 19일자 1면
한편, 서울신문은 경향이 시민조사단 활동을 중심으로 실상을 전한 것과 달리, 자체 현장조사와 전문가들의 평가로 ‘검증’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은 1면과 4~5면에 걸친 기사를 통해 “환경단체들은 교량 붕괴와 둑 유실, 침수 등이 곳곳에서 발생했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준설 덕분에 그나마 농경지와 가옥 침수를 막을 수 있었다고 반박한다”며 “보름 가까이 이어진 장마 동안 전국 곳곳에서 누적 강우량이 400㎜ 넘는 폭우가 내렸지만 결과를 놓고는 전문가들도 섣불리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준설·보 덕분 수해피해 줄어 지류정비·수질관리는 과제”>란 1면 기사 제목에 나타나듯, 서울은 정부의 주장에 상당한 힘을 실은 분위기다. 인터뷰에 응한 5인의 전문가 중 김계현 인하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1명만이 “준설로 4대강 강바닥이 평균 1~4m 낮아지면서 2003년 태풍 매미 때와 같은 규모의 폭우에도 낙동강 지역 등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이번 장마로 치수문제는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정부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 공학과 교수,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 나머지 전문가는 대부분 신중론이거나 비판론이었다.
서울은 4면에 실린 금강·영산강 현장취재 기사 제목 역시 <준설 때문에…“상습 침수 막아냈다” “유속 빨라져 붕괴도”>라고 뽑았다. 부제목 <찔끔비에도 걱정했는데…강바닥·강폭 확자 효과 “예년보다 상황 좋아져”>도 눈에 띈다. 서울은 이곳 주민과 지자체 관계자, 홍수통제소 관계자 등을 인터뷰했다. 앞서 4대강 시민조사단도 20일 금강 쪽을 현장 조사할 예정이어서 서울의 보도 내용과 같을지, 아니면 다를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눌러도 눌러도 솟아나는 ‘희망’ 열병
한진중공업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 그리고 각 언론 간 시각차가 극명해지고 있다. 특히 주요 일간지들은 18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책임정당ㆍ수권정당으로서의 위상은 염두에 둬달라. 강하지만 절제된 투쟁, 선명하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는 투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을 중심 뉴스로 전했다.
이는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등이 주장한 한진중공업 현장 당 최고위원회 개최와 의원 보호단 구성에 대한 답변 성격으로, 손 대표는 이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손 대표는 일각의 ‘희망버스 참가’ 요구에 대해서도 “희망버스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뒷받침되고 있기에 그 의미가 큰 것”이라며 사실상 부정적 답변을 건넸다.

  
한국 19일자 6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김영훈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한진중 문제에 대한 언급을 했다. 홍 대표는 “민주노총이 너무 격렬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생명의 위협이 생기는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과격시위를 좀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유성기업 파업 사태에 관해서도 “(노조의 요구가)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노총 측은 “월급이 문제가 아니라 잠 좀 자고 일하자는 게 요구의 본질”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희망버스’와 노동계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조선은 19일 <부산 시민들 "절망 주는 희망버스, 오지마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민주노총·진보신당 등 일부 노동·사회단체 및 야당들의 '3차 희망버스 행사'(오는 30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앞 시위)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시위 장소가 될 부산에서 희망버스에 반대하는 지역사회와 노동·사회단체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권과 이에 대응하는 한나라당 간 힘겨루기도 더해져 희망버스는 이제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학교를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부산지부, 절영상공인연합회 등의 희망버스 반대 성명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나 희망버스는 갈수록 그 세가 불어나는 분위기다. 야당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중심으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희망단식’ 농성이 펼쳐지고 있고, 전국금속노조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위한 희망버스 전국순회가 새로이 또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는 18일 울산에서 현대·기아·쌍용·동희오토 소속 비정규직 70명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없는 공장 만들기 희망버스’ 발대식을 열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출발해 오는 23일까지 5박6일 동안 창원-광양-전주-군산-아산-평택-서울 등의 주요 공장을 찾아갈 예정이다. 마지막날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결의를 모으는 금속노조의 대규모 결의대회가 펼쳐진다.

  
한겨레 19일자 4면
북한, 대동강 수해사진 조작? 왜?
19일 모든 언론이 빠짐없이 전한 주요 뉴스 중 하나는 북한 측의 ‘대동강 수해사진 조작’ 의혹이다. 동아는 1면 머리기사로 이 내용을 전했고, 조선·세계로 1면에 이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AP통신은 18일 이틀 전 송고한 북한 측의 대동강변 수해 사진이 디지털 기술로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고객에 삭제를 당부했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5일 촬영해 계약사인 AP통신에 송고한 것으로, 폭우로 대동강 주변 도로가 완전 침수된 가운데 주민 7명이 물이 가득한 도로를 걷는 장면이 담겨 있다.
조작 근거로는 물속을 걷는 주민들의 다리 부분이 깨끗하고 바지에 흙탕물이 튄 부분이 적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AP통신 측은 “포토샵으로 처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와 관련 “북한의 사진 조작 의혹은 처음이 아니”라며 “BBC 등 영국 언론은 2008년 1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사진에 대해 김 위원장과 배경이 어긋난다며 합성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하기 위해 조작된 사진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이번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만일 사실이라면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려고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 19일자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