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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일 월요일

"불법사찰을 직무관찰에 빗대다니"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4-02일자 기사 '"불법사찰을 직무관찰에 빗대다니"'를 퍼왔습니다.
[SNS 여론 ]청와대 "참여정부도 했다"…"갈 때까지 가자"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해 "KBS 새노조가 공개한 2,619건의 80%는 참여정부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소셜네트워크(SNS) 여론은 "정당한 직무관찰과 불법사찰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질타하고 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사진)은 1일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에서 다수의 민간인, 여야 국회의원 등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 수석은 2003년 김영환 당시 새천년민주당 의원, 인천시 윤덕선 농구협회장, 2004년 허성식 새천년 민주당 인권위 부위원장 등 거명하며 노무현 정부 시절 이들에 대한 '사찰'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4월 서울지법이 참여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직원 고모씨에게 이명박 대통령 주변인물 131명에 대한 불법사찰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라면서 "2006년 8월부터 넉달 동안 유력한 대권 후보 주변을 광범위하게 사찰이 벌어진 사실이 법원에 의해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던 문재인 후보는 "불법사찰에 관한 자료가 아니라 일선 경찰의 정보보고, 통상활동, 직무범위 내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활동보고서"라며고 반박했다.
도 2일 문건의 분석결과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팀 출범 이후, 이전 문건 내용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특징은 순수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찰했다는 점, 또 KBS와 YTN 등 언론사와 한겨레 21 편집장 같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사찰했다는 내용도 이때 이루어진 것으로 밝혔다.
이를 두고 트위터 여론의 반응은 "청와대의 어설픈 물타기"라면서 공분했다.
트위터리안들은 "참여정부는 공무감찰 기록을 지금까지 남겼지만, MB청와대는 비서관이 자신이 몸통임을 주장하며 사찰 기록을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청와대가 무서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찰' 자체가 문제인데 불법으로 그것도 청와대까지 개입해서 저지른 민간인 불법사찰 국민이 직접 나서서 단죄해야 합니다", "2008년이면 대규모 촛불집회 시기. 이러다간 북한의 5호 담당제 도입될 모양", "청와흥신소 고소하면 안 되나? 불법사찰이잖아" 등 비판을 가했다.
파워트위터리안의 비판도 잇따랐다.
박찬홍 변호사도 트위터를 통해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본부 도청에는 닉슨대통령이 관련치 않았으나, 그 사건 특검수사과정에서 대통령의 증거인멸지시 혐의가 드러나 사임했다. 청와대의 민간인사찰사건에는 MB의 직·간접 관련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서기호 전 판사도 "방송사 파업이니 트위터, 인터넷 안보 등 민간인 불법 사찰의 실체를 적극 알려야"라면서 "참여연대가 발표한 MB 청와대의 사찰 주동자 30인 명단입니다. 청와대 실세였던 임태희, 정동기, 권재진 외에도 많네요. 혹시 외우기 힘드시면 청와대 대표 이명박 한명만 기억하셔도 될 듯"라고 비판했다.
또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소리 듣고 기껏 생각한 게 '저놈들 철저하게 뒷조사해서 보고해' 이거였다는 게.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될 일입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았습니다"고 비판했다.
앞서 2008년 6월10일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부르면서 집회를 진행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뼈아픈 반성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2012년 4월 1일 일요일

KBS 새노조 "盧문건은 인사동향, MB문건은 불법사찰"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4-01일자 기사 'KBS 새노조 "盧문건은 인사동향, MB문건은 불법사찰"'을 퍼왔습니다.
"盧때 작성 문건 있는 거 뒤늦게 확인... 죄송"

KBS새노조는 31일 청와대가 불법사찰 내부문건 2천619건 가운데 80% 이상이 참여정부 때 자행된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청와대가 말하는 80%의 문건은 대부분 경찰의 내부 감찰이나 인사동향 등 단순 보고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KBS새노조는 "문서 작성시기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고, 청와대의 '물타기' 빌미가 된 점을 트위터리안 여러분들께 사과드립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노조는 이어 "총리실 사찰 사태의 핵심은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며 "청와대가 밝힌 '80%는 노무현 정부때 작성된 사찰 문건'이라는 말은 전형적인 물타기다. 청와대가 말하는 80%의 문건은 대부분 경찰의 내부 감찰이나 인사 동향 등 단순 보고 문건"이라고 강조했다. 

새노조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청와대가 언급한 문건들은 리셋KBS뉴스9가 보도한 민간인과 정관계 인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불법 사찰 문건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리셋KBS뉴스팀은 모든 문건을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전면 공개를 시사했다.

김동현 기자

문재인 "막가자는 靑, 사찰 전문 공개해보라"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3-31일자 기사 '문재인 "막가자는 靑, 사찰 전문 공개해보라"'를 퍼왔습니다.
유시민 "이러다가 BBK도 노무현 거라고 할라"

문재인(부산 사상) 민주통합당 후보는 31일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됐다고 강변한 데 대해 "잘됐습니다. 불법사찰 전체 문건, 한장도 남김없이 다 공개하십시오"라고 청와대에 사찰 전문 공개를 촉구했다.

문 후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청와대 주장, 어이없군요. 참여정부에선 불법사찰 민간인 사찰,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막가자는 것인데요"라며 이같이 질타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때 총리실에 조사심의관실이 있었습니다. 공직기강을 위한 감찰기구였죠"라며 "mb정부초에 작은 정부한다며 없앴다가 촛불집회에 공직자까지 참여하는 걸 보고서 공직윤리지원관실로 확대되었다네요. 그때 마음에 들지않는 민간인사찰등 무소불위 불법사찰기구가 된 거죠"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연유로 파일에 조사심의관실 시기의 기록이 남아있다면 당연히 참여정부때 기록일 것입니다. 물론 공직기강 목적의 적법한 감찰기록이죠"라며 "걸 두고 참여정부때 한게 80%라는 등 하며 불법사찰을 물타기하다니 mb청와대 참 나쁩니다. 비열합니다"라고 맹비난했다.

