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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3일 화요일

[사설] “노 정권은 공무원 감찰, 현 정권은 김제동 사찰”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02일자 사설 '[사설] “노 정권은 공무원 감찰, 현 정권은 김제동 사찰”'을 퍼왔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경찰에 ‘특정 연예인 명단’을 제시하며 내사를 지시했고 여기엔 방송인 김제동씨도 포함됐다고 한다. 엊그제 공개된 문건에는 9월 중순께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를 단독으로 면담해 이들 연예인에 대한 비리 수사를 ‘하명’해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돼 있다. 다른 문건에는 10월 중순께 언론을 통해 ‘좌파 연예인’ 관련기사가 집중 보도됨에 따라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수사 중단이 필요하다고 민정수석실에 ‘비선 보고’했다고 적혀 있다.
김제동씨 등을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은 것도 그렇거니와 청와대가 직접 표적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즈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벌여 청와대에 보고한 것까지 고려하면 촛불시위 이후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이나 단체, 인물을 겨냥한 불법사찰과 표적수사를 총지휘한 몸통은 역시 청와대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연예기획사 비리 수사에 들어간 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김제동·윤도현씨 등이 소속돼 있는 다음기획을 첫 대상으로 삼았고, 10월8일에는 이 회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그 나흘 뒤 김제동씨는 ‘스타골든벨’에서 갑자기 하차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엔 가수 윤씨가 역시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개그우먼 김미화씨를 비롯해 여러 연예인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방송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할 때마다 정권에 의한 외압설이 불거졌는데 뜬소문이 아니었던 셈이다.
경찰은 해당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경찰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최근 공개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보고서를 봐도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지원관실은 민간인들을 두루 불법사찰하면서 특히 한국방송 등 방송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엊그제 홍보수석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문건의 80%는 지난 정권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마치 ‘불법사찰’ 자체가 당연한 관행인 듯이 뻔뻔스런 태도로 나왔다. 그 뒤 트워터에서 이런 글이 나돌았다고 한다. ‘공무원 비리 감찰한 게 지난 정권, 김제동을 사찰한 게 이번 정권. 이번 정권은 공무원 감찰과 김제동 사찰을 같다고 우기는 중.’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한국은 7대 바보… 제주 수백억짜리 보이스피싱에 걸려들다


이글은 서프라이즈 2012-01-27일자 기사 '한국은 7대 바보… 제주 수백억짜리 보이스피싱에 걸려들다'를 퍼왔습니다.
실체 없는 뉴세븐원더스 재단과 세계 7대 자연경관
(CBS 노컷뉴스 / 변상욱 / 2012-01-27)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전화투표로 뽑는다며 캠페인을 주관한 뉴세븐원더스 재단을 KBS 이 취재해 방송했다. 방송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유력한 후보였거나 잠정 선정된 나라들이 처음엔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 참가비만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재단 측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돈을 각종 명목으로 요구해 문제가 됐다. 몰디브는 중간에 포기해 버렸고 인도네시아는 추가 비용 내는 문제로 우리처럼 갈등을 빚고 있다. 아일랜드, 스위스 모두 금품 요구가 있었다.
▲ 제주도의 자연경관 투표는 공무원들의 행정전화로 얻은 표가 대부분이다.
▲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스위스 취리히에 있다더니 스위스 한국 대사관도, 취리히 지역 언론도 그런 기관이 있는지도 모르더라. 등기소 공시문서까지 뒤져 찾아낸 취리히 사무실 주소는 웨버 이사장 어머니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박물관인데 문이 닫혀 있었다. 독일 뮌헨에 있다고 해 뮌헨으로 찾아갔으나 역시 소재는 찾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공격을 받자 ‘제주 7대 경관 범국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이 나서서 열심히 해명을 하고 있다. 해명인지 변명인지 애매한 관계자들의 설명을 점검한다.
“그 어머니가 굉장히 유명한 분이더라. 하이디 웨버 박물관이라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이다.”
뉴세븐원더스는 스위스 출신의 캐나다인 버나드 웨버가 2000년에 스위스 조세피난처 지역에 세운 유한회사였다. 2003년 회사를 청산해 버리고 2004년에 재단으로 바꿨다. 이때 등기상 주소지가 하이디 웨버 박물관이고 ‘우편물전교’로 등록돼 있다. ‘우편물 전교’는 사서함 비슷한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우편물을 보내면 나중에 건네받을 테니 그리로 보내라는 뜻이다. 하이디 웨버 박물관은 6월~8월 여름에만 문을 여는 사립 박물관이다. 건물은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해 건축에 관심 있는 관광객들은 관광코스로 삼고 있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종합해 보면 사무실 전화는 영국 전화, 우편물 사서함 주소는 스위스 취리히, 홈페이지 서버는 독일 뮌헨, 주 근무지는 서버가 있는 독일 뮌헨이다. 재단 등록은 스위스지만 재단의 상업용 자회사는 조세피난처인 파나마에 등록돼 있다.
전화 투표용 회선은 아프리카의 섬나라인 ‘상투메 프린시페’,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 키츠 앤 네비스’와 ‘터크스 앤 케이프스’ 회선이다. 이 나라들 이름 들어나 보셨는가? 전 세계 전화투표로 뽑는다더니 접근성이 떨어져 전화요금만 비싼 나라들 회선을 쓰고 있다. 요금 수수료는 많이 챙길 수 있을 듯싶다. 아직도 전화 투표 공식 집계가 끝나지 않고 늘 잠정 집계라고 둘러대는 이유가 있었던 것.
“유비쿼터스 시대에 종이서류 쌓아놓은 사무실이 무슨 필요가 있냐? 사무실은 없지만 공신력은 있다.”
도대체 공신력이란 뭔가?
세계의 7대 미스터리 인류문화 유적을 선정하고,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하고, 7대 도시를 뽑는다고 한다. 그런데 재단 내 조사팀도 없고, 사무실 직원 없고, 사무실도 없고, 자문위원회나 전문가 심사위원도 없고 뭘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했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 그래도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들이야말로 공신력 없는 사람들 대접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뉴세븐원더스의 실체는 캠페인을 이용한 전화 피싱과 이벤트 마케팅 회사이다.
세계에서 가장 화끈한 여자 뽑는다고 (HOTTEST GIRL IN THE WORLD) 벗은 여성들의 알몸 사진을 늘어놓고 인터넷 투표 전화투표 하란다. 한 번만 할 게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하란다. 여러 명에게 죄다 찍어도 좋단다.
동남아시아 최고 얼짱 뽑는다며 연예인 지망생인지 동네 공주병·왕자병 환자인지 모르는 아이들 사진을 붙여 놓고 전화 투표하란다. 멋진 개 7마리 뽑기, 멋진 필리핀 여배우 7명 뽑기.
이런 식으로 수십 수백 건 늘어놓으며 등록비, 전화요금을 챙기는 방식이다. 최근 홈페이지에는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하고 7대 자연경관과 7대 도시 뽑기 캠페인만 올려 두고 있다. 이제는 돈이 되는 굵직한 캠페인만 추진하는 모양이다.



