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삼성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삼성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4월 2일 월요일

한미FTA 발효 후 '충격적 사태'들, 누가 책임지나?


이글은 대자보 2012-03-31일자 기사 '한미FTA 발효 후 '충격적 사태'들, 누가 책임지나?'를 퍼왔습니다.
미 정부, 삼성·LG에 반덤핑 융단폭격 '수출 봉쇄'‥약값 인상 협박

 김종훈 "한미FTA 체결만으로도 미 반덤핑 60% 줄어들 것"‥뭥미? 
"FTA 체결 자체가 반덤핑 제소를 줄일 수 있는 장치다.""한미FTA로 무역구제 장치가 만들어진 만큼, 미국의 반덤핑 조치가 60% 이상 줄어들 것이다." 김종훈 전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가 2007년 협상 타결 당시 국회와 최고경영자 조찬회 등에서 호언장담했던 말이다. 그러나 한미FTA가 발효된 직후인 지난 3월 19일 미국 상무부는 우리나라 대기업 삼성전자·LG전자의 주력 수출상품인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대해 최저 5.16%에서 최고 30.34%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 부과라는 충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 삼성전자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좌) - LG전자 드럼 세탁기(우) 한미FTA가 발효된 직후인 지난 19일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LG전자의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최고 30%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 부과라는 충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또 삼성전자·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서도 현재 반덤핑 조사가 진행중이다. 한미FTA가 발효되자마자 한국 주력 수출상품인 백색가전의 북미 수출이 초토화될 위기에 놓여 있다. © 김영국

이 제품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약 5%대이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수출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충격 받은 삼성전자·LG전자 측은 해당 제품의 '수출 포기'를 검토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오는 4월 30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남겨져 있긴 하지만, 그동안 미 상부부의 결정이 번복된 사례가 거의 없고 한번 부과하면 계속 연장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영구적 조치나 다름없다. 한국산 제품에 대해 미국이 반덤핑 판정을 내린 것은 1983년 삼성전자 컬러TV 이후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하필 한미FTA 발효 직후에. 두 회사의 하단형 냉장고 미국 시장 매출 규모는 연간 12억달러 수준이다. 이번 조치로 한국 대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천문학적인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앞에선 한미FTA로 '웃고', 뒤에선 반덤핑 '뒤통수'  미국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삼성전자·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서도 현재 반덤핑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것도 냉장고의 경우와 사정이 비슷해 반덤핑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백색가전의 북미 수출이 초토화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북미 수출기지인 멕시코 공장을 폐쇄해야 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충격과 후폭풍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치가 냉장고·세탁기 외에 한국 제품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늘리고 미국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체결한 한미FTA가 발효됐음에도, 현실은 정반대로 우리의 경쟁력 있는 상품들의 대미 수출길이 속속 막혀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한국 전자업체들이 TV·휴대폰에 이어 냉장고 등 미국 가전시장까지 1~2위를 휩쓸자 미국 정부가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무역 보복'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미국 정부는 '앞에선 FTA로 웃고, 뒤로는 반덤핑 관세로 한국 수출을 봉쇄'하면서 꿩 먹고 알 먹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글로벌 호구'로 망신살이 부채살처럼 뻗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황당무계한 반덤핑 규제 폭격으로 오매불망 한미FTA 발효만 기다리고 비준을 적극 독려해 왔던 이명박 정부와 대기업들은 단단히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됐다. 더불어 한미FTA의 장밋빛 꿈들도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다. 김종훈이 호언장담했다 슬그머니 빼버린 '제로잉'이 화근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지난 2007년 한미FTA 협상 결과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사태의 근원이 김종훈 수석대표 등 우리측 협상단의 무역구제 분야에서의 국민 기만과 협상 실패에서 비롯된 측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덤핑 조치가 내려지자 "한미FTA가 발효된 지 얼마 안 돼 이런 결정이 난 것은 자국기업을 보호하려는 미 상무부 조치로 매우 황당한 결과"라며 "미 상무부가 제로잉(Zeroing) 방식의 잘못된 조사 방법으로 덤핑 여부를 결정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LG전자도 "WTO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를 상대로 그다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근원은 한미FTA 협상 당시 김종훈 수석대표 등 우리측 협상단이 대통령과 국민에게 한미FTA를 추진하는 최고의 이유로 내세웠고,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제로잉(Zeroing) 금지', '최소부과원칙(Lesser Duty Rule)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무역구제 조치들을 미국으로부터 전혀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작 한FTA 협상에서 가장 실패한 부분이 바로 반덤핑·상계관세 관련 무역구제 분야였던 것이다.  이번에 삼성전자도 지적했듯이, 미국의 반덤핑 판정 기준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제로잉' 금지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한-싱가포르 FTA 등에는 다 포함시켰던 조항들이었고, WTO가 미국 정부에 개선하라고 권고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 한미FTA 협상단은 처음에는 국민들에게 반드시 얻어내겠다고 큰소리치더니 협상 중간에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슬그머니 빼버렸다.   그래놓고 김종훈 당시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는 "한미FTA 체결만으로도 미 반덤핑 조치가 6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떵떵거리고 다닌 것이다.  '협상 실패·국민 기만', 너무 뻔뻔하지 않나?  더욱 기가 막힌 것은 2011년 10월 12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미국 정부의 한미FTA 이행법안에는 '반덤핑(Anti-Dumping)'이라는 단어조차 없다. 심지어 미국 정부의 '한미FTA 행정조치성명(SAA)' 제10장 무역구제에는 "한미FTA의 의무들을 이행하는 데에 미국의 반덤핑 법률과 규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규정해버렸다.    한미FTA 협상에서부터 발효 직후 미국 정부의 반덤핑 폭탄 세례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아마도 한미FTA 협상 당시 김현종, 김종훈 등 한국의 통상관료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미FTA를 하면 미국의 악명 높은 무역구제 제도를 대폭 개선시킬 수 있는 것처럼 현혹했거나, 껍데기에 불과한 협상 결과를 가지고 많은 걸 얻어낸 것처럼 거짓 보고했거나, 아니면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무능한 신자유주의 맹신 관료들이거나 셋 중 하나일 거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벌어진 사태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당시 협상 책임자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에게 허황된 감언이설로 속인 데 대해 반드시 사과하고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FTA가 필요하다'는 소리만 반복할 뿐, 어떤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다.  '끝이 안 보이는' 미국의 협박‥"약값 인상·쇠고기 개방하라"   한미FTA 발효 직후 벌어지고 있는 충격적인 사태는 미국의 담덤핑 폭탄뿐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 정부가 약값을 올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분쟁해결절차 즉 한미FTA 협정문에 따라 '국가-국가 소송제도'(SSD·한미FTA 협정문 제22장 제2절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대한민국을 제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 미국 제약회사의 입장이 적극 반영되는 방향으로 '약값 결정 방식'을 바꿔라, 쉽게 말해 '약값을 올려라'는 압박을 본격화한 것이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2월 21일 한국이 약값 '독립적 검토 절차'와 관련해 추가적인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약품 독립적 검토 절차'란 한미FTA 협정문과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미국 정부에 이행을 약속한 서한에 규정된 제도로, 대한민국만 지켜야 하는 일방적 의무규정(불평등조항)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독소규정이다. 한미FTA로 새로 도입되는 이 제도는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가 협상 등을 통해 결정한 약값과 보험급여에 대해 해당 제약회사 등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대한의사협회 등이 추천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 기구에서 이를 재검토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견을 제출하는 절차를 말한다. 우리 정부는 검토 대상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약에 대한 경제적 평가로 한정했지만, 미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값 결정까지 이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로비력이 강한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한국의 약값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 절차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상당한 영향력과 압력을 행사하는 '독립적 재심 기구'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이 미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회사의 반발과 개입으로 무력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미FTA 권위자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국회가 서민들을 위해 약값 인하 방향으로 약사법을 개정하면, 미국 정부는 SSD로,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는 ISD를 통해 한국 정부를 협박하고 제동을 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 정부의 압박과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해가 반영되면서 한국의 악값 상승으로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괴담'이라고 비웃던 한미FTA 찬성론자와 보수언론. 그들의 입에서도 머지않아 '악' 소리가 나올 것 같다. 그런가 하면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쇠고기 시장 개방 압력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맥스 보커스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6개월 내에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위한 재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해 3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장관 고시를 개정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다 마련해놓고 있다. 미국이 쇠고기 협상을 요청하면 우리 정부는 규정에 따라 무조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한-EU FTA 발효 후 8개월 만에 '25년치 무역흑자' 날려버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미FTA와 비슷한 한-EU FTA는 발효 후 8개월 동안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무려 92억 달러 즉 10조 원이 넘게 감소해 버렸다. 이는 정부가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로 제시한 연평균 무역수지 추정액의 25년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미디로 25년치 무역수지 흑자를 8개월 만에 다 날려버린 것이다. 한미FTA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도 미지수다. 정부측 연구기관은 한미FTA 발효 후 10년간 GDP가 5.7% 증가한다고 주장했지만, 민간 연구소의 표준 모델 분석에 따르면 실제 증가율은 10년 동안 0.1% 안팎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1년에 고작 0.01% 증가한다는 것으로 한미FTA가 경제성장률에 기여하는 효과는 제로(0)라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다 한미FTA는 우리의 경제정책 결정권과 사법주권을 제약하고, 심지어 헌법 제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이 무력화될 소지가 많다. 한미FTA는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의 공존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없도록 수많은 족쇄를 채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를 '21세기판 을사늑약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나라가 이래선 안 된다 수출이 늘고 미국 시장 진출이 확대될 거라던 한미FTA가 발효되자마자, 거꾸로 미국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로 우리의 경쟁력 있는 상품들의 대미 수출길이 속속 막히고 있다. 서민들이 그토록 우려했던 대로 미국은 한국이 약값을 올리지 않으면 제소하겠다며 벌써부터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쇠고기 시장 개방 압력도 본격화될 기세다. 한-EU FTA는 발효된 지 1년 안돼 25년치 흑자분을 날려먹었다.   그런데도 한미FTA 체결·비준·발효 때마다 '미국 시장 진출 확대', '수출·무역 증가 기대', '미국 제품 가격 인하' 등으로 포장해 장밋빛 전망들을 쏟아내기 바빠던 주요 방송사들은 이 충격적 사태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삼성·LG전자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조치 사실이 알려진 20일 이후 종이신문과 인터넷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유독 방송 3사는 저녁 메인 뉴스에 지금까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국민들 사이에 한미FTA 발효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서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지금까지 쏟아낸 장밋빛 전망들이 여지없이 빗나간 데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두려워서인지 알 길이 없다. 더 한심한 건, 오늘의 사태에 근원적 원인을 제공한 한미FTA 협상 책임자들이 여전히 영전의 영전을 거듭하며 국가의 요직을 독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는 땅 짚고 헤엄치는 여당 텃밭에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노리고 있다. 나라가 이래선 안 된다. 

