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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4일 수요일

무엇을 위한 연대인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13일자 기사 '무엇을 위한 연대인가?'를 퍼왔습니다.
‘야권 연대’ 특별기획 (3)

말고 탈도 많던 선거연대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에서 일단 형식을 갖춰 맺어졌다. 민통당은 그동안 공천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에게 밀린 인기도를 이로써 만회할 기대를 가지고, 통진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숙원을 이루겠다고 꿈꾼다. 이 두 갈래의 꿈이 일단은 봉합되어 연대의 대강에는 합의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만 하고, 그보다 더 큰 과제는 정권을 교체한 다음에 성공적인 공동정부를 엮어내야 하는 일이다.
우선 두 당이 선거연대에 합의한 것은 그야말로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처음 일궈낸 “쾌거”가 분명하다. 하지만, 좀 더 일찍 합의가 성사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이명박은 전체 유권자 30%의 지지만으로 2007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유권자 가운데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고, 뚜렷한 의사를 가지지 못하고 여론의 일시적인 풍향에 휘둘리는 사람들도 많으므로, 선거 민주주의의 지형은 본시 보수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다. 현재 상태의 지배구조에 만족하여 결속된 30%가 나머지 70%를 지배할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 나머지 70%가 수많은 갈래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2012년 선거에서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연대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 명제였다. 수많은 영혼이 이 점을 지적했고, 그 결과 2010년의 지방선거 이후 부분적이나마 연대의 흐름이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종합적인 연대의 설계도가 작성된 것은 획기적인 만큼 환영할 일이 틀림없다.
다만, 합의가 더 빨리 나왔더라면 한국 정치를 민주화하는 흐름에 훨씬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연대라는 것은 모든 면에서 일치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입장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서로 입장이 심하게 또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끼리, 그럼에도 더 큰 목표를 위해 협력이 필요할 때, 연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현재 국면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협동이야말로 바로 그런 필요 때문에, 다시 말해 서로의 입장들이 “본질적으로” 다름에도 민주주의의 회복 및 강화라고 하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절박성 때문에,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절박성은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을 때부터, 아니 사실은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기 전부터 드러났던 것이다. 그러므로 정권을 잡아서 일시적인 이득을 꾀하는 정도가 아니라 뭔가 한국의 국가체제 자체의 성격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절박한 목표에서 첫 번째 동기를 찾았어야만 했다.
올 두 차례의 선거에서 승패가 어떻게 갈릴지, 승패가 갈리더라도 어느 정도의 격차가 나타날지, 등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에 각 경쟁세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린 일이다. 단, 민주진보 연합세력의 경우, 과연 그들에게 수권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의심이 퍼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열린우리당 시절의 지리멸렬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의심과 불신이 불거지는 핵심적 이유는 “민주”와 “진보”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쟁점을 눈앞에 두고 과연 집단적 의사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만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일 뿐, 전체 국면과 관련된 이해득실을 고려하는 균형 감각이 제대로 발휘되는 모습을 그다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이 집단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할 때, 집단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균형감각은 더더욱 필수적인 요건으로 대두할 것이다. 정권을 차지한 집단 내부에서 사사건건 통일된 의사를 형성하지 못하고 만인에 대해 만인이 투쟁하는 상태를 지속하는 한, 정권 자체에 반대하는 세력의 공세가 없더라도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에는 당장 한미 FTA 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정책 분야에서 균열요인이 잠복해 있다. 이명박에게 반대하는 야당의 입장에서야 그저 비판하고 마냥 반대하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할 일을 하는 셈이 된다. 야당의 처지에서는 압제적인 정권에 대해 강경론을 늘어놓을수록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권을 담당한 처지에서는, 정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과제와 함께, 동시에 지난 정권보다 어떻게든 나은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과제까지를 짊어져야 한다. 말로만 떠드는 강경론이나 감정적인 선동에 의존했다가는 정권 자체의 권위를 스스로 팽개치는 데 더해서 민족의 운명에 심각한 상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짧게는 4월 선거까지, 길게는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까지, 한 달 또는 아홉 달 남은 기간을 소중하게 활용해서 내부적 협력의 습관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 차이를 양보하고 큰 가치를 도모한다는 원리는 다른 말로 하면 개인적 이득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각자가 “공익”이라고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은 개인적 이득에 가깝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절체절명의 관건이다. 자기 생각에 아무리 옳은 노선이라고 할지라도 집단 내부의 구심력을 와해시킨다면 개인적 이득에 불과하다는 이치를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 주관과 객관 사이의 균형, 그리고 감정과 이치 사이의 균형이 그래서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다.
민주진보 진영이 선거를 앞두고 연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연대는 종잇조각에 서명하는 것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한 실천으로 뒷받침될 때에만 성사되는 일이다. 더구나 연대는 4월 선거를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고, 12월 선거를 위해서도, 나아가 공동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점점 더 필요해진다.
“민주”와 “진보”를 꿈꾸며 지금까지 인생을 투자해 온 사람들이라면 집권가능성이 커지는 지금, 과거의 희생에 대해 개인적 보상을 은근히 기대하더라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대목이 가장 위험한 지점이다. 권력을 차지하려는 일차적 동기가 개인적 출세로 환원되고 만다면 민주진보 세력이 소위 “수구꼴통” 세력과 다를 것이 없어져 버리지 않겠는가!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연대에 합의했다는 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주관과 객관 사이에서, 감정과 이치 사이에서, 균형 감각이 발휘되어야 연대가 발전할 수 있다. 한국 정치의 구조적 향상이라는 목표와 개인적 보상이라는 욕심 사이에서도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집단 내부에 구심력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런 균형 감각을 짧게는 앞으로 한 달, 길게는 아홉 달 사이에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수권능력에 대한 의심과 불신도 대부분 걷힐 수 있을 것이다. 절망과 좌절에 사로잡혀 정치를 포기했던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와 희망에 대거 투표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와 “진보”를 내거는 세력에게 정치적으로 다행스러운 결과일 뿐만 아니라, 오천만 국민에게, 나아가 민족적으로도 행운이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2012년 3월 9일 금요일

정동영,"민주당, 진보와 민주의 가치 실종..초심으로 돌아가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912-03-09일자 기사 '정동영,"민주당, 진보와 민주의 가치 실종..초심으로 돌아가야"'를 퍼왔습니다.

ⓒ고승민 정동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8일 오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사업소 정문 앞서 열린 반대 집회에 참가, 연행되는 참가자들에 대해 호송차량을 막으며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은 9일 한미FTA와 무감동 공천을 거론하며 "진보의 가치 실종, 민주의 가치도 훼손되어 안타깝다"라며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이 더 감동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면서도 "지난 4년동안 시달려온 국민들이 시원하게 심판하고 싶어서 감동을 주는 공천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잔뜩 부풀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진보 가치 실종'과 관련해 정 의원은 "한미FTA와 관련해 전당대회 전후에 태도가 바뀌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공격을 당하고 꼬리를 내리는 비겁한 모습이 젊은이들에게 실망을 줬다고 본다"고 지적하며 "명백하게 털고갈 것을 털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민주 가치 훼손'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은 계파에 관심이 없는데 (당 지도부는) 거기에 갇혀있다"라며 "당내 권력 장악이라는 함정에 빠진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지금이라도 진보,민주의 가치로 복귀해서 4.11 총선이 가치의 전쟁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 의원은 민주당 공천 과정과 관련해 '민의가 아닌 이해관계에 얽혀 민심 이반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당 지도부를 향해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정 의원은 "국민은 오매불망 정권을 심판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어하는데 그깟 조물조물한 작은 이해관계에 빠져있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라며 "민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도 잘 뜨고 본다. 그래서 오만, 심지어 방자하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수년 만에 지지율이 1등으로 올라갔으면 공천 과정에서 그 차이를 확 벌려서 압도적인 승리의 길로 갈 수 있는데도 그런 이해관계의 함정에 빠져 재역전당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정 의원은 한 대표에게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여신 가이아'로 돌아가라는 주문과 함께 SNS로 2040세대의 민심을 끌어안으라고 조언했다. 