“미스 유니버스 뽑을 때 재단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있나?”
여기 있다. 미스 유니버스는 미국의 트럼프 재단과 NBC TV가 공동으로 기금을 만들고 미국 뉴욕에 미스 유니버스 기구 사무국을 두고 있다. 195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이래 해마다 80개국으로부터 대표가 출전한다.
심사 기준은 건강한 육체, 드레스 패션, 표현력, 면접을 통한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55년간 심사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해마다 심사위원도 선정된다. 저널리스트, 의사, 패션디자이너, 스포츠 스타 15인에서 20인 사이의 심사위원이 출전자를 심사한다.
“그저 캠페인일 뿐이다.”“그저 캠페인이다. 좋으면 참가하고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인 것. 싫어하는 사람한테 피해 주는 것 아니잖냐?”
관련 기사 하나를 읽어보자.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지지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결의안은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돼 이날 본회의에 상정·통과됐다.”
대한민국 국회 결의가 심심한데 재밌으니 해보자고 손해 볼 건 없잖냐고 해보는 그런 것인가? 이거야말로 국회 집단모욕죄에 해당할 발언이다.
또 다른 관련 기사 하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는 2011년 11월 4일 창덕궁 연경당에서 ‘시도 관광국장 워크샵’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샵에는 문화부 최광식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안경모 관광진흥비서관, 문화부 관광산업국장, 16개 광역지자체 관광 담당 국장 등 총 40여 명이 참석했다.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오는 11월 12일 발표될 예정인 ‘세계 7대 자연경관’의 제주 선정을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대한민국 장관, 청와대 비서관, 국장급 간부들이 심심풀이 캠페인 놓고 전국 워크샵까지 여는 그런 일 없는 사람들인가? 이것도 집단모욕죄에 해당한다.
“공무원 동원한 적 없다, 자발적 참여였다.”
제주도가 당장 내놓아야 할 행정전화 국제요금이 200억인지 300억인지 확실치 않다. 일부 신문 보도는 최대 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부지사에게 물었다. ‘왜 공무원을 동원했나?’ 부지사 왈, “동원한 적 없다. 도청 각 부서들이 스스로들 계획을 세워서 한 부분이 있다. 할당한 일은 없고 어느 정도 됐는지 관심은 가졌다.”
역시 지난해 봄 신문기사 하나를 읽어보자.
“‘하루 5회 이상 전화’ 지침… 국제전화료 벌써 10억 원 : 제주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책상에는 ‘1일 5회 이상 투표실시. 출근 후, 오전 10시, 중식 후, 오후 3시, 퇴근 전 등’이라고 적힌 전화 투표 요령이 붙어 있다. 스위스 뉴세븐윈더스 재단이 올해 11월10일까지 전화와 인터넷 투표 결과를 근거로 선정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뽑히기 위해 공무원들이 ‘전화부대’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2개 행정시를 포함한 제주도 전체 공무원 5,100여 명이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행정기관의 전화를 이용해 스위스 뉴세븐원더스 재단에 전화투표를 한 건수가 699만 건에 달한다고 28일 밝혔다. 공무원 1인당 1,370통의 국제전화를 한 셈이다. 이에 따른 국제전화 요금은 지난달 말 현재 10억 5000여만 원이나 된다. 제주도는 이 비용을 아직 KT에 납부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공무원들의 전화투표로도 모자라 투표 운동 확대를 위해 30억 원의 국제전화 비용을 추경예산으로 세웠다.”
이렇게까지 설명하는데도 7대 자연경관 확정인증서 종이 쪼가리 한 장 받으려고 수백억 원에 이르는 국제전화요금을 도민의 혈세로 낸다면 이는 결단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그저 캠페인이었을 뿐이고 전화요금 안 내면 취소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취소하라고 하라. 그까짓 사설업체의 캠페인이 무이 그리 대수라고.
술 취한 사람은 앞을 못 봐서가 아니라 눈 뜨고도 집을 못 찾는다.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에 취해 있는 건가?

