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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3일 토요일

[사설] ‘양심선언’ 검사는 옷 벗고, ‘청탁전화’ 판사는 숨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02일자 사설 '[사설] ‘양심선언’ 검사는 옷 벗고, ‘청탁전화’ 판사는 숨나'를 퍼왔습니다.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한테서 기소청탁을 받은 당사자로 알려진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가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일단 사표를 반려했으나 돌아가는 상황이 참으로 기묘하다. 진실을 추구한 검사는 옷을 벗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판사는 보호벽 속에 숨어 있으니 본말이 뒤집혀도 한참 뒤집혔다. 더구나 박 검사가 청탁전화 사실을 진술한 내용이 녹취돼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으니 검찰과 법원 모두 더이상 침묵만 지키고 있어선 안 된다.
엊그제 나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시 남편이 기소에서 재판 때까지 미국 유학 중이었고, 네티즌 주장이 허위임이 분명해 굳이 검사에게 기소를 청탁할 필요가 없었다는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청탁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남편이 박 검사에게 전화한 것은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청탁한 적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와 나 전 의원 쪽이 비공식적으로 설명하는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김 부장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던 2005년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국에 있었다. 또 “봉화 피워 소통하냐? 지금이 조선시대냐?”라는 트위터 사용자의 지적처럼 미국 유학 갔다고 전화를 못 하는 건 아니다. 박 검사가 공식 확인은 않고 있으나 검찰 주변에서도 통화는 기정사실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판사가 부인 사건으로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타인의 분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법관윤리강령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서기호 전 판사의 말처럼 판사가 연수원 기수가 낮은 검사에게 전화를 했다면, 그런 행위 자체가 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같은 관할에 속한 판사와 검사 사이일 경우 단순한 윤리강령 위반 수준을 넘을 수도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박 검사가 ‘압력’에 가까운 것으로 진술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과 법원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은 사안의 본질인 청탁이나 압력 여부보다 에 박 검사 얘기가 흘러나간 경위를 캐는 데 더 골몰하는 모양새다. 법원 역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묵묵부답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고, 이미 그런 시점도 지났다. 특히 그렇게 판사의 품위를 강조하던 대법원의 침묵은 이해하기 힘들다.

[사설]사표 낼 사람은 박은정 검사가 아니라 김재호 판사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02일자 사설 '[사설]사표 낼 사람은 박은정 검사가 아니라 김재호 판사다'를 퍼왔습니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남편인 김재호 판사에게서 ‘기소 청탁’을 받았다고 밝힌 박은정 검사가 어제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검찰청은 이를 반려키로 했다는데 당연한 일이다. 박 검사는 지난해 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공직자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이 법 제7조는 ‘공직자는 그 직무를 하면서 공익침해행위를 알게 된 때에는 이를 조사기관, 수사기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검사가 판사의 청탁을 받고도 검찰에서 진술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위법이다.

옳은 일을 한 사람은 사표를 쓰는데, 정작 사표 내야 할 이는 침묵하고 있다. 김재호 판사는 2006년 1월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전 의원 비판 글을 블로그에 올린 김모씨에 대한 고발사건 기록을 조속히 검토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법연수원 8년 선배인 판사가 본인의 아내와 관련된 사건 처리를 재촉한다면 청탁을 넘어 압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김 판사의 행동은 ‘법관은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법관윤리강령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법학자이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기소 청탁이 사실이라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의혹보다 더 심각한 사태”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법조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진실을 고백하고 법원을 떠나야 한다. 의혹을 받는 사람은 본인인데 비겁하게 아내 뒤에 숨어 자리를 보전할 속셈인가. 만약 아내의 정치적 재기가 물건너갈까 걱정돼 입을 닫고 있는 것이라면 더 우습다. 부부 사이에선 감동적 순애보일지 모르겠으나, 지켜보는 국민들에겐 민망한 풍경일 뿐이다.

대법원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판사들이 대통령 비판 패러디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을 때는 야단법석이더니 훨씬 더 심각한 이번 사건에는 왜 오불관언인가. 새누리당 공천과 총선이 끝날 때까지 진상 규명을 미룰 생각인가. 아니면 신영철 대법관 파동 때처럼 시간이 흐르면 결국 유야무야될 테니 버티고 보자는 것인가. 양승태 대법원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국민은 법관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지혜롭고 공정한 사람으로서 충분한 품위와 자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런 국민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기대를 저버린다면 법원과 재판에 대한 신뢰가 싹틀 수 없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김재호 판사가 이러한 법관의 자격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대답해야 한다.

2012년 3월 2일 금요일

'기소청탁' 양심선언 박은정 검사가 위험하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3-01일자 기사 ''기소청탁' 양심선언 박은정 검사가 위험하다'를 퍼왔습니다.
검찰, 박 검사 징계수순 밟을 듯..백혜련 "정의감 있고 똑 부러지게 수사하는 분"



ⓒSBS캡쳐/민중의소리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수석검사, 지난해 검찰을 떠나 민주당에 입당한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민주통합당 안산 예비후보)

어떤 언론도 인천지검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와 접촉할 수 없었다. 박은정 검사는 29일 정상적으로 출근했으나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부천지청은 박 검사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출입도 막았다. 박은정 검사는 지난 2005년 서울 서부지검 근무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 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지난 기소를 청탁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28일 '나는 꼼수다'가 공개한 내용이었다. 

이는 앞서 지난해 10월 '나는 꼼수다'의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폭로한 내용의 연장선상이었다. 지난 2004년 네티즌 김모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나경원 전 의원이 그해 6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려 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와 인터넷 게시물을 올리자 나경원 전 의원의 보좌관이 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감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검찰이 기소하지 않자 나 전 의원의 남편이 검사에게 김 씨의 기소를 청탁했다는 것이었다. 

서부지방법원 판사였던 김재호 판사가 기소청탁을 한 인물이 바로 박은정 당시 서부지검 검사였다는 게 이번에 공개된 '나는 꼼수다'의 주장이다. 

부천지청은 물론 대검찰청도 박 검사의 양심선언 내용을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관계자는 1일자 경향신문에 "박은정 검사가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출석해 ‘서울서부지검에 근무하던 2005년 김재호 판사 측으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확인했다. 

양심선언을 한 박은정 검사는 현재 검찰 내에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9일 박 검사에 대한 조사 보도가 나가자 이를 극구 부인했다. 경찰은 나경원 전 의원 측이 기소청탁 의혹을 폭로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고발한 사건을 수사중이다. 

