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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물음에 건네는 2011년 풍경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9일자 기사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물음에 건네는 2011년 풍경'을 퍼왔습니다.
[2011 미디어 결산]종편 벌한 SNS, 나꼼수 벌하려는 방통심의위

한국 사회에서 1년을 정리하는데 '다사다난'이란 표현은 늘 25.7%쯤 부족하다. 더욱이 올 해의 경우, 한 해의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 가장 뜨거웠던 미디어 이슈, 변화, 사건을 꼽아봤다. 1위부터 5위까지는 편집국 논의를 통해 결정했으며  나머지는 무순이다. 


▲ 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이용현황은 2010년에 비해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1. 스마트폰 2000만대 돌파, SNS의 시대
‘전통적 개념의 미디어 시대는 끝났다’ 지난 2007년 구글의 부사장인 빈트 서프가 미디어 혁명을 단언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그냥 바다 건너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바야흐로 2011년 한국 사회도 ‘슈퍼 플랫폼을 든 개인들의 시대’가 전통적 개념의 미디어에게 종언을 고하고 있다.
신문 구독률은 떨어지고, TV시청률 마저 전과 같지 않지만 정보의 유통과 확산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2011년은 한국 사회 미디어 지형에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궤도에 오른 해로 기억될 것이다. 신문도 방송도 보지 않으며 생각 없이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그러나 손엔 하나씩 ‘슈퍼 플랫폼’을 들고 전에 없던 ‘네트워크’를 형성해 오히려 기존의 미디어를 ‘정보빈자’(information poor)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2011년 스마트폰 보급률은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2000만대를 돌파했다.
스마트폰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시대의 도래는 기존의 언론 구도는 물론 사회적 이슈의 설정 능력, 전통적 방식의 지식 정보 유통에 그야말로 ‘빅 엿’을 먹이며 사회 전체를 격변으로 몰아넣었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촉발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결부터 10.26재보선 그리고 최근의 안철수 현상에 이르기까지 2011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사회적 현상에는 SNS가 있었다. 미디어가 ‘마사지’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SNS는 하나의 미디어라기 보단 이제 미디어 전체를 포괄하는 어떤 상위개념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과 SNS가 촉발시킨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아직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란 점이다. 내년 선거에서 SNS의 위력은 이제 변수를 넘어 부동의 상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조중동과 지상파로 대변되는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최후의 장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운 미디어는 언제나 임계점에 이르면 경계를 넘어 이전 미디어를 완전히 낡은 것으로 만들어왔던 점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내 엄청난 사회적 힐난과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패러디 대상이 됐다. 종편의 생존 방법은 이제 박근혜 의원이 형광등 100개를 켜준 특혜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종편 스스로 기업의 비리를 형광등 100개 켠 밝기로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광고를 약탈하는 것 외엔 딱히 없어 보인다.
2. 창대한 기획, 미약한 시작, 이미 빤한 결과, 종합편성채널
태생적 ‘특혜’, 과정상의 ‘반칙’ 총체적으론 ‘꼼수’. 이명박 출범 이후 언론계를 가장 오래도록 뜨겁게 달구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죄도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이 지난 12월 초 개국했다. 하지만 뭐랄까. 기획은 창대했으나 시작은 미약했고 결과는 벌써 망했다고 해야 할까. 동시 개국한 종편 4사들이 개국 후 한 달 동안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참담 또 참담한 수준이다.
개국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 2%였을 정도로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는 종편 채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평균 시청률 0.3%대를 사이좋게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이 더 낯 뜨거운 것은 그 와중에 서로가 정색하며 ‘내가 1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향력이 너무 미비하여 차마 비판하기도 머쓱한 상황이랄까.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과 ‘여론 다양성의 확보’라고 하는 애초의 추진 목표는 안드로메다로 간지 이미 오래됐다. 현재적 시점에서 종편은 지상파, 케이블 인기 채널 아래에 위치하는 3부 리그 위상 쯤 된다. 물론, 아직 종편이 실패라고 말하기엔 이른 시점이긴 하다.  종편은 추가적인 특혜를 요구할 것이고 그들이 지금까지 생존해 온 과정을 봤을 때, 최후의 순간까지 말이다.

