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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1일 토요일

깨끗하다는 삼성 공장 1급 발암물질 다수...그렇다면 90년대는?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11일자 기사 '깨끗하다는 삼성 공장 1급 발암물질 다수...그렇다면 90년대는?'를 퍼왔습니다.
삼성은 백혈병 문제 털고 싶다고? 털고 갈 문제 아니라 책임질 문제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보연)이 지난 6일 ‘반도체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산보연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전자,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 반도체 사업장을 정밀 조사한 결과, 반도체 가공라인과 조립라인 모두에서 백혈병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이 반도체 생산 과정 중에 ‘부산물’로서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폐암과 피부암 등을 일으키는 비소의 경우는 노출기준치를 초과한다고 했다. 

이 연구결과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백혈병 이슈가 처음으로 불거진 것은 2007년이니까 벌써 5년전의 일이다. 이슈가 불거지기전 이미 황유미, 이숙영, 황민웅 등 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일한 작업환경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의 일이고 지금의 반도체 작업환경과는 많이 다르다. 노후화된 라인에서 수동의 작업방법으로 직접적으로 화학물질을 취급했다. 환기도 잘 안 되어 지린냄새, 비린냄새, 알콜냄새가 짬뽕되어 구역질이 난다는 환경이었다. 밀폐된 용기가 아니라 밥그릇 같은 곳에 유기용제를 담아 솜뭉치로 반도체 이물질을 닦던 환경이었다. 

그런데 이번 산보연의 연구는 과거에 피해자들이 발생할 당시의 작업환경을 재현한 조사가 아니라 2009년에서 2011년까지 가장 최근의 최신 자동화된 공정을 조사한 것이다. 또 이미 백혈병 이슈가 한참 불거지고 난 뒤에 한 조사이다. 즉 이미 깨끗해질 대로 깨끗해진 반도체 공장을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공기 중에서 1급 발암물질들이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다. 



ⓒ양지웅 기자 지난해 12월1일 오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열린 '발암물질 추방, 직업성암 산재불승인 남발 근로복지공단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암 산재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실로 충격적인 결과이다. 즉 산보연의 이번 조사결과는 과거에 (환경수첩 등에서 드러난) TCE 등 직접 사용한 발암물질에 더해, 공정 과정 중에 ‘부산물’로서 발암물질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그동안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단지 반도체 공장의 위험성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현재진행형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노동부에서는 이번 결과발표에 대한 조치로 반도체 공장들에 환기시설 보강 및 대체물질 사용, 후속 조사 등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하였다. 과연 얼마만큼 이 시정조치가 이행될 지에 대하여 많은 감시의 눈이 필요할 때이기도 하다.

꼭 짚고 넘어갈 것은, 노출허용기준 미만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암물질은 극미량의 노출로도 누군가는 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노출허용기준은 그 나라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수준을 반영한 ‘관리’ 기준일 뿐이며 노출허용기준 미만에서도 암이 발병한 사례는 많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의 경우는 벤젠 노출 허용기준을 10ppm(피피엠)에서 1ppm으로, 다시 0.1ppm으로 낮추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까지 1ppm의 관리기준을 가지고 있다. 또 이는 단일물질이 노출될 경우의 노출기준일 뿐이지 반도체산업과 같이 많은 화학물질이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 있어 노출 허용 관리기준은 아예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지난해 6월 23일 삼성백혈병 1심 판결은 비록 노출허용기준 미만의 노출이라 하여도 여러 화학물질들과 방사선의 복합적이고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백혈병이 발병되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번 산보연의 조사결과 발표가 난 이후 삼성은 언론을 통해, “그룹차원에서 백혈병 문제를 털고가고 싶다”고 밝혔다. 왜 이번에는 “벤젠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지 않는지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간에 삼성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니까 진심어린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털고가고 싶다”는 태도부터 바꾸라고 말하고 싶다. 백혈병을 비롯해 수많은 삼성의 직업병 피해자들은 털어낼 대상이 아니다. 삼성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삼성이 좋아하는 표현으로 “또 하나의 가족”이었고 삼성의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준 성실한 노동자들이었다. 열심히 일하다 병을 얻고 버려지고 가난의 굴레로 거액의 치료비와 생계의 고통때문에 삼성의 회유금 을 받고 산재인정 싸움을 포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말못할 속앓이를 하게 해서는 안되는 귀한 존재들이란 말이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일군 삼성이라면 그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잃는 고통을 두고 '이번에 털고간다'는 식으로 해결책을 내서는 안된다. 

그간 삼성이 어떠했는가? 화학물질 정보는 죄다 영업비밀이라며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수년째 늘어만 가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그저 다 개인질병이라 주장했고, 감광제 성분에 벤젠이 있다는 서울대 조사결과조차도 그건 조사가 잘못되었을 뿐이라고 강변해왔다. 


ⓒ민중의소리 故 박지연씨는 고3때인 2004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하루 12시간씩 방사선과 유독화학물질에 노출된 작업장에서 일하다 '급성골수백혈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다. 박씨는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받지도 못한채 2010년 3월31일 23살의 나이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뿐만아니다. 故 박지연씨가 2010년 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여론 무마용으로 기자들을 불러모아 반도체 공장이 얼마나 깨끗한지 눈요기로 보여주었고, 해외에서 유명한 안전보건컨설팅사라며 인바이런사를 통해 백혈병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산재 행정소송에의 개입이다.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해달라는 피해자들의 작은 권리마저도 빼앗으려 삼성은 행정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통해 수백 수천쪽짜리 방대한 자료로 공격을 해오고 있는 중이다. 