박영선(서울 구로을) 후보도 트위터에서 "그러면 왜 그렇게 사찰자료를 다 없애버렸을까요?"라며 "대포폰은 왜 사용하고 디가우징을 했을까요? 증거인멸을 왜 MB정권청와대가 지시하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늦게 했을까요?"라고 비꼬았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이러다 bbk도 사실은 노무현 거라고 기와집에서 성명내는 사태 나오겠어요"라고 힐난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청와대가 입만 벌리면 검증없이 읊어주는 자들아, 너희가 기자더냐"라고 청와대 주장을 비판없이 중계보도하고 있는 YTN 등을 질타했다.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도 트위터에 "군사정권시절에도 정보기관을 제끼고 청와대 비서진이 총 지휘하고 총리실이 민간인을 불법사찰하지는 못했습니다"라며 "MB 인맥인 영포라인이 국가기구를 사조직화한 것이므로 MB가 그 꼭지점에 있습니다"라고 질타했다.

"사찰 문건 80% 노무현 때 작성? 물타기 마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31일자 기사 '"사찰 문건 80% 노무현 때 작성? 물타기 마라"'를 퍼왔습니다.
참여정부 자료 많지만 불법사찰은 MB 정부 이후…KBS 새노조 "모든 문서 공개 용의"

청와대가 KBS 새노조가 폭로한 사찰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됐다고 반격에 나섰지만 핵심을 빗겨간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31일 "80%가 넘는 2200여건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이라고 밝히면서 "현 정부에서 작성한 문건은 공직자 비리와 관련된 제보, 투서,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조사한 400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수석은 "사찰 문건 대부분이 지난 정부에서 작성됐지만, 민주통합당은 마치 2600여건 모두 현 정부의 문건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의 해명은 문건의 양과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뒤섞으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KBS 새노조가 입수한 문건 중 상당수(청와대 80% 주장)가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이라는 것은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이 문건들은 감찰 업무를 맡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이 작성한 것이다. KBS 새노조 측은 해당 내용 역시 정당한 감찰 활동을 통해 작성된 자료라고 밝히면서 "모든 문건을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합법과 불법 여부다. KBS 새노조는 당초 문건을 폭로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이 입증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BH하명'이라고 뚜렷하게 명시된 문건에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주변 인물 사찰 뿐 아니라 KBS, YTN 동향 보고, 국회의원 내사 지시, 4대강 비판 정보 유출자 색출 지시 등 합법적인 감찰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을 토대로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인 불법 사찰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 작성된 내용 대부분 불법 딱지를 붙일 수준의 사찰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개 문건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의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문건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공직자 감찰기구로 출범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은 7개팀으로 이뤄졌고, 창설 멤버가 40명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이명박 정부와 관련된 문건 내용으로 짐작했을 때 나머지 6개팀에서도 불법 사찰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KBS 새노조는 청와대의 반박에 대해 "총리실 사찰 사태의 핵심은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면서 "청와대가 밝힌 '80%는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사찰 문건'이라는 말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KBS 새노조는 "청와대가 말하는 80%의 문건은 대부분 경찰의 내부 감찰이나 인사 동향 등 단순 보고 문건"이라며 "청와대가 언급한 문건들은 (리셋KBS뉴스9)가 보도한 민간인과 정관계 인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불법 사찰 문건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건 중에 문서 작성 시기가 누락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불법 사찰을 벌였다는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가 주장하는 노무현 정부 시기 작성된 문건도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직접 사찰에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면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관련 특검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한 만큼 청와대는 보고받은 하명사건의 명단과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금배지를 단 여의도 스파이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4일자 기사 '금배지를 단 여의도 스파이들'을 퍼왔습니다.

지난해 4월20일 열린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영 위원장(가운데)이 당시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왼쪽)과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을 불러 회의 진행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사법개혁 저지 위해 검찰출신 의원들 암약민주화 이후 대통령도 손대지 못해
‘세계화추진위원회’(문민정부), ‘사법개혁추진위원회’(국민의 정부), ‘사법개혁위원회·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참여정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18대 국회).
비슷비슷한 간판이 많았다는 것은 사법 개혁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민주화 이후 들어선 정권마다 사법부·검찰·변호사 직역에 개혁의 칼을 댔지만, 그때마다 법조계와 법조 출신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대표적인 것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특별수사청 도입 논의다.
상상을 초월한 로스쿨 반대
김영삼 대통령 집권기인 1995년 1월 세계화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법률 서비스 및 법학 교육의 세계화’를 추진 과제의 하나로 정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 확대, 로스쿨 도입, 법관 임용 방법 개선 등이 주로 논의됐다. 사시 합격자 수 증원 정도만 성과를 이루고 대부분 무산됐다. 특히 로스쿨의 경우 법조계의 저항이 상상을 초월했다. “대통령 특명 사항이었지만 청와대 안에서도 법조 출신인 민정수석이 반대했고 나중에 대법원장은 직을 걸고 반대했다… 법조계는 비법조인이 개혁을 좌우한다며 정면으로 반발했고, 법조계 출신이 다수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결사적으로 반대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선수 회장이 쓴 )
로스쿨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당시 법조계 반발은 사법 서비스에 대한 고민보다는 직역 이기주의 안에 머물렀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법학)는 “로스쿨처럼 법조인 직역의 이익·이해와 결부된 법안이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들에 의해 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직역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스쿨은 10년이나 지난 참여정부의 ‘사법개혁위원회·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이르러서야 도입이 확정됐다.
문민정부 이후로 사법 개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꾸리지 않은 것은 이명박 정부가 유일하다. 대신 ‘튀는 판결, 문제 판사’들을 제도적으로 솎아내겠다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검찰을 뜯어고치겠다는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이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여당의 사법부 개혁안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침해 논란도 일었지만, 검찰 개혁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여야 합동으로 꾸려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1년4개월 동안 논의해온 핵심 과제들을 맹탕으로 돌려놨다. 대부분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된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여론을 등에 업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권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을 합의해놓고도 결국 백지화시켰다.
그들의 이기주의는 여론보다 세다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당시 한나라당 검찰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컸다. 17대 국회에서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반대했던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를 가장 완강하게 반대했다. ‘검찰권 이원화’라며 특별수사청에 반대한 이한성 의원은 창원지검장으로 있던 2008년 1월, 18대 총선에 출마하려고 사표를 내 입길에 올랐던 이다. 현직 지검장이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경우는 그가 처음이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자가당착' '견강부회' 대통령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23일자 기사 ''자가당착' '견강부회' 대통령'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보고

이명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인사들을 거명하며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에 대해 강변하고 나섰다. 언뜻 보면 참으로 옳은 지적 같은데 본질적으로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사실을 잘라내 이용하는 간교한 언행이다!
한미 FTA는 그 불가피성에 대해 진보라 자신을 지칭하는 사람들도 거의 동의하는 문제이다. 우리 경제구조와 남북 문제까지 곁들여져 있는 것이기에 총론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각론에서 국가의 이익과 민족의 통일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현실에서의 피해 부분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 또한 군사적 측면에서 대한해협과 서해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항로의 안보적 중요성을 제주도민이라고 마냥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가 있다면 찬성도 있다는 말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사흘 앞둔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내ㆍ외신 특별 기자회견에서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집권 4년간의 소회와 남은 기간에 대한 각오를 피력하며, 한미 FTA 폐기 주장과 다가오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성 공약 등을 비판했다.