▲ 올 한해 신드롬을 일으킨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의 콘서트 모습. ⓒ오마이뉴스 권우성

3. 나꼼수의, 나꼼수에 의한, 나꼼수를 위한

2011년은 세계 1위 인터넷 팟 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의한, 나꼼수를 위한, 나꼼수의 해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미 웃고 있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4.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십니까? 지상파 뉴스 연성화
“여기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 전 한 트위터리안이 최근 지상파 뉴스가 ‘멧돼지 뉴스’, ‘체리 뉴스’, ‘45분짜리 날씨 뉴스’라는 볼멘소리를 남기자 이를 RT한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남긴 멘트이다. 이 짧은 언급에는 2011년 지상파 뉴스가 어떤 사회적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시청률 경쟁에 사로잡혀 뉴스 시간대를 오락가락하는 극약처방까지 등장했던 2011년 지상파 뉴스의 사회적 위상은 ‘지체’, ‘낙후’, ‘낙제’ 그 자체다.
2011년 지상파 뉴스는 중요한 것은 후반에 배치하고, 헤드라인에는 정보가, 뉴스 전반부에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말랑말랑한 뉴스들이 자리 잡는 신종 포맷이 방송 3사 모두에 완전 정착된 한 해였다. 메인 뉴스에는 검색어를 노린 리포트를 배치하고  CCTV를 이용한 선정적인 화면은 물론, 뉴스의 가치와 상관없이 ‘시청률’ 상승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싶은 주제들이 알뜰살뜰한 대접을 받은 한 해였다. 뉴스보다 개그콘서트가 더 시사적이고, 기자의 멘트보다 무한도전 자막이 더 날카로웠던 2011년 방송 뉴스는 보도국이 아닌 예능국의 콘텐츠로 손색없었다. 


▲ '봉숭아학당'보다 재밌고 '막걸리 보안법'보다 우스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든 주역들. 좌로부터 박만 위원장, 권혁부 부위원장, 최찬묵·박성희·엄광석·구종상 위원ⓒ방통심의위

