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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8일 수요일

부끄러움 모르는 공무원, 국격은 어디로 도망갔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8일자 기사 '부끄러움 모르는 공무원, 국격은 어디로 도망갔나?'를 퍼왔습니다.
[최강욱 칼럼] "폭군적 조작은 민주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

최강욱 변호사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법치의 표리(表裏)' 등을 통해 이미 (프레시안)에 여러 차례 글을 실은 바 있는 최 변호사의 칼럼은 월 1회 독자들을 찾게 됩니다. 최 변호사는 군법무관 재직 시 군 법무관임용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판결을 이끌었고 한미 연합사부사령관 공금횡령 사건 및 육군장성 진급비리 수사를 맡은 바 있습니다. 최 변호사는 전역 이후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 사건에 대한 헌법소원 대리, 기무사 민간인 사찰,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에서 김종익 씨의 변호인 등 군과 국가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맞서는 사건을 맡아왔습니다.

무죄 사태에 검찰이 말이 없는 이유


▲ 정연주 전 KBS사장ⓒ프레시안(최형락)

무죄 사태가 났다. 미네르바가 그렇고 피디수첩이 그렇고, 김상곤 교육감이 그렇다. 김종익 사장에 대한 대부분 공소기각도 빼놓을 수 없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정연주 사장과 한명숙 총리는 가히 무죄 퍼레이드다. 방송국의 꼼꼼한 배려 덕분에 보신각 타종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맞이한 새해는 그렇게 새날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언론을 통해 기세등등하게 공소사실을 전파하던 검찰은 아무런 말이 없다. 사과도 없다. 그 사이 법무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과거사와 관련한 국가배상소송의 판결에 불복해 잇따라 항소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나마 과거 독재정권 시절 자행된 조작간첩 사건 등에 대한 재심사건에서는 차마 항소하지 못하고 인혁당사건, 민족일보사건 등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다, 이젠 그마저 변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졌다.

한 검사가 민청학련 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데 반발해 제출한 상고이유서의 내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내용이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긴급조치는 비교적 단기간에 걸쳐 시행되었다가 … 즉시 해제된 점, 당시 대통령은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인식하면서 긴급조치를 발령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 긴급조치가 유신헌법에 의하더라도 위헌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독재시절의 상황논리를 대변하는데서 시작하더니, "피고인 내지는 민청학련 관련자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 사법경찰관 단계의 조사 내지는 검찰관 단계에서의 조사 과정에서 이뤄졌지 공판 과정에서도 이뤄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자료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이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은 존재하지만 … 피고인의 법정진술 내용을 듣고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끌고 중앙정보부로 가 그 진술 내용을 번복하라고 시켰다거나 그 공판기일 전 피고인에 대해 가혹행위를 하여 조서를 부인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취지의 조사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당시의 유죄판결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악행에 심신에 깊은 상처를 입고 끝내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김근태 의장의 사건에서, 그가 호소하던 고문을 철저히 외면한 선배 법조인의 논리와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모른다. 대대로 내려오는 검찰 차원의 매뉴얼이 있는지 의심할 정도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여론 앞에 적법한 업무수행을 내세우던 당대의 공안검사 김원치 씨도 "고문사실에 대하여는 피의자 김근태의 주장만이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 하등의 자료가 없었으며, 관련 재판부에서도 이러한 피의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강변하였던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김종익씨에게 사과 했다는 이야기 들어봤나

사정이 이러하니 이들에게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역사 앞에서의 두려운 참회는 찾아볼 수 없다. 수십년만의 재심 무죄 선고에 상소하지 않던 입장을 뒤집어 정권이 바뀌자 판결에 불복함은 물론이고, 당시 시대 상황을 들먹이며 여전히 처벌하는 게 맞다고 강변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연주 사장의 무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그를 해임하는데 앞장선 이들 역시 그 악행에 대한 책임은 나몰라라 한다. 물론 피해자가 납득할만한 진심어린 사과조차 없다. 아예 그가 몸담았던 회사에선 사장의 무죄 확정 소식을 보도하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뉴스를 시작한지 50년이 되었다고 홍보한다. 참으로 가관이다.

