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1일 수요일

구제역 사체 퇴비로 쓰자더니, 애꿎은 지자체 핑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1일자 기사 '구제역 사체 퇴비로 쓰자더니, 애꿎은 지자체 핑계'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김만구 / 중부일보 기자

1년 전 겨울. 전국에 구제역 쓰나미가 덮쳤다. 구제역과의 사투가 벌어졌다.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를 묻었다. 산 채로 구덩이에 내몰리는 돼지들을 보며 공무원은 눈물을 떨궜다. 돼지는 우리를 떠나지 않으려 발버둥쳤지만 포크레인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참혹함에 농장주도 울고 공무원들도 울었다.
공무원들은 낮에는 살처분 밤에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구제역방역에 나섰다. 유독 그해 겨울은 눈도 많았고 추웠다. 파주시청 공무원 10여명이 손가락 절단사고, 추락사고 등 사고를 당했다. 살처분을 담당한 공무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징후로 과도한불안과 걱정, 불면증,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한 여성 공무원은 “계속 눈물이 나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귀속을 맴도는 울음소리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3월에 구제역 가축이동제한이 해제되고 참혹했던 구제역 겨울은 끝날 듯 했다. 하지만 언 땅이 녹으면서 또 다시 문제가 터졌다. 구제역 매몰지 곳곳에서 핏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비상이 걸렸다.  매몰지별로 전담반도 꾸려졌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비라도 쏟아지면 그들은 우비를 입고 현장에 뛰어갔다.
전문가들은 “침출수가 지표에 노출돼 쥐나 다른 동물들이 매개해 전이가 일어나고 확산될 경우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해당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면서 “침출수에는 청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산성질소와 심한 패혈증을 일으키는 탄저균, 또 병원균과 식중독균 등이 섞여서 나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심했다. 그러던 3월, 한 통의 공문이 지자체에 도달했다. 농림식품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꼼수를 냈다. 사체를 매몰지에서 빼내 퇴비 등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이다. 농림부는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매몰지는 원통형 저장조를 활용하고, 친환경 발효를 통해 퇴비화시킬 것’ 등의 내용의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다. 별도로 농림부는 법개정도 착수했다.  현행법에서 구제역 사체 비료화는 불법이었다.
법도 개정되기 전에 시범케이스로 농림부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파주의 한 현장에서 사체 퇴비화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 퇴비를 조경수에 뿌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권고 공문을 내려 보낸 3월이후 5개 시·군이 매몰지 9곳을 뒤집었다.
하지만 법개정이 정부내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2차 세균 오염이 우려돼 개정안이 용도폐기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비료관리법개정안을 공포하면서 행정예고 때 허용했던 ‘가축 사체를 비료로 활용’할 수 있는 조항자체가 삭제됐다. 안정성 논란이 휩싸인 법 조항이 신설되지 못하면서 중앙재단대책안전본부의 공문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행정 때문이 5개 시·군은 졸지에 비료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을 어긴 꼴이 됐다.
현행 법에는 ‘도축이 금지된 가축과 그 가축의 사체·축산물 및 부산물’을 비료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사건이 터지자 농림부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그 해명이 가관이다. 모든 책임은 해당 지자체에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농림부 한 관계자는 ‘지자체 스스로 판단해서 저지른 행위’라고 발뺌했다. 사체 비료화를 직접 진두지휘까지 하고서도 말이다.


중부일보 김만구 기자
해당 지자체는 “1년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되받아 쳤다. 당초 구제역 사체 비료화는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전문가들은 “사체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80℃의 온도에서 모든 세균이 사멸하지는 않는다”면서 “세균이 영양소, 습도 등 환경에 따라 증식할 확률이 높아 2차 균 오염 등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줄곧 지적해왔다.
침출수를 제거한다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게 오히려 화근이 됐다. 한 전문가는 “1347년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로 인해 유럽 전체 인구 4분의 1이 죽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2003년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맹위를 떨친 사스도 29개국으로 감염이 확대돼 환자 8000여명, 사망자는 774명이나 됐다”면서 “아직까지도 페스트나 사스가 창궐한 원인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구제역 사체가 분해되려면 아직 2~3년이 남았다. 정부는 더 이상  지자체 공무원들의 노고가 헛되게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즉흥적인 발상으로 시민들을 위험에 노출시켜서도 안된다.