결국, 본질적 문제는 이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 인사들의 인식이 문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타협과 소통을 시도하지 않는 그 오만함은 병적인 증상에 가까워, ‘확신범’이라 말할 정도로 온 국민은 공포에 떨고 있다. 최고 권력자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 이것만큼 민주주의 사회에서 무섭고 괘씸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FTA는 시기와 상황에 맞게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고 폐기될 수 있다. 그건 조약의 앞머리에 이미 선언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금융시장 상황이 변화한 상황에서 우리가 노리던 이익이 실종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는지, 이를 초기에 추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생전에 재협상을 주장한 적이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 또한 장소 선정을 두고 제주 도민의 합리적 선택을 기다리고 설득하던 가운데 정권이 교체되었던 것이고, 이명박 정부는 제주 도민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만 한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부안 방폐장 문제를 두고 한때 소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결국, 정부는 부안 방폐장을 포기했고 마침내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유도해내 경주에 방폐장을 건설한 사례가 있다.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자꾸 쌓여만 가는데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시설 하나를 만드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결국 국민과 합의하는 과정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이다. 4대강이든, FTA든, 종편이든, 제주기지든 그 무엇이든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 내내 국민은 자존심을 다쳤다. 국민의 머슴이어야 할 대통령이 광화문 광장에 컨테이너 벽을 치듯 눈 감고 귀 막고 자신의 초지를 일관하겠다고 하니, 마치 정상인이 정신병자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치고 환장할 일이란 게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현상의 문제가 혹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고민할 줄도 모르는 대통령을 우리 국민은 2007년 12월 19일에 선택했다. 비극이라면 이것부터가 비극이고, 헌정질서를 지키는 것이 길게 보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은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언론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는 '지곤조기 파문'


이글은 미디어스 2012-02-20일자 기사 '언론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는 '지곤조기 파문''를 퍼왔습니다.
임기말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문제

임기말이다. 여러 일들이 ‘혼재’되어 흘러가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일들이 임기말이란 이유로 간과되기도 하고,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들은 같은 이유로 굉장히 부각되기도 한다. 어제, 오늘 있었던 일들을 보자. 박희태 국회의장이 동 봉투 파문과 관련해 방문조사를 받았다.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한다. 전직 대통령을 조사할 때는 발견되지 않던 예우다. 불분명한 혐의를 두고, 김해에 있는 대통령을 검찰청으로 소환하느라 부산을 떨었던 검찰은 국회의장에 대해선 날짜도 일요일을 택해서 조용히 방문 조사했다. 예우는 비단, 조사 방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박 의장은 대부분의 혐의에 모르쇠로 일관했고, 검찰은 방문 조사 하루 만에 ‘불구속 기소’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이런 걸 요샛말로 ‘코스프레’라고 한다. 코스프레는 ‘만화, 영화, 게임 등에 나오는 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하여 따라하는 분장놀이’를 말한다. 일종의 역할 게임이다. 명색이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집단인데, 그냥 지나칠 순 없고 검찰은 휴일에 국회의장을 조사하는 시늉을 낸  셈이다. 이 정권 실세에 대한 조사에서 검찰은 대체로 조사 코스프레를 해왔다.
참여정부 때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언론들은 이번엔 대체로 조용하다. 조선과 중앙은 박 의장 방문 조사를 1면에조차 싣지 않았다. 보수 언론만 그런 건 아니다. 한겨레도 박 의장 방문 조사를 1면 박스기사로 다뤘을 뿐이다. 너무나 결정적인 문제이지만, 너무나 많은 악재가 도처에 널려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무감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임기말이 아닌가. 언론들은 내심 ‘이 정권은 으레 그러려니’, ‘이제와 이 정부의 검찰이 국회의장을 뭐 어찌 하겠는가’라는 체념을 깔고 있다.
임기말, 체념의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은 계속된다.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정무수석을 새로 임명한 대통령은 20일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을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임명했다. 역시 이 같은 일이 참여정부 때 일어났다면 언론의 짜증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임기말까지 오기를 부리는 것이냐’, ‘해도 해도 너무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과 악담이 지면에 차고 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황은 조용하다.
박물관에서 튀어 나온 것 같은 이력을 갖고 있는 72세의 이계철 방통위원장 내정자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보태고 있는 언론은 거의 없다. 이달곤 내정자의 경우 아예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두 후보자의 이력과 인연은 어떤 것들이고,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한지에 대해 언론은 사실상 검증을 포기한 분위기다. 참여정부 시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와대의 인사를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라고 쏘아댔던 조중동 역시 이 정부의 인사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 20일자 경향신문 2면.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 일본 총리를 만나 자리에서 독도의 일본 땅 표기 문제에 대해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는 외교문서가 발견됐다. 경향신문이 19일 입수한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당시 후쿠다 일본 총리에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일본 정부가 기다리지 않고 교과서를 발표해 한국 정부 관료들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로써 ‘지곤조기 파문’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 사실에 대해 오늘 밤 뉴스는, 내일 자 일간지들은 따져 물을 수 있을까? 여야가 벌이고 있는 공천 경쟁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미래권력’들이 어떻게 구성될지에 관해선 지역별로 촉수를 드리우고 있는 언론은 그러나 당대의 모순과 부정에 대해선 거의 함구하고 있는 중이다.
‘지곤조기 파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다. 특히, 보수언론 입장에선 이 정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고쳐 물어야 할 문제다. 대통령이 자국의 영토를 수호할 의지가 없다면 그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더욱이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서 어떤 문제라도 어떻게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의 통치라면 그것은 어떤 체제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아시다시피 ‘지곤조기 파문’의 무마를 위해 대법원을 포함한 사회의 핵심 영역들이 동원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4년을 경유하며 어쩜 우리 사회는 시스템 전체의 건전함을 다시 고민해야 할 정도로 썩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추악한 거짓말이었다면 말이다.
이 거짓말의 진위를 가려야 하는 것이 이제 언론의 책임이 됐다. 임기말은 이유가 될 수 없고, 다른 일들과 섞어서 ‘그러려니’ 판단할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언론의 존재 이유, 그 자체를 묻는 사건이다. 

