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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7일 화요일

동영상엔 눈감고 '나경원법'에 올인


이글은 시사인 2012-02-07일자 기사 '동영상엔 눈감고 '나경원법'에 올인'을 퍼왔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이 피부클리닉에서 쓴 돈은 550만원”이라는 경찰의 발언이 나온 이후 보수 언론, 특히 의 보도는 두 갈래로 진행됐다. 하나는 (시사IN)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강조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나경원법’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1월30일 경찰 발표 직후에는 ‘허위 보도’ 부각에 집중했다. “나경원 1억 피부숍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이 유언비어를 날조해 나경원 후보를 떨어뜨렸다”라고 거침없이 보도했다. (시사IN)이 경찰 발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온라인 기사를 올렸지만 이를 반영조차 하지 않았다. 

(시사IN)이 2월1일 경찰 발표 내용을 180도 뒤집는 취재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여론이 “경찰 발표가 틀렸고, (시사IN) 기사가 맞다”는 쪽으로 급속히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매체는 눈도 꿈쩍 안 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2월2일자) 사설에서 “경찰 수사 결과 나후보가 피부과에 쓴 돈은 550만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다시 한번 기정사실화했다.


ⓒ시사IN 2월3일 <동아일보> 기사. 이 기사는 결국 ㄷ클리닉 원장의 정정보도 요구에 의해 수정되었다.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갔다. 2월2일 해당 클리닉 원장을 찾아가 인터뷰 했다면서 “1억 발언 유도-짜깁기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피부클리닉 원장은 “(시사IN) 측이 동영상과 녹취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르지 않고 공개하면 해결될 문제다” “병원 대기실에 비치해놓은 가격표까지 모두 압수해갔으면서, 왜 동영상을 가진 측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원장은 2월3일 (시사IN)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나오는 동영상 전체를 공개하라’거나 ‘압수수색을 하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동아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라고 했다. (시사IN)이 동영상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거기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서이다. 원장 또한 그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할 터이다.

‘나경원 법’은 (문화일보)에서 먼저 드라이브를 걸었다. 1월31일자 사설에서 “1억 피부숍은 근거가 무너져 내린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고 전제한 후, “흑색선전 기획을 차단하고 사후에라도 강력하게 처단함은 물론, 그에 힘입은 당선이라면 효력을 재고할 수 있게 하는 ‘나경원법’이 시급하다”고 바람을 잡았다. 

그러자 다음날과 그 다음날 (동아일보)는 이틀 연속 1면 주요기사로 “나경원 법이 필요하다” “대법원 양형위가 흑색선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2월2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화룡점정이었다. “4월 총선, 12월 총선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흑색선전이 횡행할 것이므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무조건 실형을 살게 한다든지, 허위사실의 근원지 역할을 한 언론매체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회사가 망하게 해야 한다”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뉴시스 정옥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이를 받기라도 하듯 새누리당 정옥임 의원은 2월6일 이른바 ‘나경원 법’을 발의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선거판을 흔들기 위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징역형으로만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 보도자료에서 정의원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같은당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원의 초호화 피부관리실을 다녔다는 보도가 한 시사주간지를 통해 보도됐고, 관련 사실이 팟캐스트 등에서 재생산돼 나 후보가 패배했다” 는 점을 입법 취지로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가 악의적 흑색 보도의 희생양이 되었음이 증명되었”다고도 주장했다. 

‘한 시사 주간지’라고 했지만, (시사IN)이 이 기사를 보도한 것이 다 알려진 상황에서 정의원은 결국 (시사IN)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규정한 셈이다. 이같은 허위 주장으로 (시사IN)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시사IN)은 조만간 상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한편 2월6일 (시사IN)> 기자협회는 "경찰·거대언론·여당은 (시사IN)에 대한 언론 탄압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성명서)

경찰·거대언론·여당은 (시사IN)에 대한 언론 탄압 중단하라
1. 언론 자유를 뒤흔드는 경찰·거대언론·여당의 마녀사냥이 판치고 있다.   

2. 경찰이 최근 나경원 억대 피부클리닉 출입 논란을 취재한 (시사IN) 기자를 상대로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 기각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나경원 전 의원 측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당시 억대 피부클리닉 출입 기사를 쓴 (시사IN) 기자 3명, 이를 보도한 타사 기자,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고발한 데 따른 경찰의 조치다.  

3. 그러나 (시사IN)은 이미 지난해 12월 관련 취재를 총괄한 기자가 경찰에 출석해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조사 과정에서 (시사IN)은 취재 녹취록 4장 등 언론사로서 경찰의 수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이처럼 핵심 당사자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고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경찰이 또 다른 기자에게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 탄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사에 협조중인 언론사를 상대로 경찰이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기도 하다. 