정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오만한 세력으로 비춰지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초심으로 돌아가야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의원은 "당 대표, 최고위원이 되기전에 당원들에게,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것이 있는데 끝나고 나서 왜 다 잊어버렸느냐"라며 "국민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무섭다. 그렇게 오만한 세력으로 비춰지면 최악의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위기의식을 가져야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미 기자voice@voiceofpeople.org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서화숙·김종배 “한명숙 1개월, 핵심 잘 파악못해”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15일자 기사 '서화숙·김종배 “한명숙 1개월, 핵심 잘 파악못해”'를 퍼왔습니다.
서 “민주, SNS 여론타고 정체성 은폐…FTA 갈팡질팡”

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는 민주통합당에 대해 15일 “진짜 정체성을 드러낸 후에 얼마나 다수들이 따라오느냐를 봐야지 자꾸 여론에 따라서 위장을 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일갈했다. 

서 기자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종배 시사평론가와 나눈 ‘한명숙호 1개월’ 토론에서 “은폐를 하다가 어느 순간 결정적인 공격에 부딪치면 결국에는 자기네 속성이 드러난다”며 이같이 직격탄을 날렸다.

한미FTA 포지션과 관련 서 기자는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FTA를 추진했다, 그러면 그 일관성이나 존재의 근거에서부터 정책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SNS에서 여론이 나오는 것이 반FTA만이 민주고 진보고 하니까 이 사람들이 자기네 정체성을 너무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발효를 중단시키고 일단 재협상을 하되 재협상이 되지 않으면 19대 총선 이후나 정권을 교체한 뒤에 폐기하겠다’는 입장과 관련 서 기자는 “이중조건이다, 뭐뭐 된다면 뭐뭐 한다면”이라며 “그런 말처럼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종배씨는 40대 표심과 관련된 선거 공학 입장에서 민주통합당의 복잡한 속내를 짚었다. 김 씨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통합당에 대해 협공에 나선 것은 “40대의 중도표심, 이걸 자극해 들어가려고 하는 선거공학적인 측면이 여기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한미FTA가 야당으로서의 선명성, 개혁성을 강화할 수 있는 매개라고 봤기 때문에 상당히 목소리톤을 올려놨다”며 김 씨는 “지금에 와서 이것을 거둬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지금은 지지층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게 과제라고 한다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연확대는 둘째 치고 이탈해 가 있는 지지층, 이른바 집토끼부터 끌어들여서 공고화 하는 게 우선순위였기 때문에 그것의 주된 매개가 됐던 게 바로 한미FTA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했던 40대 이야기를 놓고 보면 민주통합당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다, 내리면 잡아먹히고 그렇다고 등에 올라타고 계속 달릴 수도 없는 이런 상황에 와 있다”며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명숙 대표 체제 1개월에 대해 서 기자는 “비판적으로만은 보지 않는다”며 공심위 구성과 관련 “처음에는 문성근 최고위원이 반발을 하면서 굉장히 문제제기를 하다가 결국에는 봉합이 됐다, 봉합이 됐다는 것은 지도력의 긍정적인 측면 아닐까요”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당대표는 당무를 관장하는 것 이전에 국민과의 접점에서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한데 이점에서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며 “선거이슈를 지금 전혀 창출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민주통합당 입장에서 보면 선거 호재가 될 만한 게 얼마나 많냐”며 “이명박 정권에 대한 극심한 실망감을 넘어 분노,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 이런 여론지형에서 여론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무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혹평했다. 

이에 서 기자는 “한명숙 대표를 만나보면 굉장히 말이 장황하고 긴데 요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힘든 화법을 쓴다”며 “그게 결국에는 이렇게 드러나는 것 같다”고 일정 부분 공감을 표했다. 서 기자는 “문제의 핵심을 지금 이분이 파악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도 어떤 분들은 분명히 제기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종배씨도 “본질적인 문제가 거기(한 대표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있다”고 공감했다.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노동자 버리고 우경화하는 진보


이글은 레디앙 2012-01-16일자 기사 '노동자 버리고 우경화하는 진보'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 진보·노동으로 색칠…통합진보·민주노총 침묵 동조