5. ‘봉숭아 학당’ 보다 더 웃겨서 너무 슬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위질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봉숭아 학당’이 끝난 공백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메웠다. 애당초 뭘 하는 기관인지 알 수 없으나 어지간한 우스운 짓에는 반드시 이름을 올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 한해 에게 시시각각 와라 가라하며 괴롭힌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SNS 심의 부서를 신설, 일기장 들여다보는 훈육선생처럼 표현의 자유를 향한 드잡이를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희극이라면, 진짜 비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면면이 ‘봉숭아 학당’의 맹구, 오서방, 연변총각, 왕년에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에 속았다고 생각하고, SNS에 올린 농담에는 죽자고 덤비지만 종편을 심사할 때만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학구적이며 언론의 자유에 유독 강한 신념을 보이곤 했다.
△ KT 2G서비스 종료, 엎치락뒤치락 법원 판결
KT 2G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본안판결 선고 시까지 폐지승인 효력을 정지한다’던 법원의 판결은 딱 19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다. 26일 서울고법은 KT의 2G서비스 종료를 중지시켜 달라는 요청에 “신청인들의 손해는 번호통합정책에 따른 것일 뿐 2G망 폐지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방통위와 KT의 손을 들어줬다.
번호통합정책이 2G서비스 종료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간과한 것은 물론, “금전으로 보상하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준 법원에 감사라도 해야 할 일일까. 2G서비스 이용자 16만 명이 KT와의 계약에 따른 권리는 하잘 것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SKT와 LGU+의 4G LTE 서비스 시작에 똥줄 탄 곳은 KT였다. 그리고 지난 주파수 경매에서 일정 정도 양보하게 된 KT에 대한 보상이 조속한 2G서비스 종료와 향후 할당될 주파수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쨌든, 옳다구나 KT는 1월 3일 2G서비스 종료 4일부터 LTE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타 통신사의 2G서비스 종료와도 연결, 2012년에도 핫한 뉴스가 될 확률은 100%다.
△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언론5적
시간을 흘렀고, 바야흐로 선거는 다가오고 있다. ‘언론 5적’, 심판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당초 2009년 이른바 언론악법 날치기로 낙인찍혔던 언론5적은 한나라당 소속 김형오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나경원 문방위 간사, 정병국 미디어특위 위원장, 고흥길 문방위원장이었다. 나열해 놓고 보니 굳이 심판이 필요한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제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러분 가운데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도저히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라는 자기고백에 가까운 망언을 퍼부었던 김형오. 정치인으로서 고속행진을 벌였으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똑’ 떨어져 “집에서나 쉬라”는 핀잔을 들어야했던 존재감 줄어든 나경원. ‘자연산’ 발언으로 자리를 내놓게 된 보온상수, 안상수. 문화부 장관 내놓고 총선에 매진하고 있을 정병국. 한마디로 존재감 전무의 고흥길.
그러나 2011년 인원교체가 이뤄졌다. 종편의 개국까지 포함한 ‘언론5적’이 탄생했다. 조중동저지네트워크가 선정한 2011년도 판 ‘언론5적’에는 김형오, 안상수가 빠졌고,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의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추가됐다. 조중동 개국에 지대한 공을 세우신 최 위원장은 지금은 종편의 세일즈맨을 자처 대기업들을 두루두루 볶아내고 계신다.
△ 2011년에도 언론인 해고는 “계속됐다”
2011년에도 언론해고자 수가 늘었다. ‘정수재단으로부터의 경영권 독립’을 요구해 왔던 이호진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사태를 간략히 이야기하면 이렇다.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재단. 대세론 잃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2005년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자신의 비서였던 최필립 씨를 정수재단 이사장으로 앉혀 실질적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언론사가 한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이라는 현재에 믿기지 않을 수 있으나 사실이다. 노사는 올해 2월 경영권 독립을 위한 사장추천제 실시에 합의했으나 정수장학회가 노사 합의 사항을 거부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징계위에 회부 된 이후, 해고됐고 신문은 발행 중단사태까지 이어졌다.
언론인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결자해지! 대선에 나서려거든 박근혜 위원장은 정상화부터 시키는 게 답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속보가 날아들었다. ‘조중동방송 저지’ 등을 내걸고 3차례의 미디어법 총파업을 지휘한 최 전 언론노조위원장에게 SBS 사측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해고’ 전 단계라는 게 SBS조합원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최 전 위원장은 또 다시 투쟁에 나섰다. “쫄지 말자”며.
△ “지역MBC는… 죽었다”, 진주·창원MBC 통폐합
“땅땅땅”, 1968년 5월31일 개국한 진주MBC가 2011년 8월 8일 오전 11시45분 ‘해산’ 됐다.
‘광역화’라는 이름으로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한 김재철 MBC 사장과 온갖 위법을 저지르면서 하수인 노릇을 톡톡히 완수한 김종국 진주MBC 사장(전 기획조정실장).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주·창원 MBC 합병을 또 표결처리로 승인한 방통위. 그들 덕분에 43년 3개월여의 역사를 끝으로 진주MBC는 사라졌다.
‘상호 전략적 사업 성장을 통한 경영 합리화 도모’, ‘경쟁력 강화를 통한 주주 가치의 극대화 추구’라는 장밋빛 미래가 달성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을까. 2011년 미디어 핫뉴스? 한 방송사가 사라진 사건, 진주MBC 통폐합이다.
△ 700㎒ 주파수 재배치, 통신에 퍼주기 논란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지상파방송’, 700㎒ 주파수 재배치에서 다시 그 위치를 확인해야만 했다.
완료되지 않은 디지털전환을 빌미로 주파수 재배치 계획이 발표됐고, 방송계는 또 반발했다. 방통위는 지난 26일 470~806㎒ 대역 주파수 회수에 따른 손실 보장 기본계획을 결정했다. 골자는 698~806㎒ 대역의 주파수 가운데 40㎒는 차세대 통신 ‘4G Advanced’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방송에서 사용해왔던 공공재인 주파수를 통신 쪽에 돈 주고 팔겠다는 얘기다. 남은 주파수 박박 긁어 통신 쪽에 주려는 방통위의 큰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종편 챙기듯 알뜰살뜰히 통신을 보살피고 있는 방통위, 이번에도 방송은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됐다.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14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비평]언론 환경 재정비 없이는 뒷날을 감당할 수 없다

