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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9일 월요일

새누리 국정원 차장마저 공천…“보은 인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18일자 기사 '새누리 국정원 차장마저 공천…“보은 인사”'를 퍼왔습니다.
4년전 KBS 장악 대책회의 김회선 2차장…‘FTA전도사’김종훈·‘4대강추진’김희국도

강남 지역 주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과 한미FTA 강행 추진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까. 새누리당은 이 두 가지 사안을 주도했거나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인사들을 강남 지역 후보로 18일 확정했다.
지난 2008년 KBS 후임 사장 관련 대책회의에 참석해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KBS 장악이 이뤄졌으며 이에 정보기관도 움직였다는 의혹을 낳았던 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제2차장이 오는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 후보로 뛰게 된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008년 8월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연 대책회의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나경원 새누리당 전 의원,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과 함께 김회선 전 차장이 참석했다. 이날은 배임 혐의를 받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한 날이었다. 대법원은 올해 이 정 전 사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은 논란이 된 김 전 차장의 참석에 대해 “당정 협의 차원에서 만났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당정협의에 국정원 간부가 배석했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국정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 김회선 전 국정원 제2차장

국가정보원법 제9조 ‘정치관여 금지’는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발표한 9차 공천자 명단에는 김 전 차장 외에도 ‘문제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FTA 전도사’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서울 강남을 후보로 확정돼 ‘FTA 반대’를 주장해온 정동영 의원과 맞붙게 됐다.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는 김 전 본부장의 공천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김종훈, 미끼 제대로 물었다. 강북이 깜깜하다고 하면서 우리를 깜깜한 FTA로 끌고 간 사나이…제대로 걸렸다”라고 남겼다.
4대강 추진 인사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대강 추진본부 부본부장 출신인 김희국 전 국토해양부 제2차관이 대구 중구·남구 후보로 확정됐다. 김 전 차관은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찬동 A급 인사로 분류해 이번 총선에서 낙천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18일 논평에서 “(김 전 차관은)2010년 지방선거 이후 4대강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정치적 반대’라며 왜곡된 입장을 고수했다”며 “4대강 사업에 반성 없는 새누리당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뉴라이트 계열인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가 부산 해운대기장을 후보로 공천돼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맞붙는다.

2012년 3월 8일 목요일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 유입없다더니, 조사결과 왜 폐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08일자 기사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 유입없다더니, 조사결과 왜 폐기'를 퍼왔습니다.
한겨레 “국정원 방사능 유입 경고 입막음” 국정원 “사실무근…법적대응”

지난해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방사능 물질(방사능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실험결과가 나왔는데도 국가정보원이 이 결과의 발표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과학원과 국정원은 사실이 아니며, 법적 대응도 준비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환경과학원은 실험한 사실을 시인했으며, 지난해 기상청과 원자력안전기술원, 각종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장했던 ‘탁월한 편서풍에 따른 방사능 유입불가’론과 달리 시점과 방향에 따라 유입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대기권에는 편서풍만 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 ‘편서풍 만능론’은 결국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한겨레는 8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환경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지난해 3월 국립환경과학원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의 확산 경로를 모델링해 보니, 저농도이지만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사실을 알게 된 국가정보원에서 대외비로 하라고 해서 모델링 결과를 폐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환경과학원이 모델링을 통해 얻은 값은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일부 온다는)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의 분석 결과와 비슷했다”며 “환경과학원의 주 업무는 아니었지만 나중에 요청이 올 수 있어서 자체적으로 모델링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고위관계자는 “기상청이 한반도에는 방사성 물질이 전혀 오지 않는다고 한 것은 정부 부처로서 적절한 대응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저농도 방사능은 오지만 엑스선 사진을 찍은 것과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라고 했어야 했다…이런 태도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26일 방송된 KBS <뉴스9>

