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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일 목요일

브레이크 없는 사학 '돈'비리…골병드는 학생들


이글은 뉴시스 2012-03-01일 기사 '[대학모럴해저드(19)]브레이크 없는 사학 '돈'비리…골병드는 학생들'을 퍼왔습니다.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대학 등록금은 사회적 화두가 된지 오래다.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 정도다.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들은 대학에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재정상 어려움을 이유로 등록금은 2~3% 인하하거나 오히려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정 지출 과정과 내역을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는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들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은 전체 고등교육의 85%를 차지하는 사학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로 인한 불필요한 지출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등록금이라는 형태로 떠맡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학 비리만 해소해도 등록금을 대폭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중론이다.

실제 감사원의 '2011 대학 등록금 책정 및 재정운용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대학들의 운영실태는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복지, 학생은 뒷전…교직원은 풍성

일부 대학들은 자체 규정까지 어겨가며 교직원에게 과도한 복리후생비를 지출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이러한 교직원 가족에 대한 등록금 감면 또는 장학금 혜택은 일반 학생과의 형평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P대학교 '장학금 지급규정'상 등록금 감면 혜택은 교직원 본인과 법인 임원 직계가족만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P대는 대상이 아닌 부속병원 직원 자녀 등 64명에게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7억여원을 등록금조로 지급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마련한 학교 재정을 교직원에게 퍼주다 걸린 셈이다.

또 B대학교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교직원 자녀 5명을 공고절차도 거치지 않고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선발해 1376만7000원을 지급했다.

또 2006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는 교직원 자녀 25명에게 교내 근로장학금 9003만3000원을 지급했다. 

국가근로장학생을 선발할 때는 반드시 공고를 해야하고 기초생활수급자를 1순위로 선발해야 함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선발된 교직원 자녀 모두 등록금 면제 대상인데다 경제적 곤란 사유도 분명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교비회계, 교직원 나눠먹기

사립학교법 시행령'제13조에 따르면 교비회계 지출은 학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등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만 가능하다. 

때문에 교비회계 중 하나인 국외 학회비는 국외 학술대회 또는 학회에 참석하는 교원만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A대학 부속병원은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외 학술대회 등에 실제 참가하지 않은 교원 89명에게 총 2억2560만원을 국회학회비로 지급, 학교 재정을 낭비했다.

또 전임자를 우대한다는 명목으로 교비를 마음대로 사용하다 적발된 학교도 있었다.

J학교법인은 전 법인 이사장 A씨에게 이사장 재임 기간 대학과 부속병원의 발전을 위해 공헌했다는 사유로 2005년 9월부터 2010년 7월까지 7억7318만6000원을 지급했다.

또 2010년 7월13일 A씨가 퇴임한 후에도 지난해 6월까지 매월 1305만4000원씩 모두 1억4359만원을 급여로 제공했다. 

J법인이 A씨에게 제공한 비용은 모두 J법인회계가 아닌 부속병원회계에서 지급됐다.

지급 근거나 이사회 의결도 없는 인건비성 경비를 지급해 등록금을 낭비하다 적발된 학교도 있었다. 사립학교법은 교원의 보수는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따라 각 사립대학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보수규정'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봉급'과 '수당'을 지급한다.

하지만 E대학교은 2006년 2월 교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사유로 총장 임의로 '학교법인 E대학교 정관' 및 '보수규정' 등에서 정하지도 않은 특별격려금 11억8773만6000원을 교직원 전원에게 지급했다.

또 이 대학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에 걸쳐 33억4251만8000원을 정관에 없는 특별격려금조로 지급하다 감사에 적발됐다.

또 2008년 9월에는 총장 결제만으로 15년 이상 근속자부터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고 정년 잔여기간도 최대 15년까지 인정하는 '특별 명예퇴직 확대 시행계획'을 시행했다. 

당초 근속 20년 이상인 자에게만 지급됐으나 총장 결정에 따라 근속기간이 16년 11개월에 불과해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던 교직원에게 15년분에 해당하는 2억3147만5000원이 지급됐다.

이같은 방식으로 사립학교법 및 정관 등을 위반한 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명예퇴직자 13명에게 20억8413만3000원을 명예퇴직수당으로 지급했다.

전문가들은 사학비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내부 감시 시스템 부족을 꼽는다.

김인곤 전국대학노동조합 부처장은 "사학비리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감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대학평의회와 같이 학교의 내부적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대학 비리 적발 방법은 교과부의 감사가 유일한데 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많다"며 "인원을 충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들이 허위보고를 할 수 없도록 감사처분에 대한 후속 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ronn108@newsis.com

2012년 2월 29일 수요일

이명박 대통령이 뿌린 진짜 '재앙의 씨앗'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9일자 기사 '이명박 대통령이 뿌린 진짜 '재앙의 씨앗'은?'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5년, 빛과 그림자·9] 농업 정책

학술단체협의회와 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각 분야별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10월 29일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의 글이 실리고, 나중에는 책으로도 묶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명박 정부 4년간 2008년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을 비롯한 크고 작은 먹을거리 대란이 끊이지 않았다. 임기 마지막인 올해도 소 값 폭락 사태로 장식하고 있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농업과 먹을거리의 재앙으로 가득 찬 불행한 시대로 역사에 남게 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불행의 씨앗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농산물 시장 개방과 농업 구조 조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다. 1989년 농축산물 수입 자유화 조치 이후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세계무역기구(WTO) 체제 가입으로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의 비관세 장벽이 철폐되고, 2000년대부터는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 장벽마저 점차 축소되었다.

국내적으로는 소위 '선택과 집중'에 따라 농지와 농기계 등 농업 자원을 소수의 정예 농가에 선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농업 구조 조정이 강조되었다. 10만여 명의 전업농이 정예 농가로 선정되었고, 정책 자금과 농업 자원은 이들에게 집중되었다. 그 대신 절대 다수의 중소 가족농은 점차 몰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고, 그 결과 농업은 축소와 해체라는 수순을 밞게 되었고, 농촌은 공동화로 인해 피폐해지는 경로를 걸어 왔다.