삼성이 직업병 문제를 진정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소송보조참가 철회와 산업재해 인정이다. 그래야 긴 세월 울분이 켜켜이 쌓인 유족들과 피해당사자들, 삼성의 말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이 전달될 것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2012년 2월 8일 수요일

거짓 드러난 삼성.근로복지공단, 끝까지 발뺌하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08일자 기사 '거짓 드러난 삼성.근로복지공단, 끝까지 발뺌하나?'를 퍼왔습니다.
발암물질 발견 연구결과에도 "극미량 인체 영향없다" 강조...산재소송은?



ⓒ민중의소리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정부가 무려 3년간에 걸친 연구결과 삼성전자 등 3개 반도체회사에서 백혈병 등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발표함으로써 그동안 작업환경과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근로복지공단이나 삼성전자의 주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와 정부는 연구결과를 축소해석하면서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6일 발표한 연구결과는 삼성전자 등 3개 회사의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 전리방사선 등 1급 발암물질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그런데 정작 연구결과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스스로도 "이번에 검출된 발암물질의 양은 노출 기준치 보다 낮아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내세웠다. 연구원은 보고서 원문은 공개하지 않은 채 '반도체 사업장 일부 공정에서,벤젠 등 발암성물질이 극미량 부산물로 발생'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삼성전자 역시 입을 맞춘 듯 "이번에 측정된 양은 모두 노출기준보다 낮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지지만 앞으로 임직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번 발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점은 정부와 삼성이 그동안 거짓말을 해왔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부터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산재인정을 위해 싸워온 삼성반도체 산재 피해 노동자들이 산재승인을 요구할 때마다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은 작업환경과 백혈병 등 암 발병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강변해 왔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해외컨설팅 업체인 '인바이런'에 용역을 통해 데이터 제시도 없이 백혈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이 없다는 조사한 결과를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전자는 산재 피해노동자들이 제기한 산재불승인 취소 소송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6일 발표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삼성전자 등 3개 반도체 회사의 작업환경 연구 결과.
그런데 이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질 뿐만 아니라 공정진행(웨이퍼 가공라인/조립라인)과정에서 그 부산물로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모임'('반올림')이 7일 성명을 통해 "과거 열악한 작업환경속에서는 더욱 많은 양의 벤젠등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산업재해로 인정해야할 유력한 근거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고 지적한 것은 이때문이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삼성전자는 발암물질이 노출기준치 이하로 발견돼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과 관련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가 정의한 '노출기준'이란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어도 건강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농도"로 규정돼 있는데, 이는 "안전농도와 위험농도의 경계치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ACGIH에서는 발암물질의 경우 독성의 역치(threshold: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가 없어 극히 낮은 수준의 노출로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한분자의 유전독성 발암물질이 유전적 변이를 유발할 수 있으며 종양발생도 증가시킬 수 있다.

노출기준보다 아무리 낮아도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이 1990년대와 2000년 초중반에 근무를 하다가 백혈병과 림프종이 발병한 피해당사자들이기 때문에, 개선된 작업환경에 대한 이번 연구의 조사시점(2009~2011)을 감안하면 피해자들이 근무했을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추론했을 때 훨씬 더 위험한 수준의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이 피해 노동자들의 산재를 즉각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5명의 노동자가 삼성반도체 산재 관련 소송을 진행중이며,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고 황유미씨와 고 이숙영씨 등 2명에 대해서만 업무상 질환의 가능성을 인정해 산재를 승인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원고인 근로복지공단은 곧바로 항소했다. 

이들이 생전에 근무하던 공장은 이번에 발암물질이 발견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웨이퍼 가공라인이었다. 

ⓒ김철수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산재 피해자들이 지난해 6월 법원의 산재승인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장을 접수한 것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정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서 1급 발암물질 발견" 첫 인정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6일자 기사 '정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서 1급 발암물질 발견" 첫 인정'을 퍼왔습니다.
"직접 쓰지 않더라도 화학작용으로 부산물 발생 가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백혈병을 비롯한 희귀병에 걸린 노동자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반도체 공장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이 부산물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발암물질이 화학작용에 따른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삼성전자,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 등 국내 반도체 공장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를 수행한 결과,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 등이 발견됐다고 6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를 모두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 반올림에 따르면 1990~2000년대 초반까지 노후화된 반도체 공장 수동설비에서 일했다가 백혈병 등 희귀병에 걸렸다는 제보자는 140여 명에 달한다. 사진은 현대화된 반도체공장. ⓒ뉴시스

연구 결과, 벤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가공라인 불검출~0.00038ppm, 조립라인 0.00010~0.00990ppm)했다. 포름알데히드 또한 가공라인(0.001~0.004ppm)과 조립라인(0.002~0.015ppm)에서 검출됐다. 전리방사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측정(0.011~0.015m㏜/yr)됐다.