독일 기상청이 지난해 4월 4일 예상도를 통해 4월 7일 한반도 주변의 방사능 확산정도를 예측했던 이미지. ⓒ독일 기상청 홈페이지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은 방사능 유입경로에 대한 실험을 한 사실을 시인했으나 국정원의 요구를 받은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석조 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8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 환경부 차원에서 모델링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실시한 것”이라며 “모델링할 때 후쿠시마 유출 방사능량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의 배출량을 기준값으로 넣어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당시 우리의 조사도 기상청과 같이 후쿠시마 폭발 방식의 기상상황으로 볼 때 국내로 이동할 수 없는 기상패턴이었다”면서도 “다만 시기적으로 여름일 경우나 남동풍 기류로 바뀔 때 국내로 올 수도 있다. 우리 쪽으로 불어올 때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을 비롯한 우리 정부는 지난해 당시 시종일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대기에서는 탁월한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절대 방사능이 한국에 유입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판단이다. 1.5~10km 상공엔 편서풍이 안정적으로 불지만, 그 아래쪽 대기 중엔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는 주요 사실을 과학원은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 부장은 “설사 우리나라로 바람이 불어오는 패턴이 있다 해도 다른 기상요소에 따라 올 수도 있고, 안올 수도 있다. 그 시점에 가서 조사해봐야 정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우리 조사는 방사능이 우리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지만, 1년 365일 바람의 방향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지난해 3월 26일 방송된 (뉴스광장)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확산 모델을 유일하게 보도했었다. 편서풍이 부는데도 후쿠시마보다 서쪽에 있는 도쿄에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KBS는 “지표에서 1.5~10km 상공에는 편서풍 영향으로 바람이 동쪽으로 불지만, 지표에서 1.5km 이내에는 대기 순환 영향으로 동풍이나, 북풍이 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 박사는 “도쿄에서 관측되는 높은 방사능 수치는 (지상풍의) 국지적인 순환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3월 8일자 1면

이 역시 지상층(낮은 대기)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편서풍 만능론’은 정부와 기상청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수준임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말라고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환경과학원과 국정원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이석조 기후대기연부장은 “국정원의 연락이나 요구도 없었고, 폐기하라 말라고 얘기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도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고서의 존재사실도 몰랐고, 우리가 관여할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 2월 26일 일요일

겁쟁이도 절박한 순간에는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2-02-23일자 기사 '겁쟁이도 절박한 순간에는'를 퍼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독일로 이주해 36년째 살고 있다.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사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아 문화재 실측조사를 했다. 독일어로 건축사 전공책을, 한국어로 에세이(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썼다.



