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독재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독재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3월 15일 목요일

이영조 공천과 '산업화' 발언, 박근혜는 뉴라이트로 통하고 있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3-14일자 기사 '이영조 공천과 '산업화' 발언, 박근혜는 뉴라이트로 통하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박근혜의 '뉴라이트' 품기, "독재 미화할 생각일랑 마라"

 ⓒ뉴시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연합회'와 한국진보연대 등은 지난 2010년 12월27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영조 진실화해위원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11시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영조 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위) 전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4일 오후, 새누리당은 비난 여론에 못 이겨 이영조 전 위원장 공천을 취소했다. 이 두 사건의 중간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산업화' 발언이 있었다. 일련의 과정은 박근혜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뉴라이트와의 관계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박근혜의 잘못된 역사인식, '유족 두 번 죽였다'

역사의 진실을 밝혀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신설된 진실위에서 이영조 전 위원장은 재직시 갖은 파행과 편향된 역사인식으로 진실규명을 명목으로 오십여년을 한결같이 살아온 유족은 두 번 죽이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이영조 전 위원장을 새누리당이 전략공천했던 행위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의 잘못된 역사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일부 진보언론에서는 이영조 전 위원장의 5.18 폭동 및 제주 4.3 민중반란이라는 표현과 시각에 대해 보도했다. 그는 그동안 이승만의 치적을 찬양하는 극우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영조 전 위원장은 2011년 6월30일, 5년여 동안 끌고 오던 한국전쟁시기 민간인 학살문제에 대해 "'학살'은 인정하지만 유족이 그동안 이 사실을 알면서도 사법부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어이없는 발언으로 유족의 가슴에 또 한번의 절망을 안겼다. 그러나 사법부는 이영조 전 위원장의 입장을 뒤집고 국가공권력이 자행한 학살은 불가항력이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없음을 인정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영조는 보수언론을 통해 '본인의 결정문이 잘못됐다'라고 보도함으로서 그나마 현재는 울산보도연맹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심리 중에 있다. 이런 역사인식이 없는 이영조의 발언들은 한국전쟁시기 민간인피학살 유족을 두 번 죽이는 행위였다.

이영조 전 위원장을 공천하려는 세력은 비무장. 비폭력상황에서 민간인을 무려 백만명 이상 학살한 이승만 정권을 신원하기 위해 유족회활동을 한 유족회간부를 5.16 군사 쿠데타 후 특별법으로 구속하고 간부 전원을 사형 및 10년형 이상을 선고했고, 유족들이 혼신으로 지켜온 유해를 불도저로 파괴했던 박정희의 만행을 유야무야 넘기려는 역사인식의 저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철수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3일 부산에서 열린 9개 지역민방 공동 초청토론회에서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저는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박근혜의 '뉴라이트' 품기..."'독재정치' 미화할 생각일랑 마라"

이영조 전 위원장을 강남을에 전략공천하려고 했던 박근혜 위원장 및 유신잔당들에게서는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합리화하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지난 13일 부산 사상구에서 산업화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본 분들에 사죄한다며 어설픈 사과를 했다. 박정희 독재시대를 '산업화'라고 미화하는 데 앞장선 세력이 바로 '뉴라이트'다. 박근혜 위원장은 뉴라이트의 주장을 빌어 독재시대를 미화하려는 셈이다.

나는 그런 박근혜 위원장에게 박정희 독재정치하에서 희생된 분들, 그리고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과 인혁당, 아람회, 민족일보, 납북어부 간첩사건 등의 모든 과거사 문제와 정수장학회, 영남대학교 문제 등을 해결하고 사죄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역사인식이 바르지 못한 후보를 차기정권의 심부름꾼으로 공천한다면 새누리당은 100만 유족들은 철저한 응징을 기다려야할 것이다. 또한 잘못된 역사인식을 가진 뉴라이트 집단과 박근혜 위원장이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총선 및 대선 과정을 통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100만 유족의 이름으로 천명한다. 끝으로 박근혜 위원장은 여론에 떠밀려 공천을 취소하긴 했으나 진정성이 담긴 사과와 대책을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대변인 이성번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보수우익이라면 궐기하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2-21일자 기사 '보수우익이라면 궐기하라!'를 퍼왔습니다.
[최경영의 서동요] 제2화