4. 또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MBC 등 거대언론은 1월30일 “나경원 의원이 출입한 피부클리닉의 비용은 최대 3000만원 선이다”라는 경찰 발표만을 토대로 (시사IN) 보도를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였다. 조선, 동아 등은 경찰 발표 이후에도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이를 엄벌할 수 있는 나경원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을 통해 “허위사실의 근원지 역할을 한 언론매체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회사가 망하게 해야 한다”라는 저주도 서슴지 않았다.놀라운 것은 보도 과정에서 이들 언론 대다수가 (시사IN>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거나 반론보도 여부를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사IN)이 2월1일 경찰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피부클리닉 원장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조선일보는 (시사IN)이 경찰에 녹취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가 급히 기사를 수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한 언론사의 존망이 걸린 사안을 보도하면서 언론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인 크로스체킹을 무시한 이들 언론의 행태에 같은 언론인으로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5. 여당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위 ‘나경원법’에 대해서도 조소를 금할 수 없다. 이 법안은 선거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에 대해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만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 정부 말기에 이르러 권력실세의 비리와 횡포가 속속 드러나는 마당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나경원법 발의는 시대를 거꾸로 거스르는 행위다.
하필이면 시점도 총선을 불과 두달여 앞둔 때다. 지금 벌이지는 경찰, 거대언론, 여당의 협공에 짙은 어둠의 냄새가 나는 까닭이다.
경찰, 거대언론, 여당은 철지난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이에 (시사IN) 기자협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경찰은 (시사IN) 기자에 대한 체포 영장 신청 시도를 중단하라. 
2. 조선·동아·MBC 등 거대언론은 (시사IN)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 및 반론보도하라.    
3. (시사IN) 기자협회는 언론자유를 말살하려는 일체의 움직임에 맞서 관련 단체와 힘을 합쳐 싸워나갈 것이다.

  (시사IN) 기자협회 회원 일동

2011년 12월 7일 수요일

디도스, 섹스 동영상, 판사 SNS 사건은 통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07일자 기사 '디도스, 섹스 동영상, 판사 SNS 사건은 통한다'를 퍼왔습니다.
[미디어바로미터] 송경재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인터넷이 시끄럽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디도스 공격으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마비된 사건에, 모 방송인의 사생활 유포 동영상까지 터졌다. 여기에 국회를 통과한 한미 FTA와 관련된 법조계의 SNS 공방까지 겹치면서 인터넷 토론방과 댓글 게시판이 시끄럽다. 물론 여러 사건들이 아직 조사 중에 있고 민감하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복잡한 세 가지 사건의 본질
필자는 이번 사건들을 보면서 현재 인터넷의 복잡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사건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발칵 뒤집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들이다. 또 인터넷 문화의 여러 복잡한 단상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한 기분도 든다. 

먼저,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사건이다. 선거일에 소수의 사람이 국가기관 그것도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관위를 공격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듯이 이 일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관련된 중요 범죄다. 이는 인터넷을 넘어서는 것이며 반드시 진상규명과 엄중처벌이 필요하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과 관련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로 알려진 인물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최구식 의원이 그 사건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비서로 알려진 인물 또한 잠시 운전기사로 일하던 사람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기자회견장을 벗어나고 있다. ©CBS노컷뉴스

또 사생활 침해 역시 심각한 범죄행위다. 그것이 어떤 목적에서건 다른 사람에게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힐 수있다는 점에서 자중해야할 일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알려지겠지만 그 이전에 네티즌들은 섣부른 판단으로 타인에게 악의적인 피해와 상처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 

한미 FTA와 관련한 공방은 다른 문제다. 그것은 오히려 정치적 의사표현 자유의 영역이고, 발언자의 처신을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알려진 지식인이나 공인들은 정치문제에 입을 닫아야 한다는 말인가. 사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정치의식의 반영이다. 찬성과 반대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다원주의에 기치를 둔 민주주의다. ‘반대하는 사람은 나쁘고 찬성하는 사람은 좋고’라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인터넷 공간이 다양한 의견을 모아내는 여론의 용광로 역할을 해 줌으로써 물리적 충돌이 아닌 논리와 상식의 다툼이 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인터넷 규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인터넷 공간은 다양한 현실의 반영이다. 그런 만큼 인터넷은 현실 공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일이 그대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인터넷의 생리에 대한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필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칫 이번 일로 인해 ‘섣불리 또 다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다. 과거 우리 정부는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 이미 에서 인터넷감시국으로 낙인이 찍힌 마당에 몇몇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인터넷은 아직도 진화하고 있는 생태계다. 때문에 인터넷 진화의 법칙과 자유스러운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자에서 규제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조율하고 적절하게 완충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섣부른 대응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인터넷의 규제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불법, 유해정보의 기준 등을 논의할 틀이 필요하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인터넷에서의 불법, 유해정보를 차단하고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2011년 12월 4일 일요일

