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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6일 월요일

[사설] 야권연대, 자기를 먼저 버려야 견고해진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5일자 사설 '[사설] 야권연대, 자기를 먼저 버려야 견고해진다'를 퍼왔습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어제 4·11 총선에 나서는 서울 관악을의 야권 단일후보를 내놨다. 이 대표는 “긴 시간 애써 만들어온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로 인하여 혼란에 빠졌다. 몸을 부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참모가 여론조사를 조작한 데 대한 비난여론이 쏟아지면서 야권연대마저 파국 위기에 빠지자 결국 사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한때 이 대표의 사퇴 거부와 민주당·시민사회의 퇴진 압박 등 갈등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 대표의 거취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연대 성패는 물론이고 도덕성을 내세우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하나의 시금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정당 사상 최초의 40대 여성 대표인 그에게 일개 국회의원이 아닌 진보정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던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대표의 사퇴는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를 떠나 야권연대 등 보다 큰 틀의 대의명분을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역시 “야권연대가 승리하도록, 반드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가장 낮고 힘든 자리에서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파동의 와중에서 야권연대는 그 취약성을 여지없이 노출했다. 문제가 된 관악을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희철 의원은 경선 패배 직후부터 불복 조짐을 보이더니, 민주당과 진보당의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민주당이 경기 안산 단원갑 경선에서 패한 자당 후보에게 공천장을 준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후보 단일화가 한 개인의 의사에 따라 흔들려도 대책이 없고, 지도부까지 ‘장군·멍군’식 대응을 하는 마당에 무슨 신뢰로 연대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진보당의 경우도 이 대표가 한동안 사퇴 거부로 버틴 배경에는 당내 파워 게임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야 할 구태의 사슬이다. 경선 여론조작이 진보정당의 조직문화 탓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권연대는 당과 정책을 달리하는 야권 세력들이 민주와 복지, 평화라는 구호 아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가설무대를 만드는 약속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1% 대 99%’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한반도 시계를 70~80년대로 되돌려놓은 세력에 대해 민의를 모아 심판하자는 다짐인 셈이다. 그런 만큼 야권연대는 범야권 세력의 깊은 성찰을 토대로 국민의 동의와 감동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것을 먼저 내놓을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야말로 야권연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입장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다면 국민들에게 배신감만 안길 뿐이다. 이번 파동이 교훈이 될지, 상처로 남을지는 앞으로 야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2012년 3월 10일 토요일

[사설] 공영방송 파업에 대한 조선일보의 악의적 왜곡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09일자 사설 '[사설] 공영방송 파업에 대한 조선일보의 악의적 왜곡'을 퍼왔습니다.
한국방송,문화방송,와이티엔,등 방송사 노조의 파업에 대해 가 터무니없는 음해를 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어제 사설에서 공영방송 파업사태를 “민주당과의 합작(품)” “총선·대선 정치판에서 일꾼이 되려 한다”고 풀이했다. 방송사 파업을 야당의 선거전략처럼 인식시켜 정치적 비판을 부추기고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전형적인 견강부회다.
방송3사 노조가 밝힌 파업의 공동목표는 공정방송 복원과 낙하산 사장 퇴진, 해고자 복직 등 크게 세 가지다. 따라서 이 요구들이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여부가 파업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잣대일 수밖에 없다. 우선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은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 방송전략실장과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공보팀장을 지냈다.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이 대통령이 임명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조차 “(이명박) 캠프 인사보다 더 캠프적”이라고 밝힌 인물이다.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취임 이후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축소보도,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의 편파보도,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판 실종 등 공영방송이 외면한 정치·사회적 의제는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비록 낙하산이더라도 언론의 본령인 권력비판 기능을 압살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대파업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파업은 공영성 상실과 굴종으로 켜켜이 쌓인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비참함과 분노가 폭발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느닷없이 를 노무현 대통령의 ‘좌청룡 우백호’ 노릇을 했다고 끌어들인 것은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언론의 공적 기능보다 제 잇속 차리기가 우선인 조선일보로선 정권의 속성에 따라 갈지자걸음을 걸었을지 모르나, 는 창간 이후 줄곧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대, 사회적 약자 보호, 남북간 적대감 해소와 평화통일 추구 등의 한길만을 걸어왔다. 이런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느냐가 정권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 이라크 파병 등 핵심 정책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언론이 한겨레였음은 조선일보도 잘 알 것이다.
조선일보의 공영방송 파업 비판은 이 문제가 총선 쟁점화하는 것을 호도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파업사태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을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2012년 3월 7일 수요일

민주통합당이 잘 나간다고? 지금이 더 위기


이글은 대자보 2012-03-05일자 기사 '민주통합당이 잘 나간다고? 지금이 더 위기'를 퍼왔습니다.
[진단] 지도력 부재 등 총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대선 패배 막아

총선 공천심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0년 지방선거 공천심사의 혼란을 능가한다. 당시에는 서울시장과 경기도를 놓쳤지만, 나머지 부분의 승리로 그 과오가 묻혀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총선 결과와 직결될 것이다. 이미 민주당의 상승세는 변곡점을 지났다. 일부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가 속출할 것이다. 야권연대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자칫 재앙에 가까운 결과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총선 이후 결과가 나빠도, 대선준비를 앞세워 총선관련 과오가 묻혀버릴 수 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대선 패배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공천이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태를 이렇게 이끈 원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원인은 지도력 문제이다. 한명숙 대표의 등장과 더불어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다. 사실 한명숙 대표는 두 차레의 장관과 총리를 지낸 화려한 정치이력에 비해 이렇다할 지도력을 보여준 바 없다. 무난한 관리형 지도자였고, 선량한 이미지의 대독총리였다. MB정부의 표적 수사로 얻게된 상징성이 그를 띄웠을 뿐이다. 하지만 통합야당의 당권장악을 노린 친노와 486 등은 그의 상징성이 필요했고, 재판받은 것 이외에는 야권통합을 위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그를 대표로 옹립했다. 친노와 486의 야욕과 그의 노욕이 만난 불행한 결혼이었다. 

한명숙 대표는 결코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것이다. 야권은 오랫동안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수첩공주라 비난해 왔다. 이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정확한 상황판단을 오도하는 측면이 있다. 사실 여기에 더 가까운 사람은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다. 총리시절 그의 역할은 대독총리에 매우 충실한 것이었다. 그가 총리로서 한미FTA에 항의하는 진보진영을 향해 발표했던 서릿발같은 성명은 그의 민주화 및 인권운동 이력과 온화한 그의 평소 성품에 비추어 그의 본의라 생각하기 어렵다. 대표가 된 지금은 역시 총리시절 못지 않게 대독대표의 역할을 즐기는 듯하다.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총리시절과는 거의 정반대의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어떠한 내적 갈등의 낌새도 주지 않는다. 그 때도 대독이었듯이 어차피 지금도 대독이기 때문인가? 문제는, 대독대표로는, 관리자로는 총선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당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잘못된 길에 들어섰고, 너무 많이 왔고, 되돌갈 용기를 내기도 어려울 상태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천에 대한 불만은 항상 있었다. 돌이켜보면 17대 총선이 있던 2004년 공천에 대해 불만이 제일 적었다. 경선방식은 조금 어설펐지만, 소수의 전략공천을 제외하고 대부분 경선을 실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례대표도 선거인단을 구성해 순위결정을 위한 경선을 실시했다. 중앙당 공심위는 범법 사실과 같은 자격심사에 충실했고, 이번과 같은 인위적 컷오프는 하지 않았다. 사실 민주적 정당에서 중앙당이 공천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돌이켜 보면 중앙당의 공천권한이 커질수록, 정당의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록 공천심사에 대한 불만은 높아졌다. 김대중 총재의 지도아래서 겉으로 드러난 불만이 적어 보였던 것은 김총재 자신이 신진인사 발탁에 적극적이었고, 그의 권위로 당내 기득권세력의 양보를 종용하고 불만을 잠재웠기 때문이다. 아마도 김총재에 버금가는 대중정치인이 자리잡고 있는 새누리당의 상황이 이와 유사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김총재와 같이 범접할 수 없는 권위가 사라진 야당에서는 또다시 중앙당의 공천권을 강화한다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민주주의의 후퇴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한명숙 대표와 손잡고 당권을 장악한 친노와 486이 바로 그런 일을 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엿장수 기준에 맞춰 칼춤을 춘 것이다. 친소관계가 중요한 판단이었던 듯하다. 상호간 기득권 지키주기가 더 중요한 기준이었던 듯하다. 민주주의의 원칙은 공천편의주의 앞에 너무도 쉽게 굴복당한 듯하다. 출발부터 잘못되었다. 중앙당의 공심위는 범죄사실이나 해당행위 여부 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정해 자격심사만 담당했어야 했다. 자격을 충족하는 사람이라면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희망하는 사람 모두에게 경선참가자격을 부여했어야 했다. 경선후보가 난림하는 것이 문제라면 경선결선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짧은 총선준비기간 때문에 중앙당 공심위의 일정한 역할은 불가피했다고 치자. 어차피 공천에서 탈락한 당사자들의 불만은 불가피한 것이라 치자. 공천결과가 당원과 지지자들의 생각과 이토록 멀지 않았다면 그런 불만쯤은 무마하고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첫째, 민주통합당의 출발 자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 민주통합당은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통합이다. 당밖의 많은 시민사회세력이 동참했다. 전당대회는 문성근을 제외하면 여전히 기존 민주당 인사들의 잔치가 되었지만, 한 때 이학영이 공천심사위원장으로 거론되었다. 한명숙 대표가 임종석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당 안팎의 공심위원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민주통합당이 새로운 당으로 바뀌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둘째, 중앙당과 공심위 스스로 너무 기대를 부풀린 것도 한몫했다. 정체성을 어느 때보다 중시할 것이라 자랑했다. 정치신인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공언했다. 무엇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드릴 것이라 약속했다. 결과는 공천에서 탈락한 본인들은 물론이고 당원과 지지자들이 보기에 어느 한 가지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공심위가 여러가지 심사기준을 말했지만 공심위가 현역을 주로 단수 공천하고, 정치 신인들을 제거하는데 사용한 주요 근거는 경쟁력이라 한다. 다른 말로는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를 공천결정의 근거로 삼는 것처럼 비정치적이고 어리석은 것은 없다. 2002년에 민주당이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정했다면 노무현이 아니라 이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의 후예를 자처하는 자들이 여론조사를 공천심사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가지 더 보탠다면 총선전략도 그렇다. 지금 민주당 주변에서는 한미FTA 폐기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절대적이지 않으니 MB심판을 앞세우자는 견해와 정체성의 핵심이므로 이게 우선이라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당권파인 친노와 486은 후자가 선거를 모른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할 때도 일부 당내의 반발과 진보 진영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하던 말은 여론조사상 다수 국민이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꼭 그런가? 여론조사는 참고사항일 뿐이지 결정권을 가져서는 안된다. 여론조사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출처] 민주통합당 공천의 문제점|작성자 윤석규