특히 폐암 유발인자로 알려진 비소는 웨이퍼 가공라인의 이온주입공정(임플란트)에서 부산물로 발생하고 노출기준(0.01mg/㎥)을 초과(0.001~0.061mg/㎥)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비소는 이온 주입공정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에게 노출 위험이 높았다.

박정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은 "이번 연구로 공장 외부가 아니라 공장 내부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각 사업장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외에) 발암물질이 부산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 간과했을 수도 있다"는 의의를 밝혔다.

반도체 작업 환경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부산물을 포함해 수백~수천 가지가 넘는다. 이번 연구는 그 중 특히 위험한 물질 수십 가지만을 상대로 측정한 결과여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반도체공장 설비가 현대화된 이후인 최근에도 반도체 조립라인과 웨이퍼 가공라인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의미가 크다"며 "특히 백혈병 등에 걸린 노동자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노후화된 수동라인에서 일한 만큼, 측정된 것보다 화학물질에 더 많이 노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측정된 노출량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극미량이어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노무사는 "노동부가 제기한 기준치는 관리 기준치일 뿐"이라며 "발암물질에는 역치가 없기 때문에 노출허용 기준 미만에서도 충분히 희귀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008년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위험도를 알아보기 위한 집단 역학조사의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반도체 공장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에게 혈액암인 비호지킨림프종이 발병할 확률이 여성 전체보다 2.67배, 생산직노동자보다 2.66배, 조립공장보다는 5.16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 업체에서 발생한 백혈병 사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작업환경관리 및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이번 결과처럼 미량이라 하더라도 발암성 물질이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근로자 보건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정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은 "보고서가 완성되는 2월 말 이후에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를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2월 5일 일요일

삼각김밥 슈퍼 갑들의 폭식


이글은 한겨레21 [2012.02.06 제896호] 기사 '삼각김밥 슈퍼 갑들의 폭식'을 퍼왔습니다.골목 상권 잠식한 대기업 편의점의 폭력… 막강한 유통망·제조공장으로 중소업체 위협하고 공급업체와 점주 외면한 일방적 계약 횡포

» <한겨레21> 박승화

재벌들의 문어발 확장이 관심사다. 대통령도 나서서 자제를 당부한다. 압력도 행사할 기세다. 총선·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규제할 태세다. 재벌들의 영토 확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편의점 시장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편의점을 장악하자 먹는 것도 야금야금 잡아먹었다. 재벌 기업들이 값싼 삼각김밥 판매망까지 장악해 손쉽게 돈을 벌어온 실태를 더듬어본다._편집자
삼각김밥은 800원이다. 2010년 기준으로 편의점마다 하루 평균 31.4개가 팔렸다. 1991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2000년대 들어 인기를 끌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계기였다. 해마다 판매가 늘어 지난해엔 각 편의점마다 21~4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신선식품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편의점마다 신선식품(Fresh Food) 판매 공간이 들어선 배경이다.

2011년 훼미리마트와 GS25가 각각 약 1300개씩 늘었고, 세븐일레븐도 약 1천 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이들이 지난해 늘린 편의점 수는 전체 편의점 증가 수인 4천여 개를 채우고 남는다. 그만큼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자취를 감춘 셈이다.


