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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8일 화요일

김대중 D, 노무현 C, 전두환 A…이것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8일자 기사 '김대중 D, 노무현 C, 전두환 A…이것은?'을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재벌개혁과 한국경제 새판짜기…99% 연대의 길로

복지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그리하여 그 핵심 관문으로 재벌 개혁이 모두, 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중심 의제로 다시 떠올랐다. 대한민국이 가히 '재벌 동물원', 또는 '삼성공화국이' 꼴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재벌의 탐욕과 탐식, 독점과 독식이 도를 한참 넘은 현재 상황을 타개하지 않고는 무너진 민생경제를 살리고 경제민주화 나아가 '제 2민주화'를 이루는 일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명박 정부 아래 오늘과 같은 재벌독식 정글 자본주의를 초래한 장본인인 한나라당까지 당명을 바꾸는 등 법석을 떨고 경제민주화 운운하는 걸 보면, '두 국민'으로 갈라진 채 다수 대중이 삶의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의 위기가 얼마나 깊은지 알고도 남는다. 집권 여당까지, 진지한 반성은 모르쇠로 버티고, 복지국가 건설과 경제민주화 시대정신에 편승하려고 변신하고 있는 걸 보면, 작년부터 유력 보수 언론이 주도했던 바, 복지국가 길과 재벌개혁은 회피하며 재벌의 자선에 호소했던 한국판 "자본주의 4.0" 기획도 허사가 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정치란 이쪽과 저쪽, 또는 아방타방(我方他方)을 나누며 '우리'를 저변 넓게 구성하는 것이다. 복지국가 의제의 경우, '부자 증세'처럼 아방타방을 나누는 지점이 확실히 존재한다. 이전에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던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과 같은 말은 그 지점을 잘 포착한 정말 멋있는 슬로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이 슬로건을 높이 쳐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러나 복지국가 건설은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렵고 국민전반의 증세부담을 요청하기 때문에 대척점이 흐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가, 제도, 사람에 대한 신뢰를 축적하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그것에 비해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의제는 대척점이 훨씬 명확하다. 현 상황에서 '우리'를 넓게 99%의 '경제민주화 동맹'으로 확대하고 저쪽을 한줌의 1%로 몰 수 있는 최상의 의제일지도 모른다. 이제 '99% 연대로 1% 재벌을 개혁하자'고 말해야 할 때다.

그런데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견해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돈되는 건 다 먹어치우는 재벌의 탐욕을 규탄하며 개혁 대안을 찾는 토론의 장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그런 토론의 일환으로 얼마 전에 민주노총이 주최한 토론회가 있었는데, 나도 토론자로 참여해 지난 시기 '삼성공화국' 국면이래 주장해온 '제 2라운드 개혁'론을 피력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청중이 많지는 않았지만 매우 유익한 토론이었다.

주발제자인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은 2007년 선거가 '성장과 경제자유화'라는 보수적 프레임으로 짜여졌던 반면에, 2012년 선거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 주도의 프레임이 짜여졌고 여기에 보수가 끌려 들어와 따라잡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덜 부각되어 있는 '노동 민주화' 의제를 강조하고, 재벌개혁 운동이 민생연대 나아가 '99%의 연대'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발제자와 유사하게 노동자 경영참가에 기반한 '산업경제의 민주주의' 실현에 방점을 찍으면서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개혁 패키지들을 풀어 놓았다. 곽정수 한겨레 기자는 한참동안 민주통합당 내부 '재벌개혁의 X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두들 재미있게 듣고 웃고 했지만,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제법 떠들썩한 외양과는 다른 실상을 'X맨'이라는 말 한마디로 아주 잘 짚은 셈이다. 'X맨'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홍종학 교수가 또 지루한 토론회에 큰 웃음을 주었다. 그는 재벌은 킹콩같은 존재로, 이 킹콩이 선거 기간에는 잠을 잔다면서 이 때가 개혁의 호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강력한 제재, 효과적인 규율수단 그리고 빠른 속도라고 하면서 계열사간 배당이나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재벌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 토론회를 포함하여 여러 논의들에서 좋은 정책수단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정책 수단을 잘 몰라서 재벌개혁을 못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누가,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수 있을까?

우선 지난날 재벌개혁이 실패한 경험을 반성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왜 실패했나?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먼저, 두말할 필요없이 재벌 권력의 힘이 너무 강대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한국의 개발 독재는 강력한 정치적 독재임과 동시에, 대재벌을 키우고 이와 공고히 동맹한 반면 노동을 배제적으로 동원한 아주 당파적인 계급 권력이기도 했다. 권위주의 산업화가 고도의 권력전략인 동시에 계급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그리하여 국가 권력과 재벌 권력이 결탁한 과두제(寡頭制)적 지배와 고도집중 체제를 물려 준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박정희 정권은 물론 5공 신군부독재도 그러하다. 독재정권이 재벌에 퍼주기를 하면서 일정하게 규율을 부과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이 노동계급과 시민사회의 발언을 통제, 억압해 왔기 때문에, 민주화이후 오히려 자기 발로 서게 된 공룡 재벌의 고삐를 잡고 민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역사적 힘이 형성되기 어렵게 된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어렵게 된 "민주화의 역설"이 나타난 조건을 찾을 수 있다. (☞ 바로가기 "강한 개발국가 복원?…장하준의 새로움과 구태의연함").

둘째, 개발독재 시기로 환원할 수 없는 민주화 시기의 실정(失政)문제가 있다. 한국의 민주화 시기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기와 중첩되었으며 역대 정부는 경제적 자유화=규제 완화와 무분별한 개방의 물결에 휩쓸렸다. 민주화와 자유화와 같이 진행됐다. 그로 인해 재벌의 힘과 정부의 실정이 합작한 끝에 97년 '외환위기'가 도래했다. 이어 97년 이후 중도 자유주의 정부는 한편 외압에 순응하면서 다른 한편 그 칼을 빌려 재벌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는 단절과 연속의 기묘한 혼합물이었다. 불법적 경영권 세습 등에서 보듯이 오늘날 한국재벌의 전근대적 구태는 여전하다. 그러나 재벌 개혁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재벌들이 사라지고 쪼개졌으며, 살아남은 재벌도 크게 변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슈퍼 재벌'로의 초집중과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빈곤화였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역대정부의 재벌 정책에 대한 학점은, 전두환 정부 A, 노태우 정부 C, 김영삼 정부 D, 김대중 정부 D, 노무현 정부 C 로 평가되었다. 논란이 많겠지만, 충격적인 평가다. 이 평가의 타당성 문제는 제쳐 두고, 한국의 민주화이후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과실을 얻고 최대의 수혜자로 부상한 것은 소수 재벌이고, 노동자와 서민, 그리고 여러 중간 집단들조차 패배자의 처지로 떨어진 게 사실이라면 이는 정말 큰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역설이 재벌개혁의 부진뿐만 아니라 97년이래의 재벌개혁에도 크게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단지 재벌개혁이 아니라 '어떤 개혁인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연합