개인적으로 난 내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보수우익’이라고 판단한다. 난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원리에 반대하지 않으며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박정희, 전두환과 비슷한 독재자로 본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자유고 민주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적 가치가 언론의 자유니 내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언론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를 뜻한다. 한 개인의 자유가 담보되지 않은 조직의 자유, 또는 조직 간부들만의 자유는 독재나 권위주의다. KBS의 사장이나 간부들이 일선 기자나 PD들에게 자신들의 편향적 정치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그래서 반민주적 작태일 뿐이다. 결국 자본주의 원리를 지지하고 북한과 같은 체제를 혐오하며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난 정통 자유민주주의자다. 자유민주주의자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자고 해도 기껏해야 ‘보수우익’이다. 여기에 ‘좌’나 ‘빨’을 갖다 붙이기는 힘들다. 


▲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조능희 책임PD 등 제작진들이 2010년 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5명 전원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나는 ‘좌빨’로 취급된다. 한 달여전부터 시작한 트위터에서도 나를 진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KBS 새노조의 노동조합 집행부라서 그런가? 15년을 근무한 KBS의 상당수 동료들도 나를 ‘좌익’으로 본다. 우습지도 않다. 친일극우꼴통들이 정부와 시장의 권력을 독점하고 수 십여년이 흐르다보니 근대적 보수 우익 개념마저도 전복되어 버린건가? 내가 좌파면 파리가 새고 이명박은 세종대왕이다.
우리의 문제는 이렇듯 잘못된 ‘규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잘못된 ‘규정’은 왜곡된 역사로부터 연유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류의 사람들은 아마 자본주의가 ‘약육강식의 정글적 체제’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먹고 먹히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그래서 힘세고 돈 많은 자가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자본주의라 여기고, 여기에 조금이라도 규제를 가하거나 변화를 주려하면 ‘좌’나 ‘빨’이라고 몰아붙이니 하는 말이다. 이 지구상에 그런 약육강식의 정글적 자본주의, 순수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너희들 머릿속에만 있는 환상이다.        자본주의의 바탕에는 자유롭게 경쟁하는 개인에 대한 믿음이 있다. 모두 자유롭게 경쟁하다보면 시장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인들이 살아남고 이들에 의해 생산성이 높아져서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이 자본주의의 전제(자유롭게 경쟁하는 개인)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다. 3백여년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아니 수 만년의 인류사에서 단 한번이라도 ‘모두 자유롭게 경쟁했던’ 시대가 있었던가?
자유롭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경쟁의 조건’이 비슷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거대한 부와 권력을 물려받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났다. 효도르와 내가 사각링 위에 올라 아무리 피 튀기게 싸운다 한들 나로선 죽지만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물질적으로 불평등한 권력의 현재는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현실화된다. 하나의 대기업이 수많은 중소기업을 갖고 놀 수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죽지 않으려면 꿇어야 한다. 경쟁이 아니라 복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독과점을 규제하지 않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금융과 산업 자본을 분리하려는 노력,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대기업의 담합을 처벌하는 정책들, 복지를 확대해 시민 각자가 최대한 비슷한 경쟁력을 갖춰주게 하려는 노력들이 모두 같은 이치에서 나온다. 자본주의 원리에 충실하기 위해 자유롭게 경쟁할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본주의만이 민주주의를 지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체제인지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여러모로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긴 힘들다. 특히 둘은 ‘인간’에 대한 전제가 닮았다. 민주주의도 자본주의와 비슷하게 ‘인간’을 상정한다.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이 각자 한 표씩의 투표권을 가지고 대표를 선출한다면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논리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시 근본적 오류가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모든 인간이 항상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여러분은 시장에 가서 정확히 내가 원하는 물건을 내가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가? 결코 충동구매를 하거나 바가지를 쓰지 않을 만큼 충분한 정보와 정확한 판단력을 모든 사람이 갖추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국민 투표라는 그 알량한 민주주의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도 막대한 정보와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함을 이미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가 두 번이나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4년전에 우리는 이명박을 뽑았다. 최선의 결정이었을까? 
그래서 미국의 언론학자들은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를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Market place of ideas)라고 표현한다. 자유 시장 경제처럼 사상도 자유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어야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담보되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언론이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전달해줘야 시민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전달하지 않고 한 정파의 일방적인 생각만을 전달한다면 사회는 ‘사상의 독과점'에 빠지게 된다는 우려가 배어있다.
자, 이 모든 생각에 무슨 ‘좌’나 ‘빨’의 요소가 있단 말인가? 지극히 시장경제 중심적이며 철저히 자유적이고 순수히 민주적인 사고다. 그래서 나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이동관, 최시중, 이병순, 김인규, 그리고 한나라당류의 무리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보수 우익인가?
당신들이 보수 우익이었다면 당신들은 정부가 불법적으로 정연주를 KBS 사장직에서 쫓아냈을 때 궐기했어야 했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국가 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몰 때 격분했어야 했다. 촛불집회에서 죄 없는 시민들이 얻어터질 때 함께 거리로 나섰어야 했다. 그게 보수다. 그게 우익이다. 그게 당신들이 지켜야 할 시장의 가치며 사상의 자유다. 보수우익이라면 궐기하라!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항일운동가 정율성을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6일자 기사 '항일운동가 정율성을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에게'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박건 KBS PD “친일·독재 정권의 냉전 이데올로기 이제는 벗어나자”