“의사로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1.12.05 제888호] '] ' “의사로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를 퍼왔습니다.
[문화] 현직 의사로 한국 의료제도 고발한 다큐멘터리 의 송윤희 감독 인터뷰… “누군가 다른 내용으로 2편 찍기 바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괴담’ 중 가장 핫한 이슈가 ‘맹장수술 900만원’ 등 의료에 관한 것이다. 한편에선 괴담이 허구라고 말한다. 한-미 FTA에서 의료 분야가 예외 조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단순한 무역관세 조치가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비롯한 경제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기 위한 시스템 도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괴담은 허구가 아니다. 벌써부터 약값 인상은 기정사실이고, 수년 전부터 있은 영리병원을 필두로 한 의료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때 괴담은 허구라기보다, ‘호러’의 의미로 쓰인다. 이제 지옥문이 열린 것인가? 때마침 한국의료제도의 난맥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 개봉한다. 현직 의사이자 평론가인 황진미가 현직 의사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송윤희 감독을 만나 영화와 의료 문제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 영화 <하얀 정글>은 현직 의사인 송윤희 감독(사진)이 내부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의료 현실 고발 다큐멘터리다.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황진미(이하 황) 산업의학 전문의인데 언제 다큐멘터리를 배웠나.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뭔가.
송윤희(이하 송) 2000년 의사 파업 때 본과 2학년이었다. 다음해 휴학을 하고 독립영화 워크숍을 들었다. 2010년 초 안산의료생협에서 진료하는 남편에게 본인부담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 연구소에서 맨날 보건의료 보고서를 쓰지만, 담당자 책상에만 쌓일 뿐이다. 이런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취지에 백배 동감한다. 그런데 쓴소리를 하자면, 플롯이 매끈해 보이지 않는다. 시작과 끝이 각각 3개쯤 되지 않나. 앞부분 의료 사각지대의 환자들 이야기와 뒷부분 의료 민영화 문제는 톤이 다소 다르다. 애초 기획은 어땠는가.
 처음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조명하는 영화로 중단편 정도를 찍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것만 다루면 감상적인 다큐멘터리가 될 뿐 근본적 문제 제기가 못 될 것 같아서 의료 시스템 문제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에 중장편으로 기획이 커졌다. 지난 8월 말∼9월 초에 기획을 마치고, 9월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편집해보니 소스가 적어서, 보충촬영을 하며 그나마 기획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인터뷰나 취재에 어려움이 많았겠다.