신자유주의 개방 농정과 농업의 위기는 글로벌 푸드 시스템(세계 먹을거리 체제)으로의 편입과 먹을거리 위기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내 농업의 해체는 식량 자급률을 약 25퍼센트 수준까지 하락시켰고, 이로 인해 먹을거리의 약 4분의 3을 수입 먹을거리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글로벌 푸드 시스템이 제공하는 수입 먹을거리 때문에 한국 사회의 먹을거리 위험이 크게 증가하였다. 한편, 취약한 국내 농업 생산 기반 때문에 기상 요인으로 인한 작황 불안이 가격 파동을 점점 대형화하도록 만들었다. 사회 전반의 양극화는 먹을거리의 양극화에도 나타나고 있으며, 저소득층과 빈곤층일수록 위험한 먹을거리를 더 많이 섭취함으로써 건강 불평등도 확대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유난히 대규모 먹을거리 사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대외 정책과 무능한 농업 정책 때문이다. 이명박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2008년 4월 미국 방문 선물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허용하여 대미 굴종 외교 노선을 분명히 하였고, 전 국민적인 촛불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2010~2011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이것이 지금의 소 값 폭락 사태를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작동했다. 여기에다가 소 값을 연착륙시키는데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무능도 더해져 폭락 사태를 더욱 키웠다.

또 대북 적대 정책으로 쌀 지원을 중단하였고, 이 때문에 국내 쌀 재고량이 과잉되고 누적되면서 2009~2010년에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한때 쌀값이 1990년대 중반 수준까지 폭락하기도 했으며, 쌀 농가의 실질 소득이 적게는 1.5조 원에서 많게는 2.5조 원가량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쌀값을 안정시키는데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무능이 또 다시 확인되었다.

농정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의 무능은 2010~2011년 구제역 대란과 2010년 하반기 채소 값 폭등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초기 방역 덕분에 비교적 적은 피해로 끝났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초기 방역에 실패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약 350만두의 가축이 살처분 매장당하고, 약 6조5000억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구제역 대란을 야기하였다. 또 2010년 하반기에는 채소류의 수급 예측과 생산 조정의 실패로 무, 배추 등 채소류를 중심으로 2∼3개월 사이에 농산물 가격이 약 3∼4배가량 폭등하는 채소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 농업과 먹을거리 대규모 사태(2008년~현재). ⓒ장경호

이명박 정부는 잇따른 농업과 먹을거리 대란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정책적 무능과 실패를 반복해 왔다. 초기에 선제적 대응만 제대로 했더라면 대란으로 악화되지 않을 수 있었는데 항상 초기 대응에 실패하여 대형 사고를 스스로 초래하였다. 사태가 악화된 이후에야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부산을 떨었지만 그나마 책임 회피성 생색내기나 땜질식 임시처방에 그쳐 사태 수습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는 농업의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생산 조정 및 출하 조절을 통해 가격 안정과 소득 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했지만 이 부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농정은 농업과 먹을거리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전업농보다도 더욱 소수의 주업농, 기업농, 강소농을 중점 지원하면서 전반적인 농업의 해체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또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먹을거리의 안정적인 생산, 공급은 뒤로 하고 돈 버는 농업과 수출 농업을 강조하면서 안정적인 생산, 공급 기능은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농민과 농촌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면서 농민과 농촌의 빈곤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2010년 현재 농가 소득은 도시 소득의 약 64퍼센트 수준에 불과하고, 농가 인구 가운데 절대 빈곤층의 비율이 약 19.6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작년 11월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날치기로 강행 처리하였고, 오는 3월에 발효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의 비관세 장벽은 물론 관세 장벽까지 완전히 철폐되어 농업 해체, 농민 분해, 농촌 붕괴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는 국민 먹을거리를 더욱 더 글로벌 푸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 것이며, 먹을거리의 위험은 제어 불능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지구적 식량 위기에 따른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과 취약한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은 대규모 가격 파동을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킬 것이다. 먹을거리 양극화에 따른 건강 불평등은 어쩌면 치유 불능의 상태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농업과 먹을거리의 재앙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정권 교체만이 그나마 살 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야가 바뀌고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 된다고 해서 농업과 먹을거리의 살 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정권 교체 과정에서 농업과 먹을거리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공약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정권 교체 후에는 실질적인 정책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농민들은 기초 농산물 국가 수매제를 중심으로 식량 자급률 50퍼센트 실현과 먹을거리 복지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생산 조정 및 출하 조절을 통해 가격 안정과 소득 보장을 이룰 수 있는 구조와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며, 먹을거리 양극화 해소를 위해 먹을거리 정책과 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식량 주권 혹은 먹을거리 기본권과 같은 새로운 대안의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다. 정권 교체가 농업과 먹을거리의 재앙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2012년 2월 28일 화요일

김대중 D, 노무현 C, 전두환 A…이것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8일자 기사 '김대중 D, 노무현 C, 전두환 A…이것은?'을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재벌개혁과 한국경제 새판짜기…99% 연대의 길로

복지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그리하여 그 핵심 관문으로 재벌 개혁이 모두, 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중심 의제로 다시 떠올랐다. 대한민국이 가히 '재벌 동물원', 또는 '삼성공화국이' 꼴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재벌의 탐욕과 탐식, 독점과 독식이 도를 한참 넘은 현재 상황을 타개하지 않고는 무너진 민생경제를 살리고 경제민주화 나아가 '제 2민주화'를 이루는 일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명박 정부 아래 오늘과 같은 재벌독식 정글 자본주의를 초래한 장본인인 한나라당까지 당명을 바꾸는 등 법석을 떨고 경제민주화 운운하는 걸 보면, '두 국민'으로 갈라진 채 다수 대중이 삶의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의 위기가 얼마나 깊은지 알고도 남는다. 집권 여당까지, 진지한 반성은 모르쇠로 버티고, 복지국가 건설과 경제민주화 시대정신에 편승하려고 변신하고 있는 걸 보면, 작년부터 유력 보수 언론이 주도했던 바, 복지국가 길과 재벌개혁은 회피하며 재벌의 자선에 호소했던 한국판 "자본주의 4.0" 기획도 허사가 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정치란 이쪽과 저쪽, 또는 아방타방(我方他方)을 나누며 '우리'를 저변 넓게 구성하는 것이다. 복지국가 의제의 경우, '부자 증세'처럼 아방타방을 나누는 지점이 확실히 존재한다. 이전에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던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과 같은 말은 그 지점을 잘 포착한 정말 멋있는 슬로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이 슬로건을 높이 쳐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러나 복지국가 건설은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렵고 국민전반의 증세부담을 요청하기 때문에 대척점이 흐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가, 제도, 사람에 대한 신뢰를 축적하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그것에 비해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의제는 대척점이 훨씬 명확하다. 현 상황에서 '우리'를 넓게 99%의 '경제민주화 동맹'으로 확대하고 저쪽을 한줌의 1%로 몰 수 있는 최상의 의제일지도 모른다. 이제 '99% 연대로 1% 재벌을 개혁하자'고 말해야 할 때다.