계열사 내부거래로 초고속 성장
편의점 신선식품의 인기는 대기업에 계열사 확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국내 편의점은 이른바 ‘빅3’인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등이 장악하고 있다. 선두인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보광훼미리마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둘째동생인 석조씨가 2007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홍 관장의 넷째동생인 석규씨가 대표를 맡은 보광그룹에 속해 있다. GS25(2005년 이전까지 LG25)는 GS그룹에, 세븐일레븐(2010년 바이더웨이 인수)은 롯데그룹에 속해 있다. 2011년 말 점포 수는 훼미리마트 6600여 개, GS25 6300여 개, 세븐일레븐 5500여 개로 추정된다. 이들 ‘빅3’가 1만8400여 개로 전체 편의점 2만650여 개의 90%를 차지한다.
재벌 대기업들은 신선식품의 인기를 틈타 식품제조회사를 속속 만들었다. 롯데그룹이 롯데후레쉬델리카를 1999년에, GS그룹이 후레쉬서브를 2007년에 설립했다. 보광그룹도 2002년 신세계와 함께 훼미리푸드를 세웠다 매각한 뒤 다시 2008년에 훼미리에프앤비를 세웠다. 또 제주에는 2010년 제주에프앤비의 문을 열었다.
재벌 식품회사의 성장은 빨랐다. 롯데후레쉬델리카의 매출은 2008년 370억원에서 2010년 58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후레쉬서브도 같은 기간 81억원에서 377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훼미리에프앤비는 2009년 141억원에서 이듬해 185억원으로 늘었다. 고속성장의 비밀은 ‘내부 거래’에 있다. 2010년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에 414억원어치를 팔았다. 전체 매출의 70.9%다. GS그룹의 후레쉬서브는 다른 회사에 판매한 2300만원을 제외한 모든 매출을 GS리테일로부터 기록했다. 보광의 훼미리에프앤비도 대부분 훼미리마트에서 매출을 낸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 삼각김밥을 비롯해 김밥(1천원), 햄버거(1200원), 샌드위치(1800원), 도시락(2500원) 등을 자사 계열사인 편의점에 공급해 벌어들인 돈이다.
초고속 성장은 대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GS25를 제외한 두 곳은 대주주 일가가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신격호 회장의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각각 9.31%씩 지분을 갖고 있다. 훼미리에프앤비의 경우 홍석조 회장의 아내인 양경희씨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보유 주식의 가치가 커진다.
더구나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주식 편법 증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07년 신격호 회장이 자신이 소유한 롯데 계열사 주식(당시 시가 2천억원)을 롯데후레쉬델리카를 비롯해 롯데미도파, 롯데알미늄, 롯데브랑제리 등에 무상 증여했기 때문이다. 주식을 건네받은 계열사들은 부가 커졌고, 그만큼 신영자·유미씨 등 대주주는 실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 많던 개인 슈퍼마켓은 어디로 갔나
대기업의 탐욕은 생산, 판매, 유통, 재료 공급 등 전방위로 뻗친다. 모든 것을 자사 계열사에 맡긴다. 수익은 당연히 대주주 몫이다. 세븐일레븐은 롯데로지스틱스, GS25는 GS리테일이 물류를 맡는다. 훼미리마트는 보광로지스·중부로지스 등 9개 자회사가 지역별로 나눠 맡는다. 특히 훼미리마트의 물류회사들은 대주주의 친인척이 상당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동부로지스는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의 여동생 라영(리움미술관 부관장)씨의 남편 노철수씨를 비롯해 3명이, 중부물류는 홍석규 보광그룹 대표의 부인 이계명씨가 대주주다. 또 중부로지스·보광로지스·대구물류 등에는 홍석조 회장과 그 아들 정국씨, 홍석규 보광그룹 대표가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자재 역시 롯데후레시델리카는 롯데상사를 통해, 훼미리에프앤비는 사돈 기업인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신세계푸드로부터 받는다.
재벌 대기업의 이런 독식은 해당 업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재앙’이다.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 해가 갈수록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기업 편의점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일반 편의점은 계속 줄기 때문이다. 2011년 훼미리마트와 GS25가 각각 약 1300개씩 늘었고, 세븐일레븐도 약 1천 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일본계 회사인 미니스톱과 한화그룹의 씨스페이스 등도 덩치를 키웠다. 이들 ‘빅5’가 지난해 늘린 편의점 수는 전체 편의점 증가 수인 4천여 개를 채우고 남는다. 그만큼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자취를 감춘 셈이다.
충북에서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ㅂ회사의 이아무개 전무는 “대기업 편의점들이 장사가 잘되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웃돈을 주고 사버린다”며 “충청권에도 한때 ‘썬마트’라는 편의점이 있었지만 대기업 편의점이 급속 성장하자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어느날 문을 닫는다고 물품 공급을 중단하라고 통보한 편의점에 가보면 GS25나 세븐일레븐 등이 들어선 곳이 많다”며 “한 곳당 삼각김밥을 50~100개 공급하는데 일반 편의점이 줄어든 만큼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고 매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적이다. 대구에서 하루 5만 개의 삼각김밥을 생산하는 ㄷ업체의 최아무개 대표도 같은 하소연을 했다. 최 대표는 “대기업 편의점들이 계속 잠식해 들어오니까 시장이 빠르게 좁아진다”며 “그쪽은 자기네들 것만 납품 받아서 영세업체들 처지에서는 줄어드는 일반 편의점을 상대로 나눠먹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해마다 줄고 있어 모든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며 “우리 회사도 연 20% 이상 매출이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삼각김밥을 납품하는 ㅈ업체 관계자 역시 “대기업의 시장 독점력이 워낙 강해지고 있고 그만큼 개인 편의점이 빠르게 줄어 힘들어져만 간다”고 말했다.