2012년 3월 26일 월요일

삼성·포스코·SK·현대, 13조 ‘몰아주기’ 드러났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26일자 기사 '삼성·포스코·SK·현대, 13조 ‘몰아주기’ 드러났다'를 퍼왔습니다
[경제뉴스톺아읽기] 조선, 건설업 계열사에 몰아주기 내역 폭로

삼성과 포스코·SK·현대차 그룹 등 10대 그룹 중 건설사를 거느리고 있는 4대 그룹이 계열사에 몰아준 건설 물량만 지난 한 해 13조 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각 그룹은 자체 건설사에 공사 물량을 주면서 1억 원짜리 소액 공사부터 수천 억원 대형 물량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쉬쉬해오던 이 문제를 조선일보가 ‘건설사 수주 내역 자료’를 입수해 1면에 실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반적인 주택 가격은 현 수준이 적당하고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 않다”며 인위적인 부동산경기 부양보다 거래정상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 “거래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며 “거래는 활성화돼야 하며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붐이 사실상 물 건너 갔고,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거래도 위축된 상황에서, 최근 들어 경제지들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는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오픈마켓 사업까지 진출해 온라인 유통업체가 술렁이고 있다.(조선) 카카오가 새롭게 내놓은 모바일SNS ‘카카오스토리’가 출시 5일 만인 25일 가입자 500만 명을 넘어섰다.(머투 2면 기사)
KT가 CJ그룹 출신 미디어콘텐츠전문가 김주성 전 CJ미디어 대표를 전격 영입해,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 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머투 4면<kt>) 종합편성채널의 잇단 드라마 조기종영으로 관련 콘텐츠 업체들의 주식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파이낸셜뉴스 11면 )</kt>
다음은 26일자 전국단위 경제신문 머리기사다.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아주경제
26일자 경제뉴스에서는 대기업의 계열사 ‘몰아주기’ 실태를 폭로한 조선일보 보도가 눈길을 끈다.
조선은 1면 기사 에서 입수한 내역을 토대로, △계열사 발주 물량이 포스코건설 60%(8조6400억원), 삼성물산 20.8%(2조5400억원), SK건설 19.5%(1조3800억원), 현대건설 4.1%(4800억원)였고 △삼성물산은 작년 7월 '신입 사원 하계 수련회 무대 공사' 명목으로 삼성그룹이 발주한 1억원짜리 공사까지 수주했다고 밝혔다. 조선은 “결국 대그룹들은 중소기업들과 공생을 외치면서도 중소, 지방 건설사들에는 입찰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경제 26일자 4면

조선은 경제면 4면 기사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해 4월 SK텔레콤의 통신망 공사(2029억 원)와 SK네트웍스의 신사옥 공사(886억 원)를 수주하는 등 SK그룹 계열사 공사 1조3801억 원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여수엑스포 삼성관’ 공사(137억 원), 기흥공장 남자 기숙사 신축 공사(378억 원),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센터연구소 공사(22억 원) 등 2조5495억 원을 삼성계열사로부터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지난해부터 현대제철 등에서 발주한 공사(4812억 원)를 수주하기 시작했다.
조선은 “재벌 계열 건설사들에 대한 ‘공사 몰아주기’는 그간 수십년째 관행처럼 여겨져 왔고, 내용 또한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며 “대기업들마다 ‘핵심 시설에 대한 기밀 유지’, ‘비용 절감’, ‘공사의 특수성’ 등을 명분으로 내걸고 자사 건설 계열사를 은밀하게 활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일부 그룹의 경우 비상장 건설사에 공사물량을 몰아줘 오너 친·인척에게 특혜를 베풀어 왔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점은 대기업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이 같은 관행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경제는 2면 기사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오는 4월부터 시행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한 회사는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계약 체결방식을 건별로 공시하도록 했다.


서울경제 26일자 7면

총선 전후로 부동산 경기 흐름에 대한 경제지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경제는 1면 기사로 박재완 장관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박재완 장관은 7면 기사 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하지만 역부족인 현실을 토로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보면 추가적인 가격상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고 거래는 좀 더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정부가 할 수 있다면 분양가상한제를 없애든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낮추든지, 1가구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항구적으로 안 한다든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텐데 아무튼 심리적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거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총선 이후에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는 5면 기사에서 여야의 ‘집값 잡기’ 공약에 불편한 시각을 내비쳤다. 매경은 “부분인지 전면인지만 차이가 날 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한목소리로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선거 이후 어떤 식으로든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시장은 물론 국토해양부도 ‘실효성이 떨어지고, 직접적인 가격 통제정책은 부작용만 더 키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두고두고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선경제 26일자 1면

인터넷·IT 관련 뉴스에서 조선이 네이버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조선은 경제면 1면 머리기사에서 부제목을 “IT 생태계의 비정한 포식자”로 꼽고 네이버를 비판했다.
지난 23일 NHN은 네이버에 ‘오픈마켓형’ 사이트 ‘샵N’의 서비스를 개시했다. 오픈마켓은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사고 팔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개형 인터넷 쇼핑몰로, 국내의 옥션-G마켓-11번가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은 “상품 가격 비교 정보 제공업, 부동산 매물 정보업, 검색 광고 대행업 등 중소 IT 업체의 사업 영역을 무차별하게 싹쓸이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각종 사업을 먹어 치워 온 네이버가 이제는 가장 큰 온라인 사업 영역인 전자상거래업에까지 뛰어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검색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가 이 힘을 이용해 전자상거래업까지 뛰어들어, IT생태계가 네이버에 쏠리게 된다는 IT유통업계의 우려가 집중적으로 반영됐다. 
조선에 따르면, 더욱이 다른 마켓과 달리 네이버의 ‘샵N'은 닫힌 구조라서, 많이 알리기 위해서는 네이버 ’지식쇼핑‘에 광고를 많이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가만히 앉아서 상품 거래 수수료와 광고비를 이중으로 챙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NHN측은 ‘지식쇼핑을 통해 상품·가격 정보만 제공했더니 고객들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게 되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 연결해 주는 온라인 쇼핑몰의 신뢰성이 떨어져 네이버가 직접 나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그동안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업계에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최근에 잇따라 경제 뉴스에서 이 같은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이 문제의 지적은 경향, 한겨레 등의 진보 성향 언론보다는 조선 등의 보수 성향 언론에서 더욱 적극적이다.
앞서, 매일경제도 지난 7일자 1면 기사에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4~5년 전부터 아파트 매물 정보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규모 부동산 정보 업체들이 생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보도한 바 있다.