정권재창출. 단임제 정부에 동승한 모든 권력자들이 꾸는 꿈이다. 달콤한 꿈이다. 아직 내리기엔 멀었다는 안도감이 공유될 때, 멀리 내다볼 수 있고 권력은 서로 부딪치지도 않는다. 권력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권력 밖에 있는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해질 때, 내려야 하는 순간이 머지않았음이 감지될 때, 권력과 그 주변은 급격히 소란스러워진다. 학술적 용어로는 ‘레임덕’이고, 사회적으로 관찰되기로는 ‘집권 말기 현상’이다. 선출된 권력의 교체시기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혼란이고,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할 땐 더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이 권력엔 이제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권력 전체가 소란스럽다. 딱 5년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몇몇 상징적 사건들은 필연적 정권 교체를 예고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임기 초부터 흔들린다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명박 정부지만, 이번엔 정말 심상치 않다. ‘만사형통, 상왕’ 이상득 의원이 퇴진한다는 것은 상징적 모습이다.
이 정부의 권력을 구성하던 위계가 내부로부터 깨지고 있다.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을 장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없다. 이상득으로 대변되던 권력의 한 축이 무너지자, '공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각적인 연쇄 반응이 나오고 있다. 권력의 또 다른 축인 친이계는 사실상 ‘각자도생’을 선언했다. 공천권을 포함한 비대위의 전권을 박근혜 의원에게 넘긴다는 것은 생사여탈권을 포기해 최악을 피하겠단 서약의 다름 아니다. 이제 이 권력엔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지금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의 부인은 “비판은 그냥 패스한다“는 말로 호기를 부렸지만 비웃음만 샀다. 정말, 문제적 권력이고 그래서 더 문제인 권력이다. 별로 한 일이 없는 듯싶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이 워낙 강고한 것이어서 가야할 길이 아직 한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장에 언론계 상황만 봐도 그렇다.

'특혜', '관리', '배제'로 이어진 언론정책의 유일한 전제, '정권재창출'