내가 공개적으로 4대강사업을 비판해 왔다고 해서 용기있고 당찬 여자일 거라 생각하면 오해다. 도리어 나는 겁 많고 소심한 편이다. 어린 시절 뛰놀 때도 늘 몸을 사려 한번도 크게 다쳐본 적이 없다. 부모가 되어 아이들 데리고 스키장에 가서도 넘어져 다칠까봐 늘 설설 기다시피 탔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서 나는 무서운 스키장에 발도 들이지 않는다. 유럽 최고의 여름썰매장에서도 브레이크를 꽉 잡고 살살 내려오는 통에 뒤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 드라마를 보면 폐인이 된다기에 고지식한 나는 그 유명한 드라마 한 편 보지 못했다.
나는 4대강사업을 고발하는 글을 쓸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 이를 악문다. KBS 방송국 간부가 나에게 전화해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을 때는 공영방송의 막강한 법무팀과 재판을 벌이다가 우리집 전재산을 날리고 남편에게 이혼당하는 시나리오까지 떠올렸다. 뮌헨 교포들에게 내가 마련한 4대강사업 설명회 뒷풀이 자리에서 발언했던 많은 원로 교포들에게 독일주재 한국영사관이 전화를 걸어 “당신이 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지? 앞으로 조심하라”고 경고했을 때, 나는 뮌헨 교포사회에 서로가 서로를 국정원 끄나풀로 의심하는 풍조가 생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이렇게 겁 많고 소심한 내가 지난 4년에 걸쳐 일관되게 4대강사업을 비판하는 글을 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걱정과 염치에서다.
독일은 선조들이 강바닥을 파고 보를 세운 댓가로 홍수 증가와 수질 악화에 시달리다 못해 강을 자연 상태로 복원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명색이 독일의 하천사업을 모델로 한 하천복원이라면서 독일이 자연에 무지했던 시절 벌인 막가파식 하천개발과 똑같은 방식으로 4대강사업을 했다. 독일의 경우에 비추어봤을 때 환경 재앙과 경제 파탄은 불 보듯 뻔했다. 나는 그렇게 걱정스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여기에 바쳐온 내 개인적인 희생이 아무렇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내 힘으로 4대강사업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죄 없는 후손에게 재앙을 물려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알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모르느니만 못하다는 간단한 이치가 나를 움직이게 했을 뿐이다. 몰라서 동조하는 이들과 알면서도 묵인한 이들을 통해 나치 정권이 태어나고 유지되었던 역사를 나는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사실 나의 글쓰기는 점점 집요해져 왔다. 날이 갈수록 오기가 커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의 거짓말에 고지식하게 꼬박꼬박 대응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글을 전부 내리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KBS 간부에게도 정면돌파하겠다며 맞섰던 것도 내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옳은 길인 줄 알면서 무섭다고 다른 길로 갈 만한 주변머리가 없어서였다. 뮌헨 교포사회의 화합이 나 때문에 깨질까 하는 염려는 여전하지만 지금 이렇게 밝히는 것도 툭 하면 전화해서 협박하는 해외 공관의 행태를 고발해서 후배 교민들에게 건강한 교포사회를 물려주는 일이 당장의 화목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4대강사업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사람들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협박한 즉시 나는 그간 바빠서 미루어 두었던 비판글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의 4대강공사 현장에서 직접 뛰는 사람들에게 내려치는 매를 막아줄 힘은 없지만 옆에서 같이 맞아주며 매를 분산시키겠다는 정도의 용기는 하룻밤 고민하는 사이에 생긴다.
진실은 용기 있는 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는 이것을 이름 모를 어느 겁쟁이 아가씨에게 배웠다. 남편에게 맞고 살던 어떤 아주머니가 있었다. 가장 무섭게 맞은 것은 집안이 아니라 큰 길거리에서였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뺨이 눌린 채 남편에게 자근자근 밟히며 맞고 있는 데도 사람들은 모두 그냥 지나쳤다. 20분이나 이렇게 맞으며 죽음의 공포를 느낄 무렵 한 아가씨가 나타났다. 그 아가씨는 한 대만 더 때리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112가 찍힌 핸드폰을 높이 쳐들고 골목길로 지하철역으로 따라다니며 가로막았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날카로운 눈매의 여장부가 아니었다. “그 아가씨, 말리는 내내 파들파들 떨고 있었어요. 우리 신랑이 주먹을 쥐고 때릴 듯하면 주저앉아서 엄마야~~ 그랬다니까. 내 보기에도 나만큼 겁먹었던 거 같애. 핸드폰도 두 손으로 쥐고 있는데 바들바들 떠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런데도 계속 뒤따라오는 거예요. 이빨 딱딱 부딪치면서 아저씨 때리지 마세요, 신고할 거예요… 신고할 거예요… 하면서…”
급기야 이 아가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을 호출하는 것을 본 남편은 서둘러 자리를 떴고 아주머니는 힘 없고 겁 많은 아가씨가 그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회고했다. 안 그랬으면 그날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길거리에서 그렇게 비참한 꼴을 보이고 살아갈 기력은 없었을 것 같다고. 이름도 묻지 못한 채 경황 없이 아가씨와 헤어졌지만 아주머니는 그날 이후 남편의 폭력에 저항하기 시작했고 다른 아내가 맞는 것을 보면 뛰어들어 말릴 용기까지 생겼다고 한다.(산하 김형민 PD의 “위대한 겁쟁이 아가씨”에서. 전문 보기.)평범한 사람도 자긍심을 가지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바른말을 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 있다. 저 위대한 겁쟁이 아가씨를 생각하면 나 같이 겁 많고 소심한 사람도 비겁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핑 돈다. 소심증을 한번 극복하고 일어선 사람에겐 협박이 잘 통하지 않는다. 힘 있는 자가 아무리 망치를 휘둘러도 여기를 치면 저기서 솟아오르는 두더지 떼의 끈질김을 당할 수 없다. 힘 없고 겁 많은 사람도 고지식하게 끈질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인지.
(독일에서 발간되는 월간문화지 풍경 2월호에  송고한 글입니다.)

2012년 2월 5일 일요일

미국 망명 승인 전직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 단독인터뷰


이글은 한국일보 2012-01-27일자 기사 '미국 망명 승인 전직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 단독인터뷰'를 퍼왔습니다.
KIC의 메릴린치 투자 문제 지적하자 위험인물 낙인 미국보호 받은 첫 한국인 내부고발자에 정치권은 충격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감청 의혹을 폭로하고 미국으로 피신했던 전 국정원 6급 직원 김기삼씨가 지난해 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이민법원으로부터 미국 망명을 최종 허가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주간한국의 특종보도(2408호, 2012년 1.23~1.29)로 국내에 알려졌는데, 그는 이번 판결로 내부고발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는 한국인이 됐다. 

