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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6일 월요일

[사설] 야권연대, 자기를 먼저 버려야 견고해진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5일자 사설 '[사설] 야권연대, 자기를 먼저 버려야 견고해진다'를 퍼왔습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어제 4·11 총선에 나서는 서울 관악을의 야권 단일후보를 내놨다. 이 대표는 “긴 시간 애써 만들어온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로 인하여 혼란에 빠졌다. 몸을 부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참모가 여론조사를 조작한 데 대한 비난여론이 쏟아지면서 야권연대마저 파국 위기에 빠지자 결국 사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한때 이 대표의 사퇴 거부와 민주당·시민사회의 퇴진 압박 등 갈등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 대표의 거취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연대 성패는 물론이고 도덕성을 내세우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하나의 시금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정당 사상 최초의 40대 여성 대표인 그에게 일개 국회의원이 아닌 진보정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던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대표의 사퇴는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를 떠나 야권연대 등 보다 큰 틀의 대의명분을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역시 “야권연대가 승리하도록, 반드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가장 낮고 힘든 자리에서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파동의 와중에서 야권연대는 그 취약성을 여지없이 노출했다. 문제가 된 관악을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희철 의원은 경선 패배 직후부터 불복 조짐을 보이더니, 민주당과 진보당의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민주당이 경기 안산 단원갑 경선에서 패한 자당 후보에게 공천장을 준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후보 단일화가 한 개인의 의사에 따라 흔들려도 대책이 없고, 지도부까지 ‘장군·멍군’식 대응을 하는 마당에 무슨 신뢰로 연대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진보당의 경우도 이 대표가 한동안 사퇴 거부로 버틴 배경에는 당내 파워 게임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야 할 구태의 사슬이다. 경선 여론조작이 진보정당의 조직문화 탓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권연대는 당과 정책을 달리하는 야권 세력들이 민주와 복지, 평화라는 구호 아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가설무대를 만드는 약속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1% 대 99%’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한반도 시계를 70~80년대로 되돌려놓은 세력에 대해 민의를 모아 심판하자는 다짐인 셈이다. 그런 만큼 야권연대는 범야권 세력의 깊은 성찰을 토대로 국민의 동의와 감동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것을 먼저 내놓을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야말로 야권연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입장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다면 국민들에게 배신감만 안길 뿐이다. 이번 파동이 교훈이 될지, 상처로 남을지는 앞으로 야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2012년 3월 24일 토요일

이정희 "가장 큰 문제는 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23일자 기사 '이정희 "가장 큰 문제는 저"'를 퍼왔습니다.
[SNS 여론"야권단일 후보 지지 정권교체해야"

▲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관악을 지역구 후보를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는 관악을 야권연대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사건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통합진보당(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 소셜네트워크(SNS)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분이 긴 시간 애써 만들어온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로 인하여 혼란에 빠졌다. 야권단일후보들이 이길 수 있다면 기꺼이 어떤 일도 해야 한다"라면서 "진보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린 책임도 당연히 저의 것이다. 몸을 부수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바로 저"라면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갈등이 모두 털어지기를 바란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또 국민을 향해 그는 "전국 각지의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해주십시오. 정권교체가 아니면 민주주의, 경제 정의, 평화 그 어느 것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야권연대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를 본 트위터 여론은 "이정희 대표의 결단에 반했다"라면서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트위터리안들은 "진짜 멋있다! 통합진보당 화이팅!", "기자회견시 몇 번이고 울먹이셨다죠? 제 눈에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녀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지금보다 더 잘해야만 한다", "후보는 야권통합, 정당은 통합진보당을", "한명숙 대표님의 아둔함과 김희철의 옹졸함에 할 말을 잃었다" 등의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한편, 이 공동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을 두고 경선 상대였던 김희철 의원이 "정의는 승리했다"라는 표현을 써 뭇매를 맞기도 했다. "김희철을 트위터에서 추방하자!", "김희철이 정의면 파리가 새다", "국회의원 당선될 수 없는 소인배 근성"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한편에선 "이정희, 첫 여성 대통령감"이라면서 이 공동대표의 대통령 후보로 추켜세우는 여론도 있었고, "야권연대 파트너 민주당은 이정희를 지키려는 의지도 없었고, 새누리와 보수언론은 그녀를 사장시키기에 바빴다. 잊지 않겠다"라는 반응도 잇따라 4·11총선과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정권교체 가능성 높지만, 복병도"