“지도부 및 후보 9명이 한미 FTA 굴욕적 불평등 협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미 FTA는 폐기하고 원점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이 통일됐고 총선 승리하면 반드시 폐기하겠다.” 1월 15일 치러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말이다.
그는 노동공약으로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 축소를 통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며 ‘주 35시간 노동’을 약속했고, 재벌개혁과 부자증세를 약속했다.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약속한 문성근, 이인영 등 진보적 성향의 최고위원들이 당선됐고, ‘호남의 맹주’를 자처한 박지원은 4위에 그쳤다.
후보들은 이미 △노동조합법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철폐 △실업 안전망 확충 등 7대 노동정책안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통합당이 ‘진보’와 ‘노동’의 색채를 더욱 뚜렷이 내며 ‘좌클릭’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의 좌클릭
이명박 정권의 부패와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도 재빠르게 진보의 색채를 덧붙이고 있다. 1월 12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KTX 민영화 추진에 대해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크니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고 했다.
비대위 산하 눈높이위원회는 ”정부의 KTX 경쟁 체제 도입 방침에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철도 민영화'라며 반대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고했고, 황우여 원내대표는 “세계 역사상 철도 민영화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4일 이명박은“선거철이 되면 포퓰리즘에 의해 국가 미래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며 KTX 민영화를 강행하겠다고 말했고, 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이 한나라당 비대위를 비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민주통합당과 함께 재벌과 부자 정당이라는 색깔을 지우며 ‘좌클릭’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우클릭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노동의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1%를 위한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제시하며 노동자 민중과 싸워야 할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구 민주노동당은 정리해고법, 파견법, 비정규직법이라는 3대 악법을 만들었던 국민참여당과 합당하기 위해 이미 사회주의라는 강령을 내팽개쳤고, 합당한 이후 19대 총선공약 5대 핵심기조(주권 확립, 공공성 강화, 정치 개혁, 평화통일 추구, 생태주의 지향)에 노동문제를 제외시켰다.
통합진보당을 상징하는 로고에는 노동자-농민-서민에서 시민이 사라지고 재벌도 포함되는 ‘시민’이 들어갔다. 2000년 1월 창당 이후 12년 동안 민중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던 진보정당 행사에 태극기가 등장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수 십년 동안 노동현장과 모든 행사장에서 진행됐던, 노동자 민중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열사들을 기리는 민중의례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후보단일화를 구걸하나
통합진보당은 15일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가 호혜존중의 야권연대 정신에 충실하여, 곧 진행될 총선 야권연대 논의에 진정성 있게 임할 것이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통합당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며 3대 악법을 만들고 한미FTA를 체결했다. 과거를 반성하는 척하더니 지난 연말 한미FTA 폐기를 위한 거리 투쟁을 외면하고 슬그머니 국회로 들어갔다.
‘금배지’를 달기 위해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와 대중투쟁을 외면하고 보수야당과의 거래를 넘어 연대를 구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은 아무런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연대 ‘구걸’에 대해 이해찬 전 총리가 “이정희 대표가 관악으로 올 때는 경선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경선해서 이 대표가 이기기 어려운 조건이니 져도 좋다면 하고, 아니면 다른 쪽으로 옮기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해 통합진보당 대표에게 노골적으로 지역구를 옮기라고 주장할 정도다.
비정규직 외면·연대세력 쫓아낸 이경훈에 대한 침묵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연대세력을 쫓아낸 현대차 이경훈 전 지부장의 울산 남구 출마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침묵은 ‘노동’을 버린 진보정당의 상징이다.
이경훈씨의 출마에 대한 과 , 의 잇단 보도와 비판, 비정규직 당사자와 트위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은 이경훈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노회찬 대변인은 트위텃에서 “예비후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를 비롯해 이경훈 출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가 나섰다. 는 “진보정당은 하향식 공천을 하지 않는다”며 “이경훈 후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에 제기되는 비판의 대부분은 보수정당의 후보 선출 절차와 진보정당의 진성당원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이경훈 후보의 비정규직 투쟁 외면과 외부세력 ‘색출’에 에 대해 “전임 집행부들과 비교했을 때 실제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간 협력과 연대투쟁의 정도가 뒤졌다고 볼 수 없다”고 두둔했다.
부끄러운 기사
가 통합진보당의 기관지가 아니지만 이경훈 논란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시각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통합진보당의 진성당원제는 6개월 전에 1만원만 내면 되는 제도로 현재 이경훈 후보는 조승수 후보측에 의해 ‘기획입당’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진성당원제를 들먹이며 이경훈을 옹호하고 있는 기사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다.
이 기사에 대한 트위터의 격렬한 비난은 이를 보여주는 증거다. 한나라당은 KTX 민영화에 대해 SNS의 반대 여론을 보고받고 반대 입장을 냈는데 들끓는 이경훈 반대 여론에 대해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심상정, 노회찬은 입을 다물고 있다.
통합진보당뿐만 아니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1월 말부터 시작되는 울산 남구 예비선거에서 이경훈 후보가 승리하면 그는 어떤 검증 절차도 없이 통합진보당 후보와 민주노총 후보가 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진보와 노동으로 색칠하고, 한나라당마저 좌클릭하고 있는 정치의 계절에 통합진보당과 노동운동은 돌이킬 수 없는 우경화와 반노동자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2011년 겨울 현대차 자본의 탄압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배고픔보다 더 서글프고 고통스러웠던 이경훈 당시 지부장의 협박과 탄압을 기억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더 절망스럽게 이경훈 후보와 통합진보당, 민주노총을 바라보고 있다.

2012년 01월 16일 (월) 10:11:36 주간 변혁산별

"정권교체 가능성 높지만, 복병도"


이글은 레디앙 2012-01-14일자 기사 '"정권교체 가능성 높지만, 복병도"'를 퍼왔습니다.
[인터뷰-손호철] 반성 없는 '좌경화'…진보, 북한문제 '빅딜' 필요

손호철 교수는 "현재로서 정확히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정권 교체의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교체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1세기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놓고 국민적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2012년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며 선거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대안 체제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사진=레디앙)

자기 반성 없는 '좌경화' 신뢰 못해
손 교수는 또 현재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통합당 등 구 정치세력들이 '좌경화'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과거 정책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자기 반성을 하지 않으면 신뢰할 수도 없고, 의미도 찾을 수 없다며 정치권의 '말로만 좌클릭'에 경계감을 표했다.
그는 또 선거에서 가정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단일 변수는 여전히 '지역 요인'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진보진영의 민족주의 진영과 평등파 쪽이 북한 문제를 놓고 '빅딜'을 함으로써 통합의 기운을 높이고, 21세기 진보가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통합진보당은 '최악의 조합'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진보진영 통합 무산의 가장 큰 책임은 진보신당 내 독자파에 있지만, 이른바 노심조의 무원칙한 탈당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 최장집 교수 인터뷰에 이어 손호철 교수를 만나 정치 이념 문제와 최근 정치 현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강대 손 교수 연구실에서  2시간여 동안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가 진행했으며 이광호 편집국장도 함께 했다.  
사회과학자와 의사
- 1993년 출간된 『전환기의 한국정치』에서 선생님께서는 “나는 내 연구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주인공의 적대적 경쟁자)의 역할을 하는데 만족하며, 철저하고 투철한 안타고니스트는 그 나름대로 어설픈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주인공)보다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사라는 게 꼭 주인공만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반영웅도 필요로 한다. 역사는 정반합의 흐름 속에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 역할만이 아니라 비판자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회과학의 역할은 의사의 역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병원에 종합 진단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간도 괜찮고, 대장도 괜찮고, 위장도 괜찮은데 폐암으로 죽습니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 것을 지적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다.
의사의 역할이 건강에 대한 조기 경보 기능을 통해 불치병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 사회과학 그리고 사회과학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 현상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과 비판적 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방 50주년이던 지난 1995년에 조중동에서는 대한민국 판 역사의 종말론을 펼쳤다. 그들은 비판적으로 한국 현대사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들은 북한과의 대결은 이미 끝났고, 남한의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군사독재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콤플렉스가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조장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이른바 ‘전후 최대의 국란’이라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아 나라가 거덜 난 경험을 겪었다. 한국판 역사 종말론과 같은 미화론이 결국 비판적 지성을 마비시켰을 때 어떨 결과 오는지는 97~98년 당시 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힘들 때 생각나는 두 사람, 정운영과 김수행
개인적으로는 외로울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두 명 있다. 돌아가신 정운영 선생과 지금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계신 김수행 선생이다. 그들은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후 세대에 뿌리를 내리게 한 분들이다.
그 두 분은 소위 민주대학이라고 불리던 한신대학교에 재직하다가, 민중신학으로 유명한 안병무 교수 같은 분들과 학내 문제로 충돌하다가 결국 해직됐다. 그때 그 분들은 “박정희나 전두환하고 싸우다 잘리면 민주투사라도 되지만, 최고의 민주투사한테 잘린 우리는 뭐냐?”라는 얘기를 했다.
또 떠오르는 사람은 윤한봉씨 같은 사람이다. 광주는 한국사회에서 소수였다. 그런데 그는 광주에서 광주 지역주의를 비판한 소수의 소수였다. 대구에서 대구 지역주의를 비판하면 민주투사지만, 광주에서 DJ나 호남을 비판하면 한나라당 프락치 얘기를 듣던 시절이었다.
한국사회에서는 보수주의, 냉전적 보수주의자들이 주류였다면 자유주의 세력은 소수였다. 물론 정권교체 경험도 있고, 과거 민주화세력이 주류가 되고, 프로타고니스트가 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냉전 주류 민주화 소수 그 중에서도 자유주이 세력 소수라면 진보정당 진보독자 운동은 소수의 소수. 아직도 그런 세력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소수인 자유주의 세력에서도 진보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수의 소수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민족주의 계열이 다수인 진보진영에서도 또 소수가 되다보니 소수가 한 네 번 정도는 붙어야 내 위치가 설명될 수 있을 거 같다. 힘들고 외로울 때도 많지만 그런 만큼 지적 자극이 항상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나라당 발본적 혁신, 민주통합당 무장해제 만나면?
- 선생님께서는 최근 칼럼을 통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한국정치인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작 문제는 12월 19일이 아니라 그 이후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올해 선거에 대한 전망과 함께, 대선 이후 정국과 관련해 주목해봐야 할 지점들에 대해 짚어본다면?
= 사회과학의 기본적 생각이 다윈적 자연과학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 모델은 과거 현상들을 일반화하고 법칙화하면, 그 법칙성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사회과학도 사회 현상을 일반화하고 법칙화하면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흔히 카오스 이론 이야기 많이 나오고 있다. 자연과학에서까지도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사회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변수가 너무 많은 한국정치를 예측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고승덕 의원이나 오세훈 전 시장 때문에 발생한 일들 때문에 정권 교체 가능성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발본적인 자기혁신을 하는 반면, 민주세력이 안일하게 대응하거나 무장해제하면 정반대 경우가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꼭 이길 거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사실이다.
한나라당 5년 세월 동안 역사적 후퇴가 심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중요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정권교체를 할 거냐가 중요하다. 내가 12월 19일이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한 말이다.


