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1-02일자 사설 '[사설]비정규직 대책 허구성 드러낸 공공부문 해고사태'를 퍼왔습니다.
새해 초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노사발전재단, 서울고법, 서울 구로보건소 등 공공부문 거의 전 분야에서 해고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천공항세관에서 수하물에 전자태그를 붙이는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 34명은 지난해 12월31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새로 하청을 맡은 용역업체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도 최근 비정규직 31명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비정규직 차별 시정 업무를 하는 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집단 해고한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의 청소용역 노동자 6명, 구로보건소의 방문간호사 2명도 지난해 말 해고됐다.
2011년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모두 34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29%인 9만9000여명이 파견·용역·외주 등 간접고용 형태이다. 공공부문의 간접고용은 2006년 6만4000여명보다 8.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한 비정규직을 기간 제한 없이 고용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용역업체가 교체되더라도 원칙적으로 고용을 승계토록 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이채필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남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우리는 ‘공공부문 선진화’란 이름의 잘못된 정책기조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허구성은 일련의 해고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노사발전재단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단 4개월 앞두고 있던 노동자를 해고했다. 고용주가 피해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둔 대책은 대책이 아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같은 일을 하면서 불합리하게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빈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공공부문에 무분별한 해고를 자제토록 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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