그런데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견해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돈되는 건 다 먹어치우는 재벌의 탐욕을 규탄하며 개혁 대안을 찾는 토론의 장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그런 토론의 일환으로 얼마 전에 민주노총이 주최한 토론회가 있었는데, 나도 토론자로 참여해 지난 시기 '삼성공화국' 국면이래 주장해온 '제 2라운드 개혁'론을 피력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청중이 많지는 않았지만 매우 유익한 토론이었다.

주발제자인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은 2007년 선거가 '성장과 경제자유화'라는 보수적 프레임으로 짜여졌던 반면에, 2012년 선거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 주도의 프레임이 짜여졌고 여기에 보수가 끌려 들어와 따라잡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덜 부각되어 있는 '노동 민주화' 의제를 강조하고, 재벌개혁 운동이 민생연대 나아가 '99%의 연대'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발제자와 유사하게 노동자 경영참가에 기반한 '산업경제의 민주주의' 실현에 방점을 찍으면서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개혁 패키지들을 풀어 놓았다. 곽정수 한겨레 기자는 한참동안 민주통합당 내부 '재벌개혁의 X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두들 재미있게 듣고 웃고 했지만,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제법 떠들썩한 외양과는 다른 실상을 'X맨'이라는 말 한마디로 아주 잘 짚은 셈이다. 'X맨'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홍종학 교수가 또 지루한 토론회에 큰 웃음을 주었다. 그는 재벌은 킹콩같은 존재로, 이 킹콩이 선거 기간에는 잠을 잔다면서 이 때가 개혁의 호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강력한 제재, 효과적인 규율수단 그리고 빠른 속도라고 하면서 계열사간 배당이나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재벌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 토론회를 포함하여 여러 논의들에서 좋은 정책수단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정책 수단을 잘 몰라서 재벌개혁을 못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누가,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수 있을까?

우선 지난날 재벌개혁이 실패한 경험을 반성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왜 실패했나?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먼저, 두말할 필요없이 재벌 권력의 힘이 너무 강대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한국의 개발 독재는 강력한 정치적 독재임과 동시에, 대재벌을 키우고 이와 공고히 동맹한 반면 노동을 배제적으로 동원한 아주 당파적인 계급 권력이기도 했다. 권위주의 산업화가 고도의 권력전략인 동시에 계급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그리하여 국가 권력과 재벌 권력이 결탁한 과두제(寡頭制)적 지배와 고도집중 체제를 물려 준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박정희 정권은 물론 5공 신군부독재도 그러하다. 독재정권이 재벌에 퍼주기를 하면서 일정하게 규율을 부과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이 노동계급과 시민사회의 발언을 통제, 억압해 왔기 때문에, 민주화이후 오히려 자기 발로 서게 된 공룡 재벌의 고삐를 잡고 민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역사적 힘이 형성되기 어렵게 된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어렵게 된 "민주화의 역설"이 나타난 조건을 찾을 수 있다. (☞ 바로가기 "강한 개발국가 복원?…장하준의 새로움과 구태의연함").

둘째, 개발독재 시기로 환원할 수 없는 민주화 시기의 실정(失政)문제가 있다. 한국의 민주화 시기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기와 중첩되었으며 역대 정부는 경제적 자유화=규제 완화와 무분별한 개방의 물결에 휩쓸렸다. 민주화와 자유화와 같이 진행됐다. 그로 인해 재벌의 힘과 정부의 실정이 합작한 끝에 97년 '외환위기'가 도래했다. 이어 97년 이후 중도 자유주의 정부는 한편 외압에 순응하면서 다른 한편 그 칼을 빌려 재벌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는 단절과 연속의 기묘한 혼합물이었다. 불법적 경영권 세습 등에서 보듯이 오늘날 한국재벌의 전근대적 구태는 여전하다. 그러나 재벌 개혁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재벌들이 사라지고 쪼개졌으며, 살아남은 재벌도 크게 변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슈퍼 재벌'로의 초집중과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빈곤화였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역대정부의 재벌 정책에 대한 학점은, 전두환 정부 A, 노태우 정부 C, 김영삼 정부 D, 김대중 정부 D, 노무현 정부 C 로 평가되었다. 논란이 많겠지만, 충격적인 평가다. 이 평가의 타당성 문제는 제쳐 두고, 한국의 민주화이후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과실을 얻고 최대의 수혜자로 부상한 것은 소수 재벌이고, 노동자와 서민, 그리고 여러 중간 집단들조차 패배자의 처지로 떨어진 게 사실이라면 이는 정말 큰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역설이 재벌개혁의 부진뿐만 아니라 97년이래의 재벌개혁에도 크게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단지 재벌개혁이 아니라 '어떤 개혁인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연합