셋째, 나아가 정부 정책만이 아니라 '범민주 진보' 진영 내부의 개혁 담론도 재벌 개혁이 실패하는 데 일조하였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는 주주 자본주의냐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냐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그 우열을 판별하기 위한 기준을 찾는 노력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편 사람도 있다. 또 재벌개혁을 (구)자유주의적 개혁틀안에 가두면서 경제민주화와의 고리를 끊어 버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들은 재벌 개혁의 목적은 단지 공정 경쟁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민주적 참여와 공정한 협력은 배제해 버린다. 어떤 논자는 지난 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즈음하여 사측의 해외공장 이전과 주식배당에 대해서는 은근히 두둔한 반면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상한 논법을 제시한 적도 있다(김기원, "한진중공업 사태의 올바른 해법은", , 2011/8/4). 그리고 IMF 이후 세계화가 반(反)노동적임과 동시에 반재벌적인 효과를 가졌고 그래서 재벌과 노동 모두 거기에 반대했다고, 문제의 한쪽 면만 보는 견해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재벌과 세계화간의 불협화음만 볼 뿐, 양자의 교묘한 만남과 화해가 초래하는 반(反)민주적 효과를 간과하는 것이다.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문제를 보는 나의 생각은 이런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바, 재벌체제의 내부자(Insider)와 외부자(Outsider)로 분단된 이중화 양식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래 그림 참조). 내부자의 중핵은 재벌체제의 재생산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상위 계층들이다. 외부자는 비정규직, 취약한 정규직, 실업자, 자영업과 중소상인, 취약한 중간층, 중소기업 등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살펴야 할 것은 소액주주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의 존재이다. 이들은 야누스적 얼굴을 갖고 있다. 재벌 총수의 횡포는 소액주주권을 침해한다. 그렇지만 재벌의 높은 실적과 주주가치 추구는 소액주주에게 이익도 가져다 준다. 소액주주중에는 소시민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제금융자본과국내 대금융자산가들도 대체로 소액주주며 이들이 소액주주의 '큰 손'으로 재벌체제의 최대 수혜자에 속한다.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그 약체 부분은 기업주가 휘두르는 부당 정리해고 칼날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그 큰 부분은 기업별 노조에 갇힌 채 - 이는 신정완이 '박정희체제의 사후의 복수'라 부른 것이다- 비정규직과 연대는 외면하고 재벌과 이익을 함께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대안은 복지 의제처럼 스웨덴 모델을 준거로 삼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

이런 독특한 내부자-외부자의 이중화 상황에서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중심에 놓는 재벌개혁론은 다수 대중의 민생경제를 중심에 놓는 개혁론과 충돌할 수 있다. 그리고 추상적으로 노동자 경영참여를 외치는 개혁론도 정규직이 비정규직, 실업자 등의 이익을 담아내는 보편적 ,포괄적 이해를 구성하지 않는 한 이중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새로 시작하는 제 2라운드의 개혁은 지난 1라운드의 한계 지점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 경쟁시장을 추구하는 질서자유주의적 개혁은 재벌개혁의 기본적 구성부분임이 분명하지만 이는 다수 피억압대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회민주적이고 참여민주적인 개혁과는 충돌하는 지점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개혁은 중도반절로 끝난 질서 자유주의적 개혁의 적극적 부분을 이어받되, 그 중심방향은 사회민주적이고 참여민주적인 개혁을 재창조하는 데 두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노동 부문이 이중화 구조를 넘어 노동 연대를 향해 필사적 노력을 다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오늘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중심적 문제는 1997-8년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다수 사람들이 거의 예상하지 못한 채 습격당한 정글자본주의 속에서, 재벌의 전방위적인 탐식과 약탈적 축적, 그에 따른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 불공정하고 부당한 거래와 분배, 야만적인 노동 배제,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 등이 중심적 문제 또는 '주요 모순'이 되고 있다. 재벌과 외국자본의 지배동맹에 의한 독점 독식과 이중화 축적체제로 인해 배제되고 약탈당하고 있는 광범한 국민 대중의 삶의 불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상태로는 민생은 물론 한국경제의 미래도 없다.

서두에서 정치란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는 다투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생 협력하며 이를 통해 더 높은 균형으로 나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재벌개혁이 재벌죽이기가 아니라 오히려 재벌살리기라고 말해야 한다. 오늘날처럼 재벌이 민주공화국을 길들이는 비정상상태로부터 이들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적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시민기업으로 재탄생한 재벌과 민생, 나라경제가 선순환하는 민주적 참여의 시장경제, 고진로(High Road) 자본주의 길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재벌 개혁의 목표다. 그리하여 저변이 넓고 튼튼한 민생경제, 피라미드형의 강소(强小)하고 중견(中堅)한 살림의 경제, 공화국의 구성원이라면 동등한 '경제시민'으로서 노동하고 기업(企業)하는 사회경제적 권리지분(stakes)을 쥐어주면서 공정하게 협력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언제나 패자부활이 가능한 한국형 시민경제의 새판을 짜는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 

2012년 2월 22일 수요일

전두환 경호동 ‘국유지 전환’ 꼼수에 비난쇄도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22일자 기사 '전두환 경호동 ‘국유지 전환’ 꼼수에 비난쇄도'를 퍼왔습니다.
“5.18유공자 ‘생활고 자살’하는데...당장 환수하라”

경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의 경호동으로 써온 서울시 소유지를 계속 사용하겠다며 국유지와 교환하는 방안을 내놓고 서울시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오는 4월로 무상사용 기간이 끝나는 경호동 부지에 대해 “(현재 경호동 부지는)전 전 대통령의 사저와 인접해 있어 위험 가능성이 높아 경호에 꼭 필요하다”며 유상 임대르 해서라도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지난 21일 “박 시장은 절대 무상사용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 유상 임대에 합의하면 경찰은 해마다 시에 1700만원을 내야 한다”며 “그런데 임대료를 받자니 계약이 끝나는 3년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아 국유지와의 교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환 대상으로 경찰이 제시한 국유지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한옥부지와 성북동의 나대지 등이다. 그러나 이 곳은 경호동 부지보다 땅값이 비싸, 서울시는 가격이 맞는 다른 터를 찾아달라고 경찰 쪽에 요청한 상태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경호동을 당장 폐쇄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당장 경호 때려쳐라 돈이 남아 도냐. 살인자도 경호하게?”(youngs******), “그 돈으로 100명에게 아파트 전세 하나씩 돌려라!”(wans*****), “정권 바뀌고 경찰청장 바뀌면 다시 얘기 하자. 일년만 더 쓰고 있거라”(Dan*****), “살인자 지켜주느라 세금 엄청 쓰는 구나. 이런 경찰을 우린 짭새라고 부른다”(Hwan******), “써도 써도 29만원씩 꼭꼭 채워지는 마법의 지갑 열면 경호동 부지 정도는 얼마든지 사비로 매입할 수 있을 텐데”(ph*****)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또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mediamongu)는 “오늘 유난히 알티 많이 되는 글이네요. 전두환이 국가에 납부해야 할 추징금 1673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작년 4만 7천원을 추징 당한 게 전부. 매년 세금 9억원이 그를 지키는데 쓰인다. 지난달 5.18유공자가 생활고를 못 이겨 목숨을 끊었단다.”라고 일갈했다.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보수우익이라면 궐기하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2-21일자 기사 '보수우익이라면 궐기하라!'를 퍼왔습니다.
[최경영의 서동요] 제2화