▲사진=레디앙

핵심은 민주세력 실패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
과거 민주화 세력 집권 10년 동안의 시장주의 정책에 따라 사회양극화가 심화됐고, 그 결과로 민주와 운동세력은 양극화와 무능의 대명사로 찍혔다. 결국 2007년 서민들이 서민정당이라고 주장했던 민주당 대신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묻지 마’ 지지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5년은 그것을 개선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심화시켰다. 다시 민심 이반 현상이 일어나고 이번에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해 ‘묻지 마 비판’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것이 민주세력의 집권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거 정책으로부터 발본적인 변화 없이 또다시 사회 양극화를 가져온 정책을 지속한다면 이들이 집권해도 또다시 민심이반이라는 악순환 패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내가 지난 2007년 대선 논쟁 당시 반어법 표현으로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의 집권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문제의 핵심을 결국 민주세력의 잘못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있다는 것을 민중이 겪어봐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선거, 한국사회 미래 대한 치열한 논쟁의 장 돼야
바로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민주개혁 세력이 집권해도 여전히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또다시 사회양극화와 1 대 99 사회를 만든 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대선에 이길 것인가, 어떻게 반MB, 반한나라당 연합 만들어서 이기게 만드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즘 얘기되는 2013년 체제건, 2012년 이후의 사회든, 그것이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좌클릭’을 하고 있는 중이다. ‘보수’라는 단어를 빼자 말자라는 논란도 벌어졌다. 이것은 한국사회 미래에 대한 한나라당 버전의 대응이다.
민주통합당 같은 자유주의세력은 그 세력대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통합진보당이라는 진보와 자유주의세력의 연합정당은 또 나름대로 중도 좌파적 대안을 제시하고, 진보신당 등 나머지 순수한 진보정당들도 대안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이처럼 21세기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놓고 국민적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2012년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단순히 반MB, 반한나라당 정권 쟁취를 넘어서서 21세기 신자유주의 대안체제 논쟁을 활성화시키고, 이걸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교육하면서, 가치연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반한나라당-반신자유주의의 2중 전선
- “MB의 ‘악마화’와 반MB 투쟁의 ‘신성화’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에서 최대 정파는 ‘무당파와 기권자.’ 그 사람들을 묶어낼 잠재적 기반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의 정당체제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는데.
= 반MB 투쟁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이라는 2중 전선에 대해 더 큰 고민 있어야한다. 한나라당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서 정당의 ‘좌경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역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 이후에 이명박 정권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반MB 투쟁을 얘기했지만, 그것 못지않게 김 전 대통령이 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그건 본인이 대통령 재임 당시 추구했던 모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허황된 신기루였는지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 월스트리트 위기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해줬다. 당시 정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든지, 잘 모르고 그랬다든지 얘기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자신을 따른 사람들이나 민주주의 세력들이 새로운 대안, 새로운 체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유연한 진보론 펴면서, 우리를 굉장히 낡고 경직된 진보라고 비판했다. 그때 핵심적인 논쟁 중 하나가 한미FTA의 투자자 국가 제소 조항이었다. 우리는 그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한미FTA는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그들은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 당시 그런 주장을 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갑자기 표변하여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그런 식의 말 바꾸기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과거 정치적 유산에 대한 평가와 자기반성을 기초로 해서 대안을 제시해야지, 그런 것이 없으면 곤란하다.
지역주의, 아직도 결정적인 변수
- 선생님께서는 “한국 선거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아직까지도 ‘민주 대 반민주’도, ‘진보 대 보수’도, 부상하고 있는 세대도 아니고, 지역주의”라고 말씀하셨다. 최장집 선생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정치적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셨다. 왜 지역주의 문제를 결정적 변수로 중요하게 바라보는지?
=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정도가 약화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일 변수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지역주의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사람들이 세대 문제를 갑자기 얘기하는데, 2002년 대선 때 이미 세대 문제로 난리가 났었다. 촛불도 마찬가지다. 학자들이나 언론도 모두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촛불은 2008년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효순, 미선 ‘사건’ 때도 촛불은 있었고, 2004년 당시 노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촛불은 있었다. 그런데 그 촛불들은 다 어디로 갔나. 2007년 대선 때 그 촛불들은 침묵을 했거나, 이명박을 지지했던 역사적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2002년 대선 때도 방금 언급한 것처럼 세대 문제가 뜨거운 이슈였다. 2030이니 5060이니 하는 얘기가 그때 나왔다. 나는 그 당시 구체적인 자료를 놓고 세대 균열지수를 뽑아봤다. 인상적이 수준이 아니다.
20~30대와 50대가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비율의 차이는 약 25%포인트 수준이었다. 이런 수치는 그 전보다는 높아진 것이다. 세대 균열이 커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역주의 균열은 훨씬 커서 65%포인트 수준이었다.
계급적 변수? 앞으로 높아지겠지만 가난한 사람이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비율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비율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여기서 나오는 차이가 지역주의에서 나오는 차이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주목해야 될 부분은 계급적인 문제가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인데, 97년 대선에서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김대중 후보를 찍고, 부자일수록 이회창 후보에 투표했으며 이들의 균열지수는 15%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이 지난 후인 2007년 대선 때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이명박을 찍고, 오히려 부자가 정동영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으나 사회경제적 이슈가 중요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세대와 지역 문제는 계급 문제와 중첩돼서 나타난다. 그럼에도 단일 변수로는 지역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민족주의 계열과 평등파 '빅딜' 필요
- 선생님께서는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북한의 문제는 더 이상 사르트르의 논리에 기초해 침묵하고 있기에는 이미 용인의 수위를 넘어섰다, 진보진영은 북한의 반역사적인 왕정식의 세습정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얼마 전 출간한 『현대 한국정치 ― 이론, 역사, 현실, 1945~2011』에서 분단체제론을 중심으로 머지않아 다가올 ‘통일정국’의 의미를 짚어보고, 통일지상주의를 넘어 남북한 문제를 동시에 사고하는 통일론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등장 이후 남북 관계를 전망할 때 주목해야 할 지점은?
= “우리의 실천 현장은 여기고 지금 이때”라는 사르트르 논리에 기초해 그 동안 북한이나 사회주의권 국가가 아니라 남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핵 문제가 현실적인 핵심 문제로 등장했다. 내가 그 당시 충격을 받았던 것은 강재섭씨가 한나라당 대표일 때(2006~2008년) TV 화면에 비친 최고위원회 회의 장면이었다. 그 회의실 뒤에 붙어있는 문구가 ‘인권, 반핵’이었다.
인권과 반핵이라는 진보적 담론이 어느 날 갑자기 냉전 보수세력들이 들고 나오는 담론이 돼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시 그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더 이상 침묵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북한 체제에 대해 진보적 입장에서 비판하는 것과 현실 정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3대 세습 문제에 대해서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이정희 대표가 북한 비판은 도움이 안 된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을 거냐는 식의 얘기를 했는데, 전혀 그런 문제가 아니다. 비판하는 것과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북한이 도덕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같이 하면 안 된다는 극우적 시각이 잘못된 것처럼, 북한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비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시각도 비판받아야 한다.
이번 김정은 체제 등장은 그런 점을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냉전 보수세력이나 이명박 대통령도 가능하면 빨리 김정은 체제 안착을 바랄 수밖에 없었던 점을 잘 보여줬다. 북이 김정일 사망으로 삐걱 거릴까봐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도덕과 현실정치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 체제 등장을 보면서 느낀 건 개인의 죽음은 모두 불행한 것처럼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은 불행하다. 세습 문제 나올 때 얘기한 적이 있지만, 불행하긴 하나 김정일의 죽음이 남한이 선거 국면과 맞물리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국면에서 조문이니 세습이니 하는 논쟁 속으로 빠져들면 중요한 다른 이슈가 실종될 수 있다.
통일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온 건 아니다. 북한의 민주화는 것은 북한 민중 스스로 힘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뉴라이트가 하는 북한 민주화운동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북한 민중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나 고민해봐야 한다고 본다.
진보신당이 통합 부결시킴으로써 결국 좌절됐지만, 민주노동당의 중심인 민족주의 계열과 진보신당의 주축인, 흔히 말하는 PD계열 또는 평등파가 어떻게 하면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3대 세습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민주노동당의 핵심 또는 강경 민족주의 사람들과 개인적인 세미나를 열고, 함께 토론도 한 적이 있다. 

