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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9일 목요일

트위터에 실명인증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28일자 기사 '트위터에 실명인증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를 퍼왔습니다.
[공지] 선관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선거운동 기간 동안 댓글을 차단합니다

미디어오늘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3월29일 0시부터 선거일 전날인 4월10일 24시까지 댓글 입력을 전면 차단합니다. 댓글 차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소셜댓글 실명인증 적용 방침을 거부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부당한 규제에 항의하는 최선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미디어오늘은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차례 기사로 반영한 바 있습니다. 이런 시대착오적 규제를 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선관위는 최근 언론사들에 소셜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픽플소프트와 시지온 등에 실명 인증을 적용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습니다. 선관위는 “인터넷 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실명확인이 되지 아니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으로 게재한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등의 정보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면서 “구·시·군 위원회의 삭제 요구를 받고도 삭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인터넷 실명제가 익명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낡은 규제라고 보고 헌법소원을 낸 바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강제 도입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실명제를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해외 서비스에 실명인증을 강요하는 것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일입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탤런트 최진실씨의 사망 이후 악성 댓글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도입 이후 악성 댓글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무분별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이 때문에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이미 수집된 개인정보는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셜 댓글은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로그인 절차를 간소화해 인터넷 소통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익명성에 기반하고 있지만 추천과 신고제도를 병행해 자정작용도 갖추었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소셜 댓글 도입 이후 악성 댓글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많은 언론사들의 평가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인터넷 실명제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본사에 주민등록번호 확인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해법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선관위가 소셜 댓글에 실명인증을 요구한 것은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도 최소한의 의견 공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게다가 선관위는 지난 지방 선거 때만 해도 소셜댓글을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왜 이제와서 소셜댓글을 규제하는 걸까요.


선거운동이 시작된 29일부터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댓글을 달려면 실명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캡춰화면은 프레시안에 뜬 실명인증 창.

선관위는 실명인증 없이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댓글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언론사들에게 댓글을 검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월 인터넷 선거운동을 금지한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도 배치됩니다. 선관위는 직접적으로 실명인증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실명인증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선관위는 소셜 댓글 서비스 업체에 이런 요구를 하면서 언론사들에는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았습니다. 

SNS가 확산되면서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습니다. 같은 SNS인데 언론사 댓글로 달릴 때만 실명을 인증해야 한다는 선관위의 발상은 시대착오적입니다. 미디어오늘은 독자 여러분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댓글을 닫겠습니다. 실명인증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독자 분들도 많지만 실명인증을 할 수 없거나 실명인증을 원하지 않는 독자 분들을 공론의 영역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2년 3월 2일 금요일

노 前 대통령 사위 "인간의 용렬함·잔인함 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2일자 기사 '노 前 대통령 사위 "인간의 용렬함·잔인함 봐"'를 퍼왔습니다.
페이스북 통해 심경 밝혀…"아내, 이미 충분한 형벌 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 딸 노정연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연 씨의 남편 곽상언변호사가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대검 중수부는 현재 노정연 씨에게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클럽 아파트를 처분한 미국 변호사 경 모 씨의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곽 씨는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제 아내가 불쑥 언론에 등장했다. 셋째 아이의 출산을 불과 20여일 앞둔 아내의 모습이 처량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보도된 이야기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저는 제 아내가 이 정도로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며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 한들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이다. 그것도 하늘에서 떨어진 모습을 목도했고 지금껏 마음을 삭힐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검찰의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까지 이어진 것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아내는) 이미 자신의 행위책임을 넘는 충분한 형벌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그는 "남편인 저는 그 곁을 묵묵히 지킬 수밖에 없다"며 "저는 이 사건에서 인간의 용렬함, 그리고 잔인함을 본다"고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사건을 최대한 정치 쟁점화하려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등의 행태에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말하며 안타까움과 불편함이 공존된 심경을 드러냈다.

노정연 씨 관련 검찰 수사는 강경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보도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의뢰하면서 최근 재개됐다.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이 지난달 28일 "19대 총선을 앞두고 부패 친노세력의 정치부활 시도를 규탄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재개를 촉구하는 등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은 이 사건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전홍기혜 기자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트윗 한 번에 유권자 200만명 움직인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3일자 기사 '트윗 한 번에 유권자 200만명 움직인다'를 퍼왔습니다.
SNS는 벌써 선거 국면, 시공간 제약 없어…‘해시태그’ 전략 시급

4·11 총선의 최대 변수로 SNS가 떠오르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5월 “2011년 현재 트위터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득표율 중 8~12%이며 내년 선거에서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과연 이번 SNS선거전은 어떤 양상을 띨까. / 편집자 주
이동관 전 청와대 언론특보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으로 출마의사를 알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재선 의사를 밝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처럼 SNS 기반 선거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군소정당 후보, SNS ‘주목’=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A후보(통합진보당)는 트위터에서 “저도 강남을에 사는 유권자입니다. 후보님을 지지합니다”라는 트윗이 날라 올 때면 뿌듯하다. 그는 최근 열린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SNS타임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500명 가량의 당원들과 후보들이 약 5분 동안 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트윗을 한꺼번에 날리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A후보는 “심상정, 유시민, 이정희 대표와노회찬 대변인, 그리고 당원 500명의 팔로워를 합치면 200만명쯤 된다”며 “이들이 한 번 트윗을 날리는 것은 유인물 200만장을 뿌리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SNS선거운동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4·11 총선을 앞두고 SNS 세계는 벌써 선거 국면에 돌입했다. 각 정당들도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SNS 활용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시민들이 찍은 투표 인증샷 모습.

양당 및 유력정치인에 편중된 선거 보도 양상에서 SNS는 군소정당 후보들에게 새로운 소통 창구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의 예비후보들 모두 SNS에 뛰어들었지만 기존 언론에의 노출 빈도를 따져봤을 때 이들보다는 SNS를 통한 소통이 더 절박한 셈이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B후보(진보신당)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B후보는 “방송과 지면은 시공간적 제한이 있는데 SNS는 그런 제약이 없다”며 “SNS가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비용과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반화된 방법은 아니지만 ‘나는꼼수다’의 열풍을 이어 팟캐스트 방송을 시도하는 후보들도 있다.
대구 수성구갑의 C후보(진보신당)는 ‘나는대세다’ 1회분을 곧 방송할 예정이다. C후보 측은 “지역뿐 아니라 언론매체도 보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과의 소통구조가 없었는데 팟캐스트를 통해 이런 구조가 생겼다”고 봤다.
경기도 수원·장안의 D후보(통합진보당)는 ‘진보스타’를 이미 1회분 내보냈다. D후보측은 “팟캐스트에 나온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한다”며 SNS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이들은 SNS상에서의 활동이 지역 유권자들의 실제 ‘표’로 연결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의 가디언은 “TV와 같은 매스미디어의 전면적 활동에 비해 비록 전면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면에서 활발하게 형성되는 온라인 네트워크 활동을 후방채널”이라며 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각계격파 SNS, ‘해시태그’ 전략 부족=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SNS선거운동은 초보 단계다. 후보들이 SNS상에서 펼치는 활동은 자신의 선거운동을 전달하거나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이들과 트윗을 주고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당 차원에서도 SNS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후보 개개인의 팔로워 및 팔로잉과 리트윗 숫자 정도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정권심판론’을 내세우지만 이를 중심으로 트위터리안들을 결집하지는 못 하고 있다. 해시태그(#) 활용에 대한 전략이 부재한 것이다. 해시태그는 동일한 주제의 글을 쉽게 모아주는 트위터 고유의 검색 기능이다.