셋째, 나아가 정부 정책만이 아니라 '범민주 진보' 진영 내부의 개혁 담론도 재벌 개혁이 실패하는 데 일조하였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는 주주 자본주의냐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냐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그 우열을 판별하기 위한 기준을 찾는 노력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편 사람도 있다. 또 재벌개혁을 (구)자유주의적 개혁틀안에 가두면서 경제민주화와의 고리를 끊어 버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들은 재벌 개혁의 목적은 단지 공정 경쟁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민주적 참여와 공정한 협력은 배제해 버린다. 어떤 논자는 지난 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즈음하여 사측의 해외공장 이전과 주식배당에 대해서는 은근히 두둔한 반면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상한 논법을 제시한 적도 있다(김기원, "한진중공업 사태의 올바른 해법은", , 2011/8/4). 그리고 IMF 이후 세계화가 반(反)노동적임과 동시에 반재벌적인 효과를 가졌고 그래서 재벌과 노동 모두 거기에 반대했다고, 문제의 한쪽 면만 보는 견해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재벌과 세계화간의 불협화음만 볼 뿐, 양자의 교묘한 만남과 화해가 초래하는 반(反)민주적 효과를 간과하는 것이다.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문제를 보는 나의 생각은 이런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바, 재벌체제의 내부자(Insider)와 외부자(Outsider)로 분단된 이중화 양식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래 그림 참조). 내부자의 중핵은 재벌체제의 재생산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상위 계층들이다. 외부자는 비정규직, 취약한 정규직, 실업자, 자영업과 중소상인, 취약한 중간층, 중소기업 등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살펴야 할 것은 소액주주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의 존재이다. 이들은 야누스적 얼굴을 갖고 있다. 재벌 총수의 횡포는 소액주주권을 침해한다. 그렇지만 재벌의 높은 실적과 주주가치 추구는 소액주주에게 이익도 가져다 준다. 소액주주중에는 소시민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제금융자본과국내 대금융자산가들도 대체로 소액주주며 이들이 소액주주의 '큰 손'으로 재벌체제의 최대 수혜자에 속한다.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그 약체 부분은 기업주가 휘두르는 부당 정리해고 칼날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그 큰 부분은 기업별 노조에 갇힌 채 - 이는 신정완이 '박정희체제의 사후의 복수'라 부른 것이다- 비정규직과 연대는 외면하고 재벌과 이익을 함께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대안은 복지 의제처럼 스웨덴 모델을 준거로 삼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

이런 독특한 내부자-외부자의 이중화 상황에서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중심에 놓는 재벌개혁론은 다수 대중의 민생경제를 중심에 놓는 개혁론과 충돌할 수 있다. 그리고 추상적으로 노동자 경영참여를 외치는 개혁론도 정규직이 비정규직, 실업자 등의 이익을 담아내는 보편적 ,포괄적 이해를 구성하지 않는 한 이중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새로 시작하는 제 2라운드의 개혁은 지난 1라운드의 한계 지점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 경쟁시장을 추구하는 질서자유주의적 개혁은 재벌개혁의 기본적 구성부분임이 분명하지만 이는 다수 피억압대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회민주적이고 참여민주적인 개혁과는 충돌하는 지점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개혁은 중도반절로 끝난 질서 자유주의적 개혁의 적극적 부분을 이어받되, 그 중심방향은 사회민주적이고 참여민주적인 개혁을 재창조하는 데 두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노동 부문이 이중화 구조를 넘어 노동 연대를 향해 필사적 노력을 다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오늘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중심적 문제는 1997-8년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다수 사람들이 거의 예상하지 못한 채 습격당한 정글자본주의 속에서, 재벌의 전방위적인 탐식과 약탈적 축적, 그에 따른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 불공정하고 부당한 거래와 분배, 야만적인 노동 배제,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 등이 중심적 문제 또는 '주요 모순'이 되고 있다. 재벌과 외국자본의 지배동맹에 의한 독점 독식과 이중화 축적체제로 인해 배제되고 약탈당하고 있는 광범한 국민 대중의 삶의 불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상태로는 민생은 물론 한국경제의 미래도 없다.

서두에서 정치란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는 다투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생 협력하며 이를 통해 더 높은 균형으로 나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재벌개혁이 재벌죽이기가 아니라 오히려 재벌살리기라고 말해야 한다. 오늘날처럼 재벌이 민주공화국을 길들이는 비정상상태로부터 이들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적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시민기업으로 재탄생한 재벌과 민생, 나라경제가 선순환하는 민주적 참여의 시장경제, 고진로(High Road) 자본주의 길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재벌 개혁의 목표다. 그리하여 저변이 넓고 튼튼한 민생경제, 피라미드형의 강소(强小)하고 중견(中堅)한 살림의 경제, 공화국의 구성원이라면 동등한 '경제시민'으로서 노동하고 기업(企業)하는 사회경제적 권리지분(stakes)을 쥐어주면서 공정하게 협력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언제나 패자부활이 가능한 한국형 시민경제의 새판을 짜는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사설] 박근혜의 과거 단절론과 정수장학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20일자 사설 '[사설] 박근혜의 과거 단절론과 정수장학회'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가장 강조한 말은 ‘과거와 단절’이었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며 “과거의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 과감한 쇄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닷새 전 정당대표 연설에 이은 거듭된 과거 단절론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정강·정책의 기조를 경쟁을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에서 행복을 중시하는 복지 확대 쪽으로 바꿨다. 14년 이상 써오던 한나라당이란 이름도 과감하게 버렸다. 지금 한창 작업을 진행중인 공천에서도 도덕성을 기준으로 현역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아니면 아무거나’라고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박근혜 위원장이 주도하는 새누리당의 변화와 개혁은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를 바라는 나라 안팎의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양대 선거를 겨냥한 포장술의 의미도 띠고 있다. 어쨌든 정당이 시대정신을 반영해 변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그 속에 진정성까지 담겨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추구하는 과거와 단절, 변화와 개혁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으로 소통부족과 양극화의 심화를 지적했다. 소통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양극화는 경제의 실패를 말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양극화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소통과 민주주의에 대한 박 위원장의 의지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정수장학회 문제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지분 100%, 문화방송 지분 30%와 경향신문사 터 700여평을 소유하고 있는 재단법인이고, 아직도 박 위원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2005년 이사장을 그만둬서 나와 관련이 없다. 이와 관련해 장학회에서 분명히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지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임금님’, 박 위원장을 ‘큰영애’로 부르는( 2월4일치 3면) 최필립씨가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과 매우 거리감 있는 인식이자 발언이다.
세상일이란 법적 관계로만 이뤄져 있는 게 아니다. 사람으로도 얽히고 정으로도 매여 있다. 박 위원장이 진정으로 정수장학회와 관련이 없다면 자신을 아직도 왕조시대의 상전처럼 모시는 사람을 이사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시민·언론단체의 요구대로 사회에 재단을 환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과거와 단절은 남으로부터가 아니라 자기부터 시작해야 진정성이 있다.