세 가지 정도를 같이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민족주의자들도 북한 문제에 대한 성역 없는 비판을 해야 한다. 물론 남한 사회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지속돼야 한다. 이것이 뉴라이트와 다른 점일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매개 고리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의 경우 국제적 고립이라든가 항시적 전쟁체제라는 조건에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그런 조건에 기인하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한반도 평화와 북한이 느끼고 있는 군사적 위험에 대한 인식, 평화 체제 안착의 중요성 등에 대해 과거 민족주의자들 가지고 있었던 입장과 견해를 그렇지 않은 진보세력도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민족주의적인 평등계열은 북의 평화 체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노력을 기울이고, 거꾸로 과거 민주노동당 중심의 민족주의 세력은 북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런 입장들의 ‘빅딜’을 통해 진보가 통합되고, 21세기 진보가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계속)

2011년 12월 18일 일요일

종편 출연은 십자가에 매달아야할 부역인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16일자 기사 '종편 출연은 십자가에 매달아야할 부역인가?'를 퍼왔습니다.
'진보진영의 종편 출연, 어떻게 볼 것인가' 집담회

진보 진영 인사의 조중동매경 종합편성채널 출연, 프로그램 제작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허지웅 영화평론가와 독립 다큐멘터리 이성규 PD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아일보) 종편 ‘채널A’의 영화프로그램에 출연한 허지웅 영화평론가에게 “나무 십자가에 매달아 공개 화형하자”는 극언이 쏟아졌다. (시사IN) 고재열 기자는 허지웅 평론가는 ‘부역자’라는 비판과 함께 “조중동 종편의 유일한 성과는 허지웅 밥벌이를 해결해 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종편출연 논란은 개인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방식으로 이뤄질 뿐, 누구하나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정남이 필요한 상황이다.


▲ 12월 14일 저녁 7시 신촌 위지안에서 언론연대, 문화연대 주최 '진보진영, 종편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권순택

지난 14일 (진보진영, 종편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안티조선운동사) 저자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종편에 출연하는 개개인에 대해 타격을 가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종편출연은 절대 안 돼’ 운동은 가능하지 않다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종편출연은 안 된다’는 기준을 잡으면 사실상 조중동매경의 모든 계열사까지 거부해야한다”며 “그러나 그런 식의 운동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삼성불매운동’을 예로 들어 “삼성이란 기업에 비판적 인식을 하고 있어 불매운동을 동참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공짜폰을 받으려고 삼성을 (어쩔 수 없이)쓰시는 분도 있다.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삼성 제품을 쓰게 되는 경우인데 이 사람들 전체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또한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대기업과 건설 보도에 대한 감시는 시민의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이들 신문에 삼성과 건설 광고 없이 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숨 걸어라’는 수준의 이분법 사고를 강요하게 되면 결국 (경향신문), (한겨레), (시사IN)은 존재할 수 없다. 이들 신문이 사라지는 세상이 좋은 세상인가?”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내편 네편’ 시각으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연아 선수가 정치적 발언을 하길 원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종편출연에 대한 지금의 이분법사고에서) 김연아 선수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더라도 사람들은 ‘삼성 돈 받고 피겨타면서’라는 비판을 가할 것”이라며 “스포츠 칼럼 웹툰 모두 포털을 통해야한다. 이들에게 역시 ‘여론을 왜곡하는 곳에서 밥 벌어먹으면서’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종편에 참여하는 진보적 교수가 있다면 종편을 통해 일할 기회를 얻게 되는 노동자들도 있다. 허지웅 평론가의 사례는 그 중간”이라며 “이들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는데 적절성과 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복받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 정치적 발언을 가로막는 기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종적 판단은 ‘충분히 고민한 개인’에게
김진혁 EBS PD([지식채널e] 등 제작)는 “종편 출연을 진영의 논리대로 ‘네편’과 ‘내편’을 극단적으로 나누는 것은 경계해야한다”며 “비판할 수는 있지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최종적 판단은 개인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김진혁 PD는 그러나 ‘충분히 고민한 개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과연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은 개개인이 감당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진혁 PD는 “언론인의 자세는 언론인으로서 사사로운 이익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전달자 역할”이라며 “어느 곳에서 일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조선, 중앙 등에서 일하는 것은 이 자세를 지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자의 종편 진출을 막을 수 있나’는 물음에 토론회 사회자인 전규찬 교수는 “조중동 종편에 간다고 하더라도 ‘하지 말라’고 말 못할 것 같다”, “오히려 거기에서도 가능할 수 있으니 기왕에 간 거 열심히 노력하라고 말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전규찬 교수는 “KBS가 이명박 정부 이후 작살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출연하고 있다”면서 “KBS에 출연하는 것과 종편에 출연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계속 든다”고 밝혔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종편을 반대할 당위는 있다. 조중동 신문의 이웃이라기보다는 ‘편법’, ‘불법’, ‘위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종편반대 투쟁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가 만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유저들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의 형식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자인 김완 기자는 “진보진영이 현재 지상파를 막연한 우리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권을 되찾아 사장 갈아치우고 보도국도 싹 바꾸면 다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안이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편반대투쟁 이전에) ‘지상파 정상화’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성규 독립PD가 10년 이상 찍은 (오래된 인력거)를 지상파가 아닌 종편에 납품됐다”며 지상파와 계약하게 되면 저작권 자체를 해당 방송사에 넘겨야하는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완 기자는 “여전히 지상파는 수퍼갑이란 사실”이라며 “지상파가 약탈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근 10년 간 주요 운동과제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가 공정 거래를 확립한다면 완성도가 높은 외주·독립제작사들의 콘텐츠가 종편으로 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상파를 정상화시키는 운동은 종편 반대투쟁과 다른 말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전향 권하는 사회


이글은 레디앙 2011-12-16일자 기사 '전향 권하는 사회'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김영삼, 김지하, 김문수, 황석영, 진중권…그들은 왜?