총리실의 불법사찰로 인해 삶을 파괴당한 김종익 씨에 대하여 정부 관계자 가운데 단 한사람이라도 사과했다는 소식은 '당연히' 없다. 사과를 종용하던 의원들에게 국무총리실장 권태신 씨가 확정판결이 없으니 사과할 수 없다고 버티던 '예의'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머릿속에 든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앞세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조차 거부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재단되어진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이쯤 되면, 이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엇인지, 헌법이 명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4대강 사업, 세종시 이전, 무상급식 문제 등과 관련하여 하루 아침에 말을 바꾸는 '영혼없는 공무원'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저 그 비루함에 대한 탄식만 난무할 뿐이다. 이쯤 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우리 헌법도 그저 가냘픈 숨결만 이어갈 뿐, 더 이상 어쩌지 못할 처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조직인의 자세를 앞세우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만 불안한 눈빛으로 되뇌이는 공무원의 처지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벌써 수십년 전 이러한 미래를 후예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분투 헌신한 한 사람의 기억은 그래서 소중하다. 헌법의 가치를 수시로 짓밟았던 대통령 이승만에 견결하게 맞서며 사법적 정의를 통해 행정부의 오만과 횡포를 견제한 김병로 대법원장 말이다.

그는 "폭군적인 집권자가, 마치 정당한 법에 의거한 행동인 것처럼 형식을 취해 입법기관을 강요하거나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은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법부의 독립뿐이다."라고 강조하였다. 연이은 무죄 판결에 약이 바짝 오른 이승만이 볼멘소리를 하자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또한 인공 치하에서 '빨갱이'들에게 부인을 잃었음에도, 과잉 형벌을 규정한 국가보안법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며 초지일관 폐지하라고 외친 사람이었다. 채 전쟁이 끝나지도 않은 1953년 4월에 말이다.

"트위터는 유력한 선동매체 도구"라는 경찰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한 네티즌이 친북 사이트의 트윗을 (비꼬려는 의도에서) '리트윗'했다는 것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더구나 경찰이 검찰과 법원을 염두에 두고 정성스레 제시한 압수수색영장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박정근이 사용하는 트위터라는 SNS서비스는 4명만 팔로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도구이다. 7월 현재 박정근의 팔로워는 2000여명에 육박한다." 시대착오적인 망동도 이 정도면, 이근안의 말마따나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 해주고 싶다.

김병로 대법원장은 하늘에서 후배들이 벌이는 이 코미디를 보고 뭐라 할까. 왜 전쟁 당시의 반공주의자와 휴전 후 60년이 흐른 오늘의 후예는 이토록 다른 생각을 할까.

영혼이 오염된 공무원의 행태도 추하긴 마찬가지일 뿐, 세종시 원안 폐기를 그토록 강력하게 주장하던 권태신 씨의 예를 보자. 세종시의 입안과 추진과정이 '사회주의적'이라며 주어진 '소임'을 완수하고자 박근혜 의원에게까지 색깔론을 들이대던 사람이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과 OECD대사까지 지냈고, 2005년 세종시법이 통과될 당시에는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으로 세종시 법안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위치에 있었다. 말하자면 사회주의에서 사회주의 정책 만들던 권태신이 이명박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 정책을 설파했던 셈이다. 이 관료의 기이한 영혼을 도대체 어찌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행정부처 이전이 끝날 때쯤이면 이뤄질 때면 공무원을 안 할 테니까 '나는 모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다. 뻔뻔함도 이 정도는 돼야 '고수'라는 비판에 이어, 당시 한 신문사의 논설위원은 감명깊은 '명언'이라조소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들이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면서 오로지 '국리민복'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솔직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책 결정 과정에 공무원의 사적 이기심이 끼어드는 경우는 비일비재할 터이다. 아니, 지금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앞의 이해관계'가 아닐까. 이기심은 형태만 달리할 뿐 계속 진화하는 법이다. 평생을 관료사회에서 살다 높은 자리까지 쟁취한 이들이 잇따라 튀는 발언을 하는 것도, 따져보면 그것이 최고권력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달리 어떤 논리로 이 '불편한 진실'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김하중 전 주중대사의 '간증'

