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4일 토요일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의 두 얼굴


이글은 한겨레21 2011.09.26자 기사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의 두 얼굴'를 퍼왔습니다.
[경제] 중국 NGO들이 발간한 보고서 ‘애플의 이면 II’ 살펴보니… 인권 침해, 환경 오염 등 지역 사회 파괴 넘어 인접국에도 악영향 끼쳐

» 중국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이 애플 하청업체들의 환경오염에 대해 조사하자, 쿤산시 주민들이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캐다일렉트로닉스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애플의 이면 II' 제공

은퇴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전자우편으로 소비자와 활발히 소통했다. 잡스는 스웨덴 음악 프로듀서의 질문에도, 한 업체의 질문에도 직접 확인한 뒤 답을 했다. 지난해 한 누리꾼과 전자우편을 통해 폭스콘의 노동착취와 관련한 논쟁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이 예렉스라는 누리꾼은 잡스에게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조립하는 중국 폭스콘에서 일어난 연쇄 자살사건과 관련해 “스티브, 애플은 더 잘할 수 있어”라는 짧은 전자우편을 보냈다. 그러자 잡스는 “모든 자살이 비극적임에도 폭스콘의 (자살) 비율은 중국 평균보다 훨씬 아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누리꾼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표현에 의문을 제시하자, 잡스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다시 답한 전자우편에서 “당신 스스로 숙지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구에서 어떤 기업보다도 더 잘하고 있다”며 애플의 사회적 책임 경영 사이트를 소개했다. 애플의 하청업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애플 하청업체, 중금속·오폐수 방류
잡스의 말대로 애플은 하청업체의 사회적 책임을 정말 자신할 수 있을까? 지난해와 올해 내놓은 애플의 보고서를 비교하면 자신감은 많이 퇴색했다. 2010년에 발간한 ‘협력업체와 공급업체에 관한 보고서’는 자신만만했다. 보고서는 “애플은 우리 제품이 만들어지는 어느 곳에서든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확실히(ensuring)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와 거래하는 모든 기업은 애플 제품이 만들어지는 어느 곳에서든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하고, 노동자를 존중하고,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제조 과정을 반드시 갖춰야만(must)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월에 발간한 보고서에는 미묘하지만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이번에는 몇 개의 문구를 바꿔 “애플은 부품 제조업체 모두에게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를 독려하고(driving) 있다. 우리는 애플 제품이 만들어지는 어느 곳에서든 부품 제조업체들에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하고, 노동자를 존중하고,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제조 과정을 갖추도록 요구하고(requiring) 있다”고 밝혔다.
‘의무’(must)가 ‘요구’(require)로 내려앉았다. 1년 사이의 변화다. 확신에 찬 태도가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애플은 하청업체에서 벌어지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침해, 환경오염 등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화려한 디자인의 애플 로고와 제품 뒷면에는 추악한 모습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가 또 나왔다. 중국의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은 지난 1월 ‘애플의 이면’을 발간한 데 이어 8월31일 ‘애플의 이면 II’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각지에 퍼져 있는 애플의 하청업체가 일으키는 환경오염과 지역사회 파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보고서 중국 환경 관련 NGO들이 지난 8월 주요 애플 하청업체의 노동환경과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홍콩의 시민단체들이 폭스콘에서 벌어진 연쇄 자살 사건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고서 '애플의 이면II' 제공

보고서를 보면 이들이 초래한 환경오염은 심각했다. 27개 애플 하청업체들이 니켈·구리 등 중금속을 기준치를 초과해 토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내륙의 우한시에 있는 메이코일렉트로닉스는 2005년 공장이 세워진 이후 줄곧 중금속을 방류했으며 한 해 1만2천t의 오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오·폐수가 흘러들어간 난타이쯔 호수의 물을 조사한 결과 중금속인 구리가 기준치의 56~193배에 이르렀다. 이 호수의 물은 양쯔강으로 흘러들어가 더 많은 지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지역 주민은 “우리 세대는 오염된 물을 마시지만, 다음 세대는 독이 든 물을 마실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업체는 애플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모토롤라 등에 휴대전화 필수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공급하고 있다.
사정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상하이와 인접한 쿤산시의 캐다일렉트로닉스도 이미 2006년에 기준치가 넘는 오·폐수를 방류해 10만위안의 벌금과 추가 증설 금지 등의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오염된 배기가스와 오·폐수 유출로 지역 주민들은 자녀를 다른 지역의 학교로 보내고 있다. 공장과 인접한 한 마을에서는 2007년 이후 60명의 주민 중 9명이 암으로 숨지거나 앓고 있다. NGO의 조사 도중에는 지역 주민들이 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달라”는 하소연까지 했다. 이 밖에도 이비덴·폭스콘 등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NGO들은 1차 보고서에서 노동자들이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노말헥산에 중독돼 이른바 ‘앉은뱅이병’에 걸리는 등 심각한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중국 내 폭스콘을 비롯한 롄젠테크놀로지, 동관, 다푸 등의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번 추가보고서에서 다시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다음 세대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셈이다.
“제발 살려달라”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

» 보고서 중국 환경 관련 NGO들이 지난 8월 주요 애플 하청업체의 노동환경과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 '애플의 이면II' 제공

애플의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비극은 중국에서만 그칠까?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경제활동과 관련해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면서도 그 대가를 받지도, 비용을 내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매년 미국에서만 5억5천만 개가 팔리는 맥도널드의 ‘빅맥’ 가격은 단돈 4달러다. 쇠고기, 노동력, 안전검사, 임대료 등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고 애쓴 결과다. 하지만 빅맥을 생산하며 발생시킨 12억kg의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물 사용과 토양 파괴 등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뇨병·심장병 같은 질병의 치료 비용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런 외부효과에 대한 비용은 누군가 부담해야 한다. 그 비용은 맥도널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 비용, 더 높은 보건의료 비용 따위가 그에 해당한다. 인도 과학환경센터는 숲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땅에서 사육된 소의 고기로 만든 햄버거값은 족히 200달러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아이폰4나 아이패드의 경우는 어떨까? 하청업체들은 노동자에게 가혹한 노동환경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자연을 오염시키고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있다. 인접한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컨대 우한시의 메이코일렉트로닉스의 오·폐수가 양쯔강으로 흘러드는 상황에서 이는 농수산물 오염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 농산물을 한국에서 수입해 소비하므로 한국도 영향권에 드는 셈이다.
아이폰4(16G)와 아이패드2(16G)의 국내 출고가는 각각 81만4천원, 78만4천원이다. 빅맥처럼 이 가격에는 외부효과에 따른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를 보면 그 비용을 중국은 물론 한국 사회가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의 국내 사용자는 9월 기준으로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20%가량인 300만 명이다.
애플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데,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는 ‘외부효과’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업체에서 부품을 공급받아 폭스콘 등 다른 업체가 이를 조립하는 형식이다. 값싼 부품과 노동력을 이용해 무척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93억7900만달러였으며, 영업이익률은 32.8%에 달했다. 1만원을 팔면 그중 3280원이 애플의 이익이 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9.5%, LG전자는 1.1%의 영업이익률로 큰 격차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애플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제조업체 관계자는 “아이폰의 성공 이면에는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노동자 착취와 환경파괴 등이 있어 애플식 경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애플은 이윤 추구를 위해 자체 생산공장 대신 인건비가 싸고 관리가 허술한 지역의 협력업체와 거래 중이며, 이들 업체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런 비판에 대해 아무런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2차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마준 공공환경연구소(IPE·Institute of Public & Environmental Affairs) 사무국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하청업체들이 애플과 거래를 하는지, 그리고 이들 기업이 법규를 어기고 있는 것과 이로 인해 비판이 반복되는 사실을 아는지 질문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마준 사무국장은 애플의 ‘비밀 정책’으로 어떤 기업이 애플의 하청업체인지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워 조사가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애플은 하청업체 리스트를 철저하게 베일 속에 감춘다. 자사 보고서에도 아동노동·인권침해 등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했다는 내용은 있지만 기업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또 부품 공급이나 생산과 관련된 계약을 맺을 때는 비밀 유지 조건을 꼭 내세운다. 아이폰4에 탑재된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이 LG디스플레이 제품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스티브 잡스가 제품을 설명하며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다양한 압력으로 기업 문화 변화 요구해야”
마준 사무국장은 “보고서에서 언급된 캐다일렉트로닉스의 경우 지난해 애플의 아시아 제조 관련 계약 책임자가 아시아 기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체포된 일이 있어 애플 공급업체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애플의 이런 ‘블랙박스’ 정책으로 환경오염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회사를 하청업체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이 있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며 “애플의 잘못된 정책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알리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회사에서 생산되는 최신 제품을 결국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잡스의 은퇴에 따른 애플의 태도 변화 여부를 묻자, 마준 사무국장은 “변화가 있기를 희망하지만 기업 문화가 오랜 기간 형성된 것이어서 다양한 압력 없이는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애플코리아의 박정훈 부장은 “어떤 업체의 부품을 쓴다거나 하청을 한다는 것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특별하게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돌담 고유의 풍경, 그 아름다움에 반하다


이글과 사진은 오마이뉴스의 2011.09.23자 기사를 퍼왔습니다.
고성 학동마을 돌담길과 최영덕씨 고가
지난 10일 해가 다 지고 나서야 학동마을(경남 고성군 하일면)에 도착했다. 골목에는 깊은 정적만이 흘렀고 이따금 개가 짖어댔다. 주말이라 행여 자식이 오나 하며 골목을 왔다 갔다 하는 어머니들만 하나둘 보인다. 어스름이 이미 내려 마을에는 푸른빛이 감돌았고 여행자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학동마을 담장 ⓒ 김종길
원래 이곳 학동마을은 1670년경 입향조인 최형태가 하늘에서 학이 내려와 알을 품는 꿈을 꾸었는데, 이를 기이하게 여겨 날이 밝자 그곳을 찾아 갔다. 덤불이 우거진 황무지이긴 하나 대대로 이어갈 명당임을 믿어 이곳을 학동이라 이름 짓고 정착하였다고 한다.