제가 잘 아는 어떤 현명한 이가 한번은 "자만보다 자학이 훨씬 낫다. 자학에는 병폐도 있지만, 적어도 자학하는 자에게 미래가 있는 반면, 자만하는 이에게는 현재만 있지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반박하기 어려운 명언 같은데, 북조선에 대해서 남한 주민의 절대 다수는 확실히 '미래가 없는 자만'을 택하는 것 같습니다.
남한 주민의 북조선에 대한 자만
공개적으로야 '꼴통'의 딱지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북조선에 대한 논평을 삼가하곤 하지만, 사석에서는 대다수가 북조선을 "배울 게 없는 나라", "실패작"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약 5년 전인가, 제가 그 당시에 관계를 맺었던 한 진보적인 잡지의 발행인을 인사동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세상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행을 많이 하고 견문이 넓은 제 상대방은 저에게 그가 말했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의 존재 자체는 우리 민족의 하나의 수치다. 우리와 같은 한민족인데,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한 우상을 받들고 그 획일주의에 하등의 저항도 못하는 것은 정말 최악의 민족적 수치다. 아니, 한국학 하는 입장에서, 도대체 한민족의 어떤 특성 때문에 이러한 괴물 같은 사회가 한반도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좀 분석해달라." 

진보를 지향하는 분이신지라 당연히 북조선의 강제적 '민주화'(?)나 대립의 악화 등등을 절대 바라지 않으시고 햇볕 정책을 적극 지지하셨는데, 북조선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이라고는 이 정도였습니다. 저는 남한에서 이런 분들을 무수히 많이 봤는데, 이러한 대중화된 대북 자만심에 대한 제 생각을 성경책에서 나오는 말, 즉 "남의 눈에 티끌을 보기 전에 자기 눈에 대들보를 보라"는 말로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꽤나 다원적이었던 1940~50년대의 북조선의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사회가 그 뒤로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으로 삼아 대대적으로 획일화된 것은 역사적 비극이었다면 비극입니다. 한데 획일화 차원에서는 남한이 북조선보다 더 하면 더 하지 절대 덜하지 않습니다. 단, 우리가 이 부분에 익숙해져 신경 안쓸 뿐입니다. 

북조선에서의 (외피적인) 획일성은, 북조선보다 수천 배의 경제력과 수백 배 더 많은 핵탄두를 가진 미-일-한 이라는 세계 주요 제국주의적/아류제국주의적 야수들의 블록과의 투쟁을 배경으로 한 정권의 강제에 의해서 유지되는 측면은 있습니다.
가진 자의 여유?
자국의 노동자와 중국, 월남, 필리핀 등 수많은 나라 민초들의 피땀을 빨아 지금과 같은 규모가 있는 괴물이 된 남한의 경우에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북조선에 대한 '우월성'에 안주한 통치배들은 더이상 피치자들에게 그 이데올로기를 꼭 강제하지 않아도 될 여유를 즐깁니다.
학생과 같은 미천한(?) 신분으로 감히(?)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자본주의 연구회'를 만들거나, 한진중공업과 같은 이 사회의 큰 오야붕들에게 성공적으로 대들면 물론 감옥행은 어느 정도 보장돼 있지만, 이 체제는 더이상 노동운동가나 사회주의자, 반군사주의자/평화주의자 등을 "완전하게 박멸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예컨대 반군사주의 투사, 즉 병역거부자 같은 경우에는 전과자로 만들어서 평생 이등시민이라는 신분으로 묶어 차별대우하면 하지, 1970년대처럼 강제 입대를 시켜놓고 거기에서 집총거부할 경우에는 때려 죽이지는 않거든요. 덩치가 훨씬 더 큰 인도나 호주 만큼의 총국민생산액을 자랑하는 세계 14위 경제대국인데, 몇 명의 보잘것없는(?) 반체제 투사들을 때려죽이지 않고 "그냥" 평생 괴롭힐 만큼의 아량(?)을 베풀 만합니다. 

한데, 이렇게도 좋아진 세상에 과연 5천만 명 인구의 대한민국에서는 비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은 그 역사상 몇 명 정도 될까요? 넉넉 잡아 예비거부자까지 포함해도 40~50명 정도 될까 말까 합니다.
병영에 끌려가면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는 절대 복종 체계 속에서 인격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국 군대란 국토 지킴이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유사시에 미-일-한 블록의 지배자들이 북조선과 중국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면서 대량으로 소모시켜야 할 총알받이에 불과하다는 점도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지만, 반군사주의적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이 '자유 대한'(?)에서 그토록 어려운 것입니다.
전향을 모르면 한국사회 이해할 수 없어
아니면, 노동운동이나 사회주의 운동 등을 보십시오. 실제 거기에서 활약하는 활동가의 수는, 1990년대 초반에 비해서 줄었으면 줄었지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사회는 덜 탄압적으로 되지만, 오히려 '골수' 체제 반대자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거죠.
그리고 상층 활동가들을 보면, 20년 내지 25년 전에 운동판에서 뛰었던 사람들의 상당수를 그 자리에서 더이상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대신 그들은 국회의사당에 보수정당 의원으로도 가 있고, 도지사 사무실, 청와대 등에 가 있고, 각종 대학의 교수로도 재직돼 있고 보수언론에서 문호 대접도 받는 것입니다.
그들이 소위 '전향'을 한 것이죠. 전향이라는 정치문화적 코드를 빼고서 한국 사회를 아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향, 즉 일정한 거래를 전제로 하는 획일화된, 자발성이 강한 주류에의 '귀환'은, 극도로 보수적 사회인 한국에서는 하나의 '문화'라면 문화입니다. 