변상욱 / CBS 대기자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부끄러움 모르는 공무원, 국격은 어디로 도망갔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8일자 기사 '부끄러움 모르는 공무원, 국격은 어디로 도망갔나?'를 퍼왔습니다.
[최강욱 칼럼] "폭군적 조작은 민주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

최강욱 변호사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법치의 표리(表裏)' 등을 통해 이미 (프레시안)에 여러 차례 글을 실은 바 있는 최 변호사의 칼럼은 월 1회 독자들을 찾게 됩니다. 최 변호사는 군법무관 재직 시 군 법무관임용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판결을 이끌었고 한미 연합사부사령관 공금횡령 사건 및 육군장성 진급비리 수사를 맡은 바 있습니다. 최 변호사는 전역 이후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 사건에 대한 헌법소원 대리, 기무사 민간인 사찰,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에서 김종익 씨의 변호인 등 군과 국가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맞서는 사건을 맡아왔습니다.

무죄 사태에 검찰이 말이 없는 이유


▲ 정연주 전 KBS사장ⓒ프레시안(최형락)

무죄 사태가 났다. 미네르바가 그렇고 피디수첩이 그렇고, 김상곤 교육감이 그렇다. 김종익 사장에 대한 대부분 공소기각도 빼놓을 수 없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정연주 사장과 한명숙 총리는 가히 무죄 퍼레이드다. 방송국의 꼼꼼한 배려 덕분에 보신각 타종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맞이한 새해는 그렇게 새날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언론을 통해 기세등등하게 공소사실을 전파하던 검찰은 아무런 말이 없다. 사과도 없다. 그 사이 법무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과거사와 관련한 국가배상소송의 판결에 불복해 잇따라 항소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나마 과거 독재정권 시절 자행된 조작간첩 사건 등에 대한 재심사건에서는 차마 항소하지 못하고 인혁당사건, 민족일보사건 등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다, 이젠 그마저 변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졌다.

한 검사가 민청학련 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데 반발해 제출한 상고이유서의 내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내용이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긴급조치는 비교적 단기간에 걸쳐 시행되었다가 … 즉시 해제된 점, 당시 대통령은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인식하면서 긴급조치를 발령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 긴급조치가 유신헌법에 의하더라도 위헌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독재시절의 상황논리를 대변하는데서 시작하더니, "피고인 내지는 민청학련 관련자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 사법경찰관 단계의 조사 내지는 검찰관 단계에서의 조사 과정에서 이뤄졌지 공판 과정에서도 이뤄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자료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이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은 존재하지만 … 피고인의 법정진술 내용을 듣고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끌고 중앙정보부로 가 그 진술 내용을 번복하라고 시켰다거나 그 공판기일 전 피고인에 대해 가혹행위를 하여 조서를 부인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취지의 조사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당시의 유죄판결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악행에 심신에 깊은 상처를 입고 끝내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김근태 의장의 사건에서, 그가 호소하던 고문을 철저히 외면한 선배 법조인의 논리와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모른다. 대대로 내려오는 검찰 차원의 매뉴얼이 있는지 의심할 정도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여론 앞에 적법한 업무수행을 내세우던 당대의 공안검사 김원치 씨도 "고문사실에 대하여는 피의자 김근태의 주장만이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 하등의 자료가 없었으며, 관련 재판부에서도 이러한 피의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강변하였던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김종익씨에게 사과 했다는 이야기 들어봤나

사정이 이러하니 이들에게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역사 앞에서의 두려운 참회는 찾아볼 수 없다. 수십년만의 재심 무죄 선고에 상소하지 않던 입장을 뒤집어 정권이 바뀌자 판결에 불복함은 물론이고, 당시 시대 상황을 들먹이며 여전히 처벌하는 게 맞다고 강변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연주 사장의 무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그를 해임하는데 앞장선 이들 역시 그 악행에 대한 책임은 나몰라라 한다. 물론 피해자가 납득할만한 진심어린 사과조차 없다. 아예 그가 몸담았던 회사에선 사장의 무죄 확정 소식을 보도하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뉴스를 시작한지 50년이 되었다고 홍보한다. 참으로 가관이다.