개인적으로 난 내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보수우익’이라고 판단한다. 난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원리에 반대하지 않으며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박정희, 전두환과 비슷한 독재자로 본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자유고 민주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적 가치가 언론의 자유니 내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언론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를 뜻한다. 한 개인의 자유가 담보되지 않은 조직의 자유, 또는 조직 간부들만의 자유는 독재나 권위주의다. KBS의 사장이나 간부들이 일선 기자나 PD들에게 자신들의 편향적 정치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그래서 반민주적 작태일 뿐이다. 결국 자본주의 원리를 지지하고 북한과 같은 체제를 혐오하며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난 정통 자유민주주의자다. 자유민주주의자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자고 해도 기껏해야 ‘보수우익’이다. 여기에 ‘좌’나 ‘빨’을 갖다 붙이기는 힘들다. 


▲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조능희 책임PD 등 제작진들이 2010년 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5명 전원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나는 ‘좌빨’로 취급된다. 한 달여전부터 시작한 트위터에서도 나를 진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KBS 새노조의 노동조합 집행부라서 그런가? 15년을 근무한 KBS의 상당수 동료들도 나를 ‘좌익’으로 본다. 우습지도 않다. 친일극우꼴통들이 정부와 시장의 권력을 독점하고 수 십여년이 흐르다보니 근대적 보수 우익 개념마저도 전복되어 버린건가? 내가 좌파면 파리가 새고 이명박은 세종대왕이다.
우리의 문제는 이렇듯 잘못된 ‘규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잘못된 ‘규정’은 왜곡된 역사로부터 연유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류의 사람들은 아마 자본주의가 ‘약육강식의 정글적 체제’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먹고 먹히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그래서 힘세고 돈 많은 자가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자본주의라 여기고, 여기에 조금이라도 규제를 가하거나 변화를 주려하면 ‘좌’나 ‘빨’이라고 몰아붙이니 하는 말이다. 이 지구상에 그런 약육강식의 정글적 자본주의, 순수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너희들 머릿속에만 있는 환상이다.        자본주의의 바탕에는 자유롭게 경쟁하는 개인에 대한 믿음이 있다. 모두 자유롭게 경쟁하다보면 시장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인들이 살아남고 이들에 의해 생산성이 높아져서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이 자본주의의 전제(자유롭게 경쟁하는 개인)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다. 3백여년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아니 수 만년의 인류사에서 단 한번이라도 ‘모두 자유롭게 경쟁했던’ 시대가 있었던가?
자유롭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경쟁의 조건’이 비슷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거대한 부와 권력을 물려받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났다. 효도르와 내가 사각링 위에 올라 아무리 피 튀기게 싸운다 한들 나로선 죽지만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물질적으로 불평등한 권력의 현재는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현실화된다. 하나의 대기업이 수많은 중소기업을 갖고 놀 수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죽지 않으려면 꿇어야 한다. 경쟁이 아니라 복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독과점을 규제하지 않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금융과 산업 자본을 분리하려는 노력,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대기업의 담합을 처벌하는 정책들, 복지를 확대해 시민 각자가 최대한 비슷한 경쟁력을 갖춰주게 하려는 노력들이 모두 같은 이치에서 나온다. 자본주의 원리에 충실하기 위해 자유롭게 경쟁할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본주의만이 민주주의를 지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체제인지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여러모로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긴 힘들다. 특히 둘은 ‘인간’에 대한 전제가 닮았다. 민주주의도 자본주의와 비슷하게 ‘인간’을 상정한다.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이 각자 한 표씩의 투표권을 가지고 대표를 선출한다면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논리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시 근본적 오류가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모든 인간이 항상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여러분은 시장에 가서 정확히 내가 원하는 물건을 내가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가? 결코 충동구매를 하거나 바가지를 쓰지 않을 만큼 충분한 정보와 정확한 판단력을 모든 사람이 갖추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국민 투표라는 그 알량한 민주주의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도 막대한 정보와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함을 이미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가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4년전에 우리는 이명박을 뽑았다. 최선의 결정이었을까? 
그래서 미국의 언론학자들은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를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Market place of ideas)라고 표현한다. 자유 시장 경제처럼 사상도 자유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어야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담보되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언론이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전달해줘야 시민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전달하지 않고 한 정파의 일방적인 생각만을 전달한다면 사회는 ‘사상의 독과점'에 빠지게 된다는 우려가 배어있다.
자, 이 모든 생각에 무슨 ‘좌’나 ‘빨’의 요소가 있단 말인가? 지극히 시장경제 중심적이며 철저히 자유적이고 순수히 민주적인 사고다. 그래서 나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이동관, 최시중, 이병순, 김인규, 그리고 한나라당류의 무리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보수 우익인가?
당신들이 보수 우익이었다면 당신들은 정부가 불법적으로 정연주를 KBS 사장직에서 쫓아냈을 때 궐기했어야 했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국가 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몰 때 격분했어야 했다. 촛불집회에서 죄 없는 시민들이 얻어터질 때 함께 거리로 나섰어야 했다. 그게 보수다. 그게 우익이다. 그게 당신들이 지켜야 할 시장의 가치며 사상의 자유다. 보수우익이라면 궐기하라!