2012년 2월 18일 토요일

천호선 “미국도 FTA 폐기했다, 과격한 주장 아냐”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17일자 보도 기사 '천호선 “미국도 FTA 폐기했다, 과격한 주장 아냐”'를 퍼왔습니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盧때 판단부족 인정·반성해야”

천호선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은 17일 한미FTA에 대해 “폐기해야 한다, 과격한 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그 상대인 미국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있어 필요한 경우, 중대한 결단을 통해서 양국 간의 다른 국가와 맺은 조약을 폐기했던 선례들이 많이 있다,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천 대변인은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4.11 총선 은평을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출신 이상규 후보와 당내 경선을 치루고 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같은 방송에서 ‘자동차 부분에서 양보가 있었다, 그렇지만 자동차 업계도 이를 받아들인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천 대변인은 “자동차 업계로서는 이익이 될 것이지만 국가의 이익의 균형이라는 것은 자동차 업계에서 더 많은 이익이 나서 그것이 다른 피해보는 분야로 이전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반론을 폈다.

이어 천 대변인은 “자동차 업계의 이익이 줄었지만, 이익은 아직 있으니까 인정한다, 그래서 이 협상이 정당한 것이다는 것은 국가 전체를 보지 못하는 시각”이라며 “지금 부분적인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볼 때는 더 손해가 막대하다”고 반박했다. 

또 ‘노무현 정부 원죄론’에 대해 천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을 통해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이익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천 대변인은 “단지 이익의 균형이 무너진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당시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면서 “스스로도 작은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미국의 FTA 이행법이 한미 FTA의 호혜적인 조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든지, ISD가 매우 불공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들에 대해서는 당시의 판단이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한미 FTA를 근본에서 다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책임있는 정치세력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 대해선 천 대변인은 “폐기인지 재재협상인지, 혹시 아직도 그대로 수용하는 내부의 국회의원들은 안 계신지, 이런 것이 혼란스럽다”며 “민주통합당이 이 부분을 좀 다시 깔끔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등 ‘친노의 부활’ 평가에 대해 천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과 또 그와 함께 했던 정치세력들이 당시에 굉장히 난무했던 오해, 모함과는 달리 서민을 위해서 정책을 펼치려고 애쓰고 깨끗하게 정치를 하려고 애써왔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뒤늦게 인정해주시는 것, 신뢰를 주고 계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천 대변인은 “그것은 단지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는 데 머물기를 국민들이 바라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 총선 전략에 대해 천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최종으로 종결짓는 것이 기본이고 더 나아가서 야권이 집권하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한국 언론자유지수, MB정부 들어 '꾸준한 하락'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26일자 기사 '한국 언론자유지수, MB정부 들어 '꾸준한 하락''을 퍼왔습니다.
RSF 조사 결과 2011년 언론자유지수 전년 대비 2단계 하락


▲ 국경없는 기자회는 25일 발표한 '2011-2012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2011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전년보다 두 단계 하락한 44위로 평가했다.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 단체이자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011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179개국 가운데 44위로 평가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2년 39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2003년 49위, 2004년 48위로 하락했으나 이후 2005년 34위, 2006년 31위, 2007년 39위로 상승하며 30위권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47위로 하락했으며, MBC <pd> 제작진 체포 등이 있었던 2009년에는 69위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2010년에는 42위로 다시 상승했으나, 국경없는 기자회는 25일 발표한 '2011-2012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2011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두 단계 하락한 44위로 평가했다.</pd>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 역시 지난해 5월 한국을 '언론자유국'(free)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시킨 바 있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언론자유 지수가 높은 나라는 2010년과 마찬가지로 핀란드였으며, 월가 시위 당시 현장 취재 언론인을 체포한 바 있는 미국의 2011년 언론자유 지수는 전년보다 27단계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반정부 시위자들을 유혈 진압한 이집트는 39단계 하락한 166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인터넷 검열과 정보 통제를 강화한 중국은 174위에 올랐다. 북한은 올해에도 최하위권인 178위를 기록했다.
한편, 세계적인 홍보기업 에델만은 25개국 일반인 2만5000명과 지식인 5600명을 대상으로 자국의 정부, 기업, 언론, 비정부기구 등 4개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는 온라인 조사를 실시해 '2012 에델만 신뢰 지표'를 24일 발표했다.
26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자료에서 언론 분야는 25개국 평균 52%(지난해 49%)로 4개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신뢰도가 상승했으나 한국 언론의 경우 국제 평균에도 못 미치는 45%를 기록하며 1년 전(53%)보다 신뢰도가 하락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역시 1년 전 50%에서 33%로 크게 하락했다. 국제 평균 하락폭 9%보다 2배 가까이 큰 수치다. 기업 분야에 대한 신뢰도도 전년도 46%에서 31%로 추락했다.
4개 주요 기관 가운데 비정부기구(NGO) 분야의 신뢰도만 62%에서 67%로 올라 한국 시민들은 정부, 기업, 언론보다 NGO를 더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NGO에 대한 25개국 평균 신뢰도 58%를 상회하는 수치다.
종합적으로, 한국 4개 기관의 신뢰도는 44%로 국제 평균(51%)을 밑돌았으며, 순위는 15위에 그쳤다. 

2011년 12월 24일 토요일

김정일 죽음, 문제는 대북 휴민트야, 바보 언론아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23일자 기사 '김정일 죽음, 문제는 대북 휴민트야, 바보 언론아'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김정은 체제 소설 쓸 시간에 누가 축출됐는지 살피시길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을 온 세계가 동시에 알았다”고 했다. 이 문장에는 ‘우리만 몰랐던 것은 아니다’는 문맥이 감춰져있다. 하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은 “김정일 전용열차는 움직이지 않았다”며 김정일 사망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은 몰랐다고 했는데 국정원장은 몰랐던 건 아니라고 한 셈이다.
몰랐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건지, 아니면 몰랐지만 괜찮다는 건지, 몰랐던 건 아니라는 건지.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의 연속, 엇박자의 블루스가 이어지고 있다. 정가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의 별명은 ‘원따로’인데, ‘원래 따로 움직인다’는 말의 줄임이다. 어쩌면 원 국정원장은 이제 대통령과도 따로 움직이기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23일자 주요 일간지 가운데 대북 휴민트 붕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심층 취재한 곳은 '한겨레' 정도가 유일했다. 사진은 23일자 한겨레 3면.

