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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8일 수요일

[사설] 선관위, 또다시 ‘여당 선거도우미’로 나설 건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7일자 사설 '[사설] 선관위, 또다시 ‘여당 선거도우미’로 나설 건가'를 퍼왔습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야당에 대해서는 증거도 불충분한 과거 사건을 끄집어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는 반면, 여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 선관위의 ‘여당 도우미’ 병이 다시 도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제보를 접수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쪽은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을 조사했으나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선관위로서는 제보 내용 등을 검찰에 넘긴 것이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설명하지만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야당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선관위는 새누리당의 손수조 부산 사상구 후보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3일 부산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인 것에 대해서는 “계획적 행동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손 후보가 선거운동에 후원금과 당 지원금 등 1억5000만원 이상을 사용해 애초 발표한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약속을 어긴 사실에 대해서도 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관위 결정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현 정부 들어 보여온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6·2 지방선거 당시 4대강 사업 반대와 무상급식 서명운동에 선거법 위반 딱지를 붙인 것을 비롯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선거일 투표 인증샷 10문10답’이라는 코미디 수준의 지침을 발표해 유권자들의 투표독려 행위에 재갈을 물리는 등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논란이 된 새누리당의 부산 카퍼레이드의 경우도 박 위원장 쪽은 타고 온 승용차 대신 빌린 선루프 장착 차량을 타고 가며 손 후보와 함께 차 지붕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손을 흔들었고, 박 위원장이 찾은 덕포시장 상인회 쪽은 미리 박 위원장의 방문 사실을 알리는 방송까지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카퍼레이드가 과연 선관위의 설명처럼 ‘우발적’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외면하는 선관위는 정치에 해악을 끼치는 민주주의의 적일 뿐이다. 그런 선관위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여당 도우미로 나설 경우 기관의 존립 자체가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정동영의 고민, 신언직의 우려


이글은 레디앙 2012-01-18일자 기사 '정동영의 고민, 신언직의 우려'를 퍼왔습니다.
강남을? 일각 창원을 거론…신 "선의 결정 환영, 역풍 진원지될 수도"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 4월 총선 지역구 문제로 골치 아파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전주 불출마 선언 이후 한진중공업이 있는 부산 영도구 출마를 검토했으나, 현지의 강한 반발 움직임에 주춤하고 있는 형국이다. 손학규 의원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대결할 경우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도 고민
이들 두 사람은 대안으로 강남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언론에서 정동영 의원의 강남을 출마설을 보도하고 있으나, 정 의원 측은 “당의 지침에 따른다.”는 원칙적 이야기만 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 출마를 적극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해 피하고 싶은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손학규 의원도 임태희 전 실장과 붙으면 상당히 어렵다”며 “그럴 바엔 강남에 출마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당에서는 대선 후보급 인사들에게는 ‘적진’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오라는 분위기들이어서 당사자들이 갑갑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정동영 후보의 창원을 출마설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창원 지역의 유력 인사가 창원을 출마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으나, 권영길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 때문에 모양이 안 좋다.”고 말해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정 의원이 창원을 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 지역 야권이 연합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선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정동영 의원이 강남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 지역 야권 단일후보를 노리고 있던 신언직 통합진보당 후보가 18일 ‘환영하지만, 문제가 있는 선택’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신언직 "훌륭한 일이나 정당 간 논의 선행돼야"
신언직 후보는 “정동영 의원이 따듯한 텃밭이 아니라 어려운 곳에 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며 “정치가 큰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대선까지 출마했던 중량급 정치인이 어려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다는 이유로 개인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것은 지역을 대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민주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신 후보는 이어 이번 총선의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인 야권연대 선거연합은 “개별 지역구나 개별 후보들 간의 문제로서가 아닌 민주주의의 공적 기구로서 정당 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 있다.”며 “정당 간 논의를 선행하지 않는 개인 행보는 야권연대 신뢰를 무너뜨리는 적절치 못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이어 “정동영 의원의 강남 출마가 ‘대권 때문에 강남 오냐’는 지역민의 강한 반발과 역풍을 일으켜 또 다시 강남3구가 한나라 결집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선의와 다르게 총선승리, 정권교체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 강남을 지역구의 경우 지금까지 정세균, 천정배, 이계안, 김효석 등 정치인들이 출마를 검토한 적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출마지역을 옮겼다.

2012년 01월 18일 (수) 14:42:03 레디앙 기자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나경원 찍은 판사도 비판하는 한미 FTA, 누구를 위한 건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4일자 기사 '"나경원 찍은 판사도 비판하는 한미 FTA, 누구를 위한 건가?"'를 퍼왔습니다.
[현장] 경찰의 집회장소 원천봉쇄에도 1만여 명 운집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매주 주말마다 대규모 비준 무효 촉구 집회가 도심에서 열리고 있다. 26일에 이어 12월 3일에도 1만여 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FTA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12월 10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한미FTA 반대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를 막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경찰은 3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의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집회 장소인 광화문광장을 원천 봉쇄했다. 세종로와 태평로 일대에 차벽을 설치하고 시위대의 광장 진입을 차단했다. 또한, 경력 114개 중대 8000여 명을 투입했다.