2012년 2월 20일 월요일

'복지'에 맞서는 경제관료들, 선거 개입하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19일자 기사 ''복지'에 맞서는 경제관료들, 선거 개입하나?'를 퍼왔습니다.
기재부 장.차관 "복지 포퓰리즘 맞서겠다"..TF만들어, 각당 복지공약 반박자료 발표


ⓒ민중의소리/뉴시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1차관, 김동연 2차관

"현 상황에서 제기된 공약사항에 대해 대차대조표를 따지고 지속가능성을 검토해 그 결과를 정치권에 전달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4.11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내놓고 있는 복지 공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선거를 앞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복지공약이 양산되고 있다"며 "재정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복지공약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17일 열린 한 강연에서는 "우리나라 복지 지출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열린 한 강연에서도 박 장관은 "GDP 수준과 노인인구 비율을 감안하면 지금 복지 지출비율이 적정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MB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을 지내다 노동부 장관에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는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때부터 '선거를 앞둔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취임사에서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레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박 장관 뿐만 아니라 경제 관료들의 반(反) 복지 레토릭은 점입가경 수준이다. 심지어 부처 내에 정치권의 복지 정책을 무력화시킬 논리를 개발하는 팀까지 만들 정도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 포퓰리즘 때문에 웃음을 잃었다"며 "공무원 생활 30여년을 했는데 선거를 여러번 치뤄봤지만 요새가 가장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관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관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라며 "지속가능성 없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도 지난 16일 열린 아시아개발은행-KDI 공동 컨퍼런스 연설 막바지에 정치권의 복지 공약 비판에 열을 냈다. 김 차관은 "2012년은 한국에 총선과 대선이 겹쳐있는 중요한 한 해"라며 "재정 상태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무상 복지 과열 경쟁이 일어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설치한 '복지 태스크포스'(TF)를 맡고 있는 김 차관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복지 정책방향에 맞춰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뭐가 있는지 논의하고 이제까지 유지해왔던 복지 원칙에 맞춰 지켜야 할 원칙을 정립하겠다"며 정치권의 복지 공약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심사를 내비쳤다. 

김 차관이 이끄는 기재부 '복지TF'는 정치권의 복지 공세에 끌려가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복지=재정악화'라는 공식을 선전하기 위한 TF의 성격이 짙다. 

기재부는 이번주께 '복지TF'에서 분석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정치권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복지공약의 소요 예산 규모를 추정한 '복지공약 대차대조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공약을 분석해 자료를 내기는 이번에 처음이다. 기재부는 개별 공약별 소요 예산 추정치가 아닌 총액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일각에서 경제 부처 관료들이 선거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잃어버린 MB의 5년'을 되돌리려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13일자 기사 ''잃어버린 MB의 5년'을 되돌리려면…'을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야바위 정치판의 꼼수 공약들

복지 이야기는 미처 논쟁의 단계에 이르기 전부터 뭇매를 맞았다. MB정권 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OECD국가 중 꼴찌 수준에 도달한 이 나라 복지의 이야기다. 말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에서부터 당정은 물론 조중동과 TV등 '관변매체'들에게도 총 동원령이 내려진 듯 했다.

"퍼주기 복지는 나라 망쳐먹는 행위"라 했다.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면서, "공짜 시리즈하자는 것이냐"고 준열하게 꾸짖었다. 2011년, 이 땅의 민초들은 "무상복지 포퓰리즘은 국가부도의 지름길"이라는 '듣기 좋은 노래'를, 거의 일년내내 넌덜머리나게 들었다. 특히 서울시에서 불거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문제는, 나라의 명운이 걸리기라도 한 듯 난리를 쳐댔다.

"도움이 필요 없는 부유층 아이들에게까지 공짜 밥을 줘서는 안 된다"와 "가난한 아이로 낙인찍히는 '눈치 밥'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는 둘 중 하나였다. 급식현장을 상정(想定)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MB정권은 봇물 터지듯 이어질지도 모르는 복지수요를 초장(初場)부터 틀어막고자 한 듯하다. 총대를 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급기야 기꺼이 묘혈(墓穴)까지 파기 시작했다.

"어느 쪽 지지하는지 주민투표 해 보자"했다. "주민투표에 지더라도 6·25때 낙동강 전선사수하듯이 전면 무상급식 막겠다"했다. 그리고는 필경 자신이 판 묘혈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스스로 죽었다. 오세훈 씨의 비극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하청 받은 성격이 짙다. MB대신 악을 쓰다가 최후를 맞이한 느낌이 강하다.

지난해 MB정권이 4대강에 예산 쏟아 붓느라고, 돈과 관련해 운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는 다 기억한다. 중앙이고 지방이고 다른 사업한다며 돈 달라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부자복지'였던 감세정책 하느라고 돈은 더욱 달렸다. 2010년 연말, 2011년의 예산이 한나라당 지배의 국회를 통과하면서, 방학 중 결식아동 25만 명의 급식예산까지 깎여 나가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서민복지 수요를 틀어막는 게 MB정권으로서는 '사수해야할 낙동강 전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온갖 거짓 다 동원해 '복지'에 결사 항전했다. 사회주의적 발상이니 좌파의 공약이니 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주민투표에 180억 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비용 300억 원 등 모두 480억 원을 아낌없이 버리면서까지, 서울의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필요한 추가비용 695억 원을 내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게 한나라당 정권이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그 한나라당 정권이 당의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요즈음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복지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의 초중고교생 가운데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 250만 명에게 무료로 밥을 주는 공약을 검토하고 있다 했다. 그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연간예산이, 한나라당 정권이 내놓지 않으려고 서울에서 발버둥 치던 '추가예산(695억 원)'의 열배도 넘는 7500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두 얼굴의 정권'이라 해도 할 말 없게 되어 있다. 참으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무슨 야바위판의 한 복판에 끌려 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무기 도입 예산을 깎아 사병의 월급을 지금의 4배 이상인 40만 원으로 올리는 공약이 제시됐다는 기막힌 보도도 있었다.