호남지역 현역의원들을 심사하기 위해 도입된 다면평가제는 코미디에 가깝다. 현역의원들이 동료 현역의원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동료 현역의원들 공동의 이익을 지키는데 얼마나 충실한가 여부이다. 의료사고를 규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입증을 도와야 할 동료의사들이 동료의사에 맞서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검찰과 사법부의 비리를 전담하는 공직수사비리처가 필요한 이유는 그들의 끈끈한 동료애 때문이다. 어떤 개혁적인 의원이, 동료의원들의 시각에서 볼 때는 튀는 의원이 동료의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그에 대한 다면평가가 높을리 만무하다. 부패방지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공심위원장이 동질적 집단 내에서 부패에 대한 내부자 고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리 없건만 이처럼 어리석은 기준을 채택했다는 것이 의아하다. 달리 말하면, 너무 가혹하게 들릴리 모르지만, 이번 공심위의 심사방식에서 숙고한 흔적을 찾기란 쉽지만은 않다. 

모발일 경선은 처음부터 적지 않은 우려를 안고 있었다. 지역구별로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총선경선은 전국이 단일선거구로 치루는 전당대회와 다르다. 조직선거, 돈선거가 되는 것이 너무도 자명했고, 진작 우려가 제기되었다. 새누리당과 동시경선 및 모바일 경선 협상이 타결되었더라면 상황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협상이 깨졌을 때 방향을 선회했어야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흥행성공에 눈이 먼 지도부는 귀를 닫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그토록 소통부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 민주통합당의 지도부가 불통에 빠진 결과다. 

지금 민주통합당은 심각한 위기다. 그 원인도 자명하다. 당권파의 항변 또는 침묵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시민통합당을 통해 당에 참여한 시민운동 출신 지도력들의 침묵은 이채롭다. 나아가 절망스럽다. 문성근 혼자 최고위원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듯하나, 백만민란을 추진하던 열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를 바라는 주요 지도력들은 완벽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남윤인순, 김기식, 최민희, 이학영, 송호창, 이용선 등 제씨가 시민운동 시절에 보여주던 기개와 비판정신을 온데간데 없다. 민주통합당의 쇄신의 동력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기득권 카르텔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 참여한 시민운동 지도자들의 진정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총선도 문제지만 총선이후가 더 문제다. 지도부의 연이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이 과반의석에 성공하면, 아니 제1당만이라도 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만약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을 경우 민주통합당은 책임론을 둘러싸고 커다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미 공천결과에 대해 당내 계파간 온도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크게 보아 현 당권파와 입장을 같이하는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의 공천이 개혁공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통합당 지지자 일반과 비당권파의 공천평가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큰 싸움이 예견된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의회지배를 끝낼 절호의 기회가 점점 우리의 과로때무에 사라져가는 것에 분노를 멈출 수 없다. 아직은 필자도 그 일원인 민주통합당이 역사앞에 커다란 죄악을 범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 공천을 포함해 이미 총선준비는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를 잃었다. 총선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의 과제다.

"SNS 잘못하면 징역? 트위터 보안법!"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06일자 기사 '"SNS 잘못하면 징역? 트위터 보안법!"'을 퍼왔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시 징역형 권고…"여론 입막기 바쁜 총선"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허위사실 유포를 할 경우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강화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 범죄 가운데 인터넷과 SNS 등에 당선 유무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당선무효형 이상을 선고하는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외에도 금품으로 유권자나 후보자를 매수하거나 이해유도를 하는 경우, 후보자나 후보자 가족 등이 선거구 내에 있는 단체·개인 등에 기부행위를 하는 유형에도 엄중한 양형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트위터리안들은 "여론 입 막기 바쁜 총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트위터리안들은 "사법부가 정확한 저울추 구실을 할까요?", "사실을 이야기해도 처넣는 놈들이 유권자들 겁 옴팍주네", "SNS조차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는구나!", "예전에는 '막걸리 보안법', 지금은 '트위터 보안법'" "이제 블랙박스 하나씩 갖고 다녀야 할 듯", "표 하나 더 얻자고 꼼수를 부려선 안 된다" 등 비판이 쇄도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발표 이후 트위터상에선 "허위사실을 유포하셨군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예를 덜어 파워 트위터리안 만화가 강풀이 "원래 흐린 날엔 짬뽕이지. 역사적으로 그랬어. 진짜야. 진짜라니까"라는 멘션을 올리자 한 트위터리안이 답글로 "허위사실 유포입니다, 징역!"이라며 으름장을 놓는 방식이다. 트위터리안들은 이런 방식으로 개정법을 조롱하고 있다. 

2012년 2월 28일 화요일

‘盧 부관참시’ 검찰 개혁 방어용?…대선까지 끌고갈듯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28일자 기사 '‘盧 부관참시’ 검찰 개혁 방어용?…대선까지 끌고갈듯'을 퍼와쑈습니다.
조갑제· 의혹제기로 일사천리…검찰총장 총대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 수사 재개와 관련 12월 대선까지 끌고 가다가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골적인 선거 개입일 뿐 아니라 총선 뒤 대대적인 검찰 개혁 요구에 대한 ‘방어용 카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에 따르면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속성상 이 사건 사실 여부를 결론 내지 않고 최대한 가지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된 조현호 경찰청장 사건과 비슷하게 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은 결국 12월 대선까지 사건을 끌고 가다가 검찰에 최대한 유리한 결론을 낼 것으로 보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라고 해설을 덧붙였다. 실제로 이 기획관은 이날 수사가 오래 걸리느냐는 질문에 “그렇게들 보시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노정연씨 사건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의혹 제기로 다시 불거졌다. 지난 1월 18일 조 대표는 전날 발매된 ‘월간조선’ 2월호에 자신이 기고한 란 글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후 조 대표와 행동을 같이해온 국민행동본부가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수사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조갑제닷컴에 따르면 노정연씨는 전 삼성 간부의 딸인 경모씨로부터 2009년 1월 100만달러 반환을 요구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씨를 아는 미국 시민권자 이모씨의 동생이 과천역 비닐하우스에서 박스 7상자에 담긴 13억원을 받아, 수입자동차 거래상 은모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동생 이씨는 이 돈은 최종적으로 경씨에게 전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현재 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최근 체포영장을 받아 체포해 조사했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특위 송호창 변호사는 2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도에 검찰이 스스로 내사종결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건인데 이것을 갑자기 한 보수단체의 진정서가 접수됐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수사가 재개된 것이 너무나 이례적”이라고 ‘정치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송 변호사는 “그 진정서 내용자체도 사실은 수사를 다시 재개할만한 그런 정도의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주 민감한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이런 수사를 다시 한다고 하는 것이 상당히 좀 정치적인 어떤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라며 “현대판 부관참시”라고 비난했다. 