이글은 레디앙 2012-01-14일자 기사 '"정권교체 가능성 높지만, 복병도"'를 퍼왔습니다.
[인터뷰-손호철] 반성 없는 '좌경화'…진보, 북한문제 '빅딜' 필요

손호철 교수는 "현재로서 정확히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정권 교체의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교체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1세기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놓고 국민적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2012년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며 선거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대안 체제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사진=레디앙)

자기 반성 없는 '좌경화' 신뢰 못해
손 교수는 또 현재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통합당 등 구 정치세력들이 '좌경화'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과거 정책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자기 반성을 하지 않으면 신뢰할 수도 없고, 의미도 찾을 수 없다며 정치권의 '말로만 좌클릭'에 경계감을 표했다.
그는 또 선거에서 가정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단일 변수는 여전히 '지역 요인'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진보진영의 민족주의 진영과 평등파 쪽이 북한 문제를 놓고 '빅딜'을 함으로써 통합의 기운을 높이고, 21세기 진보가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통합진보당은 '최악의 조합'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진보진영 통합 무산의 가장 큰 책임은 진보신당 내 독자파에 있지만, 이른바 노심조의 무원칙한 탈당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 최장집 교수 인터뷰에 이어 손호철 교수를 만나 정치 이념 문제와 최근 정치 현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강대 손 교수 연구실에서  2시간여 동안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가 진행했으며 이광호 편집국장도 함께 했다.  
사회과학자와 의사
- 1993년 출간된 『전환기의 한국정치』에서 선생님께서는 “나는 내 연구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주인공의 적대적 경쟁자)의 역할을 하는데 만족하며, 철저하고 투철한 안타고니스트는 그 나름대로 어설픈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주인공)보다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사라는 게 꼭 주인공만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반영웅도 필요로 한다. 역사는 정반합의 흐름 속에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 역할만이 아니라 비판자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회과학의 역할은 의사의 역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병원에 종합 진단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간도 괜찮고, 대장도 괜찮고, 위장도 괜찮은데 폐암으로 죽습니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 것을 지적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다.
의사의 역할이 건강에 대한 조기 경보 기능을 통해 불치병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 사회과학 그리고 사회과학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 현상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과 비판적 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방 50주년이던 지난 1995년에 조중동에서는 대한민국 판 역사의 종말론을 펼쳤다. 그들은 비판적으로 한국 현대사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들은 북한과의 대결은 이미 끝났고, 남한의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군사독재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콤플렉스가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조장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이른바 ‘전후 최대의 국란’이라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아 나라가 거덜 난 경험을 겪었다. 한국판 역사 종말론과 같은 미화론이 결국 비판적 지성을 마비시켰을 때 어떨 결과 오는지는 97~98년 당시 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힘들 때 생각나는 두 사람, 정운영과 김수행
개인적으로는 외로울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두 명 있다. 돌아가신 정운영 선생과 지금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계신 김수행 선생이다. 그들은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후 세대에 뿌리를 내리게 한 분들이다.
그 두 분은 소위 민주대학이라고 불리던 한신대학교에 재직하다가, 민중신학으로 유명한 안병무 교수 같은 분들과 학내 문제로 충돌하다가 결국 해직됐다. 그때 그 분들은 “박정희나 전두환하고 싸우다 잘리면 민주투사라도 되지만, 최고의 민주투사한테 잘린 우리는 뭐냐?”라는 얘기를 했다.
또 떠오르는 사람은 윤한봉씨 같은 사람이다. 광주는 한국사회에서 소수였다. 그런데 그는 광주에서 광주 지역주의를 비판한 소수의 소수였다. 대구에서 대구 지역주의를 비판하면 민주투사지만, 광주에서 DJ나 호남을 비판하면 한나라당 프락치 얘기를 듣던 시절이었다.
한국사회에서는 보수주의, 냉전적 보수주의자들이 주류였다면 자유주의 세력은 소수였다. 물론 정권교체 경험도 있고, 과거 민주화세력이 주류가 되고, 프로타고니스트가 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냉전 주류 민주화 소수 그 중에서도 자유주이 세력 소수라면 진보정당 진보독자 운동은 소수의 소수. 아직도 그런 세력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소수인 자유주의 세력에서도 진보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수의 소수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민족주의 계열이 다수인 진보진영에서도 또 소수가 되다보니 소수가 한 네 번 정도는 붙어야 내 위치가 설명될 수 있을 거 같다. 힘들고 외로울 때도 많지만 그런 만큼 지적 자극이 항상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나라당 발본적 혁신, 민주통합당 무장해제 만나면?
- 선생님께서는 최근 칼럼을 통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한국정치인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작 문제는 12월 19일이 아니라 그 이후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올해 선거에 대한 전망과 함께, 대선 이후 정국과 관련해 주목해봐야 할 지점들에 대해 짚어본다면?
= 사회과학의 기본적 생각이 다윈적 자연과학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 모델은 과거 현상들을 일반화하고 법칙화하면, 그 법칙성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사회과학도 사회 현상을 일반화하고 법칙화하면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흔히 카오스 이론 이야기 많이 나오고 있다. 자연과학에서까지도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사회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변수가 너무 많은 한국정치를 예측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고승덕 의원이나 오세훈 전 시장 때문에 발생한 일들 때문에 정권 교체 가능성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발본적인 자기혁신을 하는 반면, 민주세력이 안일하게 대응하거나 무장해제하면 정반대 경우가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꼭 이길 거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사실이다.
한나라당 5년 세월 동안 역사적 후퇴가 심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중요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정권교체를 할 거냐가 중요하다. 내가 12월 19일이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한 말이다.


