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3일 화요일

야권연대 음해세력(?) 혹은 통합진보의 팀플레이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3-11일자 기사 '야권연대 음해세력(?) 혹은 통합진보의 팀플레이'를 퍼왔습니다.
[야권연대 막전막후③-끝] 3월 8일부터 10일 새벽까지 무슨 일 있었나?

2월 24일의 협상 결렬 이후 곧 재개될 것처럼 보였던 협상은 3월 5일에 와서야 다시 시작됐다. 협상 재개가 늦어진 것은 양당의 ‘노림’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시민사회와 여론이 민주당의 ‘속좁음’을 비판하는 데 쏠린 것이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민주당의 공천 후유증이 부각되는 것도 협상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주당은 협상이 지연되면 통합진보당의 계파 갈등이 부각되거나 최소한 지역차원의 협상으로 지도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흐름은 통합진보당의 예측에 다소 가까웠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영남권과 인천 등의 지역협상을 성사시키고 경기도와 서울에서는 사실상 ‘묻지마 단일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집행 권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지역 협상을 만들어 낼 ‘재료’가 부족했다. 여기에 별도로 진행되던 영남권의 단일화협상도 ‘스톱’됐다. 진보당 지도부가 공천 취소까지 거론하면서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협상은 수도권에서의 민주당 비관론이 뚜렷해지면서 재개됐다. 부산에 머물던 문재인 이사장이 한명숙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감 있게 야권연대를 추진하자”고 격려한 것도 협상 재개에 한 몫을 했다.

‘원샷 경선론’의 대두 

6일 재개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의 추가 양보 지역이 나오지 않으면서 협상의 쟁점은 통합진보당의 ‘양보’ 지역으로 옮겨갔다. 

민주당은 경선 지역구를 3~40개로 축소해줄 것을 주문했고, 특히 자기 당의 전략공천 후보들에 대해 양보를 요구했다. 김근태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여사가 나선 서울 도봉갑이나 ‘혁신과통합’ 몫으로 공천된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의 경기 군포, 송호창 변호사를 영입한 경기 과천의왕 등이 민주당의 요구안에 올라온 것이다.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의 요구지역을 양보한다면 진보당 역시 그렇게 할 의무가 있었다는 게 협상의 논리였다. 

민주당의 요구를 들은 통합진보당은 8일 대표단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양당이 협상 시한으로 잡았던 날이 8일이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결합한 당이다. 후보들 역시 통합진보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동시에 자신의 ‘출신’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지목한 선거구의 상당수는 참여당과 통합연대 출신의 후보들이 나선 지역이었다. 협상을 맡은 이정희 대표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통합진보당 대표단 회의에서는 유시민 대표가 강하게 브레이크를 걸었다. 유 대표는 “협상 결과에 의해 억지로 후보를 사퇴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공개한 상태였다. 여기에 민주당의 요구 지역이 흘러나가면서 해당 지역구의 후보들이 연서명으로 ‘차라리 양보 지역구 없이 전면 경선을 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었다. 



ⓒ김철수 기자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9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야권 연대 협상에 대해 민주통합당의 전향적인 태도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며 야권연대를 위해 자신의 지역구를 무공천지역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대표단 회의를 전후로 ‘원샷 경선론’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민주당의 양보가 기정사실화됐던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천호선 대변인이 줄이어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이미 이 대표는 협상 책임자의 처신을 이유로 경선 의지를 밝힌 상황이었다.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협상단은 한 편으로는 지역 후보들에게 용퇴의사를 물으면서 민주당을 상대로는 무공천 지역구의 축소를 명분으로 경선 지역구의 대폭 확대를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진보당의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고 있다”, “진보당의 알박기 후보가 문제다”, “야권연대의 음해세력이 있다”고 통합진보당과 유 대표를 강력하게 비난한 것도 이 때다. 

결렬에서 타결로

협상의 마지막 날이던 9일에도 양당은 결렬과 타결 사이를 여러 번 오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낙관적 관측이 많았다. 언제 타결 선언을 하느냐를 놓고 기자들은 양당 대변인실을 오갔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는 대답이 이어졌다.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대표는 오후 4시 경 만나 ‘환담’을 나누면서 협상단을 격려했다. 그러나 합의문의 문안 조정을 위해 만난 협상단은 굳은 표정으로 되돌아왔고 양당은 서로 ‘상대당이 요구사항을 변경했다’며 갑자기 비난전에 돌입했다. 

이 때 협상대표들이 교환한 안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민주당이 갑자기 양보 지역구를 대폭 축소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측에서는 진보당이 거의 전면 경선에 가까운 안을 들고 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협상이 타결된 상황에서 양측은 모두 이때의 요구안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 두 가지는 모두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렬의 마지막 고비처럼 보이던 오후 10시가 넘자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도 점차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즈음 양당 대표급 접촉이 시작됐다. 결렬의 부담이 너무 컸던 셈이다. 결국 양당 대표는 이날 자정쯤 만나 새벽 3시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여 남은 쟁점을 모두 타결했다. 

특히 마지막까지 논란이 되었던 대전 대덕과 광주 서구을에서의 민주당 무공천은 한 대표의 ‘결단’이었다는 게 양당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 대표 역시 도봉갑 등 민주당 전략공천지에서의 경선을 고집하면서도 진보당의 수도권 용퇴 지역을 늘려 한 대표의 부담을 줄였다. 

협상의 종합 평가가 나오기는 아직 이르지만 당세에서 열세인 진보당의 협상력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원샷 경선론’ 등 당내 갈등을 낳을 수 있었던 방법론의 이견을 오히려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한 점은 음미해볼 만하다.

특별취재팀(정리=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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