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3-18일자 사설 '[사설]새누리당의 오만 드러낸 ‘강남을 김종훈 공천’'을 퍼왔습니다.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 나설 서울 강남을 후보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낙점했다. 김 전 본부장은 노무현·이명박 두 정권을 거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해온 인사다. 새누리당에는 얼굴이나 다름없는 강남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이 지역에 그를 공천한 것은 이번 총선에서 한·미 FTA 찬반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야권에선 한·미 FTA 폐기 투쟁에 앞장서온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미 이곳에 포진해 있는 터였다. 한·미 FTA가 이 지역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강남을은 한·미 FTA에 대한 적극적 지지층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그렇다 해도 한·미 FTA 수훈갑인 김 전 본부장에게 ‘훈장’을 달아줄 요량이면 모를까 이 지역에서 한·미 FTA 선전전을 펼 여건은 아니라고 본다. 한·미 FTA는 어떤 국정 현안보다 찬반이 분명하게 나뉘고, 갈등의 뿌리도 깊다. 이런 마당에 여당이 강남에서 한·미 FTA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고 나서는 건 반대편 국민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그래도 평가받고자 한다면 반대론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강북을 택하는 것이 떳떳하다. 새누리당이 그를 공천하려다 한때 후퇴한 것도 이런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 전 본부장은 자질 면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그는 한 방송에서 강북에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어디 저 컴컴한 데 그런 데서 하라, 그런 거는 또 다른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남에 나서 한·미 FTA 찬반 평가를 받을 의향은 있지만 강북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지난해 말 국회 한·미 FTA 끝장토론에서 “국제적 공동선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주권의 일부를 잘라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등 한·미 FTA와 관련한 숱한 문제발언들은 제쳐두더라도 강북을 ‘컴컴한 데’라고 폄훼하는 그가 지역은 물론 국가를 대표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그의 공천을 두고 “강북 선거는 포기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한 한 비상대책위원의 심정이 십분 이해된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 내건 으뜸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질서 속에서 불공평이 심화될 경우 정부가 개입해 바로잡는다는 의미다. 반면 한·미 FTA는 시장 중심의 경쟁만능주의를 추구하는, 냉혹한 적자생존의 법칙이다. 그런 맥락에서 새누리당의 심장부라 할 강남을에 김 전 본부장을 공천한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화두와도 심한 부조화를 이룬다. 새누리당은 강남을 공천에 쏟아지는 온갖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었다’는 이유로 넘어가려는 모양이다. 여당의 안방으로 통하는 강남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면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민주통합당의 잇단 패착으로 기력을 회복하는 듯하던 새누리당의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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