» 훼미리마트. <한겨레21> 박승화
» 바이더웨이. <한겨레21> 박승화
» 세븐일레븐. <한겨레21> 박승화
1+1 부담은 제조업체 몫
재벌 계열 편의점들의 삼각김밥 끼워팔기 요구로 다른 식품 제조업체들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하소연도 많다. 삼각김밥 하나를 사면 음료를 할인해주는 행사에 제조업체들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판매대 진열 순위에서 밀리거나 진열대에 팝업 광고를 할 수 없게 하는 등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연말에도 직원 선물용으로 케이크를 사달라는 요구가 들어오는 등 압력이 계
» 바이더웨이. 박승화
속됐는데,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갑과 을 관계여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료업체 관계자도 “삼각김밥에 음료수를 끼워팔면 낱개 정상 판매가 2300~2400원보다 훨씬 낮은 1500원 밖에 받을 수 없어 그만큼 마진이 줄어드는데, 그 손해를 삼각김밥과 우유 제조업체가 분담한다”며 “게다가 행사를 하면 알리고 싶은 신제품이 아니라 인기 상품으로 (편의점 업체 쪽에서) 정해 참여할 것을 요구하지만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재벌 계열 편의점 본사 쪽은 식품 위생과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려면 생산·
» 세븐일레븐. 박승화
판매·유통·재료공급 일관체계를 갖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롯데중앙연구소가 식품의 품질이나 위생, 배송을 체계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상호협력을 원활하게 하려고 계열사에서 제품의 공급, 생산,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은 위생이 중요해 대기업이 맡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GS25도 “후레쉬서브는 업계 최초로 HACCP(위해물질방지 위생관리시스템) 인증을 받았다”며 “고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신선식품 제조업체의 위생과 품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GS25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 위생, 품질, 맛 등 기술 지원을 통해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훼미리마트의 설명도 유사하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훼미리에프앤비는 훼미리마트에 납품하는 삼각김밥 공장의 연구·개발을 맡는 공장으로 종합적인 상품 관리 및 상품 개발 등의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쪽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김호균 도시락식품조합 이사장은 “대기업은 위생 때문이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도 위생이 안 좋다면 시장에서 존립할 수 없다”며 “오히려 위생 사고가 발생하는 곳을 보면 대기업 계열사인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또 “위생은 대기업의 시장을 장악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이 막대한 유통망과 제조공장을 가진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대기업이 자사 식품회사 설립 이유로 내세운 위생에서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서 후레쉬서브의 제육볶음도시락에서 고무장갑 조각이 검출된 바 있다.
재벌 계열 편의점들은 중소기업과 상생 효과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세븐일레븐은 롯데후레쉬델리카가 독점 공급한다. 훼미리마트는 2개, GS25는 3개의 중소기업에게서 삼각김밥을 납품받는다. 그런데 GS25에 납품하는 영진데리카후레쉬, 삼영델리카후레쉬는 대표이사가 동일인이다. 요컨대 중소기업 상생 효과를 거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격도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싸다. 편의점 시장 4위인 미니스톱은 중소기업에서 납품받아 700원에 삼각김밥을 팔고 있다.
“대기업은 위생 때문이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도 위생이 안 좋다면 시장에서 존립할 수 없다. 오히려 위생 사고가 발생하는 곳을 보면 대기업 계열사인 경우가 더 많다. 위생은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막대한 유통망과 제조공장을 가진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할 수 없는 구조다.“_김호균 도시락식품조합 이사장
“삼각김밥만 보면 화가 치민다”
재벌 계열 편의점들은 호시절을 구가하지만 정작 점주들의 사정은 영 딴판이다. 편의점 본사는 해마다 점포가 늘어 성장을 거듭하지만 가맹점주는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1월 말 폐점할 계획인 서울 삼성동 훼미리마트 점주 하승재씨는 삼각김밥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했다. 팔다 남은 삼각김밥은 바로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은 팔다가 남을 경우 폐기 부담을 대부분 점주가 짊어져야 한다. 예컨대 삼각김밥의 공급가격이 500원이라면 폐기할 경우 본사는 20%인 100원만 지원한다. 나머지 금액 400원은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본사 지원은 한도가 있어 폐기 물량 전부가 지원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폐기가 두려워 물건을 적게 받을 수도 없다. 아예 본사에서 일정량을 정해 공급하기 때문이다.
하승재씨는 “훼미리마트의 경우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 생산업체와 이를 맡고 있는 유통업체가 계열사여서 상당한 이익을 보장해준다”며 “그만큼 점주 부담은 늘어나는 형태”라고 말했다. 더욱이 급속히 증가하는 편의점은 기존 편의점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하씨는 “최근 2~3년 새 주변에 편의점이 크게 늘어 매출이 줄었다”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월 3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이 났지만 요즘은 100만원대 초반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씨는 8년 전 회사에서 퇴사한 뒤 빚을 내 편의점을 열었지만 다시 실직 상태로 돌아가게 됐다. 폐점도 쉽지 않다. 보통 본사와 가맹점은 5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폐점할 경우 수천만원의 해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그 해약금은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한다.
한국편의점협회는 올해 4550개의 편의점이 늘어나고 1100개가 문을 닫아 총 점포 수가 2만41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은 11조1600억원으로 2011년보다 13.3%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속도만큼 대기업 편의점 본사와 그 계열사들이 부를 늘릴 것은 당연지사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사설]담합하면 회사 문 닫을 정도로 처벌 강화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13일자 사설 '[사설]담합하면 회사 문 닫을 정도로 처벌 강화해야'를 퍼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제 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 등의 가격을 담합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총 446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두 회사는 2년 전에도 광주시교육청 등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 등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과 물량 공급을 담합한 것을 포함하면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로서 그동안 입만 벌리면 ‘윤리경영’ ‘정도경영’을 외쳐왔다는 점에서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가전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두 회사가 담합을 서슴지 않는 것은 공정위의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치기 때문이다. 담합으로 벌어들이는 이득이 과징금보다 월등히 많은 상황이라 늘 담합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 기업들의 담합은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중대 범죄다. 공정위가 담합을 단속하고 있지만 담합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제도적으로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징금 부과액이 관련 매출액의 1~2%에 그친다는 데 있다.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도 문제다. 공정위가 이번에 삼성전자에는 258억원, LG전자에는 188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지만,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한 LG전자는 한푼도 내지 않는가 하면 삼성전자는 절반을 감액받는다. 과징금 부과가 하나마나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담합을 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도덕성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팔려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대기업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담합이 회사 차원이 아니라 담당 부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해명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담합으로 가격을 높게 조작해 소비자를 우롱하고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고 자랑하는 두 회사의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현행 제도 아래서는 시장 독과점 기업들이 담합으로 장난을 쳐도 막을 수 없으니 국민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무엇보다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액을 대폭 올려야 한다.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리니언시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담합 행위와 관련된 임직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할 필요도 있다. 선진국처럼 담합하다 한번 걸리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을 정도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담합 유혹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이라도 담합을 일삼는 독과점 대기업들이 진정으로 자성해야 한다. 대기업 총수가 나서서 담합 절대 금지를 선언하길 바란다. 담합은 소비자를 속이는 비겁하고 더러운 행위다.