한나라당의 이름이 새누리당으로 바뀐 사실을 보도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정당들은 인기를 잃으면 당의 이름을 바꾼다"고 했다. 맞는 보도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젊은 층의 인기가 절실하다 해도, 남북대치 상황에서 전투력까지 깎아내리며 월급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인기를 잃은' 원인을 잘 못 짚은 것이다. 물론 사병월급 인상 자체를 반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겠지만, 수많은 그런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약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먼저 느끼는 것은 한없는 아쉬움이다. 집권당으로서 그 동안 당연히 했어야 하고 할 수 있었던 내용들이 적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성격상 야당의 공약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누리당은 따라서 먼저, 집권하고 있을 동안 손 놓고 있던 태만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유연한 대북정책 추진'이란 새누리당의 공약이 눈에 띈다. 안타깝다. 아쉽다. 결국은 그렇게 가게 될 것을, 그동안 허송세월 하면서 너무 손해만 보아왔다. 질 낮은 방식의 이 정권 외교 때문에 남북관계나 4강외교 모두 꼬이기만 했던 것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경제정의나 복지와 관련된 많은 선심성 공약들도 제시되고 있으나, 적어도 벌써 손을 댔어야 할 '뒷북'처럼 느껴지는 아쉬움과 함께, 진정성·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 칠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공약들만으로도 "새누리당이 좌빨당 된 느낌"이란 말이 나올 정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 급작스런 '좌클릭'때문에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는 회의적 시각들이 만만치 않은 데 주목하게 된다.

더구나 엊그제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야당 추천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부결시켰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당명도 바꾸면서, 대북정책까지 유연하게 가겠다 한 그들이, 언필칭 '사상문제'를 트집 잡았다. 그 후보자 '사상문제'의 빌미가 된 '천안함 사태에 대한 견해'는 국내외 학자들의 '이의제기'에 대해, 정부도 과학적으로 완벽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 한 채 입을 닫고 있는 상태다.

요컨대 새누리당은 '꼴통보수'의 수준에서 아직 한걸음도 더 나가지 못 했음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일시적이나마 진취적인 모습의 시늉을 해보였던 것도, 실은 잃어버린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꼼수 공약들을 급조해, 야바위 정치용도로 뿌려댄 게 아니냐는 오해를 피해가기 어렵게 되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진실이 담기고,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을 생산해 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내건 공약은 또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여야의 공약들을 보면서 특별히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이 나라가 지금 절실히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요구 사항들이 공약에서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MB정권 들어서면서 폐해가 가장 두드러졌던언론과 검찰에 대한 대 수술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군사통치 시대도 아닌, 명색이 선거절차를 거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일찍이 이토록 본령(本領)을 일탈한 언론과 검찰이 있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별로 없다. 특히 언론은 편집권이 기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사회의 공기(公器)가 될 수 있으나,양식 없는 사주의 손에 가면 흉기(凶器)가 되기 십상이라는 점을 정치 세력들은 유념해야 한다.

언론과 검찰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제 모습을 찾는다. 진실로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정당이라면, 이제는 이들 분야에 대해서도 당당히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문자로 된 공약이 필요하다. 곁들여 최시중 청문회 공약도 나와야 한다.

4대강에 대한 공약도 절실하다. 법원에서도 엊그제 위법성을 지적했지만, MB 한 사람의 탐욕에 이끌려, 꼼수와 탈법과 특혜가 난무했던 게 4대강 사업이다. 4대강은 지금 이른바 보의 안전문제와 함께 수질악화, 주변지역 침수, 지천지류지역 홍수피해 증가, 끝도 없는 유지비용 퍼붓기등 백해무익한 '재앙의 씨앗'으로 자리 잡았음이 입증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게 이익이다. 국익을 위해 당장 그러겠다고 공약해야 한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보이는 데도 도중에 수사를 끝내버린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나, 민주당 대표실 도청사건 등도 공약으로 되살아나, 번듯하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게 정의다. '잃어버린 MB의 5년'은 그렇게 차곡차곡 정리를 해 나가야 한다.



/오홍근 칼럼니스트

2012년 1월 25일 수요일

‘행동하는 시민’과 ‘민주주의 희망 창조’


이글은 대자보 2012-01-22일자 기사 '‘행동하는 시민’과 ‘민주주의 희망 창조’'를 퍼왔습니다.
[김주언의 뉴스레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대한민국 미래 결정할 것

“특권에 안주하며 사회적 부를 전취하는 토건성장주의에 빠져 한국 사회를 자기 파괴적인 양극화사회로 한반도 전체를 갈등과 대결로 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시민이 주도하는 공정하고 소통하는 민주주의 사회,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국가가 봉사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생명, 공존, 평화를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국가, 평화체제로 나아갈 것인가?”

시민사회의 올해 화두는 ‘행동하는 시민’과 ‘민주주의 희망 창조’이다.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신년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복지, 한반도 평화와 생태 친화적 성장의 비전을 가진 새로운 정치 주체와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차례의 정치행사를 앞두고 시민사회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정치혁신과 정치참여를 위한 유권자 운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정치구조를 정착시키고, 투표행위를 넘어서는 정치참여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들은 2월부터 총선에 대비해 의제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연대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총선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의 참여를 끌어낼 방안도 마련했다. 

올해는 신년사의 지적대로 ‘역사적 전환기’이자 ‘문명의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아랍민주화 열풍과 월가점령 시위는 새로운 전환기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다.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월가시위대의 구호 ‘1%의 탐욕과 99%의 분노’는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폐혜를 한마디로 대변해준다. 그래서 자본주의 위기를 거론하는 학자들도 많다. 유럽의 재정위기도 자본주의 위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대체할 바람직한 세계체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불러올 조짐임에는 틀림없다. 