검찰 쪽에서는 박은정 검사에 대해 직무상 취득한 사실을 발설한 혐의로 감찰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검사와 사법연수원(29기) 동기이자 초임 검사 시절 수원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인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는 "정의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어준 총수는 "우리가 살려고 (박은정 검사가 양심고백해) 그 검사를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그 검사에게 증언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주진우 기자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온 바 있다. 이를 감지한 박은정 검사가 직접 나서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뉴시스 나경원 전 의원과 남편 김재호 판사

지난해 검찰을 나와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뒤 4.11총선에서 안산갑 후보로 공천된 백혜련 전 검사는 '나는 꼼수다' 방송이 공개된 직후 '박은정 검사'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면서 화제가 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용기있는 고백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희 (민주당 MB정권 비리 진상규명) 특위 차원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박은정 검사를 지키겠습니다. 은정아 힘내"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백혜련 전 검사는 29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응원 메세지를 남기게 된 배경에 대해 박은정 검사를 지켜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백혜련 전 검사는 연수원.수원지검 근무 이후에도 박은정 검사와 친분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에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를 했다는 백혜련 전 검사는 기소청탁 양심선언이 알려진 이후 박은정 검사와 통화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백혜련 전 검사는 "박은정 검사는 정의감이 있고 수사도 똑부러지게 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검사가 기소청탁 사실을 털어놓은 뒤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친구에 대한 걱정섞인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백 전 검사는 1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다른 분을 통해서 전해들었다며 "사건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원치 않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임관 이후 지난 12년간 아동.여성.청소년 범죄 분야에서 박 검사의 수사는 검찰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국가청소년위원회 파견 검사로 활동한 것도 이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박은정 검사가 이번 양심선언으로 다른 검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김어준 총수의 말처럼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사실상 검사생활 끝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이에 대해 백혜련 전 검사는 "그것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목소리였다. "당장 어떤 조직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검사 생활을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판사의 경우처럼 판사가 검사에게 기소를 청탁 내지는 부탁하는 일이 가능하느냐는 물음에는 "흔치는 않지만 있기는 있다"며 "압력성이라기 보다는 지인을 통해서 '잘 검토해 달라' 정도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검사의 양심선언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는 '박은정 검사를 지키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공지영 작가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은정 검사에게 배신의 '배'자라도 쓴다면 검찰조직을 자타가 조폭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이들이니 국민의 이익에 철저하게 복무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진짜 배신자가 누군지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금명간 소속 검사를 보내 박은정 검사에게 '나는 꼼수다' 측에 수사정보를 유출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검사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은 낮지만 검사윤리강령에 따라 징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의감이 있고 수사도 똑부러지게" 했던 박은정 검사가 위험하다.

2012년 3월 1일 목요일

백혜련 “박은정은 정의로운 검사, 양심발언 했을 것”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3-01일자 기사 ' 백혜련 “박은정은 정의로운 검사, 양심발언 했을 것”'을 퍼왔습니다.
“가족 얽힌 사건에 판사들이 청탁해 검사들 압력 느껴”…나경원·김재호는 ‘침묵’

‘정치 검찰’의 행태를 비판하고 최근 검찰을 떠난 백혜련 변호사는 동기인 박은정 검사에 대해 “박 검사의 평소 성향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검사”라며 “사건이 만약 그렇게 진행이 됐다면 자기가 충분히 그런 양심적인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혜련 변호사는 1일 CBS 에 출연해 김재호 판사가 부인인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관련 사건에 ‘기소 청탁’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박 검사의 발언을 사실로 추정하는 입장을 밝혔다.백혜련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얘기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이 무슨 나꼼수 측과의 어떤 논의 하에 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며 박 검사가 누군가에게 김 판사의 ‘기소 청탁’ 사실을 얘기한 것이 쪽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했다.
백 변호사는 그동안 판사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얽혀 있는 사건에 청탁하는 일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청탁의 개념으로 일단 ‘기소 청탁’과 ‘청탁’을 조금 구별하고 싶다”면서 “일반적으로 판사들 같은 경우, 가족이나 친인척이 얽혀 있는 사건일 경우에 가끔 청탁이 들어오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 백혜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글을 남기고 검찰을 떠났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8일 안산단원갑에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를 후보로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노컷뉴스

백 변호사는 “보통 담당검사한테 판사가 직접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자기가 아는 검사의 연수원 동기를 통하거나 공판검사를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직접적으로 기소를 해 달라’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청탁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라고 덧붙였다.
백 변호사는 ‘판사가 검사에게 직접 기소를 부탁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검사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얼마나 부담인지’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좀 차이가 있다”면서도 “판사가 자기보다도 연수원 기수가 위에 있고, 직급이 부장판사급, 법원장급이든 높은 분을 통해서 (기소 청탁이)들어왔을 경우는 개인적으로 많은 신경이 쓰이고 압력으로 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가 박은정 검사보다는 연수 기수가 (위에 있어) 한마디로 윗분이기 때문에, 나경원 전 의원의 신분도 있는 부분”이 있다며 “(박 검사가)어느 정도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은 된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기소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박 검사가 외부와 일체 접촉을 끊은 것에 대해 “(박 검사가)굉장히 지금 당황하고 있고 좀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원치 않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박 검사의 입장을 직접 들은 지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백 변호사는 “사건이 이렇게 큰 파장을 가져오리라고는 박 검사 측에서는 생각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조만간에 (심경에 대해)개인적으로 정리할 부분은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나경원 새누리당 전 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이번 의혹은 지난 29일 방송된 를 통해 확산됐다. 나꼼수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부천지검 박은정 검사(당시 서울서부시법 재직)가 최근 이 사건과 관련, 주진우 기자의 허위 사실 유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 검찰청 공안부에 김 판사에게 기소 청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어준 총수는 또 “박 검사가 검찰이 주 기자의 구속 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 같은 사실을 검찰에 공개한 것”이라면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검찰과 법원 조직에 반기를 든 이분의 검사 생활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재호 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직전,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나꼼수에서 “나경원 후보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나 후보를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며 관할 지검 관계자에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확산됐다.
주 기자는 “관할 법원 판사가 수사 중인 검사에게 직접 전화 걸어 기소를 운운한 것으로 이는 판사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면서 “이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는데 1심과 2심은 김재호의 동료인 서부지법 판사들이 맡았다”고 주장했다.
1일 현재까지 나경원 전 의원과 김재호 판사는 언론 어느 곳에도 사실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나꼼수가 폭로한 진짜 부당거래 "박은정 검사를 지켜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2-29일 기사 '나꼼수가 폭로한 진짜 부당거래 "박은정 검사를 지켜라!"'를 퍼왔습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검찰, '판사 사적 복수 위해 검찰에 청탁'