©twitter

이미 트위터리안들이 ‘#HOPEBUS’나 ‘#한미FTA폐기’ 등 해시태그를 이용한 트위터 의제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당이 정작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군소정당들은 물론 새누리당도 이런 면에서는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상대편 진영을 비판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활동이 일상화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명령으로 정책을 실시하자 공화당은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 정권을 교체할 때까지 기다릴 수없다”는 의미의 ‘#WeCantWait’를 트위터에 퍼뜨렸다.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도 해시태그를 통해 확신됐다. 
지난 2010년 발표된 논문 ‘소셜 미디어의 선택적 적응과 정치발전’(조희정, 이원태)에서 해시태그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선거 직전 한 달 동안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영국 총선에서 자유민주당 및 관련 해시태그는 노동당보다 50%, 보수당보다 75%나 높게 나왔다. 당시 자유민주당의 부상은 영국의 양당구도를 깬 중요한 사건이었다.
▷전문가들, SNS효과 ‘반신반의’=이번 총선에 미치는 SNS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며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SNS의 영향력을 대체적으로 인정하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한 SNS 전문가는 “유권자가 3500만명이고, 스마트폰 인구가 2000만명을 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누가 봐도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류석진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안티 테제나 결집에 관한 아이디어는 많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정치적 성향이 같은 유권자들을 모으는 결집효과는 있다”면서도 “상대방 후보의 좋은 정책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총선에서 성향이 다른 유권자들을 내 편으로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지방선거나 재보궐 선거와 달리 이번 총선에서 해시태그의 성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SNS 전문가는 “이제까지는 투표 독려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이슈의 생산이나 유통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도 “낙선운동도 계속 되겠지만 새로운 방식이 나타날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들끼리 해시태그를 연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까지의 SNS 활용방식은 각개격파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수도권과 부산·경남지역의 후보들이 소셜 미디어 기반의 네트워크를 구성한 연대와 협공이 한층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SNS 선거운동 방식이 진화해도 혜택은 유명 정치인에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뉴미디어 등장의 초장기에는 정치신인들을 알릴 수 있는 ‘초기효과’가 발생하지만 기존 정당이 뛰어든 이후에는 그런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2012년 2월 20일 월요일

새누리당 의원들, 울며겨자먹기 트윗 활동?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18일자 기사 '새누리당 의원들, 울며겨자먹기 트윗 활동?'을 퍼왔습니다.
트위터 유형 살펴보니 '정치형', '선거운동 보고형', '소통 포기형'



ⓒ트위터 화면 캡쳐 새누리당 정두언, 전여옥 의원은 트윗 활동이 활발한 축에 속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서(SNS) 활동지수를 평가해 4.11 총선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비대위 방침에 최근 트위터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는 그간 소홀하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의 세계에 풍덩 뛰어들어야 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트위터의 위력을 확인한 새누리당이 의원들의 트위터 활동을 평가해 4.11 총선 공천 심사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 30대 젊은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그들과의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새누리당 비대위는 'SNS 소통지수'를 공천에 반영하는 것이 국민과 소통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과연 새누리당 의원들은 SNS를 활용해 그동안 부족했던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SNS 활동 지수 공천 반영이라는 독특한 발상에 불만을 품지 않고, 의미있는 트위터 활동을 하고 있을까? 실제 새누리당 의원들의 트위터를 살펴보니, 의원수만큼이나 활동방식도 천차만별이다. 

트위터 유형 '정치형', '선거운동 보고형', '소통 포기형'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을 주로해 트윗 발언이 언론에 자주 인용 보도되는 의원도 있고, 참석한 행사나 방문지 등을 단순하게 알리는 '선거운동 보고형'도 있다. 고령 의원들 중에는 트위터 개설만 하고 트윗을 거의 하지 않은 '소통 포기형'도 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를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이나 입장을 밝히는 도구로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트윗도 언론에 자주 인용된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관련해 "대통령 인사를 보면 정말 초지일관, 자기 주장없이 고분고분한 사람 선호하는 게 일관된 흐름"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의 팔로워는 2만여 명으로 팔로워들과 대화도 활발한 편이다. 

'독설가' 전여옥 의원의 트위터는 전투형이라고 할 수 있다. 트위터에서 '우파', '보수'라는 단어가 거의 빠지지 않으며, 최근에는 "19대 (국회에) 들어가면 의사당에서 드러눕는 한이 있더라도 종북좌파 몰아내겠다"라는 다짐글을 남겼다. 전 의원의 트위터에는 그를 비판하는 트위터리안들과 전 의원의 논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4선 중진인 이경재 의원은 올해 71세인데 이번에 공천신청을 하고 5선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7일부터 현재까지 홈페이지 개편 소식 등을 알리는 트윗 4개만을 했다. 

상당수 의원들은 트위터 개설만 하고 별다른 활동을 안 하다가 지난 한두달 집중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선거운동 보고형'인데, "노인정에 다녀왔습니다...", "마트에서 누구를 만났습니다..." 등의 문장으로 시작되는 트윗이 상당수다. 새누리당은 지난 2일 SNS소통특위까지 구성하고 4.11 총선에 대비하고 있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의 트위터 활동이 국민과의 소통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정웅재 기자jmy94@vop.co.kr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양승태 의중 가장 크게 반영”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13이자 기사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양승태 의중 가장 크게 반영”'를 퍼왔습니다.
“‘부러진 법원’ 나만의 문제 아냐…변호인단 꾸릴 것”

최근 재임용 탈락으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서울 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 탈락은) 가장 핵심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추진하신 것이고 그분의 의중이 가장 크게 반영됐다”는 생각을 전했다. 서 판사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이 삽입된 글을 올린 바 있다.

서 판사는 13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사결과를 토대로 대법관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대법관회의에서 했다는 이야기니 언론보도를 통해서 보면 최종결정은 당연히 대법원장이 하셨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서 판사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는 점에 대해 대법원에서 제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사유제시도 없었고 단지 근무평정의 하가 5번이라는 정도”라며 “그것만으로는 전 (재임용 탈락 사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은 (페이스북에 올린) ‘가카빅엿’ 글 때문이 아니냐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 판사는 “어떤 사람이 2~3번 (근무평정)하를 연속으로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또 하를 연속으로 주지 않는다. 하를 5번 받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순수하게 그 부분만 갖고 하면 하위 2%에 속하는 것 같기는 하다”면서도 “문제는 이 근무평정 결과에 법원장의 주관적인 평가가 굉장히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처럼 2009년도에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했거나 SNS 활동을 한다든지, 그리고 평소에 제가 부장판사님이나 법원장님과 의견이 다를 때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오해가 생기고 찍힐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대평가에서 하위 2%는 무조건 재임용 탈락이냐”는 손석희 교수의 질문에 서 판사는 “작년까지 그런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손 교수가 “작년에 재임용에서 탈락한 사람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서 판사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은 없고 스스로 사직한 사람은 있다. 과거 하위 2%에 대해 심사통보를 했는지 소식을 못 들었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다른 판사들은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 판사는 “그 동안 (재임용 탈락을) 해왔다면 적어도 판사들에게는 그 사실을 알려야 되는데 법원 내부게시판이나 메일 등을 통해 연락받은 적이 없다”며 “그래서 과거에 진짜로 하위 2%에게 다 심사통보를 해서 실제로 사직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 판사는 “제 생각에는 (과거 탈락여부를) 미리 알려줘 판사들이 대비할 수 있는준비를 할 수 있게 해야 되지 않느냐”며 “과거에 연임심사에서 부적격 통보를 받아서 사직하신 분들이 정말 근무성적 때문에 그런건지, 아니면 개인 비리 같은 것 때문에 사직하신 건지도 알 수 없다”고 첨언했다. 