총리실의 불법사찰로 인해 삶을 파괴당한 김종익 씨에 대하여 정부 관계자 가운데 단 한사람이라도 사과했다는 소식은 '당연히' 없다. 사과를 종용하던 의원들에게 국무총리실장 권태신 씨가 확정판결이 없으니 사과할 수 없다고 버티던 '예의'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머릿속에 든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앞세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조차 거부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재단되어진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이쯤 되면, 이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엇인지, 헌법이 명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4대강 사업, 세종시 이전, 무상급식 문제 등과 관련하여 하루 아침에 말을 바꾸는 '영혼없는 공무원'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저 그 비루함에 대한 탄식만 난무할 뿐이다. 이쯤 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우리 헌법도 그저 가냘픈 숨결만 이어갈 뿐, 더 이상 어쩌지 못할 처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조직인의 자세를 앞세우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만 불안한 눈빛으로 되뇌이는 공무원의 처지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벌써 수십년 전 이러한 미래를 후예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분투 헌신한 한 사람의 기억은 그래서 소중하다. 헌법의 가치를 수시로 짓밟았던 대통령 이승만에 견결하게 맞서며 사법적 정의를 통해 행정부의 오만과 횡포를 견제한 김병로 대법원장 말이다.

그는 "폭군적인 집권자가, 마치 정당한 법에 의거한 행동인 것처럼 형식을 취해 입법기관을 강요하거나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은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법부의 독립뿐이다."라고 강조하였다. 연이은 무죄 판결에 약이 바짝 오른 이승만이 볼멘소리를 하자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또한 인공 치하에서 '빨갱이'들에게 부인을 잃었음에도, 과잉 형벌을 규정한 국가보안법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며 초지일관 폐지하라고 외친 사람이었다. 채 전쟁이 끝나지도 않은 1953년 4월에 말이다.

"트위터는 유력한 선동매체 도구"라는 경찰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한 네티즌이 친북 사이트의 트윗을 (비꼬려는 의도에서) '리트윗'했다는 것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더구나 경찰이 검찰과 법원을 염두에 두고 정성스레 제시한 압수수색영장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박정근이 사용하는 트위터라는 SNS서비스는 4명만 팔로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도구이다. 7월 현재 박정근의 팔로워는 2000여명에 육박한다." 시대착오적인 망동도 이 정도면, 이근안의 말마따나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 해주고 싶다.

김병로 대법원장은 하늘에서 후배들이 벌이는 이 코미디를 보고 뭐라 할까. 왜 전쟁 당시의 반공주의자와 휴전 후 60년이 흐른 오늘의 후예는 이토록 다른 생각을 할까.

영혼이 오염된 공무원의 행태도 추하긴 마찬가지일 뿐, 세종시 원안 폐기를 그토록 강력하게 주장하던 권태신 씨의 예를 보자. 세종시의 입안과 추진과정이 '사회주의적'이라며 주어진 '소임'을 완수하고자 박근혜 의원에게까지 색깔론을 들이대던 사람이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과 OECD대사까지 지냈고, 2005년 세종시법이 통과될 당시에는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으로 세종시 법안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위치에 있었다. 말하자면 사회주의에서 사회주의 정책 만들던 권태신이 이명박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 정책을 설파했던 셈이다. 이 관료의 기이한 영혼을 도대체 어찌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행정부처 이전이 끝날 때쯤이면 이뤄질 때면 공무원을 안 할 테니까 '나는 모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다. 뻔뻔함도 이 정도는 돼야 '고수'라는 비판에 이어, 당시 한 신문사의 논설위원은 감명깊은 '명언'이라조소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들이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면서 오로지 '국리민복'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솔직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책 결정 과정에 공무원의 사적 이기심이 끼어드는 경우는 비일비재할 터이다. 아니, 지금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앞의 이해관계'가 아닐까. 이기심은 형태만 달리할 뿐 계속 진화하는 법이다. 평생을 관료사회에서 살다 높은 자리까지 쟁취한 이들이 잇따라 튀는 발언을 하는 것도, 따져보면 그것이 최고권력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달리 어떤 논리로 이 '불편한 진실'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김하중 전 주중대사의 '간증'

이런 사람은 또 있다. 노무현 정부의 주중 대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 된 김하중 씨.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을 거쳐 참여정부에서도 주중 대사를 역임한 사람으로서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했던 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지난날 통일부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함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자아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과거 그의 행적을 기억하는 한 정당의 대변인은 그에게 '동명이인'이냐고 물었었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선지 이 사람은 장관을 그만 둔 뒤 엘리트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내고 간증을 통한 기독교 신앙 전도에 열심이다. 이제는 꽤 알려진 그 발언을 보면, 우리 '엘리트 공직자'가 갖는 영혼의 일단을 알아챌 수 있다.

"장관, 총리, 돈 많다는 사람, 명예 높다는 사람들을 전부 만나봤다. 내가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사람들의 특징이 있었다.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 돈을 갖기 위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모른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그 사람들은 강퍅하고 교만해서 함부로 아랫사람들을 대하고 욕하고 비판한다."

김하중 씨는 신도들에게 "왜 그런 줄 아냐"고 반문하며 다시 학벌 좋은 엘리트들의 실상에 대한 증언을 이어 간다.