2012년 3월 4일 일요일

직원 빼가고 소송 상대방 염탐하고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3-01일자 기사 '직원 빼가고 소송 상대방 염탐하고'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재벌 닮은 김앤장의 문어발식 확장 - ① 추락하는 시장 신뢰



김앤장은 ‘법조계의 삼성’이라 불린다. 경쟁업체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탁월한 영업력과, 스스로 시장의 거대한 권력이 되어 시장 질서를 흐리는 두 얼굴은 영락없는 삼성의 모습이다. 
김앤장처럼 오랜 기간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로펌도 드물다. 흉악한 범죄인이라도 그의 변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투철한 직업의식이 결과적으로 론스타를 비롯한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을 낳았다.
하지만 김앤장은 억울해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국내 로펌업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세계적인 로펌과도 당당히 겨룰 수 있도록 토양을 다져놓은 대가치고는 가혹한 평가라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이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차별받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의의 여신’ 디케의 가르침에도 어긋난다고 그들은 항변한다. 
김앤장은 과연 근거 없는 ‘미운털’이 박힌 걸까. 가 살펴봤다. _편집자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에 비판 목소리 높아져… 의뢰인뿐 아니라 시장 믿음 얻으려 노력해야
경쟁 로펌은 물론 중소 컨설팅업체까지 ‘1등 로펌’ 김앤장을 비난하고 있다. 마치 못된 대기업처럼 법률시장을 어지럽힌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참여자들의 비난을 외면하면 결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1등도 지키지 못한다.
무역 및 해외투자 관련 컨설팅업체인 무역투자연구원(ITI)이 최근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상대로 일전을 벌이고 있다. 이 업체 소속의 회계사 전원이 김앤장으로 이직을 시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무역투자연구원은 김앤장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이직 문제가 공정위 제소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역투자연구원 쪽의 설명은 이렇다. 문제의 회계사들은 무역투자연구원의 주요 매출 활동 가운데 하나인 무역구제 업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력들이었다. 이들은 국내 업체가 해외시장에서 반덤핑 제소를 당하거나, 거꾸로 해외 업체를 반덤핑 제소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졌다고 한다.
중소 컨설팅업체의 하소연
정동식 무역투자연구원장은 “우리 회계사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역구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이 김앤장으로 모두 옮기면 무역투자연구원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무역구제 업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회계사들이 하고 있던 일은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한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거래처를 통째로 김앤장에 빼앗기는 것이다. 회계사들이 그동안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김앤장으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200억원 규모에 불과한 무역구제 시장을 김앤장이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 원장은 “김앤장처럼 덩치가 큰 로펌이 들어오면 무역구제 시장에서 다른 중소 로펌이나 컨설팅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 관계자는 “무역구제 업무는 이미 김앤장에서도 하고 있던 일”이라며 “회계사들은 무역투자연구원에 계약직으로 고용돼 있었는데, 계약 기간이 끝난데다 본인들이 원해서 옮기는 것일 뿐 인력 빼가기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은 김앤장을 공정거래위윈회에 제소할 생각이지만, 스스로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공정위 전직 고위 간부들이 김앤장에 고문으로 영입돼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에는 김병일, 김병배 전 부위원장과 이동규 전 사무처장, 김원준 전 경쟁정책국장 등 전직 핵심 간부들이 포진해 있다.
핵심 인력 빼가기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 2010년 5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 채용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은 이 규정을 들어 김앤장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앤장은 펄쩍 뛴다. 배현태 변호사는 “회계사나 변호사가 갖고 있는 노하우는 개인의 자산이지 회사의 자산이 아니다”라며 “무역투자연구원의 사례는 불공정거래행위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회계사들이 설계도나 특허 기술과 같은 회사의 자산을 빼돌린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에 소송을 낼 경우에는 어떨까?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무역투자연구원이 참고할 만한 가처분 결정이 최근에 나왔다.
지난해 10월 삼일회계법인은 김앤장으로 이직한 전직 파트너를 상대로 경업금지가처분 소송을 내서 이겼다. 삼일회계법인은 28년 동안 함께 일했던 이 전직 파트너가 김앤장으로 이직해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똑같은 일을 시작하자,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경쟁업체로 이직해 같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소송을 냈다. 이 파트너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려고 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결국 삼일회계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파트너가 삼일회계법인에서 취득했던 정보나 노하우, 신뢰관계 등은 공인회계사로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면서 습득한 노하우 등은 보호받아야 할 이익이 충분히 있으므로, 피신청인은 1년(2011년 1월1일~12월31일) 동안 김앤장에서 근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회사 일을 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는 회사의 자산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경쟁업체로 이직하는 것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다.


론스타 사건은 김앤장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론스타를 대리한 김앤장은 결과적으로 투기자본 론스타에 의한 수조원대의 국부 유출을 도운 셈이 됐다.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 모습. 한겨레 박승화.