자신의 SNS 글에 대한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의무는 구체적 사건 재판에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적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우려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걸 하면 안 된다, 사생활에서 하면 안 된다, SNS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좀 무리한 주장”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손 교수는 “안녕하시냐는 말씀은 제가 못 드릴 것 같다”며 서 판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또한, “통계자료를 보니 2008년에 사건처리율이 1위였고 조정률도 1위였는데 근무 평정에 상이 없는 것으로 돼 있더라”며 “조정률 2위라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잘 됐다는 하나의 반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로 서 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서 판사는 13일자 에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나의 연임 심사 과정을 통해 대법원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폭로됐다고 생각한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꿀 생각이다. 이를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계속 법원을 ‘부러진 법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재임용 탈락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할 생각”이라며 “인사위 심의 과정에서 내 해명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는데 재임용 불가 통지문에는 나의 소명에 대한 반박이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한, 서 판사는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바보판사’였다. 부장판사, 법원장과 관계가 불편해지면 근무 평정이 안좋아질 것을 알면서도 할말을 하려했으니 바보판사였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도 적당히 무임승차했어야 했는데 주도적으로 나섰으니 바보판사였다”면서도 “그러나 바보판사라는 평가는 영광이다. 이제 지해롭고 현명한 바보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서 판사는 “10일 연임 불가 통지문을 받고 충격 받았다. 연임에 탈락될 거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소명도 충분히 했고 인사위원들도 내 소명에 반박하지 않았다”며 “탈락이 현실화 되니 충격이었다. 그러나 주위에서 전화와 편지 등으로 굉장히 많은 지지와 격려를 해줘 지금은 좀 회복됐다”는 심경을 전했다.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사설] 법관 길들이기용 ‘부러진 인사’, 판사들이 바로잡아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0일자 사설 '[사설] 법관 길들이기용 ‘부러진 인사’, 판사들이 바로잡아야'를 퍼왔습니다.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결국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대법원이 어제 발표한 연임 법관 113명의 명단 어디에도 서 판사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밝힌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사유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판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구실일 뿐임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진짜 탈락 사유는 ‘가카의 빅엿’ 등의 글로 ‘각하’를 욕보인 죄, 촛불재판에 불법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을 앞장서 규탄한 죄,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 에 대해 “불편하지만 잘 만들었다”고 칭찬한 죄 등이다. 법원 수뇌부와 집권세력은 서 판사의 행동을 묵과하지 않고 재임용 탈락 조처로 철저히 보복했다.
서 판사 재임용 탈락은 다른 판사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수뇌부의 눈밖에 벗어나는 ‘튀는 행동’을 하면 언제든지 서 판사와 똑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무서운 위협이다. 법관의 신분은 이제 ‘10년짜리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락해 버렸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조처에는 법원을 온통 온순하고 순치된 양떼들로 채우겠다는 법원 수뇌부의 강력한 의지가 깃들어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만연한 것은 사실 서 판사와 같은 판사들의 존재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판결,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오만함,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재판 진행 등에 있다. 법정에서 재판 당사자들에게 막말을 하고 이들의 주장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는 일부 판사들이야말로 사법부 불신의 근원이다. 하지만 서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은 그가 “항상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해온 법관”이라고 전한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사법 불신의 근원에 메스를 대기는커녕 ‘괘씸죄’에 걸린 판사를 내치는 일에만 골몰했다.
사법부의 물구나무선 풍경은 신영철 대법관과 서기호 판사의 엇갈린 운명에서도 극명히 확인된다. 법관의 독립성을 무시한채 촛불재판에 불법개입한 신 대법관은 꿋꿋이 살아남아 이번에 서 판사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대법관회의의 일원으로까지 참여했다. 이런 역설적 비극이 바로 사법부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다.
주목되는 것은 젊은 판사들의 인식과 행동이다. 재임용 제도가 법원의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 판사, 윗사람들에게 도전적인 의견을 내는 법관들을 솎아내는 도구로 악용되는 한 재임용 탈락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판사는 아무도 없다. 법관 재임용 문제는 단지 서기호 판사 한 명이 법복을 벗고 안 벗는 문제를 넘어선다. 판사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 객관적이고 투명한 재임용 절차 마련은 사법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지금처럼 원칙도 심사기준도 모호하기 짝이 없는 ‘부러진 인사’를 방치하는 한 사법부는 ‘부러진 신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최시중, 허문도보다 더 나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30일자 기사 '"최시중, 허문도보다 더 나쁘다"'를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최시중 청문회, 반드시 필요하다

그해 겨울은 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서울 도심에서도 골목마다 거의 눈이 녹을 새가 없었다. 우리들은 취한 발걸음으로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눈물 훔쳐가며 그 미끄러운 눈길 골목들 술집을 끝없이 훑었다. 플라스틱 물바가지에 소주를 붓고 맥주ㆍ정종ㆍ양주 등 술이란 술은 다 섞어서 큰 잔에 나눈 뒤, "통폐합!"이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회사 빼앗긴 설움을 마셔댔다.


그리고는 진눈깨비에 젖은 개처럼 몸을 떨었다. 아무 짓도 할 수 없음을 자학하며 진저리를 쳤다. 필자는 동양방송(TBC)의 기자였다. 1980년 12월, 그 때 우리들이 이를 갈며 뇌리 깊숙이 담아 갖고 다니던 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허문도 씨였다. 허 씨는 언론 통폐합의 주역이었다.


필자의 기자 생활은 방송 12년에 신문 18년을 합해 30년여가 된다. 경력은 신문 쪽이 훨씬 많은데도, 지금 더 그립고 애착을 느끼는 것은 신문보다 근무기간이 짧은 방송기자 시절이다. 아마도 대학을 나와 바로 시작한 직장으로서의 '첫 정(情)'도 있겠으나, 언론 통폐합으로 회사를 빼앗기면서 겪었던 고통스러움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때문에 허 씨에 대한 증오도 더 컸을 것이다.



▲ 1988년 11월 22일 국회 문공위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오른쪽부터 허문도 전 청와대 비서관. 한용원 전 보안사 정보처장직무대리. 이병찬 전 검열단장이 80년 언론통폐합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

허 씨는 언론 통폐합이 소신이었다고 훗날 청문회에서 말했다. 기본 구상은 △언론과 재벌분리 △방송 공영화 △사이비 기자 정리라 했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80년 언론인 대량해직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보안사의 작품이며, "난세적(亂世的) 상황에서는 자유주의적 수단으로 자유를 지킬 수 없다"는, 이른바 난세론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난세적 상황'이 바로 전두환 씨를 비롯한 신군부와 허 씨 자신 등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상황이었음을 실토하지는 않았다. 그 같은 난세적 상황에서 쫓겨난 수많은 기자들과, 정든 회사를 빼앗긴 언론인들이, 80년 그 겨울 울면서 거리를 헤맸다. 몇몇은 얼마 뒤 죽기까지 했다. 허 씨 때문은 아니었을지라도 나이 든 언론인들은 지금도 그 해 겨울을 잊지 못한다.