"세상의 사람만 쳐다보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돈 많이 벌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승진할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쥐꼬리만한 권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사람 앞에서 눈치 보고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하는 짓을 보면 완전히 그 사람 종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고도 집에 와서는 권력과 자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능력 있고 지혜가 있어서 그 자리에 갔겠느냐? 그 사람들 만날 한다는 게 좋은 학교 타령만 한다"

"저도 막말로 좋은 학교 나왔다. 그래서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 잘 안다. 그 사람들 만날자기 출세하는 것만 생각한다. 남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좋은 아파트, 좋은 차, 좋은 음식 얘기만 한다. 머리와 마음속에는 시기, 질투, 교만, 불안, 근심 등이 가득하다. 그런 사람들을 리더라고 한다. 그게 무슨 리더인가?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건 세상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들 속에서 살아봐서 안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사람들 전부 이기주의자다. 하나님 믿는다고 하면서 전부 자기 이익만 찾아다닌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사람치고 나라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 전부 자기 학벌과 인적 네트워크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엘리트냐? 어떻게 하면 좋은 차를 계속 탈지, 비서 있는 사무실을 계속 쓸지, 공금으로 좋은 음식을 계속 먹을지, 그딴 생각만 하는 사람이 무슨 엘리트냐? 여러분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

저들의 궤변과 악행을 기록해야 한다

법조인을 포함한 이런 공직자들이 엘리트라며 뻐기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러면서 매번 우리는 일본 왕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추악한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유감'이니 '통석'이니 말장난이나 한다며 분노한다. 그나마 이번 정부에선 그런 비판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 '국격'엔 그 나라 공무원의 품격이 당연히 포함된다. 대체 이 정부가 늘 주워섬기는 '국격'이란 놈은 어디로 도망쳤을까?

언젠가 반드시 제대로 된 사법개혁과 행정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렇듯 선명한 '오염된 영혼'이 토해낸 궤변과 악행을 철저히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의 후배에게 그 조직과 선배의 부끄러운 역사를 속속들이 가르치는데서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을 몰아가며 조중동은 그에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 했다. 대체 이들이 말하는 부끄러움이란 오늘은 어떤 것인가? 나는 눈빛 맑은 아이들에게 대체 무엇으로 부끄러움을 설명할 것인가.



/최강욱 변호사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구제역 사체 퇴비로 쓰자더니, 애꿎은 지자체 핑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1일자 기사 '구제역 사체 퇴비로 쓰자더니, 애꿎은 지자체 핑계'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김만구 / 중부일보 기자

1년 전 겨울. 전국에 구제역 쓰나미가 덮쳤다. 구제역과의 사투가 벌어졌다.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를 묻었다. 산 채로 구덩이에 내몰리는 돼지들을 보며 공무원은 눈물을 떨궜다. 돼지는 우리를 떠나지 않으려 발버둥쳤지만 포크레인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참혹함에 농장주도 울고 공무원들도 울었다.
공무원들은 낮에는 살처분 밤에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구제역방역에 나섰다. 유독 그해 겨울은 눈도 많았고 추웠다. 파주시청 공무원 10여명이 손가락 절단사고, 추락사고 등 사고를 당했다. 살처분을 담당한 공무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징후로 과도한불안과 걱정, 불면증,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한 여성 공무원은 “계속 눈물이 나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귀속을 맴도는 울음소리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3월에 구제역 가축이동제한이 해제되고 참혹했던 구제역 겨울은 끝날 듯 했다. 하지만 언 땅이 녹으면서 또 다시 문제가 터졌다. 구제역 매몰지 곳곳에서 핏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비상이 걸렸다.  매몰지별로 전담반도 꾸려졌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비라도 쏟아지면 그들은 우비를 입고 현장에 뛰어갔다.
전문가들은 “침출수가 지표에 노출돼 쥐나 다른 동물들이 매개해 전이가 일어나고 확산될 경우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해당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면서 “침출수에는 청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산성질소와 심한 패혈증을 일으키는 탄저균, 또 병원균과 식중독균 등이 섞여서 나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심했다. 그러던 3월, 한 통의 공문이 지자체에 도달했다. 농림식품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꼼수를 냈다. 사체를 매몰지에서 빼내 퇴비 등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이다. 농림부는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매몰지는 원통형 저장조를 활용하고, 친환경 발효를 통해 퇴비화시킬 것’ 등의 내용의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다. 별도로 농림부는 법개정도 착수했다.  현행법에서 구제역 사체 비료화는 불법이었다.
법도 개정되기 전에 시범케이스로 농림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파주의 한 현장에서 사체 퇴비화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 퇴비를 조경수에 뿌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권고 공문을 내려 보낸 3월이후 5개 시·군이 매몰지 9곳을 뒤집었다.
하지만 법개정이 정부내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2차 세균 오염이 우려돼 개정안이 용도폐기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비료관리법개정안을 공포하면서 행정예고 때 허용했던 ‘가축 사체를 비료로 활용’할 수 있는 조항자체가 삭제됐다. 안정성 논란이 휩싸인 법 조항이 신설되지 못하면서 중앙재단대책안전본부의 공문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행정 때문이 5개 시·군은 졸지에 비료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을 어긴 꼴이 됐다.
현행 법에는 ‘도축이 금지된 가축과 그 가축의 사체·축산물 및 부산물’을 비료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사건이 터지자 농림부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그 해명이 가관이다. 모든 책임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농림부 한 관계자는 ‘지자체 스스로 판단해서 저지른 행위’라고 발뺌했다. 사체 비료화를 직접 진두지휘까지 하고서도 말이다.