2012년 2월 17일 금요일

전두환을 과잉 경호할 이유가 있나


이글은 한겨레21 [2012.02.13 제897호] 기사 '전두환을 과잉 경호할 이유가 있나'를 퍼왔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 위해 허가된 경호동뿐 아니라 인근 땅 전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추징금도 안 내는 독재자는 연간 8억5천억원 ‘종신 경호’ 받으며 화려한 말년 즐겨


» 지난 1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으로 가는 골목 입구에서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5월도 아닌데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지난 1월17일 신군부의 12·12 쿠데타에 맞서다 강제 예편당한 고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 사령관이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반기를 들면서 비극의 가족사가 시작됐다. 장 사령관의 아버지는 스스로 곡기를 끊어 숨졌고, 2년 뒤 아들이 행방불명돼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사령관은 2010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1월25일에는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가 전두환(81) 전 대통령 사저 근처에서 취재를 하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1월29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용으로 경찰이 무상으로 쓰고 있는 서울시 건물에 대해 무상사용권 회수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일반인 접근 막으려 인근땅 사들여
만화가 강풀의 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만화는 광주 민주화운동 때 희생된 시민군의 자식들이 26년이 흐른 뒤 모여서 철통 경호를 받으며 살고 있는 ‘최고책임자’의 암살을 모의한다는 내용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첫해인 2008년 캐스팅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투자 문제로 제작이 무산돼 정치적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제작사 청어람이 재추진에 나섰다. 만화는 ‘최고책임자’가 누구인지 명시하진 않았지만, 누구인지 다 알 수 있다. 만화 속 최고책임자나 전 전 대통령이나 철통 경호를 받고 있다.
문제의 경호동(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95-7번지)은 서울시가 2009년 작가들의 집필 공간으로 꾸민 연희문화창작촌 안에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연희동 95-4번지) 바로 옆이다. 높이 2m의 울타리로 창작촌과 격리돼 있다. 2009년 5월1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경찰에 무상 사용이 허가됐다.
그러나 이는 서류상의 얘기일 뿐이다. 취재 결과, 이 경호동뿐 아니라 창작촌 땅 전체가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경호 목적으로 활용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자료와 등기부등본 등을 보면, 창작촌 땅(연희동 203-1번지, 203-140번지)은 1986년 3월 서울시가 매입했다. 당시 김용래 서울시장은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인 1988년 7월 이 사실을 공개하며, “연희동 일대 땅 3784평을 불가피하게 취득했다. 당시 대통령(전두환)의 사저 주변이기 때문에 신변안전 문제가 고려됐다”고 말했다. 퇴임 전에 사저 주변의 땅을 서울시 예산으로 매입해 경호 목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경호동 부지(327㎡)와 건물(285㎡)은 1987년 8월 총무처가 사들였고, 1989년 소유권이 서울시로 넘어갔다. 소유권 이전 경위는 명확하지 않다.
당시 창작촌 터에는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등이 들어섰다. 일반인의 접근을 최소화하려는 방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호동 건물은 매입 직후부터 청와대 경호처나 경찰청이 경호 목적으로 사용해왔다. 2003년 시사편찬위원회가 이전한 뒤 서울시는 시 소유 부지 전체를 매각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자 경찰청은 “(경호동으로 쓰고 있는) 95-7번지는 매각에서 제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매각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고, 이 터는 6년 가까이 방치됐다. 결국 서울시는 2008년 이곳을 연희문화창작촌으로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이미 경찰이 경호동으로 써온 서울시 소유 건물에 대해 3년 시한의 무상임대 계약서를 쓴 것이다.
전직 대통령 중 경호비용·인력 최다
서울시는 정부가 경호동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거나, 사용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터의 공시지가는 6억7천만원, 건물가는 1714만원이고, 시세는 최고 14억원에 이른다. 지대가 높아 사저 경호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 건물은 이곳 말고도 두 채 더 있는데, 모두 경찰청 소유다. 박원순 시장은 2월1일 인터뷰에서 “경호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경찰이 또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겠나. (무상 사용 기간이) 4월 말까지로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협의해서 (사용 허가 연장을) 안 하는 쪽으로 하면 미리 대안을 만들게 해드려야 하니까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시민 여론이나 시유 재산을 어떻게 쓰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를 종합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세금은 들어간다.
경찰이 경호를 맡고 있는 전직 대통령 3명(전두환·노태우·김영삼) 가운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람이 전 전 대통령이다.
김재균 민주통합당 의원이 1월31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 전 대통령 경호·경비에 79명이 항시 투입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77명, 김 전 대통령은 60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수행경호원이 10명으로, 노·김 전 대통령(9명)보다 1명 많다. 사저경비 초소도 6곳으로 다른 두 사람(5곳)보다 많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전·노 전 대통령 사저는 5기동단 57중대(63명)가, 김 전 대통령 사저는 38중대(46명)가 항시 대기하며 지키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경호 비용은 2006~2010년 5년 동안 연평균 액수가 8억5193억원에 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7억1710억원이었다. 2011년의 경우 전 전 대통령 6억6773만원, 노 전 대통령 6억3494만원, 김 전 대통령 5억2187만원이었다.
문제는 이런 경호가 사실상 ‘종신 경호’라는 점이다. 법적 근거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반란 수괴, 반란 모의 참여, 반란 중요 임무 종사, 불법 진퇴, 지휘관 계엄지역 수소 이탈, 상관 살해, 상관 살해 미수, 초병 살해, 내란 수괴, 내란 모의 참여,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선고됐으나,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으로 사면·복권됐다. 연금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받을 수 없지만, 경호·경비는 계속 유지됐다. 1995년 법 개정 때 ‘필요한 기간의 경호·경비’는 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둔 탓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송호창 변호사는 “필요한 기간의 경호·경비는 일상적, 무한정 하는 게 아니라, 예외적·제한적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필요한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엄정한 법률적 판단도 없이 연 수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경비를 지급하면서 법을 집행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불합리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관 직무직행법 2조 ‘요인 경호’ 조항도 전 전 대통령 경호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요인’의 범위도 모호하다. 기간과 범위의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실제로는 임의대로 경호가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추징금 납부에 16만 년 걸려”
‘예우’와 ‘요인 경호’를 이유로 경찰이 지켜주면서, 전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은 일반인이 드나들기 어려운 곳이 된 지 오래다. 경찰은 1월31일 이상호 기자의 추가 취재가 예고되자 ‘수사 중. 출입 금지’라고 쓰인 노란색 폴리스라인까지 쳤다. 경찰청이 지난해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해당 인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위 내역을 조사한 결과, 전 전 대통령은 1회, 노 전 대통령은 0회, 김 전 대통령은 8회로 나타났다. 전 전 대통령 사저 근처 시위는 대한민국
» 지난 1월1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전 전 대통령 모교인 대구공고 총동문회 회원들로부터 새해 인사를 받고 있다. 대구공고 총동문회 누리집 갈무리
어버이연합 등이 “12·12와 5·18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벌인 ‘우익 시위’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인공기를 불태우거나 사저 진입을 시도하는 등 물리적 시위가 여러 차례 벌어진 것과 견주면, 전 전 대통령 집 앞은 정말 조용하다.
법적 문제를 떠나, 전 전 대통령의 경호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분하는 데는 추징금에 대한 그의 뻔뻔한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 그는 “현금 재산은 예금 통장에 든 29만1천원이 전부”(2003년 4월 재산명시 재판에서)라며 안 내는 게 아니라 못 내는 거라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전두환 비자금’이 가족이나 지인 등 명의로 빼돌려졌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은 1673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2628억원)의 91.2%에 해당하는 2397억원을 납부했는데, 전 전 대통령은 2205억원 가운데 24.1%에 불과한 532억원만 냈다. 그가 기르던 진돗개까지 경매하는 등 강제로 징수한 게 대부분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2010년 10월 강연비로 돈이 생겼다며 300만원의 ‘거액’을 자진 납부했다. 그러나 추징금 강제 회수를 피하려 자진 납부로 추징 시효를 연장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샀고, 그나마 ‘자금 출처’도 그의 모교인 대구공고 총동문회 사은의 밤 행사 때 받은 돈으로 드러났다. 김재균 의원은 “전 전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추징금을 납부하면 16만 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런 분에게 수십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경호비용을 혈세로 쏟아붓고 있다면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외에 지방세 3832만원도 체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산 경매 때 발생한 지방소득세 3017만원을 내지 않아 가산금이 계속 붙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체납 세금에 대한 징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년이 행복한 독재자는 드문데, 전 전 대통령은 다른 것 같다. 추징금이나 세금을 낼 돈도 없는데, 화려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정치원로 대접 받으며 존재감 과시
전 전 대통령의 집(연희동 95-4번지)은 서울에 있는 전직 대통령 집 가운데 가장 크다. 대지 818.9㎡(248평)에 240.84㎡(73평) 규모의 단층주택이다. 노 전 대통령 집은 대지 436.4㎡(132평), 김영삼 전 대통령은 376.9㎡(114평), 김대중 전 대통령은 588.4㎡(178평)다. 압류되지 않은 건 소유자가 부인 이순자(73)씨로 돼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에는 소유자 이씨의 주소지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1번지(청와대)로 나와 있다. 퇴임 직전 집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며 소유권보존 등기를 했는데, 당시 살고 있던 청와대 주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전 전 대통령 소유여서 경매에 넘어갔던 별채(연희동 95-5번지)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남 이창석씨가 낙찰받았기 때문이다. 2003년 경매 당시 이씨는 감정가(7억6449억원)보다 2배 이상 비싼 16억4800만원을 써냈다. 당시 이씨의 대리인은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원래 살던 곳이니 계속 살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치 원로’로 대접받고 있다. 사저 골목의 일반인 통제는 삼엄하지만, 보수 정치인들과 그의 지지자들은 분주히 그의 집 문턱을 드나들고 있다. 지난 1월1일 그의 모교인 대구공고 총동문회 회원 90여 명이 새해 인사를 했다. 한나라당에선 당 대표가 새로 뽑힐 때마다 지도부들이 줄지어 ‘예방’한다. 김형오·박희태 등 한나라당 출신 국회의장들도 신임 인사, 새해 인사 때 빼놓지 않고 들렀다. 정운찬·김황식 국무총리도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며 연희동을 찾았다. 현직 대통령들도 그를 청와대에 초청하거나(김대중), 생일 축하 난을 보내는 등(노무현·이명박) 그를 예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서해교전 희생자 합동 영결식(2002) 등 조문을 다니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자신이 탄압했거나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인물들의 빈소도 찾는다.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로 핍박받은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빈소를 방문(2002년)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고 최규하 대통령(2006년)과 김수환 추기경(2009년) 빈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는 전립선 수술을 이유로 조문하지 않았으나, 김대중 대통령은 서거 전 병문안을 했다.
대구에서 즐기는 화려한 휴가
그는 해마다 10월이면 대구에 내려가 ‘화려한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공고 동문들이 2005년부터 열고 있는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에 참가하는 등 10년 넘게 비슷한 일정으로 대구에 며칠씩 머무른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이 팔순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대구공고 총동문회 체육대회에서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라는 펼침막을 들고 입장한 동문 후배들로부터 단체로 큰절을 받는 장면이 공개됐다. 2011년 8월에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20석밖에 안 되는 로열석에 앉는 호사도 누렸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새해 인사를 하러 와 건강 비결을 묻자 “밥을 잘 먹고 아침에 5시30분부터 아내와 같이 운동을 한다. 우리는 출근도 하지 않으니까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일상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2012년 2월 8일 수요일