미 이민 법원은 김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각종 증거 자료와 증언이 미국정보ㆍ 수사기관의 자료및 정보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해 망명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내부고발자로는 첫 사례이기에, 미 이민 법원은 무려 8년간 재판을 진행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김씨는 망명 허가는 이례적인 것이다. 또 한미 FTA 타결 등 그 어느 때보다 양국간 정치ㆍ경제적 협력 토대가 굳건한 시기에 이뤄진 망명허가는 우리 정치권에 던지는 충격파도 적지 않다.

그는 이미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비봉출판사)는 책으로 DJ 정권을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 비판을 날을 거두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2003년 국정원에 의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기소중지 상태다. 언제든지 국내에 들어올 경우 피의자로 체포된다. 그는 또 2006년에 이어 2011년 두 차례나 대한민국 여권갱신이 거부됐다.

그는 주간한국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청와대도 국정원도,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김기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김기삼이 제기한 (DJ관련 등)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만은 ‘무조건 덮고 가야 한다’고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미국 법원이 지난해 말에 망명 요청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8년 동안 지루한 소송을 벌인 결과인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해 별 감흥이 없습니다. 담담할 뿐입니다.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기에 좀 지쳤습니다. 이제는 헤어나고 싶다는 심정입니다. 엊그제 필라델피아 이민국에 망명허락인증카드를 받으러 갔다 오는 차 속에서 ‘이 조그만 카드를 받으려고 8 년간 이 길을 수십 차례 왔다갔다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이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는 심정입니다. 또 제가 낸 책(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을 읽고 젊은이들이 조국의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메일을 보내올 때마다 희생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 이번 망명 승인은 미국 법원이 김기삼씨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치적 탄압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미국 법원이 한국 정부를 보는 시각은 어떻습니까? 

“미 법원이 한국 정부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다만, 저의 망명재판을 맡은 판사는 사건을 매우 신중하게 처리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판사는 10여 년에 걸친 이민판사 경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는 말도 했어요. 법원은 여러 차례 이 사건에 대한 미국 정부 (국무부, 국토안전부, 정보기관 등)의 입장이 무엇인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측에서는 한 번도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판사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뭔가 말 못할 민감한 문제가 게재되어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한국 정부가 저를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판결문 자체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길게 작성되었습니다.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렸다고 했어요.”

-이명박 정부 초기에 한국투자공사(KIC)의 메릴린치 투자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뉴욕에서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던 2010년 봄에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3분의 2 이상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한국측이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편지를 썼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아직도 메릴린치의 사기적인 투자 유치에 대한 소송이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미국의 BOA 은행이 파산을 걱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투자공사의 최고 책임자에게 미국에서 사법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취지의 편지를 썼고, 뉴욕의 변호사로서 한국 국익을 위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일이 이명박 정부를 자극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김기삼을 위험인물로 분류하지 않았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 편지를 보낸 뒤 기관으로부터 답을 못받았나요?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 이명박 정부가 왜 김기삼씨를 정치적으로 탄압한다고 생각합니까? 

“책이 나온 뒤 국정원이 저에 대해 대대적인 감찰조사를 벌인 뒤 2003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아직도 기소중지 상태를 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6년, 2011년 두 차례나 저의 여권갱신 신청이 거부되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정부의 이런 조치들이 미국의 이민 판사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탄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 진보성향의 구 정권과 보수성향의 현 정부가 김기삼씨를 공통적으로 탄압한다면,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책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DJ의 반역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김대중(전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느라 우리 민족의 지상목표인 통일 기회를 날려버린 데 대한 분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쓰러져 가는 김정일 정권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불법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게 통일의 기회가 있었으리라고 판단합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기회를 놓쳐버렸고, 이제는 북한의 상시적인 핵공갈 아래 놓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저의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국정원도,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김기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김기삼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만은 이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덮고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국 정치인들도 이제는 수치스런 일을 스스로 밝히고 사과하는, 그런 용기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감춘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 한국 정부는 왜 이 문제를 덮고 가야 한다고 결정했을까요?

“국가 지도자의 자질이나 성향, 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제가 제기한 김대중 정권의 반역의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 부족이 큰 원인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현 정권은 그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기본적인 군복무를 하지 않아 국가 안보에 대한 명확한 의지나 신념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현 정부도 김기삼씨에 대해 위협의 소지가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요? 