사실 여행자는 전국의 수많은 돌담길을 가보았다. 이곳 돌담길도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오늘 따라 비가 내렸다. 하는 수 없이 사진 찍는 일은 접어두고 찬찬히 걷기로 했다. 이곳 돌담은 2006년 6월 19일 등록문화재 제258호로 지정됐다.


▲ 아랫부분은 돌로만 쌓은 '강담'이고 위는 돌과 흙을 섞어 쌓은 '토석담'이다. 돌로만 쌓는 것을 '메쌓기'라 하고 돌과 흙 등을 섞어 쌓는 것을 '찰쌓기'라고 한다 ⓒ 김종길
돌담에는 양반꽃으로 불리는 능소화가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 마을의 옛 담장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담장 아랫부분은 배수 등을 위해 돌로만 메쌓기(강담)를 하였고 그 위로는 돌과 흙을 번갈아 찰쌓기(토석담)를 했다.

마을 뒤 수태산에서 채취한 2~5cm 두께의 납작돌과 황토를 섞어 '바른층쌓기'로 세운 돌담이다. '바른층쌓기'는 돌의 면 높이를 같게 하여 가로줄눈이 일직선이 되도록 돌을 쌓는 방법이다. '켜쌓기'라고도 한다. 이와 반대로 줄눈을 맞추지 아니하고 불규칙하게 쌓는 것을 '허튼층쌓기', 혹은 '막쌓기'라고 한다.


▲ 학동마을의 담장은 사진처럼 돌의 면 높이를 같게 하여 가로줄눈이 일직선이 되도록 쌓은 '바른층쌓기(켜쌓기)'이다 ⓒ 김종길

▲ 지붕돌은 기와를 쓰는 대신 넓고 평평한 판석을 썼다 ⓒ 김종길
수태산에서 채취한 납작돌을 나란히 쌓은 담장은 마을의 정취와 잘 어울려 고유의 풍경을 연출한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담장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지붕돌이 기와가 아니라 납작하고 큼직한 판석으로 마감을 한 것도 특징이다.

골목을 따라 한참을 가니 소나무 아래 묵직한 행랑채가 나타났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78호로 지정된 최영덕씨 고가이다. 이 집은 최영덕 씨의 5대 조부인 최태순이 1869년 4월에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랑채 앞면 7칸, 측면 3칸의 겹집구조이다. 둥근기둥에 활주가 있다. ⓒ 김종길
행랑채를 들어서면 학림헌(鶴林軒)이라는 현판이 달린 앞면 7칸, 옆면 3칸의 사랑채가 눈에 들어온다. 학동마을은 조선시대 통영 통제사의 행정관리지역이었으나 관청이 멀어 이곳에서 행정 권한을 위임 받아 행정 출장소인 '향소'의 역할을 담당했다.

사랑채에는 매사(梅史)라고 적힌 현판도 있다. 매사는 최태순의 아호인데, 구한말 전라감사와 탁지부 대신을 지낸 82세의 해사 김성근이 1916년 최승환의 초청으로 이 집을 방문하여 썼다고 한다.

판석을 주로 쓴 담장과 안채의 축담과는 달리, 사랑채에는 층계와 축담 덮개돌을 화강암으로 갈무리한 것이 눈에 띈다. 반듯하게 자른 화강암은 크기도 대단해서 당시 이 집안의 재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 사랑채 축담의 세면기 ⓒ 김종길

축담 돌에 조각하여 만든 돌거북과 세면기가 이채롭다. 돌을 동그랗게 깎아 만든 세면기는 아래로 배수 구멍을 뚫어 물이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랑채 한쪽으로는 소담한 정원이 있는데 500년 되었다는 동백나무와 400년 되었다는 모과나무가 마주 보고 있어 오랜 연륜을 짐작하게 한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가다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개 한 마리가 사납게 짖으며 나에게 달려든 것이다. 이럴 때에는 늘 하듯이 여행자도 같이 맹렬하게 멍멍 짖었다. 약간 기세에 눌린 듯하던 개가 다시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진다. 참, 이럴 때에는 낭패다. 같이 짖을 수는 있다손 치더라도 사람인 내가 바짓가랑이 물렸다고 개다리를 물 수는 없는 노릇이니....


▲ 여행자의 바짓가랑이를 물어 주인아주머니에게 혼나고 있는 개. 담장의 수챗구멍에서 나오는 배수로도 수키와로 잘 마감하였다 ⓒ 김종길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는데 마침 안주인이 나와 겨우 떼어 놓는다. 주인에게 쫓겨 가던 개가 뒤를 살짝 돌아보더니 메롱 놀리듯 한 번 짖는다. 나도 질 세라 '멍멍' 두 번 짖어 주었다. 이놈의 개는 고택을 구경하던 내내 틈만 나면 나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졌다. 혹시 좋아하나.

사랑채와 안채 사이는 내외담이 있다. 내외담은 얼핏 보아도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학동마을의 담장과 비슷해 보이나 외부 담장의 큰 돌과는 달리 작은 돌로 촘촘히 가로줄을 맞추어 쌓은 정성이 돋보인다. 중간에 기와로 포인트를 주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벽체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지붕은 판석이 아닌 기와로 마감을 하였다.


▲ 정성이 돋보이는 내외담 ⓒ 김종길
▲ 안채의 축담은 판석으로 쌓은 반면 층계는 잘 다듬은 큼직한 화강석을 이용했다 ⓒ 김종길
안채는 앞면 5칸으로 푸른 대숲을 배경으로 판석을 쌓은 축담 위에 자리하고 있다. 축담은 자연석인데 층계는 역시 큼직한 화강석을 다듬어 썼다. 안채 좌우에는 익랑채와 곳간채가 있고 텃밭이 있다. 샛문이 하나 있는데 이곳을 지나면 우물이 있다.

안마당에는 진땅을 밟지 않도록 적당한 가격을 두고 판석을 깔았다. 마당 끝 나무 사이로 보이는 굴뚝이 앙증맞다. 사랑채 굴뚝을 안마당으로 낸 것이다. 돌과 흙을 번갈아 쌓은 후 넓은 돌로 지붕을 얹은 것이 마치 탑처럼 보인다.


▲ 안마당의 앙증맞은 굴뚝 ⓒ 김종길

마당을 거닐며 고택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사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 집에 속한 가묘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담장 너머 높은 곳에 있었다. "저기 가묘가 있는 집은 어떻게 되죠?" "아, 큰집입니다. 재금(분가) 나오기 전의 집이지요." 주인아주머니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대문을 나와 냉큼 옆집으로 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설]걸핏하면 ‘북한 가라’는 천박한 말버릇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3자 사설 '걸핏하면 ‘북한 가라’는 천박한 말버릇'을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의 박영아 의원이 며칠 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원이 있다면 북한에 가서 의원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것도 동료 의원에게 한 말이다. 지난해 7월 일국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인을 젊은이들 탓으로 돌리며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라고 한 발언의 판박이다. 이 정도면 고질병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의 발언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도 민주주의로 용인한다는 의미이니 북한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발언의 저급함을 떠나 어떠한 논리적 정합성(整合性)도 갖추지 못한 발상이 놀랍다. 반공 국시에 따라 소멸하다시피 한 ‘동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가정법을 빌린 색깔론도 섬뜩하다. 그런 어법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이념적 낙인 찍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전사’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인지, 여당 내에서 횡행하는 수많은 색깔론을 부지불식 간에 흉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명색이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이런 막말밖에는 내세울 게 없는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사단의 원인이 된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 논란도 딱 문제 발언의 수준이다. 애초 교과서에 ‘민주주의’로 된 표기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려는 속셈은 자명하다. 냉전시대의 이념적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이승만을 ‘건국’의 국부로 추앙하고, 박정희 독재를 미화하려는 정지작업의 일환일 뿐이다. 한국 민주주의를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구시대의 편협한 논리로 재단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그들은 헌법에 나오는 ‘자유민주적’이라는 표현을 근거로 들지만 그것이 특정한 민주주의 체제를 지칭한 게 아니라 ‘자유롭고 민주주의적’이라는 취지임은 그들도 알 것이다.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다툼이 논쟁거리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보수를 참칭하는 수구세력의 ‘역사 뒤집기’에 비견할 만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얼마전 ‘안철수 현상’을 두고도 ‘좌파의 정치쇼’로 몰아붙인 바 있다. 일련의 행태들은 이념이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기보다 그들에게 불리한 정치적 상황에 처할 때마다 조건반사적으로 도지는 일종의 병리 현상에 가깝다. 이런 구태를 청산하지 않은 채 10·26 재·보선이나 내년 총·대선에서 중도나 젊은층 표를 노리겠다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북한 가라’는 식의 천박한 색깔론에 더 이상 먹혀들 국민이 얼마나 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권한다.