▲사진=레디앙

핵심은 민주세력 실패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
과거 민주화 세력 집권 10년 동안의 시장주의 정책에 따라 사회양극화가 심화됐고, 그 결과로 민주와 운동세력은 양극화와 무능의 대명사로 찍혔다. 결국 2007년 서민들이 서민정당이라고 주장했던 민주당 대신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묻지 마’ 지지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5년은 그것을 개선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심화시켰다. 다시 민심 이반 현상이 일어나고 이번에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해 ‘묻지 마 비판’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것이 민주세력의 집권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거 정책으로부터 발본적인 변화 없이 또다시 사회 양극화를 가져온 정책을 지속한다면 이들이 집권해도 또다시 민심이반이라는 악순환 패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내가 지난 2007년 대선 논쟁 당시 반어법 표현으로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의 집권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문제의 핵심을 결국 민주세력의 잘못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있다는 것을 민중이 겪어봐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선거, 한국사회 미래 대한 치열한 논쟁의 장 돼야
바로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민주개혁 세력이 집권해도 여전히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또다시 사회양극화와 1 대 99 사회를 만든 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대선에 이길 것인가, 어떻게 반MB, 반한나라당 연합 만들어서 이기게 만드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즘 얘기되는 2013년 체제건, 2012년 이후의 사회든, 그것이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좌클릭’을 하고 있는 중이다. ‘보수’라는 단어를 빼자 말자라는 논란도 벌어졌다. 이것은 한국사회 미래에 대한 한나라당 버전의 대응이다.
민주통합당 같은 자유주의세력은 그 세력대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통합진보당이라는 진보와 자유주의세력의 연합정당은 또 나름대로 중도 좌파적 대안을 제시하고, 진보신당 등 나머지 순수한 진보정당들도 대안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이처럼 21세기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놓고 국민적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2012년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단순히 반MB, 반한나라당 정권 쟁취를 넘어서서 21세기 신자유주의 대안체제 논쟁을 활성화시키고, 이걸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교육하면서, 가치연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반한나라당-반신자유주의의 2중 전선
- “MB의 ‘악마화’와 반MB 투쟁의 ‘신성화’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에서 최대 정파는 ‘무당파와 기권자.’ 그 사람들을 묶어낼 잠재적 기반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의 정당체제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는데.
= 반MB 투쟁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이라는 2중 전선에 대해 더 큰 고민 있어야한다. 한나라당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서 정당의 ‘좌경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역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 이후에 이명박 정권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반MB 투쟁을 얘기했지만, 그것 못지않게 김 전 대통령이 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그건 본인이 대통령 재임 당시 추구했던 모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허황된 신기루였는지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 월스트리트 위기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해줬다. 당시 정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든지, 잘 모르고 그랬다든지 얘기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자신을 따른 사람들이나 민주주의 세력들이 새로운 대안, 새로운 체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유연한 진보론 펴면서, 우리를 굉장히 낡고 경직된 진보라고 비판했다. 그때 핵심적인 논쟁 중 하나가 한미FTA의 투자자 국가 제소 조항이었다. 우리는 그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한미FTA는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그들은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 당시 그런 주장을 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갑자기 표변하여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그런 식의 말 바꾸기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과거 정치적 유산에 대한 평가와 자기반성을 기초로 해서 대안을 제시해야지, 그런 것이 없으면 곤란하다.
지역주의, 아직도 결정적인 변수
- 선생님께서는 “한국 선거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아직까지도 ‘민주 대 반민주’도, ‘진보 대 보수’도, 부상하고 있는 세대도 아니고, 지역주의”라고 말씀하셨다. 최장집 선생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정치적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셨다. 왜 지역주의 문제를 결정적 변수로 중요하게 바라보는지?