경찰, 집회 장소 원천봉쇄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야5당 의원들은 오후 3시 30분께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그간 한미FTA촛불집회의 선두에 서왔던 야당의원들뿐만 아니라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까지 참석했다.


▲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 경찰이 최루액을 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도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광장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애초 집회 진행 시간인 오후 4시가 지나자 광화문광장으로 들어가려는 시민이 더욱 늘어났지만 경찰은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던 시민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1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결국, 오후 5시께 5000여 명의 시민과 야당 의원들은 종각 방향 대로로 나와 경찰의 원천봉쇄를 규탄하며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명박 퇴진, 비준 반대'를 외치며 종로에서 을지로, 남대문, 시청광장을 지나 청계천 인근 영풍문고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종각 보신각 앞에서 이들의 행진을 막았고, 시위대는 종각 앞 편도 6차선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 소식을 트위터 등을 통해 접한 시민이 종각 쪽으로 몰려들면서 시위대 규모는 더욱 커졌다. 그러자 연좌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는 6시 20분께 남대문과 서울광장 등을 거쳐 청계광장으로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이후, 저녁 8시께 청계광장 뒤편인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자"

발언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나와야 한다고 독려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한미FTA를 반대하며 지나가는 시위대를 인도의 시민이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뜨끔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 주권을 빼앗아 가는 FTA를 반대하는 건 우리 국민 모두"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FTA를 폐기할 때까지 우리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할 때까지 FTA 폐기 투쟁은 쉬지 않을 것이다. 함께 해 달라"고 독려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FTA를 폐기할 수 있다는 여론은 이미 통과됐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이미 뛰어넘었다"며 "나경원을 뽑았다는 보수 성향 판사도 다시 협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99%의 삶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모두 FTA를 막으려 한다"며 "폐기 여론이 모이고 모이면 국민의 힘으로 폐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대표는 "우린 개방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무분별한 개방으로 1%의 배만 채우는 개방을 반대한다"며 "진보정치의 힘으로 FTA를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국민들은 어떤 정치인이 한미FTA 폐기를 위해 몸을 던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국민과 호흡을 맞추지 않는 정치인은 생명이 끝난다는 걸 정치인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종로 대로변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야당 의원과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 행진 중인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허환주 기자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사설] 민주당, 지금이 기득권이나 챙기자고 할 땐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4일자 사설 '[사설] 민주당, 지금이 기득권이나 챙기자고 할 땐가'를 퍼왔습니다.
민주당의 내부 다툼이 심각한 모양이다. 야권통합 방안을 둘러싸고 엊그제 중앙위원회를 열었으나 갈등만 노출하고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범야권의 세력 정비와 이를 위한 민주당의 환골탈태가 시급한 터에 더없이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정당 개혁 차원에서 민주당의 과제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고령의 관료 출신 의원 등을 중심으로 퇴영적 주장이 난무하고, 그때마다 당의 진로가 흔들리는 문제점이 심각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무효화 투쟁을 둘러싼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지지 기반이 특정 지역 위주로 제한되고 젊은층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간단치 않다. 국민이 안철수바람과 박원순 현상을 통해 민주당에 요구하는 것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개방성과 역동성, 통합성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야권통합의 명분을 부인할 사람은 없는 듯하다. 문제는 내세우는 말과 실제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를 먼저 열어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외부 세력과 협상을 벌이겠다고 할 때, 과연 새로운 세력의 합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결국 지금 민주당 안에 자리잡은 세력이 기득권을 지키고자 방어막을 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지원 의원 등의 주장은 이런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해주기 어렵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문제다. 무엇보다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 지금 추진되는 야권통합의 철학과 비전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야권통소통,ㅇ합을 제안하면서도 구체적인 노선과 방안 등에 대해 당 안팎으로 광범위하게 공론화를 실현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지도부한테 있다. ‘12월17일 한차례 통합 전당대회’와 관련해 정당법 절차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도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더욱이 지금은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미 에프티에이 무효화 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다. 영하의 날씨에 거리집회를 벌이다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이 ‘민주당은 어디에 갔는가’라고 묻고 있다. 민주당이 정당 개혁과 관련해 필요한 논쟁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열린 자세로 나서라는 것이다. 아울러 제1야당으로서의 국면 대응도 결코 소홀해선 안 된다. 민주당은 더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본분에 충실하기 바란다.