또 돈 상자에 대해 송 변호사는 “기사에 보면 과일상자가 7개가 담겨 있고 그 안에 13억이 있다 라는 식으로 얘기가 되고 있는데 통상 과일상자 한 박스는 1억이라고 본다”며 “관련해서 수많은 현장검증도 있었고 법원 검찰에서 돈을 다 넣어보고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일단 사진에 나오는 건 3박스밖에 없고 그리고 7박스라고 하더라도 7억인데 13억이 어떻게 전달될까 라고 이렇게 (우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사진의 진위 여부부터 먼저 확인하고 그 얘기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그런 것(사진 진위 여부)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진정사건, 언론보도 하나를 가지고 일반 검찰청의 수사부나 조사부 정도가 아니라 대검 중수부가 다시 수사를 재개한다 라고 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인 배경이 너무 강하다”고 성토했다. 

은 이날 “총선 앞두고 노정연씨 사건 꺼내는 저의가 뭔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유감 표명과 함께 일체의 관련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검찰이 수사를 갑자기 재개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그동안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인시위까지 하면서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조현오 경찰청장을 수사하라고 요구할 때는 미동도 하지 않던 검찰이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수사 재개를 강행했다는 점이다”며 “어떤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지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진정서 접수 뒤 얼마 되지 않아 수사를 재개한 데는 분명 다른 뜻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따른 것이라고 믿어주기엔 검찰이 이제껏 해온 나쁜 짓이 차고 넘친다”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 피디수첩 사건 등 숱한 표적수사와 청부수사를 저질러온 검찰이 하루아침에 제 버릇을 남 주기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옛 사건을 맡았다고는 해도 중수부가 나섰다는 건 검찰총장이 직접 총대를 메겠다는 뜻이다”며 는 “검찰 주변에선 야당이 총선 뒤 대대적인 검찰 개혁을 공언하는 데 대해 방어용 카드가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꼬 지적했다. 

는 “그러나 이런 식의 수사가 계속되면 총선 뒤가 아니라 당장 총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부담은 검찰이 짊어지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꼴이다. 검찰 수뇌부는 수사의 이런 측면을 깊이 고려하기 바란다”라고 강력 경고했다.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대선판세 가르는 ‘4·11 낙동강 전투’


이글은 대자보 2012-02-23일자 기사 '대선판세 가르는 ‘4·11 낙동강 전투’'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부산경남 민심 이반, 민주당 교만하면 민심 표변 알아야

1990년 3당합당 이후 지역주의가 고착화되어 연고지역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영남-호남에서는 당선이 보장되었다. 공천이 곧 당선이었다. 그 까닭에 양대 정당이 영남-호남지역을 양분해 완전히 석권해 왔다. 그런데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0년간의 정치적 연대인 PK+TK에 균열양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이 격전지였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PK가 최대의 격전지로 떠올라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역대 대선을 보면 PK의 향방이 대선의 판세를 가른다는 점에서 ‘낙동강 전투’로 비유될 정도이다. 

PK는 전통적인 야성지역이다. 1960년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한 봉화도 마산에서 먼저 들었다. 박정희의 유신체제에 종언을 고하는 1979년 부마항쟁도 부산-마산이 진앙지였다. PK는 신군부에 치명타를 준 신당 돌풍의 주역이기도 하다. 1985년 12대 총선에서 YS-DJ가 주도한 신한민주당의 후보 5명을 모두 당선시켰던 것이다. 관권과 금품이 난무한 부정선거였지만 신군부의 민주정의당은 2석을 얻는데 불과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13대 총선에서는 YS의 통일민주당이 15석 중 14석을 석권했다. 

1990년 YS의 민주통일당이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JP의 자유민주연합과 합당하여 민주자유당이 태어났다. 이른바 3당합당이다. YS의 연고지역인 PK가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연고지역인 TK와 정치적 연대를 맺은 것이다. 이후 PK는 줄곧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이었다. 노무현은 PK출신이다. 그럼에도 PK에서 그의 도전은 번번이 실패했다. ‘호남당’이란 간판이 패인이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그는 새천년민주당의 후보로 입후보했다. 그런데 PK에서 그의 득표율은 29.4%에 그쳤다. 반면에 지역연고가 없는 한나라당의 이회창은 65.3%의 득표율을 올렸다. 호남의 지지가 노무현을 당선시켰던 것이다. 

MB정권 들어 그 철옹성 같던 PK가 영남지역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가 그 시발점이다. 무소속 김두관의 경남지사 당선은 예상 밖의 승리였다. 그는 2003년 노무현 정권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후 2004년 총선, 2006년 경남지사, 2008년 총선에 출마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 점에서 그의 당선은 이변이다. 그와 함께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정길이 45%란 높은 득표율로 약진했다. 기초단체장 10명, 광역의원 23명, 기초의원 174명의 당선됐다. 한나라당의 아성 PK에서 일어난 파란이다. 서울시장 선거패배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날치기의 후폭풍이 MB정권의 권력누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MB 친인척-측근 비리가 MB정권을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그 틈을 타서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접수하고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친이계의 무저항이 그것을 말한다. 그 배경에는 PK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PK의 이탈은 곧 대선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불만은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불통-강압통치와 TK우대-PK박대 인사에 대한 저항이 깔려있다. 

2007년 12월 대선의 승패는 노무현 심판론이 결정했다. MB의 압승은 친노세력에게 동면의 세월을 안겨줬다. 하지만 MB의 실정은 4년만에 그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노무현의 비서실장 문재인을 부산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그 선봉장으로 문성근이 나섰고 김정길이 가세했다. 친노세력이 화려하게 부활하여 민주통합당의 지도부를 장악했다. 부산 공략을 통해 대권까지 간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조심스럽게 무소속으로 관망하던 김두관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 기치를 들고 통합대열에 가세했다. 다분히 호남을 의식한 대목이라 대권 도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총선 이후 상황전개에 따라 결행하겠다는 뜻이다. 

TK와 PK가 합세한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1992년 김영삼, 2007년 이명박 당선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 지역이 분열한 1997년, 2002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노무현한테 실패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간판을 바꾸고 탈색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같은 이유로 민주통합당이 PK에 공을 들인다. 4·11 총선에서 문재인의 부산, 김두관의 경남이란 거점공략이 승기를 잡으면 대권쟁취의 열쇠를 쥘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동성이 너무 크다. PK는 항구도시, 공업지대가 포진해 있어 외지인, 노동자가 많아 역동성이 높다. 민주통합당이 교만한 표정을 짓는 순간 민심도 표변한다는 점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사설] 이 대통령, 임기말을 ‘정쟁’으로 지새우겠다는 건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22일자 사설 '[사설] 이 대통령, 임기말을 ‘정쟁’으로 지새우겠다는 건가'를 퍼왔습니다.
임기를 1년 남긴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매우 소박하다. 지난 4년을 겸허히 성찰해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고, 그동안 벌여놓은 일을 원만히 마무리함과 동시에 총선·대선 등 각종 선거를 중립적으로 공정히 관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은 이런 바람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는 성찰할 대목에 자화자찬했고, 사과할 일은 변명으로 피해 갔으며, 정치적 중립 의지를 다져야 할 시점에 정쟁의 한복판에 불꽃을 지고 뛰어들었다.
친인척·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과’나 ‘사죄’ 등의 표현을 하지 않았다. 고작 “가슴이 꽉 막힌다”느니 “국민께 할 말이 없다”는 정도였다. 이 대통령의 어법으로는 이것이 사과라고 청와대 쪽은 설명하니 국민으로서는 엎드려 절 받기다. 더욱이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서는 진실 왜곡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챙기지 못해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명했으나 사실과 다른 발뺌이다. 이 대통령이 내곡동 터를 방문하고 구입을 승인했다는 것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의 증언에서도 확인된 터다. 내곡동 사저는 이 대통령이 ‘챙기지 못해’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 ‘너무 챙겼기’ 때문에 빚어진 사건이다.
이 대통령의 회견을 관통하는 또다른 핵심 단어는 ‘오해’였다. 편중 인사와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판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해야 효과적”이라느니 “특별히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 정부의 친재벌적 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반기업 정서는 나쁘다”는 엉뚱한 말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못해 ‘국민의 눈에 그렇게 비치면 고치겠다’고 말했으나, 잘못에 대한 시인 자체가 없으니 임기말까지 이대로 가다가 끝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 대통령이 회견에서 가장 역점을 둔 대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주 해군기지 등에 대한 야당 지도자들의 과거 발언록을 끄집어내 공격한 것이다. 특별회견의 방점도 사실상 여기에 찍혀 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정책의 정당성 옹호지만 실질적 내용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생존술이다. 대야 공격의 선봉장을 자처함으로써 여당 내에서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야 공세 지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공격을 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 야당 지도자들이 과거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말꼬리 잡기 식의 치졸한 정쟁에 몰두하는 것이 옳은지는 회의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만 해도 야당 지도자 발언록을 뒤지는 일은 새누리당 당직자들에게 맡기고 대통령이라면 협정의 내용을 뜯어보고 국익을 하나라도 더 챙기려 힘쓰는 것이 도리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이 각별히 요청되는 시기에 정반대 행보로 정국을 더욱 혼탁하게 만드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실망스럽다.