허문도 씨는 이 나라 언론사(言論史)를 이야기 할 때, 한 시대를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다. 그 허 씨(1940년생)보다 나이는 더 많으면서도 한 세대(30년) 뒤에 등장해, 결코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겨 허 씨와 비교되는 사람이 바로 최시중 씨(1937년생)다. 허문도 씨의 전두환 정권과, 최시중 씨의 이명박 정권을 바로 수평 비교 할 수는 없다. 당장 선거절차를 거친 정당성이 있고 없고부터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허·최 씨 두 개인을 비교 할 때는, 정당성이 결여돼있는 전두환 정권의 허문도 씨가, 정당한 선거절차를 거친 이명박 정권의 최시중 씨 보다 나은 평가를 받는 아니러니가 등장한다. 허 씨가 이른바 '소신'에 따라, 사이비 언론의 극심한 폐해를 나름대로 정리했다는 '실적'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 보다는 특히 두 사람 개개인의 살아온 인생과 '도덕성'을 사람들은 비교하는듯하다. 허 씨가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마디로 최 씨가 도덕성에서 처진다고 했다.

두 사람을 다 아는 언론인들은 서슴지 않고 그렇게 말한다. 최 씨는 유력 정치인의 줄을 잡고 1964년 동양통신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 줄을 타고 최 씨는 이듬해인 1965년 동아일보 기자가 된다. 다 아는 이야기다.

그리고 1971년, '정치적 행사'와 관련해 당시로서는 거금인 200만 원을, '어떤 사람으로 부터 받은 것이 문제가 되어' 그는 구속된다. (바로 이 대목과 관련해 최시중 씨는 작년 3월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장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언론자유를 위해 독재에 항거하다 고문당하고 투옥되기도 했다"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동아일보에서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이 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모두 기절 할 듯이 놀랐다.)

결국 그 200만 원을 되돌려 주고 어찌어찌하여 무죄를 선고받아 사태는 수습되었다. 회사에서 최 씨는 사주의 전기(傳記) 쓰는 일을 맡아 매달리기도 했다. 그는 전두환 씨와골프 회동도 했고, 정치인 장관을 찾아가 줄 대기를 하려한 사실이 드러나 사내에서 말썽 된 적이 있다. 때문에 그를 '기자다운 기자'로 기억하는 동료는 별로 없다. 2007년 MB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이상득 의원과 친구였던 그는 날개를 달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한다.

최시중 씨의 언론 다루는 솜씨는 '탁월'했다. 그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되었을 때는, 정부 언론 관계가 YS때까지처럼, 정보기관 등에서 언론사별 담당자를 두고, '밀착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최씨는 먼저 말 잘 듣지 않는 사람 사장자리에서 밀어내고, '충성스런 내 사람'을 심는데 결사적으로 매달리며 '일'을 시작했다. 무리를 하면서 그런 구도를 만들어 갔다. 감사원·검찰과 작당해, 죄 없는 정연주 KBS 전 사장을 몰아 낸 것도 그런 수순이었다.


▲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방통위 브리핑실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 틈을 비집고 빠져나오고 있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일단 그게 된 다음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새로 앉힌 사장으로 하여금 걸림돌들 제거케 하고, 말 잘 듣는 언론사 만들도록 했다. 이른바 마피아의 underboss(부두목) 시스템이었다. 두목이 부두목 한 사람의 멱살만 잡고 있으면, 아무리 큰 조직이라도 멋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체계였다. MBC·YTN도 다 그렇게 했다. 바른 눈 박힌 '반골'들 그렇게 보도일선에서 쫓아냈고, <pd>등 '볼만 한' 프로들 그렇게 숨통을 조여 놓았다. KBS·MBC 보도책임자 불신임 난리도, 근원을 찾아 올라가면 다 최시중 씨의 얼굴이 나온다.</pd>

그의 공식 직함은 '방송통신'위원장이었으나, 내용적으로는 직함에 '신문'이 붙어 있었다. '신문'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 '종편(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아편 듬뿍 바른 당근을 손에 들고,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을 이리저리 멋대로 끌고 다녔다. 조·중·동은 그거 얻겠다고 죽기 살기로 조아렸다. 정신 못 차리고 알아서 기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MB의 '정권 안보'를 위한 언론담당 문지기였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가까스로 제자리 잡아가던 언론풍토는 그의 발길 밑에서 사정없이 유린되었다. 종편에 온갖 특혜 다 주고 미디어렙법 개정 방해하면서, 종편들이 기업에 눈 부라리며, 직접 "광고 내라" 손 벌리고 다니게 하는 '강도 면허'도 내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기업의 광고담당자들 따로 불러, 종편 쪽에 광고 물량 늘려 주라고 호통치는, 터무니없는 주문도 서슴지 않았다. 업계를 마구마구 어지럽혀 놓았다.

종편들 때문에 광고 수입이 격감했다며, 지역방송·종교방송에서는 아우성을 친다. 그런데도 종편들 시청률은 땅바닥에 딱 달라붙어, 미동도 하지 않는다. "최씨가 다 같이 죽게 된 판을 짜 놓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통위원회의 다른 고유 업무들도 엉망이었다. 2011년의 정부업무평가보고회에서 방통위원회는 꼴찌판정을 받았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했던가. 최씨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까지 검열하겠다고, 뉴미디어 정보심의팀 신설을 강행했다. '시대착오'라는 이야기가 한나라당에서도 나왔다. 미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정부의 이 같은 표현의 자유 검열에 대한 미국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까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기자가 그랬다. 국제적 망신살이었다.

MB정권 들어서기 전인 2007년, 영국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발표한 한국 IT 산업 경쟁력은 세계 3위였다. 최시중 씨가 방통위원장 되고난 이후 미끄럼타기 시작하던 이 순위가 2011년 19위까지 추락했다. IT강국, 우습게 되었다. 한 눈이나 팔면 다 그런 꼴 당하게 되어있다. "망쳐도 너무 많이 망쳐놓았다"는 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때맞춰 '양아들 게이트'니, '5만원 권 100장'이니, 이런저런 구린 이야기들도 들리기 시작한다. 사표를 쓴 그는 죄 없다고 시침을 떼지만, 지켜봐야 할 일이다. 검찰수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눈 부릅뜨고 주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평소의 희망대로 최 씨가 '뒷모습이 아름다운 언론계 선배'로 남을 수 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허문도 씨가 그리 됐듯이, 악몽같던 최시중 씨의 시대도 확실히 정리되어야 한다. 청문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홍근 칼럼니스트

2012년 1월 23일 월요일

MB, 명품 패딩 입은 손녀와 재래시장에서 서민 코스프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3일자 기사 'MB, 명품 패딩 입은 손녀와 재래시장에서 서민 코스프레?'를 퍼왔습니다.
누리꾼들 와글와글… 평소 대통령동정 중계하던 방송은 침묵

설 연휴를 맞아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통인시장에 함께 방문한 이 대통령 손녀의 옷이 고가의 명품 패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22일 오후부터 하루 내내 트위터와 블로그 등 인터넷과 언론사 인터넷뉴스로 확산됐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미투데이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설 연휴 첫날 청와대 인근인 종로구 통인시장을 가족과 함께 찾아 손녀에게 “어떤 과자 사줄까?^^”라며 함께 과자도 고르고, 떡집에서 좋아하는 백설기도 샀다고 전했다.
김윤옥 여사 역시 황태포, 밤, 쇠고기 등을 구입하며 동네 이웃이기도 한 상인들과 설 인사를 나눴고, 이 대통령은 “대목인데 많이 파시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상인들도 “오랜만에 오셨어요”, “우리 시장 대박나겠어요”라고 반갑게 맞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소식과 함께 청와대가 제시한 사진에서 나타났다. 사진에 찍힌 손녀는 모두 두명으로 한 명은 흰색 패딩 점퍼를, 다른 한명은 검은색 털코트를 입고 있었다. 이 가운데 손녀가 입고 있는 점퍼가 명품 ‘몽클레어’ 패딩 점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누리꾼들과 트위터 사용자들은 몽클레어 패딩이 매장 가격 기준으로 성인용이 150만 원~300만 원에 달한다며 “말로만 서민 흉내낸 것 아니냐”는 냉소와 질타가 쏟아졌다.


