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5일자 기사 'MB, 검경 갈등에 침묵하는 건 친인척 수사 때문?'을 퍼왔습니다.
[고승우 칼럼] 애먼 공무원들 불러놓고 물가 관리하라 호통
검·경 수사권 갈등을 보면 이 나라가 무정부 상태처럼 보인다. 시민사회와 밀접히 관련된 권력 기관들이 법리 논쟁을 벌이면서 힘겨루기를 하는데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갈등은 대통령령으로 수사권의 교통정리를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이 준법 투쟁을 벌인다면 국민의 눈에 청와대에 대한 도발로 비춰진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침묵한다.
경찰청은 며칠 전 진정 사건은 사건 접수 단계에서 거부하라는 지침을 전국 경찰에 내려보냈고 이는 5일 현재 인천 부평과 충북 음성 등 전국 경찰서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지휘 거부를 막기 위해 검찰 사무 규칙 개정을 준비 중이지만 경찰 조치가 말이 안 된다는 불쾌한 속내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갈등 속에서 진정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 나라가 검찰과 경찰만의 세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들 행정기관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는 관계 장관, 총리, 대통령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조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은 대통령과 함께 유권자를 포함한 전체 국민에 대한 행정 서비스를 하는 것이 그 존재 의미다. 국민의 머슴이다. 그런데 법리 싸움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진정 사건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보통 사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검경 싸움에 침묵하다가 어제 느닷없이 정부가 물가관리를 책임지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평소 시장 경제를 잘 안다고 큰 소리 치던 대통령이 군사정부 시절에 흔히 듣던 행정 지시를 내놓았다. 물가가 시장의 수급원칙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이도 안다. 기업 CEO출신이라는 이 대통령이 물가를공무원이 책임지고 관리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너무 쌩뚱맞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근시안적인 정책’, '불도저식 정책'이라는 정부와 업계의 불평을보도했다. 대통령이 시장 흐름을 잘 모르고 내린 엉터리 지시라는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이 대통령은 물가 관리를 정부 당국에 지시할 것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을 언급했어야 마땅하다. 행정수반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결단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직무수행법에 의한 필수 사항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전 국민이 주시하는 상황에서 정부 기관들의 갈등에는 침묵하고 시장 경제를 정면 부정하는 정부의 물가관리를 언급했다. 이는 너무 부자연스럽다. 평소의 이 대통령답지 않다. 혹시 그럴만한 깊은 이유가 있어서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대통령이 자신의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의 수사와 관련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검경에 쫄아서 침묵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통령은 이런 저런 의혹이 생기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검경 갈등 현상에 대해 국민 앞에 나서서 입장을 밝히고 명백히 시시비비를 가려서 국민의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행정기관이 국민에게 심대한 불편을 주는 일을 청와대가 방치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을 허무는 일이다. 청와대는 머슴으로써 주인인 국민에게 항상 최대한의 서비스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대통령은 검찰, 경찰 등의 행정기구를 잘 운용해서 국민에게 최대한의 서비를 할 책무가 있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청와대에 머물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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