[사설]한·미 FTA, 되돌릴 수 없는 협정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22일자 사설 '[사설]한·미 FTA, 되돌릴 수 없는 협정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일을 오는 3월15일로 합의한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 이로써 협상이 시작된 2006년 6월 이후 5년 가까이 끊임없는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채 국론을 분열시켰던 한·미 FTA는 국내법에 따른 공포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우리는 협상 개시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미 FTA를 반대해왔다. 그것은 한·미 FTA가 단순한 교역확대 조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관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미국화’를 초래할 유례없는 조약이란 사실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그 병폐와 한계를 드러낸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이식을 가속화하는 틀로 인식해왔다. 그만큼 한·미 FTA의 본질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사법주권 침해·공공정책 결정권 훼손·개방후퇴 불가 등의 폐해를 낳게 될 독소조항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협정 발효에 이르게 됐다.

이제 한·미 FTA가 발효되면 대기업이나 자동차·정보기술(IT) 업종을 비롯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일부 계층과 산업에는 이익의 기회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역 증가가 가져올 경제적 득실의 중요성은 부차적이다. 영세 중소기업·자영업·농어업 등 경쟁력이 뒤지는 분야와 취약계층에게는 몰락을 재촉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결코 ‘피해대책’이란 이름의 금전적 보상으로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방 파고에 맞춰 경쟁력을 높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단순하고 무책임하며 허황된 것이었는지 그 허상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업종간·계층간 양극화의 가속화도 불보듯하다.

현재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의를 모아 한·미 FTA를 밀어붙인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FTA의 재협상과 폐기를 관철하자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눈앞의 표만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길 바란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투 사례처럼 사태를 방관하다가 뒤늦게 나서서 영세상인 보호를 외치는 꼴이 돼서도 안된다. 만고불변의 조약이란 없다. 다시 협상하고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와 각오가 필요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지난해 한·미 FTA를 ‘이혼도 못하는 결혼’에 비유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현실화하는 재앙을 회피하는 노력과 결단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몫이다.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7일자 기사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를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정부와 한나라당 쪽에서 영리법인병원 추진을 줄기차게 주장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영리법인병원 추진이니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니 하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조차 평생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주요내용으로 포함하는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판이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표 떨어질 이야길 일체 삼가는 상황이고, 청와대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되지도 않을 이야기를 해봐야 득이 될 것이 없으니 입을 다물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통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경제특구의 레칫 조항과 같은 의료민영화 추진의 중요한 수단 하나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민영화 관련 법·제도의 변화는 제대로 이루어 낸 것이 없는 실정이다. 국민적 우려와 반발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굳이 이 시점에서 제기하는 이유는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개개인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참여정부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까지 의료민영화 추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와 배경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우선 그 배경부터 짚어보자.

일련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은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보건의료개혁의 한국판 버전으로서 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우파가 주도한 의료개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다. 과거 선진국의 경험을 놓고 볼 때 이러한 국면에서 취한 대응방식은 유럽식 복지국가 전략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보편적 복지의 확대와 미국식 금융·의료·교육산업 육성 전략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2000년대 초반이라는 구체적 시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본격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지난 10여년의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청와대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부 당국은 일련의 의료민영화 조치들을 통해 자본시장의 여유 자금을 의료시장으로 유입시켜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자 시도 한 것이다. 즉,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합법화와 의료비 재원 조성과 배분을 담당하는 민간보험회사의 활성화가 그 요체였다.

이 두 가지 조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란 점에서 '의료민영화'라 명명되어 왔던 것이고. 그 어떤 집권 세력이든지 청와대 입성 후 가장 절실한 국정운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을 외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안타깝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고, 웬만한 지금의 웬만한 여야 정치인들도 결코 예외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둘째,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의료 관련 기업들이 의료시장에 들어와서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의료기관을 그 산하로 인수하여 돈을 벌고, 동시에 보험회사를 통해 의료보험상품을 보다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직접 투자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도 비슷할 것이다. 이들이 갖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인천 송도에 삼성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영리법인병원 설립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소식이 계속되고 있는 데, 이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셋째,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저수가 체계와 과도한 경쟁에 지쳐하는 의료계 일각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이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환자유치 경쟁 구도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투자가 절실한 상황인데, 영리법인병원 합법화는 이러한 갈망에 들어맞는 정책 대안이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해서는 영리법인병원 합법화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계기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흔들어 수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수익이 높은 민간의료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의도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일부이지만 영리법인병원을 통해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서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소위 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의 영리법인병원 성공사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의료산업 선진화를 통한 국부 창출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를 통한 수출 증대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었다. 태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도 의료로 달러를 벌어들인다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단순 논리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인식이 한국사회 주류의 인식을 장악해 나가면서 영리법인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로 대변되는 의료민영화 추진방향이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 ⓒ뉴시스

이 네 가지 흐름과 요인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최근 10여 년 동안 '의료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우파적 의료개혁 흐름이 맹위를 떨쳤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그들이 추진한 의료개혁의 성과가 기대보다 변변치 못했던 것일까? 왜, 국민적 반감과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일까? '신자유주의 의료개혁이기 때문에' 식의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주장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가장 큰 이유는 의료시장을 통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전가시키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만 의료를 통해 내수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느냐이다.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그 부담주체는 국내 환자와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환자이다. 국민들에게 돈 더 내라는 이야기는 꺼내기가 어려웠는지, 열심히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 논리만 더 큰 소리로 되풀이 해댔다.

이 대목에서 의료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경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 미국은 그 비용을 기업과 세금을 매개로 국가가 부담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미국 의료체계가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이전부터 미국 의료비의 대부분을 기업과 국가가 부담해왔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미국 내수의 버팀목으로 성장해 올 수 있었다. 지금에야 너무 비대해지고 낭비적인 탓에 국가와 기업들이 그 비용의 적지 않은 부분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면서 반발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지만. 만약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국가와 기업이 국민들에게 내수산업 육성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추가 비용을 온전히 국민들에게 요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둘째, 정부 당국과 기업에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 부담 주체로 상정한 해외 환자들의 규모가 국가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해외환자들이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이 1,000억 원을 넘기 시작했다. 한류 바람이 뒤를 받쳐주고, 최소한 지난 5년간 정부와 민간에서 정말 열심히 일한 성과가 이렇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기업(섬유산업) 한 곳의 매출액이 같은 해 1조 5천억 원을 넘긴 것에 비하면 한 국가의 전략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의료관광 산업의 성공은 누가 더 저렴한 임금과 비용으로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개도국에도 공부 잘해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교육받고 수련 받은 우수한 의사들이 있고, 이들이 영리법인병원을 매개로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선진국 의료소외계층들에게 제시하기 때문에 의료관광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경쟁 원리가 섬유산업이나 신발산업과 똑 같다. 이러니 우리의 인건비와 부대비용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의 파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라는 입소문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기존 공간과 분리하여 병원시설의 일부라도 미국식 병원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을 갖추고 해외 환자를 맞이해야 한다. 물론 동남아 국가 대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격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착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병원을 찾는 해외환자 규모로는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어떤 병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국내를 찾는 환자들도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분산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전망도 난망한 실정이다.

외국의 경험으로 볼 때 해외환자를 끌어들이는 원리도 국내환자 유치와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찾는 환자가 소수지만 서비스가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으면서 치료 결과가 좋아야 좋은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환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정 단계로 올라서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소리만 요란했지 내실 있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실정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대해서는 그 규모와 실상에 걸 맞는 대접을 해 주어야 하며, 새로운 기조 속에서 기존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사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방향과 전략의 수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의료선진화로 칭하든, 의료민영화로 칭하든 간에 그 실체가 의료개혁 담론으로서의 완결성이 낮았다. 내수 경제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과 같은 정책 추진의 명분은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의료제도의 난맥상을 관통하는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넷째, 모순이 심화되는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이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연히도 2008년 초 국내에 소개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를 비롯하여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을 체험한 무수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처참한 실상들이 국민적 각성과 반발의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더불어 2009년을 관통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개혁 논란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었다.

