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0일 화요일

[사설]권재진 법무, 불법사찰 증거인멸 진상 고백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19일자 사설 '[사설]권재진 법무, 불법사찰 증거인멸 진상 고백해야'를 퍼왔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관련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이 정권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가. 청와대 지시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밝힌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측에서 2000만원을 받은 것 외에 민정수석실에서도 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장진수씨는 지난해 4월 총리실 류충렬 국장이 “민정수석실의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것”이라며 5000만원을 건넸다고 털어놨다. 장씨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류 국장은 이 돈을 전달하기 석 달 전 5억~1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청와대 비서관을 만났는데, (장씨는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씨는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집행유예형을 받았고, 민정수석실에서 낙담한 그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녹취록과 장씨 주장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위해 관련자를 매수한 것을 넘어 사법부의 고유 권한인 양형에까지 영향을 미치려 한 셈이 된다.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믿기 힘든 발상이다. 납득할 수 없는 청와대의 행태는 이뿐이 아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공직윤리지원관실 총괄기획과장의 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둘러싼 의혹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10년 장진수씨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를 지시하면서 “민정수석실, 검찰과 다 얘기가 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그는 “내가 연루돼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며 민정수석실을 협박했다고 한다. 증거인멸이 이뤄진 때나 장진수씨에게 5000만원이 건너간 것으로 알려진 시점이나 모두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장관이 맡고 있었다.

장석명 비서관은 장진수씨에게 5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증거인멸 과정을 잘 알고 있을 권 장관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나라의 법무장관이 과거의 부하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하다. 권 장관은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상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검찰 특별수사팀의 재수사 과정에 개입하거나 수사 상황을 보고받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도 후배 검사들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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