이런 사람은 또 있다. 노무현 정부의 주중 대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 된 김하중 씨.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을 거쳐 참여정부에서도 주중 대사를 역임한 사람으로서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했던 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지난날 통일부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함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자아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과거 그의 행적을 기억하는 한 정당의 대변인은 그에게 '동명이인'이냐고 물었었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선지 이 사람은 장관을 그만 둔 뒤 엘리트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내고 간증을 통한 기독교 신앙 전도에 열심이다. 이제는 꽤 알려진 그 발언을 보면, 우리 '엘리트 공직자'가 갖는 영혼의 일단을 알아챌 수 있다.

"장관, 총리, 돈 많다는 사람, 명예 높다는 사람들을 전부 만나봤다. 내가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사람들의 특징이 있었다.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 돈을 갖기 위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모른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그 사람들은 강퍅하고 교만해서 함부로 아랫사람들을 대하고 욕하고 비판한다."

김하중 씨는 신도들에게 "왜 그런 줄 아냐"고 반문하며 다시 학벌 좋은 엘리트들의 실상에 대한 증언을 이어 간다.

"세상의 사람만 쳐다보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돈 많이 벌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승진할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쥐꼬리만한 권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사람 앞에서 눈치 보고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하는 짓을 보면 완전히 그 사람 종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고도 집에 와서는 권력과 자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능력 있고 지혜가 있어서 그 자리에 갔겠느냐? 그 사람들 만날 한다는 게 좋은 학교 타령만 한다"

"저도 막말로 좋은 학교 나왔다. 그래서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 잘 안다. 그 사람들 만날자기 출세하는 것만 생각한다. 남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좋은 아파트, 좋은 차, 좋은 음식 얘기만 한다. 머리와 마음속에는 시기, 질투, 교만, 불안, 근심 등이 가득하다. 그런 사람들을 리더라고 한다. 그게 무슨 리더인가?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건 세상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들 속에서 살아봐서 안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사람들 전부 이기주의자다. 하나님 믿는다고 하면서 전부 자기 이익만 찾아다닌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사람치고 나라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 전부 자기 학벌과 인적 네트워크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엘리트냐? 어떻게 하면 좋은 차를 계속 탈지, 비서 있는 사무실을 계속 쓸지, 공금으로 좋은 음식을 계속 먹을지, 그딴 생각만 하는 사람이 무슨 엘리트냐? 여러분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

저들의 궤변과 악행을 기록해야 한다

법조인을 포함한 이런 공직자들이 엘리트라며 뻐기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러면서 매번 우리는 일본 왕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추악한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유감'이니 '통석'이니 말장난이나 한다며 분노한다. 그나마 이번 정부에선 그런 비판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 '국격'엔 그 나라 공무원의 품격이 당연히 포함된다. 대체 이 정부가 늘 주워섬기는 '국격'이란 놈은 어디로 도망쳤을까?

언젠가 반드시 제대로 된 사법개혁과 행정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렇듯 선명한 '오염된 영혼'이 토해낸 궤변과 악행을 철저히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의 후배에게 그 조직과 선배의 부끄러운 역사를 속속들이 가르치는데서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을 몰아가며 조중동은 그에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 했다. 대체 이들이 말하는 부끄러움이란 오늘은 어떤 것인가? 나는 눈빛 맑은 아이들에게 대체 무엇으로 부끄러움을 설명할 것인가.