2012년 1월 2일 월요일

'무늬만 버핏세', 알고보니 근거조차 오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2일자 기사 ''무늬만 버핏세', 알고보니 근거조차 오류'를 퍼왔습니다.
이정희 "최고구간 2억 원보다 낮춰야"…민주 "박근혜는 부자 공주" 맹비난

지난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부자증세법안'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수증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여야 의원 52명이 합의했던 '2억 원 초과' 최고구간 신설을 한나라당이 본회의 직전 '3억 원 초과'로 변경하면서 내세웠던 논리적 근거가 '거짓'이라는 비판이 2일 제기됐다.

이정희 "'2억 초과' 대상자 한나라 주장대로 5만4천명 아니라 3만9천명"

지난해 12월 31일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수정안을 대표발의한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신설되는 최고세율 과세표준을 2억 원 초과로 할 경우 1996년의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보다 많은 5만4000명의 근로자와 사업자가 적용대상이 된다"며 수정안 제출 이유를 밝혔다.

나 의원은 "양도소득 과세자를 포함할 경우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는 10만6000명이 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의원에 따르면 최고세율 과세표준을 3억 원 초과로 할 경우에는 총 6만3000명이 이 세율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자가 8000명, 사업소득자가 2만 명, 양도소득자가 3만5000명이다. 2억 원 초과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 비해 적용 대상자는 총 4만3000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논평을 통해 "2억 원 초과 적용 대상자는 한나라당의 제안설명서에 있는 5만4000명이 아니라 3만9000명(2009년 기준)으로 한나라당은 종합소득자 속에 포함돼 있는 근로소득자를 중복계산해 잘못 산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런 지적을 토대로 "한나라당이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춘 논리적 근거는 1996년 최고구간 적용대상자인 4만2000명 정도로 숫자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최고세율 구간은 2억 원보다 오히려 더 낮은 수준에서 신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한나라당의 제안설명서에는 양도소득자 숫자까지 합산하였지만 이 역시도 오류"라며 "국세통계 추계상 양도소득자는 사람이 아니라 각각의 건수로 추산이 된 자료로 종합소득자 사람 수와 양도소득자 건수를 합친 한나라당의 제안설명서는 아무 의미 없는 숫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나라당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해당되는 사람은 1%가 아니라 0.1%로 단 2만1000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세수효과도 6000억 원에 지나지 않아 지난해 12월 30일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삼성전자 단 한 개 기업이 얻는 혜택 1조 원보다도 적다"고 비판했다.


▲ 지난해 12월 31일 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뉴시스

민주 "'무늬만 버핏세' 연내 재개정"

민주통합당도 "무늬만 버핏세"라며 반발했다.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지막 국회에서 버핏세 도입이 무늬만 '부자증세'로 변질하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재개정' 의사를 피력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1%에 대한 부자증세로 99% 서민복지를 위한 최소한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뜻은 퇴색됐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시늉에 그친 조세정책 개선을 위한 처방전을 내놓아 4월 총선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연말 정기국회에서 개정해 2013년부터 적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법안에 반대한 데 대한 야당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원혜영 공동대표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자공주'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원 공동대표는 "박 위원장의 보수 본색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박근혜는 박근혜'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정민 기자 

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한-미 FTA 앞, 국가와 헌법을 묻다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11-11일자 기사 '한-미 FTA 앞, 국가와 헌법을 묻다'를 퍼왔습니다.