▲ 지난 12월 1일 종편 개국일에 맞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1면 백지광고를 실었다
잔가지는 다 쳐내고,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보면 임기 전반기엔 방송 장악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어느 정도 정리가 완료된 다음에는 ‘특혜’, ‘관리’, ‘배제’의 3가지 차원에서 언론을 다잡았다. 그리고 아직도 다잡고 있는 중이다.
종합편성채널은 특혜다. 대놓고 작심하고 우리 편만 챙긴 것이다. 구실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창출이었고, 명분은 지상파 독과점의 해소였지만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얘기였고 아시다시피 접근 자체가 그렇지 않았다. ‘관리’는 침묵으로 충성을 바친 공영방송에게 던져진 수신료 인상이었다. 말만 잘 들으면 먹을거리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재원을 키워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겠단 언질이었다. 마지막으로 ‘배제’는 나머지 미디어들을 향했다. 미디어렙법의 처리 지연은 ‘특혜’를 준 몇몇 언론과 자력갱생이 가능한 방송을 제외한 매체들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 3가지 추진 방향 모두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우선, 종편의 경우 개국은 했으나 오히려 개국 이후 생존 여부에 강한 물음표가 달려있다. 애당초 4개의 종편을 허용하는 것이 무리였는데, 철저하게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다보니 당최 견적이 뽑히지 않는 이상한 우리 편 챙기기가 됐다. 종편 4사들 역시 이제는 ‘차라리 그때 끝까지 싸워 4개 신설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고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종편을 방치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 청산의 'X맨‘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를 노릇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종편이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이유
중장기적으로 종편의 생존을 도모해주기 위해선 정권재창출이 필수적이다. 종편사들의 개별적 역량에 기대어 종편이 생존할 수 있단 건, 당분간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극히 낭만적일 뿐이다. 종편은 당분간 아니 꽤 오래도록 홀로 설 수 없는 매체다. 그래서 다소 감정의 격앙이 있더라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야만 한다. 그래야 종편에 대한 특혜를 이어갈 수 있고, 이러한 정치적 전망을 바탕으로 종편사들 역시 ‘약탈적 영업’이 가능하다. 이건 단순히 종편의 생존 여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수구 세력의 존속을 위해서도 매우 중차대한 과제다.
하지만 현재로선 모든 게 불투명하다. 당장에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기업들이 광고를 거둬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종편을 설계할 땐, 분명히 차기 권력이 당연히 박근혜의 몫으로 흐르는 회로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틀어졌지만 궤도 수정을 하긴 너무 늦었다. 종편사들이 개국과 동시에 일제히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것은 일종의 생존 방책이었다.
수신료 인상은 좌절되고, 미디어렙은 어쩔 수 없고
수신료도 마찬가지다. 워낙에 찍어 눌러놓은 덕에 아직 저항이 실제화되진 않고 있긴 하지만 KBS 조직 내부에도 수신료 인상 좌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수신료 문제의 경우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판을 다 깔았는데도 좌절된 것은 권력의 문제가 아닌 KBS 내부의 무능 때문이었다는 항변도 가능하겠지만, 엎어 치나 메치나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다. 결국, 이명박 정부 임기하에 수신료 인상은 물 건너갔고, 외려 KBS는 지금 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청문회’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그리고 차기 권력과 이렇게 등을 졌으니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해졌다.
미디어렙의 경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찌되었건 입법은 불가피하다. 종편을 유예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여전히 관건이겠지만 매체의 종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단 대전제를 파괴할 수 있는 권력은 대의제 체제에선 존립하기 힘들다. 지연시키고 누락하고, 최대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 역시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마저 의회 권력의 지형이 바뀌면 언제든 가능한 문제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그나마 설득력을 갖고자 했다면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동시에 지상파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아래로부터 종합편성채널 신설을 추동해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보완, 견제하는 의미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마련하는 유기적 결합이 필요했지만 이 정부는 순서는 물론 우선순위에서 모든 것을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섞어 권력 내키는 대로 언론을 유린했다.


▲ 7월 11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KBS이사회는 즉시 도청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 기자회견 모습. ⓒ권순택

