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3일자 기사 '미디어렙 보도, 공영방송 뉴스일까 사내방송 뉴스일까?'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자사 입장’만 가득한 공영방송 보도의 오늘
방송광고판매대행(미디어렙) 법안을 다루는 방송사들의 보도가 점입가경이다. 미디어렙 법안이 각 방송사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보니, 형식은 분명 뉴스지만 실제로는 각 방송사의 입장만을 노골적으로 담은 영상들이 잇달아 전파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한 방송사들의 입장은 각각 다르다. KBS의 경우, 미디어렙 법안과 함께 KBS 수신료 인상 연계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MBC의 경우에는 공영 미디어렙에 MBC를 묶으려는 움직임에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SBS 또한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를 금지한 방안을 반대하면서 SBS미디어홀딩스의 자사 미디어렙 영업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각 방송사의 입장은 뉴스를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 1월2일 KBS <뉴스9> 화면 캡처
특히, 공영방송 KBS는 미디어렙 법안의 핵심을 보도하기 보다는, 혹여나 KBS 수신료 인상이 미디어렙 법안에 가려져 좌초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 표정을 보도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KBS는 2일 ‘뉴스9’ 리포트에서 “TV 수신료 인상안이 또다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질 좋은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선 한시가 급하지만 18대 국회도 허송세월만 했다”며 수신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국회를 규탄했다.
KBS는 그러면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려는 국회의 행보에 대해서는 “더구나 상업 방송과 종편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미디어렙법은 서둘러 처리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며 “품격 있는 공영방송 만들기란 공적 책무는 방기한 채 일부 언론의 이익과 당리당략만 쫓았다”고 맹비난했다.
▲ 1월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는 이보다 더 노골적이다. 공영 미디어렙으로 묶는 방안이 미디어렙 법에 포함될 움직임이 보이자, MBC는 보도를 통해 여야가 합의 처리하려는 미디어렙 법안을 연일 때리고 나섰다.
다음은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MBC가 전한 미디어렙 관련 리포트의 제목이다.
MBC의 이 같은 보도는 순수한 의도로 미디어렙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미디어렙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미디어렙 법안의 필요성과 핵심, 장점과 단점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미디어렙 법안이 늦어짐에 따라 피해 볼 것으로 예상되는 취약 매체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MBC 미디어렙 관련 보도, 그 어디에서도 이 같은 부분은 찾을 수 없다. 그저 공영 미디어렙에 MBC가 묶이게 된 상황에 대한 분풀이와 정치권을 향한 노골적인 항의만 가득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미디어렙 법안을 둘러싸고 두 개의 공영방송이 보이고 있는 보도 행태는 그저 놀랍다. 방송 뉴스가 가져야 할 공공성 따위는 애당초 기대하기 힘들다. 공영방송 뉴스인지, 자사 입장을 전하기 위한 사내방송 뉴스인지 헷갈리는 이 상황에서, 이 두 개의 방송사를 공영방송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조차 의문이다. “언론이 외면할 때 우리는 스스로 언론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통합진보당 포스터의 문구가 또렷이 빛을 발하는 2012년의 우울한 어느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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