KBS스페셜 편은 결국방송이 나갔다. 방송 전에 제작후기를 부탁받고 사실 난감했다. 이념적인 논란에 휩싸이며 8.15 광복절 특집으로 나갔어야할 프로그램이 두 번의 방송 불발을 거치면서 5개월 만에 방송이 되니, 외부에서 보면 당연히 담당 제작자인 내가 할 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내가 할 말이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방송전날 더빙을 마치고 나니 나에게는 이상하게 할 말이 남아있지 않음을 알게 됐다. 경과야 어찌 됐건 내가 할 말은 1시간짜리 프로그램에 온전히 담겨있고, 그것이 방송나간다면 내가 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미진하고 아쉬웠던 부분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내가 정율성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온전히 그 프로그램에 다 담겨있다.
나머지 이야기도 사실 하고 싶진 않다. 이미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사내 게시판에 두 번에 걸쳐서, 또 개인적으로 여러 동료들에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방송이 나갈 수 있게 된 건 KBS의 양대 노조와 PD협회의 물러서지 않은 싸움 덕분이었다. 그리고 동료 PD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이었고, 보직을 걸고 방송을 촉구한 선배들의 저항 덕분이었다. 그러니 이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보답하는 길은, 또한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길은 부끄러운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그래서 쓴다.



KBS 스페셜 "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

프로그램은 6월초에 기획됐다. 방송시점 2개월을 앞두고 있어서 제작자 입장에선 그리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길지 않은 그 기간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6월 하순에 중국출장을 이틀 앞두고 있을 때 이례적으로 당시 콘텐츠 본부장님이 요구해서 기획방향과 취재내용을 중간간부로부터 직접 보고받았고, 8월 초순에한창 마무리 촬영과 편집중일땐 또 이례적으로 사장님이 요구해서 기획방향과 취재내용을 본부장님으로부터 직접 보고받았다. 하지만 제작을 중단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다만 잘 마무리하라는 언급만 있었다. 그리고 방송 4일전이면서 프로그램 시사를 하루 앞둔 날, 전격적으로 방송 불발이 결정됐다. 내가 들은 이유는 이승만, 백선엽 등의 인물프로그램들의 방송여부를 두고 그 논란이 한창인 시점에서 정율성 편이 방송된다면 KBS는 극심한 혼란에 휩싸인다는 것이었다. 그 뒤에는 KBS 이사회의 이사장과 이사가 보직을 걸고 버티고 있었다.

KBS 스페셜 "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

이례적으로 사장과 본부장까지 검토하고 승인한 개별 프로그램을, 이례적으로 이사회가 막아서서 방송이 되지 않았다. 나중엔 감사까지 이례적으로 막았다고 한다. 더더욱 공영방송인가하는 노조까지 때마다 앵무새처럼 떠벌이며 방송을 반대했다. 노조까지 막아선 이례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두 번까지 방송이 불발되자, 사실 내가 15년 넘게 몸담고 있던 방송국이 낯설게 느껴졌고,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방송제작의 원칙과 상식이 애초에 그 존재가 없었던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내가 PD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것도 참 낯설었고, 더더구나 15년 넘게 PD로 근무했다는 것도 우스웠다.
개인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을 때 그 위기에서 구해준건 동료 피디들이었다. 넘어져서 바닥에 주저앉은 심정이었을 때, 다가와 팔을 내밀진 않았지만, 동료들은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모양이다. 내가 스스로 일어나길 바랬고, 내가 계속 주저앉아있기 민망해서 엉거주춤 일어났을 때에야 그들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조용히 다독여줬다. 어떻게든 싸우자고, 어떻게든 방송을 내보내자고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이건 내가 몸소 겪은 정말 귀한 경험이다.