1. “차종에 대한 비메탄유기가스의 배출량은 캘리포니아 규정집 제13편제1961(b)(1)(A)조에 규정된 것보다 더 엄격하지 아니할 것이다.”(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속서 9-나 자동차 작업반 부속서한) 시민이 물었다. “환경 기준조차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정부가 답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채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을 도입하며, 우리 배출가스 기준을 캘리포니아주가 정하는 것은 아니다.”(지난 11월 2일 외교통상부 대변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규정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한-미 FTA의 맨얼굴이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은 조약이다. 헌법상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헌법 제6조). 미국은 다른 나라와 조약이 아닌 행정협정(Executive Agreement)을 체결하기도 한다. 한-미 FTA가 그것이다. 그런데 미 의회는 행정협정 중에서 통상협정(Trade Agreement)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행법을 만들어 내용을 규정함과 동시에 효력을 제한한다. 과연 한-미 FTA는 미국의 법과 제도, 행정 조치와 실무 관행을 어느 정도 변화시키는 협정일까? 또박또박 읽어야 한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의 핵심은 이렇다. “한-미 FTA 제1장(최초 규정 및 정의), 제11장(투자), 제21장(투명성), 제23장(예외) 및 제24장(최종규정)을 이행하는 데에 행정 조치의 변경은 필요 없다”, “제5장(의약품 및 의료기기)을 이행하는 데에 법, 행정부 규정 및 실무 변경은 필요 없다”, “제7장(관세행정 및 무역 원활화), 제9장(무역에 대한 기술장벽), 제19장(노동), 제20장(환경)을 이행하는 데에 법의 변경은 필요 없다”, “제10장(무역구제)을 이행하는 데에 미국의 반덤핑 또는 상계 관세 법률과 규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 “제3장(농업), 제8장(위생 및 식물검역 조치), 제12장(국경 간 서비스 무역), 제13장(금융서비스), 제14장(통신), 제15장(전자상거래), 제16장(경쟁), 제18장(지적재산권)을 이행하는 데에 법이나 행정 조치의 변경은 필요 없다”….
미국은 바뀔 거라곤 없다. 바꿀 필요도 없고 바꿀 생각조차 없었다. 가장 고전적 의미의 순수한 ‘자유무역협정’ 그대로다. 그래서 바뀌는 거라곤 ‘무역관세’와 ‘수수료’다. 관세와 수수료를 인하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역관세와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 실무 관행을 바꿔야 한다. 행정 조치를 바꿔야 한다. 경제질서를 우회전해야 한다. 이미 10개 이상의 법을 바꿨고, 대기 중인 법만도 20여 개다. 세제도 개편해야 한다. 종국엔 국민투표에 의하지 않고 헌법을 바꿔야 한다. 해석 개헌이 아니라, 헌법 아래 있는 조약이 헌법을 치받아, 헌법을 바꿔버리는 꼴이다.
미국은 그대로, 한국만 뒤집어진다
2. 목표가 달랐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한-미 FTA의 목표를 ‘관세협상이 아니라 규제완화,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비관세장벽 제거’에 두었다. 당연히 미 이행법 제102조는 “미국의 어떠한 법령에 불합치하는 협정의 규정 또는 어떠한 자나 상황에 대한 동 규정의 적용은 효력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정했다.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통상 목표에 호응했다.
참여정부 시절에 협상 책임자였고 지금은 삼성전자 사장으로 가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을 되새겨보자. “한-미 FTA는 낡은 일본식 법과 제도를 버리고 미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한-미 FTA 청와대 브리핑 제1호·2006). ‘감세, 규제완화, 작은 정부’를 내용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정부, 주주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시장만능주의에 기반한 미국식 국가 모델을 우리 국가 모델로 채택하자는 것이었다. 어떤 시민주권의 동의조차 없이 통상 관료와 행정부 책임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국가 모델을 직수입하는 역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시민주권에 대한 심각한 모반이었다.