[사설]위장전입·병역기피 불감증 사회로 가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3자 사설 '위장전입·병역기피 불감증 사회로 가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할 때부터 도덕성이나 공인의식, 공적 헌신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부터 장관에 이르기까지 상습적 위장전입과 악성 부동산 투기, 석연찮은 병역면제 등과 관련이 없는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위장전입·병역면제·투기·탈세가 이명박 정권 고위 공직자들의 ‘4대 필수과목’이라거나,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사람은 무능력자이기 때문에 중용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비아냥은 바로 이를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들의 이러한 ‘도덕성·준법 불감증’이 일반인에게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전입과 병역기피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크게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규식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민등록법 위반자는 2006년 180명에서 2010년 422명으로 2.5배 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위장전입으로 적발된 경우는 2006년 29명에서 2010년 101명으로 3.5배 증가했다. 병역기피 급증 사례도 우려할 만하다. 병무청이 민주당 안규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징병검사 또는 입영을 기피한 ‘무단기피’가 2008년 231명에서 2010년 426명으로 84.4% 증가한 것으로 돼 있다. 또 국적 변경을 통해 병역이 면제된 경우도 2008년 2750명에서 2010년 4174명으로 51.7% 늘었다.

위장전입과 병역기피가 늘어난 원인은 집권층 고위인사들이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일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 전반의 도덕 불감증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자칫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의무가 ‘윗물이 흐린데 나 혼자 맑을 필요가 뭐 있느냐’는 냉소주의로 인해 소홀히 여겨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윗물이 흐리다고 아랫물까지 함께 혼탁해져서는 국가 공동체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다만 국민들을 향해 의무 이행을 강조하거나, 국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들 자신이 최소한의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담당세력이나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도덕성도 하나의 능력이다. 현 정권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 일만 잘하면 된다’며 공직자의 도덕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지만 ‘도덕성 없이는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다.

[사설]‘수공 4대강 적자’ 물값 인상으로 메울 셈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3자 사설 '‘수공 4대강 적자’ 물값 인상으로 메울 셈인가'를 퍼왔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물값을 매년 3%씩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수공이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중장기 전략 경영계획’에 그렇게 나와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투자한 결과 나타난 경영 부실을 메우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수공의 물값은 상·하수도 요금과 직결되는 만큼 물값 인상은 바로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수공은 그동안 “4대강 사업 참여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더라도 물값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온 터라 배신감마저 든다. 수공은 “물값 인상 계획은 희망사항을 밝힌 것일 뿐 4대강 사업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공의 재무 상태는 엉망이다. 2007년 1조5000억원이던 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6배 이상 늘어난 10조8000억원에 이른다. 90%가량이 금융성 부채라 매년 내야 하는 이자만 1000억원에 육박한다. 2014년까지는 부채가 15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공기업 중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던 수공이 이처럼 심각한 경영 위기에 내몰린 것은 4대강 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공이 4대강 사업에 투자한 8조원을 회수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은 없다. ‘4대강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에 따라 친수구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해 투자비를 회수할 계획이라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앞으로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고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더욱 그렇다. 수공이 무리하게 개발사업을 벌였다가는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것이다.

2조2000억원을 투입한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 사업도 수공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다. 착공 2년4개월 만인 다음달 완공된다고 하나 사업성 부족으로 투자비 회수는 막막하기만 하다. 수공의 외부 용역 보고서를 보면 2051년까지 경인아라뱃길을 운영하더라도 7000억원 정도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때문에 수공은 경인아라뱃길 주변에 각종 부대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그 역시 사업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수공을 끌어들인 데서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사업성이 없는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맡긴 것도 그렇다. 수공의 부채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수공의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사설]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성역 없이 수사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3자 사설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성역 없이 수사해야'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어제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전격 소환해 조사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간 내사해오던 금융권 비리 사건에 대한 조사라고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 정권 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회장이 언급한 로비 대상은 신 전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대표적이나 또다른 실세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2008년 무역진흥확대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 회장과 지근 거리에서 대화하도록 주선한 것이 이 대통령의 그림자 측근으로 불리는 청와대 현직 비서관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지난 2009년 에스엘에스조선에 대한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가 개시된 뒤 정권 실세의 측근 인사들이 회사를 찾아주겠다고 접근해 거액을 받아갔다는 보도 역시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선 이 회장이 신 전 차관보다 ‘더 센 실세’에게 “내 회사를 살려내든지 가져간 돈을 토해내라”는 취지의 경고를 보내기 위해 이번 폭로를 강행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검찰은 그동안 정권 실세가 관련된 사건마다 꼬리 자르기로 미봉한 전력이 있지만 이번에야말로 엄정하고 과감한 수사로 명예를 회복하기 바란다.
이번 사건에 검찰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회장은 자기 회사가 정치보복성 수사를 당한 끝에 문을 닫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검찰은 당시 내가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을 했다고 지목하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낸 탄원서에서도 그런 취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회장의 회견 직후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 신분이던 권재진 전 민정수석 쪽은 “해당 사안은 전임 수석 때 검찰로 이첩해 수사가 진행됐고 민정수석실에서 기획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만으론 청와대 기획수사라는 의혹을 불식하기에 미흡했고 결국 이 회장도 납득시키지 못해 추가 폭로에 이른 것이다.
이 회장의 회견 이후 민주당이 권력형비리 조사특위를 구성하는 등 사건이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검찰은 기획수사 의혹의 당사자로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야 한다.

[사설] 탈원전 흐름에 역행하는 이 대통령의 원전 옹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3자 사설 '탈원전 흐름에 역행하는 이 대통령의 원전 옹호'를 퍼왔습니다.
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의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엊그제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원자력안전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에서 “기술적 경제적으로 대체에너지만으로는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재앙을 외면하고 국제적인 탈원전의 흐름에 역행하는 위험한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원전을 전략 수출산업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20년간 80기를 수출해 세계 원전시장의 2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대통령은 이를 염두에 두고 산업적인 관점에서 안전성만 높이면 원전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듯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문제없다는 듯 원전에 집착하는 모습은 국격을 손상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안전과 생명에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하는 원전을 확대하는 것이 정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도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정경이 떠올라 등골이 오싹했다는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의 경고를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에서는 원전 반경 30㎞ 주민 12만명이 돌아올 수 없는 피난생활을 하고 있으며 인근 토양은 물론 물과 바다, 바닷속 토양까지 오염이 확대되고 있다. 방사성 세슘 유출량이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68배에 이르며 바다는 800㎞ 밖까지 오염됐다. 사고 여파로 100만명이 숨지고 재건에 330조원이 들 것이란 추정도 있다.
원전은 시스템도 복잡하고 부품도 너무 많다. 안전하다고 해도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원전 고장으로 인한 정지 건수만 91건에 이른다. 특히 노후 원전의 사고 위험이 높은데 우리는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을 연장 가동하고 있다. 다음 원전 사고 발생지는 후쿠시마 이후에도 정책 변화가 없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캐나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족하는데 신임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원전 확대에 앞장서온 인물들이 내정됐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업계의 이해에 따라 춤추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2011년 9월 23일 금요일

4대강 반대론자 침묵? 조선·중앙이 되레 침묵한 것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블로그 물바람숲 2011. 09. 23자글 '4대강 반대론자 침묵? 조선·중앙이 되레 침묵한 것들'을 퍼왔습니다.
다리 붕괴, 역행 침식, 단수, 헛준설…
 그 강에 한 번이라도 가보긴 한 건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수많은 문제제기에 들은 척도 하지 않던 보수언론이 4대강 비판 진영을 잇따라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16개 보의 완공을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려는 시점이어서 보수언론의 뜬금없는 '4대강 찬가'는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은 지난 15일치에 박정훈 기사기획 에디터의 칼럼 ' 4대강 난리 난다던 사람들의 침묵'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이 돌연 조용해졌다. 시위와 점거농성, 삭발에 단식까지 하며 '단군 이래 최대 재앙'을 외치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도 격렬하던 시민운동가·환경론자·정치인·종교인과 좌파 매체들이 지금은 어디 갔나 싶도록 목소리를 낮추었다."고 적었다.

이에 뒤질세라 은 손해용 경제부문 기자의 칼럼 ' "틀렸다" 인정 않는 4대 강 반대론자들'을 22일치에 실었다. 도대체 이들의 논리는 무엇이며 어떤 헛점이 있는지 손 기자의 칼럼을 통해 자세히 살펴봤다.

먼저 취재일기의 전문은 이렇다.
[21일 직접 둘러본 한강 이포보는 기대 이상이었다. 4대 강 16개 보 가운데 유일하게 곡선형으로 디자인된 이포보는 백로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조화를 이뤄 수려한 자태를 뽐냈다. 주변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와 자연학습장, 오토캠핑장, 스포츠공원 등은 훌륭한 생활레저 공간이었다.

겉모습만 달라진게 아니다. 장마 때마다 농경지가 물에 잠기던 인근 마을들은 올여름 예년의 두 배 이상 되는 강수량에도 침수 피해를 겪지 않았다. 물에 잠기던 인근 마을들은 올여름 예년의 두배 이상 되는 강수량에도 침수 피해를 겪지 않았다. 물을 빼내는 저류지를 설치한 덕분이다. 환경도 개선됐다. 마구 버려진 생활 쓰레기와 비닐하우스가 널려 있던 이포보 주변은 크고 작은 나무와 풀꽃이 어우러진 친환경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추석연휴의 임시 개방기간 동안 이포보를 비롯한 한강의 3개 보에는 총 8600명의 시민이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설문조사에선 92%가 '만족한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시계를 조금만 앞으로 돌려보자  지난 5월 야당에서는 "올여름 장마철은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하게 될 대재앙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개 보가 물 흐름을 막아 홍수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4대강 유역에서는 농경지나 가옥의 침수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전 단계"라는 반대론자의 주장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거셌다. 희귀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멸종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하지만 MB정권의 임기가 1년여 남은 지금 대운하의 형체는 4대 강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자연 훼손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단양쑥부쟁이는 지금 단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럼에도 반대론자들에세서 "지금 돌아보니 우리가 틀렸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환경보호란 거대한 담론을 앞세워 4대 강 사업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이들의 주장이 과거 인천국제공항, 사패산 터널 때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 '운동을 위한 운동'으로 비춰질 뿐이란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정부는 24일 금강 세종보를 시작으로 16개 보를 단계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곧 시민들은 달라진 우리 강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땐 4대 강 사업을 둘러싸고 그간 벌였던 정치권의 논쟁이 얼마나 허무했는지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손 기자의 글에는 안 보이는 중요한 '사실'들이 참으로 많다.