조폭이 악당? 전두환이야말로 진짜 악당이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7일자 기사 '조폭이 악당? 전두환이야말로 진짜 악당이다'를 퍼왔습니다.
[이태경 칼럼]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이 아이러니

개봉 중인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속에는 조폭들이 휘두르는 폭력이 미화나 과장 없이 표현되고 있다. 영화 속 건달들의 폭력은 흉폭하고, 무자비하며, 무엇보다 불법적이다. 날 것의 폭력 앞에 노출된 민간인들은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다. 조폭들은 이권을 위해 또 자존심 때문에 위법행위를 자행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들을 겁박한다. 한 마디로 이들은 악당들이다.

하지만 극중에서 부산을 점령한 것처럼 활개치던 조폭들도 경찰과 검사가 행사하는 공권력 앞에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된다.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 정당하게 행사되는 데다 비교불가의 막강한 물리력을 지닌 공권력이 불법을 저지르는 조폭들을 가볍게 제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편 이 영화의 오프닝에는 노태우가 국민들을 상대로 발표하는 담화문 형식의 진짜 '범죄와의 전쟁'이 등장한다. '범죄와의 전쟁'발표 직후 욱일승천하던 최익현(최민식 분)과 최형배(하정우 분)이 몰락하는만큼 '범죄와의 전쟁'선포는 극중에서 중대한 계기적 사건에 해당한다. 이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것은 90년인데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노태우였다. 즉 정당한 공권력이 불법적 조폭들을 소탕할 당시 공권력의 최고 수장은 노태우였던 것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건 매우 기묘한 일이다.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을 중단시키고 국가권력을 탈취한 후 광주에서 무수히 많은 국민들을 학살한 전두환을 도운 사람이, 불법적으로 출범한 전두환의 5공화국을 승계해 6공화국의 수반이 된 사람이 노태우인데 그런 노태우가 정당한 공권력의 대리인이 돼 불법을 징치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도착적인가? 거대한 불법이 합법을 축출한 후 합법을 표방하며 작은 불법을 응징하는 건 정의관념과 윤리적 미감을 심하게 거스른다.     

정말 놀라운 건 건달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누구나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광주에서 전두환 일당이 자행한 불법적 국가폭력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제법 된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지닌 이성이 이토록 무참할 수도 있다. 전도된 이성과 기억의 망각작용 덕분에 오늘도 학살의 원흉은 적지 않은 상징권력을 누리며 안온하게 지내고 있다.