올해는 또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정치행사가 예정돼 있다. 올해 벽두의 타이완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중국 등 주요국의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정치세력이 교체될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선거과정에서 많은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시민여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각성된 시민의 힘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아랍에서 촉발된 시민혁명이 전세계를 뒤덮어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사적 전환기에 치러지는 국내의 중요한 정치행사도 세계사의 흐름에서 비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중요한 해이기 때문에 두 차례의 선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올해는 6.10시민항쟁 25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쟁취해 민주적 제도를 정비한 ‘87년 체제’가 시작된 지 4반세기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의 퇴행으로 민주체제가 훼손됐지만, 과거체제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이제 ‘87년 체제’를 뛰어 넘어 민주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목표로 한 ‘13년 체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2012년을 점령하라’는 고 김근태 선배의 경귀가 더욱 가슴 속에 다가오는 이유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쇄신’을 내걸고 돌아선 민심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공천혁명과 당명변경, 대통령 탈당요구 등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다. 게다가 재벌개혁과 선택적 복지 등 한나라당의 정체성과는 상반되는 정책을 내걸고 민심을 구걸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나 돈봉투 전당대회 등 온갖 비리로 점철돼 있는 한나라당이 제대로 쇄신할 지는 미지수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서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는 데다 대통령의 측근비리마저 잇따라 불거지면서 민심이반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시민참여를 통한 정치개혁에 나섰다.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결합을 통한 민주통합당의 결성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모바일 시민투표를 통해 지도부를 구성했다. 새로 결성된 지도부는 국회탈환과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보편적 복지 등 새로운 시대를 위한 야심찬 정책도 내놨다. 야권연대를 위해 통합진보당과의 정치협상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공천혁명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시민사회의 일부 운동가들도 현실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통해 시민사회의 꿈을 정치참여를 통해 실현해내겠다는 포부를 간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협치)가 무너지고 독단적인 반 시민정책으로 민생이 피폐해진 데 대한 분노의 표현이기도 하다. 시대를 거스른 토건중심 패러다임으로 대한민국을 황폐화시킨 이명박 정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힘이 무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나라의 미래는 시민의 행동에 달려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든, 시민단체에 남아 있든 간에 시민운동가들은 목표와 비전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시민운동가의 책무는 역사적 소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사와 문명의 전환기를 맞아 시민사회가 어떻게 시민의 행동을 끌어내고 하나로 모아내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정치개혁을 넘어 민주적 복지국가, 지속가능한 생태국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실현할 수 있다. 


언론광장 감사, (http://www.ingopress.com) 편집인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현금 뿌리기'로 복지 완성?…비정규직만 늘린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1일자 기사 '"'현금 뿌리기'로 복지 완성?…비정규직만 늘린다!"'를 퍼왔습니다.
[복지 없는 사회복지사·③끝] 정부 직영 복지 확대가 해법

"사회복지사의 급여는 일반 기업의 계약직 급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적금도 붓기 힘들고, 결혼은 더 상상이 안 되는 현실입니다. 지금은 워킹푸어고, 앞으로 이 삶을 지속하면 하우스푸어, 허니문푸어, 베이비푸어가 제 미래네요. 복지국가를 표방하지만 정치인들은 눈 앞의 표를 얻는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가난을 부추기는 정부가 싫을 뿐입니다." 

사회복지사 2년차에 접어든 정혜미(가명) 씨의 말이다. 정 씨는 "월급이 세후 140만 원 정도"라며 "타지에 와서 원룸을 잡고 보증금 2000만 원에 15만 원짜리 월세로 살고 있지만 세금까지 내고 나면 적자"라고 털어놓았다. 그가 다니는 복지시설에서는 지난 1년 사이 7명이 다른 시설로 이직하거나 일을 그만뒀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회복지사의 수는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등록된 사회복지사는 전국에 39만6400여 명이었으나 올해에는 5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학력 워킹푸어가 사회로 '대방출'되는 셈이다.


▲ 지난해 12월5일,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가 개최한 정책워크숍에서 사회복지사들과 인사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현금 지급' 중심 정책이 '복지의 시장화' 낳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곽정숙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2010년 '사회복지사 처우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낮은 처우는 열악한 근로환경, 낮은 임금수준, 잦은 이직경험 등의 현상으로 나타났고, 이는 결국 공공서비스인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직접 연관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이러한 지적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 대책은 '직접 책임'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현금 지급'이나 '단발성 복지 프로젝트'에 치중돼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각종 바우처 사업이 대표적이다. 바우처란 일종의 상품권이다. 출산도우미나 장애인 활동보조 등 특정한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에게 정부가 비용을 대는 일종의 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일례로 고용노동부는 청년실업의 대책으로 '내일배움카드'라는 교육쿠폰을 통해 구직 관련 학원비를 지원한다.

그런데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추진하는 '현금 지급 중심'의 복지 트렌드가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더욱 불안정한 노동조건으로 내몰고 있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복지시설은 이용자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재정 안정을 담보할 수 없는 바우처만 갖고 정규직을 고용하지 않는다"며 "바우처·프로젝트 중심의 복지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최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대학 졸업생들이 대부분 계약직으로 취업한다"고 지적했다.

바우처 사업이 복지 서비스를 공공이 아닌 시장에 내맡긴다는 점도 문제다. 신현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저소득층 연료비 지원과 같이 현금으로 주는 공공부조 형태도 물론 필요하다"면서도 "그런데 활동 보조나 노인 요양 사업까지 모두 바우처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복지사업이 민간이나 개인의 수익만 창출하는 구조로 변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예전에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아래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가 마련됐지만, 지금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이용자 한 명당 얼마씩의 수당을 받는 형태로 임금 체계가 개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 서비스가 시장화되면 민간의 이익을 보장해야하기 때문에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이 나빠진다"고 덧붙였다. '현금 지급' 중심의 복지에는 성과도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는 것이다.

"직영 복지시설 늘리고, 사회복지사 대화테이블 마련해야"

이러한 가운데 사회복지사의 처우가 개선되고 이용자가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사회복지시설이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갈 연구원은 "시·군·구는 자신들이 보유한 복지관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대개 민간에 위탁한다"며 "기존에 위탁 체계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거나,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조직국장은 이러한 주장에 동감하면서도 "정부가 위탁한 시설이 아니라 법인이 스스로 세운 시설일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나 지자체도 시설들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을 다 알면서도 지도감독할 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정부마저 (시설의 위법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신 사회복지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대화 테이블을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신 조직국장은 "지금은 시설장이 알아서 운영하고, 지자체는 감독할 사항만 감독하는 상황"이라며 "사회복지 종사자가 시설 운영에 참여해서 시설이 공공적으로 운영되도록 감시하고, 여기에 지자체가 협력할 수 있는 강제적인 참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복지시설이) 사회복지사들의 노동조건이나 처우개선을 정할 때도 노동조합이나 사회복지 종사자와 직접적인 교섭이나 대화를 통한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역 단위의 교섭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사회복지사 인건비 전액을 지자체가 내고 있는 만큼, 지자체도 사회복지사와 교섭해서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을 결정해야 한다"며 "사회복지사업 계획이나 정책에서도 사회복지 종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대한민국 747'은 어떻게 추락했는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3일자 기사 ''대한민국 747'은 어떻게 추락했는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5년, 빛과 그림자·1] 감세ㆍ작은정부의 교훈

