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18일자 기사 '검찰, 거짓말한 박희태에 방문조사라니'를 퍼왔습니다.
[칼럼] 관련자 입에만 의존, 검찰 수사태도 '눈가리고 아웅'
검찰의 전 한나라당 전당대회 관련 돈 봉투 사건에 대한 수사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마치 면죄부를 주려는 듯한 의구심을 자초한다. 검찰은 적극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데 기여하는 수사를 할 태세가 전혀 아니다. 검찰은 철저하게 관련자의 입에만 의존해 수사하다가 서둘러 수사를 끝내려는 태도를 감추지 않는다.
이 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전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누가 돈 봉투를 받았고 사건이 폭로된 뒤에도 침묵하는 뻔뻔스런 모습을 보였느냐 하는 것이다. 돈 봉투를 누가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삼척동자의 눈에도 뻔했다. 그러나 검찰은 돈 받은 쪽에 대해서는 얼굴조차 돌리지 않는 수사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이 국민의 혈세를 받고 유지되는데 대한 최대의 서비스는 정당의 비리의혹을 규명해 정치를 정의롭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검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집권당에게 최대한 불똥이 튀지 않게 하는 수사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 국민을 상대로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꼴이다.
돈 봉투 사건 관련자들의 양심고백이나 증언을 통해 사건의 윤곽은 벌써 들어나 있어 국민들은 다 꿰뚫어 보고 있는데 검찰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이 사건은, 고승덕 의원의 폭로 이후 관련자들이 하나같이 ‘나는 아니다, 모른다’는 식으로 국민을 향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런 거짓말행진은 검찰이 철저히 수사를 안 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한 달이 지나도록 진전된 사항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비서 양심선언이 나왔다. 이 바람에 박 의장이 사의를 표한데 이어 김효재 정무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양심선언은 ‘사건 윗선’의 무책임한 태도를 나무라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검찰이 수사를 대충 덮으려는 하는 태도를 정면에서 강타한 고발장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종전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를 조금도 바꾸지 않고 있다.
김효재 전 수석이 검찰에 소환되어 계소 범행을 부인하고 다른 관련자와의 면담을 거절하는데도 검찰이 적극적으로 무엇을 시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의 '뿔테男'이 러시아에서 극비리에 귀국해 수사를 받았다는데 검찰에서는 단순 전달자로 결론 낸 듯하다는 보도가 나온다. 검찰은 사건의 구경꾼이거나 들러리와 같은 모습이다.
검찰은 박희태 국회의장을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조사하지만 현직 의장 예우 차원에서 검찰 소환조사가 아닌 방문 조사할 예정이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면 조사 장소는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이 아닌 검찰청사가 되어야 한다.
박 의장은 지난 1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돈봉투 살포 사실을 사실상 시인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입으로 "일종의 집안 잔치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가지 관행들이 있어왔던 게 또한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장 스스로 돈봉투 사건의 핵심 관계자라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 동안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에 사과하지 않았다. 법을 만드는 기관의 수장으로 국민의 법의식, 법 감정을 손톱만큼이라도 헤아렸다면 하지 못했을 태도다. 이런 국회의장을 검찰은 예우와 전례를 고려해 공관 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관에서 조사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박 의장이 지난 9일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사퇴서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무한정 기다릴 수 없어 신속한 조사를 위해 방문조사를 택했다고 밝혔다.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검찰은 국회의장을 검찰청사로 소환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전례를 이어가고자 한 듯하다. 이는 선진화된 국민의 법 감정에 정면 배치되는 행위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다음 주쯤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한꺼번에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무슨 말인가? 돈을 준 사건을 관련자들의 입에만 의존하고 돈 받은 쪽은 백지로 남겨 둔 채 종결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대충 뻔한 것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자초하는 행위다. 집권당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검찰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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