다섯째,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 분화와 의료계의 일관된 지지 확보 실패 탓도 적지 않았다. 환자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울 소재 초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시장으로 외부 자본이 본격적으로 영입되었을 때 나타날 양상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재래시장에 미친 영향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료계의 입장에도 일정한 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윤리적 측면에서 미국식 의료제도로의 변화를 원치 않는 의료계의 정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취할 기존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와 정책 방향이다. 복지국가 실현을 너도 나도 이야기 하는 속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과거 집권세력으로 일정한 책임이 있는 탓에 아마도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나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 후에도 이러한 기조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고, 내수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며,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증세와 전달체계 혁신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5년 임기 안에 일정한 성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내수 확장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민영화와 의료선진화 담론이 어떤 식으로든 국정과제로 부상할 여지는 남아 있다. 집권세력을 둘러싼 정치적 역관계의 변화와 재벌을 필두로 한 대기업과 보수언론의 영향력, 강고한 보수 지지층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2012년 정치공간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활발한 평가, 논쟁, 그리고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의료민영화는 최근 여야가 경쟁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복지국가'와는 상극의 위치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금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의료공공성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자는 게 우리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제주대학교 교수

2012년 2월 3일 금요일

“MBC, 무너진 편집원칙 5공때 수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1일자 기사 '“MBC, 무너진 편집원칙 5공때 수준”'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박성호 MBC기자회장

지난 25일부터 닷새 동안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이끈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30일 오후 인터뷰에서 “우리가 조중동 종편을 비판하면서 편향된 이들의 방송보다 나은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며 “현재의 뉴스는 아마도 군사정권 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뉴스의 문제가 있을 때 “기자들이 그에 맞서 ‘이렇게보도하면 안된다’고 논쟁하고 더 싸웠어야 했으나 그런 게 부족했다”며 “뉴스의 기본을 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조건을 위한 싸움”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자가 제작거부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사정은.
“우리의 목적은 제작거부가 아닌 뉴스정상화를 위한 인적 쇄신이었다. 기자들의 요구가 계속 묵살당하고, 인식의 차이를 좁힐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환경과 체제하에서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과연 제대로 방송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컸다. 우리가 조중동 종편을 비판하면서 편향된 이들의 방송보다 나은가 하는 자괴감이 찾아들었다. 그래서 일단 여기서 업무를 끊고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MBC 뉴스가 과거에도 이렇게 편파적인 적이 있었나.
“MBC 입사 17년 동안 뉴스가 여권에 기울었던 적이 없지는 않았다. 가깝게는 DJ와 노무현 때 일부 뉴스에 대해서도 지적을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과거엔 내부비판이 제기된 뒤 회사가 해명하거나 무시해도 향후 방향을 잡아나가려는 노력은 했다. 현재의 뉴스는 아마도 군사정권 때 수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뉴스에 대한 균형성을 논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이슈를 빼버린다. 논란을 벌이기 위한 전제가 사라진 것이다. 기사판단, 뉴스밸류도 무너졌고, 편집판단도 비상식 몰상식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편파여부를 떠나 명백히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것이다. 배제된 뉴스 대부분은 현 여권에 부담스러운 내용이었다. 특히 보도책임자가 아닌 단속 나온 사람과 일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단속하던가.
“이런 분위기는 사람이 변해서만은 아니다. FTA 반대집회 보도누락의 경우처럼 통제와 단속이 교묘해졌다. 말로는 불편부당과 중립을 주장하지만 정작 기자들이 발제하고 기사를 쓰면 방송에 나가리라 생각하는데 저녁 7~8시 다 돼 담당부장이 와서 ‘기사가 많아서 빠졌다, 편집에서 탐탁치 않게 본다’ 등의 이유를 설명한다. 처음엔 시청률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이런 일은 반복됐다. 알아보니 취재부서의 부장이 편집회의 때 주요 사안에 대해 직접 발제를 안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식 보고를 않고 우회로 보도국장이나 편집1부장에게 구두로 ‘부정적인’ 보고를 했던 것이다.”


박성호 MBC기자회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런 사례가 있나.
“FTA 반대집회 물대포 진압 리포트나 ‘김문수 119 전화’ 누락이 그렇다. 장관 인사청문회 경우 나흘 연속 보도가 안됐는데도 이를 편집회의 이후 사내에 스스로 공지도 안했다.”
-기자들은 뭘 했나.
“침묵하고 가만히 있진 않았다. 성명도 내보고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 듣는 척은 했는데, 달라지지 않았다. 제 일 하느라 기자들 사이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들이 그 순간 ‘이렇게 보도하면 안 된다’고 논쟁하고 더 싸웠어야 했다. 그런 게 부족했다.”
-돌이켜보면 MBC가 개혁이나 진보적 언론은 아니었지 않나.
“우리가 진보언론이나 정권과 사회비판의 선두에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얘기는 방송이 정상이었을 때 더 잘해보자고 할 때 나올 얘기다. 지금은 기본적이고, 평면적 보도도 불가능해져있다는 것이 문제다. 기본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싸워서 원하는 바를 얻으면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겠는가.
“당연히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잘 방송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고자 싸우는 것이다. 이후에 잘해야 하지 않겠느냐.”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불의가 판치는 사회, '정의'만으론 부족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27일자 기사 '"불의가 판치는 사회, '정의'만으론 부족하다"'를 퍼왔습니다.
[이정전 칼럼] 진정 정의로운 사회

총선과 대선이 있는 금년에도 작년에 이어서 '정의'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될 것 같다. 정치가부터 정의사회의 구현을 외치고 있고 이에 부응하여 사회 각계각층에서 정의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다보니 마치 정의로운 사회가 낙원이나 되는 듯이 많은 사람들이 정의에 대한 분홍빛 환상에 젖어 있다. 물론, 불의가 판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정의로운 사회가 과연 이상적인 사회인가? 마르크스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스위스에 가보자.

스위스에 루체른이라는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가 있다. 이 도시의 중심가에는 유명한 음악가 바그너가 자주 들렸다고 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중국음식점이 있고 거기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는 관광객이라면 으레 들려보는 유명한 사자의 상이 있다. 이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사자는 용맹의 상징이다. 그런데, 커다란 암벽에 새겨진 이 사자는 한껏 용맹을 뽐내기는커녕 심장에 창을 맞고 죽어 가는 사자다. 그래서 이 사자 상을 '빈사의 사자 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 스위스 루체른의 '빈사의 사자 상'

스위스라고 하면 정밀한 시계나 아름다운 경치만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스위스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용병(傭兵)이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용맹을 떨쳤던 스위스의 용병은 프랑스 대혁명 때에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루이16세와 마리 앙뜨와네트 왕비가 기거하던 궁전으로 시민혁명군이 진격해 들어오자 궁전을 수비하던 프랑스 군대는 혼비백산해서 자기나라 왕을 버리고 도망가 버렸고 뒤따라 외국 용병들도 모두 도망갔다. 유독 스위스 용병만이 끝까지 남아서 남의 나라의 왕과 왕비를 위해서 싸우다가 220여명 전원이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한다. 창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상징이 새겨진 방패를 끝까지 끌어안고 죽어 가는 루체른 공원 사자의 상에는 바로 그러한 스위스용병의 굳은 절개가 깊이 각인되어 있다. 언젠가 로마교황청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스위스 용병의 신의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로마 교황청의 최측근 경비는 스위스 용병에게 맡기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스위스 사람들은 이 관례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일화는 스위스 사람들이 얼마나 신의를 잘 지키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시계처럼 틀림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스위스 사회는 원칙이 잘 지켜지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상당히 정의로운 사회인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스위스 사람들은 유럽에서 제일 인기 없고 욕을 많이 얻어먹는다. 스위스 사람들은 눈을 번득이고 서로를 감시하다가 약간이라도 수틀리는 짓을 목격하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곧장 경찰에 고발해버린다. 스위스 사람들과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가 참 어렵다고 한다. 5만원어치 상품을 선물로 받자마자 그 상품의 가격을 알아보고 나서 곧장 시계처럼 정확하게 5만 원짜리 상품으로 되갚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아마도 정나미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스위스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고 한다. 모든 것이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질서가 잘 잡혀있지만, 숨 막히고 정나미 떨어지는 사회, 이것이 스위스 사회라고 그곳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면서 스위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죽하면 스위스에 살다가 독일에만 가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으로 한숨 돌리게 되고, 프랑스에 가면 더 사람 살만하다고 느끼게 되며, 이태리에 가면 절로 흥이 난다는 농담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때에 짝과 같이 쓰는 책상의 가운데에 금을 그어 놓고 금을 넘어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칼로 잘라버리던 짓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못된 짓을 하는 짝은 결코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 이런 초등학교 어린애들의 짓이 유치해보이지만, 여기에서 정의의 원초적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의의 여신상을 보면 정의의 개념을 딱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저울과 칼이다. 각자의 정당한 몫을 저울로 재고 어긋나는 것은 가차 없이 칼로 베어버린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와 같이 우선 네 것과 내 것을 분명히 가르고 그리고 각자 자신의 몫을 빈틈없이 챙기는 데서 출발한다. 과연 그런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사회인가? 저울과 칼이 우리 삶의 전부는 아니다.