태풍 매미 때도 끄떡 없었던 왜관철교가 새벽에 무너져 내린 사실이 보이지 않는다. 남지교를 비롯해 4대강 본류와 지천의 여러 교각들 붕괴 원인이 무리한 대규모 준설때문이라는 것도 안 보인다. 구미 1, 2차 단수로 5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5일 동안 물난리를 겪은 것이 무리한 준설 때문이라는 사실도, 본류의 무리한 준설이 가져온 지류지천의 역행침식 피해도 안 보인다. 



▶무리한 대규모 준설이 일으킨 왜관철교(위)와 남지교의 붕괴 모습.
▶무리한 대규모 준설이 일으킨 왜관철교(위)와 남지교의 붕괴 모습.

경북도가 얼마 전에 MB에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역행침식과 본류 수위 상승에 따른 지류의 제방 보강에 5,800억원이라는 비용지원을 건의했던 사실도 없고, 5조 2000억원의 소중한 국민 세금이 재퇴적에 따른 헛준설에 쏟아부어졌다는 사실도 없다.

▶4대강 낙동강 사업을 열심히 찬성하던 경북도조차 인정하는 지류 피해를 보여주는 자료.

뭐에 쓸지 모르는 13억톤의 물을 일단 확보하자는 억지 계획에 국민의 혈세 22조원을 넣는 게 맞는가에 대한 비판적 탐구정신도 찾을수가 없다.

4대강 사업의 목적은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홍수 예방과 물 확보다. 거대하게 만든 보는 역설적으로 4대강 사업의 허영과 치장을 상징한다. 

웅장한 이포보는 홍수예방보다는 4대강의 치장을 통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장식물일뿐이다. 자전거도로, 오토캠핑장, 스포츠 공원은 액세서리다. 겉이 화려한 만큼 속은 썩어 있을 수도 있다.

▶4대강 사업 자전거길, 이렇게 바뀌는 게 더 좋은지 한 번이라도 국민에게 물어봤나.

무엇보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2만명이 넘는 농민들과 6만여 그 가족들의 아픔도, 오로지 낙동강의 수량 확보를 위해 570여 가구를 수몰시키는 영주댐의 문제도 보이지 않는다.

30여년 간 유기농을 가꾸어온 팔당 농민들의 눈물과 땀은 없다. 무리한 공사강행으로 22명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한 사실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과연 경제적인가 하는 반문도, 예비타당성 조사도 편법으로 생략하고, 환경영향평가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는 사실도 없다. 계획도 왔다갔다 했다. 5.7억 입방미터를 준설한다는 계획도 4.6억 입방미터로 하루 아침에 20%가 변경되었다. 이런 고무줄 계획으로 홍수 예방과 물 확보라는 애초의 목표가 그대로 달성될 것인지 한 번이라도 분석해 봤나.

▶4대강 공사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는 재퇴적 현상. 재 준설은 예산낭비 뿐만 아니라 하천생태계를 끊임없이 교란시킨다.

4대강 본류는 4대강 사업 이전인 2006년에 이미 정비가 97% 끝났고,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100년 빈도의 비에 대처할 수 있는 제방은 홍수여유고가 2미터가 남아 있었다. 애초에 준설이 필요없는 곳에 헛준설 하느라 들어간 22조원의 국민 혈세는 관심 대상도 아니다.


잘 조경된 공원만 눈에 들어오고, 그 밑둥이 잘린 수만년간 도도히 흐르던 강의 본래 모습이 얼마나 처참하게 바뀌었는지 그의 글에는 없다. 그래서 그의 글은 겉모양만 본 겉핡기식 글에 지나지 않는다.

▶상주보 제방 붕괴 현장(위). 역행침식으로 지천에 만들어진 이른바 낙동강 '나이아가라 폭포'

강을 가보긴 한 건가. 사패산 터널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인천 국제공항의 환경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보려고나 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그의 글엔 이 시대의 언론인이 가져야할 비판적 지성이 4대강 사업 추진 세력의 메마름처럼 메말라 있다. 이 글에 4대강 사업의 진실은 "없었다." 틀린 것은 4대 강 반대론자들이 아니라 바로 글을 쓴 기자다.

곽현/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이미경 의원실 보좌관 

[사설]넋나간 국방부의 ‘종북주의’ 정신교육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2자 사설 '넋나간 국방부의 ‘종북주의’ 정신교육'을 퍼왔습니다.
국방부가 어제부터 군인들을 대상으로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종북세력의 활동이라고 정신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시대착오적이고 진실을 왜곡하는 이명박 정부 군대의 행태에 할 말을 잃는다.

국방부가 마련한 ‘종북세력 실체인식 특별교육’이라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는 종북세력이 1970년대 ‘반유신 독재 민주화투쟁’을 내세워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목표를 숨기고 세력 확산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또 1980년대에는 종북세력이 ‘북한식 공산화 노선을 추종하며 사회전면에 등장해 사회주의 혁명론 정립을 위한 사상적 투쟁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국방부의 성격 규정은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심정적으로 지지한 대다수 국민을 종북주의자로 매도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다. 국방부는 당초 1948년 제주 4·3 폭동항쟁이나 1974년 인혁당 사건을 종북주의 사례로 소개했으나 어제부터 관련 대목을 삭제했다.

국방부는 최근 발생한 왕재산 사건을 계기로 종북세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 같은 행태는 현 정부의 출범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군은 2008년 시중에서 판매되는 베스트 셀러나 대학교재들을 대거 불온문서로 분류해 이른바 ‘금서목록’에 포함시켜 군내 반입을 막았다. 또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에 대해서도 군은 종북세력 근절을 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검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방부의 종북주의 정신교육 결과는 바로 드러났다. 교육을 받은 장병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일부 부대는 자체 일정을 이유로 교육을 연기하거나 단축했다고 한다. 국방부의 넋나간 정신교육이 현장에서 배척 받은 것이다. 굳건한 안보는 국민의 신뢰와 군인들의 균형잡힌 시각이 밑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실을 왜곡하는 우격다짐식 안보교육은 오히려 안보에 해가 될 뿐이다. 국방부가 현명하다면 이런 정신나간 정신교육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설]외환시장 움직임 심상치 않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2자 사설 '외환시장 움직임 심상치 않다'를 퍼왔습니다.
어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29.9원 폭등해 1179.8원을 기록했다. 4일째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환율 수준도 수준이지만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올라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보름 사이에 110원 넘게 올랐다. 외환 수급에 큰 문제가 생겼거나, 외환당국이 비상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하면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원화 가치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과 이탈리아 은행 여러 곳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주변국에서 이탈리아 등 핵심권으로 옮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환율 급등은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 움직임이 단기적으로 외환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유럽계 자금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2조원 가까이 빠져나갔고 8월 이후로는 6조원 넘는 유럽계 자금이 이탈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뛰고,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우려로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해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에 시동이 걸린다면 큰 일이다.

해외 악재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외화 유동성 경색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환율 상승이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에 도움되는 측면을 의식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시장의 불안감은 2008년 금융위기를 연상할 만큼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금융불안이 커질 때마다 외환보유액·외환건전성·경상수지 흑자 등을 내세워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단기적인 외환 수급 악화가 도화선이 돼 외화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가볍게 봐서는 절대 안된다. 은행의 외화 유동성 현황 점검은 물론 통화 스와프 검토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수단을 챙기면서 시장불안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설]김두우에 신재민까지… 측근비리 끝은 어딘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3자 사설 '김두우에 신재민까지… 측근비리 끝은 어딘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철도차량과 선박 기자재를 제조하는 SLS그룹의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SLS의 문제를 풀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현금·법인카드·차량 등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명절 때는 물론 매달 외상값 받아가듯이 돈을 챙겨갔다는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인) 안국포럼에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져간 돈만 1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은 현 정권 전체의 도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신 전 차관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을 폭로한 이 회장의 증언이 구체적인 데다 상품권 구매 영수증 등 증거자료도 제시하고 있어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문제는 대통령 측근비리가 과연 신 전 차관에 국한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의 비리의혹이 제기되기 직전 역시 이 대통령의 측근이랄 수 있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도 부산저축은행 비리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그렇지만 이번 경우에도 적지 않은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측근비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아울러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나 공적 헌신성보다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인사철학이 결국 일은 일대로 망치고, 정권의 도덕성까지 붕괴시키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자업자득의 측면도 없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은 물론이거니와 이 회장에게 ‘어려움에 빠져 있는 회사를 구해주겠다’며 수십억원을 챙겼다는 또 다른 정권 실세들에 대해서도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명실상부한 대통령 측근들의 행태가 구체적으로 적시되고 있는 데다 비리의혹의 내용이나 전개과정 등도 전형적인 권력형 게이트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모든 수사역량을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들이 SLS그룹의 구명을 위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영향력을 행사했는데도 그룹 계열사들이 대부분 매각되거나 파산한 경위는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만에 하나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꼬리자르기 수사’로 사건을 종결한다면 그것은 검찰 스스로 죽는 길이다. 