“글쎄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 정부 초기엔 저에게 아주 우호적이었어요.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분이 저를 찾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상당히 적대적인 자세로 변했는데, 저는 그 시기가 제가 한국투자공사의 메릴린치 투자 실패 문제를 제기한 이후인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 말 한나라당 측에서 김기삼씨에게 여러 통로를 이용해 접촉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그런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2008년 저의 망명재판 1심이 있은 직후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부터 연락이 온 적은 있습니다.”

- 지난 정권의 비리 의혹에 대해 많은 것을 폭로했는데 혹시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지요? 

“김대중(전 대통령)의 노벨상 공작에 관해 아직 밝히지 않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저로서는 제가 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고, 국정원이나 한국 정부가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감당해 내기도 어려운 일이고요. 하지만 김대중의 노벨상 공작을 세상에 밝히는 일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 정부가 지난 대선 때 김기삼씨가 공개하지 않은 내용들을 선거에 활용하려 했다는 말도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움직임이 있었나요? 

“지난 대선 당시에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지난 정부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기삼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조사에 응할 의향이 있나요? 

“언제라도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겠다면 최대로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 한나라당이 지난 정부의 비리 의혹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제가 보기엔 한나라당 사람들의 체질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웰빙체질 이라는 말이죠. 만약 제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여러 비리 사실을 폭로했다면 민주당 사람들은 없는 것도 만들어 내서 한나라당을 공격했을 겁니다. 하지만 한나라당 사람들은 다 만들어서 갖다 줘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차려주면 떠먹여 달라고 합니다. 소화제 챙겨 달라고 하지 않는 걸 고마워해야 할 정도입니다.”

- 현 정부의 국정원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전직 직원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난 좌파정권 시절, 국정원은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는커녕 대한민국의 안보를 해치는 일에 앞장서 왔습니다. 한마디로 반역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거죠.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난 후 국정원은 이에 대해 한마디의 반성도 사과도 없었습니다.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덮기에 급급했어요. 저는 더 이상 국정원의 존재이유가 없어졌다고 믿습니다. 해체하고 다시 세우는 길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망명이 승인됨에 따라 개인 신상에도 여러 변화들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잘 먹고 잘 살아야지요. 애들도 잘 먹여 살리고요. 그래야 다음 세대들에게 “옳은 일을 하고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지 않겠습니까?” 

윤지환 기자 jjh@hk.co.kr

2011년 12월 24일 토요일

김정일 죽음, 문제는 대북 휴민트야, 바보 언론아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23일자 기사 '김정일 죽음, 문제는 대북 휴민트야, 바보 언론아'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김정은 체제 소설 쓸 시간에 누가 축출됐는지 살피시길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을 온 세계가 동시에 알았다”고 했다. 이 문장에는 ‘우리만 몰랐던 것은 아니다’는 문맥이 감춰져있다. 하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은 “김정일 전용열차는 움직이지 않았다”며 김정일 사망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은 몰랐다고 했는데 국정원장은 몰랐던 건 아니라고 한 셈이다.
몰랐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건지, 아니면 몰랐지만 괜찮다는 건지, 몰랐던 건 아니라는 건지.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의 연속, 엇박자의 블루스가 이어지고 있다. 정가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의 별명은 ‘원따로’인데, ‘원래 따로 움직인다’는 말의 줄임이다. 어쩌면 원 국정원장은 이제 대통령과도 따로 움직이기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23일자 주요 일간지 가운데 대북 휴민트 붕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심층 취재한 곳은 '한겨레' 정도가 유일했다. 사진은 23일자 한겨레 3면.