/최강욱 변호사

2011년 12월 27일 화요일

"정봉주 판결은 국격 훼손한 판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6일자 기사 '"정봉주 판결은 국격 훼손한 판결"'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이광철 변호사 '정 전 의원 판결은 세계적 조롱거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는 26일 미디어오늘과 만나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격을 훼손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판결한 것애 대해 외국 언론보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외국 언론보도 조롱거리...국격 훼손됐다
25일자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다니열 튜더가 중앙선데이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은 (MB정부의) 최악의 자책골"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한국법률 체제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그보다 더 좋은 비판소재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은 것이 대표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23일자 서울발 신문에서 대통령의 욕설을 연상시키는 트위터 계정 차단, 북한 관련 웹사이트 대한 접속 차단 등과 함께 정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을 들어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현 정부는 국가보안법과 명예훼손 관련법률 등 현행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해외 언론보도의 내용을 지적하고 "공직에 나간 사람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구속시키는 것이 마땅한가? 설령 백보 양보해서 그 같은 의혹이 허위라고 해도 실형을 살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맞는 일이냐"며 이번 판결은 외국의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부당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을 든 것에 대해서도 "(정 전 의원이 의혹 제기)그게 만약 허위라고 해도 왜 행위자가 입증해야 하나,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3심에서 정 전 의원의 유죄를 확정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법부가 거시적 안목으로 판결을 내리고 국민적 설득력을 가져야 하는데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미시적 법절차와 증거법 등에 충실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 수용 정도나 국제적 문명 사회에서 수용될 만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판단을 놓친 것이다. 사법부의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넷·SNS상 국가보안법 처벌 부당하다
이 변호사는 민변 소속으로 '국가보안법 전문 변호인'을 통한다. 현재 이 변호사는 왕재산 사건을 비롯해 인터넷 게시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다수 맡고 있다.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리트윗하고, 멘션을 보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정근씨 사건과 인터넷 게시판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 주의 주장을 실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구속돼 항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조모씨 사건도 이 변호사가 맡고 있다.
정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과 같은 맥락으로 인터넷 게시물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도 헌법재판소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에 비춰 부당하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특히 인터넷과 SNS 상의 게시물을 문제삼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계정의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 리트윗 했다며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혐의로 수사한 사건을 들어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실정법 적용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가보안법 7조 1항에 따르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변호사는 인터넷과 SNS 상 문제가 된 게시물의 내용과 게시물 작성자의 주장이 명백하고 현저하게 정부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 글을 누가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정체의 핵심이 되는 영토의 보전이라던가, 국민의 생명, 국가제도, 의회제도, 권력분립제도, 시장경제 등을 무너뜨리거나 존립과 안전에 위협이 있고, 급박한 위험인지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현재 지금의 국가보안법 사건은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정부에 비판적이면 이적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변호사의 말대로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인터넷 게시물과 SNS를 포함한 통신상 국가보안법의 7조 1항과 5항(찬양 고무죄)을 들어 문제를 삼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경찰청이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해 삭제한 친북 게시물은 1793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8만 449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뿐 아니다. 검찰이 기소한 국가보안법 사건은 두자리수였던 2000년 이후 지난해 151건으로 늘었다. 이 중 대부분이 누리꾼들의 인터넷 게시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급증한 것을 두고는 "민족 대결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인식이 없는 정부의 천박한 속성과 무관치 않다"고 비난했다.
방통심의위는 사전 검열기구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달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해 SNS을 전담하는 규제 기구를 만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최근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추모하거나 사망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로 자체 모니터하고 행정청에 통보해 요청이 오면 심의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이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국가기관의 요청이 있을 시 심의에 착수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모니터하는 것부터 실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법 절차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은 경찰청, 국정원이 해야 하는데 선제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법 위반을 판단한 것으로 명백히 법에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방통심의위의 역할이 사전 검열 기구로 드러났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판단이다.
이 변호사는 "현재 법적 성격으로 방심위가 민간기구인데도 초법적, 월권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들러리를 섰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민간기구를 내세워서 심의하고 행정처분으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은 명백한 사전 검열이며 권력 분립에 대한 훼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헌적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사설]FTA 홍보 위해 초·중·고교까지 이용하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3일자 사설 '[사설]FTA 홍보 위해 초·중·고교까지 이용하나'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유신독재정권 시절에 초·중·고교를 다녔던 40·50대 가운데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라는 유신홍보 문구를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영구집권을 위해 이른바 ‘10월 유신’을 선포해 놓고도 이를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와 같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통치권적 조처라고 호도했던 것이다. 정권의 지시에 따라 각급 학교에서도 유신체제 출범의 불가피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운운하는 구절을 암송하는가 하면 ‘유신 웅변대회’에서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홍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교과부는 엊그제 전국 시·도 교육청에 ‘한·미 FTA 효과 이해도 제고를 위한 홈페이지 팝업 및 배너 설치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라는 등의 일방적인 자료를 각급 학교 누리집에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40년 전 어린 학생들에게 유신독재체제의 정당성을 달달 외우게 하던 것과 너무나 닮아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 