불법과 범죄를 밥먹듯 하는 조폭들은 분명 악당들이지만, 군사반란, 민간인 학살, 민주주의 압살, 천문학적 수뢰 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들을 저지른 전두환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전두환이야 말로 진짜 악당이다. 그리고 우리는 진짜 악당을 국가권력이 보호해주는 시대를 아직도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2012년 2월 1일 수요일

역대 대통령 평가 MB '굴욕', 전두환과 막상막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1일자 기사 '역대 대통령 평가 MB '굴욕', 전두환과 막상막하'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노무현, 김대중 순…YS는 8등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통령 직을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굴욕을 당했다.

임기 5년 차를 약 25일 앞둔 지난달 31일, 과 '디오피니언'이 실시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대통령직을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4위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2.8%를 얻어 2.7%를 얻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우 0.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임기 5년차를 바라보는 현직 대통령을 '역대 대통령'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부분이 다소 무리일 수는 있지만,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민심이얼마나 싸늘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직을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으로 응답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45.7%)를 꼽았다. 그 뒤를 노무현 전 대통령(22.9%), 김대중 전 대통령(16.4%)이 차지했다. 그 뒤를 이명박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차지했다,

6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1.3%), 7위는 이승만 전 대통령(1.2%), 8위는 김영삼 전 대통령(0.4%), 9위는 윤보선 전 대통령(0.3%), 10위는 최규하 전 대통령(0.1%) 순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면서, 전두환, 노태우,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낮게 나와 역시 '굴욕'을 겪었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쇄신 작업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잘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긍정 평가가 64.0%(매우 잘함 5.4%, 대체로 잘함 64.0%)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27.2%였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한명숙 대표가 민주통합당의 시급한 과젬 해결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56.8%(매우 잘할 것 3.6%, 대체로 잘할 것 53.2%)였다. 잘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30.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31일 유선전화 RDD를 통한 면접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5%포인트다.



/박세열 기자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전두환 경호동 무상임대 중단여부 검토중"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9일자 기사 '"전두환 경호동 무상임대 중단여부 검토중"'를 퍼왔습니다.
과잉경호 논란, 올 4월 계약기간 만료… 박원순 시장 “폐쇄여부 검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두환씨(전 대통령)의 사저를 지키는 전경과 경호원들이 쓰는 경호동에 대해 폐쇄해달라는 시민 의견을 받고 폐쇄여부가 가능한지를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현재 이 부지는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으며, 경찰청이 전씨 경호를 위해 오는 4월까지 서울시에 무상임대해서 사용중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이 부지를 환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 최근의 과잉경호라는 비판을 받아온 전두환씨 사저 경호원들의 행태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전씨 사저를 경호하는 경찰이 ‘독재자 전두환의 사과를 받으러 왔다’며 매주 전씨 사저에 방문하고 있는 이상호 MBC 기자를 최근 강제로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등 과도한 경호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닉네임 ‘bestgosu90’를 쓰는 한 시민이 박 시장 트위터에 “연희동 전두환 사저를 지키는 전경들의 초소와 경호원들이 사용하는 경호동을 폐쇄해 주실수 없느냐”는 의견을 내자 29일 새벽 “이미 확인해보라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 ©CBS노컷뉴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사저 경호 부지가 서울시 소유로 돼있고, 올해 4월까지가 무상임대 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향후에도 무상임대를 연장할지 △유상임대로 전환할지 △부지를 환수할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윤종장 서울시 언론담당관은 29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직 대통령 경호는 퇴임 10년은 경호처가, 이후 10년은 경찰청이 관할하는데, 현재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연희동 뒤쪽(북서쪽)에 있는 부지는 경찰청의 요청에 의해 무상임대해줘왔다”며 “지난 2008년부터 무상임대해줬고, 올해 4월에 만료된다”고 밝혔다.
윤 담당관은 “2008년 이전에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무상임대를) 해줘온 것 아닌가 한다”며 “하지만 여러 시민과 국민들이 경호동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임대기간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청과 경호동을 계속 유지할지, 유상으로 할지, 아예 옮기라고 할지를 협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시민들이 경호동 주변지역 통행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지, 폐쇄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파악할 계획이다.
다만 전씨에 대한 경호정책의 타당성 자체를 서울시가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윤 담당관은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무기징역범 전두환씨가 경찰 경호를 받고 있는 이유는?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27일자 기사 '무기징역범 전두환씨가 경찰 경호를 받고 있는 이유는?'를 퍼왔습니다.

ⓒ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0년 6월, 골프 라운딩을 위해 무주리조트 골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전두환(81) 전직 대통령의 집 앞에서 이상호 MBC기자가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기자를 연행한 경찰은 왜 전두환 씨의 집 앞에서 경호 중이었을까? 전 씨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의 대상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대통령은 해당 법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그렇다. 전씨는 1995년에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사형,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1997년 사면됐다.

두 ‘범죄자’ 전직 대통령을 위해서인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예외조항이 생겼다. 김영삼 정권 시절이자 전씨와 노씨의 재판이 있던 1995년 통과된 이 법률 개정안은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 하더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비’는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경찰은 전두환씨 사저 인근에 5개의 초소에 11명의 경찰관과 6명의 전의경을 배치해 경호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민주당 김재균 의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용은 한해 평균 8억 5139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금고형 이외에도 추징금 1천672억3천만원을 내야하는 처지다. 알려진 대로 전 씨는 “재산이 29만원”이라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국가 입장에서 보면 받아야 할 돈이 있는 빚쟁이를 돈을 내가면서 보호해 주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법률에 적시된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누가 판단할까. 행정안전부 의전담당 관계자는 “‘필요한 기간’에 대한 행정 지침이나 법적 근거는 없다”며 “관례상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까지 경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경호에서는 다른 전직 대통령과 전혀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김대현 기자press@vop.co.kr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소 죽는 것만 보이고 농민 죽는 것은 안보입니까"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9일자 기사 '"소 죽는 것만 보이고 농민 죽는 것은 안보입니까"'를 퍼왔습니다.

ⓒ민중의소리 전북 순창의 문동연 씨

“전두환 정권 때 살아있는 외국 소 수입하면서 축산 농가 몰락할 때도 발버둥 치며 살았고, IMF 때 사료값이 폭등해 휘청거릴 때도 버텼습니다. 40년간 죽어라 소 키웠더니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빚밖에 없어요. 빚 갚느라 부모가 물려준 논도 다 팔았어요.” 

전북 순창 인계면에서 40여 년 간 육우 농사를 진행해온 문동연(56)씨가 17일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사람을 이렇게 다 죽여 놓고 소 몇 마리 죽었다고 저를 처벌하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문씨는 지난 3일 그가 키우던 소가 굶어 죽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직접 그의 농가를 방문해 형편을 살폈으며 외부의 지원도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문씨와 관련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눈가 위 주름은 한층 더 깊어졌다.

문씨는 16살 때 소3마리로 시작해 육우 농사에 뛰어들었다. 축사도 하나하나 손수 용접하면서 만들었다.