그래서 차라리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휴민트(인적정보)가 붕괴됐다”며 그 이유가 “대북 휴민트가 반MB로 몰려 축출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국정원의 물이 갈렸단 얘기다. 북한 관련 정보가 워낙에 없어 탈북자들로부터 돈을 주고 사고 있단 증언까지 나왔다.
설득력이 있다. 원 국정원장은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행안부 내의 참여정부 인맥을 숙청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9년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원세훈 행안부 장관은 취임한 이후 행안부 내에 남아 있는 참여정부의 색깔을 빼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참여정부 시절 자주 사용했던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참여정부에서 자주 사용했던 ‘혁신’이라는 말 대신에 ‘창의’라는 표현을 쓰도록 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용어도 싫어했던 그가 참여정부에서 중용한 인사를 썼을 리 만무해 보인다. 원세훈 국정원장 이후 국정원의 핵심 라인은 분명 굉장히 ‘서울시청’스러워졌다. 원 국장의 또 다른 별명은 ‘원 주사’(그는 9급 지방직 공무원 출신이다)이다. 
아직까지 언론은 대외비를 다루는 정보라인의 문제 때문인지 누가 축출당한 ‘대북 휴민트’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에서 축출당한 누군가의 증언들을 받으면, 왜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엇박자의 블루스를 추고 있는 것인지 금새 알 수 있을 텐데 누구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건 차라리 이명박 정부 들어 두드러진 언론의 한 특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론은 언젠가부터 정부가 말하면 말하는 만큼만 쓰고, 정부가 말하지 않으면 없는 사실로 취급하고 있다. 정부에 불리하면 쓰지 않고, 정부에 유리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포장하는 것이 천성처럼 베어가고 있다. 정부의 공식 보도 자료가 곧 기사이고, 의혹과 관련해선 정부의 해명이 나오기 전까지 기사화하지 않는다. 정부가 해명을 하면 의혹보단 정부의 해명이 중요하게 처리된다.
대북 휴민트의 붕괴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 던져진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언론이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짚어내야 하는 사실 관계이다. 연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쓰는 국정원이 YTN을 보고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알았다면 이는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자기 부정 행위다. 언론은 마땅히 국정원의 존재 이유를 따져 물어줘야 한다.
대통령도 몰랐고, 국정원장도 몰랐던 김정일의 죽음을 언론이 먼저 알았을 리는 만무하다. 무슨 얘기냐면, 지금 언론이 신나게 써대고 있는 김정은 체제 북한의 실세, 누가 북한을 통치하나, 김정일 일가의 가계도, 김정일의 여인들 뭐 등등에 관한 비본질적이고 잡다 구리한 기사들의 경우 신빙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는단 얘기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낌새조차채지 못했던 언론은 그 이유를 ‘북한 사회의 폐쇄성으로 정보가 전혀 유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북한 최고 권력층의 속살과 같은 정보에 대해선 어떻게 그렇게 본 듯이 얘기할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이틀 사이에 평양에, 김정은에 ‘빨대’라도 꼽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언론이 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 북한의 권력 관계 예측과 실세 전망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프로야구 스토브 리그 기사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이름이 조금 알려진 선수들의 놓고 ‘주전 쟁탈 경쟁’,  ‘역대 최고수준’, ‘ㅇㅇㅇ선수 주목’, ‘돌풍 예고’ 등의 제목을 달아 최대한의 미사여구를 동원해 쓰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프로야구 스토브 리그 기사의 경우 그래도 그만 안 그래도 그만이란 점에서 별 사회적 해악이 되지 않지만, 북한 문제의 경우 그 양상과 예민함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무협지쓰듯 써 내려가는 언론의 기사는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놀이’이다.
그럼 무슨 기사를 쓰느냐고 볼멘소리 할 것도,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대북 휴민트의 붕괴에 집중해야 한다. 김정일 이후의 남북관계를 논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정권이 바뀌건 바뀌지 않건 남북평화공존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은 전체 기자 사회가 공유해야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감시, 견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그걸 망가뜨렸다. 대답을 분명히 해줘야하지 않겠는가. 

[사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구분 못하는 정보당국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23일자 사설 '[사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구분 못하는 정보당국'을 퍼왔습니다.
‘먹통 정보력’으로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정보당국이 연일 기밀을 흘리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다음날 국회 정보위에서 보고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움직임이 공개된 데 이어,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그제 정보 입수수단과 능력을 짐작할 수 있는 이른바 ‘김정은 대장 명령 1호’ 입수 시점을 한 언론에 제공했다. 고위 정보당국자들이 정보력 부족에 대한 비판여론을 모면하려고 북한 관련 기밀을 흘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정보당국자들의 행태가 한심스럽다.

원 원장이 밝힌 전용열차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첨단기술을 통해 얻어진 정보다. 그 자체가 민감한 내용일 뿐 아니라 한·미의 정보 공유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다. 국정원은 정보 공개의 책임을 비공개 정보를 흘린 국회의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정원은 동일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대장 명령 1호 입수시점 공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정보수집에서는 보안이 생명이다. 아무리 인적정보 수집(휴민트)과 기술정보 수집(테킨트) 능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기밀이 한 번 공개되면 기존의 방법은 가치를 잃어 보완이 불가피하다. 때로는 기존의 인적·기술적 수단을 포기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완전히 새로운 수집수단과 경로를 찾아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 때 우리가 이미 겪은 바다. 