=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정도가 약화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일 변수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지역주의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사람들이 세대 문제를 갑자기 얘기하는데, 2002년 대선 때 이미 세대 문제로 난리가 났었다. 촛불도 마찬가지다. 학자들이나 언론도 모두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촛불은 2008년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효순, 미선 ‘사건’ 때도 촛불은 있었고, 2004년 당시 노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촛불은 있었다. 그런데 그 촛불들은 다 어디로 갔나. 2007년 대선 때 그 촛불들은 침묵을 했거나, 이명박을 지지했던 역사적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2002년 대선 때도 방금 언급한 것처럼 세대 문제가 뜨거운 이슈였다. 2030이니 5060이니 하는 얘기가 그때 나왔다. 나는 그 당시 구체적인 자료를 놓고 세대 균열지수를 뽑아봤다. 인상적이 수준이 아니다.
20~30대와 50대가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비율의 차이는 약 25%포인트 수준이었다. 이런 수치는 그 전보다는 높아진 것이다. 세대 균열이 커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역주의 균열은 훨씬 커서 65%포인트 수준이었다.
계급적 변수? 앞으로 높아지겠지만 가난한 사람이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비율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비율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여기서 나오는 차이가 지역주의에서 나오는 차이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주목해야 될 부분은 계급적인 문제가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인데, 97년 대선에서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김대중 후보를 찍고, 부자일수록 이회창 후보에 투표했으며 이들의 균열지수는 15%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이 지난 후인 2007년 대선 때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이명박을 찍고, 오히려 부자가 정동영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으나 사회경제적 이슈가 중요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세대와 지역 문제는 계급 문제와 중첩돼서 나타난다. 그럼에도 단일 변수로는 지역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민족주의 계열과 평등파 '빅딜' 필요
- 선생님께서는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북한의 문제는 더 이상 사르트르의 논리에 기초해 침묵하고 있기에는 이미 용인의 수위를 넘어섰다, 진보진영은 북한의 반역사적인 왕정식의 세습정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얼마 전 출간한 『현대 한국정치 ― 이론, 역사, 현실, 1945~2011』에서 분단체제론을 중심으로 머지않아 다가올 ‘통일정국’의 의미를 짚어보고, 통일지상주의를 넘어 남북한 문제를 동시에 사고하는 통일론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등장 이후 남북 관계를 전망할 때 주목해야 할 지점은?
= “우리의 실천 현장은 여기고 지금 이때”라는 사르트르 논리에 기초해 그 동안 북한이나 사회주의권 국가가 아니라 남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핵 문제가 현실적인 핵심 문제로 등장했다. 내가 그 당시 충격을 받았던 것은 강재섭씨가 한나라당 대표일 때(2006~2008년) TV 화면에 비친 최고위원회 회의 장면이었다. 그 회의실 뒤에 붙어있는 문구가 ‘인권, 반핵’이었다.
인권과 반핵이라는 진보적 담론이 어느 날 갑자기 냉전 보수세력들이 들고 나오는 담론이 돼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시 그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더 이상 침묵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북한 체제에 대해 진보적 입장에서 비판하는 것과 현실 정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3대 세습 문제에 대해서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이정희 대표가 북한 비판은 도움이 안 된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을 거냐는 식의 얘기를 했는데, 전혀 그런 문제가 아니다. 비판하는 것과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북한이 도덕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같이 하면 안 된다는 극우적 시각이 잘못된 것처럼, 북한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비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시각도 비판받아야 한다.
이번 김정은 체제 등장은 그런 점을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냉전 보수세력이나 이명박 대통령도 가능하면 빨리 김정은 체제 안착을 바랄 수밖에 없었던 점을 잘 보여줬다. 북이 김정일 사망으로 삐걱 거릴까봐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도덕과 현실정치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 체제 등장을 보면서 느낀 건 개인의 죽음은 모두 불행한 것처럼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은 불행하다. 세습 문제 나올 때 얘기한 적이 있지만, 불행하긴 하나 김정일의 죽음이 남한이 선거 국면과 맞물리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국면에서 조문이니 세습이니 하는 논쟁 속으로 빠져들면 중요한 다른 이슈가 실종될 수 있다.
통일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온 건 아니다. 북한의 민주화는 것은 북한 민중 스스로 힘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뉴라이트가 하는 북한 민주화운동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북한 민중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나 고민해봐야 한다고 본다.
진보신당이 통합 부결시킴으로써 결국 좌절됐지만, 민주노동당의 중심인 민족주의 계열과 진보신당의 주축인, 흔히 말하는 PD계열 또는 평등파가 어떻게 하면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3대 세습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민주노동당의 핵심 또는 강경 민족주의 사람들과 개인적인 세미나를 열고, 함께 토론도 한 적이 있다. 