 대부분의 병원이 촬영 금지다. 그래서 동영상을 보는 척하며 몰래 찍은 것도 있다. 인터뷰를 해놓고 빼달라는 경우가 많아 쓰지 못한 것도 꽤 있다.
 결국 인터뷰이들이 감독 주변인일 수밖에 없었겠구나. 영화가 그런 제한성을 굳이 감추지 않은 건 솔직해 보이기도 하지만, 다큐멘터리에 필요 이상으로 감독의 존재가 드러나는 건 거슬리더라. 특히 할머니에게 “의료 민영화가 뭔지 아세요?”라고 묻는 장면에서 감독이 할머니에게 “나도 반대하는데”라고 아예 의견을 말해버리는데, 이런 것이 영화를 아마추어적으로 보이게 한다.
 다큐멘터리 감독 중에는 자신을 “벽에 붙은 파리로 생각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어차피 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를 찍은 마이클 무어도 자신의 존재와 견해를 다 드러내지 않았나. 그 장면에서는 할머니에게 감정이입된 상태에서 할머니가 “반대한다고 뭐가 달라지나?”라고 하시니까, 그렇지 않다고 진짜로 말하고 싶었다.
 손으로 낙수(落水) 받는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러다 주먹으로 천장을 치고, 수도꼭지와 샤워기로 바뀐다. 그런 이미지를 넣은 이유는 뭔가.
 보는 그대로 ‘낙수효과는 거짓이다’란 걸 말한 거다. 주먹 쥐고 천장을 치는 장면과 서울역 집회 장면이 맞물린다. 영화의 의미를 쉽게 전달하려고 이미지를 사용한 것인데, 이런 식의 설득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 영화가 빨리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완성도보다 시의성을 택한 차선책이었다.
 내용에 대해 질문하겠다. 영화는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을 다루며 환자 처지에서 보장성이 낮다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보장률이 60%밖에 되지 않아 40%가 환자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감독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문제는 ‘저보장’ 문제뿐 아니라, ‘저부담·저수가’ 문제도 있다. 영화는 건강보험 도입 때 국가가 0%를 부담하며 출발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 보험료율이 얼마나 낮은지, 정부가 얼마나 돈을 안 쓰는지 국제적으로 비교하지 않는다. 보장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를 해놓고, 보험료율과 수가는 국제 비교를 하지 않으니까 균형이 맞지 않는다.
 저부담과 저수가도 문제다. 하지만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에서 저부담 이야기는 굉장히 어렵다. 수가는 의사들의 관심사이지만, 일반인에겐 관심 밖이고 눈높이에 맞게 설득하기도 힘들다.
 영화가 지적하는 불필요한 검사를 하거나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항목을 늘리는 행위, 로봇수술, 미용성형 범람 등의 현상 기저에 저수가가 있다. 다 저수가의 덫에서 도망치려는 행동이다. ‘30초 진료’도 진료의 질과 관계없이 단가가 묶여 있기 때문에, 결국 진료 건수 경쟁밖에 할 수 없어서 빚어진 현상이다. 강아지 백내장 수술이 100만원인데, 사람의 백내장 수술이 80만원이라는 사실이 영화에 잠깐 언급되지만, 과잉 진료 이야기에 파묻힌다. 영화는 불필요한 검사 등을 많이 하는 이유로 의료 행위를 할수록 의사가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라며 행위별 수가제를 거론하지만, 이런 설명은 근본적 분석이 되지 못한다.
 어떻게 저수가를 메우려고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걸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건 하면 안 되는 행위다.
 그런 행위가 옳다는 게 아니다. 당위가 아니라 필연에 관한 이야기다. 의사를 두둔하는 게 아니라, 더 잘 까발렸어야 한다는 말이다. 영화에는 보건경제학적 분석이 미진한 대목이 있다. 가령 영화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리병원을 설명하며 경쟁 운운할 때, 의료에선 공급자 간 경쟁으로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보건경제학 교과서의 문구를 직접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문구가 아니라, 왜 아닌지를 풀어서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공급자가 수요를 창출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방식, 가령 이비인후과 의사가 늘면 편도선 수술이 늘어나는 걸 보여주면 좋았을 것이다.
 그 장면은 윤증현 장관이 얼마나 무식한지, 기본도 모른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려고 교과서를 들이댄 것이다.



» <하얀 정글>은 영리병원이 도입된다면 병원의 불편한 진실이 일상적인 호러가 될 것임을 경고한다. <하얀 정글>의 한 장면.

 고가 약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고가 약을 처방하는 게 문제인지, 꼭 필요한 약인데 보험이 안 되는 게 문제인지, 폭리를 취하며 복제약을 못 만들게 하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문제인지 분석이 부족하다. 이거 FTA 이후 중요해질 사안인데. 심장병에 걸린 아기에게 태아보험보다는 건강보험과 사랑의 리쿼스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찡했다. 하지만 민간보험보다 공보험이 왜 좋은지 수익률 비교를 통해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쪽에 자료가 있을 텐데. 의료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치의제도’가 영화 속에서 3번 언급된다. 그러나 정확히 그게 뭔지는 안 나온다. 차라리 안산의료생협을 자세히 보여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의료생협이 대안인지 나도 확신할 수 없다. 나는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영국식으로 가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 이렇게 전문의를 마음대로 만날 수 있는데, 1차 진료 위주로 바뀌어서 감기에 약 처방을 하지 않고 물 많이 마시라는 처방을 하면 그런 의료에 환자들이 만족할까? 마이클 무어는 에서 쿠바를 의료의 천국처럼 그렸지만, 내가 만약 쿠바에 갔다면, 아바나의 종합병원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시골 진료소를 찍었을 것이다. 그럼 한국 의료가 나가야 할 롤모델이 무엇인가. 나도 모른다. 나를 가르쳤던 교수님도 모를 것이다. 다만 나는 ‘이건 아니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너무 비판만 한 것 같은데,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후반부 의료 민영화에 대한 설명이 좋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생명보험회사의 자료를 보여주며, 영리병원과 민영화의 앞길을 설명한 것이 적절했다. 다만 이미 영리병원처럼 운영되는 치과 체인 등을 예로 들었더라면 영리병원의 폐해가 더 잘 와닿았을 것이다.
 치과 체인은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불거져나온 문제다. 당시 치과 체인 문제가 제기됐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취재했을 텐데 아쉽다. 영화를 찍기 위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그러나 의료에 관한 첫 다큐멘터리인 점을 고려해달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누군가 다른 시각과 내용으로 를 찍기 바란다.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