전무후무한 로펌 간 진정 사건
김앤장은 이 판결도 탐탁해하지 않는다. 권오창 변호사는 “김앤장에서도 변호사나 회계사가 다른 경쟁 로펌으로 많이 옮긴다. 그래도 김앤장은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이직은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김앤장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경쟁업체들이 김앤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김앤장의 ‘업보’와 관련 있다.
김앤장은 종종 과도한 영업활동으로 경쟁 로펌들의 지탄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6년 12월에 벌어진 김앤장과 법무법인 광장 간의 진정 사태다.(1) 당시 김앤장은 광장 소속의 한 변호사를 상대로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김앤장은 “피진정인이 김앤장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과 명예훼손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상을 조사해 적절한 조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변호사가 김앤장을 비방한 내용은 이렇다. “김앤장은 비법률적 활동(로비)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우면서 변호사 윤리를 저버린다.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을 비법률적인 영역에서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변호사 직업윤리에 반하는 쌍방대리를 일삼기도 한다. 김앤장 고문의 역할은 브로커다.” 김앤장은 이런 비방이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듬해 1월 김앤장을 상대로 대한변협에 진정서를 접수시키며 맞대응했다. 김앤장이 “변호사법에 근거가 없는 특이한 조직 형태로 사업을 하면서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고, 변호사법의 여러 규제를 무력화한다”고 공격했다.
이 사태는 대한변협이 ‘불문종결’ 처리하면서 싱겁게 끝났지만, 김앤장에 대한 로펌업계의 부정적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때마침 김앤장 소속의 한 직원이 소송 상대방의 사무실을 염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김앤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극에 달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일본의 상위 20개 로펌 가운데 17개가 김앤장과 비슷한 합동법률사무소(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김앤장이 법무법인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마치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것처럼 비방하는 것은 악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또 ‘싹쓸이식 스카우트’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해마다 판사와 검사, 회계사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 출신 고위 관료를 두루 영입하는 과정에서 경쟁 로펌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최근에는 소장 판사 10여 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다른 로펌들의 반발을 샀다. 또 공정위의 전직 고위 간부 영입 문제를 놓고 경쟁 로펌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금호 형제의 난’ 개입했나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김앤장은 다른 어떤 로펌보다 막강한 진용을 꾸리는 데 성공했다. 고위 법관과 검찰 간부는 물론이고,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이 대거 영입됐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승수 전 총리, 한덕수 전 주미대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최근까지 관가를 호령하던 이들이 김앤장을 거쳤거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문제는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보수를 받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특정 사건과 관련해 대가를 목적으로 문서 작성이나 중재, 대리, 청탁, 상담 등의 활동을 할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따라서 합법적 영역에서 고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김앤장의 고문들은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로비나, 사건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김앤장은 “고문들은 변호사를 보조하는 활동을 한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앤장을 둘러싼 또 하나의 해묵은 논란은 ‘쌍방대리’다. 쌍방대리는 하나의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거나, 매수인과 매도인을 동시에 대리하는 것으로 변호사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경쟁 로펌들은 김앤장이 지금과 같은 조직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쌍방대리를 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김앤장은 쌍방대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양쪽의 동의를 받아 문제가 없다”거나, “법률적인 검토만 하는 것은 쌍방대리가 아니다. 또 변호사끼리 정보 교류를 막는 방화벽을 치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피해갔다. 하지만 2007년 1월 한국방송 에 보도된 ‘외환카드 대 라이나생명’ 사례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외환카드는 2004년 2월 외환은행과 합병되면서 업무가 은행과 보험 업무로 축소됐고, 기존 보험상품 판매를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라이나생명 등 보험사들로부터 받던 수수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됐는데, 그 액수가 무려 1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김앤장에서 “보험 수수료를 받는 게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김앤장이 외환은행에 자문을 해주기 3개월 전에 이 건과 관련해 라이나생명에도 법률자문을 해줬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앤장은 라이나생명과 5년간 거래를 해오던 상황이었다. 결국 동일한 사안에 대해 두 분쟁 당사자 모두에게 법률자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소송 사건이 아닌 법률자문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으면 양쪽을 모두 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 대한변협의 유권해석을 인용해, “같은 사건에 대해 어느 한쪽과 상담하고 다시 상대방과 상담한 후 수수료를 받는 것은 변호사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법무부는 2007년 10월 쌍방대리 금지 대상을 김앤장과 같은 공동법률사무소로 확대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국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김앤장은 여전히 쌍방대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재계를 시끄럽게 했던 ‘금호그룹 형제의 난’ 때도 김앤장이 쌍방대리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009년부터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는데, 2011년 6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박찬구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의혹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 있다며 형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최경원 변호사에게, 박찬구 회장은 법무부 보호국장을 지낸 윤동민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최 변호사와 윤 변호사는 김앤장의 막강한 형사팀을 만든 원로 변호사들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두 변호사가 금호그룹의 형제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어서 도움을 줬을 뿐, 쌍방대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문을 해준 사건도 형제간 분쟁이나 검찰 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여름 소속 직원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2011년 7월 수도권 신도시 부근의 한 대형할인점에서 냉방기를 고치던 인부 4명이 가스 유출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김앤장은 당시 할인점과 책임을 다투던 설비업체를 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앤장 소속 직원 2명이 경찰로 가장해 할인점의 기계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할인점 직원들에게 붙잡혀 신분이 들통난 것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당시 할인점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 사진을 찍기 위해 직원들이 갔던 것”이라며 “신분을 속인 것은 잘못했기 때문에 해당 직원들을 문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업계는 김앤장이 이처럼 ‘오버’하는 것을 과도한 실적주의 탓으로 해석한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도태시키는 문화가 직원들을 일탈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1973년 설립 이후 줄곧 지켜온 1위 로펌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자 위기감까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앤장은 2010년까지 형사 및 민사 소송은 물론 인수·합병(M&A), 조세, 노무, 공정거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내 로펌 가운데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M&A 분야에서는 법무법인 광장에 1위를 내줬다.
미국의 종합 미디어그룹 가 집계한 2011년 한국 M&A 법률자문 순위(거래총액 기준)에 따르면, 광장은 총 189억2300만달러의 거래를 자문해 시장점유율 36.4%를 기록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2010년 1위였던 김앤장은 165억2300만달러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특히 김앤장의 변호사 규모(430명)가 광장(252명)에 비해 170여 명이나 많다는 점에서 광장의 실적은 더욱 빛났다. 그만큼 김앤장으로서는 뼈아픈 성적표인 셈이다. 김앤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김앤장은 변호사와 회계사, 변리사 수가 800명에 이를 정도로 그동안 회사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놨는데, 다른 로펌과의 격차가 점점 줄고 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앤장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권오창 변호사는 “M&A 실적은 그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며 “김앤장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 당장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까지 직원을 계속 늘려왔지 않느냐. 앞으로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위기설을 일축했다.
시장의 신뢰는 포기했나
김앤장은 그동안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의 공개적인 비판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들의 비판이 오히려 김앤장의 ‘1등 프리미엄’을 견고하게 지켜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은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줘, 재벌 총수를 비롯한 ‘큰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로펌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김앤장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 로펌에서부터 중소 컨설팅업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김앤장을 비난한다.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김앤장도 이젠 고객의 이익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에도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 이춘재 부편집장  cjlee@hani.co.kr

2012년 2월 26일 일요일

이맹희 vs 이건희, 동생이 탈취한 장물을 뺏어라


이글은 한겨레21 2012-02-27일자 기사 '이맹희 vs 이건희, 동생이 탈취한 장물을 뺏어라 '를 퍼왔습니다.
창업주 장남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 상대로 낸 주식 반환 소송, 삼성 지배구조 흔들 수 있어…삼성 관계자 “비자금 문제 또 나오나” 우려, 경제개혁연대 “이병철 회장 숨진 뒤에 는 주식은 상속과 별개의 차명주식” 주장

형제간 재산 다툼일까? 장물 싸움일까?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가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등의 차명주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맹희씨는 지난 2월12일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생명 등의 차명주식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며 7천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형제간 재산 다툼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건희 회장이 상속재산 가운데 일부를 숨겼다가 나중에 실명 전환을 했고,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게 돼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게 이맹희씨 쪽 주장이다.
이씨가 소유권을 주장한 상속재산은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확정된 것이다. 삼성 특검은 4조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삼성 주장대로 상속재산이라고 인정했다. 당시 이에 대해 불법 비자금을 삼성 재산으로 인정해 ‘도둑에게 장물을 돌려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맹희씨의 소송에 대해서도 ‘장물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송은 왜?

이맹희씨는 한때 삼성그룹의 후계자였다.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맹희씨는 6년간 그룹 경영을 맡았다고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6개월뿐이라고 밝혔다.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인 에서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 경영을 맡겨보았다. 그러나 6개월도 채 못 돼 맡겼던 기업체는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고 적었다. 그리고 다시 후계자에 이건희 회장이 지목됐다.
“아버지가 삼성의 차기 경영자로 건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처음 발표한 것은 1976년 9월 중순경이었다. (중략) 그 자리에서 아버지는 후계 구도에 대해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앞으로 삼성은 건희가 이끌어가도록 하겠다.’”
동생이 후계자를 거쳐 삼성 회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형은 밀려난 뒤 유랑생활을 했다. 수십 년간 국내는 물론 몽골, 중국 등 해외에서 삼성과 관련된 직책은 하나도 없이 지내왔다. 그런 그가 갑자기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을 보면 이맹희씨가 차명주식으로 관리된 상속재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6월께다. 삼성 쪽으로부터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이라는 문서가 CJ 쪽에 전달되면서다. 문서는 ‘선대 회장께서 삼성그룹 내 회사들의 주식을 실명주식과 차명주식을 포함하여 모두 각 상속인에게 분할하여주셨다. (중략) 모든 상속인들은 각자가 분할받은 재산 이외에 다른 상속인의 재산에 대하여는 어떠한 권리나 이의가 있을 수 없으며, 더더욱 특정 상속인이 차명재산을 국세청에 신고한 후 실명 전환하는 시점에서 다른 상속인들이 자신의 상속 지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맹희씨 쪽은 “차명재산에 대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에 문서에 서명 날인을 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고 이병철 회장은 숨지기 전 구두로 재산 분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소송을 고려하면, 최근 불거진 차명재산은 그때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운명 전에 아버지는 인희 누나, 누이동생 명희, 동생 건희, 그리고 내 아들 재현이 등 다섯 명을 모아두고 그 자리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고 건희에게 정식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주었다. 이 자리에서는 건희에게 삼성을 물려준다는 내용 이외에 삼성의 주식을 형제간에 나누는 방식에 대한 아버지의 지시도 있었다.”
소장을 보면 삼성 쪽의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 요구가 차명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08년 삼성 특검 결과가 발표된 순간 소송은 예정된 것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특검 때 삼성은 차명재산을 상속재산으로 인정받아 비자금 관련 처벌은 물론 소멸시효 만료로 상속세도 면제받을 수 있었다”며 “동시에 새 상속재산이 나타나 형제간 재산 분쟁 소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 이 재산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형제자매 가운데 한 명이 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 이건희 회장이 2008년 4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마련된 삼성 비자금을 조사하는 조준웅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으려고 들어서고 있다. 이때 밝혀진 차명재산을 특검에서 상속재산으로 인정해,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가 제기한 소송의 원인이 됐다. <한겨레> 이종근

소송은 어떻게?