“150마리까지 키워봤습니다. 소 늘어나는 게 행복했죠. 질 좋은 소를 만들기 위해 품종개량도 시도했어요. 열심히 일했습니다. 소 키워서 아이들 넷도 다 대학 보내고 그 재미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곳곳에서 위기를 맞았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외국소를 수입하거나 IMF 때문에 사료값이 폭등을 할 때마다 농가가 휘청거렸던 것. 그래도 그는 “국가 정책 때문에 힘들었지만 국가에 대해 원망 한 번 한 적 없이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화된 2년여 전부터 불어 닥친 소값 하락과 사료값 인상 상황에서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420만원에 거래 되던 700kg 짜리 육우 한 마리가 200만 원 대로 떨어졌다. 수입이 줄어들면서 빚이 쌓였다. 농협에서 받은 사료구매자금 8천200만원을 포함해 1억5천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는 사이 우울증이 찾아왔고 낮에는 집 안에 있고 밤에는 홀로 낚시를 갔다 오는 생활이 반복됐다.

만기가 되도 돈을 갚지 못하자 그는 지난해 부모에게 물려받은 논(1천100평)을 팔고 각종 보험을 해약해 1억 원을 갚았다.

“돈이 없으니까 땅 팔고, 보험 해약한 돈으로 사료 사고 빚 갚은 거에요. 오죽하면 부모가 준 유산까지 팔았겠습니까. 지금도 부모가 준 논을 팔았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요.”

하지만 폭등하는 사료값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전년도에 비해 사료값이 17%가량 올랐던 2011년 9월, 그는 사료를 줄이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정말 이것도 한두 번이지 세번째 휘청거리니까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솔직히 더 이상 소를 키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소가 다 죽으면 한 곳에 다 모아놓고 저도 죽으려고 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없더라고요. ”

사료를 먹지 못한 소가 한 마리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3일 9마리의 소가 굶어죽었다는 사연이 알려진 이후에도 소는 죽어나갔고 모두 합해 20마리로 늘어났다. 소가 죽어나갈수록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회에 대한 원망은 커지기만 했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그를 더욱 절망케 한 것은 국가였다. 언론을 통해 소가 굶어죽은 사연이 알려지고, 사체를 농가에 방치한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가 그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모색한 것.

“농가가 어렵다고 하면 정부는 그 목소리를 들어야하는 것 아닙니까. 소 죽은 것에 대해 책임추궁을 한다고 하는데, 정부의 눈에는 제가 죽어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겁니까.”

울분은 쌓이기만 했다. 김완주 도지사가 와서 형편을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위로한 것은 시민이었다. 그의 사정이 알려지자 마을 노인들이 한푼 두푼 모아 그에게 사료 100여 포대를 지원했다. 가수 이효리 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문씨에 대한 글을 올렸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쌓였던 울분도 하나둘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16일 그는 죽은 소를 땅에 묻었다. “마음 같아선 1년이라도 죽은 소를 그대로 놓으려고 했는데 다른 농가에 구제역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묻었다”고 했다. 그리고 17일 ‘구제역 방역’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외부인의 출입도 통제했다.

“이제 소는 더 이상 키우지 않으려고요. 더 이상 저 같은 희생양이 없었으면 합니다. 정부에서 자동차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 같은 농민들도 잘살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기를 바랄뿐입니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

2012년 1월 6일 금요일

[사설]대학가의 ‘디도스 시국선언’이 뜻하는 것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05일자 사설 '[사설]대학가의 ‘디도스 시국선언’이 뜻하는 것'을 퍼왔습니다.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나온다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이들이 개인이나 집단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정치·사회적 위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또한 이러한 선언이 나오면 일반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뒤따르고, 결국 정치 체제가 바뀌거나 정국의 물굽이가 변하는 등 일대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현대사의 고비고비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국기문란 범죄이자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테러라고도 할 수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서울대·고려대·카이스트(KAIST)·국민대의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어제는 연세대·성균관대·중앙대 등 12개 대학의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교총학생회모임’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권여당과 청와대의 디도스 테러 연루 의혹을 규탄하고, 이명박 정권의 근본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한 것이다. 4년 전 촛불시위 당시 몇몇 대학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는 아니었다. 우리는 혹한의 날씨에도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충정과 민주주의 복원을 향한 열망을 높이 평가하며, 집권세력들이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 

정부·여당은 학생들의 선언을 ‘극소수 운동권의 철딱서니 없는 짓’쯤으로 매도하거나 치지도외(置之度外)해서는 안된다.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총학생회 가운데는 운동권과 대립하는 이른바 ‘비권’ 또는 ‘반권’ 성향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일반 학생들도 진보와 보수라는 기계적 이분법과는 무관하게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한다. 요컨대 학생들은 디도스 테러를 좌우의 편협한 이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 존립의 근본토대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유린·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집권층은 청년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위기상황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데도 오히려 이를 억누르려 들다가는 결국 자신들의 패망으로 귀착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4·19혁명으로 무너진 이승만 정권과 6월항쟁으로 무릎을 꿇은 전두환 정권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디도스 테러 관련자 몇 명만 적당히 사법처리하는 ‘꼬리자르기’로는 결코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중대한 위기를 맞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사설]디도스 테러, 민주체제 전복 측면에서 접근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7일자 사설 '[사설]디도스 테러, 민주체제 전복 측면에서 접근해야'를 퍼왔습니다.
근대적 민주공화국에서는 주권자들이 그 공동체를 운영할 대리인을 선거를 통해 뽑는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곧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자유롭고도 민주적인 선거가 실시되는지의 여부가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지표가 되는 셈이다. 각급 선거에서 모든 행정조직과 정치깡패까지 동원해 부정선거를 저지른 이승만 정권이나 체육관에 ‘거수기 대의원’을 모아놓고 대통령을 뽑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선거의 민주성을 원천적으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등이 연루된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테러’ 사건을 단순히 국가기관에 대한 사이버 범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전복 행위로 규정한다. 선관위라는 헌법기관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해 투표율을 낮추고, 여당 후보의 당선을 획책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민주적 질서 자체를 뒤엎으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도 일부 여당 관계자들은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당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판국에 ‘파도가 칠 때도 있고 잠잠할 때도 있다’는 등의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수사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이미 구속된 최 의원 비서 공모씨가 서울시장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10월25일 저녁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씨와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를 지낸 박모씨 등 5명과 함께 술자리를 함께한 사실을 밝혀 낸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서 “사업 얘기만 했다” 운운하면서 선거의 ‘선’자도 끄집어내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는데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선거를 업으로 삼는 정치권 인사들이 선거 직전 만났다면 ‘선거 당일의 거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경찰은 모임의 성격과 내용 등을 면밀히 파악해 이들의 범죄 연관성을 밝혀내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어차피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특별검사를 통해 규명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도 중진의원들까지 이에 호응하는 등 ‘특검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찰은 특검이 추가적으로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수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것이 수사권 독립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2011년 12월 4일 일요일