가정에서 어머니가 정의의 여신과 같이 자식들의 모든 행동을 일일이 저울질하고 조금이라도 원칙에 벗어나면 가차 없이 칼로 응징한다고 하자. 과연 이런 가정이 좋은 가정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가정만은 허물을 감싸고 잘못을 용서하며, 사랑으로 충만하여 푸근하고 웃음이 넘쳐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사랑과 웃음이 충만한 곳에는 저울과 칼이 필요 없다. 누구나 엄마에 대하여 길게 얘기하다 보면 저절로눈물을 흘리게 된다. 엄마 얘기하다가 우는 배우를 TV에서 자주 보았을 것이다. 저울과 칼만 들이대는 어머니는 그런 눈물을 자아낼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이라는 말은 있어도 '정의로운 가정'이라는 말은 없다. 정의가 구현된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사회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정의는 행복을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만일 당신에게 친구가 있으면 당신은 정의가 필요 없다. 그러나 당신에게 정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친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부정이 만연하다 보니 정의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며 따라서 정의사회의 구현은 시급한 우리 사회의 과제다. 하지만, 과연 어떤 사회가 정말 정의로운 사회인가? 판ㆍ검사가 할 일이 없어서 바둑으로 소일하는 사회, 법과대학이 인기가 없어서 늘 정원미달인 사회, 죄수가 없어서 감옥소에서 닭과 돼지를 기르는 사회, 이것이 진정 정의로운 사회다. 우리는 정의사회의 구현에 너무 집착해서 더 소중한 것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정의에 대한 분홍빛 환상부터 버리라고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숨 죽였던 2030세대가 움직인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24일자 기사 '숨 죽였던 2030세대가 움직인다'를 퍼왔습니다.
“이번엔 다를거에요. 이젠 다 알아요. 정치가 우리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것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만들어냈던 2030세대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여.야 정치권 모두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난 10.26 보궐선거 이후 그 동안과 달리 능동적으로 변한 2030세대 유권자들을 향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은 입 모아 올해 총.대선 선거에서 2030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의 20대는 2000년 이후 정치에 등을 돌린, 투표율이 가장 낮은 세대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재보궐선거 이후 이들의 정치의식과 열기를 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특히 “2002년 대선(56.5%) 이후 처음으로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목소리 냈더니 정책이 변하더라”

이들의 변화된 모습은 2030세대가 봉착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취업, 등록금, 결혼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여기에서 파생된 막연한 불안감과 자괴감까지 느껴왔다. 이 때문에 혼자서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펙을 올리고, 틈틈이 저축까지 해왔지만 이제는 부모 도움없이 등록금을 내고 결혼을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 것. 전문가들은 각자 발버둥치던 이들이 “정치가 곧 이 문제들의 시작”이라고 판단하며 정치로 눈을 돌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빈 기자 1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FTA폐기! 부폐정치심판!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렸다.
서울의 모 사립대에 재학중인 정모(26)씨는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정씨는 “그동안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그저 남의 일인 것만 같았다”며 “투표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뽑고 나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바빴던 것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준비, 영어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를 본 뒤 그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바꿀 수 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전했다.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모(28.여)씨 역시 “취업을 하고 나서도 불확실한 미래, 불안감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서울시장 선거 이후 바뀌는 서울의 모습을 느끼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결국 정치가 우리 삶의 스트레스의 근본이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총.대선에서도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고, 주변에도 많이 알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우모(33)씨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열일을 제쳐두고 투표소로 갔다. 우씨는 “학자금 대출에 전세 대출까지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주변 지인들을 많이 봤다”며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2030세대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투표했고, 올해도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30세대가 세상의 중심될 것”

지방 사립대 대학원 졸업을 앞 둔 이모(27.여)씨는 지난해 말 석사 논문을 발표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열심히 해 왔던 공부를 마치고 얻은 성과에 기뻐해야할 때지만 이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씨는 “박사 학위까지 마치는 것이 목표지만, 들어갈 돈이나 미래 등을 생각해 취업준비에 나섰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원을 진학했지만 대학원 졸업을 앞둔 현재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씨는 “정치인들은 20대가 정치에 관심없어 문제가 있다는 듯이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20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기존 정치인들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현실에 치이며 사는 동안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씨는 정치인들이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하고 20대만 비판하는 게 더 나쁘다는 평가했다. 이씨는 “지난해 반값등록금 시위도 새로울 것은 없다. 그동안 20대의 고민 중 하나였던 등록금 문제가 곪았다가 터진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이를 통해 20대의 폭발력을 깨달았으면 한다”면서 “올해 총.대선에서는 그 동안과 다른 20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20대가 정치에 눈을 뜬 이상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행동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권모(33)씨도 “결혼 이후 삶이 더 팍팍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 동안 정치권이 이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 것에는 무관심했던 우리의 책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나꼼수’로 정치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이젠 ‘나꼼수’ 없이도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꿔줄 것을 누구나 다 안다”면서 “올해 선거에는 그 어느때보다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조한일 기자jhi@vop.co.kr

2012년 1월 25일 수요일

‘행동하는 시민’과 ‘민주주의 희망 창조’


이글은 대자보 2012-01-22일자 기사 '‘행동하는 시민’과 ‘민주주의 희망 창조’'를 퍼왔습니다.
[김주언의 뉴스레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대한민국 미래 결정할 것

“특권에 안주하며 사회적 부를 전취하는 토건성장주의에 빠져 한국 사회를 자기 파괴적인 양극화사회로 한반도 전체를 갈등과 대결로 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시민이 주도하는 공정하고 소통하는 민주주의 사회,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국가가 봉사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생명, 공존, 평화를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국가, 평화체제로 나아갈 것인가?”

시민사회의 올해 화두는 ‘행동하는 시민’과 ‘민주주의 희망 창조’이다.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신년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복지, 한반도 평화와 생태 친화적 성장의 비전을 가진 새로운 정치 주체와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차례의 정치행사를 앞두고 시민사회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정치혁신과 정치참여를 위한 유권자 운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정치구조를 정착시키고, 투표행위를 넘어서는 정치참여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들은 2월부터 총선에 대비해 의제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연대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총선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의 참여를 끌어낼 방안도 마련했다. 

올해는 신년사의 지적대로 ‘역사적 전환기’이자 ‘문명의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아랍민주화 열풍과 월가점령 시위는 새로운 전환기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다.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월가시위대의 구호 ‘1%의 탐욕과 99%의 분노’는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폐혜를 한마디로 대변해준다. 그래서 자본주의 위기를 거론하는 학자들도 많다. 유럽의 재정위기도 자본주의 위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대체할 바람직한 세계체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불러올 조짐임에는 틀림없다. 

올해는 또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정치행사가 예정돼 있다. 올해 벽두의 타이완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중국 등 주요국의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정치세력이 교체될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선거과정에서 많은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시민여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각성된 시민의 힘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아랍에서 촉발된 시민혁명이 전세계를 뒤덮어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사적 전환기에 치러지는 국내의 중요한 정치행사도 세계사의 흐름에서 비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중요한 해이기 때문에 두 차례의 선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올해는 6.10시민항쟁 25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쟁취해 민주적 제도를 정비한 ‘87년 체제’가 시작된 지 4반세기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의 퇴행으로 민주체제가 훼손됐지만, 과거체제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이제 ‘87년 체제’를 뛰어 넘어 민주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목표로 한 ‘13년 체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2012년을 점령하라’는 고 김근태 선배의 경귀가 더욱 가슴 속에 다가오는 이유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쇄신’을 내걸고 돌아선 민심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공천혁명과 당명변경, 대통령 탈당요구 등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다. 게다가 재벌개혁과 선택적 복지 등 한나라당의 정체성과는 상반되는 정책을 내걸고 민심을 구걸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나 돈봉투 전당대회 등 온갖 비리로 점철돼 있는 한나라당이 제대로 쇄신할 지는 미지수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서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는 데다 대통령의 측근비리마저 잇따라 불거지면서 민심이반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시민참여를 통한 정치개혁에 나섰다.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결합을 통한 민주통합당의 결성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모바일 시민투표를 통해 지도부를 구성했다. 새로 결성된 지도부는 국회탈환과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보편적 복지 등 새로운 시대를 위한 야심찬 정책도 내놨다. 야권연대를 위해 통합진보당과의 정치협상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공천혁명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시민사회의 일부 운동가들도 현실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통해 시민사회의 꿈을 정치참여를 통해 실현해내겠다는 포부를 간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협치)가 무너지고 독단적인 반 시민정책으로 민생이 피폐해진 데 대한 분노의 표현이기도 하다. 시대를 거스른 토건중심 패러다임으로 대한민국을 황폐화시킨 이명박 정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힘이 무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나라의 미래는 시민의 행동에 달려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든, 시민단체에 남아 있든 간에 시민운동가들은 목표와 비전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시민운동가의 책무는 역사적 소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사와 문명의 전환기를 맞아 시민사회가 어떻게 시민의 행동을 끌어내고 하나로 모아내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정치개혁을 넘어 민주적 복지국가, 지속가능한 생태국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실현할 수 있다. 