세 가지 정도를 같이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민족주의자들도 북한 문제에 대한 성역 없는 비판을 해야 한다. 물론 남한 사회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지속돼야 한다. 이것이 뉴라이트와 다른 점일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매개 고리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의 경우 국제적 고립이라든가 항시적 전쟁체제라는 조건에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그런 조건에 기인하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한반도 평화와 북한이 느끼고 있는 군사적 위험에 대한 인식, 평화 체제 안착의 중요성 등에 대해 과거 민족주의자들 가지고 있었던 입장과 견해를 그렇지 않은 진보세력도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민족주의적인 평등계열은 북의 평화 체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노력을 기울이고, 거꾸로 과거 민주노동당 중심의 민족주의 세력은 북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런 입장들의 ‘빅딜’을 통해 진보가 통합되고, 21세기 진보가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계속)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오세훈과 고승덕, 정권교체 영웅? 트로이 목마?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0일자 기사 '오세훈과 고승덕, 정권교체 영웅? 트로이 목마?'를 퍼왔습니다.
[손호철 칼럼]결말은 민주통합당에 달렸다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적 감각을 벼르기 위해 한국현대사에 대한 퀴즈를 하나 내보자. '진보의 불모지대'였던 대한민국에 1980년대 진보의 부활을 가져오는데 가장 기여한 인물은 누구일까?

얼마 전 작고한 리영희 선생님일까? 아니면 70-80년대 외롭게 진보정당운동을 해왔던 김철 사회당 당수였을까? 아니면 남민전과 같은 지하운동을 했던 김남주 시인일까?

아니다. 이들보다 진보의 부활에 더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전두환이었다. 전두환은광주학살을 통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수일변도의 한국사회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듦으로써 수많은 진보정치인, 학자, 운동가들이 평생을 걸고 온 몸을 바쳐 노력했지만 실패한 진보의 부활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한 칼에 해결해주고 말았다. 이 점에서 때로는 전두환이 '진보의 불모의 땅'에 진보를 부활시키기 위해 군에 위장취업하여 기회를 노려온 '위장취업 좌파'가 아니었던가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한다.