중부일보 김만구 기자
해당 지자체는 “1년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되받아 쳤다. 당초 구제역 사체 비료화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전문가들은 “사체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80℃의 온도에서 모든 세균이 사멸하지는 않는다”면서 “세균이 영양소, 습도 등 환경에 따라 증식할 확률이 높아 2차 균 오염 등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줄곧 지적해왔다.
침출수를 제거한다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게 오히려 화근이 됐다. 한 전문가는 “1347년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로 인해 유럽 전체 인구 4분의 1이 죽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2003년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맹위를 떨친 사스도 29개국으로 감염이 확대돼 환자 8000여명, 사망자는 774명이나 됐다”면서 “아직까지도 페스트나 사스가 창궐한 원인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구제역 사체가 분해되려면 아직 2~3년이 남았다. 정부는 더 이상  지자체 공무원들의 노고가 헛되게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즉흥적인 발상으로 시민들을 위험에 노출시켜서도 안된다.

2012년 1월 5일 목요일

MB, 검경 갈등에 침묵하는 건 친인척 수사 때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5일자 기사 'MB, 검경 갈등에 침묵하는 건 친인척 수사 때문?'을 퍼왔습니다.
[고승우 칼럼] 애먼 공무원들 불러놓고 물가 관리하라 호통

검·경 수사권 갈등을 보면 이 나라가 무정부 상태처럼 보인다. 시민사회와 밀접히 관련된 권력 기관들이 법리 논쟁을 벌이면서 힘겨루기를 하는데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갈등은 대통령령으로 수사권의 교통정리를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이 준법 투쟁을 벌인다면 국민의 눈에 청와대에 대한 도발로 비춰진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침묵한다. 

경찰청은 며칠 전 진정 사건은 사건 접수 단계에서 거부하라는 지침을 전국 경찰에 내려보냈고 이는 5일 현재 인천 부평과 충북 음성 등 전국 경찰서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지휘 거부를 막기 위해 검찰 사무 규칙 개정을 준비 중이지만 경찰 조치가 말이 안 된다는 불쾌한 속내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갈등 속에서 진정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 나라가 검찰과 경찰만의 세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들 행정기관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는 관계 장관, 총리, 대통령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조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은 대통령과 함께 유권자를 포함한 전체 국민에 대한 행정 서비스를 하는 것이 그 존재 의미다. 국민의 머슴이다. 그런데 법리 싸움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진정 사건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보통 사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검경 싸움에 침묵하다가 어제 느닷없이 정부가 물가관리를 책임지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평소 시장 경제를 잘 안다고 큰 소리 치던 대통령이 군사정부 시절에 흔히 듣던 행정 지시를 내놓았다. 물가가 시장의 수급원칙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이도 안다. 기업 CEO출신이라는 이 대통령이 물가를공무원이 책임지고 관리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너무 쌩뚱맞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근시안적인 정책’, '불도저식 정책'이라는 정부와 업계의 불평을보도했다. 대통령이 시장 흐름을 잘 모르고 내린 엉터리 지시라는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이 대통령은 물가 관리를 정부 당국에 지시할 것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을 언급했어야 마땅하다. 행정수반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결단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직무수행법에 의한 필수 사항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전 국민이 주시하는 상황에서 정부 기관들의 갈등에는 침묵하고 시장 경제를 정면 부정하는 정부의 물가관리를 언급했다. 이는 너무 부자연스럽다. 평소의 이 대통령답지 않다. 혹시 그럴만한 깊은 이유가 있어서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대통령이 자신의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의 수사와 관련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검경에 쫄아서 침묵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통령은 이런 저런 의혹이 생기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검경 갈등 현상에 대해 국민 앞에 나서서 입장을 밝히고 명백히 시시비비를 가려서 국민의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행정기관이 국민에게 심대한 불편을 주는 일을 청와대가 방치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을 허무는 일이다. 청와대는 머슴으로써 주인인 국민에게 항상 최대한의 서비스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대통령은 검찰, 경찰 등의 행정기구를 잘 운용해서 국민에게 최대한의 서비를 할 책무가 있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청와대에 머물 자격이 없다. 

2012년 1월 1일 일요일

국회의원에겐 '면죄부' 교사공무원에겐 '족쇄 유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01일 기사 '국회의원에겐 '면죄부' 교사공무원에겐 '족쇄 유지''를 퍼왔습니다.
'청목회법' 법사위 기습통과...교사공무원 정치후원은 배제돼

국회 법사위에서 '청목회법'이 기습 처리됐으나,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1일 국회의원 입법로비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처리 했다. '청목회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처리하려다 비난여론이 일자 무산됐던 법이다.

법사위는 지난 6월 행안위에서 통과된 이 법안을 처리하려다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다 특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가동 중인 상태에서 법사위가 법안을 일방 처리하면서 비난여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누구든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31조2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뀌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부 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야만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즉 특정 단체가 소속회원의 이름을 빌려 후원금을 기부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정치자금법 개정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교사와 공무원의 후원금 기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통합진보당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의원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교사공무원들에게는 족쇄를 유지한 셈이다. 