'전두환 축사'가 자랑?…부끄러움 잊은 모조품 방송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1일자 기사 ''전두환 축사'가 자랑?…부끄러움 잊은 모조품 방송'을 퍼왔습니다.
[기자의 눈] 종편 채널, 이런 방송 왜 필요한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시종 흐뭇한 표정이었다. 1일 조선일보사의 TV조선, 중앙일보사의 jTBC, 동아일보사의 채널A, 매일경제사의 MBN 등 종편들의 합동 개국 축하쇼에 맨 앞자리에 앉은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출범식을 하기까지 물심양면, 음양으로 종편을 도운 최시중 위원장이고 보면, 이날의 축하쇼는 그 자신의 자축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시중 위원장이 개국일 종편들이 내보낸 프로그램은 보았을지 궁금하다. 공사다망한 일정 가운데 한번에 4개나 생겨난 방송까지 챙겨보기는 어려웠겠지만, 만약 보았다면 이날 방송을 이끌어낸 '산파'로서 그는 만족했을까.

TV조선은 시작과 동시에 방송사고가 속출했고 MBN은 기존에 해오던 뉴스전문채널의 뉴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뉴스 프로그램으로 상당 시간을 보냈다. 채널A와 jTBC는 31년 전 언론통폐합 당시를 되짚어가며 '자기 정당화'에 골몰했다. 누리꾼들은 '지겹다', '어색하다', '그냥 케이블 방송 같다'는 등의 감상평을 내놓았다.

특히 그간 언론 권력의 최정점에 서온 이들이 마치 '희생양'이고 '약자'인 양 스스로를 포장하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jTBC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원홍 전 문화공보부 장관을 통해 전한 축하 메시지에서 방송 통폐합에 유감을 표한 것을 일종의 '특종'처럼 강조하기도 했다. 정권의 특혜 속에 탄생한 종편이 스스로를 과거 부조리의 청산처럼 홍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시대착오이거나, 모순이 아닌가. 한 누리꾼은 "꼰대같다"고 꼬집었다.



미디어법 날치기로부터 시작해 채널 번호 선정에 이르기까지 각종 특혜와 편법, 외압으로 얼룩졌던 종편이다. 이러한 논란으로 소모된 사회적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면 아마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나올 것이다. 실제로 이들 채널이 10번대 자리를 차지하면서 밀려난 PP들은 당징 존폐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막상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뚫고 현실화된 방송을 보자,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왜 이런 채널이 필요한 것일까.

이들 방송은 아무리 점수를 높게 쳐줘도 지상파 방송의 모조품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이 내세우는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에서 날렸던 감독, 작가들의 작품이고, '새롭다'고 자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시트콤은 역시 지상파에서 잘나갔던 PD와 연예인들이 나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종편의 뉴스가 좀 더 어색하고, 카메라 워크는 좀 더 서툴고, 때때로 방송 사고가 난다는 것 정도?

그간 이들 신문이 강변했던 방송의 다양성, 글로벌 경쟁력 등의 구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이들 방송이 내놓은 프로그램 소개나 개국축하 방송에서는 새로운 시도나 참신한 기획 보다는, 지명도 있는 연예인을 내세우거나 기존에 많이 보던 포맷을 들여온 '안정적 편성주의'만이 도드라졌다.

경영난을 겪어오던 신문들이 지상파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우리도 비슷한 방송을 하니 광고를 달라'고 하기 위한 프로그램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하면 지나친 비난일까? 이미 기업들은 이들 종편이 광고 단가를 '지상파의 70%'로 정하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탓에 골머리를 썪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다양화가 아니다. 이들 채널의 등장으로 대표적 공익채널인 EBS가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지난달부터 EBS를 상대로 현재 13번인 방송채널을 2~6번으로 옮길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종편 채널이 알짜 자리에 대거 유입되면서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이들 4개 매체 가운데 과연 어느 매체가 살아남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일 '법 없는 전쟁' 또한 지켜봐야할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적어도 한정된 광고시장에 대형 방송을 4개나 던진 최시중 위원장은 이들 방송이 '선정적이 되지말라'고 훈계할 자격은 없을 듯하다. 그가 방통위원장으로서 해온 가장 큰 업적이, 방송을 '교양', '다양성'도 없는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길이었으니까.



/채은하 기자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뭐가 두려운가? 전두환도 멀쩡한데…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8일자 기사 '뭐가 두려운가? 전두환도 멀쩡한데…'를 퍼왔습니다.
[김종배의 it] 청와대의 '안전제일주의', 왜?

논현동으로 가지 않는단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사저 건립계획을 백지화 한다기에 당연히 논현동으로 유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서울 강북지역이나경기도 지역에서 사저 터를 물색하고 있단다.
'한겨레' 보도다.

한데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경호시설 부지 매입이 쉽지 않다는 이유와 함께 경호상의 문제를 거론한다. 주변 주택이 전부 4~5층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주택이 완전 노출되는 게 문제란다.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한 말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내곡동 사저 건립계획이 문제가 됐을 때도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호상의 문제를 들어 논현동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렇게 만전을 기한다. 바람 불면 넘어질까, 비가 오면 젖을까 노심초사를 거듭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제일주의를 부르짖는다.


▲ 이 대통령 논현동 사저. ⓒ연합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국가 원수를 지낸 사람을 예우하지 않는 것은 요즘 유행어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급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각종 위협에 노출되는 것은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국가가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뿐더러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고 수위가 있다. 과유불급이면 빈축만 산다.

최규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는 주택가에 있다. 다른 집들이 좌우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도 경호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굳이 전직 대통령 여러 명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 표본 사례 하나만 거론해도 충분하다. 전두환 씨의 경우다.

이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꿰차기 위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재임 중에 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세상이 다 안다. 그래서 한 때 시선이 모아졌다. 그가 살고 있는 연희동 사저에 사람들의 눈길이 꽂혔고, 일부 대학생들이 그가 사는 곳을 급습할 것이란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 일이 없었다. 골목 어귀에서 잠시 실랑이가 있었긴 했지만 전두환 씨가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에 노출된 적은 없다. 전두환 씨마저 이렇게 버젓이 잘 지내고 있는 판에 도대체 무엇이 염려되고,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국민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여기지 않는 한 경호를 놓고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제 발에 저려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만고의 진리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왁자한 저잣거리다. 경호라고 예외가 아니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경호는 민심의 철책을 치는 것이다.

청와대는 왜 이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무엇을 우려하는 걸까? 민심이 보위하는 게 아니라 민심에 포위됐다고 느끼는 걸까?



/김종배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