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4일자 기사 '‘방송 장악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지상파방송 3사의 행태'를 퍼왔습니다.
최근 목도하고 있는 지상파방송 3사의 행태는 여러 고민을 하게 한다. ‘이 정권 아래에서 이뤄진 방송 장악의 후유증이 이렇게까지 오는 구나’ 하며 이해해 보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방송 장악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방송 장악 이전부터 이들 지상파방송 3사 안에 면면히 흐르는 유전자가 작동한 것이 크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오는 1월15일에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있다. 민주통합당의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행사다. 그때까지 여러 지역을 돌며 합동 연설회와 텔레비전 토론회가 열린다. 1월4일에는 광주에서 처음 열렸다. 이 행사들은 올해 4월과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제1야당의 지도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충분한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은 물론,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민주통합당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차원에서도 보도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 1월3일부터 KBS, 서울MBC, SBS의 국회 출입기자 책임자들이 민주통합당의 이런 행사들을 중계하지 말자는 식의 작당과 모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순간, ‘쟤들이 조중동 하고 다를 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이해에 맞지 않는다고 국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저들의 행태가 필자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전파를 사용한다는 저들 방송이 저렇게까지 막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KBS는 미디어렙법안에 엎어서 수신료 인상까지 처리해 달라고 생떼를 쓰기 위해서다. 서울MBC는 미디어렙법안 입법을 무산시켜 자신도 직접 광고영업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회사 미디어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기 위해서다. SBS는 미디어렙법안 입법을 무산시켜 SBS미디어홀딩스가 지배하는 렙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일 게다.
이런 참혹한 행태를 접하며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한 일정한 답을 얻는 소득이 있었다. 그 의문은 ‘어쩌면 저렇게 많은 지상파방송 구성원들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말을 아무런 개념도 없이 저렇게 남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었다. 직접수신률 10%도 채 안 되는 현실에서 어떻게 저렇게 버젓이 ‘지상파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불편해 하던 필자의 의문이 풀린 것이다. ‘그래 쟤들은 개념이 없고 오로지 눈앞의 이익만이 전부인 거야’라는 게 필자가 얻은 해답이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거기에 얼마나 많은 책임이 따를 것인지, 이를 위해 지상파방송 내부 구성원들의 상당한 희생을 수반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심각하게 말하면, 그저 지금까지 ‘배부른 돼지 ××들’의 꿀꿀 대는 소리만 있었을 뿐이라고 필자에게는 다가온다. 그들에게 ‘무료 보편적 서비스’는 옆집 동네 강아지 이름 정도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소속된 방송사의 이해와 맞지 않다고 반드시 해야 할 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방송사이기를 포기하는 행태다. 조폭 양아치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간 것이다. 국회에서 하는 일이 방송사의 이해와 맞지 않을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을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감히 단언하건대, 현재 지상파방송 3사의 카메라는 그것이 여러 대 등장하건 한 대도 안 등장하건 ‘사회적 흉기’로 변질됐다. 이런 공갈과 협박에 굴복하지 말아줄 것을 국회에 당부 드린다. 5일 문방위 전체회의와 10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미디어렙법안을 입법해 주실 것을 요구한다. 단, 더 이상 법안을 훼손하지 말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왜 법안을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유가 있는 법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걸출한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하며 18대 문방위 의원들에게 ‘그래 미디어렙이란 규제는 우리가 유지 존속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종지미’를 거둬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대의에 대한 헌신으로서의 열정이 우리를 정치가로 만들 수 있으려면, 그것은 헌신과 동시에 바로 이 대의에 대한 우리의 책임의식을 일깨우는 열정이라야 하며, 더 나아가 이런 책임의식이 우리의 행동을 주도하도록 만드는 열정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균형 감각이며, 이것은 정치가의 매우 중요한 심리적 자질입니다. 균형 감각이란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곧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입니다. ‘거리감의 상실’은 그것 자체로서 모든 정치가의 가장 큰 죄과 가운데 하나입니다.”(막스 베버, [작업으로서의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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