설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 내 상점에서 손녀들에게 과자를 사주고 있다. ⓒ청와대

“이명박 손녀딸 패딩은 300만원짜리 몽클레어 제품. 구멍가게에서 손녀 과자사준다고 서민 코스프레해봤자…”(닉네임 thefatalfunnel)“재래시장 가서 서민들 신년엿먹였군요!”(bali_korean)
특히 닉네임 felixoal도 트위터에 “이명박 손녀가 300만원대 몽클레어 패딩입은것에 사람들이 분노하는게 아니다”라며 “이명박씨가 뼛속까지 서민이라며 위선을 부린 것에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당신들 노무현 손녀딸옷과 노무현 환갑기념시계에 대해 뭐라고 했는가”라고 질타했다.
‘koreasea11’도 “바다사람 이명박 손녀가 몽클레어를 입든 말든 뭐가 문제이겠습니까”라며 “우리 대통령께서 언제부터 서민들 생각하셨다고, 돈 많은 대통령 손녀딸이 명품패딩입겠다는데 뭔 문제겠나요? 우리 대통령께서는 항상 건설업체 사장님들 생각하시죠”라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일부 누리꾼은 “(실제 가격은) 60만~70만원으로 알고 있다. 중고등학생도 40만~50만원짜리 패딩입는데 대통령 손녀쯤 되면 그 정도도 입으면 안되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에서 설을 맞아 장을 보고 있다. ⓒ청와대

이렇게 오후 내내 트위터와 각종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 손녀 명품 패딩 논란이 회자됐을 뿐 아니라, 국민일보 쿠키뉴스, 매일경제, 경향신문, 세계일보,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뿐 아니라 조선일보 온라인뉴스에서조차 이 소식을 전했으나 지상파 방송3사인 KBS MBC SBS 메인뉴스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방송 3사는 나란히 명절 준비에 한창인 시민들의 설맞이 표정과 귀성길 정체상황, 설 추위 등을 전했고, MBC의 경우 ‘상차림 대행 대목‥명절 음식도 세태 따라’, ‘파리도 '설 특수'‥동양 명절에 신나는 유럽’ 등을 방송했다. SBS는 ‘세뱃돈도 명절 스트레스…어느 정도가 적당?’, ‘명절 선물'이 갈등 씨앗…부부 결국이혼까지’ 등의 설관련 뉴스를 다양하게 실었다. 

그러나 정작 이명박 대통령의 설 나들이 때 논란에 대해서는 평소 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던 방송사들이 이날따라 입을 꼭 다물었다.


22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SNS 선거운동 제한은 '위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9일자 기사 'SNS 선거운동 제한은 '위헌''를 퍼왔습니다.
SNS 선거운동 제한한 선관위 공직선거법 해석 '한정위헝'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선거 180일 전부터 공공 게시물을 통한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가운데 6명이 ‘위헌’을, 2명이 ‘합헌’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은 “선거일전 180일부터…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SNS를 ‘기타 유사한 것’으로 규정하며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시켰다.
헌재의 이번 한정위헌 결정은 선관위의 이러한 해석과 적용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한정위헌 결정’은 ‘법 조항이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한 경우 법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의미와 내용의 해석 범위를 한정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 등은 6·2 지방선거 시기 선거관리위원회가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규제하겠다고 밝히자 관련 법 조항이 불명확하게 돼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물음에 건네는 2011년 풍경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9일자 기사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물음에 건네는 2011년 풍경'을 퍼왔습니다.
[2011 미디어 결산]종편 벌한 SNS, 나꼼수 벌하려는 방통심의위

한국 사회에서 1년을 정리하는데 '다사다난'이란 표현은 늘 25.7%쯤 부족하다. 더욱이 올 해의 경우, 한 해의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 가장 뜨거웠던 미디어 이슈, 변화, 사건을 꼽아봤다. 1위부터 5위까지는 편집국 논의를 통해 결정했으며  나머지는 무순이다. 


▲ 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이용현황은 2010년에 비해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1. 스마트폰 2000만대 돌파, SNS의 시대
‘전통적 개념의 미디어 시대는 끝났다’ 지난 2007년 구글의 부사장인 빈트 서프가 미디어 혁명을 단언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그냥 바다 건너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바야흐로 2011년 한국 사회도 ‘슈퍼 플랫폼을 든 개인들의 시대’가 전통적 개념의 미디어에게 종언을 고하고 있다.
신문 구독률은 떨어지고, TV시청률 마저 전과 같지 않지만 정보의 유통과 확산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2011년은 한국 사회 미디어 지형에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궤도에 오른 해로 기억될 것이다. 신문도 방송도 보지 않으며 생각 없이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그러나 손엔 하나씩 ‘슈퍼 플랫폼’을 들고 전에 없던 ‘네트워크’를 형성해 오히려 기존의 미디어를 ‘정보빈자’(information poor)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2011년 스마트폰 보급률은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2000만대를 돌파했다.
스마트폰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시대의 도래는 기존의 언론 구도는 물론 사회적 이슈의 설정 능력, 전통적 방식의 지식 정보 유통에 그야말로 ‘빅 엿’을 먹이며 사회 전체를 격변으로 몰아넣었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촉발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결부터 10.26재보선 그리고 최근의 안철수 현상에 이르기까지 2011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사회적 현상에는 SNS가 있었다. 미디어가 ‘마사지’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SNS는 하나의 미디어라기 보단 이제 미디어 전체를 포괄하는 어떤 상위개념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과 SNS가 촉발시킨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아직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란 점이다. 내년 선거에서 SNS의 위력은 이제 변수를 넘어 부동의 상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조중동과 지상파로 대변되는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최후의 장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운 미디어는 언제나 임계점에 이르면 경계를 넘어 이전 미디어를 완전히 낡은 것으로 만들어왔던 점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내 엄청난 사회적 힐난과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패러디 대상이 됐다. 종편의 생존 방법은 이제 박근혜 의원이 형광등 100개를 켜준 특혜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종편 스스로 기업의 비리를 형광등 100개 켠 밝기로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광고를 약탈하는 것 외엔 딱히 없어 보인다.
2. 창대한 기획, 미약한 시작, 이미 빤한 결과, 종합편성채널
태생적 ‘특혜’, 과정상의 ‘반칙’ 총체적으론 ‘꼼수’. 이명박 출범 이후 언론계를 가장 오래도록 뜨겁게 달구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죄도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이 지난 12월 초 개국했다. 하지만 뭐랄까. 기획은 창대했으나 시작은 미약했고 결과는 벌써 망했다고 해야 할까. 동시 개국한 종편 4사들이 개국 후 한 달 동안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참담 또 참담한 수준이다.
개국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 2%였을 정도로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는 종편 채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평균 시청률 0.3%대를 사이좋게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이 더 낯 뜨거운 것은 그 와중에 서로가 정색하며 ‘내가 1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향력이 너무 미비하여 차마 비판하기도 머쓱한 상황이랄까.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과 ‘여론 다양성의 확보’라고 하는 애초의 추진 목표는 안드로메다로 간지 이미 오래됐다. 현재적 시점에서 종편은 지상파, 케이블 인기 채널 아래에 위치하는 3부 리그 위상 쯤 된다. 물론, 아직 종편이 실패라고 말하기엔 이른 시점이긴 하다.  종편은 추가적인 특혜를 요구할 것이고 그들이 지금까지 생존해 온 과정을 봤을 때, 최후의 순간까지 말이다.