“박은정 검사를 지켜주자!” “다시, 사법 개혁이다!”
‘나는 꼼수다-봉주 7회’의 폭로가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29일 새벽 올라온 ‘나꼼수-봉주 7회’에서 김어준 총수는 “검찰에 나꼼수 몰살 프로젝트가 있다”며 “1단계가 정봉주 감옥 보내기, 2단계가 주진우 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총수는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한 시민을 기소청탁했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여론이 엄청나게 자신의 아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판사인 남편이 자신의 관할에 사는 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고 검찰에게 청탁했었다. 엄청난 사건으로 부부가 공모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수는 “소송 관계인인 검사에게 업무상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본인의 배우자 관련 사건을 청탁한 것은 법관 징계법 제2조 제1호 직무상 의무 위반”이라며 “최근 서기호 판사가 옷을 벗고 이정렬 판사가 징계를 받았는데 김재호 판사의 상황은 차원이 다른 사법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총수는 최근 공안 2부가 주진우 기자를 구속하려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주 기자의 구속)시점을 저울질하는 단계까지 왔었고 우리끼리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긴장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총수는 “상황을 막는 방법은 딱 하나, 당시 청탁을 받은 검사가 스스로 밝혀야 했는데 그러면 공직 생활이 끝남을 알기에 우리가 살려고 다른 사람을 죽일 수는 없어 검사에게 증언하지 말라고 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주 주진우 체포 구속영영장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은 그 검사가 수사팀에 자신이 청탁을 받았다고 말을 해버렸다”며 검사의 실명을 부천지검 박은정 검사라고 공개했다. “검사는 우리가 미안해할까,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나꼼수-봉주 7회’를 “박은정 검사에게 헌정한다. 박은정 땡큐”라고 방송을 마무리했다.
나꼼수 방송 이후 29일 내내 박은정 검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있으며 ‘나경원 남편’,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 등 사건을 구성하는 관련 검색어도 상위에 올랐다. 트위터에서는 “나경원, 김재호 판사 즉각 사법처리 하라!”, “박은정 검사를 지켜주자”는 멘션이 폭발적으로 RT되고 있다. 나꼼수의 폭로는 다른 이슈와 쟁점에 치여 추진력을 잃어가던 ‘사법 개혁’ 이슈를 다시 총선 쟁점으로 부상시키고 있다.
나꼼수의 폭로로 검찰은 진퇴양난의 국면에 빠진 모습이다. 나꼼수의 폭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김재호 판사를 비롯해 검찰 내부를 수사해야하는 상황인데 여의치 않고, 그렇다고해서 전혀 대응하지 않을 경우 나꼼수의 폭로가 그대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의 대응 방식 여부와는 상관 없이 법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판사가 사적 복수를 위해 기소청탁을 하고 검찰은 이를 폭로한 기자에 대한 구속을 시도했다는 나꼼수의 폭로만으로도 현 사법 체계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그야말로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서기호 판사 퇴임 논란, SNS 등 시끌... '부적격' 믿는 국민없어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8일자 기사 '서기호 판사 퇴임 논란, SNS 등 시끌... '부적격' 믿는 국민없어 '를 퍼왔습니다.


서기호 판사가 17일 퇴임한데 이어 이번 재임용 탈락에 대한 논란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동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서 판사 퇴임식에는 1백여명의 지지자들이 노란 풍선을 들고 모여 '서 판사'의 복귀를 촉구하는가 하면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해 서울 남부ㆍ서부지법에서는 잇따라 단독판사회의가 열리는 등 논란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다.

잠시 주춤하던 법관들의 회의는 서 판사의 퇴임을 계기로 더욱 늘어나고 있다.

수원지법이 오는 21일 단독판사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데 이어 광주ㆍ대전ㆍ의정부지법에서도 다음 주 내 판사회의를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가운데 대전지법은 단독판사뿐 아니라 배석판사까지 포함한 평판사회의를 20일 오후 5시에 열기로 했다. 판사회의 참석 범위를 배석판사까지 넓힌 것은 대전지법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4시10분께부터 회의를 연 서울서부지법 단독판사들은 23명 중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법원장에 대한 건의문을 내기로 의결했다.

건의문 내용에는 근무평정 중 부적격 판단을 받은 판사에게는 매년 사유를 알려줘 의견개진 기회를 주고, 연임 적격 여부가 문제되는 판사에게는 법관인사위에 소명할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논란에 가세했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17일 서 판사의 퇴임과 관련해 "서 판사가 판사로서 '부적격'해 퇴임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고 말해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신 대변인은 "MB 추종 검찰이 '막칼춤'을 출 때 법원이 무죄 판결로 막아줘 그나마 국민들이 숨을 쉴 수 있었다"며 "정권과 법원 상층부가 서 판사를 몰아내 법원의 입을 막고 맘먹는 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법원 독립을 위해 피흘려 싸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논평했다.

신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트위터에서 수천건이 넘는 리트윗으로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으며 이후에도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과 관련한 논란은 쉬이 사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서 판사는 "자신의 재임용 탈락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 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했다.

2012년 2월 18일 토요일

"서기호 판사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7일자 기사 '"서기호 판사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를 퍼왔습니다.
SNS, 퇴임식서 눈물 보인 서기호 판사 응원 메시지 '봇물'

'가카빅엿' 등 정권을 비판해 법복을 벗게 된 서기호 판사가 17일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러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그를 응원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눈물 나네요ㅠ” “정권을 다시 찾으면 반드시 복직시켜 명예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여러 사람 눈에 피 눈물 나게 하는 슬픈 시대 ㅠㅠ 올해면 끝나기를.. 부디..” “힘내세요. 훗날 역사의 한 줄이 되실겁니다!” “당신의 눈물은 한없는 용기입니다” 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위터리안과 누리꾼들은 “서기호 판사가 떠날 게 아니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신영철 대법관, 김재호 판사가 법조계를 떠나야 하는거 아닌가? 상식적인 국민들이 이 내용을 안다면, 과연 대한민국에 국민을 보호하는 법치주의란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안들 수가 없다. 사법부 어찌 믿나?”라며 법조계를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서기호 판사에게 “법관은 탄핵,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 제106조를 인용,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서기호 판사님! 좋은 세상 곧 옵니다. 힘내세요!”라는멘션을 보냈다.
한편, 종교계도 서기호 판사를 응원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오는 1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서기호(분도) 형제와 사법정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고 밝혔다.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서기호 판사] "외압과 판사 길들이기? 억측은 아니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3일자 기사 '[서기호 판사] "외압과 판사 길들이기? 억측은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이유, SNS와 '신영철 사건' 때문"