그래서 차라리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휴민트(인적정보)가 붕괴됐다”며 그 이유가 “대북 휴민트가 반MB로 몰려 축출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국정원의 물이 갈렸단 얘기다. 북한 관련 정보가 워낙에 없어 탈북자들로부터 돈을 주고 사고 있단 증언까지 나왔다.
설득력이 있다. 원 국정원장은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행안부 내의 참여정부 인맥을 숙청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9년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원세훈 행안부 장관은 취임한 이후 행안부 내에 남아 있는 참여정부의 색깔을 빼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참여정부 시절 자주 사용했던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참여정부에서 자주 사용했던 ‘혁신’이라는 말 대신에 ‘창의’라는 표현을 쓰도록 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용어도 싫어했던 그가 참여정부에서 중용한 인사를 썼을 리 만무해 보인다. 원세훈 국정원장 이후 국정원의 핵심 라인은 분명 굉장히 ‘서울시청’스러워졌다. 원 국장의 또 다른 별명은 ‘원 주사’(그는 9급 지방직 공무원 출신이다)이다. 
아직까지 언론은 대외비를 다루는 정보라인의 문제 때문인지 누가 축출당한 ‘대북 휴민트’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에서 축출당한 누군가의 증언들을 받으면, 왜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엇박자의 블루스를 추고 있는 것인지 금새 알 수 있을 텐데 누구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건 차라리 이명박 정부 들어 두드러진 언론의 한 특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론은 언젠가부터 정부가 말하면 말하는 만큼만 쓰고, 정부가 말하지 않으면 없는 사실로 취급하고 있다. 정부에 불리하면 쓰지 않고, 정부에 유리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포장하는 것이 천성처럼 베어가고 있다. 정부의 공식 보도 자료가 곧 기사이고, 의혹과 관련해선 정부의 해명이 나오기 전까지 기사화하지 않는다. 정부가 해명을 하면 의혹보단 정부의 해명이 중요하게 처리된다.
대북 휴민트의 붕괴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 던져진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언론이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짚어내야 하는 사실 관계이다. 연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쓰는 국정원이 YTN을 보고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알았다면 이는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자기 부정 행위다. 언론은 마땅히 국정원의 존재 이유를 따져 물어줘야 한다.
대통령도 몰랐고, 국정원장도 몰랐던 김정일의 죽음을 언론이 먼저 알았을 리는 만무하다. 무슨 얘기냐면, 지금 언론이 신나게 써대고 있는 김정은 체제 북한의 실세, 누가 북한을 통치하나, 김정일 일가의 가계도, 김정일의 여인들 뭐 등등에 관한 비본질적이고 잡다 구리한 기사들의 경우 신빙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는단 얘기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낌새조차채지 못했던 언론은 그 이유를 ‘북한 사회의 폐쇄성으로 정보가 전혀 유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북한 최고 권력층의 속살과 같은 정보에 대해선 어떻게 그렇게 본 듯이 얘기할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이틀 사이에 평양에, 김정은에 ‘빨대’라도 꼽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언론이 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 북한의 권력 관계 예측과 실세 전망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프로야구 스토브 리그 기사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이름이 조금 알려진 선수들의 놓고 ‘주전 쟁탈 경쟁’,  ‘역대 최고수준’, ‘ㅇㅇㅇ선수 주목’, ‘돌풍 예고’ 등의 제목을 달아 최대한의 미사여구를 동원해 쓰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프로야구 스토브 리그 기사의 경우 그래도 그만 안 그래도 그만이란 점에서 별 사회적 해악이 되지 않지만, 북한 문제의 경우 그 양상과 예민함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무협지쓰듯 써 내려가는 언론의 기사는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놀이’이다.
그럼 무슨 기사를 쓰느냐고 볼멘소리 할 것도,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대북 휴민트의 붕괴에 집중해야 한다. 김정일 이후의 남북관계를 논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정권이 바뀌건 바뀌지 않건 남북평화공존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은 전체 기자 사회가 공유해야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감시, 견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그걸 망가뜨렸다. 대답을 분명히 해줘야하지 않겠는가.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고문 피해자, 김근태는 돌아와야 한다


이글은 대자보 2011-12-13일자 기사 '고문 피해자, 김근태는 돌아와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정문순 칼럼] 한국사회가 빚진 김근태, 아직 다 못 갚아 안타까움 더해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많이 아프다고 한다. 상임고문이라고 하니까 현실 정치에서 물러나 뒷방 노인으로 늙어가는 줄 알았는데 투병 중이었던 것이다. 김근태라고 하면, ‘그 유명한 고문 사건’이라는 타이틀이 자동적으로 붙는 인물이지만 지금 젊은 세대가 그 이름을 얼마나 알까. 모르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고문’이니 ‘민주화’니 하는 이름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산다면 다행이겠다. 

그 실력이나 자질을 생각할 때 기대에 못 미쳐서 안타까운 사람을 꼽는다면, 김근태가 그에 속한다고 본다. 한나라당 이름을 달고 선거에 나오더라도 미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는지 헤아린 적도 있는데, 김근태가 그랬다. 불의와 죽음의 시대를 한 몸으로 감당한 인물이라면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실력을 발휘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둘 다 아쉬운 느낌을 준다. 