▲ 올 한해 신드롬을 일으킨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의 콘서트 모습. ⓒ오마이뉴스 권우성

3. 나꼼수의, 나꼼수에 의한, 나꼼수를 위한

2011년은 세계 1위 인터넷 팟 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의한, 나꼼수를 위한, 나꼼수의 해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미 웃고 있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4.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십니까? 지상파 뉴스 연성화
“여기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 전 한 트위터리안이 최근 지상파 뉴스가 ‘멧돼지 뉴스’, ‘체리 뉴스’, ‘45분짜리 날씨 뉴스’라는 볼멘소리를 남기자 이를 RT한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남긴 멘트이다. 이 짧은 언급에는 2011년 지상파 뉴스가 어떤 사회적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시청률 경쟁에 사로잡혀 뉴스 시간대를 오락가락하는 극약처방까지 등장했던 2011년 지상파 뉴스의 사회적 위상은 ‘지체’, ‘낙후’, ‘낙제’ 그 자체다.
2011년 지상파 뉴스는 중요한 것은 후반에 배치하고, 헤드라인에는 정보가, 뉴스 전반부에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말랑말랑한 뉴스들이 자리 잡는 신종 포맷이 방송 3사 모두에 완전 정착된 한 해였다. 메인 뉴스에는 검색어를 노린 리포트를 배치하고  CCTV를 이용한 선정적인 화면은 물론, 뉴스의 가치와 상관없이 ‘시청률’ 상승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싶은 주제들이 알뜰살뜰한 대접을 받은 한 해였다. 뉴스보다 개그콘서트가 더 시사적이고, 기자의 멘트보다 무한도전 자막이 더 날카로웠던 2011년 방송 뉴스는 보도국이 아닌 예능국의 콘텐츠로 손색없었다. 


▲ '봉숭아학당'보다 재밌고 '막걸리 보안법'보다 우스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든 주역들. 좌로부터 박만 위원장, 권혁부 부위원장, 최찬묵·박성희·엄광석·구종상 위원ⓒ방통심의위

5. ‘봉숭아 학당’ 보다 더 웃겨서 너무 슬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위질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봉숭아 학당’이 끝난 공백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메웠다. 애당초 뭘 하는 기관인지 알 수 없으나 어지간한 우스운 짓에는 반드시 이름을 올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 한해 에게 시시각각 와라 가라하며 괴롭힌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SNS 심의 부서를 신설, 일기장 들여다보는 훈육선생처럼 표현의 자유를 향한 드잡이를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희극이라면, 진짜 비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면면이 ‘봉숭아 학당’의 맹구, 오서방, 연변총각, 왕년에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에 속았다고 생각하고, SNS에 올린 농담에는 죽자고 덤비지만 종편을 심사할 때만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학구적이며 언론의 자유에 유독 강한 신념을 보이곤 했다.
△ KT 2G서비스 종료, 엎치락뒤치락 법원 판결
KT 2G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본안판결 선고 시까지 폐지승인 효력을 정지한다’던 법원의 판결은 딱 19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다. 26일 서울고법은 KT의 2G서비스 종료를 중지시켜 달라는 요청에 “신청인들의 손해는 번호통합정책에 따른 것일 뿐 2G망 폐지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방통위와 KT의 손을 들어줬다.
번호통합정책이 2G서비스 종료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간과한 것은 물론, “금전으로 보상하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준 법원에 감사라도 해야 할 일일까. 2G서비스 이용자 16만 명이 KT와의 계약에 따른 권리는 하잘 것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SKT와 LGU+의 4G LTE 서비스 시작에 똥줄 탄 곳은 KT였다. 그리고 지난 주파수 경매에서 일정 정도 양보하게 된 KT에 대한 보상이 조속한 2G서비스 종료와 향후 할당될 주파수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쨌든, 옳다구나 KT는 1월 3일 2G서비스 종료 4일부터 LTE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타 통신사의 2G서비스 종료와도 연결, 2012년에도 핫한 뉴스가 될 확률은 100%다.
△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언론5적
시간을 흘렀고, 바야흐로 선거는 다가오고 있다. ‘언론 5적’, 심판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당초 2009년 이른바 언론악법 날치기로 낙인찍혔던 언론5적은 한나라당 소속 김형오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나경원 문방위 간사, 정병국 미디어특위 위원장, 고흥길 문방위원장이었다. 나열해 놓고 보니 굳이 심판이 필요한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제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러분 가운데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도저히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라는 자기고백에 가까운 망언을 퍼부었던 김형오. 정치인으로서 고속행진을 벌였으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똑’ 떨어져 “집에서나 쉬라”는 핀잔을 들어야했던 존재감 줄어든 나경원. ‘자연산’ 발언으로 자리를 내놓게 된 보온상수, 안상수. 문화부 장관 내놓고 총선에 매진하고 있을 정병국. 한마디로 존재감 전무의 고흥길.
그러나 2011년 인원교체가 이뤄졌다. 종편의 개국까지 포함한 ‘언론5적’이 탄생했다. 조중동저지네트워크가 선정한 2011년도 판 ‘언론5적’에는 김형오, 안상수가 빠졌고,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의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추가됐다. 조중동 개국에 지대한 공을 세우신 최 위원장은 지금은 종편의 세일즈맨을 자처 대기업들을 두루두루 볶아내고 계신다.
△ 2011년에도 언론인 해고는 “계속됐다”
2011년에도 언론해고자 수가 늘었다. ‘정수재단으로부터의 경영권 독립’을 요구해 왔던 이호진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사태를 간략히 이야기하면 이렇다.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재단. 대세론 잃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2005년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자신의 비서였던 최필립 씨를 정수재단 이사장으로 앉혀 실질적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언론사가 한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이라는 현재에 믿기지 않을 수 있으나 사실이다. 노사는 올해 2월 경영권 독립을 위한 사장추천제 실시에 합의했으나 정수장학회가 노사 합의 사항을 거부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징계위에 회부 된 이후, 해고됐고 신문은 발행 중단사태까지 이어졌다.
언론인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결자해지! 대선에 나서려거든 박근혜 위원장은 정상화부터 시키는 게 답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속보가 날아들었다. ‘조중동방송 저지’ 등을 내걸고 3차례의 미디어법 총파업을 지휘한 최 전 언론노조위원장에게 SBS 사측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해고’ 전 단계라는 게 SBS조합원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최 전 위원장은 또 다시 투쟁에 나섰다. “쫄지 말자”며.
△ “지역MBC는… 죽었다”, 진주·창원MBC 통폐합
“땅땅땅”, 1968년 5월31일 개국한 진주MBC가 2011년 8월 8일 오전 11시45분 ‘해산’ 됐다.
‘광역화’라는 이름으로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한 김재철 MBC 사장과 온갖 위법을 저지르면서 하수인 노릇을 톡톡히 완수한 김종국 진주MBC 사장(전 기획조정실장).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주·창원 MBC 합병을 또 표결처리로 승인한 방통위. 그들 덕분에 43년 3개월여의 역사를 끝으로 진주MBC는 사라졌다.
‘상호 전략적 사업 성장을 통한 경영 합리화 도모’, ‘경쟁력 강화를 통한 주주 가치의 극대화 추구’라는 장밋빛 미래가 달성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을까. 2011년 미디어 핫뉴스? 한 방송사가 사라진 사건, 진주MBC 통폐합이다.
△ 700㎒ 주파수 재배치, 통신에 퍼주기 논란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지상파방송’, 700㎒ 주파수 재배치에서 다시 그 위치를 확인해야만 했다.
완료되지 않은 디지털전환을 빌미로 주파수 재배치 계획이 발표됐고, 방송계는 또 반발했다. 방통위는 지난 26일 470~806㎒ 대역 주파수 회수에 따른 손실 보장 기본계획을 결정했다. 골자는 698~806㎒ 대역의 주파수 가운데 40㎒는 차세대 통신 ‘4G Advanced’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방송에서 사용해왔던 공공재인 주파수를 통신 쪽에 돈 주고 팔겠다는 얘기다. 남은 주파수 박박 긁어 통신 쪽에 주려는 방통위의 큰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종편 챙기듯 알뜰살뜰히 통신을 보살피고 있는 방통위, 이번에도 방송은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됐다.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빅브라더가 욕심 낼 빅데이터,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12일자 기사 '빅브라더가 욕심 낼 빅데이터,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를 퍼왔습니다.
[미디어 테크놀로지] 클라우드와 SNS, 모바일, 그리고 빅데이타