'가카 빅엿'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던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42·사법연수원 29기)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서 판사는 재임용 탈락과 관련, 12일 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이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발언과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시위 개입 사태 때 적극 항의한 전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서 판사가 근무평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하지만 언론과 SNS에서는 법원의 '정부 비판적인 판사 길들이기'와 '외압'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판사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지만 억측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6~2007년, 2009~2011년에 '하'(안 좋은 근무평점)를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2006~2007년에는 부장판사와 이견이 많았고, 2009년에는 '신영철 사태'에 적극 개입해 법원장의 눈밖에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에는 SNS 활동 때문에 또 한번 눈밖에 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 판사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나의 연임 심사 과정을 통해 대법원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폭로됐다"며 "관행이란 이름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원에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의 재임용 결정 거부에 대해 적극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판사들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 그는 "이를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계속 법원을 '부러진 법원'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판사는 지난해 3월 촛불집회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이 11건 중 8건을 보수적 성향 판사에게 몰아준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신 법원장은 사건을 재배당했지만 단독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 판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며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사설] 법관 길들이기용 ‘부러진 인사’, 판사들이 바로잡아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0일자 사설 '[사설] 법관 길들이기용 ‘부러진 인사’, 판사들이 바로잡아야'를 퍼왔습니다.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결국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대법원이 어제 발표한 연임 법관 113명의 명단 어디에도 서 판사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밝힌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사유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판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구실일 뿐임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진짜 탈락 사유는 ‘가카의 빅엿’ 등의 글로 ‘각하’를 욕보인 죄, 촛불재판에 불법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을 앞장서 규탄한 죄,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 에 대해 “불편하지만 잘 만들었다”고 칭찬한 죄 등이다. 법원 수뇌부와 집권세력은 서 판사의 행동을 묵과하지 않고 재임용 탈락 조처로 철저히 보복했다.
서 판사 재임용 탈락은 다른 판사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수뇌부의 눈밖에 벗어나는 ‘튀는 행동’을 하면 언제든지 서 판사와 똑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무서운 위협이다. 법관의 신분은 이제 ‘10년짜리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락해 버렸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조처에는 법원을 온통 온순하고 순치된 양떼들로 채우겠다는 법원 수뇌부의 강력한 의지가 깃들어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만연한 것은 사실 서 판사와 같은 판사들의 존재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판결,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오만함,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재판 진행 등에 있다. 법정에서 재판 당사자들에게 막말을 하고 이들의 주장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는 일부 판사들이야말로 사법부 불신의 근원이다. 하지만 서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은 그가 “항상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해온 법관”이라고 전한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사법 불신의 근원에 메스를 대기는커녕 ‘괘씸죄’에 걸린 판사를 내치는 일에만 골몰했다.
사법부의 물구나무선 풍경은 신영철 대법관과 서기호 판사의 엇갈린 운명에서도 극명히 확인된다. 법관의 독립성을 무시한채 촛불재판에 불법개입한 신 대법관은 꿋꿋이 살아남아 이번에 서 판사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대법관회의의 일원으로까지 참여했다. 이런 역설적 비극이 바로 사법부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다.
주목되는 것은 젊은 판사들의 인식과 행동이다. 재임용 제도가 법원의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 판사, 윗사람들에게 도전적인 의견을 내는 법관들을 솎아내는 도구로 악용되는 한 재임용 탈락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판사는 아무도 없다. 법관 재임용 문제는 단지 서기호 판사 한 명이 법복을 벗고 안 벗는 문제를 넘어선다. 판사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 객관적이고 투명한 재임용 절차 마련은 사법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지금처럼 원칙도 심사기준도 모호하기 짝이 없는 ‘부러진 인사’를 방치하는 한 사법부는 ‘부러진 신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12년 2월 5일 일요일

사법 불신의 ‘인계철선’을 건드리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2.06 제896호] 기사 ' 사법 불신의 ‘인계철선’을 건드리다'를 퍼왔습니다.
의 흥행 돌풍이 드러낸 사법 불신의 현실… 전관예우·유전무죄 등 신념화된 ‘불신’ 넘는 첩경은 국민과의 소통과 교감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로비에 법원 마크 모양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계기로 ‘사법 불신’의 그림자도 깊어지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석궁 사건’을 다룬 영화 이 2012년 벽두, 사법부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은 2007~2008년 석궁 사건의 ‘진실’을 캐는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냈다. 재판과 마찬가지로 기사에도 예단은 없어야 한다. 이번호에는 영화를 계기로 4년여 만에 다시 불거진 석궁 사건과 사법 불신을 둘러싼 여러 층위의 시각을 담았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법대생들, 석궁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이 난마처럼 얽힌다. 활은 시위를 떠났지만 과녁에는 아직 닿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과녁’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_편집자
한국 사회에서 법원과 검찰은 불신의 대상이자 개혁의 대상이다. 더욱 앙상한 현실은,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깔때기처럼 수렴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하는(혹은 어떻게든 봉합해버리는) 통로가 법원과 검찰이라는 사실이다. 그쪽 동네 사람들은 깔때기 대신 스스로를 ‘수챗구멍’ ‘하수구’라고 칭하기도 한다. 뒤치다꺼리를 한다는 자조가 섞여 있지만, 최고 권력까지 빨아들이는 강력한 수챗구멍이자 하수구다.
판단하는 판사 vs ‘진실’ 안다는 당사자