정권 이양을 고려한 '플랜B'가 필요한 시점
그 유린을 하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정권재창출’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다음 정권 역시 우리 편이 잡게 되면 뒤탈 없이 시간을 더 벌 수 있단 확고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망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 됐다. 박근혜 체제의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꾸리고 행여 또 다시 천막을 친다고 해도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 권력이 사활을 걸었던 종편은 유의미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채, 아니 개국한 것만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사회적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지 모른단 얘기고, 공영방송은 대대적인 복수와 보복의 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미 돌아선 지역 언론은 총선에서 진가를 보여줄 것이다.
정권재창출이 멀어져 가고 있다. 청와대에도 이제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1년여의 임기가 남았다. 진심으로 충고하건대, 벌려놓은 일을 그나마 마무리하지 않으면 퇴임 이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할 시기다. 남은 시간동안 4대강의 보를 되돌릴 순 없다. 다시 747을 띄울 수도 없다.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언론을 되돌리는 것뿐이다. 근본적으로 이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꼼수’에서 보듯 저해된 언론 행위에 대한 범사회적 반발 때문이 아닌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설령 정권이 이양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언론환경을 재정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편 언론과 함께 몰락하지 말고, 상대편이라고 생각했던 언론에게 유의미를 남기라고 말하고 싶다. 더 장악해서 어찌해보겠단 흑심을 버리고, 장악을 풀어 안전을 보장받는 길을 택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혹시 모를 일 아닌가. 코피 난 김에 쓴 혈서 때문에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사설] 최시중 방통위원장, 종편 광고 ‘해결사’로 나섰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9일자 사설 '[사설] 최시중 방통위원장, 종편 광고 ‘해결사’로 나섰나'를 퍼왔습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6일 대기업 홍보 책임자들을 소집해 광고비 지출을 늘리라고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한 직후의 일이니 참석자들이 종편 광고를 늘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인 것은 당연하다. 종편 탄생을 위해 온갖 특혜를 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광고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꼴이다. 공직자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월권행위다.
최 위원장이 부른 사람들은 현대자동차, 엘지(LG),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등의 홍보 담당 임원들로, 종편한테서 끊임없이 광고를 요구받는 당사자들이다. 최 위원장은 이들에게 광고는 비용이 아닌 투자이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도 광고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명시적으로 종편을 거명하지 않았다 해도 참석자 누구든 종편에 광고를 하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에스케이텔레콤이나 케이티는 방통위가 인허가권을 쥔 통신기업인 만큼 훨씬 심한 압박을 느꼈을 게 뻔하다.
최 위원장이 종편 개국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광고주들을 소집한 것은 종편의 형편없는 시청률과 연관이 크다. 종편이 개국한 지난 1일부터 8일까지의 평균시청률(에이지비닐슨 기준)은 0.53%, 0.35%, 0.32%, 0.30% 등으로 0%대에 머물고 있다. 공영성과 공공성을 도외시한 보수·선정적 색채가 두드러지고,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재탕·삼탕 프로그램이 넘쳐나니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건 당연하다.
종편 시청률은 같은 기간 지상파 3사 시청률(6% 안팎)의 5~10%에 불과한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종편은 대기업들에 지상파의 70%에 해당하는 광고를 달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대기업들이 종편의 이런 요구에 선뜻 응하지 않자 최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방통위원장이 업무 관련성도 없는 대기업 광고 임원들을 불러 광고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자신이 종편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종편 편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이런 행태는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처신과는 거리가 멀다. 최 위원장은 대기업에 대한 광고 강요 행위를 사과하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

2011년 12월 3일 토요일

"1% 불법 막으려고 99% 합법 금지시키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2일자 기사 '"1% 불법 막으려고 99% 합법 금지시키나"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방통심의위원 박경신 교수 "SNS·앱 감시팀, 애플이 권고 안들어주면 어쩔 것인가"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박경신 고려대 교수 겸 방통심의위 야당 추천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조직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를 했다. 그걸 막으려고 했고,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의사봉을 들고 뛰쳐나갔다."

지난 1일 오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만 위원장)에서 여당 추천위원들이 SNS.앱 심의팀 신설안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이에 반발해 의사봉을 들고 회의실을 뛰쳐나온 박경신(고려대 교수) 야당 추천위원의 변이다.

박 위원은 2일 와 통화에서 전날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SNS와 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 심의팀' 신설안을 다수결로 강행처리한 데 대해 "이제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 규제기구가 아니라 합법정보 규제기구로 전락했다'며 "공식적으로 스스로 '검열자'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이번 안건 통과를 '조직 파괴행위'라고 규정했다. 방통심의위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통신심의국 산하에 앱.SNS를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 심의팀, 지상파 라디오 심의팀, 종합편성채널을 심의하는 방송심의 2팀이 신설되는 안이 담긴 '방통심의위원회 사무처 직제규칙' 개정안을 다수결로 강행처리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은 ▲헌정질서 위반 ▲범죄 기타 법령 위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국제 평화질서 위반 등이다. 결과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에게 ▲해당 게시물 삭제 ▲사이트 이용 해지 ▲접속 차단 등이다. 