한·미 FTA는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격렬한 논란이 되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으며,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부의 일방적인 찬성논리를, 그것도 정치적 중립이 지켜져야 할 학교에서 강요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을 정권 홍보의 볼모로 삼겠다는 시대착오적 반교육적 처사일 뿐이다. ‘홍보 효과’도 있을까 싶다. 웬만한 성인들도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는 FTA 관련 조항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학교 공부에도 바쁜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주입시킨들 무슨 효과가 있을 것인가.

교과부는 당장 ‘FTA 홍보 협조요청’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이 정권은 FTA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등 국민적 논란을 일으키거나 여론의 반대가 심한 사안일수록 행정조직이나 일선학교를 제 손 안의 홍보 도구처럼 이용함으로써 불신과 지탄을 자초하곤 했다. 아무리 FTA 홍보를 위해 물불 안 가린다고 하지만 유신정권 시절의 수법과 행태를 답습할 수는 없다. 40년 전 군사독재정권의 흉내를 내면서 ‘공정사회’를 외치고, ‘국격’을 입에 담는 것은 낯부끄러운 짓이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뭐가 두려운가? 전두환도 멀쩡한데…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8일자 기사 '뭐가 두려운가? 전두환도 멀쩡한데…'를 퍼왔습니다.
[김종배의 it] 청와대의 '안전제일주의', 왜?

논현동으로 가지 않는단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사저 건립계획을 백지화 한다기에 당연히 논현동으로 유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서울 강북지역이나경기도 지역에서 사저 터를 물색하고 있단다.
'한겨레' 보도다.

한데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경호시설 부지 매입이 쉽지 않다는 이유와 함께 경호상의 문제를 거론한다. 주변 주택이 전부 4~5층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주택이 완전 노출되는 게 문제란다.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한 말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내곡동 사저 건립계획이 문제가 됐을 때도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호상의 문제를 들어 논현동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렇게 만전을 기한다. 바람 불면 넘어질까, 비가 오면 젖을까 노심초사를 거듭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제일주의를 부르짖는다.


▲ 이 대통령 논현동 사저. ⓒ연합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국가 원수를 지낸 사람을 예우하지 않는 것은 요즘 유행어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급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각종 위협에 노출되는 것은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국가가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뿐더러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고 수위가 있다. 과유불급이면 빈축만 산다.

최규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는 주택가에 있다. 다른 집들이 좌우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도 경호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굳이 전직 대통령 여러 명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 표본 사례 하나만 거론해도 충분하다. 전두환 씨의 경우다.

이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꿰차기 위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재임 중에 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세상이 다 안다. 그래서 한 때 시선이 모아졌다. 그가 살고 있는 연희동 사저에 사람들의 눈길이 꽂혔고, 일부 대학생들이 그가 사는 곳을 급습할 것이란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 일이 없었다. 골목 어귀에서 잠시 실랑이가 있었긴 했지만 전두환 씨가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에 노출된 적은 없다. 전두환 씨마저 이렇게 버젓이 잘 지내고 있는 판에 도대체 무엇이 염려되고,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국민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여기지 않는 한 경호를 놓고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제 발에 저려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만고의 진리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왁자한 저잣거리다. 경호라고 예외가 아니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경호는 민심의 철책을 치는 것이다.

청와대는 왜 이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무엇을 우려하는 걸까? 민심이 보위하는 게 아니라 민심에 포위됐다고 느끼는 걸까?



/김종배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