2007년 1월15일, 교수 재임용 선고를 기대한 재판에서 패소한 김명호 교수(영화에서는 김경호)는 석궁을 들고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영화에서는 박봉주)의 집을 찾아간다. 영화 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현직에 있는 한 고위 법관은 이 개봉하기 전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건 판결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밤늦게까지 고민하고 고민한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나오면 그동안 쌓아온 노력들이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니 미칠 노릇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매미 날개처럼 가벼운 것들이 쌓이고 쌓이더니 결국 큰 거 한 방에 무너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자동반사적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푸념했다. 사법부는 이 장애인 학교에서의 성폭행 사실을 다뤄 재수사와 관련자 처벌까지 이끌어낸 영화 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한다.
김 교수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 재임용 탈락이 수학 입시문제 오류를 지적한 괘씸죄 때문인지 아니면 교수로서의 자질 부족 때문인지를 두고 다툰다. 영화는 이 부분을 ‘괘씸죄’로 판단하고 시작하지만 교수지위 확인소송의 쟁점과 실제 재판 과정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둘째는 김 교수가 석궁을 의도적으로 발사했는지, 실제로 박 판사가 활을 맞았는지다. 마지막으로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라는 김 교수의 주장처럼, 석궁 사건 재판 진행(특히 항소심)이 공정성을 잃지 않고 적절히 진행됐는지다. 101분짜리 영화의 대부분이 여기에 집중하고,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 대부분은 이 부분에서 사법부에 공분한다. 이 환기한 문제의식이 단지 교수 구명운동이나 유무죄만을 다투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은 사법 불신이라는 ‘인계철선’을 건드렸다.
“말 끊지 마세요.” “끝까지 들으세요.” “이게 재판입니까? 독재입니다.”(김경호 교수)
김 교수는 “당연히 법대로 합니다”라고 답했던 재판장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교수가 형사소송법의 법리보다는 자구와 조문에 ‘집착’했다는 비판도 있다. 법리는 법률 전문가나 법 기술자의 몫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의 법 조문을 지키라는 시민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영화 속 교수의 싸움은 증인·증거 신청이 필요 없다는 석궁 사건 항소심 재판장의 거듭된 ‘기각’ 결정에서 촉발됐다.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도 미루기를 반복한다. 증거조사는 기본적으로 ‘사실심’인 1심에서 이뤄진다. 항소심 역시 사실심이라는 틀 안에 있지만 재판 진행은 기본적으로 1심에서 드러나고 인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화에서는 항소심만 잘라서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재판은 3심제다. 재판에는 흐름이 있고 항소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사실관계의 범위라는 게 있다”고 했다. 와이셔츠의 혈흔 감정 신청을 기각하고 박홍우 부장판사를 다시 증인으로 세우지 않은 데는 영화에서 나오지 않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제출된 증거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판사와 ‘진실’을 알고 있다는 당사자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고 하지만 유독 약한 고리가 있다. 재벌 등 대기업과 사학재단이다. 간혹 단호한 판결이나 의미 있는 판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상급심에서 곧바로 뒤집히기 일쑤다. 수백억원대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고도 대기업 회장들은 기껏해야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달고 나온다.
당시 항소심 재판장, “부끄럽지 않은 판결”
그러나 법관이 생각하는 이런 식의 ‘합리적 판단’은 사법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윤아무개씨는 ‘사법부를 포기했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재판부는 윤씨에게 입증책임을 요구했지만 정작 자신이 제출한 입증자료들을 모두 배척해버렸기 때문이다. 윤씨는 소송 상대방이 인정한 자료까지도 재판부가 부인한 것을 몹시 억울해했다. 그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졌다. 그는 “1심에서 한번 죽이고 항소심에서 확인사살했다”는 격한 표현을 썼다. 그리고 “국민을 위한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 불과하다”며 상고를 포기했다.
“재판의 본질은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법관과 소송관계인 간의 적절한 의사소통입니다. 법관은 법정에서 성의를 다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함은 물론,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을 어떻게,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까지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당사자를 적극 설득하고, 재판 결과를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며, 법관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법관 역시 소송관계인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자신의 오류와 편견을 바로잡을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석궁 사건 석 달 뒤인 2007년 4월2일, 신임 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한 말이다. 석궁 사건 항소심 3차 공판이 열린 날이었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의 법관에 대한 불신이 급기야 법관에 대한 물리적 테러까지 벌어지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같은 소통을 강조했다. 때늦은 반성일 수도, 아니면 새내기 법관들을 앞에 둔 의례적인 훈시였을 수도 있다. 대법원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은 뒤에도 영화에 등장한 석궁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소송 당사자인 교수와의 소통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심스럽다. 실제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신태길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동료 판사의 피해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합리’ 하나를 20년 넘게 추구했다. 부끄럽지 않은 판결”이라고 했다.
법관윤리강령은 ‘신속하고 능률적이면서도 충실한 재판’을 규정한다. 양립하기 힘든 조건들이지만 그 최대치를 법관에게 요구한다. 소송관계인에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할 것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설명에 따르면 “소송관계인과 일반 국민은 일차적으로 법정에서 법관의 재판 진행 태도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관의 불공정한 발언이나 태도만으로도 재판이 불공정하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니 조심하라는 취지다.
사법부의 약한 고리, 재벌과 사학재단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법정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원심이 유죄를 선고했다고 하여 선입견을 갖고 검사의 증거신청은 입증 취지도 묻지 않고 받아주면서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는 모두 필요 없다면서 배척하여 사실상 심리를 거부함.” 의 한 장면이 아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된 ‘2011년 법관 평가’ 자료 가운데 하나다. 어느 변호사는 증거신청을 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피고 대리인, 지금 여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참고 있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사학재단과 사법부의 짜웅.” “이거 2천만원짜리 전화다.”(영화 속 박준 변호사)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고 하지만 유독 약한 고리가 있다. 재벌 등 대기업과 사학재단이다. 간혹 단호한 판결이나 의미 있는 판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상급심에서 곧바로 뒤집히기 일쑤다. 수백억원대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고도 대기업 회장들은 기껏해야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달고 나온다. 판사들은 법과 양심 이외에 “한국 경제에 대한 기여”라는 모호한 단서를 든다. 시장 질서를 황폐하게 한 이들에 대한 ‘봐주기 판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에도 의연하다. 지난 1월19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미술품을 사들이는 등 3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피해액 변제, 향후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 다짐 등 개전의 정이 보인다”는 이유로 형이 줄었다. 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법관의 판단만 달라진 셈이다.
사학비리도 마찬가지다. 비리재단은 잘못된 법과 교육관료, 사법부가 키웠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법원은 2007년 판례를 바꿔 대표적 비리재단인 상지대 김문기 전 이사 쪽이 학교에 다시 발을 딛게 해주는 판결을 내놨다. 형식적 해임 절차 등을 근거로 사립학교에서 부당하게 해임된 이들의 손을 번번이 꺾어버린 것도 사법부였다. 김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한 것을 “사법부와 사학재단의 짜웅”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과거 사학재단 손을 숱하게 들어줬던 사법부에 대한 불신까지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힘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풀려난다는 ‘유전무죄’ 신화는 사법 불신을 떠받드는 기둥이 된다.
전관이나 로비가 통한다는 ‘불신’
또 다른 기둥은 전관예우와 법조 인맥이다. 에서 박준 변호사는 “초등학교 친구라 친하다”는 판사에게 배당된 사건을 맡기로 하고 착수금 500만원을 받는다. 잘만 되면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수사 단계에서는 검찰 출신 변호사를, 기소가 돼 재판이 시작되면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기본이다. 경찰 단계 수사에서는 경찰 출신 변호사를 붙이기도 한다. 같은 건물이나 방에서 일했거나,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고향이 같거나, 출신 대학은 물론 출신 초·중·고교까지 찾아서 엮는다. 검사는 검사가 알고, 판사는 판사가 잘 안다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판단을 받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5년 이후 법원을 떠난 퇴직 판사 52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3명이 로펌행을 택했다. 이 가운데 김앤장·광장·태평양 등 상위 10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판사는 168명이었다. 양질의 법률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법관들의 로펌행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대형 로펌들이다 보니 일반인들보다는 대기업·재력가 등과 관련한 송무·자문 일을 주로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용훈 대법원장, 이홍훈·박시환·김지형·김영란 대법관이 퇴임 뒤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행 대신 강단 등을 택하기는 했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고위 법관들이 거액을 받고 대형 로펌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5년 이후로 사법부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퇴임 대법관 9명이 로펌에 들어갔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재판 결과를 뒤집는 식의 전관예우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관이나 로비는 통한다’는 일반인들의 ‘사법 불신’은 도처에 만연하다. 지난 1월26일 대법원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판검사에게 로비를 해 구속 피고인을 석방시켜주겠다고 속여 피고인 가족에게서 6억원을 가로챈 장아무개 변호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법조계 전반에 국민의 불신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불신 제공자는 누구일까.