그 수많은 당쟁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약을 받아마시면 받아마시지 '전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일제에 의한 식민지적 근대화는 전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조선 땅에 이식시켰습니다. 조선 토착 사회 지도층의 협력 없이 효율적 통치를 할 수 없었던 일제 지배자들은, 온갖 당근들을 제시하면서 보수적인 양반귀족(민병석, 민영휘와 같은 민씨 척족 출신의 갑부들부터 시작해서)부터 신흥 민족주의자나 온건 사회주의자까지 열심히 자기 편에 끌어들이려 노력했습니다.
보수적 양반들은 물론이거니와 민족주의자나 온건 사회주의 활동가까지도 주로 유산층 출신 아니면 유식층, 도일/도미 유학생층 출신들이었기에, '가진 자' 모두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켰던 일제로서 그들을 포섭하는 게 그리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민족지도자 33인의 그 이후
비참하게도 일제 말기에 이르러 1919년의 그 유명한 '민족지도자 33인' 중에서는 영양실조로 죽어도 배신을 하지 않은 한용운만 제외하고서 다들 전향하거나 적어도 민족진영에서 이탈했습니다. 인정식, 백남운 등 엘리트 온건 사회주의자들도 마찬가지이었습니다.
끝내 전향하지 않은 박헌영이나 이현상, 이관술, 김상룡, 이주하와 같은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을, 나중에 남한이나 북조선 권력자들은 물론 다 죽이고 말았습니다. 자기 배신과 획일적 주류에의 합류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구조에, 지조를 지킨 공산주의자들이 도대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향 거부자들을 거의 모조리 죽이거나 주변화시킨 사회는, 그 다음에 전향자들을 아주 전면에 배치시켜놓았습니다. 남로당 동료들을 배신해 그 명단을 형리들에게 넘긴 다카키 마사오(박정희)부터 3당 합당으로 야당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배신한 김영삼이나, 반노동 입법으로 노동변호사라는 자신의 경력을 배신한 노무현, 1965년 한일수교 반대 데모했다가 전향한 아키히로(明博)까지, 대부분의 남한 최고 권력자들은 전향자 출신들입니다.
이재오/김문수/손학규부터 신지호까지 1970~80년대 사회주의 혁명가나 노동운동가들의 기나긴 전향사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알지만, 가장 놀랍고 안타까운 전향은 지식인들이나 문인들에게 나타났습니다.
1970년대의 저항의 상징이었다가 전두환 정권의 어용 지식인이 된 천관우 같은 경우들은 하나의 효시이었지만, 황석영이나 김지하의 전향은 그들의 문학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쳐 저처럼 한국문학을 외국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큰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진중권 전향 과정 심층적 고찰 필요
황석영이나 김지하보다 강도는 훨씬 더 약하지만, 실제로 2000년대에 접어든 박노해의 변신도 일종의 '준(準)전향'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더욱더 안타까운 경우지만, 전 진보신당 당원인 진중권씨의 점차적 전향을 우리가 바로 지금, 그의 각종 사회참여적 발언들을 통해 여실히 잘 지켜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전향이라는 과정의 연구자 분들께, 트위터와 블로그 글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 전향의 과정을 심층적으로 고찰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도 많은 우수한 대한민국의 두뇌들은 사회주의 등등의 '위험 사상'을 철저하게 버리고 우리 위대한 경제대국의 순량한 국민들의 즐거운 대오에 이렇게도 잘 합류하는가요? 사형을 피해 대신 남로당 동료들의 목숨이라는 대가를 치른 다카키의 케이스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이해라도 됩니다. 잘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과거 '전진'그룹 등 좌파 운동가들을 맹비난하고, 귀족화된 예술인 정명훈을 옹호하는 진중권을, 그 누구도 죽이려 하지 않지 않습니까? 1990년대에 이루어진 김지하의 전향과 2000년대에 점차적으로 이루어진 황석영의 전향도 그 어떤 강제도 개입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주류에 속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고생스러운 일입니다. 춥고 배고픈 측면도 있지만, 일단 같은 학력자본을 소유하는 선후배들의 동정적 시선부터 참기가 힘들죠. 그런데 과거 저항이라는 경력을 성공적으로 팔아서 주류에 합류하기만 하면, 세상은 당장 바뀝니다.
문인 같으면 경우에는, 아예 새로운 천하가 열리는 거죠. 국가의 여러 기관에서 외국어 번역 알선부터 노벨상 은근한 로비까지 다 도맡아주고, 외국 투어도 보내주고, 국내에서는 가장 우수한 언론들이 높은 가격으로 글을 사주고... 성공한 자본주의 국가의 성공한 엘리트의 대열에 들어가는 입신출세의 극적인 경우죠.
피와 잉크
그 입신출세를 위해서 딱 한 가지 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혼을 철저하게 죽여, 획일화된 대한민국의 '상식/통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민주화를 자랑하는 '자유 대한'에서 절대 다수의 유명지식인들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그 공적인 인생을 마감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역사상의 수치가 아닌가요? 

소련 시절의 저항 시인 알렉산드르 갈리치의 유명한 노래 "악마와의 대화"에서 악마와 계약을 맺어 체제에 영혼을 팔려는 자는 그 계약의 종이를 보면서 "이게 피로 쓰여진 것이냐"고 묻습니다. 악마의 답은 "잉크일 뿐"입니다. 이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피가 거의 보이지 않네요. 잉크밖에 안보입니다. 

2011년 12월 16일 (금) 08:37:33                                                                         

                    박노자 / 오슬로대

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쫄지 않는' 판사들, "보수 판사들도 사퇴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8일자 기사 ''쫄지 않는' 판사들, "보수 판사들도 사퇴하라"'를 퍼왔습니다.
이정렬 부장판사, 보수언론 색깔론 일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를 비판한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45, 연수원 22기)에 이어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42, 연수원 23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과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신 구국의 결단. 그런 결단을 내리신 국회의원님들과 한미안보의 공고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대통령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것도 정치편향적인 글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은 주요 보수언론이 최 부장판사의 글을 '정치편향적'이라며 공격한 보도가 쏟아졌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26일 관련 보도에 대해 "진보 편향적인 사람은 판사를 하면 안된다는 말이겠지. 그럼 보수 편향적인 판사들 모두 사퇴해라. 나두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움직임을 조롱하는 어투로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FTA, 옳은 일은 반대 있어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옳은 일은 반대 있어도 반드시 해야죠. 대통령님의 말씀 뼛속까지 깊이 새기겠습니다"고 자신의 의견을 확고히 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전에도 보수언론으로부터 색깔론 공세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14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서 법원 일반직 인사가 청탁, 로비 등에 의해 흐려졌다고 강조한 후 "저는 노조원도 아니고 가입자격도 없지만, 노조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노조가 법원가족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렸다. 지금 노조 관계자 분들께 '지금 법원노조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으며, 주류 언론은 이에 대해 "법원노조 선동"이라고 공세를 날렸다.

법조인들의 발언을 근거로 색깔론 공세를 펴는 보수언론의 행태는 지나치다는 의견은 최 부장판사의 글을 계기로 여러 차례 제기되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는 CBS 라디오 에 출연해 '현직 판사도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미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도 사법기능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한 바 있다"며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색깔론을 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오코너 전 대법관은 지난 1995년 (국제법과 정치 저널) 기고에서 "연방헌법 제3조는 연방법원에 사건과 논쟁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했고, 미국 의회는 '사법적 권한의 필수적인 속성'을 다른 재판소에 위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투자자-국가중재권(ISD)제도를 정면 부정하는 내용으로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다.


▲ ⓒ프레시안(허환주)

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FTA와 인민주권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1-11-23일자 기사 'FTA와 인민주권'을 퍼왔습니다.