청와대도 검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외압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자신의 ‘일 잘하는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됐거나, 연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전면적 국정쇄신으로 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자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레임덕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일과 별개로 우리는 언론인의 도덕성이라는 측면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중앙일간지 기자를 지낸 신 전 차관은 재직 당시에 SLS그룹 홍보기사를 실어준 대가로 3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사이비 기자’ 행태이자 언론 전체에 수치심을 안기는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입만 열면 사회 정의와 공동선을 부르짖는 언론인 모두 ‘제2의 신재민’이 될 가능성을 늘 경계하면서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사설] 금융시장 불안, 최악의 상황 가정해 대비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2자 사설 '금융시장 불안, 최악의 상황 가정해 대비해야, 신재민 전 차관뿐인가'를 퍼왔습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환율이 다시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불안이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에 따른 수급상의 문제에 그친다면 그나마 큰 충격은 피할 수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의 대량 유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다.
유럽 금융기관은 지난달에만 3조5000억원을 빼나갔다. 위기가 확산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손절매를 해서라도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도 미봉책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로존은 선천적인 질병을 앓고 있으며 관리는 할 수 있어도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판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공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위기는 과거와 달리 구조적이고 복합적이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어렵고 방안을 찾는다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 연준도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포함해 경제전망의 하방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사태의 근본 원인이 치유되지 않는 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고, 외환위기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 초래될 위험 또한 상존하기 때문이다.
경제사정이 예상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제 전망치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유럽계 자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환율 불안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대응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금융위기가 현실화해 국내 외화자산의 30%를 차지하는 유럽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 외화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단기외채 비중은 줄고 외환보유액은 늘었다고 하지만 외채 구조의 건전성을 꾸준히 높여야 할 것이다.
환율 급등으로 물가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추석 이후 물가 안정을 기대했는데 서민들의 살림이 더욱 팍팍해지게 됐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인 가계부채도 큰 짐일 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경계심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라고 한다. 물가 안정과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사설] 측근 비리 게이트, 신재민 전 차관뿐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2자 사설 ' 측근 비리 게이트, 신재민 전 차관뿐인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이번에는 현 정부 실세로 꼽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기업인으로부터 수년에 걸쳐 십수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권 말기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권력형 측근 게이트’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신 전 차관은 비리 혐의를 극구 부인하지만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이 폭로한 내용을 보면 정황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언론사 재직 시절에는 기사 한번 잘 써주었다고 3000만원을 받은 적도 있고, 그 뒤로도 월 500만~1000만원씩 받았다고 한다. 돈의 액수나 받는 방식 등이 모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신 전 차관은 언론계 전체에 먹칠을 하고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겨주었다. 신씨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참모로 활동하면서도 10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고, 문화부 차관 재직 시절에도 법인카드를 갖다 썼다고 한다. 이런 인물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라고 감싸고 돌고 지난해 8·8개각 때는 장관으로 영전까지 시키려 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 시급한 일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주장의 진위를 명백히 가리고 합당한 법적 조처를 취하는 일이다. 검찰 한쪽에서는 “대가성 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소극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검찰은 이런저런 핑계를 댈 생각을 버리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한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
문제는 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이 정도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국철 회장 쪽에서 또다른 현 정부 실세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도 전직 청와대 참모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신 전 차관 등의 예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 더 거물급 인사들의 비리 사건이 줄줄이 터질 공산도 크다. 사실 이 정권은 애초 출발부터 도덕성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정권이었다. 권력 핵심부의 도덕의식이 희박하다 보니 정권 초기부터 갖가지 비리 의혹도 끊임없이 나돌았다. 단순한 스폰서 차원을 떠나 막대한 이권이 얽히고설킨 ‘권력형 게이트’가 곳곳에 잠복해 있으리라는 의구심이 세간에 널리 퍼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측근 비리가 없어 레임덕도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 대통령의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바로 측근 비리를 키운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은 뒤늦은 한탄이나 역정내기가 아니라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 지시다.

이번 홍수에 4대강 사업 효과가 검증됐다고?


이글은 오마이뉴스 11.09.22자 기사 '이번 홍수에 4대강 사업 효과가 검증됐다고?'를 퍼왔습니다.
박창근 교수, 국토부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

▲ 무너진 상주댐 제방에서 현장을 설명하는 박창근 교수 상주댐 제방 붕괴, 왜관철교 및 남지철교 붕괴는 안전했던 낙동강 본류가 4대강 사업으로 안전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 환경운동연합

박창근 교수(관동대, 경상남도 4대강 특별위원회 위원장)가 단단히 뿔났다. 박창근 교수는 21일 에 '한심한 국토부'라는 기고를 통해 MB 정부와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피해를 줄였다는 주장은 엉터리라며 정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와 보수 언론의 4대강 홍수 효과 거짓말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이다.

박창근 교수는 지난 5월~8월 4대강 홍수 조사단과 생명의 강 연구단을 이끌고 4대강 전역을 다니면서 왜관철교 붕괴, 지류지천 침식 문제, 농경지 침수 문제 등을 직접 조사하고 4대강 사업에 따른 부작용임을 지적했다.

박창근 교수는 "요즘 국토부는 4대강 사업 홍보에 열심이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의 본질은 외면한 채 황당한 정부 주장을 앵무새처럼 받아 적고 있다"며 시 구절을 인용해 "옛 페르시아에서는 '한낮에 왕이 입을 열어 한밤중이라고 말하면, 현명한 사람은 달이 보인다고 말한다'"라고 정부와 보수언론의 행태를 꼬집었다.

정부는 6월 22일부터 7월 17일까지 26일간 전국 평균 강수량이 642mm인데, 이는 예년 동일기간 강수량 249mm의 2.6배 수준이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창근 교수는 "억지춘향식 논리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공학적으로 강우의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강우강도"라고 설명한다. 즉 홍수를 평가할 경우 강우강도는 단기간, 예를 들면 하루 동안 발생한 강우량의 크기가 홍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100년 빈도 하루 강우량은 약 350mm"라면서 "26일간 내린 642mm는 100년 빈도 강우량을 기준으로 보면 '찔끔' 비에 지나지 않다"며 정부의 과장 홍보를 꼬집었다.

홍수 우려가 높은 지천을 두고 4대강과 같은 본류를 먼저 정비한 것은 틀린 정책이라 지적한다. 실제 4대강을 포함한 국가하천의 정비율은 거의 100%지만 지방하천 84%로 그 만큼 지방하천이 홍수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교수는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때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되었지만 4대강사업 구간에서 홍수피해는 거의 없었다"면서 정부가 4대강 국가하천을 정비한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평가했다.

'본류 수위를 낮추면 지류 수위로 떨어진다'는 정부 논리에 대해서도 "교과서에도 없는 급조된 논리이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강 본류를 준설함으로써 강원도 평창에서 홍수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면서 정부 주장의 허구를 꼬집었다.

박 교수는 정부가 4대강 사업 영향으로 이번 홍수 피해액은 84억 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허구라고 말한다. 실제로 경상남도의 경우 이번 여름철 홍수 피해액은 1055억 원이고 복구액은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 교수는 "전국적으로 홍수 피해액은 1조 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복구액은 2~3조 에 이를 것"이라면서 "올해 장맛비에 의한 홍수피해는 예상한 바와 같이 지천에서 많이 발생했고, 4대강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4대강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왜관철교 및 남지철교 붕괴 사건과 연이어 두 차례 발생한 구미 단수 사태, 그리고 상주보 낙동강 제방 유실 사건 등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벌어진 "상상할 수 없는 홍수 피해 사례"라는 것. 결국 4대강 사업은 안전했던 4대강을 오히려 위험하게 만들었고, 위험한 지방하천은 방치한 홍수대책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면서 오는 10월 22일 4대강 사업 그랜드 오픈 일정을 잡고 4대강 사업 홍보성 국제심포지엄 및 각종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4대강 사업 2단계라 평가되는 지류 지천 사업 추진을 강력히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창근 교수는 "지금은 실패한 4대강사업을 은폐하기 위해 홍보할 때도 아니고 지천사업을 확대할 시점도 아니다"라면서 "곧 완공될 4대강사업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지적했다.

박창근 교수 기고문 원문
요즘 국토부는 4대강사업 홍보에 열심이다. 엄청난 폭우에도 4대강 준설로 홍수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국토부의 주장이다. 그대로 믿어달란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4대강사업의 본질은 외면한 채 황당한 정부 주장을 앵무새처럼 받아 적고 있다. 이를 빗대어 옛 페르시아에서는 '한낮에 왕이 입을 열어 한밤중이라고 말하면, 현명한 사람은 달이 보인다고 말한다'라는 시 구절이 있다.

엄청난 폭우에 대한 정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6월 22일부터 7월 17일까지 26일간 전국 평균 강수량이 642㎜인데, 이는 예년 동일기간 강수량 249㎜의 2.6배 수준이다. 억지춘향식 논리다. 공학적으로 강우의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강우강도인데, 홍수를 평가할 경우 강우강도는 단기간 예를 들면 하루 동안 발생한 강우량의 크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년 빈도 하루 강우량은 약 350㎜ 정도이다. 올해 장마기간 26일간 내린 강우량 642㎜는 100년 빈도 강우량을 기준으로 보면 '찔끔'비에 지나지 않는다.

4대강 본류와 같은 국가하천의 경우 100년 또는 200년 빈도 강우량에 대하여, 지천의 경우 100년 빈도 강우량을 소통할 수 있도록 하천을 정비한다. 4대강사업 구간에서는 거의 100% 정비가 완료되었고, 지방하천의 정비는 약 84%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홍수를 예방하려면 지방하천을 정비해야지 4대강 국가하천 구간을 정비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때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되었지만 4대강사업 구간에서 홍수피해는 거의 없었다.

