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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9일 목요일

[사설] 꼼수로 등록금 내린 대학, 정부 지원 안 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08일자 사설 '[사설] 꼼수로 등록금 내린 대학, 정부 지원 안 된다'를 퍼왔습니다.

등록금 고지서가 대학생 자녀 가정에 속속 날아들고 있다. 기대했던 명목 등록금은 기껏해야 10만원 정도 줄었다. 지난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생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생각하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다만 예년보다 1조7500억원 증액된 국가장학금이 있어 등록금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소득 7분위 이하 가정의 대학생에게 등록금의 25% 정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절대로 손해 보지 않겠다는 수도권 사립대의 졸렬한 태도는 학생들의 일시 잠복한 분노를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충분한 여력이 있음에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찔끔 인하한 것도 착잡한데, 이들 대학은 그로 인한 수입 감소분마저 교육 서비스를 축소하는 따위의 편법과 꼼수로 벌충하려 하고 있다. 결국 학생과 교수에게 부담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각 대학이 명목 등록금을 5% 정도 줄이고, 각종 장학금을 확충해주길 기대했다. 사실 많게는 8000억원 가까이 쌓아둔 대학별 적립금이나, 남은 교비회계를 적립금으로 넘기지 않고 등록금 인하에 쓴다면, 그 이상의 인하도 가능하다. 지난해 감사원의 35개 대학 등록금 감사 결과 지난 5년간 이들 대학은 연평균 6552억원, 각 대학별로는 187억원을 남겼다. 특히 예산편성에서 해마다 수입은 줄이고 지출은 늘려 잡아 등록금을 12.7%씩 올렸다. 그런 대학들이 이번에 등록금을 내린 폭은 2~3%에 불과했다.
5% 인하할 경우 학생 1만명 대학의 등록금 감소분은 연 40억여원이다. 2010년 사립대 적립금은 평균 81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연세대(728억원), 홍익대(697억원), 이화여대(288억원) 등 주요 대학들은 수백억원에 이르렀다. 대입전형료 수입만 해도 90억~100억원에 이른다. 주요 대학의 경우 등록금을 12.7% 이상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감사원이 밝힌 이유다.
게다가 일부 대학은 감소한 등록금 수입을, 수업 일수를 축소하거나 시간강사를 줄이는 등 교육 서비스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벌충하려 한다. 한양대와 광운대는 수업료를 2% 내리면서 수업 일수를 16주에서 15주로 줄였다. 대규모 강의나 사이버 강의를 확대해 교수 인건비를 줄이는 학교도 있다. 서강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은 전임교수의 강의를 늘리고 시간강사를 줄였다. 학교 장학금을 대폭 줄이는 경우도 있다.
재벌의 탐욕보다 더 심하다. 사회적 책임을 포기한 이들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나 사회적 혜택을 재고해야 한다.

2012년 1월 6일 금요일

[사설]대학가의 ‘디도스 시국선언’이 뜻하는 것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05일자 사설 '[사설]대학가의 ‘디도스 시국선언’이 뜻하는 것'을 퍼왔습니다.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나온다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이들이 개인이나 집단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정치·사회적 위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또한 이러한 선언이 나오면 일반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뒤따르고, 결국 정치 체제가 바뀌거나 정국의 물굽이가 변하는 등 일대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현대사의 고비고비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국기문란 범죄이자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테러라고도 할 수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서울대·고려대·카이스트(KAIST)·국민대의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어제는 연세대·성균관대·중앙대 등 12개 대학의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교총학생회모임’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권여당과 청와대의 디도스 테러 연루 의혹을 규탄하고, 이명박 정권의 근본적인 국정쇄신을 촉구한 것이다. 4년 전 촛불시위 당시 몇몇 대학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는 아니었다. 우리는 혹한의 날씨에도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충정과 민주주의 복원을 향한 열망을 높이 평가하며, 집권세력들이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 

정부·여당은 학생들의 선언을 ‘극소수 운동권의 철딱서니 없는 짓’쯤으로 매도하거나 치지도외(置之度外)해서는 안된다.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총학생회 가운데는 운동권과 대립하는 이른바 ‘비권’ 또는 ‘반권’ 성향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일반 학생들도 진보와 보수라는 기계적 이분법과는 무관하게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한다. 요컨대 학생들은 디도스 테러를 좌우의 편협한 이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 존립의 근본토대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유린·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집권층은 청년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위기상황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데도 오히려 이를 억누르려 들다가는 결국 자신들의 패망으로 귀착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4·19혁명으로 무너진 이승만 정권과 6월항쟁으로 무릎을 꿇은 전두환 정권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디도스 테러 관련자 몇 명만 적당히 사법처리하는 ‘꼬리자르기’로는 결코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중대한 위기를 맞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