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9일자 사설 '[사설]일감 몰아주기도 모자라 ‘통행세’ 챙기는 재벌들'을 퍼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재벌의 광고·시스템통합(SI)·물류 업종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등을 실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공정거래와는 거리가 먼 재벌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부거래 비중이 70%를 넘고, 내부거래의 사업자 선정은 90% 가까이 수의계약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맡은 뒤 중소기업에 위탁해 이른바 ‘통행세’를 챙기는 사례까지 있었다.
조사 대상이 된 3개 업종은 그동안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비판받아온 대표적인 분야다. 삼성·현대차·SK·LG 등 상위 재벌 대부분이 이들 업종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대개 총수나 그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거나 경영의 핵심을 맡고 있다.
조사 대상 20개 기업의 매출액 12조9000억원 가운데 71%(9조2000억원)가 계열사로부터 수주한 내부거래였고 내부거래 비중은 해마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 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이 83%, 광고 69%, SI 64% 등이었다. 내부거래의 사업자 선정 방식은 수의계약이 88%였고, 경쟁입찰은 12%에 그쳤다. 물류의 수의계약 비중은 99%에 이르렀다. 반면 이들 기업이 비계열사와 거래한 3조7000억원 가운데 수의계약 비중은 41%에 그쳤다. 제 식구에게 일감을 줄 때는 12%만 경쟁입찰에 부치고, 남에게 줄 때는 59%를 경쟁을 통해 계약한 것이다. 도저히 공정거래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구조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일감 몰아주기도 모자라 단순히 거래 단계만 추가해 불로소득을 취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 광고회사는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홍보영상 계약을 3억1000만원에 수주한 뒤 중소기업에 2억7000만원에 하도급을 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4000만원을 챙겼다.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받고 나서 일은 중소기업에 넘기고 중간에서 통행세로 배를 불린 것이다.
‘그들끼리의 주고받기’라 할 수 있는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가 판치면 재벌 소속이 아닌 기업은 설 땅이 없어진다. 아무리 유능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도 재벌 계열의 기업에 사업참여 기회를 박탈당하게 돼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더구나 이런 식의 일감 몰아주기로 기업을 고속성장시킨 뒤 경영권 승계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것이 재벌의 관행이 되다시피했다. 공정위가 뒤늦게나마 일감 몰아주기의 ‘핵심’을 직접 들여다보고 실상을 공개한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를 ‘여론의 압박’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일감 몰아주기를 뿌리뽑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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