80년대를 거리와 감옥에서 보낸 그는 90년대 중반 민주개혁 세력의 대표자로서 제도권 정치에 입성했고 늘 일정한 지분을 누리기는 했다. 그러나 어떤 결정적인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2년 대통령 경선 후보에 나왔지만 일찌감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경쟁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부류에게서 보이는 개성적이고 강렬한 면모가 부족했다. 어딘지 의기소침하고 유약해 보인다는 건 정치인에게 마이너스였다. 참여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을 때는 차기 대선 주자에서 라이벌로 일컬어지며 통일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하던 정동영 의원보다 뒤처지는 모습이었다. 정 의원보다 덜 개혁적이거나 뭔가를 잘못해선 그런 것도 아니었다. 계파를 만드는 데 골몰하지도 않았고 적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현실 정치라는 게 비정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참여정부 말기 부동산 정책으로 갈팡질팡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맞붙어 보자.”라며 호기롭게 맞서던 장면은 정치인 김근태가 그답지 않게 내뿜은 마지막 포스로 기억된다. 그리고 총선이 있었고, 상대도 안되는 ‘듣보잡’으로 봤던 ‘음주 방송’ 신지호 의원에게 졌다. 뉴라이트 출신에게도 못 이길 정도로 민주 투사의 상징은 초라해졌다. 그가 잃은 것은 국회의원 뱃지만이 아니었다. 고문으로 망가진 건강은 시간이 지난다고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수년 전부터 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한 인간을 처절히 능욕한 고문 가해자들은 악마였을까. 김근태는 자신에게 고문을 가했던 자들이 돌아서서 저들끼리 가족 걱정하고 자식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더라고 했다. 현기영 소설가도 4.3항쟁을 조명한 소설을 쓴 후 공안기관에 잡혀가 고문을 당할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문 기술자들은 악마가 아니고 평범한 가장이었는지 모른다. 고문을 가한 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사람 같지도 않은 ‘빨갱이’ 잡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자신들은 악한 것이 아니라 악역을 담당할 뿐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런 자들이라면 반성하고 살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김근태의 관절을 뽑고 전기고문을 가하고 익사 직전으로 몰아간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그 악마의 손으로 십자가와 성경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는 옥중에서 죗값을 치르던 시절 면회 온 김근태로부터 용서를 받기까지 했다. 이근안은 김근태를 ‘칠성판’에 눕히면서 민주화가 되면 자신이 대신 누울 테니 똑같이 복수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약속은 못 지킬망정 그가 목회자로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거나 교회에서 헛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병석을 찾아가 손을 잡고 참회의 기도라도 올리기 바란다. 

많은 도전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집권자를 별로 안 예쁜 동물에 비유하며 욕이라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자유가 누구의 희생을 통해 얻어진 것인지 깨닫는다면, 여전히 우리 사회는 그에게 갚을 빚이 있고 그 자신도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 유공자가 영화를 누리기는커녕 병마에 시달려 딸의 결혼식도 보지 못할 정도라면 너무 공평치 못하다. 

* 본문은 12.13 에도 게재했습니다.


* 필자는 <대자보> 편집위원이며, 문학평론가입니다.

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한-미 FTA 앞, 국가와 헌법을 묻다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11-11일자 기사 '한-미 FTA 앞, 국가와 헌법을 묻다'를 퍼왔습니다.

1. “차종에 대한 비메탄유기가스의 배출량은 캘리포니아 규정집 제13편제1961(b)(1)(A)조에 규정된 것보다 더 엄격하지 아니할 것이다.”(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속서 9-나 자동차 작업반 부속서한) 시민이 물었다. “환경 기준조차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정부가 답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채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을 도입하며, 우리 배출가스 기준을 캘리포니아주가 정하는 것은 아니다.”(지난 11월 2일 외교통상부 대변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규정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한-미 FTA의 맨얼굴이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은 조약이다. 헌법상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헌법 제6조). 미국은 다른 나라와 조약이 아닌 행정협정(Executive Agreement)을 체결하기도 한다. 한-미 FTA가 그것이다. 그런데 미 의회는 행정협정 중에서 통상협정(Trade Agreement)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행법을 만들어 내용을 규정함과 동시에 효력을 제한한다. 과연 한-미 FTA는 미국의 법과 제도, 행정 조치와 실무 관행을 어느 정도 변화시키는 협정일까? 또박또박 읽어야 한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의 핵심은 이렇다. “한-미 FTA 제1장(최초 규정 및 정의), 제11장(투자), 제21장(투명성), 제23장(예외) 및 제24장(최종규정)을 이행하는 데에 행정 조치의 변경은 필요 없다”, “제5장(의약품 및 의료기기)을 이행하는 데에 법, 행정부 규정 및 실무 변경은 필요 없다”, “제7장(관세행정 및 무역 원활화), 제9장(무역에 대한 기술장벽), 제19장(노동), 제20장(환경)을 이행하는 데에 법의 변경은 필요 없다”, “제10장(무역구제)을 이행하는 데에 미국의 반덤핑 또는 상계 관세 법률과 규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 “제3장(농업), 제8장(위생 및 식물검역 조치), 제12장(국경 간 서비스 무역), 제13장(금융서비스), 제14장(통신), 제15장(전자상거래), 제16장(경쟁), 제18장(지적재산권)을 이행하는 데에 법이나 행정 조치의 변경은 필요 없다”….
미국은 바뀔 거라곤 없다. 바꿀 필요도 없고 바꿀 생각조차 없었다. 가장 고전적 의미의 순수한 ‘자유무역협정’ 그대로다. 그래서 바뀌는 거라곤 ‘무역관세’와 ‘수수료’다. 관세와 수수료를 인하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역관세와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 실무 관행을 바꿔야 한다. 행정 조치를 바꿔야 한다. 경제질서를 우회전해야 한다. 이미 10개 이상의 법을 바꿨고, 대기 중인 법만도 20여 개다. 세제도 개편해야 한다. 종국엔 국민투표에 의하지 않고 헌법을 바꿔야 한다. 해석 개헌이 아니라, 헌법 아래 있는 조약이 헌법을 치받아, 헌법을 바꿔버리는 꼴이다.
미국은 그대로, 한국만 뒤집어진다
2. 목표가 달랐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한-미 FTA의 목표를 ‘관세협상이 아니라 규제완화,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비관세장벽 제거’에 두었다. 당연히 미 이행법 제102조는 “미국의 어떠한 법령에 불합치하는 협정의 규정 또는 어떠한 자나 상황에 대한 동 규정의 적용은 효력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정했다.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통상 목표에 호응했다.
참여정부 시절에 협상 책임자였고 지금은 삼성전자 사장으로 가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을 되새겨보자. “한-미 FTA는 낡은 일본식 법과 제도를 버리고 미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한-미 FTA 청와대 브리핑 제1호·2006). ‘감세, 규제완화, 작은 정부’를 내용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정부, 주주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시장만능주의에 기반한 미국식 국가 모델을 우리 국가 모델로 채택하자는 것이었다. 어떤 시민주권의 동의조차 없이 통상 관료와 행정부 책임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국가 모델을 직수입하는 역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시민주권에 대한 심각한 모반이었다.