정보당국자들의 기밀공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공개해 미국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부지기수다. 또 국회 정보위를 통해 기밀이 새 나간 것도 비일비재하다. 2006년 2월 국정원이 ‘언론 유출 정보 사례집’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에게 배포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정무직인 고위 정보당국자들의 아마추어리즘과 직업 정보관리들의 관료화 때문이다.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당국이 수집한 정보는 최대한 국민에게 공개하고 기밀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보는 정반대로 취급되어 왔다. 기밀이 공개된 데에는 그동안 정보가 정보 당국에 의해 자의적으로 다루어져온 데도 원인이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원 원장을 비롯한 정보당국의 전면적인 인적쇄신과 동시에 기밀 분류 기준을 엄격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기밀을 지키지 못하는 국회 정보위의 운영도 개선되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에 따라 회의를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하되 꼭 필요할 때만 비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비공개 정보가 공개됐을 경우 관련자들에게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사설] 고장난 ‘원세훈 체제’ 언제까지 내버려둘 텐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22일자 사설 '[사설] 고장난 ‘원세훈 체제’ 언제까지 내버려둘 텐가'를 퍼왔습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엊그제 국회 정보위 발언이 일파만파를 낳고 있다. 북한의 공식 발표와 달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사망 당일 평양에서 움직인 적이 없다고 밝힌 것 때문이다. 마치 북한의 김 위원장 사망 발표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발언이었다. 반면 군에서는 전용열차가 움직인 것으로 결론지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혼선이 일었다.
우선 최고급 대북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국정원과 군이 이렇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뒤늦게 국방부가 원세훈 원장의 증언이 맞다고 해명했으나 과연 어떤 게 진실인지는 아직 확인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 얘기를 종합해보면, 원세훈 원장이 확실치 않은 정보를 언급함으로써 혼선을 유발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폐쇄적인 북한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다. 원세훈 원장의 발언도 주한미군 보유 군사위성의 촬영 사진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위성은 하루 3~4차례 한반도 상공을 오가며 북한 전역을 촬영한다. 따라서 전용열차가 움직였다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인지, 계속 한곳에 머문 것인지를 확인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원 원장이 전용열차가 움직인 적이 없다고 단언한 것은 너무 성급한 발언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세훈 원장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런 발언을 했다면 더 큰 문제다. 민주당 쪽은 정보수집 능력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자 이를 피해보려고 국정원장이 의도적으로 확실치 않은 정보를 흘렸다고 비판한다. “(정보위가) 시작하자마자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맞다면, 국정원은 김정일 사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는커녕 책임 추궁을 피하려고 자칫 북한과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무책임한 짓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의 무능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 들통났고, 5월 김정일 방중을 김정은 방중이라고 전세계 언론이 오보를 하게 해 망신을 당한 것도 국정원의 책임이 크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이 국내 정보 기능을 강화하면서 대북 정보 기능을 대폭 축소한 탓이 크다. 이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정보 문외한인 원세훈 원장을 교체하고 국정원 기능 전반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국정원은 인터넷 검색 수준 …사태 수습 후 책임 물어야"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국정원은 인터넷 검색 수준 …사태 수습 후 책임 물어야"'를 퍼왔습니다'
한나라 내에서도 "이희호 여사 조문 허가하라"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희호 여사의 조문을 허용해야 한다는 공개 요구가 나왔다. 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애도를 표한다"며 "남편이 서거했을 때 조문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주신 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2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 자리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이희호 여사의 개인적 조문은 허용하는 게 어떻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도 북한이 대규모 조문 사절을 보냈다. (이희호 여사 방문이) 인지상정이고, 허용하는 게 남북 관계 발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정몽준 의원도 "이희호 여사 본인이 조문 하러 가겠다면 정부가 허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류 장관은 "조문 문제(이희호 여사 조문 여부)를 포함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남북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또 국민 정서 등을 참작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며 "(이 여사 방북을 포함해) 유관 부처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구 의원이 거듭 이 여사 조문 허용을 요구하며 "잘 판단하라"고 말하자 류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정부 여당 안에서는 이희호 여사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북한으로부터 조문을 받은 민간인을 조문단으로 보내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류우익 통일부 장관 ⓒ뉴시스

"국정원은 인터넷 검색 수준, MB는 후진타오와 20시간째 '불통'"