박 위원은 SNS 심의.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크게 두가지를 들었다. 첫번째는 "SNS가 다른 인터넷서비스와 달리 대부분의 정보전달이 기존에 만들어놓은 관계망에 있는 사람에게만 이뤄지기 때문에 완전한 공적소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불법트윗 하나 때문에 계정 전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법정보' 규제가 되지 않고 '합법정보' 규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박 위원이 특히 문제삼고 있는 건 '합법정보 규제'다. 이는 SNS규제의 실효성과도 연관된다. 박 위원은 이와 관련해 "불법정보 1%를 지우기 위해 합법정보 99%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며 "SNS전담 심의팀을 공식적으로 만든 건 '합법정보 차단기구'임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꼴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합법정보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최근 트위터 계정 2MB18NOMA의 경우 계정 이름이 이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한다고 해 계정 내 수많은 트윗들이 차단됐다. 어떤 폐북 계정은 김일성 찬양글이 올라왔다는 이유로 차단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정치법 수용소를 비난하는 글도 같이 차단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SNS 계정 내에 올라와 있어도 내용상 서로 연관성이 없고 작성자들도 제각각이다. 정보가 내용에 따라 조직되는 게 아니라 인맥에 따라 조직되는 것"이라며 "결국 그 사람의 계정에 글들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콩이 가득 든 부대에서 썩은 콩을 한알씩 골라내듯, 팔로워가 많은 사용자의 트윗이 수십만개로 복제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여야 추천위원의 비율이 6:3인 방통심의위 구성의 특성상 여당 추천위원들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박 위원은 SNS 심의팀이 만들어짐으로 인해 발생할 각종 폐해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타협안을 네차례나 냈지만, 모두 묵살됐다.

박 위원은 "세번의 양보와 네번의 타협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표결이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다른 인터넷 규제를 전과 동일하게 하는 대신 최소한 SNS규제만큼은 방통심의위가 하지말자 ▲SNS 규제 범위를 음란물, 도박물로 한정하자 ▲게시자에게 심의참여 기회를 주자 ▲심의팀을 만들지 말고 기존대로 SNS규제를 하자는 네가지 안을 차례로 냈지만 모두 6:3으로 부결됐다.

'나는꼼수다'와 같은 인기 팟캐스트 규제여부에 대해 박 위원은 "그런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드로이드폰과 같이 앱 형태로 제공되는 팟캐스트 규제에 대해선 "트위터같은 사적 공간이 아니라 앱스토어라는 열려진 공간을 통해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 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스마트폰 앱 심의에 대한 가장 큰 문제로 '실효성'을 들었다. 그는 "앱 심의는 실효성 문제가 가장 크다"며 "구글이나 애플사에서 방통심의위 권고를 들어줘야 하는데, 그쪽에서 들어줄 지, 안 들어줄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qwereer@vop.co.kr

2011년 12월 2일 금요일

[사설] 종편의 조폭적 광고사냥, 미디어렙 규제 서둘러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1일자 사설 '[사설] 종편의 조폭적 광고사냥, 미디어렙 규제 서둘러야'를 퍼왔습니다.
어제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약탈적 광고 직접영업으로 시장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한다. 종편이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체제를 거부하고 지난달 직접영업을 본격화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나, 그 행태가 조폭이 무색할 정도로 도를 넘은 모양이다.
종편은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과도한 광고액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의 경우 시청률에 비례해 광고액을 정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는데, 종편은 이런 과학적 방식을 무시하고 연간 일정액의 광고비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력 그룹에 “연간 200억원을 달라”는 식이다. 그 규모도 지상파의 70%가 보통이고 많게는 110%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최소한의 잣대인 시청률조차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막무가내식 요구다. 반면 기업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종편 광고액은 지상파의 10%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종편이 생떼를 쓰는 것은 ‘조·중·동·매’라는 위협수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신문을 등에 업고 있으니 자신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종편은 손사래를 치겠지만, 기업들은 한결같이 종편 뒤의 신문을 의식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런 약탈적 광고영업은 공공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언론사로서 할 짓이 아니다. 종편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제 살을 깎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경쟁 지상파나 신문사들의 공격적인 광고영업을 부추겨 언론 전체의 사회적 신뢰도까지 추락시킬 소지가 크다.
하지만 종편은 스스로 자율적 규제를 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보인다. 결국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은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켜 제도적으로 직접영업을 막는 것뿐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를 둘러싼 언론사 간 무한경쟁이 줄어들뿐더러 방송의 보도·편성·제작과 광고가 분리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입으론 미디어렙 법안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도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네 종편을 와 함께 하나의 민영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조·중·동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하루라도 빨리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