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5일 목요일

한나라 ‘셀프 빅엿’, 차떼기 악몽 불러온 까닭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5일자 기사 '한나라 ‘셀프 빅엿’, 차떼기 악몽 불러온 까닭은…'을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고승덕 의원, 여당 대표 ‘돈 봉투’ 폭로…"300만원 봉투, 결국 그 분이 당선"

한나라당 전직 대표가 연루된 ‘돈 봉투’ 사건이 불거졌다. 2004년 ‘차떼기 악몽’을 재연시키는 사건이다. 폭로의 주체는 한나라당 알토란 지역구인 서울 서초을 고승덕 의원이다. 고승덕 의원이 미묘한 시점에 이런 폭로를 한 배경도 그렇지만, 폭로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고승덕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봉투가 온 적이 있어서 곧 되돌려줬다”면서 “결국 그 분이 당선됐다”고 말했다. 고승덕 의원은 7·4 전당대회 때의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표로 당선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의혹의 초점은 한나라당 대표 출신인 박희태 국회의장과 정몽준 의원, 안상수 의원 등으로 압축된다. 현직 국회의장과 전직 한나라당 대표가 ‘돈 봉투’ 살포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고승덕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정몽준 의원은 2009년 9월 8일 한나라당 대표에취임했지만,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경남 양산 재보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대표직을 승계한 인물이다. 전당대회 당선자는 아닌 셈이다.


박근혜(사진 오른쪽)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고승덕 의원 주장에 따르면 의혹의 당사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의원 두 사람으로 다시 압축되는 셈이다.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내용은 정치권을 뒤흔들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19대 총선은 100일도 남지 않았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 내용은 한나라당의 ‘검은돈’ 추억을 되살리는 판도라상자를 열어버렸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시기는 2008년 7월 3일이고, 안상수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시기는 2010년 7월 14일이다. 고승덕 의원이 지금까지 비밀을 감춰오다 민감한 시기에 이를 폭로한 까닭은 무엇일까.
한나라당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당 쇄신의 깃발을 내걸었지만, 비대위 구성을 놓고 ‘비리전력자’가 쇄신을 말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당내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입장에서는 난국을 돌파하지 못하면 총선 패배는 물론 대선레이스에서 아예 내려와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는 친이명박계 출신 한나라당 대표의 비리에 대한 내용이다. 돈 살포가 사실이라면 그 대상이 과연 고승덕 의원 한 명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폭넓은 의원들이 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2004년 ‘차떼기 악몽’ 못지않은 검은 돈 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판 여론의 칼날은 ‘박근혜 비대위’보다는 친이명박계 쪽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비대위는 한나라당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주체로 이에 저항하는 이들은 ‘부패’ 변론 세력이라는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도 묵혀뒀던 검은돈 사건을 민감한 시기에 터뜨렸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대위는 이번 사건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황영철 한나라당 대변인은 “잘못된 정치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004년 차떼기 악몽에 시달리던 한나라당을 구해낸 경험이 있다. ‘천막당사’라는 정치 퍼포먼스는 언론의 협조 아래 효과를 발휘했다. ‘이미지 정치’ 논란 속에서도 한나라당의 변화와 쇄신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될 수도 있다. 2004년 당시처럼 한나라당의 과감한 쇄신을 주도하는 인물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의 칼날을 휘두른다면 한나라당은 총선을 앞두고 처참한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2004년의 시나리오가 재연될 것인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오종식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주변 비리에 대해 사과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깜짝 놀랄 비리 의혹이 불거지더니 이번엔 한나라당으로 번졌다.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표까지 돈으로 사는 정당, 정말 한나라당은 만사가 돈이면 다 되는 ‘만사돈통’ 정당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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