»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 사법부는 “법관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법관은 신과 같은 ‘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전치 3주에 징역 4년은 과했다”
“판단은 재판장이 합니다.”(박봉주 판사)
지난 1월1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선고가 있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의 자리가 간만에 꽉 찼다. 국회 동의가 늦어져 대법관 자리 두 석이 한동안 공석이었는데, 최근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이 뒤늦게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대법관석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오른쪽에서 네 번째, 신영철 대법관의 자리다. 대법관이 되기 전, 그러니까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사건의 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영부영 대법관 자리를 보전하기는 했지만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는, 사법부 독립을 믿고자 하는 ‘소박한 기대’는 뿌리부터 흔들렸다. “재판을 윗사람이 지시하는 대로 하는군요?” 부장판사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사법개혁을 주장해온 문흥수 변호사는 자신의 책 에서 신 대법관 사건 직후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썼다. 법관의 신분은 법으로 보장된다. 권력에 흔들리지 말고 제대로 재판하라는 취지인데, 이는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버틴 신 대법관을 내칠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고 해도, 신 대법관 사건은 사법부가 사법부 스스로를 ‘징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피해자가 고법부장이었던 석궁 사건에서도 사법부는 사법부 스스로를 다루는 데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시에는 아직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지금이었다면 국민참여재판으로 석궁 사건을 다뤘을 것이다. 사법부가 사법부를 판단하는 문제는 조심했어야 한다. 당시에도 좀더 세심하게 재판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게 확정된 징역 4년도 ‘감히’ 사법부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 테러라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긴 하지만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전치 3주에 징역을 4년이나 때린 것은 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1월26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한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집 앞으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가 “법복을 벗겨라”는 현수막을 들고 집으로 달걀을 던졌다. “국민 저항권 차원”이었다는 석궁도, 이념에 따른 달걀 세례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이른바 ‘분노사회’에서 대중이 찾는 분노의 대상은 MB가 될 수도, 검찰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사법부 차례”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권위도 신성한 법전 속에서 세속의 차원으로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 공정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섬기지 않으면 권위를 확립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 개인, 하나의 사건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사법은 사회질서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메커니즘이다.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고양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이른바 ‘분노사회’에서 대중이 찾는 분노의 대상은 MB가 될 수도, 검찰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사법부 차례”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권위도 신성한 법전 속에서 세속의 차원으로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 공정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섬기지 않으면 권위를 확립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당신이 심판받기 원하는 방법으로 심판하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법조일원화, 양형기준 마련, 지법-고법판사 이원화 등을 통해 사법개혁 요구에 응해온 대법원은 최근 전관예우를 막으려고 평생법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은 결국 국민과의 소통, 교감의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월27일 오후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김형두 부장판사에 대한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단행동 및 영화 과 관련한 공식 견해를 한데 묶어 발표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재판 당사자가 재판장에게 가한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이러한 사태는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특히 해당 영화는 기본적으로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법 테러를 미화하고 근거 없는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차마 못하고 있었는데 뺨 때려줘서 고맙다는 꼴이다.
일본 법정영화 (2006)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인권법)의 말을 빌리면 “교과서 같은 영화”다. 억울한 피고인이 나오고 판사는 증거신청을 기각한다. 사법 피해자들이 등장하고 피고인의 주변인들은 어느덧 형소법 절차 전문가가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주시기를.”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부러진 화살>, 그 실체적 진실이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27일자 기사 ', 그 실체적 진실이란?'를 퍼왔습니다.
[김민웅 칼럼] 100만 관객을 넘으면서

쏜 사람은 없는데 맞은 사람이 있다면?

쏜 사람이 없으면 맞은 사람은 없게 마련이다. 그러나 맞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누구라도 가장 먼저 떠올릴 기본이다. 더군다나 맞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법정에서 증거논쟁을 정리하는 판사라면 그 증거가 얼마나 중대한지도 알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해의 증거라는 것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의 몸에 박혔다고 하니 그건 가해자가 어떻게 인멸할 수 없는, 피해자의 손에 들어간 가장 확실한 물증이다. 그런데 그 증거가 사라졌다. 누구의 손에 의해서일까? 어떤 경로로?

가령 누군가를 칼로 찌른 뒤, 그걸 범인이 없애버렸다고 그 범죄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찌른 칼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찔린 상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칼이라는 물증이 없을 때에는 다른 정황 증거가 범죄를 입증하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결정적 물증이 없다고 그 범인이 잡히든 아니든 해당 범죄 사실이 부인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 그 결정적 물증이 실종된 것은 범인이 은폐 인멸했을 때의 이야기다.

만일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처가 석궁 발사의 결과인지 아닌지도 확증되지 못했고, 발사체인 화살이라고 하는 물증도 없어진 상태이며 혈흔이 피해자의 것인지도 밝히는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내려진 판결이라면, 그걸 승복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주인공 김명호로 분한 안성기 ⓒ부산국제영화제

사법부의 권위를 몰락시키고 있는 당사자는...

법정에서 판사가 전문가를 불러 실험해 본 과학적 결과도 부정하고, 피해자의 혈흔 검증도 거부하고 결정적 물증이 사라진 경위에 대해서도 묻지 않고 피해자, 그것도 동료 판사의 말만 근거로 판결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 재판의 일방성은 도마 위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증거로 제출된 것의 증거능력 판별은 판사의 자유재량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상식적 설득력이 있을 경우에 한 한다. 판사의 자유재량 발동에 필요한 절차를 엄밀하게 구성하는 것이 바로 공판주의의 정신이기도 하고 법의 권위를 확보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이걸 판사 스스로가 무너뜨리는 순간, 법의 권위를 몰락시킨 당사자는 다름 아닌 판사 자신이다.

물론 '판결에 불만을 품고 석궁을 들고 갈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석궁을 들고 해당 판사를 겁주려 한 것은 찬동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라는생각 대신 "오죽하면"이라는 시각을 가지는 순간 그를 대표로 하는 무수한 이들의 억울한 심정을 읽어내는 것이 판사의 양심이어야 한다. 이 행위를 벌주는 것에 진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담긴 절규를 듣는 것이 판사의 책임이다. 그런 판사가 있으면 그 행위에 대한 지탄은 사회가 알아서 하게 되어 있다.

영화 이 사법부를 겨냥했다고들 난리인 모양이나, 이 영화는 사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오만과 특권의식, 그리고 기득권 동맹 체제를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만들어낸 것은 영화가 아니라 사법부 자신이다.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며,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들이 이렇게 매일 급증할 수도 없다.

앙시앙 레짐의 몰락과 2012년의 시대정신

이제 영화 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관객 100만을 기록했다. 이런 식의 고공 행진이 계속된다면 여기에 0이 하나 더 붙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사태가 그렇게방향을 잡아나가는 추세가 되면, 기존질서의 가장 강력한 보루인 사법부를 비롯하여 이른바 낡은 질서의 총체적 구조인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이 일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2012년의 시대정신"과도 그대로 일치하는 현상이 될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단지 사법부의 현실만을 문제 삼고 있지 않다. 이 점이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제기하고 고민하며 토론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들과 두루두루 직면하게 된다.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노동자 탄압, 사법피해, 교도소 인권상황,언론의 비굴함, 이명박과 BBK, 검찰개혁 등 하나 둘이 아니다. 특히 노동자 탄압은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아래에서도 잔혹하게 벌어졌던 사건들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악폐와 구질서의 억압구조를 사법부의 현실에서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뿐이며, 그렇다고 다른 구질서의 권력기관들은 그냥 넘어가도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정부 10년의 공과 과,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폐습, 사법부를 비롯한 권력기관의 오만과 특권체제 이 모든 것이 이 영화에서 하나로 뭉뚱그려 얽혀 있음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감독의 시야는 결코 좁지 않다. 하나로 열을 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 정지영 감독에게 <부러진 화살>의 영화화를 권했던 배우 문성근(오른쪽)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안성기, 감독 정지영, 배우 김지호, 박원상 ⓒ연합뉴스

'2013년 체제'를 향해 하는 길목에서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2013년 체제'를 향해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작품이다. 민주주의의 완성과 남북관계의 진화, 그리고 복지체제의 건설을 위해 필요한 우리의 의식과 시선을 재정리하는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라는 특정한 실체를 놓고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그 주제를 놓쳐서는 안 되지만, 그 한계에 갇혀 논란을 벌이는 것도 기득권 질서의 담론 전략에 갇혀 버리는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석궁 사건의 실체 논란과 영화의 사실성, 허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논란은 그 나름으로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의 의미를 한정시켜버린다면 그건 또 다른 "농간"에 놀아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작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이다. 방법도 나와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 보는 것이다. 대담하게. 그렇다면 누가?