이번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간 합의를 통해 법사위에서 합의처리됐다. 그간 이 법안을 놓고 민주당과 공동행보를 해 온 진보당은 '배신행위'라며 맹비난했다.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교사 공무원 정치기본권 확대라는 절실한 정치개혁은 외면하고 '청목회'사건으로 기소중인 한나라당-민주당 의원들 출마 족쇄 풀어주는 '청목회'법 기습통과는 어떤 변명으로도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명백한 날치기"라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은 지난 3년 내내 이명박-한나라당 정부의 날치기를 규탄해오면서 이명박-한나라당 심판을 주장해 온 제1야당"이라며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상습적인 날치기보다, 그나마 한 가닥 기대를 가졌던 민주당의 배신에 더 큰 절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법안이 처리될 경우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처리 소식이 알려지면서 SNS를 비롯한 인터넷상에서 비난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국회 행안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제안설명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동현 기자mailto@vop.co.kr

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공무원들에 월 600통씩 할당… 대통령까지 나선 전화독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5일자 기사 '공무원들에 월 600통씩 할당… 대통령까지 나선 전화독려'를 퍼왔습니다.
[제주 7대 자연 경관, 추진부터 선정까지]

지난 11월 12일 선정된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프로젝트는 3년의 ‘공’을 들인 작품이다. 제주도는 지난 2008년 12월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정기관인 뉴세븐원더스가 진행한 인터넷 440곳중 261곳을 뽑는 1차투표(2007년 7월~2008년 12월)를 통과한 뒤 2차투표(2009년 1~7월)와 전문가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지 28곳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7월 우근민 지사가 취임하면서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추진은 가속도가 붙는다. 제주도는 모든 행정력을 ‘올인’하고 홍보비로만 20억여 원을 편성하는 등 예산을 쏟아 부었다. 같은 해 12월엔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이하 범국민위·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2011년 1월 범국민위와 제주도는 내외신 기자 100여명을 초청해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각계각층의 참여를 유도했다. 제주도는 특히 조직을 개편해 세계7대자연경관 팀을 신설하고 전 도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전화 투표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1년 11월 12일 마침내 정부와 제주도 그리고 언론은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됐다”며 환호했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도를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호하기엔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 2011년 대대적인 전화투표 운동이 시작되면서 지난 4월 SNS를 중심으로 ‘국제 사기극’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공신력 문제에서부터 1인 무한정 전화투표 방식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지적하고 “뉴세븐원더스가 돈벌이를 위해 국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여기에 9월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가세했다. 이용경 의원은 △인도네시아와 몰디브가 뉴세븐원더스 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요구받았던 점 △전화와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세계7대 자연경관을 선정한다면서 정작 최종 선정 기준과 절차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제주도의 행정전화 투표 건수와 비용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CBS 라디오 에 출연해 “9월말까지 제주도의 행정전화 투표건수만 1억건, 200억원(1건당 198원)”이라며 “국민 혈세 200억원을 사용하면서 투표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건 대한민국 국민들의 애국심을 남용한 상업이벤트”라고 질타했다.

상업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에도 제주도 공무원들은 1인당 전화투표를 20건씩 할당 받아 (월 600건 이상)밤낮없이 버튼을 눌러댔다. 일부 부서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은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에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까지 전화투표 결제비용을 기부했다. 투표왕 및 최다투표 우수부서를 선정하기도 했다. 읍면동 행정기관과 자치단체에서는 전화 투표소를 설치하고 인증서를 게시했으며 투표기금 기부가 이어졌다. 

각종 단체 및 동우회 행사 등에서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도전 현수막을 내걸고 찍은 단체사진들을 지역신문 동정란에 계속 연재하면서 경쟁심을 유발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전화 투표를 30통하면 봉사활동을 인정해준다는 모 학교의 통지서가 발송되면서 논란이 됐다.

정부 역시 지원 공세를 폈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까지 인터넷 투표에 참여해 캠페인에 힘을 실었다. 4월엔 제주도에서 정병국 문화부장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정운찬 범국민추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단 월드투어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정부, 사실상 전 공무원 대상 한미 FTA 교육 강행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정부, 사실상 전 공무원 대상 한미 FTA 교육 강행'을 퍼왔습니다.
FTA 농어민 '후속 대책'은 없고 농어민 '교육 대책'만?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 이후 여야가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지방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미FTA 관련 교육에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 내용은 "한미FTA의 의의 및 이해(가제)", "한미FTA가 우리 경제 및 농업에 미치는 기대 효과(가제)"를 주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FTA 비준 관련 농어민 후속 대책의 국회 처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농촌 지역을 포함한 각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특히 오는 30일까지 기초단체부터 광역단체까지 자체 교육을 실시한 후 교육 추진 결과를 보고하도록 해 사실상 전 공무원 대상으로 반 강제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월례조회 통한 한미FTA 교육 실시하고 행안부에 보고 요구"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통합진보당 조승수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20일 제출받은 '지방공무원 한미FTA 특별교육 실시 계획 통보' 공문에 따르면 행안부는 "한미FTA 비준(11.11.22)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FTA 의미와 효과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특별 시책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 경제, 농업 분야 간부 공무원 대상 집합교육을 실시하고자 하오니 참석 대상자 명단을 2011. 12. 15(목)일까지 제출해 주시기 바라며, 12월 말까지 붙임 계획을 참고하여 각 지자체별로 직장 교육을 실시하고 추진 결과를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해 간부 공무원 4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김정일 사망이 알려져 정부가 비상 태세에 들어간 지 하루 만인 20일에 예정대로 실시했다.