앞으로 최소 5년 동안 시대를 풍미할 기술을 꼽으라고 한다면 클라우드, SNS, 모바일, 그리고 빅데이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에 열린 IT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가트너 IT 심포지움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IT업계의 기본 속성상 5년이란 시간은 거의 영원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위의 네 가지 기술은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다. SNS가 가장 위 정점에 있고 이는 빅데이터를 생산하며, 이들 지지하고 있는 인프라 측면 클라우드 기술과 개인화 측면의 모바일 기술이다.

SNS은 이러한 기술 변화를 추구하게 하고 유도하는 핵심 컨텐츠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SNS는 인간과 인간이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지금까지 서로 만나고 전화로 통화하여 맺는 인간관계는 수십 명, 많아야 200~300 명 정도였지만, SNS는 수 천명까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한다. 비록 느슨한 관계이긴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도 활용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몇 년 후 만나면 서로 서먹서먹하기 조차 했던 관계가 SNS를 통해서 계속 소통을 한다면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이미 파악을 하고 만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SNS는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싶고, 기존의 인간관계로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소통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SNS는 기술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인간관계 맺기는 기업 조직 운영을 할 때 매우 필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느슨하게 많은 사람들을 알아야 하는 기업에는 정확하게 맞는 소통기법이다. 따라서, 현재의 SNS은 필연적으로 기업 조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최근, 기업에서 SNS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기업의 핵심 역량 중 하나가 직원과 직원과의 소통, 직원과 고객간의 소통, 직원과 협력사의 소통이다. 이 소통을 잘 하는 기업은 성공한다. SNS이 이러한 소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전세계적으로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9억 명이라고 한다. 거의 2 개월에 1억 명 씩 증가한다고 한다. SNS가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모바일 때문이다. 모바일은 스마트폰, 패드, 태블릿과 같은 디바이스를 활용한 기술이다. 모바일이 단어가 주는 의미인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만 강조했다면 SNS는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초기의 스마트폰을 만들 때,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베리, 노키아 등 세계적인 회사들은 모두 스마트폰의 ‘모바일’ 기능이라는 기본 개념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PC에 집착했고, 블랙베리는 가지고 다니면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폰에 집착했고, 노키아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기능이 많은 휴대폰에 집착했다. 스마트폰의 ‘모바일’ 기능만 강조했고 이들은 실패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PC처럼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이메일을 받고 보내는 것은 훌륭한 기능이었으나 사람들은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은 기존의 ‘모바일’ 폰도 아니고 PC도 아닌 전혀 다른 형태의 스마트폰을 제시했다. 소비자들은 현장에서 바로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그리고 나의 위치를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오픈했다. 수없이 많은 다양한 앱들이 쏟아졌다. 책 한 권에 해당하는 매뉴얼 없이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3G 네트워크는 이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소비자는 애플과 안드로이드에 열광했고 당연히 이들의 성공은 SNS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새로운 시대는 기존의 컨셉을 빠져 나왔을 때 열리는 것이다. 

모바일이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컨셉이 있다. 모바일은 개인이 들고 다닌다. 모바일은 남과 공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바일은 특정한 개인의 정보를 양산할 수 있는 기계이다. 모바일은 개인의 현재 위치, 개인이 전화/문자한 내용과 시간, 각종 어플들을 사용할 때 입력한 데이터, 개인이 구매하고 소비한 결과등 개인에 대한 거의 모든 족적을 남기고 다니는 기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위치정보, 개인의 통화정보는 법적으로 노출을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데이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필요시에는 개인의 위치정보나 통화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현재 위치정보는 개인의 동의하에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고객의 정보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고객이 매달 카드사용료 낼 때나 콜센터에 전화를 할 때, 데이터가 생기는 정도이다. 고객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양산하는 모바일 덕분에 그 고객이 자주 다닌 곳을 통해서 고객이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고객이 SNS에서 그 기업 대한 불만을 잔뜩 써놓은 경우, 기업이 원한다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카드 값을 내는 것은 데이터 1 건을 만들지만 자신의 위치정보는 한 달에도 수백 건이 될 수 있다. SNS에서 기업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수 십 건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데이터이다. 아마도 기존 데이터의 수백 배 이상 규모일 것이며 데이터의 형태도 일반 데이터와는 아주 다르게 사진정보, 위치정보, 우리가 사용하는 평상 언어 (자연어) 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초대용량, 비정형 데이터를 전문용어로 ‘빅데이터’ 라고 한다. 빅데이터가 떠오르는 이유는 과거에는 이러한 초대용량,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었다. 분석할 수 없었다는 것 보다는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해야 맞다. 그런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을 저렴하게 할 수 있게 했다.

왜 빅데이터를 분석할까? 그것은 고객이 현재 이 순간의 요구하는 바를 기업이 정확하게 파악해서 필요한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강남역 근처에 있다고 하면 과거 소비성향을 분석해서 시간대를 맞추어 카드사의 가맹점을 스마트폰에 추천해 줄 수 있다. 이것은 아주 기초적인 활용이지만 아이디어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누군가 내 일거수 일투족을 상세하게 다 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쾌한 일일 수 있다. 반대로, 백화점에 가면 나를 우수고객으로 인정해주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해주기를 바란다. 고객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습성도 다 기억해서 그때그때 맞춤 서비스를 해 준다면 어떨까? 정말 고마운 일일 수도 있지만, 진짜 정이 떨어질 수도 있다. 

향후 5년 이상을 지배할 기술이 클라우드, SNS, 모바일, 빅데이터라고 했다. 이것은 서로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돌아간다. 그것은 인간의 광범위하고 대규모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모바일 혁명과 그것이 양산하는 빅데이터에 의해 그러한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되는 빅브라더 같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맞물려 있다.

"소통 막는 건 먹통 정권의 말기 현상"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12일자 기사 '"소통 막는 건 먹통 정권의 말기 현상"'을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놀고들 자빠졌네"

맨 정신으로 이 나라의 이 시대를 살아가기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절대 다수 국민들의 속을 박박 긁어놓는 'MB의 세상'에서, '백성 노릇'하기가 너무나도 고되다고들 말한다. 100마디의 불평이나 꾸짖음보다도, 참다 참다 단말마(斷末魔)의 비명 같은 외마디 욕설을 내지르면서, 울화통을 삭혀내는 현상들도 그래서 생기는 것 같다. 그런 식의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 때문일 것이다. 속가슴에 농축되어 있다가 용수철처럼 튀어 나오는 소리,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욕설이 요즘 유행이다. 한 지상파 TV의 사극에서, 세종임금이 한글 창제를 결사반대하는 중신과 사대부들을 향해 쏘아댄 욕이다. 세종은 백성을 무한히도 사랑한 임금이었다. 소통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 군왕이었다. 읽고 쓰기 쉬운 한글을 만들어, 왕과 사대부와 백성들이 힘 안들이고도 소통하는 수단 삼고자 몸을 던진 학자요, 현인(賢人)이었다.