2008년 촛불 광장에서부터 한미FTA 반대, 그리고 야권의 연대와 통합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현실을 역동적으로 변화시켜온 힘의 밑바닥에는 "보통 사람들의 미미하게만 보였던 목소리"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잊힐 뻔했던 석궁 사건의 김명호 교수도 그런 목소리의 하나이고,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 자체가 또한 그런 목소리며 노 개런티로 출연한 연기자들과 스텝도 그런 목소리를 만들어낸 이들이다. 이 영화를 설 개봉으로 과감히 배급 결정한 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인가? 영화 은 거대한 자본의 공세와 벽 앞에서도 SNS를 통한 사회적 응원에 힘입고 있지 않은가? 개봉 1주일 100만 관객도 그런 이들의 위력이 만들어낸 거사이다. 그렇지 않아도 2011년, 세계는 "작은 자들의 반란"과 이들의 힘이 폭발적으로 자라나는 것을 목격했다. 이슬람권에서, 미국에서, 유럽에서, 우리는 "더는 쫄지 않는 작은 자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통해 현실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체험했다.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이미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현관이 되었다. 한 시대의 의미를 규정하는 사회적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으로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이걸 따고 들어가서 만들어가야 할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 "의 실체적 진실"이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쏘게 될 것이다. 영화처럼 유쾌하게.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2011년 12월 11일 일요일

검찰은 '권력의 시녀'? 이정도면 '창녀'지!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9일자 기사 '검찰은 '권력의 시녀'? 이정도면 '창녀'지!'를 퍼왔습니다.
[공공의 적, 검찰] 최재천의

논설 성격의 글도 많이 들어 있지만 체계적 구성이 아니므로 책의 성격은 수필집이다. 그러나 "견제 받지 않는 사법 관료 / 사유화된 검찰 권력"이란 부제대로 '대한민국 사법 제도'란 주제에 대한 저자 최재천의 관심은 분명하다. 이 책에 담긴 생각을 갖고 보다 체계적인 서술을 시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법계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오죽 답답하면 "검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관련 기사)는 글까지 썼을까.

문제가 많다는 것은 알아도 그 문제의 성격을 분명히 말하기는 힘들다. 제도의 문제일까, 운용의 문제일까? 제도의 문제라면 단편적, 부분적 문제일까, 아니면 근본적, 전체적 문제일까? 운용의 문제라면 사법부 외부의 문제일까, 내부의 문제일까?

국회의원을 한 차례 (엄청 열심히) 한 뒤 법조인으로 돌아와 있는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넓고 깊은 의견을 보여줄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그는 제도 방면에서 근본적 전체적 문제를, 그리고 운용 방면에서 내부의 문제를 부각시켜 준다.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wikipedia>를 들춰볼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봐온 대한민국 검찰이란 것이 생각할수록 진짜 이상한 검찰로 보이는데, 원래 검찰이 어떤 건지 좀 살펴봐야 생각의 기준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prosecutor" 조를 찾아봤는데, 관련 항목으로 뜻밖에 "Supreme Prosecutors' Office of the Republic of Korea"가 있다. 그 앞부분을 옮겨놓는다.</wikipedia>

대한민국 대검찰청은 남한 정부의 검찰 기관으로서 법무부 밑에 운용된다. 국가를 대표하는 검찰 기관으로서 대검찰청은 대법원과 함께, 그리고 그 밑에서 일한다.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에 상응하는 기구로 흔히 인식된다.

[기구]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으로 구성된다.

[논란] 2010년 하반기 이래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예산 관련 문제들로 어려운 행보를 이어 오다가 심각한 부패 논란을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검찰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다.

G20 정상 회의 포스터 사건 :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 회의를 앞두고 대학강사 박정수가 홍보 포스터에 쥐를 그려 넣어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검찰이 집권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 사건에 지나친 압력을 가했음에도 법원 명령으로 그가 석방된 사실이 관심을 모았다. 쥐는 이명박 대통령의 널리 알려진 별명이기 때문이다.

시민 단체인 참여연대는 이 사건을 유엔 인권위원회 제16차 회의에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 박정수는 후에 (법정에서) 쥐의 모습으로 대통령을 그린 것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업이라고 자신을 변호했다. 그는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네티즌 중에서는 그의 쥐 그림을 담은 티셔츠를 판 돈으로 그 벌금을 내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창동은 박정수의 기소를 철회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박정수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을 겪고 보니 비록 법률에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로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정권이 통제하고 있음을 느낀다." (…)

그 뒤를 이어 노무현, 박원순, 한명숙에 대한 정치 사찰 등 남부끄러운 내용이 실려 있다. 2011년 11월 25일 15:43분에 최종 수정되었다는 이 기사의 평가 란에 들어가 신뢰성에 만점을 주고, 객관성, 완결성, 작품성의 세 항목에는 중간 점수를 줬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내용에 착오는 별로 없으니까. 누군가 더 좋은 글로 바꿔 올려주면 좋겠지만,지금으로서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우리 검찰의 이런 꼴을 보여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 <위험한 권력>(최재천 지음, 유리창 펴냄). ⓒ유리창
대한민국 사법계의 양대 축 중 법원에 비해 검찰의 문제가 엄청나게 심각하다는 것은 굳이 <wikipedia>나 최재천의 책을 보지 않아도 갑남을녀가 다 아는 사실이다. 검사 동일체의 원칙, 기소 독점주의, 기소 편의주의, 모두 엇갈리는 득실을 가진 원칙들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원칙이 다 그런 것처럼.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원칙들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아무 노력 없이 '검찰 권력' 강화에만 이용되어 왔다. 1930년대 독일과 일본의 파시스트 체제가 이랬을까.</wikipedia>

최재천의 책이 고마운 것은 이런 드러난 문제의 바닥에 깔려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보여주는 데 있다. 인사이더 관점에서의 자기비판 시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점에서는 체계적인 논설보다 수필집의 성격이 저자의 생각을 알뜰하게 표출하는 데 적합한 것 같기도 하다.