학술단체협의회와 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간의 각 분야별 정책을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10월 29일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의 글이 실리고, 나중에는 책으로도 묶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명박 정부는 '감세'와 '작은' 정부를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집권했다. 이명박 정부 이전 10여 년의 '좌파 정부' 하에서 조세를 늘려 복지에 과도하게 지출한 것이 민간의 소비 및 투자 의욕을 억제해 성장을 지체시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8년 9월 1일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법인세, 소득세, 상속 및 증여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거의 모든 주요 세목에서의 감세를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그 해 9월 30일에 발표된 2009년 재정 운용 안에서 드러난 재정 정책의 기조도 감세에 호응하는 '작은' 정부였다. 정부는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 및 재정 수입 증가율보다 낮은 6퍼센트 수준으로 관리하고 지출 구조도 성장과 효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분야별 재원 배분 계획을 살펴보면 사회간접자본, 연구 개발(R&D)과 같은 경제 부문의 비중을 늘리고 노무현 정부가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었던 보건, 복지 부문의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보건 복지 분야 지출의 경우 노무현 정부가 2004~2008년 동안 12.2퍼센트씩 증가시킬 계획을 세웠던 것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8.7퍼센트 증가율을 제시했다.

물론 이 증가율 수준이 총지출 증가율 6.2퍼센트에 비해서 높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복지를 소홀히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복지 지출에는 법정 의무 지출 부문이 포함되어 있어 정부가 재량적으로 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부문이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복지를 실제로 중요시하는가를 보기 위해서는 이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 부분의 지출액은 경제 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는 속도로 증가했다. 예를 들어 2009년에 보건 복지 지출은 6조 원 늘어나도록 계획되었으나 법정 의무 지출이 4.6조 원 증가했으므로 재량적 복지 지출은 2조 원, 즉 1.4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2008년은 미국의 리만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전 세계적 차원에서 위기가 심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감세' 기조의 정책은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좀 더 보수적이고 신중한 예산을 수립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손문상)
이에 대해 정부는 감세와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이 경제 성장을 자극하여 국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높은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정부의 전망과 달리 경기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정부는 그해 10월 31일에 수정 예산 안을 제출하면서 재정 지출을 10조 원 늘리기로 했다.

결국 위기로 인해 성장률이 낮을 것이 거의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5퍼센트의 성장률을 전망하여 본 예산을 작성했던 것은 감세를 밀어붙이기 위해서였던 것은 아닌가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실제 2009년에 우리 경제는 수정 예산에서의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0.3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공기업 매각도 여의치 않아 원래의 예상보다 대규모의 재정 적자가 발생했고 정부 부채가 증가했다. 이러한 재정 건전성의 악화는 중앙 정부 뿐 아니라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발생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로 결정되는 지방 교부세도 줄고 지방으로 내려 보내지던 종부세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감세'와 '작은' 정부 기조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고 복지 홀대 현상도 여전하다. '감세'와 '작은' 정부 정책은 복지를 정체시키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원래의 의도인 '낙수 효과로 인한 경제 성장'도 가져오지 못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6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4.6퍼센트, 4.5퍼센트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성장률 수준 자체는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나쁘지는 않은 편이지만 문제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나타난 내수와 수출 간의 괴리 현상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2010년 수출은 14.5퍼센트 증가했으나 내수는 7.0퍼센트 증가에 머물렀으며 2011년에는 각각 11.7퍼센트, 2.9퍼센트로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내수 간의 양극화는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양극화, 빈곤화의 근원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감세'와 '작은' 정부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자극하고 성장을 통해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성장 우선 정책'이 유효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재정 정책은 '감세'와 '작은' 정부를 추구할 만큼 정부의 지출 규모가 크지 않으며 특히 복지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약하여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매우 약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들어 이전보다 복지 지출이 많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재정 및 조세 정책을 통한 불평등 완화도와 빈곤 감소도 면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꼴찌 수준이다.

복지 프로그램은 경제 위기 시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복지가 강화되면 현재와 같은 경제 위기 시에 자동적으로 취약 계층에게 사회 안전망이 제공되어 이들이 위기에도 불구하고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 복지 강화는 경제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데, 경기 침체기에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게 함으로써 내수를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이를 재정의 자동 안정 장치라고 부르는데 이는 복지 지출 규모가 큰 경우 그 효과가 크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복지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재정의 자동 안정 장치의 규모가 다소 높아졌으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재정 및 조세 정책은 향후 적극적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복지 확대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복지 지출은 얼마나 확대되어야 하는가? 2011년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규모는 국내 총생산(GDP)의 약 9퍼센트로 OECD 평균 19.3퍼센트에 비해 약 10퍼센트가 부족하다.

물론 복지 지출 규모를 비교할 때는 경제 발전 수준, 노령화율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1인당 GDP는 약 2만 달러, 고령화율은 11.3퍼센트인데, OECD 국가들의 경우 1인당 GDP가 2만 달러였을 때 공공 사회 지출이 GDP의 약 20퍼센트, 고령화율이 11.3퍼센트였을 때 약 16.3퍼센트였다.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현재보다 GDP 대비 7~11퍼센트, 혹은 90조~150조 원정도 더 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대규모로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증세를 피할 수 없다. 현재 '버핏세'와 같은 증세 안이 논의되는 것은 그러한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1퍼센트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버핏세'만으로 이러한 대규모의 복지 확대를 이룰 수 없다. 부유층의 생색내기용 정도로 조세 정의가 세워지는 것도 아니고 복지 국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증세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본격적인 복지 국가를 실현하기에 필요한 대규모의 재원 마련을 위해 진보 진영이 더욱 매력적인 증세안을 국민들에게 제안할 시점이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