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1-11-09일자 기사 '조선팔경의 하나, 단풍이 아름다운 백양사'를 퍼왔습니다.

여행, 맛집, 문화를 사랑하는 송쓰의 명랑한 하루

거대한 봉우리와 우거진 단풍나무를 자랑하다.


서울에서 4시간이나 차를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장성 백양사. 백양사의 원래의 이름은 백암사, 정토사였다고 합니다. 16세기에 이르러 이 절을 다시 세운 환양스님이 절에서 매일 ≪법화경≫을 읽고 외우자 하얀 양(백양 : 白羊)들이 불경을 읽는 소리를 듣고 절에 몰려오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절의 이름을 ‘백양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백양사는 절 안에 극락전, 대웅전, 사천왕문 등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1,400여년이 넘는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절입니다. 하지만 절 뒤로 백암산의 학봉· 상왕봉 · 사자봉 · 가인봉 등의 가을 단풍의 절경과 겨울 설경 등이 유명해, 백양사 일대는 예로부터 ‘조선팔경’의 하나로 유명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같이 간 사진사분도 백양사 촬영을 10번 이상 와 보았다고 말하니, 우리들은 멋진 가을단풍을 볼 기대에 가득 차 절에 도착했습니다.


백양사의 들어가는 입구를 조금 걸어가다 보면 한옥으로 만든 전시관이 하나 나옵니다. 감나무 가 빨갛게 익어가는 전시관의 한옥 담장에서 바라본 백학봉의 모습은 그야말로 거대하기만 합니다. 조금 더 길을 가다보면 백양사를 거쳐간 스님들의 사리와 탑비가 모셔져 있는 담장 안 대문 바깥의 모습만 보아도 벌써 전라도에 많은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걸 한눈에 알았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의 큰 연못은 어찌나 절경이던지요. 사방으로 나무가 우거진 넓은 연못 위로 단풍 나무가 그늘져 있고 저 멀리 보이는 노란 은행잎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그런 장관이 펼쳐집니다. 과연 조선팔경 중의 하나요, 가을과 겨울 많은 사진가들과 여행가들의 인기를 받는 절로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연못 위 기다랗게 놓인 다리에서 할아버지와 손녀는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저리도 정답게 나누는지… 손녀의 재롱을 받아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인자하기만 하네요. 연못을 지나 20여분 걸어가는 길은 수십 수백년도 더 될듯한 고목들이 우거져 있습니다. 한창 가을 단풍물이 들어가는 백양사 가로수길을 걸어가는 연인의 모습에서 살짝 질투를 느끼기도 합니다.


드디어 저 멀리 단풍나무 사이로 백양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들은 얼른 백양사 앞 속세와 절의 경계를 가르는 냇가의 돌다리 위에 서서, 아름다운 백양사의 모습을 담아가기 시작합니다. 올해 단풍은 수분이 적어 많이 타버려 아쉽기는 하지만, 저 멀리 백학봉을 뒤로 하고 단풍의 옷을 입고 있는 백양사 누각의 모습은 어찌나 장관이던지요. 냇가에 은은하게 떨어진 아기단풍들 사이로 빼꼼이 고개를 내민 백양사의 물그림자는 적절하게 조화와 대비를 이루며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냅니다. 금요일 오후였던 이 날도 백양사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냇가 의자 위에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네요.


절 안으로 들어가니 바위산에 둘러싸인 백양사의 모습이 더욱 그림같이 보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 안에서 공부를 하는 스님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네요. 구석구석 백양사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잠깐 물을 마시며 다리를 쉬기도 하고, 대웅전 안 부처님의 모습을 바라보기도 합니다.백양사를 돌아 나오는 길에도 좀 더 단풍이 많이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기에 그리고 이제 겨울에도 멋진 경치인 걸 알았으니 다음의 더 즐거운 여행을 약속하며 못내 섭섭한 발걸음을 따라 돌아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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