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2007년엔 MB 지지했던 한국노총, 이번엔 민주당?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18일자 기사 '2007년엔 MB 지지했던 한국노총, 이번엔 민주당?'을 퍼왔습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한국노총이 또 한 번의 정치실험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또 2004년 총선에서는 아예 ‘녹색사민당’을 창당해 선거에 참여했지만 참패한 바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공식적 참여 요청을 받은 한국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 중앙정치위원회에서의 3시간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야권통합 연석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하고, 20일 열린 연석회의에 이용득 위원장이 참석했다. 한국노총은 연석회의 참여와 관련해 "지도부가 논의 사항을 수시로 중앙집행위에 보고하고 최종 의결은 대의원대회에서 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통합정당 참여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앞선 두 차례의 ‘지지’ 혹은 ‘정책연합’과는 달리 이번엔 아예 창당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한국노총의 행보는 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과거를 의식한 듯 20일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용득 위원장은 “제1야당인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세력과 함께 하는 이 자리가 한국노총에서 있어서는 마지막 정치세력화의 시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진보 및 시민통합정당 출범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모두발언하는 이용득 위원장

호헌 지지에서 김대중 지지, 이명박 지지를 거쳐 다시 민주당으로

한국노총의 정치참여 전략은 여러 차례 변화해 왔다. 

1987년 개헌 국면에서 ‘호헌지지’를 선언하는 등 해방 이후 일관되게 집권세력을 지지해왔던 한국노총이 변화를 모색한 첫 번째 선거는 1997년 대선이었다. 

한국노총은 당시 김대중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거쳐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한국노총은 김대중 정권에서 열린 2000년 총선에서 박인상 위원장을 비례대표 7번으로 국회에 진출시켰다. 한국노총은 2002년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고, 2004년 총선에서는 녹색사민당을 창당했으나 실패했다. 

한국노총은 현 여권의 승리가 기정사실에 가까웠던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한국노총은 ‘노동계가 어떻게 한나라당과 손을 잡을 수 있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이명박 후보와 정책연합을 한 데 이어, 2008년에는 강성천(비례)·김성태(강서을)·이화수(경기 안산상록갑)·현기환(부산 사하갑) 등 4명의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한국노총으로서는 최대의 성과를 올린 셈이다. 다만 당시 정책연합을 주도했던 이용득 위원장은 비례대표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 위원장은 총선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에게 배신당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그 후 다시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됨으로서 ‘권토중래’의 길을 걸었다. 이번에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 정반대에 있는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 경험은 민주노총이 자신들이 건설한 민주노동당을 일관되게 지지하며 노동자 의원과 지자체장을 탄생시킨 것과 비교된다. 그 이면에는 한국노총이 그 때 그 때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실리주의 전략이 깔려있다. 한국노총은 ‘될 것 같은’ 세력과 손을 잡아왔다는 뜻이다. 이번의 야권통합 참여 결정 역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정세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노총의 실리 전략, 비판도 많아

실리주의 전략에 따른 한국노총의 통합정당 참여 여부는 지분 규모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용득 위원장이 한국노총 회의 직후 "연석회의에서 한국노총의 지분참여를 요구할 것이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통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과 ‘혁신과통합’과 물밑 대화에서 20석 규모의 지분 논의가 오고갔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한국노총 특유의 정치세력화 방법론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뚜렷한 이념이나 노선 없이 추진되는 정치세력화가 결국 상층 간부들의 정계 진출로만 끝났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번 정권에서도 이명박 정권과의 공조를 통해 4명의 출신 의원을 배출했지만 결국 타임오프제 시행 등 반노동 정책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강성천, 김성태, 이화수, 현기환 의원 등은 타임오프제 시행에 대해 소극적 반대 입장을 내놓았을 뿐 한국노총과의 긴밀한 협의나 시행 저지 등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또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공조를 파기했음에도 이들이 여전히 의원직은 물론 한나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아이러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민주노동당 이혜선 최고위원(노동 담당)은 "한국노총 출신 4명의 의원들은 노동자 전체의 이익에 별로 관계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반노동자정책에 앞장서왔으며 비정규직 양산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며 한국노총의 정책공조가 오히려 노동계를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으로 한국노총이 통합정당 참여를 앞두고 ‘지분’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경험에 근거를 둔다. 개인의 정치적 영달이 아닌 조직의 지분 참여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노총의 한 산별위원장은 “김대중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 모두 우리는 속았다”면서 “정치 참여를 안 하는 것이 좋지만, 굳이 하려면 조직 앞에 돌아올 지분을 분명히 하고, 이용득 위원장 등 집행부는 ‘정치 안한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혁신과통합 측은 지분 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20일 열린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012년의 19대 총선과 관련해, 공천 지분 나누기는 없으며, 지역구는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통합정신에 입각해 새로운 참여세력을 적극적으로 배려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지분 문제가 겉으로 불거지는 것은 피하되, 한국노총 등 ‘비전문 정치인’을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 셈이다. 

이정미 기자voice@voiceofpeopl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