실제로 세종이 그렇게 욕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한자'와 '소통'을 자기들만의 기득권으로 끌어안고 있는 상류층 인사들의 모습이, 그에게는 '지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세종대왕이 살아서 최근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 테러사건을 보았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아마도 천인공노할 초대형 소통방해사건으로 지목했을 것이다. 서슴없이 "지랄하고 자빠졌네"라 쏘아붙였을 것이다


▲ 10.26 재보선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은 경찰 수사에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9급 비서 공모 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났다. ⓒ뉴시스

민주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야비한 범죄였다. 축구시합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게 되어 있었다. 시합에 참여해야할 관계자들도 모르게 경기장소가 효창구장으로 바뀌었다. 장소변경 안내문이 붙어 있어야할 게시판은 누군가 먹칠을 하고, 알아 볼 수 없게 아예 휘장으로 가린 뒤 못질을 해버렸다. 당사자들의 경기참여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런 식으로 투표장소를 바꾸고, 컴퓨터를 공격해 마비시킴으로써, 바뀐 투표소를 알아볼 수 없게 한 짓거리가 이번 사건이다.

물론 선거공보에 변경된 투표장소가 기재돼 있다하나, 요즘 선거공보 보고 투표소 찾아가는 사람 별로 없다. 대개 전에 하던 데 찾아서 간다. 특히 컴퓨터를 통해 장소 알아본 뒤 투표소 찾아 나서는 젊은 층이 골탕을 먹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야권후보에 우호적인 젊은 층의 눈을 가린 사건이다. 소통을 막아 투표 못하게 한 사건이다. 여당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투표소는 야당성향이 강한 강북지역에서 더 많이 바뀌었다. 서울시 전체 투표소 가운데, 15% 정도인 332곳이 8ㆍ24 무상급식 투표소 있던 곳에서 자리를 옮겼다. 그 중에서도서대문구는 48%, 금천구는 43%나 되었다. 선관위는 그 많은 투표소가 장소를 바꾼 이유를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 하고 있다. 그렇게 '투표소 변경'에서 수상한 냄새가 나더니, 디도스 공격을 놓고 '짐작한 수순'대로, '북한 소행'이라는 한 '보수신문'의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그쯤해서 어딘가 '잘못된 듯'하다.

어쩌다 한 국회의원의 9급비서가 꼬리를 잡혔다. 작전은 이렇게 전개된 듯하다. 우선 겉보기에도 국제무대에서 벌어지는 무슨 007영화를 방불케 한다. 청와대 인사와 국회의장ㆍ이 국회의원ㆍ저 국회의원의 비서들이 서울의 호화 룸살롱에서 밤을 새우는 술판을 벌이고, (심부름꾼인) 27세의 9급비서가 (누군가의 지령을 받아) 필리핀에 가 있는 행동책에게 임무를 전달하면, 국제전화로 다시 서울의 대원들에게 사이버 공격명령이 하달되어 작전이 개시되는 등, 전 과정이 번쩍이고 드라마틱하기 그지없는 양상이었다.

선관위 공격에는 좀비PC가 1500~2만 대는 동원됐을 것이고, 그 비용만도 결코 적지 않았으리라는 전문가들의 증언도 나왔다. 그리고는 이 나라 경찰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의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한 국회의원의 27세 된 9급비서가 저지른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그걸 믿으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수는 없다. 우선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벌어졌던, 한나라당의 '난리법석 과정'을 짧게나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이 지난해의 지방선거에 이은 몇 차례의 국회의원 재보선, 8ㆍ24 무상급식 투표와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계속된 패배를 거치면서, 지도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에 불을 댕긴 직접적인 불쏘시개가 된 것만은 맞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경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져 나왔다. 당 차원에서 관련이 있는 사건이고, 당도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이 너무나 짙게 풍겨 나왔다.

혁명적으로 쇄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재창당과 당의 해체이야기도 나왔고,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쓰기도 했다. 필경 당 대표가 사퇴함으로써, 한나라당을 와해 직전까지 몰고 간 사건이었다. 다른 기관도 아닌 한나라당 정권의 경찰이 수사를 진행중인 때, 한나라당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졌었다. 경찰과 아무런 교감도 없이, 그토록 철저하게 한나라당이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믿는 사람 거의 없다.

전적으로 대통령과 당대표에 대한 미움 때문에 그랬다고 볼 수도 없게 돼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사건이라면, 뺨 때린 사람이 적어도 9급비서보다는 좀 더 '거물'이어야 맞다는 이야기다. 최고위원 가운데 한 명도 그동안 공공연히, 9급비서 혼자의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해왔다. 그런데도 '단독범행'이라는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코멘트는 나왔다.

한나라당의 사무총장이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일부 보좌진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으로 전체 보좌진의 사기가 꺾여서는 안 된다"며 "윤리의식을 가져달라"고 했다. '그릇된 판단과 행동을 한 것은 일부 보좌진'이라는 이야기였다. 사실상 '윗선이 없는' '단독범행'임을 기정사실화 했다. 경찰이 '단독범행'임을 발표하고, 당 차원에서 기정사실로 못 박음으로써 아귀가 맞아들어 갔다. 정권차원에서, '단독범행'이라는 무리수를 감행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믿겠는가. 그것은 소통의 먹통을 의미한다. 필자도 고약한 소리 좀 해야겠다. 그야말로 "놀고 자빠졌네"다. 소통을 막는 것은 먹통정권의 말기 현상이다.

연장선상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요즘 계속해서 '눈부시게' '놀고'있다. 개인 간의 소통 내용까지 들여다보는 온라인 여론 장악방안을 놓고, 이 궁리 저 궁리 하던 그 위원회가 드디어 일을 냈다. 지난 7일 SN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심의를 담당하는 '뉴 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SNS 심의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중인데도 그랬다. 한나라당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의 디지털위원장이 '권한남용과 시대역행'을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더 이상의 과대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죽하면 미국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도 "한국정부의 트위터나 페이스 북 검열에 대한 미국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하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인터넷에서도 적용돼야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망신스러운 이야기다.

그러나 남이야 뭐라 하건 이 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계속 '놀고'있다. 지난 6일 저녁에는 최시중 위원장이 주요대기업 광고담당 임원과 광고업계 간부들을 종로의 한 중국음식점에 불러 모아놓고 "광고를 비용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보고 광고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종편에 대한 광고를 늘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시청률과 광고 수주 등 종편 쪽 사정이 잘 안 풀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에 대한 '빚'을 갚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나 할 일이 아니다. 'SNS 심의'나 '광고압력' 역시 소통은 안중에도 없는 말기 현상이다.

인천지방법원의 현직부장판사가 한미 FTA에서 문제 될 수 있는 사안들을 조목조목 적시해가면서 대법원장에게 건의문을 냈다. 대법원 산하에 TF를 설치해 우리의 사법 주권이 침해당하지 않는지 연구 검토하는 조치를 취해 달라는 건의였다. 160여명이나 되는 판사들이 동의했다. 당초 이런 뜻이 알려지자 대법원장은 점잖게 꾸짖었다.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 법관은 항상 진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것은 대법원장 자신이었다. 부장판사를 향한 꾸짖음이 MB 귀에 들어가기 바란 게 아니냐는 '오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부장판사의 건의문은 진정성이 넘쳐났고, 법관들의 언행은 신중하면서도 정확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사법부에서 만이라도 소통이 건강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오홍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