이날 긴급현안보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20시간 동안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통화를 못한 것과 관련한 대중 외교의 문제점, 김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정보 당국의 미숙함 등이 지적됐다.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우리 정보 능력의 미흡함을 지적한다"며 "당사자인 우리가 예민해야 하는데 정보 수준 이 정도라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상찬 의원도 "정보 당국의 정보 수집력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이런 (어수선한) 상황이 끝난 다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보 당국은 정말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인터넷 검색 수준이다. 삼성에서는 전날 알았다고 한다. 삼성의 정보력이 어떻게 대한민국 정보력보다 떨어지느냐"고 질타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우리 정보 당국의 수준을 보면,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국가숙박원 아니냐. 통일부가 아니라 숙박부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몽준 의원은 "우리 대통령이 중국 정상과 통화를 못했다. 우리가 시도는 했느냐"고 물었고, 구상찬 의원은 "20시간 동안 대통령이 (중국과) 상호 정상간 통화 시도를 했는데 불발됐다. 이런 외교 문제, 어떻게 보느냐"고 질타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 전해진 후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2시 경에, 일본 노다 총리와 2시 50분 경에,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5시 경에 통화했지만,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이날 오전 11시 현재까지도 통화를 못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심지어 카운터파트인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김 장관은 "서로 체제가 달라서...중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잇고, 대사가 중국 외교부와 계속 (접촉)하고 있지만 (중국 측 관료들이) 해외 전화 통화는 익숙치 않아서 그 문제는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북한과 중국간 군사 동맹 때문이냐"고 질문하자 김 장관은 "중국에서 이유를 뚜렷하게 설명하는 게 아니어서..."라고 말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사망했는데, 중국 국가 정상과 통화를 못하는 이유에 대한 파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구상찬 의원은 "양국 정상간 대화도, 전화 통화도 안되고, 외무장관간 전화 통화도 안되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것"이라며 "김정일 사망이 (동북아 정세에) 얼마나 큰 변수인가. 그런데 제일 중요한 중국 정상과 통화가 안된다. 대중 외교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형오 "군사 자극 않겠다 선언하라" VS "MB정부, 설설 기지 말라"

한나라당 안에서는 향후 정부의 태도와 관련해 강온파가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북한 최고 지도자가 급작스럽게 사망했는데, 남한에 대해 북한이 공격할 상황이 아니지 않나"라며 "북한을 불필요하게 군사적 심리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외교부 장관이 대외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몽준 의원은 "일부러 북한을 자극하는 것도 안 되지만 너무 북한을 의식해 스스로 위축될 필요가 없다"라며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은 예정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북한을 자극하기 위해 점등 안한다? 세상에 이렇게 설설 기는 이명박 정부, 처음 봤다. 그러니 제2의, 제3의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군 당국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경기도 김포 애기봉 등 총 3곳의 성탄 트리 등탑 점등을 하지 않기로 하고 종교단체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은 북한이 "도발 행위"로 규정한 상태다.

이에 류우익 장관은 "점등 안한다는 게 아니라 아직 결정이 안 됐다. 허가를 하려고 했는데 북한이 장례중이고, 장례중인 상황을 고려해 민간 단체와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열 기자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1일자 사설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정권실세로 군림해온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당의 쇄신과 화합’을 명목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9일 자신을 15년 동안 보필했던 최측근 보좌관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이 의원이 드디어 그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굴복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그가 지금에야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준다. 

이 의원은 불출마의 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올바른 몸가짐에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과 비리가 억울하다는 뜻이 불출마의 변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의 보좌관 비리는 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수억원의 금품이 건네질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그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일본에서 SLS그룹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끝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사필귀정이다. 사실 그는 정권 출범 후 자신의 측근들을 청와대, 국정원, 내각 등에 배치하는 등 인사에 개입했다. 이들 측근은 ‘SD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또 국회 예산안 처리 때마다 이른바 ‘형님 예산’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 의원 55명이 불출마 요구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들이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그 배후로 이 의원을 지목한 바 있다. 이 의원은 2009년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면서 자원외교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위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으며, 의혹도 줄지 않았다. ‘만사형통(兄通)’ ‘상왕’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그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의원을 둘러싸고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수사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수사의 성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친·인척 비리 척결 차원에서 즉각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야 한다. 국가의 기강과 권위가 걸린 문제다. 이 의원도 진정으로 여당의 쇄신과 통합을 원하고, 현 정부의 안정을 원한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