간부 교육과 별도로 기초단체부터 광역단체까지 아우르는 한미FTA 공무원 '직장 교육' 운영 실적 제출 시한은 오는 30일까지다.

여야가 30일 본회의를 열기로 한데 비춰보면, 아직 농어민 후속대책 관련 법안 및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행안부가 사실상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미FTA 관련 교육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한미FTA는 아직 발효 전으로 미국과 한국이 FTA 조항과 자국 법률 등을 맞춰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항 일부가 수정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특히 행안부는 '붙임 자료'에서 "지자체 공무원 대상 직장교육', '자치 단체별 직장 교육 자체실시', '2011년 특별교육 실시 및 2012년 FTA 교육 자체계획 수립', '월례 조회, 워크숍 등을 통한 직무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이라고 명시했다. 월례 조회에 전 공무원이 참석하는데 비춰보면, 사실상 지자체 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아가 행안부는 '자치단체별 직장교육 실적 제출(12월말)', '기초(단체)→광역(단체) : 교육실시 후 시, 도 제출...광역(단체)→행안부 : 자체 교육 실시 및 시, 군, 구 추진 결과 취합 제출'이라고 명시했다. 역시 전국 모든 지자체의 교육 실시 결과를 행안부에 보고해달라는 요구다.

향후 지자체와 중앙 정부간 갈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4일 "미국은 주ㆍ지방 정부의 이익이 철저히 보호되지 않으면 주ㆍ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비협조 입장을 고수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홍보와 교육의 대상으로만 취급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특히 한미FTA가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ISD(투자자 국가간 제소제)가 지자체 운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ISD 관련, 압도적인 제소 건수 1위가 미국임을 감안할 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만약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금전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서울시에 큰재정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민단체들이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농촌 지역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정부의 교육이 반발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농어촌 후속 대책 관련 법안 처리는 국회 소관이지만, 정부가 국회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채 '묻지마 교육'에 나섰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박세열 기자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한미 FTA, ISD만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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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전 칼럼] '충분한' 보상방안, 과연 있는가?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막바지에 이른 듯싶다. 여권이 강행을 서두는 가운데 야당은 투자가-국가소송제도(ISD: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 전체가 문제라고 하는데 한미 FTA는 온데간데 없고 아리송한 ISD만 놓고 여야가 지루한 힘겨루기만 계속하고 있다. 마치 ISD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완전히 합의한 듯한 인상을 준다.

정부와 여당은 한미 FTA의 시행으로 우리가 얻을 이익이 손실보다 더 클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설령 그렇다고 치자. 우리가 한미 FTA에 관해서 심히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국가 차원의 정책은 이익을 보는 사람들과는 별도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따로 남기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입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한미FTA로 이익을 얻겠지만 농민이나 중소기업은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FTA를 지지하는 측은 낙수효과 덕분에 결과적으로 한미FTA 체결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낙수효과를 들먹이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다.

물론, 정부와 여당은 농민이나 축산업자, 중소기업 등 한미 FTA 피해자에 대하여 충분한 '보상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보상방안이 문제다.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상해줄 효과적인 방법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소 이런 종류의 질문에 가장 강하게 부정적 대답을 주는 학자는 FTA를 적극 지지하는 보수성향 경제학자들이다. 사회복지지출의 확대를 반대할 때 이들이 늘 제기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는 빈곤층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은 이미 학계에서 많이 나온 바다. 재정지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그 자체가 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선 진정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야 하는데, 그러자면 많은 공무원들이 동원되어야 하고 이들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은 구호대상자 각각이 정확하게 얼마만큼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가난한 정도나 도움이 필요한 정도가 천태만상이기 때문이다. 설령 이 모든 것이 제대로 파악되었다고 해도 그 다음에는 어떤 방법으로 도와주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 과정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가짜 구호대상자들이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들과 지방유지들 그리고 이들과 선이 닿는 세력가들이 사회복지를 위한 돈을 가로채는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빈곤층을 위해서 정부가 10의 돈을 지출하면 정작 가난한 사람의 손에는 1내지 2만 떨어지고 나머지는 엉뚱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요컨대, 사회복지를 위한 정부 재정지출의 상당한 부분이 진짜 구호대상자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도중에 줄줄 새 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회복지 지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보수진영의 주장대로 사회복지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치달을 수는 없다. 자본주의 시장의 속성상 빈부격차를 점차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 사회복지지출의 증대는 앞으로 대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정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최대한 도와주는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한미 FTA가 우리에게 처음은 아니다. 과거 수차례의 FTA 체결로 인한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았었다면, 왜 작금의 한미FTA 비준안에 대하여 농민을 비롯한 수많은 잠재적 피해자들이 그토록 격렬하게 반대할까? 농촌 현장을 가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농민을 위한 피해보상기금의 적지 않은 부분이 도중에 새나가고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 한미 FTA 실시로 예상되는 피해자들의 손실을 충분히 보상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보상방안이 과연 확실하게 마련되어 있는가?


▲ ⓒ프레시안(최형락)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