철학, 경제학, 정치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입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FTA 비준 안건을 기습상정하고 결국에는 한나라당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지금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정상적인 공론화 과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건너뛴 이와 같은 ‘날치기’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FTA 비준은 현실로 닥쳐왔다. 따라서 그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FTA 협정이 현실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FTA로 인해 초래될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쏟아내었다. 가공할만한 일들이 금새 대한민국에 닥칠 것만 같다. 그러한 우려들 중 국회에서 쟁점이 된 ISD 조항에 관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정 반대로 (으레 그랬듯이) 재계와 친정부 성향의 연구소들은 FTA가 가져올 긍정적인 경제효과에 대한 장밋빛 전망들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실제로 FTA가 국민경제에 어떤 충격을 가할 것인지, 긍정적 측면이 클지, 부정적 측면이 클지,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일단 초보적인 정치공학의 수준에서 진보파들이 FTA에 반대하고 보수파들이 FTA 찬성한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할 또 다른 시나리오는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것이다. 만일 실제로 FTA 이후 그다지 더 나빠지지도, 그다지 좋아지지도, 어느 쪽도 아니라면 어떨까? FTA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혹은 그것이 초래한 ‘파국’에 대한 종말론적 상상력도, 어긋나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문제를 좀 더 에둘러서 고찰하자. 우선 보수파들은 FTA를 정치논리가 배제된 순수한 자유무역, 내지는 통상개방 협정으로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FTA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식이 된다. 그러나 장하준이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실질적으로 “이미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11월 7일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이미 산업 일반에 ‘무역장벽’이라고 할 정도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며, 그런 상황에서 관세인하 및 철폐조치가 어떤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근본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FTA로 인해 일부 수입 소비재 품목의 관세가 인하된다면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효용이 증대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원론 수준에서 그와 같은 것이 ‘모범답안’이다. 그러나 관세인하 효과가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에 얼마만큼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다. 한-칠레 FTA 협정 이후 칠레산 포도주의 소비자 가격이 실제로는 관세인하 효과만큼 하락하지 않은 것이 좋은 사례이다.[경향신문, "칠레 와인에 'FTA 단맛'은 없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이란 오히려 공공요금과, 교육비, 그리고 부동산 가격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임박한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목전에 두고서, 그리고 전세난과, 미친 등록금에 시달리는 국민들 앞에서,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와 칠레산 와인 따위로 인해 엄청난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둥의 호언장담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국측의 관세인하로 인해 우리의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분야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조업이 가격경쟁력으로만 해외시장에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세인하의 효과를 과장해서는 안된다. 일례로 미-일 플라자 합의 이후 미국에게 유리한 환율조정을 시행했음에도 제조업 부문의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개선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플라자 합의, 그 후 20년"] 더 나아가 미국시장에서의 수출의 증가가 가시화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경제에 (이를테면) ‘고용창출’과 같은 구체적인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의 여부는 (우리가 지난날의 경험에서 알듯이) 매우 불확실하다. 대기업들의 수출호황 속에서도, 실제로는 중소기업 종속, 양극화, 실업문제가 심각해졌던 것이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위와 같은 사례들을 열거한 이유는, FTA의 구체적인 ‘경제효과’라고 추산된 것이 실제로는 ‘가정의 가정의 가정’을 거듭해야 성립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경제학의 현실예측력은 이와 같이 보통의 실험과학의 예측능력에 전혀 못미친다. 물론 이런 것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사항이다. 그러나 내가 에둘러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예측능력이 가진 이러한 맹점들은 FTA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시나리오들에도 그대로 해당된다는 점이다.
  우선 우리는 FTA로 인해 당장 공공 서비스의 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든가, 한국시장이 미국자본에 의해 잠식될 것이라든가, 국가의 주권이 마비되고, 당장 미국식 민영 의료보험 시스템을 수용해야하는 따위의 암울한 미래를 미리 단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실제로는 희박하며, (정부의 장밋빛 전망들과 마찬가지로) 중남미에서 일어난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한반도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정의 가정의 가정’을 거듭해야 성립하는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는다. 일례로, ISD 투자자-국가소송제가 실제로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으며, 국가의 공적인 역할과 관련하여 이전과 전혀 다른 쟁점들을 제기하는 것은 확실하다. [http://foog.com/11386/] 그러나 그것이 활용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국가의 공공 시스템과 정책 그 자체를 직접 ‘겨냥’한 사례들을 찾아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ISD의 판정 기준은 '합리성과 비례성'"] 말하자면 실제로 ISD 제도 하에서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특정 국가의 공공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경각심을 조성하기 위해 공언한 최악의 가정들에 스스로 속아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만일 FTA가 가져올 (우리가 짐짓 우려했던) 파국과 참상들이 실제 현실로 닥친다면, 일부의 자조 섞인 푸념처럼, 희망을 버리고 ‘이민’이라도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냉소적인 선택을 할 것이 아니라면, [실제로 누구도 순수하게 FTA 때문에 이민을 가지는 않을 것이다] FTA 조약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되짚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단순한 물음이다. “오히려 FTA 조약 비준 이후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는 우리가 지금까지 매우 익숙하게 여겼던, 말하자면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 이를테면 FTA의 핵심 중 하나는 외국인 투자의 자유화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점진적으로 투자의 자유화, 자본시장의 개방을 거쳐왔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유독 이번 FTA 문제에 관해서 ‘매국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말하는 자들에게,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도 이미 진행된 개방조치[ex, 자유경제지구]들은 과연 ‘애국적인’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사회의 구조가 재편되었던 것은 ‘참을만 했고’ 지금 한나라당 정부 하에서 동일한 일이 새삼스레 재연되는 것은 ‘천인공노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 물음을 어떤 냉소적인 의도에서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작금의 반FTA 투쟁에 있어서 진정한 ‘적’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 투쟁의 ‘대의’는 무엇인지를 제대로 사고하고 싶을 뿐이다.
  서툰 정념의 분출은 정치적으로 불모적인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를테면 FTA가 비준된 지금 이 시점에서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재연하는 것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 그것은 FTA가 이미 비준되었으니 싸움은 [적어도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는] 사실상 끝났다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진보대연합’에 의한 ‘집권’ 뿐이라는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보는 것은 사실상의 ‘패배주의’이다. [실제로는 장지연 선생도 친일로 돌아섰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작금 FTA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부터 지속되었던 신자유주의적 전환의 연장선 상에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권리와 주권을 대주주들, 대기업 및 재벌, 기술관료들에게 하나 둘씩 넘겨주었고, 이번의 FTA도 우리가 겪어야 할 굴욕의 마지막은 결코 아닐 것이다. FTA는 오히려 싸움의 새로운 라운드가, 이미 반복되었던 싸움의 장이 다시 갱신된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일부가 주장하듯 FTA 통과 이후 당장 나라가 망하거나 서민의 삶이 끝장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우리의 삶은 지금까지 어려웠던 딱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들이 특정 정치인에 열광하거나, 반대로 욕설을 쏟아낸 적은 있어도, 자본과 의회권력을 ‘현실에서’ 근본적으로 통제했던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는 바로 그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하자면, FTA가 가져올 결과가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 그것이 우리들의 미래와 우리들의 ‘주권’을 판돈으로 내건 ‘도박’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도박에는 분명 확률상으로 유리한 도박과 불리한 도박이 있다. 그러나 FTA가 어느 쪽의 도박인지와 무관하게, 그것이 소수의 몫을 위해 보통 사람들의 삶, 권리, 재산을 한 ‘밑천’으로 삼은 도박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의 ‘날치기’ 국면에서 우리들이 세워야할 원칙은 분명하다. 이것은 ‘원칙’의 문제이다. 그것은 ‘당신들의 도박에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삼지 말라’는 원칙이다. 자본의 이해를 배후에 둔 무수한 관료들, 전문가들이 국민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FTA 정국 때나 그 이전이나 한결 같았다. “걱정하지 말라, 똑똑하고 유능한 우리들이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저러한 허황된 수사를 한꺼풀 벗겨내면 결국 앞서 말한 ‘도박꾼’의 논리가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하면 된다, 자신감을 가져라!”고 외친 김문수의 저 발언도 동일한 최악의 도박꾼의 논리를 충실하게 따르는 셈이다. 그리고 저러한 수사가 붕괴할 때 보통사람들이 마주쳐야할 가혹한 현실이 무엇인지는 이미 지난날의 금융위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FTA와 관련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저 “기술관료의 언어로 말하는 자본”에 대항해서 인민주권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싸움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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