<절망의 무게>, 2011-정용일

삼정전자 사장님의 헌법학
그로부터 2년 뒤 미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물론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전은 철저히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초고금리 정책이었다. 재정적으론 긴축을 요구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금융기관은 통폐합되고, 당연히 정리해고가 실시됐다. 그럼에도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초고금리가 아니라 ‘초저금리’였다. 재정 적자의 나라 미국에서 강력한 재정 투입이 있었다. 대규모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섰다. ‘대마불사’(大馬不死)는 정치적 현실이 되었다. 금융기관을 살렸고, 자동차 회사를 국가가 먹여살렸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최소 개입 원칙은 온데간데없었다.
돌이켜보면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한 2006년이나 협상을 강압적으로 비준하려는 2011년이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해는 거의 무지에 가깝다. 같은 점이라면, 미국식 경제 모델과 국가 모델을 역사의 완성태로 이해하려는 점이다.
3. 한국과 미국, 두 나라 간 헌법의 차이가 국가 모델의 차이다. 미국은 계약의 자유를 근본적 권리로서 보호하며 사적 소유권 보호가 철저하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정에서 지적재산권은 미국의 주된 관심사다. 지적재산권을 규정한 제18.10조 27항의 일부다. “(지적재산권) 침해자의 금전적인 동기를 제거하려는 정책에 합치되게, 장래의 침해를 억지하기에 충분한 벌금형뿐만 아니라 징역형 선고를 포함하는 처벌. 각 당사국은 나아가 사법 당국이 형사적 침해가 상업적 이익, 사적인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발생하는 때에, 실제 형기의 부과를 포함하여 장래의 침해를 억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에서 처벌하도록 권장한다.”
책도둑은 글로벌 파렴치범
지적재산권은 보호해야 마땅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으로(물론 현실과 합치된다고 강변하고 싶지는 않지만)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존재한다. 미국은 이런 사회 문화조차 바꾸고 싶어 한다. 수단 하나로 형사 절차에 깊숙이 개입하고 싶어 했다. 형의 종류를 형법도 아닌 조약에 규정했다. 입법 재량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사법 당국에는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다. 우리 대법원은 조약에 이런 내용까지 담긴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동의했을까? 통상교섭본부가 이런 부분까지 약속하도록 시민주권은 미리 위임했던 걸까? 사법부의 양형 재량까지 한-미 FTA가 정해주었다. 미국식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다.
4. 물론 우리도 계약과 시장에 기반한 사회다. ‘소유권 중심 사회’라는 것 또한 인정한다. 다만 우리 사회는 재산권은 보장하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제23조 2항)고 정해두었다. 시민의 기본권은 인정하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제37조 2항 전단)고 유보해두었다.
한국과 미국의 헌법 모델에서 결정적 차이는 바로 이 시대의 우상, ‘경제’에 있다. 미국 헌법에는 경제 조항이 없다. ‘정부 편’과 ‘기본권 편’만으로 구성된 것이 미국 헌법이다. 한국에 있는 ‘경제질서 편’이 없다. 계약 조항과 적정 절차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헌법 의식이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경제질서 편을 두었고, 그곳에 9개 조문을 두었다. 그중에서 결정적 의미는 헌법 제119조 2항에 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경제질서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헌재 1996.4.25 92헌바47)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이 정한 경제질서, 즉 이런 헌법의 지배를 받는 국가 모델은 ‘자유시장경제 질서’와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의 조화에 있다. ‘공익’과 ‘사익’의 조화에 있다. ‘개인’과 ‘나라’의 균형에 있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만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조화, 제조업과 농·어업의 조화 등 공익적 가치를 추구한다.
어쩌면 한-미 FTA 최고의 수혜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변하는 재벌이 될 것이다. ‘시장만능주의’를 추구해온 전경련에 헌법 제119조에서 127조에 이르는 경제 편은 최악의 ‘전봇대’였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더 이상 농·어민 보호는 없다. 중소기업 보호도 없다. 시민주권에 대한 책임성과 반응성의 원리도 없다. 오로지 투자자의, 투자자에 의한, 투자자를 위한 국가만이 존재한다.
그 중심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있다. 미국 뉴욕 월가의 초국적 자본이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를 예상해보자(미국 자본을 미국인들만의 자본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협소한 이해다). 이들은 △우리 중앙정부나 시도 정부가 투자 인가나 투자 계약을 위반한 경우 △직접 혹은 간접 수용으로 인해 자신들의 투자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국제중재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투자 계약은 미국이 맺은 FTA 중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설명이 필요하다. 투자 계약은 한마디로 공공서비스 민영화 계약이다. 사회적 인프라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계약이다.
통째로 삭제되는 헌법 ‘경제편’
이를 ‘투자 계약’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화장했다. “발전 또는 배전, 용수 처리 또는 분배 또는 통신과 같이 당사국을 대신하여 공중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권리 또는 정부의 배타적 또는 현저한 이용과 혜택을 위한 것이 아닌 도로, 교량, 운하, 댐 또는 배관의 건설과 같은 기반시설 사업을 수행할 권리”(제11.28조). 즉 상하수도 민영화, 전력 민영화 계약이고 대중이 이용하는 도로나 댐 등에 대한 건설 계약이다. 미국 투자자의 광범위한 참여를 보장했고, 지방정부나 중앙정부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했다.
현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바뀐 새 정부가 이를 취소했다고 하자. 곧바로 소송감이다. 얻은 건 투자자의 민영화 참여권이요, 잃은 건 공공정책의 재량성이다. 후진할 수 없다. 시민을 위해, 공공복리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전진이 아니라 후진으로 인정된다. 개방과 자유화를 향해, 투자자를 위한 기업국가만을 목표로 앞으로 내달려야 한다. 브레이크 없는 미국산 자동차에 동승한 형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투자자에게 있다
5. 간접 수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란이 거세다. 미국 판례법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법리다. 세상 어느 곳도 헌법에 간접 수용을 명문화한 나라는 없다. 오로지 재산권의 절대적 보장과 계약에 기초한 미국 사회라서 가능한 법리다. 문제는 공공정책의 재량성이다. 공공정책의 무기력화다. 물론 정부는 재량을 충분히 확보해두었다고 방어한다. 일부는 옳고, 대부분 틀렸다.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때와 같은 드문 상황을 제외하고는 공중보건, 안전, 환경 및 부동산 가격 안정화(예컨대 저소득층 가계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통한)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되고 적용되는 당사국의 비차별적인 규제 행위는 간접 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한다.”(부속서 11-나 수용) 담배에 대해 가격규제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 한국 정부에는 공중보건이지만 미국 투자자에게는 간접 수용이다.
조약에 대한 해석은 각자 유리하게 하는 법이다. 모든 공공정책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공중보건 등 4가지 정책에 한정될 수도 없다. 달리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만큼 정부 정책이 소송 대상이 될 여지도 충분하다. 정책의 시민영향성을 고려하기보단 외국 투자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왜 시장에 대한 조정 권한과 공공정책에 대한 결정 역량을 스스로 축소하길 바랄까. 왜 “경제가 사회적 관계에 포함되는 대신 사회적 관계가 경제 체계 안에 포함돼버리는”(칼 폴라니) 상황을 희망하는 것일까. 왜 시민주권보다 투자자 재산권을 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인간의 존엄보단 계약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초시장사회, 초시장국가 모델을 왜 구태여 탐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흐릿한 먼 곳을 무턱대고 쳐다보지 말고 우리가 서 있는 주변의 복잡한 상황을 잠시 동안 조용히 응시하자.”(토머스 칼라일)