이맹희씨가 요구하는 상속재산은 삼성 특검 때 드러난 차명재산 중 일부다. 특검 당시 삼성 쪽은 초기 차명재산이 임원들의 개인 재산이라고 주장하다, 수사가 진행되자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검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그 규모는 4조537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주식이 삼성생명 2조3119억원(당시 주식 수 324만4800주를 시가 71만2500원으로 평가)을 비롯해 4조1009억원에 달했다.
이맹희씨는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생명 차명주식 가운데 민법상 상속분(189분의 48·약 25.4%)인 824만여 주(액면분할 전 82만4천여 주)를 요구했다. 2월14일 기준 7169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전자 주식 20주와 1억원을, 삼성에버랜드에는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향후 삼성전자 차명주식 등을 추가로 청구할 가능성도 있어 청구액은 수조원에 이를 수 있다.
엄청난 재산을 두고 벌써부터 그 결과 예측이 나온다. 삼성 쪽은 말을 아끼면서도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반면에 이맹희씨 쪽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길 수 없는 소송을 제기했겠느냐”며 자신 있어 했다.
만약 이맹희씨가 승소한다면 다른 형제자매가 추가로 소송을 걸 수 있어 이건희 회장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주식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지분이 줄어들면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금융회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1062만여 주)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가 끊어질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이맹희씨가 패소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맹희씨를 비롯한 형제들이 차명재산의 존재를 이미 알고 이건희 회장이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실명 전환하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면 증여세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형제들이 상속재산을 이건희 회장 이름으로 다시 차명 전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실소유자가 공동상속인인 차명주식을 이건희 회장이라는 새로운 차명으로 전환한 것이므로, 이건희 회장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액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싱겁게 취하할까 끝까지 갈까
하지만 이런 예측이 틀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소송이 커지거나 삼성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삼성 쪽은 “한솔그룹(이병철 회장의 장녀 이인희씨가 고문) 등 일부 상속인들은 이미 삼성 쪽이 요구한 상속재산 인정 문서에 서명날인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이맹희씨가 승소하더라도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삼성생명 주식을 사서 되갚으면 되고, 설사 현재 소유 주식을 돌려줘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낮아지더라도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을 낮춰 금융지주회사법 적용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여세 역시 부과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한 세무 관계자는 “증여세가 발생하려면 형제들이 이건희 회장에게 재산을 맡긴다는 의사를 전달했음이 밝혀져야 하는데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온갖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황에서 양쪽 간 화해로 사태가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이맹희씨의 아들 재현씨가 회장으로 있는 CJ 쪽이 소송 취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CJ는 “개인 간 다툼”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범삼성가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소송을 취하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솔그룹과 신세계 쪽도 “소송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한 법조인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소송인 만큼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맹희씨 쪽은 “인지대 25억원을 모두 납부했고 소송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 쪽도 “인지대를 모두 납부하는 것을 보면 소송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송을 취하하더라도 인지대는 절반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비자금 다시 불거지나?

삼성은 이번 소송을 두고 걱정거리가 또 하나 있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일단락된 비자금 이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삼성 관계자는 “당시 정리된 비자금 의혹이 다시 불거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특히 재벌 개혁 문제가 최근 이슈가 된 상황에서 그 문제가 또 나오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경제개혁연대는 2월15일 ‘삼성의 차명주식 문제, 아직 끝나지 않아’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에서는 “삼성 특검 수사 결과 또는 이맹희씨의 주장과는 달리, 삼성생명의 차명주식 총계 978만1200주 중에서 엄밀한 의미의 이병철 선대 회장 상속재산은 491만4천 주뿐이고, 나머지 486만7200주는 상속과는 무관한 별개의 차명주식이다”라고 지적했다.
2008년 특검 수사 발표 이후에도 밝혔지만, 그 근거는 뚜렷하다. 삼성생명 주식은 두 차례에 걸쳐 실명 전환됐다. 1998년 644만2800주,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324만4800주다. 2006년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이전된 고 이종기 회장(이병철 회장이 사위) 명의의 주식 9만3600주까지 합치면 총 978만1200주(2010년 액면분할 이전 기준)가 차명주식 수다.
이 가운데 적어도 486만여 주는 이병철 회장이 숨진 이후에 만들어졌다. 삼성생명은, 1987년 11월 이병철 회장이 숨진 이후인 1998년 9월에 유상증자를 했다. 이때 신세계와 제일제당(현 CJ)이 각각 보유한 지분 29%, 23%이 절반인 14.5%, 11.5%로 줄어들었다. 이때 감소한 지분 26%가 새롭게 만들어진 차명재산인 셈이다. 주식 수로는 당시 유상증자 이전 발행주식 총수의 26%인 486만7200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김용철 변호사는 저서 에서 “특검이 차명으로 관리돼온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이건희 몫으로 인정하면서, 도둑에게 장물을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건희는 ‘유상증자→법인주주의 실권→제3자 명의로 총수가 실권주 인수’라는 방식을 취한 셈인데, (중략) 이건희의 외아들 이재용이 재산을 불린 수법과 쏙 빼닮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도 논평에서 “이 사안이 한 집안 내부의 문제로, 또는 언론의 가십성 기사로 끝날 일은 결코 아니다”라며 “국세청은 삼성 특검이 제대로 밝히지 못한 삼성그룹 차명재산의 성격과 조성 재원 등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정하고,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 등을 빠짐없이 부과·징수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참고 문헌: (김용철 지음, 사회평론 펴냄), (이맹희 지음, 청산 펴냄), (이병철 지음, 중앙일보사 펴냄)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손석희 “삼성가 남의 돈으로 재산다툼 벌이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4일자 기사 '손석희 “삼성가 남의 돈으로 재산다툼 벌이나”'를 퍼왔습니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 “삼성 패해도 지배구조 흔들리지 않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상속재산 반환소송이 삼성의 이재현 CJ그룹회장 미행사건 폭로로 이어지면서 이들 다툼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남의 돈을 놓고 재산 다툼을 벌인다는 말도 나온다(손석희  MC)는 지적과 지난 2008년 서로 이면합의를 했다가 약속이행이 안돼 소송전으로 확대된 것 아니냐는 관측(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제기됐다.
CJ가 23일 “이재현 회장을 삼성물산 감사팀 김아무개 차장이 미행했다”며 김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한 사건을 두고,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24일 MBC라디오 에 출연해 “이번 문제만이 아니라 삼성그룹에서 공문으로 이맹희씨에게 ‘재산상속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각서를 요구해, 이를 거부한 게 작년 6월인데, 그 이후 대단한 긴장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차명주식의 존재가 등장한 것이 삼성특검을 했던 지난 2008년으로, 4년이 지난 뒤에야 소송한 이유에 대해 노회찬 대변인은 “이맹희씨 측의 설명에 따르면 작년에 알았다는 것”이라며 “작년 6월 달에 상속재산 분할 관련된 소명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으면서 차명으로 주식상속분이 있었고 이걸 이건희씨가 다 가져갔다 라는 걸 알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노 대변인은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2008년 4월에 알았던 것이고, 그렇다면 재벌가에서 주식을 상속할 때 여러 명의 자식들에게 나누면 이제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그 대신에 그에 상당하는 다른 재산을 나누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며 “2008년도 당시에 이면합의를 했다가 그 약속이 이행이 제대로 안 됐거나 분쟁이 발생해 이제 와서 주식을 차라리 내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두고 손석희 진행자는 “남의 돈을 놓고 재산 다툼을 벌인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뭔가”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대변인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병철 회장의 차명주식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2008년도 삼성특검이 ‘차명주식 900만 주 이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이병철 회장 것으로, 이건희 회장에 상속됐다’고 발표하면서”라며 “(그러나) 당시 ‘그 주식 가운데 절반가량만 이병철 회장 거고 나머지 절반가량은 이병철 회장 것이 아니다’,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이후 약 1년 후에 삼성생명이 유상증자할 때 그때 발생한 주식’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노 대변인은 이어 “삼성특검 역시 ‘이병철 회장의 주식’이라는 결론만 있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주식 절반가량은 불법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아니냐, 유상증자시 당시 유상증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던 쪽으로 가야될 주식이 차명으로 돌려져가지고 그냥 이건희씨 개인에게 돌아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증여세 문제에 대해서도 노 대변인은 “이맹희씨 등 형제들이 이병철 회장의 차명주식이 이건희씨에게 전부 돌아간 것을 양해했다면 그건 증여한 것이 돼, 2조원이 넘는 증여세가 발생한다”며 “또한 만일 양해한 것이 아니라 이맹희씨의 주장처럼 형제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혼자서 이건희씨가 독차지한 것이라면, 상속분 중에 약 4분의 3 정도는 다른 형제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주식 반환을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노 대변인은 삼성이 패했을 경우 실제 지배구조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내다봤다.