그렇다.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 중의 하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다. 역사는 결코 특정인이 의도한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우리가 역사를 '주체 없는 과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두환과 같은 극우파시스트도 때로는 의도하지 않게 진보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진보운동도 자신의 의도와 달리 보수의 강화에 한몫을 하기도 한다. 사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면에서 보자면, 노무현대통령은 신자유주의정책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 등 여러 실정을 통해 어느 한나라당 당원보다도 한나라당 집권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면,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마치 2007년 대선에서 노대통령에게 진 빚을 갚아주려는 듯 최고의 '민주통합당 비밀당원'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 ⓒ뉴시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역사의 화두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고승덕 의원 때문이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오 전시장과 고의원은 이대통령과 함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통해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승리하여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큰 기여를 한 일등공신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04년 탄핵정국에서 총선불출마라는 깜짝 카드로 서울시장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든바 있는 오 전시장이 무상급식 논쟁 속에서 또 한번 깜짝 카드로 대선경쟁의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주민투표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그러나 주민투표에서 패배함으로써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오 전시장의 돈키호테식 도박덕분에 서울시장 재선거판이 만들어지면서 안철수 현상이 폭발했고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시장직을 물러나면서 한나라당의 대선구도는 흥행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나라당의 대선구도는 오 전 시장, 김문수경기도지사, 정몽준 의원, 이재오 의원 등 수도권의 거물들이 수도권을 대표하는 경선주자자리를 놓고 일종의 예비경선을 거치고 이들의 승자가 영남권을 지지기반을 하는 박근혜 의원과 다시 경선을 하는 구도로 나가야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그러나 오 전시장이 낙마하면서 이같은 그림은 완전히 깨져 버렸고 사실상 박근혜 독주구도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한나라당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뿌려졌다는 돈봉투를 폭로한 고승덕 의원의 폭로도 마찬가지다. 물론 고의원이 이같은 핵폭탄을 폭로한 동기는 알 수 없다. 구체적으로, 그같은 폭로가 가져올 엄청난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우발적인 폭로였는지, 아니면 일부 언론이 전하듯이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변신하기 위해 계획된 추파였는지, 돈봉투를 돌린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측근이 자신의 지역구를 노리는 데에 대한 자구적인 선제공격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고 의원이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을 이반시켜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승리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폭로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고 의원의 폭로는 의도하지 않게 그러한 방향으로 민심을 몰고 가고 있다.

사실 언론의 보도와 고 의원의 폭로처럼 박희태 국회의장이 금품살포의 장본인이고 돈봉투를 전달한 사람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인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 그 파장은 단순한 민심이반에 따른 정권교체 이상의 충격적인 것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현직 국회의장과 청와대 수석이 사법처리대상이 되게 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아들 김현철 게이트 등으로 임기 말 1년 전에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하고 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임기를 일 년이상 남겨 놓고 심각한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가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이와 정반대의 상황도 상정해 볼 수 있다. 고승덕의원의 폭로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당혁신 작업에 저항하고 있는 친이계과 당내 기득권세력을 무력화시키고 한나라당의 발본적인 혁신에 기여하는 반면에 민주통합당과 민주개혁세력이 자만에 빠져 자기혁신에 게으르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승리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이와 관련, 타이밍에서 다소 생뚱맞기는 하지만 자신이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야권에 몸담았을 시절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발언, 이에 이어진 동아일보 종편인 의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금전 살포 보도, 이에 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금품살포에 대한 익명의 폭로, 그리고 이에 대한 민주당의 미온적인 대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박근혜 의원이 주도한 비대위가 친이계 등의 반발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고의원의 폭로가 터져나와 친이계의 반발이 상당히 동력과 모멘텀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김대중 정권 말기인 2002년 초 만하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이 줄줄이 연루된 '홍삼게이트'등으로 정권재창출이 어려워 보였으나 그 같은 위기의식이 국민경선제의 도입 등 민주당의 발본적인 자기혁신을 촉발시킴으로써 정권재창출을 가능하게 만든바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전시장도 마찬가지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와 시장직 사퇴가 안철수 현상을 가시화시켰고 박근혜대세론에 타격을 가했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진영이 대세론에 머물러 안주하는 것을 막아줬고 안철수 현상을 조기에 가시화시킴으로서 이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줬다. 또 복지에 대한 민심에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줌으로써 한나라당과 박근혜 진영이 민심의 방향으로 좌경화하는데 기여를 해줄 수 있는 바, 이미 비대위가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민주통합당과 민주개혁세력은 잊지 말아야 한다. 오세훈 사태와 고의원의 폭로 등 한나라당의 자중지난에 희희낙락하며 자만에 빠져 자기혁신에 눈을 감아서는 오세훈의 무리수에 따른 서울시장직 획득과 한나라당의 동봉투 사태라는 복덩어리가 오히려 재앙이 되는 '전복위화'사태가 생겨날 수 있다.