언론광장 감사, (http://www.ingopress.com) 편집인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정동영의 고민, 신언직의 우려


이글은 레디앙 2012-01-18일자 기사 '정동영의 고민, 신언직의 우려'를 퍼왔습니다.
강남을? 일각 창원을 거론…신 "선의 결정 환영, 역풍 진원지될 수도"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 4월 총선 지역구 문제로 골치 아파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전주 불출마 선언 이후 한진중공업이 있는 부산 영도구 출마를 검토했으나, 현지의 강한 반발 움직임에 주춤하고 있는 형국이다. 손학규 의원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대결할 경우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도 고민
이들 두 사람은 대안으로 강남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언론에서 정동영 의원의 강남을 출마설을 보도하고 있으나, 정 의원 측은 “당의 지침에 따른다.”는 원칙적 이야기만 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 출마를 적극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해 피하고 싶은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손학규 의원도 임태희 전 실장과 붙으면 상당히 어렵다”며 “그럴 바엔 강남에 출마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당에서는 대선 후보급 인사들에게는 ‘적진’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오라는 분위기들이어서 당사자들이 갑갑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정동영 후보의 창원을 출마설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창원 지역의 유력 인사가 창원을 출마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으나, 권영길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 때문에 모양이 안 좋다.”고 말해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정 의원이 창원을 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 지역 야권이 연합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선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정동영 의원이 강남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 지역 야권 단일후보를 노리고 있던 신언직 통합진보당 후보가 18일 ‘환영하지만, 문제가 있는 선택’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신언직 "훌륭한 일이나 정당 간 논의 선행돼야"
신언직 후보는 “정동영 의원이 따듯한 텃밭이 아니라 어려운 곳에 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며 “정치가 큰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대선까지 출마했던 중량급 정치인이 어려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다는 이유로 개인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것은 지역을 대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민주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신 후보는 이어 이번 총선의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인 야권연대 선거연합은 “개별 지역구나 개별 후보들 간의 문제로서가 아닌 민주주의의 공적 기구로서 정당 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 있다.”며 “정당 간 논의를 선행하지 않는 개인 행보는 야권연대 신뢰를 무너뜨리는 적절치 못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이어 “정동영 의원의 강남 출마가 ‘대권 때문에 강남 오냐’는 지역민의 강한 반발과 역풍을 일으켜 또 다시 강남3구가 한나라 결집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선의와 다르게 총선승리, 정권교체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 강남을 지역구의 경우 지금까지 정세균, 천정배, 이계안, 김효석 등 정치인들이 출마를 검토한 적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출마지역을 옮겼다.

2012년 01월 18일 (수) 14:42:03 레디앙 기자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조중동, '한명숙'이라고 쓰고 '노무현'이라고 읽는데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16일자 기사 '조중동, '한명숙'이라고 쓰고 '노무현'이라고 읽는데'를 퍼왔습니다.
[비평]친노가 당권 쥔 민주통합당에게 필요한 건 뭐?


▲ 중앙일보 16일자 1면
지난 15일 열린 민주통합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결과에 대해 16일 각각의 언론은 친노의 부활, 호남의 몰락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도출된 경선 결과를 정리해보면  이 같은 범주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경선에서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문성근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구 민주당 출신의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후보 등이 나머지 순위를 이었다. 이 가운데 호남 출신 정치인으로 박지원 의원이 유일하다.
따라서 당 대표와 5인의 최고위원을 선출한 경선 결과는 앞으로 민주통합당에서 호남당이라는 지역적 기반이 약화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당대표를 포함한 6인의 지도부가 친노와 구 민주당의 2대4 구조라고 하지만 1, 2위가 친노인사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혹자에 따라서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오명에서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경선 결과다. 
문제는 친노 인사가 키를 쥐게 된 민주통합당이 오는 4월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가의 여부다. 이는 지도부 선출로 새롭게 출범한 민주통합당에게 각각의 언론이 던지는 과제와 반응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물론 각각의 언론은 차이점을 드러냈다.
정치가 현실의 제반 조건 위에서 벌어지는 경쟁이라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은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친노, 호남당, 한국노총, 시민단체 등과 통합이라는 시대적 아이템까지, 펼쳐 구분해낼 수 있는 요소는 많다. 언론사마다 천착하는 게 다를 수 있으며 어디까지나 그들의 자유다.
언제나 그랬듯이 16일 신문은 한겨레, 경향 대 조중동이라는 양 진영으로 나눠졌다. 한겨레, 경향은 민주통합당 내부를 바꿔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조중동은 ‘죽은 노무현’을 끌어들여 부활한 친노를 경계했다.   
중앙일보의 1면 제목은 ‘노무현 돌아오다’였다. 조선일보는 ‘친노 부활…초강성 야당 등장’이라며 “깨끗이 갈아엎겠다…당한 만큼 되돌려 주겠다”라고 제목을 뽑았다. 동아일보는 ‘4월총선 박근혜 vs 노무현 구도로’라며 ‘살아있는 박근혜’의 경쟁자로 ‘죽은 노무현’을 끌어올렸다. 어디까지나 친노가 속했던 참여정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당한 만큼 되돌려 주겠다’는 조선일보의 제목은 선정성의 극치를 나타내고 있다. 조중동에게 ‘죽은 노무현’은 ‘죽은 제갈공명’쯤 되는 모양이다. 아니면 약방의 감초던가.
물론 꼬투리가 없는 게 아니다. 참여정부의 실정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실정이라는 반대급부 위에서 ‘죽은 노무현’만 되뇌는 친노의 오늘이 빌미라는 얘기다. 얼마 전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방송에서 자신이 아닌 노무현을 말했다. 한명숙이라고 쓰고 노무현이라는 읽는 조중동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말 몇 마디 하지 않은 안철수의 콘텐츠가 훌륭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정치적 자산 중에는 이어갈 것도 있고 평가할 것도 있다. 지금 친노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자산에 대한 평가다. 기회도 힘도 시간도 생겼다.
한겨레, 경향은 민주통합당을 향해 안을 바꾸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공천혁명이다. 경향은 사설에서 ‘과분하리 만큼 쏟아지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관심과 지지는 조건부 지지’라며 ‘앞으로 진정한 혁신과 통합을 통해 국민의 시선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타당한 주문이다. 하지만 혁신과 통합에는 반드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대목과 관련해 서울신문의 사설은 하나의 경구로 시사점을 던진다. 문제점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해 유권자는 싫어하고 경계한다.
"민주당 내 호남세력의 약화는 친노무현 세력의 약진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386’으로 대표되던 친노 세력은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권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486’으로 변화한 친노 세력이 정책적‧정치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가를 유권자들은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2012년 1월 15일 일요일

안보전위대, 대선 향해 돌격!


이글은 한겨레21 [2012.01.16 제894호] 기사 '안보전위대, 대선 향해 돌격!'를 퍼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반발했던 군인 박승춘, MB 정부에서 보훈처장 임명되자 안보산업 부활…‘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자율정예민방위대’ 통해 ‘국가보훈처-행정안전부-국방부-극우단체’로 이어지는 안보전위대 양성


» <한겨레21> 김경호 기자

다시 문제는 남북관계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의 시계가 다시 흐릿해졌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대북정책이 중요한 이슈라는 데 정치인과 학자들의 이견이 없다. 다만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안보 변수=여당에 유리’ 공식이 깨졌다. 보수도 변했다. 이명박 행정부는 격론 끝에 제한적 조문을 허용했다. 그러나 변화는 흐릿하다. 국무회의에서 조문은 절대 안 된다는 반론이 격렬하게 나왔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안보전위대’는 굳건하다. 이 ‘국가보훈처-행정안전부-국방부-극우단체’로 돈과 사람이 오고 가며 안보전위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좌파 정권’이라고 비판해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자신이 만든 사조직에 특혜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안보전위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_편집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지지도, 않는다. 맥아더 장군과 그 한국의 노병은 달랐다. 특히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2004년 7월14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 남한 해군이 그 경비정을 쐈다. 군은 청와대에 “북 경비정이 우리 해군의 교신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사실이 달랐다. 북쪽이 해군의 경고에 응답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저히 조사하라고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정보병과에 책임론이 제기됐다. 당시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이던 노병은 마음이 불편했다. 교신 기록을 와 기자에게 건넸다. 국방부가 다시 발칵 뒤집혔다. 노병은 “허위 보고에 대한 책임이 정보병과에 있는 것이 아닌데도 정보병과 잘못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며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 언론을 만났다”고 조사를 맡은 국군기무사령부에 말했다. 노병은, 할 말이 많았다. 군기 문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971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며 시작한 박승춘의 군인의 삶은 일단 그렇게 끝났다.
군인은 사라졌다. 박승춘 전 본부장은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로 보인다. 동영상 속의 박 전 본부장은 ‘아’ ‘뭐’ ‘음’ 같은 간투사를 쓰지 않는다. 올해 64살인 박 전 본부장의 문장은 단호하다. 눈, 코, 입은 선이 굵다. 보훈처 홈페이지에서 박 전 본부장은 “시골에서 어려운 형편에서 자라다 보니 ‘무언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육사에 지원한 것도 가난하다 보니 경제적으로라도 어머니의 부담을 좀 덜어드리고자 선택했던 것이고요. …특별히 무언가 되기 위해 꿈꾸는 대신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왔다는 박 전 본부장이 택한 것은 정치의 길이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
당시 대중연설을 보면, 그는 자신을 참여정부의 희생양으로 여긴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25일 국제외교안보포럼 초청 강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민정당 출신 정치인 김현욱 전 의원이 회장을 맡은 단체였다. “지금 노무현 자살 사건으로 일부 국민이 애도하고 추모하는데,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640만달러 먹은 게 문제가 아닙니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우리 안보를 무너뜨린 그 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5조)며 군부의 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확신에 찬 노병에게 중립의 경계는 자주 흐릿했다. 군인의 안보는 휴전선에서 전투를 벌인다. 정치군인 혹은 군인의 정치를 택한 박 전 본부장의 안보 전선은 국회로 옮아갔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미디어법, 복면을 금지한 집시법)을 통과시키고 방송을 정상화해서 우리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파되도록 만들어야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고,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지만 대한민국이 지켜질 수 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잘못되면 여러분 어찌되겠습니까?”(같은 국제외교안보포럼 초청 강연)