글. 최재천 (변호사) 헌법학 박사, 전 국회의원(17대). 저서로 (2006), (2009) 등이 있다.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사설]한·미FTA 무효화 투쟁 정당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3일자 사설 '[사설]한·미FTA 무효화 투쟁 정당하다'를 퍼왔습니다.
야 5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그동안 한·미FTA를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이 어제 비준 무효화를 선언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그제 한나라당이 한·미FTA라는 국가 간 중대 조약의 비준을 날치기 처리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폭거로서, 야권과 시민사회가 비준 무효화를 위해 즉각 나선 것은 정당한 행동이다.

한·미FTA 비준이 무효화돼야 하는 이유는 날치기 비준 처리로 인한 의회민주주의 파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미FTA는 2006년 6월 협상을 시작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밀실 협상’과 ‘졸속 대응’으로 일관한 보기드문 조약이다. 협상 과정에서 국민과 국회는 철저히 배제됐고,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갈린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없었다.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는 무시됐다. 한나라당의 날치기 비준 처리는 절차적 정당성이 실종된 한·미FTA의 예고된 수순이다

절차적 정당성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한·미FTA 그 자체에 있다. 한·미FTA는 단순히 교역을 늘리기 위한 협정이 아니라 우리의 법과 제도, 관행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미국화’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효과는 정부 주장보다 더 작을 수도 있고, 반대 진영의 주장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우리가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은 한·미FTA를 통해 이식될 신자유주의, 즉 미국식 시장 자본주의가 초래할 병폐다.
규제 완화와 시장자율, 기업 제일주의와 개방을 통한 무한경쟁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양극화의 문제는 이미 세계의 고민거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한계와 부작용을 똑똑히 목도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화=선진화’라는 맹목적 인식에 사로잡혀 한·미FTA를 ‘절대선(善)’으로 떠받들고 밀어붙이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한·미FTA의 불합리·불평등 조항들은 국내법과 제도를 비롯한 경제·사회 체질을 미국화하는 도구다. 미국 법령과 협정이 충돌하는 경우 미국 법령이 우선하지만, 협정과 충돌하는 국내 법률은 모두 무효가 되는 현실이 그 하나의 사례다. FTA를 위해 14개 법을 뜯어고쳤다. 사법주권 침해 우려뿐이 아니다. 시장만능주의의 부작용으로 인해 갈수록 정부의 역할, 정책의 공공성이 절실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취약산업을 보호할 국가정책을 위협한다. 정부는 이미 FTA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중소상인보호를 위한 유통법·상생법을 반대한 바 있다. 한번 개방하면 그 폭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한 역진방지 장치 등도 업종간·계층간 양극화를 더욱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가뜩이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국내 현실에서 농어민·중소상인 등 개방 파고에 휩쓸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활동이나 공공정책의 자율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돈으로 피해보상하고 넘어가는 ‘사실상 농업 포기’는 또 다른 문제다.

4년 넘는 논쟁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끝내 독소조항 한 군데 손대지 못한 채 날치기로 비준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제 더 이상 갈등을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며 한·미FTA 비준으로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날치기 비준은 끝이 아니다. 무효화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할 뿐이다.

[사설] FTA 피해도 제대로 모른 채 무슨 대책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23일자 사설 '[사설] FTA 피해도 제대로 모른 채 무슨 대책인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 앞서 외교통상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정부는 피해 우려 분야에 대한 보완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시행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의 날치기 비준동의에 이어 국내 후속 대책마저 졸속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잠정적 목표로 잡은 협정 발효일은 내년 1월1일이다. 협정이 이대로 발효되면 당장 농어민과 소상공인,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제약업계가 타격을 받게 된다. 2007년 6월 말 두 나라 정부가 협상 종료와 함께 체결을 선언할 때부터 예고된 충격이다. 그러나 4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의 피해대책은 막연하고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정부의 국내 보완대책이 얼마나 부실한지는 농어민 지원대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8월에 정부가 발표한 지원대책은 10년 동안 22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피해 농민을 구제하고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이는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발효 때 만든 대책을 2007년 참여정부에서 한-미 협정 체결 때 재탕하고, 이명박 정부가 다시 ‘삼탕’한 것일 뿐이다. 심지어 박정희 정권 때부터 해온 농업육성 사업까지 협정 피해 대책으로 포장한 경우도 있다. 이러니 큰 충격을 코앞에 둔 농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에 위로는커녕 절망감만 느끼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회 비준동의를 밀어붙이는 데 급급해 정확한 국내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기대효과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부풀리고 불 보듯 뻔한 피해는 되도록 줄여 여론을 호도해왔다. 한-미 협정에 대한 과장 논리의 압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자주 거론하고 일부 언론이 확대재생산하는 ‘경제영토 확장론’이다. 역사의식과 현실 인식 능력이 지극히 의심스런 논리다. 경제강국들과 무분별하게 경제통합을 추진하다 파국을 맞은 사례가 세계 곳곳에 널려 있는데도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대격변기를 맞아 객관적이고 냉철한 상황판단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지금 정부의 모습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