CJ그룹이 23일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CJ 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며 언론에 공개한 사진. ©연합뉴스

그는 “삼성생명에서 지금 제1대 주주가 이건희 회장이고 제2대 주주가 에버랜드 지주회사인데, 이맹희씨가 승소해 지분을 되돌려받을 경우 1위와 2위의 순서는 바뀐다”며 “그런데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씨이므로, 삼성생명의 1대 주주가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넘어갈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맹희씨 일가등) 다른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노 대변인은 또 이맹희씨 외에 다른 형제 3명이 다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하면 이건희 회장의 주주 지위는 현격히 떨어지겠으나 이 경우엔 삼성가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7일자 기사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를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정부와 한나라당 쪽에서 영리법인병원 추진을 줄기차게 주장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영리법인병원 추진이니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니 하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조차 평생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주요내용으로 포함하는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판이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표 떨어질 이야길 일체 삼가는 상황이고, 청와대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되지도 않을 이야기를 해봐야 득이 될 것이 없으니 입을 다물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통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경제특구의 레칫 조항과 같은 의료민영화 추진의 중요한 수단 하나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민영화 관련 법·제도의 변화는 제대로 이루어 낸 것이 없는 실정이다. 국민적 우려와 반발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굳이 이 시점에서 제기하는 이유는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개개인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참여정부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까지 의료민영화 추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와 배경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우선 그 배경부터 짚어보자.

일련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은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보건의료개혁의 한국판 버전으로서 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우파가 주도한 의료개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다. 과거 선진국의 경험을 놓고 볼 때 이러한 국면에서 취한 대응방식은 유럽식 복지국가 전략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보편적 복지의 확대와 미국식 금융·의료·교육산업 육성 전략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2000년대 초반이라는 구체적 시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본격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지난 10여년의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청와대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부 당국은 일련의 의료민영화 조치들을 통해 자본시장의 여유 자금을 의료시장으로 유입시켜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자 시도 한 것이다. 즉,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합법화와 의료비 재원 조성과 배분을 담당하는 민간보험회사의 활성화가 그 요체였다.

이 두 가지 조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란 점에서 '의료민영화'라 명명되어 왔던 것이고. 그 어떤 집권 세력이든지 청와대 입성 후 가장 절실한 국정운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을 외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안타깝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고, 웬만한 지금의 웬만한 여야 정치인들도 결코 예외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둘째,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의료 관련 기업들이 의료시장에 들어와서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의료기관을 그 산하로 인수하여 돈을 벌고, 동시에 보험회사를 통해 의료보험상품을 보다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직접 투자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도 비슷할 것이다. 이들이 갖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인천 송도에 삼성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영리법인병원 설립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소식이 계속되고 있는 데, 이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셋째,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저수가 체계와 과도한 경쟁에 지쳐하는 의료계 일각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이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환자유치 경쟁 구도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투자가 절실한 상황인데, 영리법인병원 합법화는 이러한 갈망에 들어맞는 정책 대안이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해서는 영리법인병원 합법화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계기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흔들어 수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수익이 높은 민간의료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의도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일부이지만 영리법인병원을 통해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서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소위 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의 영리법인병원 성공사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의료산업 선진화를 통한 국부 창출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를 통한 수출 증대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었다. 태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도 의료로 달러를 벌어들인다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단순 논리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인식이 한국사회 주류의 인식을 장악해 나가면서 영리법인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로 대변되는 의료민영화 추진방향이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 ⓒ뉴시스

이 네 가지 흐름과 요인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최근 10여 년 동안 '의료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우파적 의료개혁 흐름이 맹위를 떨쳤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그들이 추진한 의료개혁의 성과가 기대보다 변변치 못했던 것일까? 왜, 국민적 반감과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일까? '신자유주의 의료개혁이기 때문에' 식의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주장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가장 큰 이유는 의료시장을 통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전가시키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만 의료를 통해 내수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느냐이다.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그 부담주체는 국내 환자와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환자이다. 국민들에게 돈 더 내라는 이야기는 꺼내기가 어려웠는지, 열심히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 논리만 더 큰 소리로 되풀이 해댔다.

이 대목에서 의료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경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 미국은 그 비용을 기업과 세금을 매개로 국가가 부담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미국 의료체계가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이전부터 미국 의료비의 대부분을 기업과 국가가 부담해왔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미국 내수의 버팀목으로 성장해 올 수 있었다. 지금에야 너무 비대해지고 낭비적인 탓에 국가와 기업들이 그 비용의 적지 않은 부분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면서 반발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지만. 만약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국가와 기업이 국민들에게 내수산업 육성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추가 비용을 온전히 국민들에게 요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둘째, 정부 당국과 기업에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 부담 주체로 상정한 해외 환자들의 규모가 국가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해외환자들이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이 1,000억 원을 넘기 시작했다. 한류 바람이 뒤를 받쳐주고, 최소한 지난 5년간 정부와 민간에서 정말 열심히 일한 성과가 이렇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기업(섬유산업) 한 곳의 매출액이 같은 해 1조 5천억 원을 넘긴 것에 비하면 한 국가의 전략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의료관광 산업의 성공은 누가 더 저렴한 임금과 비용으로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개도국에도 공부 잘해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교육받고 수련 받은 우수한 의사들이 있고, 이들이 영리법인병원을 매개로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선진국 의료소외계층들에게 제시하기 때문에 의료관광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경쟁 원리가 섬유산업이나 신발산업과 똑 같다. 이러니 우리의 인건비와 부대비용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의 파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라는 입소문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기존 공간과 분리하여 병원시설의 일부라도 미국식 병원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을 갖추고 해외 환자를 맞이해야 한다. 물론 동남아 국가 대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격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착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병원을 찾는 해외환자 규모로는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어떤 병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국내를 찾는 환자들도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분산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전망도 난망한 실정이다.

외국의 경험으로 볼 때 해외환자를 끌어들이는 원리도 국내환자 유치와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찾는 환자가 소수지만 서비스가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으면서 치료 결과가 좋아야 좋은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환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정 단계로 올라서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소리만 요란했지 내실 있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실정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대해서는 그 규모와 실상에 걸 맞는 대접을 해 주어야 하며, 새로운 기조 속에서 기존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사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방향과 전략의 수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의료선진화로 칭하든, 의료민영화로 칭하든 간에 그 실체가 의료개혁 담론으로서의 완결성이 낮았다. 내수 경제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과 같은 정책 추진의 명분은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의료제도의 난맥상을 관통하는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넷째, 모순이 심화되는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이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연히도 2008년 초 국내에 소개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를 비롯하여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을 체험한 무수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처참한 실상들이 국민적 각성과 반발의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더불어 2009년을 관통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개혁 논란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었다.