‘국가보훈처-행정안전부-국방부-극우단체’로 돈과 사람이 오고 가며 안보전위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좌파 정권’이라고 비판해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자신이 만든 사조직에 특혜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안보전위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2억4927만원 세금, 안보교육에 지출
노병의 안보 전선은 선거 투표소로도 확대됐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이 계기였다. 노병의 머릿속에서 과제가 점점 뚜렷해졌다. 박 전 본부장은 2010년 5월 전쟁기념관 안보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안함 사건 뒤) 야당과 일부 친북 세력은 북한을 비호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 정책이 우리 장병의 희생을 불러온 것처럼 국민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와 국민을 이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이런 북의 전략이 6월 지방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두고 봐야 합니다.”
두 연설에서 박 전 본부장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전파’라는 단어는 군에서 널리 사용된다. 국민의 의식을 고취할 ‘안보전위대’가 진실을 알리면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 듯하다. 이후 박 전 본부장의 행보에 ‘안보전위대의 재구성’ 과정이 숨어 있다. 국방부가 안규백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그는 2010년 8월 국방부에 재단법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를 등록시켰다. 국발협은 홈페이지에서 “선진 시민의식과 안보관의 연구·교육·홍보를 통하여 국민들의 국가관과 안보관을 정립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며 국가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밝혔다. ‘안보교육서비스’업 명목으로 사업자등록도 했다. 어떤 조직도 돈과 사람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발협은 재단법인이다. 누군가 재산을 희생해 출연해야 한다. 안규백 의원실 자료를 보면, 박승춘 전 본부장 등 5명이 예금 7500만원을 출연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말 노병을 국가보훈처장에 임명했다. 대신 육사 27기 동기 이상태 전 국방대총장이 국발협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대통령령은 보훈처의 직무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보훈, 참전유공자, 5·18 민주유공자에 대한 예우, 제대군인·고엽제후유의증환자·특수임무수행자의 지원 및 보훈 선양, 그 밖에 법령으로 정하는 보훈에 관한 사무”를 든다. 박승춘 처장은 ‘보훈 선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안보산업이 부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전 국민 안보의식 강화’를 지시했다. 행안부의 지시에 따라 전국의 기초·광역 지자체에서 민방위 안보교육이 일제히 부활했다. 참여정부 때부터 2010년까지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민방위 안보교육을 동영상 상영으로 진행해왔다. 이 전국 기초·광역 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011년에만 전국 지자체에서 2억4927만원의 세금이 안보교육에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2011년 안보교육 강사비만으로 1억3072만원을 지출했다. 광주서구청의 안보교육 지출은 2010년 230만원에서 2011년 1890만원으로 뛰었다.



» 박승춘 보훈처장은 처장 취임 전 자신이 만든 단체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에 특혜를 줬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국발협 사무실에 찾아갔으나 국발협 쪽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겨레21> 김경호 기자

자기가 만든 단체에 특혜를 주고
보훈처와 행안부가 이 과정에서 지자체에 안보교육 강사로 국발협 강사를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북부보훈지청은 지난해 7월 관할 지자체에 ‘민방위대원 대상 나라사랑 정신함양 교육특강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안보강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북부보훈지청은 국발협과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강사를 우수 강사로 추천해줬다. 전국적으로 다른 보훈처 지청에서도 관할 지자체에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자기가 만든 단체에 특혜를 준 셈이다.
행안부와 국방부도 특혜를 줬다. 행안부는 지난해 2월27일 전국 지자체에 ‘전 공직자 및 국민 안보교육용 표준 안보영상물 및 우수 안보강사 풀 통보’ 공문을 보냈다. 생긴 지 6개월밖에 안 된 국발협 강사가 우수 안보강사에 포함됐다. 강사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행안부는 거부했다. 지난해 2월25일 국방부는 국발협에 예비군 안보교육을 맡긴다는 ‘예비군 안보교육 강사 운영 협약서’를 체결했다. 안규백 의원실 자료를 보면, 국발협 강사 73명이 지난해 3~11월 군부대에서 모두 1323회의 안보강연을 했다. 강원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민방위교육 담당자는 “군청에 출입하는 국정원 직원이 (국발협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강사 이름을 밝힌 일부 지자체 자료를 종합하면, 국발협은 퇴역 군인, 퇴직 관료, 탈북자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 지난해 전국의 기초·광역 자치단체에서 안보강연을 한 안보강사 455명 가운데 국발협 소속이 144명을 차지했고, 이들이 모두 9500만원 이상의 강연료를 받았다. 정보공개에 포착되지 않은 학교, 공공기관, 군부대 안보강연을 포함하면 이들은 훨씬 많은 안보강연 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태 국발협 회장은 서울 종로구에서 안보강연을 했다. 국발협 외에 재향군인회 강사가 27명이었다. 안보 불똥은 병원으로도 튀었다. 지난해 8월 국가유공자위탁 병원인 경북 경산시 세명병원이 보훈처 요청에 따라 간호사 등 직원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실시했다.
곳곳에서 잡음이 들렸다.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시의 시민은 민방위 안보교육에 관해 에 제보했다. “국발협이라는 단체 소속의 강사가 나와서 정신교육을 시키는 것이 이번 소집교육의 핵심이었다. …강사는 현 정부에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극우의 논지와 천안함 사태 때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 효순·미선양 죽음을 계기로 국민문화로 자리잡고 광우병 소 파문으로 틀을 잡아간 촛불문화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종북세력으로 재단하는 오만함을 보여줬다. 급기야 배우 문성근씨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 명령 100만 민란운동’이 실제로 민란을 일으키려는 세력이며 우리 사회를 불안에 빠뜨리려는 간첩세력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6월30일치)
안규백 의원실 자료를 보면, 국발협 강사 73명이 지난해 3~11월 군부대에서 모두 1323회의 안보강연을 했다. 이 결과 지난해 전국의 기초·광역 자치단체에서 안보강연을 한 안보강사 455명 가운데 국발협 소속이 144명을 차지했고, 이들이 모두 9500만원 이상의 강연료를 받았다.
‘자율정예민방위대’는 여권 선거조직 전환?
안보전위대를 구성하는 돈과 사람은 자꾸 꼬리를 문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2010년 12월 ‘자율정예민방위대’ 창설을 지시했다. 소방방재청은 “관 주도의 수습·복구 시스템으로 피해 최소화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민방위 사태시 사태 수습을 위한 구조·복구”가 이들의 임무다.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정당활동을 하지않는 지역 명망가로부터 자발적 지원을 받아 구성하겠다고 당시 소방방재청은 설명했다. 2012년 3240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소방방재청은 2011년 교육예산 6억4944만원도 책정했다.
그러나 2012년 선거를 위한 여권의 선거조직으로 활용되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취지와 달리 안보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2박3일에 걸쳐 18시간 동안 교육이 진행된다. 이 중 안보강연(3시간), 천안함 등 안보 현장 견학(8시간) 등이 11시간이다. 국발협 소속의 강사 2명이 안보강연을 맡는다. 소방방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12월 모두 860명이 자율정예민방위대 교육을 받았다. 소방방재청의 기대와 달리, 지역과 나이가 편중됐다. 경기도(138명), 경북(108명), 경남(79), 부산(73명) 출신 교육생이 많았다. 절반을 넘는 472명이 60대 이상이었다. 남성이 절반을 넘었다.
박승춘 처장은 국제외교안보포럼에서 자주 연설했다. 이 단체는 행안부의 2011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돼 돈을 받았다. 이처럼 군 출신이 대표자이거나 국방부에 등록된 안보단체 여러곳이 행안부 지원금을 타갔다. ‘보훈처-국발협-행안부-국방부 등록 극우단체-국방부’로 구성된 안보전위대에 세금이 흘러갔다. 노병의 오랜 꿈은 이뤄진걸까?
박승춘 처장은 지난 1월4일 새해 업무보고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2040 세대를 중심으로 햇볕정책과 남북화해가 현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 및 한-미 동맹 강화보다 안보에 유리하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박주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박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월4일 국가보훈처 새해 업무보고에 참석하려고 박승춘 보훈처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늘도 쉬지 않는 안보전위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후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여당은 관습대로 천안함 위기 때 안보 변수를 부각시켰는데 (6·2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았다”며 “그걸 분명히 새기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2012년 총·대선에서) 그와 같은 동원은 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보수의 진짜 변화는 아직 흐릿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 조문단을 규제했다. 국무회의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에 반대했다. 대북관계를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아래서, 지금도 자율정예민방위대 교육생들이 입교하고 있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안보교육은 여전히 이어진다. 노병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안보전위대는 오늘도 쉬지 않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