KBS 스페셜 "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

슬픈 사실 하나. 이 방송을 어떻게든 내보내겠다고 노력한 선배 한분은 지방으로 좌천 발령을 받았다. 사실 이분이 책임질 일이 아니었다. 기획과 제작단계에서 이분이 그 보직에 계셨던 것도 아니고, 운 나쁘게 방송 불발이 결정될 때 하필 그 보직에 계셨다. 하지만 이분은 어떻게든 방송을 내고자 노력했고, 자신의 말에 책임지려 했고, 보직을 걸고서라고 방송을 내고자 했다. 그 결과는 좌천성 지방발령이었다. 이분에게는 미안하고, 그래서 슬프다.
슬픈 사실 둘. 내가 불명예스러운 전라도 출신이라는 걸 또 한번 확인하게 됐다. 이 말은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지만, 해야 할 것 같다. 영리한 사람들이 정율성의 고향이 광주이고, 내 고향이 목포라서 ‘전라도 출신들은 다 그래’라고 매치시켜준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율성 선생에겐 부끄러웠고, 내 아들에겐 얼굴보기가 참담했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해두자. 한때 내가 닮고 싶어 했던 PD선배들은 경상도 출신이 더 많다. 회사에 경상도 사람들이 많아서, 또 내가 대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PD란 이래야한다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거나, 프로그램으로 알려준 선배들은 경상도 사람들이 타 지역에 비해 훨씬 많았다. 내가 그나마 다큐멘터리 모양새라도 갖춘 프로그램이라도 만든다면 경상도 선배들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정율성 다큐라고 왜 아니겠는가. 이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고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해보니, 강원도, 경상도, 서울, 경기도, 충청도 분들이 다 섞여있다. 이분들에겐 정율성을 어떻게 매치시킬 것인가. 그러니 제발 그만하자.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한 두 마디 문장을 앵무새처럼 외워서 떠들며 이념공세를 펼치는 분들에게. 지금의 북한 사회를 보면 참 재미있다. 3대 세습을 해도 북한은 꿈쩍하지 않는다. 체제에 대한 불만이 없어서이겠는가? 절대 아니다. 대다수 민중의 불만과 분노는 있겠지만, 북한 체제를 옹호하며 남한을 절대악처럼 여기며 3대 세습을 떠받치는 앵무새 떠벌이들의 과잉충성과 그 충성으로 얻는 떡고물이 어떻게든 이 괴상한 북한체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친일을 밥 먹듯이 하고, 세상의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길 때, 그 험난한 항일운동의 길에 들어선 인물에게 이념공세를 앵무새처럼 떠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북한의 앵무새를 떠올리곤 한다. 묘하게 이들의 이미지는 내 머릿속에서 별 어려움 없이 오버랩 된다. 어떻게든 체제수호란 명분으로 떠들어 대며, 기존의 체제를 옹호하고, 자기에게 떨어질 떡고물을 목내밀고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체제수호에 앞장서고 싶다. 하지만 내가 수호하고 싶은 체제는 친일파의 후손들과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이 때마다 냉전이데올로기를 교묘히 이용해 여전히 잘 먹고 잘사는 그런 체제가 아니다. ‘과거 일제부역을청산하고, 박정희 독재 하에 비명조차 못 지른 민주화, 노동 운동가들의 희생을 제대로 역사적 사실로 알리고, 광주학살을 제대로 규명하고, 최근 MB의 부도덕한 집권행위까지 제대로 규명하는, 그래서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 반성하는’ 그런 체제다. 케케묵은 냉전이데올로기를 지금까지 끌어와 때마다 앵무새처럼 떠들어 대며, 부도덕한 정권으로부터의 떡고물을 목 늘어뜨리며 기다리는 분들은 이상하게 내가 방금 말한 사실들엔 아무 소리도 하지 않는다. 모르는 걸까, 부끄럽지 않은 걸까. 진정으로 치욕적인 역사에 대한 자의식이 없는 걸 보면 새가 맞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