오세훈전시장과 고승덕의원이 정권교체의 영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역으로 민주개혁세력을 무장해제시켜 정권교체에 실패하게 만드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인가는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과 같은 구체적인 정치적 주체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정권교체의 영웅인가? 아니면 트로이의 목마인가?



/손호철 서강대 교수

2012년 1월 2일 월요일

정권교체는 변화를 위한 출발점일 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2일자 기사 '정권교체는 변화를 위한 출발점일 뿐'을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2012년 한국 언론의 과제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벌어진 일들은 앞으로 거대환 전환이 일어날 것을 예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중동 전역에서 터져 나온 민주화 시위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전세계로 번진 월가 점령운동,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시민후보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과 안철수 현상, 김진숙의 309일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SNS를 통한 시민들의 뜨거운 정치참여 등이 그러하다. 이상의 사태들은 1%만을 위한 기존 체제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나아가 기존의 억압적 체제를 전복하려는 대중들의 에너지가 끓어오르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올해 한반도에서의 대전환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등 남측의 정치분야에서 시작될 것이다. 민주주의 유린과 민생의 파탄, 그리고 남북관계의 후퇴 등 반동적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가 그 첫걸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은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게 된 이명박 정권의 한없이 어리석고,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약탈적 행태 덕택에 정권 교체의 전망이 밝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 출범 등 보수세력에서도 변화의 몸부림을 시작했고, 야권의 연대와 통합 또한 그 앞날을 예단할 수는 없는 만큼, 정권 교체는 결코 쉬운 과업이 아니다. 따라서 변화를 위한 첫걸음으로서 정권 교체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가 곧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잘못을 또다시 저질러서는 안 된다. '정조 이래 200년만에 나타난 개혁군주'라는 평가와 함께 엄청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노무현 정부의 행적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경제에 대한 개입을 스스로 포기하고, '구국의 결단'인 양 일방적으로 한미FTA를 밀어붙이고, '북핵연계론'을 앞세워 미국 눈치를 보며 남북관계의 진전에 머뭇거린 실패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진보개혁정권은 어찌하여 신자유주의에 맥없이 굴복했는지도 규명되어야 한다.

요컨대 정권 교체는 반드시 해내야 하지만, 그것은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나아가 정권 교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예컨대 백낙청 창비 편집인이 지난 12월 29일 신년칼럼을 통해 (새 정부는) "분단체제 극복 작업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구체적 목표 제시, 이를 위한 연구와 토론 등이 민생, 정치개혁, 외교, 국방 분야 등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현재 각 정당이나 학계에서 재벌 개혁이라든가 검찰 개혁 등 실천적 대안 마련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안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사회적 합의로 정착될 때 비로소 힘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어쩌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즉 우리가 처한 현실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 대안 마련을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공정하게 경쟁시키며 최선의 방책을 끄집어내는 공론장의 역할 말이다.

불행히도 우리 언론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현실정치세력의(보다 중요하게는 재벌 등 경제권력)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그들의 주장을 받아 적는 데 급급했다. 그리고 그들이 던져주는 이권과 특혜에 취해 지내왔다. 현실정치세력의 권력투쟁에서 한발 떨어져, 또는 한층 높은 곳에서 그들의 싸움이 공공의 이익과 복지에 부합하도록 공정한 심판관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어느 한 정치세력의 2중대, 나팔수 역할로 끝나고 말았다.