지천의 홍수량을 줄이면 4대강 본류의 홍수규모도 줄어들기 때문에, 홍수예방을 위한 사업의 우선순위는 그래서 지천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본류를 준설하여 하천수위를 낮추면 지천에서도 낮아지기 때문에 지천의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는 교과서에도 없는 논리이고,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급조한 궤변이다. 한강 본류를 준설함으로써 강원도 평창에서 홍수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심명필 4대강사업 추진본부장은 지난 3월 토목학회지 권두언에서 '4대강의 최근 5년간 풍수해 피해액이 1조5000억 원, 복구비가 2조4000억 원에 이르고', 단기간에 예산(22조원)을 집중 투입함으로써 '4대강사업은 홍수와 가뭄 같은 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토부는 '엄청난 폭우에도 끄떡없는 4대강유역'의 근거로 6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홍수 피해액이 84억 원에 지나지 않았다는 추정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남의 경우 이번 여름철 홍수 피해액은 1055억 원이고 복구액은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홍수 피해액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복구액은 2~3조원에 이를 것이다. 올해 장맛비에 의한 홍수피해는 예상한 바와 같이 지천에서 많이 발생했고, 4대강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4대강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낙동강 본류의 경우 구미에서 두 차례 단수사태, 왜관철교와 남지철교 붕괴사고 등은 대규모 준설로 발생했다. 또한 상주보 설계 잘못으로 낙동강 제방의 일부가 유실된 사건은 상상할 수 없는 홍수피해 사례이다. 결국 4대강사업은 안전했던 4대강을 오히려 위험하게 만들었고 위험한 지방하천은 방치한 홍수대책을 담고 있었다.

지금은 실패한 4대강사업을 은폐하기 위해 홍보할 때도 아니고 지천사업을 확대할 시점도 아니다. 곧 완공될 4대강사업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올립니다.

대규모 '모래 박멸 작전'...큰일 났습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22자 기사 '대규모 '모래 박멸 작전'...큰일 났습니다'를 퍼왔습니다.
[서평] 모래강 순례에 초대하는

▲ 해평습지 백조들의 유영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해평습지 모래톱 앞에서 작년 봄 백조들이 유영하고 있다. 4대강 삽질로 이 모래톱이 다 사라진 해평습지에 백조들이 다시 날아올지 의문이다 ⓒ 정수근

평화로운 백조들의 유영,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고고한 걸음걸이, 개미귀신이 파놓은 깔대기 모양의 함정인 개미지옥, 참길앞잡이의 분주한 발놀림, 마치 심호흡을 하는 듯한 재첩의 움직임, 얕은 물가를 헤치며 사랑을 나누는 누치 부부의 격렬한 몸짓…. 이 모든 생명들의 놀라운 움직임을 본 것이 바로 '모래의 강' 낙동강에서였다. 그것도 4대강 공사가 본격화하기 전의 낙동강과 그 지천에서.

그러나 2009년 말부터 시작된 4대강 공사가 만 2년 만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2011년 9월 현재, 낙동강에서는 더 이상 이들을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4대강에서 감행된 대규모 '모래 박멸 작전' 때문이다.

단 2년 만에 한반도 젖줄이자 동맥과도 같은 4대강을 완전히 개조하는 4대강사업의 핵심이 바로 모래의 강 4대강에서 그 모래를 모두 '제거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래가 사라진 거대한 인공수로에 16개의 초대형 보를 세워, 16개의 거대한 호수를 만드는 사업이 바로 4대강사업인 것이다.

그렇게 파내버린 모래의 양이 자그마치 5억7천만㎥. 특히 낙동강에서만 4억4천만㎥에 이른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가 4대강에서 퍼올려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모래를 강에서 제거해도 정말 괜찮은 것인가? 과연 정부가 말하는 대로 모래는 강물의 흐름을 막는 골칫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사라진 모래, 위험한 강


▲ <모래강의 신비> 표지 KBS <환경스페셜> <강과 생명 - 모래강의 신비> 편에서 손현철 PD가 못다한 이야기들을 오롯이 담아냈다. 특히 수많은 사진작품과 함께 실려 있는 모래강 답사 안내기는 아주 유용하다. ⓒ 민음사
모래강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잘 담아냈던, KBS  를 제작한 손현철 PD가 쓴 책 는 그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고, 지금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4대강사업이 모래와 하천의 속성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몽매한 상태에서 벌이는 사업인지를 잘 일깨워준다.

"모래톱은 강과 강변 습지 사이에서 생태적 완충지대"가 되고, "물속에 잠긴 모래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천연필터, 거름 장치 역할을 한다". 또 "강바닥의 모래는 강물과 지하수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며 홍수가 났을 때 빨라진 물살의 에너지를 흡수해 범람 피해를 줄여준다".(본문 8쪽)

그런데 4대강사업으로 이런 탁월한 생태 기능을 하는 모래톱을 모두 제거해버린 것이다. 이를 어쩔 것인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바로 우리들 자신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우리 세대는 무차별적으로 강을 파괴하는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하고 나중에 모래톱을 복원하는 힘겨운 일을 자식 세대에게 넘겨버렸다. 너무 무책임하게.

이 책은 우리세대의 그런 '비겁함과 무책임'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이 책은 "사라져가는 우리 산하의 모래와 모래톱의 지리, 생태, 문화, 정서적 의미를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아직은 그런 대로 남아있는, 그러나 그마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 땅에서 얼마 남지 않은 모래의 유적을 지키고 찾아 나설" 것을 우리에게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 해평습지의 모래 박멸 작전 이명박 정부가 올해초 보여준, 철새천국 해평습지에서의 '모래 박멸 작전'의 모습이다. 월동을 위해 날아온 쇠기러기 무리들이 저 육중한 신종 '철쇠' 무리들에 당황하고 있다 ⓒ 정수근

모래는 정말 '물길을 막는 장애물'에 불과한가

그러면 지금부터 4대강에서 '박멸된' 모래, 그 모래와의 이별을 이 책은 "왜 이토록 아쉬워하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자.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논리처럼 물길을 막는 장애물에 불과한 "모래를 파내고 그 대신 더 많은 물을 채워서 새로운 친수공간, 강변 생태 환경"을 만들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아니오"다. 4대강사업은 모래강의 속성, 즉 모래와 강물이 어우러져 "물이 흐르는 강인지, 모래가 주인인 강인지" 종잡기도 힘든, 모래강의 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진행하는 사업이다. 요컨대 모래는 강의 물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모래 속으로 강물을 유통시키며 "강과 함께 흘러간다"는 것이다. 

강변의 젖은 모래를 밟아보면 물이 솟아오르면서 발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모래가 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더미는 보통 자기 부피의 30~50퍼센트 정도의 물을 품고 있다. 갈수기에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모래가 머금고 있던 물이 나와서 빈 곳을 채운다. 겉보기엔 말라버린 모래라 할지라도 파 보면 그 속에서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강 속에 잠긴 모래톱은 강과 함께 물을 흘러 보내는 또 다른 통로, 강 속의 강인 셈이다. 강바닥과 연결된 모래 토양층도 양질의 지하수를 머금고 있다가 강 수위가 낮아지면 물을 보탠다.(본문 30쪽)

이렇게 모래는 강물을 담아두는 '저장고 역할'과 강물의 유량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유량 조절자' 역할을 한다.

또한 모래는 강물을 정화하는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구미나 대구에서 산업단지 오폐수가 대량으로 유입되는 낙동강이 하류에서 수질이 다시 좋아지는 것은 "강물 속에 퇴적된 모래가 여과 작용을 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가정에서 마시는 수돗물은 모두 모래를 통화한 것"으로, 이것은 교원대 오경섭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자연 수질 정화 필터'로서 모래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모래는 쓸모없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수질 정화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도구인 것이다. 그것도 아무 비용도 필요 없이. 그런데 그 모래를 수질 정화를 목적으로 모두 '박멸'해버리는 이 무식한 정부를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도 천문학적인 혈세를 탕진해가면서 말이다.

또한 모래톱은 "참길앞잡이, 개미귀신 같은 강변 곤충의 삶의 터전이고, 흰수마자, 미호종개 등 민물고기의 산란 서식처"다. "고라니는 모래톱에서 자라는 풀을 먹고 강 주변의 수달, 살쾡이, 너구리는 모래톱을 중심으로 먹이 사냥을 한다". 요컨대 "모래톱은 강과 강변습지 사이의 생태적 완충지대"로서 야생동식물들에겐 생존의 필수적 공간인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생태적 완충지대인 모래톱이 4대강에서 모두 제거되어버린 것이다. 오호통재라!

▲ 낙동강에 들어선, 녹생성장 산 MB씨가 노래하는 녹색성장의 전형으로 보여주는 녹색성장 산이다. 모래로 쌓은 녹색성장의 제단. ⓒ 정수근

모래가 사라진 강, '파괴적 에너지'를 부른다

이명박 정부가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들여 모래강에서 제거한 그 모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4대강의 모래톱은 '강변의 염전'으로 변해, 지난 2년 동안 수백수천 대의 굴착기가 파고, 덤프트럭이 실어 날라 강변 농경지 곳곳에 '모래무덤'을 쌓았다. 또는 그 옆에 '거대한 모래신전'을 만들기도 했다. 초록색 방진포를 덮어씌운, '녹색성장'의 위대한 신전을 말이다.

한반도의 모래가 불모의 공간인 사막의 모래와 다른 이유는 강물과 함께 있기 때문이고, 그럼으로써 그것은 사막의 모래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된다. 그런데 그 강물 속의 모래를 파내어 녹색 제단을 쌓음으로써, 우리 강의 모래를 사막의 그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봄바람을 타고 비산먼지로 날리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한 채.

그런데 그런 모래를 잃어버린 강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2011년의 장마는 모래를 잃어버린 4대강이 얼마나 파괴적인 에너지를 생성하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4대강사업 전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새로운 홍수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다리가 무너지고, 송수관로가 뜯겨나가고, 제방이 붕괴되고, 무엇보다 지천에서 일어나는 붕괴 현상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4대강의 모래를 과도하게 파내면서 본류와 지천의 강바닥 높이 차이가 심해졌기 때문에, 지천에서의 역행침식이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 대부분의 신종 홍수피해가 바로 4대강에서 사라진 모래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모래의 강에서 모래를 잃어버린 강물은 '배고픈 물'이 되어서 파괴적 에너지를 마구 발산하게 된 것이다.