판검사만이 아니라 변호사까지 포함한 '법조인'의 자격에 대한 반성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영미법계에서는 법이 상식이기 때문에 법이 법전 속에 잠들지 않는다. 모든 시민이 법을 이해할 수 있고, 훌륭한 법률가가 될 수 있다. 형사 사건의 배심원이 되어 유무죄를 판단하는 일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고, 조금만 훈련하면 전공에 상관없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미국에서 법률가는 흔한 직업이고, 모든 사람이 로스쿨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일본, 한국 등 대륙법계에서 법은 특수하고도 비밀스러운 영역이다. 아무나 법률가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성적으로 선발된 학생들 중에서 또다시 선발을 거쳐 비로소 쟁취할 수 있는 직업이 대한민국 법률가요, 검사다. (62~63쪽)

국가와 사회에 책임을 가지는 '공직' 취임에는 그에 상응한 기준, 절차와 방법이 있다. 대표성이 강한 공직은 선거를 거치고, 기능성이 강한 공직에는 청문회 등 절차가 따른다. 법관과 검사의 임명에도 나름대로 기준, 절차와 방법이 있지만, 비슷한 무게의 책임을 가진 입법부와 행정부의 직책에 비하면 기준은 너무나 단순하고 절차와 방법은 너무나 간소하다. 고시와 연수원의 성적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시험과 연수의 성적은 국민의 복리를 대변하는 대표성보다 체제 유지에 효율적으로 공헌하는 기능성을 말해주는 지표다. 고시와 연수원을 거친 한국 법조인이 가진 엘리트의식은 이 기능성에 대한 자부심일 뿐이다.

물론 기능성도 사법 제도 운영에서 중요한 요소다. 법조인이 정치적 고려 없이 기능성만으로 사법 제도 운영에 전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한국에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정치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검찰과 법원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추세를 말하는 것이다(99~102쪽).

이 추세에 대응해서 국가 체제의 안정에 공헌하는 것이 사법계(법원-검찰)에 필요한 역할이다. 검찰이 이 역할에 거꾸로 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근년 들어서는 법원마저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관습 헌법'이란 것을 저희들끼리 제정해 내는 것이나 신영철이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을 보며 그 자들의 개인적 도덕성을 많은 사람들이 의심했다. 합당한 의심이다. 그런데 그런 '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데는 개인적 도덕성을 넘어서는 제도의 문제와 운용의 문제들이 있다. 최재천의 책은 그런 문제들에 관해 많은 설명을 해준다.

저자가 제기한 문제들 중 마음에 크게 남는 하나가 사법부(내지 사법계)의 '독립성'에 관한 것이다. 그는 사법부의 독립이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카를로 과르니에리의 말을 인용한다(30쪽). 헌법재판소가 미디어 법 의결 절차의 하자를 인정하면서도무효를 판결하지 않은 일이 생각난다. 입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종합편성채널 4사까지 만들어졌다. 독립성이 아니라 '독점성'의 추구일 뿐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너무나 정확하다.

책을 덮어놓고 '권력'과 '권위'의 차이를 생각해본다. 법원과 판사의 권위는 법정 모독죄 등의 장치를 통해 삼엄한 보호를 받는다. 검찰과 검사의 권위는 그와 같은 제도적 보호는 아니라도 관습에 의해 그에 버금가는 보호를 받는다. 사법 제도의 사명이 사회의 안정성을 지키는 데 있기 때문에 그 권위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독립성을 빙자해서 독점성을 추구한다면 독점의 대상이 무엇인가? 권력과 이익이다. 권력과 이익의 독점적 추구는 사회의 안정성을 해치는 짓이다. 그렇다면 그 권위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권위가 되는 것이다.

검찰 권력의 도덕성은 시녀 정도를 넘어 창녀 수준으로 치달리고 있다.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그 타락을 억제하고자 국가와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개입할 것은 불가피한 일이거니와, 제일 먼저 주목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다. 법원은 그 동안 한편으로 검찰의 뒤를 따라 타락하는 추세도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의 타락을 견제하는 자세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대한민국 사법권 침해 여부를 검증하자는 움직임이 법원에서 일어난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김기협 역사학자

2011년 12월 7일 수요일

디도스, 섹스 동영상, 판사 SNS 사건은 통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07일자 기사 '디도스, 섹스 동영상, 판사 SNS 사건은 통한다'를 퍼왔습니다.
[미디어바로미터] 송경재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인터넷이 시끄럽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디도스 공격으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마비된 사건에, 모 방송인의 사생활 유포 동영상까지 터졌다. 여기에 국회를 통과한 한미 FTA와 관련된 법조계의 SNS 공방까지 겹치면서 인터넷 토론방과 댓글 게시판이 시끄럽다. 물론 여러 사건들이 아직 조사 중에 있고 민감하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복잡한 세 가지 사건의 본질
필자는 이번 사건들을 보면서 현재 인터넷의 복잡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사건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발칵 뒤집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들이다. 또 인터넷 문화의 여러 복잡한 단상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한 기분도 든다. 

먼저,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사건이다. 선거일에 소수의 사람이 국가기관 그것도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관위를 공격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듯이 이 일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관련된 중요 범죄다. 이는 인터넷을 넘어서는 것이며 반드시 진상규명과 엄중처벌이 필요하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과 관련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로 알려진 인물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최구식 의원이 그 사건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비서로 알려진 인물 또한 잠시 운전기사로 일하던 사람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기자회견장을 벗어나고 있다. ©CBS노컷뉴스

또 사생활 침해 역시 심각한 범죄행위다. 그것이 어떤 목적에서건 다른 사람에게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힐 수있다는 점에서 자중해야할 일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알려지겠지만 그 이전에 네티즌들은 섣부른 판단으로 타인에게 악의적인 피해와 상처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 

한미 FTA와 관련한 공방은 다른 문제다. 그것은 오히려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의 영역이고, 발언자의 처신을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알려진 지식인이나 공인들은 정치문제에 입을 닫아야 한다는 말인가. 사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정치의식의 반영이다. 찬성과 반대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다원주의에 기치를 둔 민주주의다. ‘반대하는 사람은 나쁘고 찬성하는 사람은 좋고’라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인터넷 공간이 다양한 의견을 모아내는 여론의 용광로 역할을 해 줌으로써 물리적 충돌이 아닌 논리와 상식의 다툼이 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인터넷 규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인터넷 공간은 다양한 현실의 반영이다. 그런 만큼 인터넷은 현실 공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일이 그대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인터넷의 생리에 대한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필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칫 이번 일로 인해 ‘섣불리 또 다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다. 과거 우리 정부는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 이미 에서 인터넷감시국으로 낙인이 찍힌 마당에 몇몇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인터넷은 아직도 진화하고 있는 생태계다. 때문에 인터넷 진화의 법칙과 자유스러운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자에서 규제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조율하고 적절하게 완충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섣부른 대응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인터넷의 규제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불법, 유해정보의 기준 등을 논의할 틀이 필요하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인터넷에서의 불법, 유해정보를 차단하고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