다섯째,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 분화와 의료계의 일관된 지지 확보 실패 탓도 적지 않았다. 환자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울 소재 초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시장으로 외부 자본이 본격적으로 영입되었을 때 나타날 양상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재래시장에 미친 영향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료계의 입장에도 일정한 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윤리적 측면에서 미국식 의료제도로의 변화를 원치 않는 의료계의 정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취할 기존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와 정책 방향이다. 복지국가 실현을 너도 나도 이야기 하는 속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과거 집권세력으로 일정한 책임이 있는 탓에 아마도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나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 후에도 이러한 기조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고, 내수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며,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증세와 전달체계 혁신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5년 임기 안에 일정한 성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내수 확장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민영화와 의료선진화 담론이 어떤 식으로든 국정과제로 부상할 여지는 남아 있다. 집권세력을 둘러싼 정치적 역관계의 변화와 재벌을 필두로 한 대기업과 보수언론의 영향력, 강고한 보수 지지층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2012년 정치공간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활발한 평가, 논쟁, 그리고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의료민영화는 최근 여야가 경쟁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복지국가'와는 상극의 위치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금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의료공공성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자는 게 우리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제주대학교 교수

2012년 1월 29일 일요일

"호텔신라의 빵집 철수? 문제는 재벌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8일자 기사 '"호텔신라의 빵집 철수? 문제는 재벌이야"'를 퍼왔습니다.
"빵집만 문제인가… 본질 외면" 파이낸셜타임즈 뼈아픈 비판, 한국 언론은 뭐하고 있나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가 논란 끝에 커피·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 사업을 전격 철수하기로 했다. 재벌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비난을 의식한 결과지만 빵집 철수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가 ‘한국 : 재벌과의 빵 싸움(South Korea : bun fight with the chaebol)’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해 눈길을 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대기업 회장의 딸들이 취미로 빵집을 경영하며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정치권의 비판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제과·제빵 사업에서 철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겉치레(cosmetic)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본질은 국가가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진정한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인데 한국 정치권은 이 민감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한국 대기업이 일본이나 독일 같은 소규모 전문 기술기업의 양성을 막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한국에서는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누군가가 사업을 시작하면 재벌이 이를 인수해 그 회사의 직원과 자산을 빼앗아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은 아직도 기술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고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으나 한국 정치인은 이러한 숙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즈 온라인 1월28일.

재벌 2·3세가 운영하거나 지분을 가진 빵집은 이밖에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외손녀 장선윤 블리스 대표의 포숑,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조선호텔베이커리의 데이앤데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딸 정성이 전무가 있는 해비치호텔리조트의 오젠 등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동네 빵집에 위협이 되는 건 이들 재벌 빵집 보다는 SPC그룹의 빠리바게트와 CJ푸드빌의 뚜레주르 같은 체인 빵집들이다. 

삼성그룹이 빵집 철수를 발표한 날, LG그룹 계열사인 아워홈도 순대와 청국장 소매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9월 순대와 고추장, 떡, 막걸리, 금형 등의 16개 사업분야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고 대기업 진출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는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특별조치법이 계류돼 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커피·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즈는 “중요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인들은 재벌의 빵집 철수를 큰 성과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의 유권자들 가운데 이를 납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라호텔의 빵집 진출은 비난받을 일이지만 이미 골목 상권을 장악한 대형 할인마트와 대기업 체인 빵집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커피·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

부끄럽게도 한국 언론의 재벌 빵집 철수와 관련한 보도는 이 영국 신문의 비판에 턱없이 못 미쳤다. 정치권은 여론을 의식해 적당히 구색을 맞춘 법안을 쏟아내는 데 그쳤고 보수·경제지들은 재벌 대기업들이 엄청난 양보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경제는 “그럼 빵집은 누가 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보성향 신문들도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채 다분히 표면적인 비판을 반복했다.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이란, 한국 기업에 보복 움직임…제재 동참 반발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20일자 기사 '이란, 한국 기업에 보복 움직임…제재 동참 반발'을 퍼왔습니다.
삼성ㆍLG 옥외광고 금지했다 외교부 항의로 철회

우리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로 방침을 정한데 대해 이란 정부가 현지 한국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일종의 보복성 조치를 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란 정부가 이달 초 테헤란시에 있는 삼성과 LG 등 한국기업 옥외광고판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했다가 우리 현지공관에서 철회를 요구하자 광고금지 조치를 해제했다"라고 밝혔다.

테헤란시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 기업 옥외광고에 대한 철거가 실제로 진행됐지만 지난 8일자로 원상 복귀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금지 조치가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이란이 한국의 원유수입 감축 방침에 반발,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려 했다는 점에 정부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란 외무부는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 이란산 원유수입을 감축키로 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그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2005년 한국이 유엔의 이란 핵 관련 제재 결의에 동참하자 한동안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에 돌입하면 이란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어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ㆍ이란 교역액은 185억달러(수출 72억달러, 수입 113억달러)로 전년(115억달러)보다 60%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종전 최대치였던 전년보다 56%, 수입은 2010년보다 63% 증가했다.



/연합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삼성 에버랜드 25살 사육사는 왜 갑자기 죽었을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3일자 기사 '삼성 에버랜드 25살 사육사는 왜 갑자기 죽었을까?'를 퍼왔습니다.
[단독] 산재여부 공방…故人의 미니홈피엔 "동물사 철장에 다쳐"

삼성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1년 가까이 일했던 사육사가 지난 6일 25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균에감염돼 생긴 패혈증. 유족들은 "고인(故人)이 살이 10kg이나 빠질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고, 사망 직전에 동물원 우리 철창에 찢겨 얼굴과 다리에 흉터가 났었다"며 그의 죽음이 산재라고 주장했다. 고인이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에 남긴 글이 근거다. 패혈증은 상처로 인해 감염되거나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감염될 수 있다. 반면 에버랜드 측은 고인이 "동료와 회사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다쳤다"고 맞섰다. 유족들은 "회사가 거짓말을 했다"며 반발했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사건의 전말을 소개한다.  

7일 경기도 수원의 어느 장례식장. 영정사진에는 갈래머리를 한 앳된 여성이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 근무복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스물다섯 살. 생을 마감하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나이의 사진 속 김유리(가명) 씨는 장례식의 침침한 분위기와 어색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어색한 광경은 또 있었다. 삼성 에버랜드가 보낸 화환이 늘어선 복도에는 삼성 직원으로 추정되는 조문객들이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기자가 조문을 온 박원우 삼성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다가가자 인파는 홍해가 갈라지듯 양끝으로 갈라졌다. 갑자기 수십 명의 눈이 기자에게 쏠렸고, 누군가가 휴대전화기를 꺼내 기자의 사진을 채증해갔다. 삼성 인사팀 관리자였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례식장 분위기에서 김유리 씨의 큰아버지 김영철(가명) 씨가 삼성노조 조합원들과 마주했다. 김 씨의 주위에 삼성 인사팀 관리자 두세 명이 줄줄이 따라붙었다. 한참 승강이가 벌어진 끝에 관리자들은 자리를 떠났지만, 여전히 문 밖에서 초조한 듯 서성였다. 김 씨가 말문을 열었다. "산재로 해야죠."


▲ 고(故) 김유리 씨(유족의 뜻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를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정규직 발탁' 꿈꾸며 동물원 사육사 됐지만…

김유리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삼성 에버랜드에서 동물원 사육사로 일했다. 유난히 동물을 좋아하던 그는 어릴 때부터 사육사가 꿈이었다.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정규직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김 씨는 졸업 후 바로 장기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면서 1년 이상 근속자에게 주어지는 '정규직 발탁'의 꿈을 키웠다.

근무조건은 열악했다. 유족들은 김 씨가 "동물의 먹이를 칼질하다 베어서 손이 성할 날이 없었고, 비 오는 날에는 우비도 없이 비를 맞으며 일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작업복과 신발에는 항상 동물의 배설물이 묻어있었다. 휴일도 짰다. 주말에 손님이 많은 동물원의 특성상 일주일에 한 번, 평일에만 쉴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올라와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김 씨는 지난 1년간 단 두 번만 집에 갈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 생활 1년이 다 돼가던 무렵인 12월 14일. 그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상사에게 조퇴 허가를 요청했다. 상사는 그에게 화를 내며 "가려면 가라"고 했다. 그는 작업복을 그대로 입은 상태로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고, 간단한 조치만 받고 허겁지겁 기숙사로 돌아왔다. 15일 새벽 쓰러진 그는 결국 구급차에 실려 갔다. 가까운 용인 서울병원에서는 "상태가 심각하다"며 고개를 저었고, 그는 곧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다.