강바닥을 파내면 흐르는 물의 운반 능력과 퇴적물 사이의 균형이 깨진다. 모래와 자갈을 파낸 만큼 실어 나를 것을 잃어버린 강물은 남는 에너지로 강바닥을 깎기 시작한다. (줄임) 실어 나를 퇴적물, 즉 먹을 것이 떨어진 물은 강바닥과 강의 옆구리인 제방을 침식한다. 그중에서도 바닥을 깎아 먹는 것이 더 위험하다. (줄임) 강물의 속도가 두배 빨라지면 물이 운반할 수 있는 물체의 질량은 2의 6승만큼, 즉 예순네배 늘어난다고 한다. 홍수 때 빨라진 물살이 집채같이 큰 바위를 옮길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힘 때문이다.(본문 238~239쪽)

집채같이 큰 바위를 옮길 수 있는 그 파괴적 에너지가 바로 모래를 잃은 '배고픈 강'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그 결과를 이번 여름 장마기간에 우리는 여실히 확인한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모래 준설을 엄격히 막고 있다. 요컨대 "강바닥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지난 달 방한한 독일의 세계적인 하천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도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모래를 준설하는 4대강사업이 독일 역사상 가장 비경제적이고 어리석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인-도나우 운하보다 더 어리석은 사업"이라고 일갈했던 것이리라.

▲ 모래 준설 때문에 붕괴된 왜관철교 4대강사업으로 사라진 모래 때문에 파괴적 에너지가 넘치는 낙동강에서 무너진 왜관철교의 모습이다. 한국전쟁 발발 61주년이 되는 6월 25일 새벽에 다시 무너졌다. ⓒ 정수근
4대강 복원을 위한, 희망의 단초

4대강사업은 지금 막바지에 와 있다. 모래톱은 대부분 제거되었고, 16개의 보는 거의 완공단계에 와있다. 정부는 오는 10월 22일 화려한 준공식을 준비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너무 늦었다고 모두 포기하고 말아야 할 것인가?

그러나 희망의 징후는 아직 있다. 그 징후는 바로 모래를 잃은 '배고픈 물'에서 나온다. 배고픈 강이 만드는 이른바 역행침식 현상은 지천의 제방과 하상을 심각하게 침식·붕괴시키며 지천의 모래를 본류로 끊임없이 채워 넣고 있다.

이것은 바로 "모래는 물과 함께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고, 따라서 저자가 확신하듯 "4대강 공사는 모래와의 부질없는 싸움"이다. "결코 이길 수 없는 무모한 도전,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우둔한 행동"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생태적 시각으로 다시 해석해보면 하천이 스스로를 복원해가는 과정이다. 동적 평형상태가 깨져버린 하천이 스스로의 복원력을 발동해 평형상태를 찾아가려는, 하천 스스로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말이다. 본류와 지천 간에 생긴 강바닥의 높이 차이를 줄이기 위한 지천의 이와 같은 극단의 몸부림은 본류와의 평형상태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것은 희망의 단초로 읽힌다. 이런 사실이야말로 하천이 인공의 구조물이 결코 아닌, 펄펄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란 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4대강사업의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강은 흘러야 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게 하고,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4대강사업이 사실상 준공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16개의 초대형 보를 막지 않고 물길을 터준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그렇게만 한다면 강은 스스로의 복원력으로 서서히 본 모습을 되찾고, 그 안의 수많은 생명들도 서서히 제자리를 되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 다시 쌓이는 모래, 희망의 단초 고령과 합천 경계에서 낙동강과 합수하는 회천의 모습. 합수부엔 역행침식으로 이렇게 끊임없이 모래가 쌓이고 있다. ⓒ 정수근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 그 마지막 모습을 보러 가자

그렇다. 저자가 말하듯, "심리적 충격을 흡수하는 재료이며 창조의 무대이기도 한 모래의 의미"를 이제라도 사람들이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모래에서도 싹이 나는" 진실을 확인하고, 희망을 가지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희망의 단초를 가슴에 품고, 저자가 초대하는 모래강의 향연에 빠져보자. 아직은 아름다운 모래톱이 남아 있는 모래의 강 내성천으로, 감천으로, 회천으로, 섬진강으로 저자를 우리를 초대한다.

그중에서 특히 내성천 모래강의 향연으로 우리를 속히 불러들인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영주댐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어쩌면 내년까지가 그 모래강의 향연에 빠져볼 마지막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2년 말 영주댐이 완공되어 2013년부터 담수를 하게 되면 내성천은 그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이다. 상류의 오래된 500가구와 300만㎡의 들판 그리고 내성천의 모래가 그대로 수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성천 모래강의 향연은 어쩌면 올 가을과 내년 봄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모래 위로 낸 물의 산책로'라고 할 만한 이 풍경은 한반도에 얼마 남지 않은 모래의 신전이며 곧 유적이 돼 버릴 비운의 장소다. (줄임) 모래의 강에게 남은 시간, 우리에게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순례를 허락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남아 있는 모래의 강을 마지막으로 목격하고 증언할 마지막 세대인지도 모른다.(본문 33쪽)

그렇다. 우리는 4대강의 복원을 위해서도 모래의 강 내성천을 목격하고 기록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이 가을 저자가 소개하듯 운포구곡(雲浦九曲)의 비경을 간직한 내성천의 그 금모래를 밟으러 길을 나서는 것이 어떻겠는가? 내성천 답사 생생한 길잡이인 를 옆구리에 낀 채로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강을 찾고 기억하는 한, 아직 희망은 있다. 모래에서도 싹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 강과 하나가 된 아이들 모래의 강 내성천에선 아이들이 이렇게 뛰어논다. 깊지 않고 모래가 많아 안전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오롯이 강과 하나가 된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 *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입니다. 
* 손현철 씀, 민음사 펴냄, 2011년 8월, 285쪽, 15000원 
* 이 기사는 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2011년 9월 22일 목요일

[사설] 곽 교육감 기소, 그래도 ‘학교 혁신’은 지속돼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2자 사설 '곽 교육감 기소, 그래도 ‘학교 혁신’은 지속돼야'를 퍼왔습니다.
구속기소된 곽노현 교육감의 직무정지로 서울의 교육행정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혐의가 확정되고 도주 우려가 없는데다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피고의 방어권 보장보다 교육행정의 파행을 강요한 사법당국의 선택도 유감스럽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일은 대행 체제의 어려움을 딛고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필요한 것은 지난 선거에서 확인된 시민의 선택을 돌아보는 일이다. 당시 곽 후보는 현직 교수라는 점 말고는 내세울 만한 교육 경력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공정택 전 교육감과 이 정부가 밀어붙인 경쟁교육에 넌더리가 났고, 곽 후보와 함께 시민사회가 제시한 경쟁교육 혁파, 교육복지 확충, 학교 혁신 등의 공약을 선호했던 것이다. 개인에 대한 선호가 끼어들 틈은 별로 없었다. 이런 시민의 뜻과 요청은 곽 교육감의 거취와 무관하게 존중되고,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확충은 지난번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다시 한번 확고히 드러났다. 이 사안까지 흔들 만큼 정부가 무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학교 선택제 등 경쟁교육 혁파,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교 생활교육의 혁신이다. 이미 교육과학기술부가 딴죽을 걸고, 권위주의와 시장지상주의 추종자들이 막아서고 있는 정책들이다. 특히 이들은 권한대행인 부교육감이 교과부 파견 공무원이라는 점을 악용할 소지가 많다. 그러나 직무를 시작한 이상, 권한대행은 선출직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경쟁교육의 병폐는 너무 심각하다. 고교 선택제만 해도 2년 만에 학교를 양극단으로 나눠버렸다. 중학 성적 상위 10% 학생의 수가 고교에 따라 최고 7배까지 벌어졌다. 방치했다가는 빈곤지역 학교는 교육적 파산을 피하기 어렵다. 선택과 배제로 말미암은 사회적 문제는 다음이다. 인권조례는 민주적이고 다양화된 사회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고 책임지는 자율적 인간을 육성하는 발판이다. 경쟁보다는 협동, 자기주도학습 능력, 창의성과 적성 계발 등을 위한 혁신학교 실험도 포기할 수 없다. 교육청은 시민의 뜻인 이들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정부도 지원은 않더라도 훼방을 놓아선 안 된다.

멧돼지의 농가·도심 습격은 도토리의 저주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의 블로그 물바람숲 2011. 09. 22자 기사 '멧돼지의 농가·도심 습격은 도토리의 저주'를 퍼왔습니다.