<절망의 무게>, 2011-정용일

삼정전자 사장님의 헌법학
그로부터 2년 뒤 미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물론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전은 철저히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초고금리 정책이었다. 재정적으론 긴축을 요구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금융기관은 통폐합되고, 당연히 정리해고가 실시됐다. 그럼에도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초고금리가 아니라 ‘초저금리’였다. 재정 적자의 나라 미국에서 강력한 재정 투입이 있었다. 대규모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섰다. ‘대마불사’(大馬不死)는 정치적 현실이 되었다. 금융기관을 살렸고, 자동차 회사를 국가가 먹여살렸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최소 개입 원칙은 온데간데없었다.
돌이켜보면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한 2006년이나 협상을 강압적으로 비준하려는 2011년이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해는 거의 무지에 가깝다. 같은 점이라면, 미국식 경제 모델과 국가 모델을 역사의 완성태로 이해하려는 점이다.
3. 한국과 미국, 두 나라 간 헌법의 차이가 국가 모델의 차이다. 미국은 계약의 자유를 근본적 권리로서 보호하며 사적 소유권 보호가 철저하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정에서 지적재산권은 미국의 주된 관심사다. 지적재산권을 규정한 제18.10조 27항의 일부다. “(지적재산권) 침해자의 금전적인 동기를 제거하려는 정책에 합치되게, 장래의 침해를 억지하기에 충분한 벌금형뿐만 아니라 징역형 선고를 포함하는 처벌. 각 당사국은 나아가 사법 당국이 형사적 침해가 상업적 이익, 사적인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발생하는 때에, 실제 형기의 부과를 포함하여 장래의 침해를 억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에서 처벌하도록 권장한다.”
책도둑은 글로벌 파렴치범
지적재산권은 보호해야 마땅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으로(물론 현실과 합치된다고 강변하고 싶지는 않지만)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존재한다. 미국은 이런 사회 문화조차 바꾸고 싶어 한다. 수단 하나로 형사 절차에 깊숙이 개입하고 싶어 했다. 형의 종류를 형법도 아닌 조약에 규정했다. 입법 재량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사법 당국에는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다. 우리 대법원은 조약에 이런 내용까지 담긴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동의했을까? 통상교섭본부가 이런 부분까지 약속하도록 시민주권은 미리 위임했던 걸까? 사법부의 양형 재량까지 한-미 FTA가 정해주었다. 미국식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다.
4. 물론 우리도 계약과 시장에 기반한 사회다. ‘소유권 중심 사회’라는 것 또한 인정한다. 다만 우리 사회는 재산권은 보장하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제23조 2항)고 정해두었다. 시민의 기본권은 인정하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제37조 2항 전단)고 유보해두었다.
한국과 미국의 헌법 모델에서 결정적 차이는 바로 이 시대의 우상, ‘경제’에 있다. 미국 헌법에는 경제 조항이 없다. ‘정부 편’과 ‘기본권 편’만으로 구성된 것이 미국 헌법이다. 한국에 있는 ‘경제질서 편’이 없다. 계약 조항과 적정 절차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헌법 의식이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경제질서 편을 두었고, 그곳에 9개 조문을 두었다. 그중에서 결정적 의미는 헌법 제119조 2항에 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경제질서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헌재 1996.4.25 92헌바47)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이 정한 경제질서, 즉 이런 헌법의 지배를 받는 국가 모델은 ‘자유시장경제 질서’와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의 조화에 있다. ‘공익’과 ‘사익’의 조화에 있다. ‘개인’과 ‘나라’의 균형에 있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만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조화, 제조업과 농·어업의 조화 등 공익적 가치를 추구한다.
어쩌면 한-미 FTA 최고의 수혜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변하는 재벌이 될 것이다. ‘시장만능주의’를 추구해온 전경련에 헌법 제119조에서 127조에 이르는 경제 편은 최악의 ‘전봇대’였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더 이상 농·어민 보호는 없다. 중소기업 보호도 없다. 시민주권에 대한 책임성과 반응성의 원리도 없다. 오로지 투자자의, 투자자에 의한, 투자자를 위한 국가만이 존재한다.
그 중심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있다. 미국 뉴욕 월가의 초국적 자본이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를 예상해보자(미국 자본을 미국인들만의 자본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협소한 이해다). 이들은 △우리 중앙정부나 시도 정부가 투자 인가나 투자 계약을 위반한 경우 △직접 혹은 간접 수용으로 인해 자신들의 투자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국제중재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투자 계약은 미국이 맺은 FTA 중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설명이 필요하다. 투자 계약은 한마디로 공공서비스 민영화 계약이다. 사회적 인프라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계약이다.
통째로 삭제되는 헌법 ‘경제편’
이를 ‘투자 계약’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화장했다. “발전 또는 배전, 용수 처리 또는 분배 또는 통신과 같이 당사국을 대신하여 공중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권리 또는 정부의 배타적 또는 현저한 이용과 혜택을 위한 것이 아닌 도로, 교량, 운하, 댐 또는 배관의 건설과 같은 기반시설 사업을 수행할 권리”(제11.28조). 즉 상하수도 민영화, 전력 민영화 계약이고 대중이 이용하는 도로나 댐 등에 대한 건설 계약이다. 미국 투자자의 광범위한 참여를 보장했고, 지방정부나 중앙정부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했다.
현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바뀐 새 정부가 이를 취소했다고 하자. 곧바로 소송감이다. 얻은 건 투자자의 민영화 참여권이요, 잃은 건 공공정책의 재량성이다. 후진할 수 없다. 시민을 위해, 공공복리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전진이 아니라 후진으로 인정된다. 개방과 자유화를 향해, 투자자를 위한 기업국가만을 목표로 앞으로 내달려야 한다. 브레이크 없는 미국산 자동차에 동승한 형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투자자에게 있다
5. 간접 수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란이 거세다. 미국 판례법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법리다. 세상 어느 곳도 헌법에 간접 수용을 명문화한 나라는 없다. 오로지 재산권의 절대적 보장과 계약에 기초한 미국 사회라서 가능한 법리다. 문제는 공공정책의 재량성이다. 공공정책의 무기력화다. 물론 정부는 재량을 충분히 확보해두었다고 방어한다. 일부는 옳고, 대부분 틀렸다.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때와 같은 드문 상황을 제외하고는 공중보건, 안전, 환경 및 부동산 가격 안정화(예컨대 저소득층 가계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통한)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되고 적용되는 당사국의 비차별적인 규제 행위는 간접 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한다.”(부속서 11-나 수용) 담배에 대해 가격규제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 한국 정부에는 공중보건이지만 미국 투자자에게는 간접 수용이다.
조약에 대한 해석은 각자 유리하게 하는 법이다. 모든 공공정책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공중보건 등 4가지 정책에 한정될 수도 없다. 달리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만큼 정부 정책이 소송 대상이 될 여지도 충분하다. 정책의 시민영향성을 고려하기보단 외국 투자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왜 시장에 대한 조정 권한과 공공정책에 대한 결정 역량을 스스로 축소하길 바랄까. 왜 “경제가 사회적 관계에 포함되는 대신 사회적 관계가 경제 체계 안에 포함돼버리는”(칼 폴라니) 상황을 희망하는 것일까. 왜 시민주권보다 투자자 재산권을 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인간의 존엄보단 계약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초시장사회, 초시장국가 모델을 왜 구태여 탐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흐릿한 먼 곳을 무턱대고 쳐다보지 말고 우리가 서 있는 주변의 복잡한 상황을 잠시 동안 조용히 응시하자.”(토머스 칼라일)

글. 최재천 (변호사) 헌법학 박사, 전 국회의원(17대). 저서로 (2006), (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