16일 오전, 김 씨의 얼굴과 몸 전체에 새까맣게 멍이 올라왔다. 이후 김 씨는 인공호흡기를 꽂고 열흘 넘게 수면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는 간혹 정신이 들 때마다 "회사에 가야한다"고 말하고 다시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엄마, 무단결근은 안 돼. 핸드폰 갖고 와 제발." 부모는 계속 울었다. 결국 김 씨는 지난 6일 의식불명인 채로 숨을 거뒀다.

고인 얼굴에 난 흉터, "둘이 술 마시다 넘어졌다→ 셋이 밥 먹다 넘어졌다" 


▲ 고인의 얼굴에 난 흉터. ⓒ김유석
사망하기 전 김유리 씨의 얼굴과 다리에는 커다란 흉터가 있었다. 김 씨의 사인은 패혈증. 미생물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주치의는 "일반적으로 패혈증은 상처로 인해서 감염될 수 있다"고 유족에게 말했다. 주치의는 소견서 재해경위란에 김 씨의 상처에 대해 기록했다.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 가족들은 김 씨가 동물원에서 일하다가 넘어져서 다친 줄로만 알았다. 문병 온 회사 관리자의 말은 달랐다. 김 씨가 일하다가 작업 현장에서 다친 게 아니라, "동료와 밖에서 술을 먹고 넘어져서 다쳤다"는 것. 김 씨의 어머니 양미희(가명) 씨는 "회사 말이 자주 바뀌어서 회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동료랑 둘이 술을 마시다가 넘어졌다고 했다가, 갑자기 세 명으로 불어났어요. 셋이 밥 먹다가 식당에서 넘어졌다고 말이 바뀌었어요. 다른 사람과 통화하니까 술은 조금 먹고 셋이 밥 먹다가 넘어졌다고 했습니다." 

유족 "동물원 철창에 찢겨 다친 사실, 에버랜드가 고의로 은폐했다"

새로운 사실은 장례 첫날인 7일, 유족들이 장례식을 준비하다가 뒤늦게 김 씨의 스마트폰을 확인하면서 발견됐다. 김 씨의 오빠 김유석(가명) 씨는 스마트폰 자동 로그인 기능을 이용해 동생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접속했다. 동생의 지인들에게 장례식 일정을 공지하기 위해서였다.

▲ "동물사 철장문에 당했다"는 댓글. 김 씨가 '투칸'이라는 새의 우리 철창에서 다쳤음을 알 수 있다. ⓒ김유석
그런데 고인이 쓰러지기 바로 이틀 전인 지난달 12일, 김유리 씨는 싸이월드에 '일촌공개'로 자신의 얼굴에 난 상처를 찍은 사진을 올려놨다. 동네 친구가 "어쩌다 다쳤느냐"고 묻자 김 씨는 "동물사 철장문에 당했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김 씨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주고받았다는 동네 친구는 "당시 김 씨가 업무 중 동물원 우리에 들어가다가 문에 긁혀 다쳤다고 밝혔다"고 증언했다.

유족들은 뒤늦게 분노했다. 김 씨의 오빠 김유석 씨는 "우리는 관리자의 말만 듣고 (동생이) 동물원 밖에서 넘어져서 다친 줄 알았는데, 싸이월드에 올라온 글을 보니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동물원에 상주하면서 궂은 일을 도맡는 사육사의 업무 특성상, 김 씨의 병이 작업환경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뒤늦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삼성 관리자가 조문객 신원 캐물어…"여느 장례식과 달라" 

김 씨의 죽음이 산재인가의 여부를 떠나, 회사의 감시하고 통제하는 듯한 태도는 유족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김 씨가 입원한 다음날인 12월 16일부터 사망하기 전인 1월 초까지 삼성 에버랜드 과장은 하루에 두 번씩 면회시간마다 병실을 들렀다. 진단서의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갔음은 물론이고, 김 씨를 담당하는 의사, 간호사, 레지던트의 이름까지 적어갔다. 관리자 파견에 대해 에버랜드 관계자는 "직원이 이렇게 크게 다친 전례가 없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유석 씨의 생각은 다르다.

"웃긴 건 싸이월드 게시글을 보여줬더니 에버랜드 과장이 그 사진을 또 휴대전화로 찍어간 거예요. 그리고 한마디 하더군요. '이 상처는 (동물원 우리 철창에) 찍힌 상처가 아니라 바닥에 긁힌 상처네요'라고 변명하듯 말했어요. 그런데 의사가 아닌 이상, 사진 속 상처만 보고 철창에 찍힌 것인지 바닥에 긁힌 것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회사가 자꾸 뭔가를 숨기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당시 작업 환경을 증언해 줄 직장 동료들과의 만남이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된다. 양미희 씨는 "동료들의 연락이 끊겨서 증인을 구하기 막막하다"고 강조했다. 양 씨는 "(딸과 함께 밥을 먹었다던) 동료가 병문안에 오고 싶다고 문자를 보내서 오라는 날짜까지 받아 줬는데 결국 안 왔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인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의 만남이 잘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 회사 측의 압력이 있다는 게 유족들의 의심이다.

하지만 에버랜드 측은 "회사가 병문안을 막은 적이 없고, 오히려 유족이 병문안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유석 씨는 "중환자실 면회시간은 오전 10시~10시20분과오후 7시40분~8시로 하루 두 차례여서 가족이 면회할 시간도 빠듯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회사 관리자의 면회를 거부한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머님이 불러달라고 말했던 직원들(동료)은 오지 않았다"며 "과장을 안 통하고 개인적으로 불렀던 동료도 오지 않았다"며 답답해 했다. 요컨대 유족들이 면회를 원치 않았던 것은 회사 관리자들이다. 관리자가 아닌, 고인과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면회는 거부한 적이 없다는 게 유족들의 입장이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장례식장에 인사팀 관리자들이 여럿 등장했다.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이전에도 교통사고 등 개인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이 죽은 적이 종종 있었지만, 장례식장에 이렇게까지 많은 삼성직원이 온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유족이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면 인사팀 관리자가 나타나 상대방의 신원을 캐물었다"면서 "인사팀이 순수하게 조문 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는 잃을 것 없다…산재 신청할 것"

유족들은 김 씨가 "일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질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고, 지난달 초부터 계속되는 감기 증세를 겪었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현장의 문은영노무사는 12일 유족과의 면담에서 "김 씨는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들 정도로 과중하게 일했고, 사망하기 직전에 동물원 철창에 찢겨 상처가 났던 만큼 (김 씨의 죽음이) 산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처음 패혈증에 걸린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다. 상처를 통해서 균에 감염됐을 수도 있고, 일하면서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 대해 공유정옥 산업의학 전문의는 "그 상처가 일터에서 생겼다면 해당 질병의 업무관련성(산재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댓글로 미루어보면 김 씨의 상처가 일하다가 생긴 것은 유력해 보인다.

감염 경로가 상처가 아닌 경우 상황은 좀더 복잡해진다. 공유정옥 전문의는 "쓰러지기 전에 다른 감염이 있었거나, 면역력이 약해졌거나, 감기도 낫지 못할 만큼 일을 무리하게 했을 수도 있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업무관련성 여부를 단정하긴 무리라는 게 그의 최종 결론이다. 단, 그는 "젊은 사람이 패혈증에 걸려 그렇게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김 씨의 상처와 관련해 "(김 씨가) 근무 중에 넘어졌다면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 정확하게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댓글 등을 근거로 근무 중에 다쳤다는 반론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김 씨의 회사 밖 친구가 "(김 씨가) 근무 중 다쳤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김 씨로부터 받았다는 증언도 에버랜드 측은 무시하고 있다.

대신, 에버랜드 관계자는 "알아보니 12월 9일 동료 두 명과 밖에서 저녁 먹고 술 먹고 2차 가서 넘어져서 다쳤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직원끼리 모금 운동을 하는 등 내부적으로 우리도 도와주려고 했는데, (김 씨가) 운 나쁘게 패혈증에 걸려 숨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회사의 책임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인정을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회사가) 있는 그대로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왜 사실을 조작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습니다. 자식을 잃었는데 얻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돌아설 길도 없고. 그렇게 갑자기 갔으니까 억울한 건 밝혀야 합니다. 아닌 건 밝혀야지요. 우리 딸은 술 먹고 넘어진 게 아닙니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