▲ 종합편성채널 JTBC, MBN, TV조선, 채널A 4개사와 보도전문채널 뉴스Y가 일제히 개국한 1일 오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언론노조가 주최한 종편 채널 출범 반대 및 미디어랩 입법 촉구 기자회견 장면. ⓒ뉴시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의 타락은 한층 더 심화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그나마 보장됐던 언론(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여지없이 유린됐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에서는 숱한 양심적 언론인들이 강제 해직됐다. 반면 정권의 입맛을 맞추는 데에만 놀라운 재주를 보인 '애완견 언론인'들이 책임자의 자리에 올랐다. 결과는 '공영방송의 완벽한 몰락' '땡전방송의 부활'이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나라 전체 언론의 90%가 정권보위(이른바 보수) 언론으로 전락했다. 조중동은 자발적으로, KBS MBC는 정권의 압력에 의해.
그 결과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정권의 착각을 불러왔다. 이런 언론환경 속에서는 민생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민심이 정권으로부터 이반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 원로 정치인의 지적대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지난 10.26 재보궐선거까지 한나라당이 3연패 한 데에는 이런 정권의 착각도 큰 역할을 했다. 현실의 실상도 민심의 소재도 알 턱이 없으니 변화를 시도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도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당 지도부의 잘못된 형세 판단 아래 비롯됐다고 한다. 약간의 공작(?)으로 당선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자업자득. 이명박 정부의 무지막지한 언론정책이 언론의 굴종을, 언론의 굴종이 현실의 왜곡을, 현실의 왜곡이 권력의 최면상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마디로 언론이 제대로 서지 못한다면 민주정치 또한 제대로 설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따라서 새 정부는 진정한 변화를 필수 전제 조건으로서 권력(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과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언론개혁이 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면밀한 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자기반성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5년, 한국언론은 무엇을 했던가. 한국언론은 민주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시민 학생들의 피어린 항쟁으로 이룩한 민주화의 수혜자였을 뿐이다. 그런데 언론은 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권력이 되어 우리 사회에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이른바 종편이 우리 사회에 어떤 분탕질을 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언론생태계의 정상화와 공론장의 회복, 새 정부와 뜻있는 언론(인)이 해내야 할 중대한 과제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한미FTA 종료 가능..이제 한미FTA 폐기운동 돌입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2일자 기사 '"한미FTA 종료 가능..이제 한미FTA 폐기운동 돌입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이해영 한신대 교수 "MB.한나라당에 정치적.역사적 책임 물어야"


한미FTA협정문 24.5조 '발효 및 종료'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제 한미FTA 폐기운동에 돌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FTA 협상이 시작된 지난 2006년 부터 한미FTA 저지에 이론적 근거와 전략을 제시해 온 이 교수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한미FTA비준동의안이 날치기 처리된 직후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허무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제 한미FTA 폐기운동에 접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연 한미FTA 폐기가 가능할까?

이해영 교수는 "한미FTA협정문 24.5조에 따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FTA협정문의 마지막장인 24장 '최종규정' 편에서 '발효 및 종료'를 다룬 24.5조 2항을 보면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돼 있다. 

24.5조 3항에서는 "당사국이 (협정의 종료를)통보를 한 후 30일 이내"에 이와 관련된 협의를 개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해영 교수는 "협정문 24.5조에 따라 어느 한쪽이 협정의 종료에 대해 서면통보를 하면 폐기된다"며 이후 6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날치기 주범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정문 폐기 통보의 주체가 대통령인 만큼 이 교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해 정치적 역사적으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해영 교수는 지난해 12월 재협상이 타결된 뒤 '민중의소리'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최악의 경우 한미FTA를 막지 못할 경우 정권교체를 통해 한미FTA를 폐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월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한미FTA가 발효된다고 하루아침에 한국경제가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5~10년에 걸쳐 중장기적인 양극화와 산업공동화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며 "올해 비준안 처리를 막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정권교체를 통해 다음 정권에서 한미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이 교수는 "한미FTA 종료는 미국에 통보하고 절차적으로 폐기하면 되는 문제다. 이를 위해 모든 경우에 대해 논리를 만들고, 자료도 축적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이 교수는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한미FTA 이행법안이 통과된 직후 다시 한미FTA 협정문 폐기를 주장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