한번 내려오면 옥수수 배추 감자 등 쑥대밭 
호랑이 표범 등 천적 사라지고 먹이 모자라

"멀리서도 사람의 체취를 금세 알아차리고 바로 몸을 피하는 예민한 멧돼지가 민가와 심지어 도심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산이 좁을 만큼 멧돼지는 여전히 많고 그만큼 산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도로에 뛰어들고 도심을 습격한 멧돼지의 몸무게는 80 킬로그램 내외의 것들로 어미로부터 갓 독립한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






야생동물 보려면, 기다림이 필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야생 포유류를 만나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낮에는 어딘 가에 꼭꼭 숨어있다 주로 어두움을 틈타 움직이는데다, 워낙 조심성이 많은 것도 그렇거니와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감각마저 사람보다 뛰어나서 마주치지 않고 미리 피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칠 때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거리, 빛의 방향, 구도를 선택하는 것은 고사하고 피사체에게 카메라를 돌린 다음 초점과 노출을 맞출 시간조차 주지 않고 사라져 버려 결국 우연은 우연으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방법은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최대한 위장을 하고 숨죽이며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대상에 따라서는 그 기다림의 끝이 몇 달을 고스란히 삼키고 오는 경우가 있으며, 그 끝이 오기 전에 지레 지쳐 포기해야 할 때 또한 많으니 야생 포유류의 사진 한 장을 얻는 것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기다리는 장소가 중요합니다. 만나고자 하는 대상이 아예 없는 곳에서는 평생을 기다린다 해도 그 대상이 눈앞에 나타날 리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세렝게티 초원과 같은 지역은 없지만 그래도 야생의 포유류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 있기는 합니다. 60년 가까이 자연 본래의 모습이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온전히 보존되고 있는 비무장지대입니다.

그러나 민간인통제선 안쪽을 포함한 비무장지대는 나라가 허용하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접근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마저 개인의 신분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소정의 절차를 거치면 출입이 허락되는 몇 곳이 있으나 개인행동은 철저히 통제됩니다. 안타깝지만 분단국가의 아픔 중 작은 하나로 받아들이며 민통선 밖에서 서성거린 세월이 무척 길었습니다.

작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꼭 6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 60년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일 년에 걸쳐 비무장지대를 취재하는 방송 팀과 인연이 닿아 드디어 비무장지대에 발을 딛고 그 안에 깃든 귀한 생명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삶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하천의 드넓은 초지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라니의 모습, 위태위태한 바위 절벽을 곡예라도 하듯이 넘나들며 풀을 뜯던 산양의 크고 맑은 눈망울은 쉽게 잊히지 않을 기억이 될 것입니다.



동부전선의 비무장지대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친구는 멧돼지입니다. 완전히 성장한 멧돼지는 몸길이가 180 센티미터에 이르며 무게는 300 킬로그램까지 나갑니다. 몸집이 정말 어머 어마합니다.

15 미터 정도의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250 킬로그램은 족히 나갈 멧돼지와 맞닥뜨린 적이 있습니다. 셔터도 누르지 못하고 나무 뒤에서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지만 몸집으로는 멧돼지가 아니라 꼭 소 같아 보일 정도였습니다. 더군다나 7 마리의 어린 새끼를 데리고 있었으니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여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멧돼지의 돌진을 피할 길은 없었을 것입니다.

멧돼지는 무리를 이루어 다닐 때가 많습니다. 무리는 암컷과 그 새끼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짝짓기가 끝난 수컷과 새끼가 없는 암컷은 보통 단독생활을 합니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습성이 강하고 도토리, 나무뿌리, 고사리, 풀, 버섯, 열매 같은 식물을 주로 먹지만 지렁이, 벌레, 쥐, 뱀 따위도 가리지 않는 잡식성입니다.

털 끝이 서너갈래로 갈라진 게 특징

산에 먹을 것이 없으면 인접한 농경지로 내려오기도 합니다. 힘센 주둥이와 송곳니로 땅을 파헤치면서 먹이를 찾을 뿐만 아니라 하나를 다 먹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먹기 때문에 멧돼지가 한 번 내려오면 옥수수, 고구마, 감자, 배추 등의 밭작물은 쑥대밭이 되기 십상이고 논의 벼도 많이 망가집니다.

멧돼지는 귀가 밝고 특히 냄새를 잘 맡지만 시력은 좋지 않은 편입니다. 추위를 잘 견뎌 날씨가 추워져도 겨울잠을 자지 않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반면 더위에는 약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서늘한 골짜기를 찾아 진흙으로 된 웅덩이에서 진흙 목욕을 자주하며 더위를 식힙니다. 헤엄도 잘 칩니다.

몸이 가려우면 나무에 몸을 비비는 습성이 있는데, 멧돼지가 몸을 비비는 비빔목은 영역을 표시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비빔목을 잘 살펴보면 나무껍질 틈에 털이 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멧돼지의 털은 끝이 서너 갈래로 갈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암컷은 18개월, 수컷은 5살 정도가 되면 번식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2월 ~ 1월에 걸쳐 짝짓기가 이루어지며, 임신기간은 평균 120일 정도이기 때문에 새끼는 5월에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컷은 출산 전에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와 굵은 나뭇가지들을 모아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새끼는 평균 6 마리 정도를 낳습니다. 새끼는 태어난 지 일주일이면 어미를 따라 다니기 시작하고, 2 ~ 3 주가 지나면 주둥이로 땅을 파서 먹이를 스스로 찾아 먹을 수 있지만 수유 기간은 3 ~ 4 개월입니다. 어린 새끼는 등에 진한 갈색 줄무늬가 선명하게 있는데 6 개월 정도면 사라져 체색은 흑갈색을 유지하다 나이가 들수록 희미해져 회색에 가깝게 보입니다.

작년 여름 비무장지대에서 만난 멧돼지 가족 중 먹이를 찾아 하천을 건너는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촬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모습이라 사진으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멧돼지 가족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천을 넘어오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폭우로 하천의 유량이 많아지면 새끼를 등에 태우고 헤엄쳐서 하천을 건넌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이 그려집니다. 이후로 여러 번 같은 장소를 찾았지만 하천을 건너는 멧돼지 가족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에야 경계심을 늦추고 건너왔지만 이후로는 어미가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무척 신중해진 것이 분명합니다. 수풀을 헤치고 나타나서는 어린 새끼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혼자만 물을 건너온 적은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중간 즈음에 이르면 갑자기 멈춰서 코를 킁킁거리며 나의 냄새를 맡고는 바로 되돌아 가버렸습니다. 어린 새끼들도 어미의 지시를 흐트러짐 없이 따릅니다. 멧돼지, 겉보기와 다르게 아주 예민한 친구입니다.




멧돼지가 산에만 있어준다면 멧돼지도 사람도 좋을 텐데 멧돼지가 산을 벗어나 한 해 땀 흘려 가꾼 농사를 망쳐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05년 ∼ 2009년)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준 야생동물은 멧돼지며, 피해액은 335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상위 포식자들의 멸종으로 천적도 없는데 번식력은 뛰어난 멧돼지가 산이 수용할 수 있는 숫자를 넘어섰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우리는 총을 멧돼지의 천적으로 삼아 사살하는 것으로 응징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사살된 멧돼지는 자그마치 2만 171마리였습니다. 일 년에 4,000 마리 정도를 사살한 셈이니 할 말을 잃습니다. 멧돼지의 수는 줄었고 전기 울타리를 치는 등 다양한 노력도 있어 근래 농작물의 피해가 줄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런데 농작물에 대한 피해를 넘어 결국 멧돼지가 도로에 뛰어들고 도심까지 습격하여 인명이 상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2010년 10월 한 달 동안 멧돼지 출몰로 인한 사건 ‧ 사고 관련 기사의 제목들입니다.

“경북 안동 시청에 나타난 멧돼지 2 마리 유리창 파손 후 사라져”, “부산 당감동 주택가 편의점에 멧돼지 난입, 멧돼지 사살”, “경기 고양시 주택가에 멧돼지 출몰해 주민 부상, 멧돼지 사살”, “경남 창원시 주택가에서 멧돼지 2 마리 차에 치여 죽음”, “충북 음성군 36번 국도에서 승용차와 멧돼지 충돌, 멧돼지 죽고 운전자는 차량 화재로 사망”, “부산 기장군 부산 ~ 울산 고속도로에서 승용차와 멧돼지 충돌, 멧돼지 죽고 운전자 부상”

올해 역시 10월에 이르면 이러한 기사들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8월 말에 경남 창원시 진전면의 한 마을 야산에서 멧돼지의 습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멀리서도 사람의 체취를 금세 알아차리고 바로 몸을 피하는 예민한 멧돼지가 민가와 심지어 도심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산이 좁을 만큼 멧돼지는 여전히 많고 그만큼 산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도로에 뛰어들고 도심을 습격한 멧돼지의 몸무게는 80 킬로그램 내외의 것들로 어미로부터 갓 독립한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도토리 예년의 10분에 1 그쳐, 마을로 내려올 수밖에

곧 12월이 되면 멧돼지는 짝짓기 철을 맞습니다. 덩치 큰 멧돼지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에 분주한 때입니다. 어린 녀석들은 영역과 세력 다툼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 또한 지난 해처럼 봄의 이상저온과 여름의 잦은 비로 멧돼지의 주요 먹이인 도토리가 흉년입니다. 실제 도토리가 평년 대비 10분의 1 수준밖에는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력 다툼에 밀리고, 먹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깊은 산을 떠나 산비탈의 밭을 기웃거려보지만 높은 전류가 흐르는 울타리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예전에는 멧돼지가 살 수 있는 산이었으나 이제는 산이 아니라 차들이 쌩쌩 지나는 도로가 되어 있으며, 건물이 들어선 도시로 바뀌어 있습니다. 멧돼지가 달리 갈 곳이 없습니다.

멧돼지가 갈 곳을 잃고 도심을 습격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호랑이, 표범, 늑대와 같이 멧돼지의 숫자를 자연스럽게 조절해줄 친구들을 우리의 산에서 지켜내지 못하고 멸종의 길로 내몰았습니다. 그들을 우리의 산에 다시 불러오는 길도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해야 합니다. 산을 더 자연답게 가꿔야 하고, 도토리나 밤톨 하나라도 산에 그대로 두고, 산을 밀어붙여 도로나 도시를 건설할 때 생태축의 단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고, 정 필요하다면 철저한 준비를 거쳐 먹이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또 다시 멧돼지를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가슴을 쳐야 합니다. 우리의 자연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대가로는 너무 작지만 말입니다.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