‘딸 편법입학’ 박희태, 또 ‘부정부패’로 사퇴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1일자 기사 '‘딸 편법입학’ 박희태, 또 ‘부정부패’로 사퇴하나'를 퍼왔습니다.
참 부끄러운 국회의장, 그의 과거를 아시나요…YS 시절 불명예 퇴진했지만 화려한 부활

“김영삼 대통령은 8일 오후 딸의 대학 편법입학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희태 법무부 장관과 부동산 투기로 말썽을 빚은 박양실 보사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장관을 임명한다.”-동아일보
“딸의 대학 특례입학으로 물의를 빚은 박희태 법무부 장관이 7일 사퇴의사를 밝혔다.”-한겨레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993년 3월 8일자 동아일보와 한겨레 1면에는 이런 기사 내용이 실렸다. 한겨레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로 뽑혔다. 한겨레는 3면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일 그의 딸이 2년 전 외국인 자격으로 이화여대에 편법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적심사 관리 주무부서 장관의 부도덕성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미국 유학 시절 낳은 딸이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법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얻었고 귀국 뒤에도 계속 이를 유지하고 있다가 지난 91년 외국인자녀 특례입학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인 자격으로 이화여대에 '정원외 입학'을 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 스스로 즉시 사실을 시인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사죄했으니 사회 기강 확립의 주무부서인 법무부의 장관이 '편법'이란꼬리를 달고 있는 한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청와대 쪽은 경질을 심각하게 검토한 것이 사실이었다.”


한겨레 1993년 3월 8일자 1면.

김영삼 정부 임기 초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희태 법무부 장관의 딸 편법입학 사건이다. 1993년 박희태 당시 법무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부정부패’ 사건으로 물러나는 불명예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박희태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지금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다. 이미 20년 전에 공직과 담을 쌓았어야 할 그가 어떻게 국회의장 자리까지 올랐을까. 박희태 국회의장, 그의 과거로 되돌아 가보자.
박희태 국회의장은 딸의 ‘편법입학’ 사건으로 사퇴한 이듬해인 1994년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인물이다.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지검, 부산지검 등 1966년 검사 임관 이후 20년 가량 검찰에서 몸담았던 검찰맨이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경남 남해·하동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원내에 진출한 이후 1992년, 1996년, 2000년, 2004년까지 연이어 5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4년 탄핵 역풍 당시 박희태 의원은 현재 경남도지사인 김두관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한 번 의원배지의 주인공이 됐다. 

2003년 한나라당 대표, 2007년 국회 부의장을 지내는 등 그는 당과 국회의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경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현 정권의 실세 중 실세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2008년 18대 총선에서 그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다시 한 번 수모를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2008년 7월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됐다. 최근 ‘돈 봉투’ 사건의 논란을 빚은 바로 그 전당대회다.
조선일보는 2008년 7월 4일자 5면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당선 소식을 전하면서 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그 제목은 박희태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대표로 부활했지만, 국회의원은 아니었다. 그러나 텃밭인 경남 남해·하동 지역구를 떠나 2009년 10·28 재보선에서 경남 양산에 출마한다. 박희태 대 송인배 구도는 누가 봐도 ‘정치 거물’인 박희태 후보의 완승이 예상되는 승부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치 신인’ 민주당 송인배 후보가 34.1%를 득표하며 38.1%를 얻은 박희태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진땀 승부였다.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지금의 박희태 국회의장 시대는 탄생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

한나라당 대표와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등 ‘이명박 시대’ 박희태 국회의장은 권력의 정점을 경험했다. 그러나 20년 전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부정부패’ 의혹이 다시 그에게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중앙일보는 1월 11일자 1면에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아무개씨의 실명과 얼굴 사진 등을 공개했다. ‘돈 봉투’를 둘러싼 의혹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턱밑까지 번진 셈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쪽에서는 박희태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20년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딸의 ‘편법입학’ 때도 그는 장관직을 사퇴했지만 결국 언제 그랬냐는 듯 화려화게 부활했다.
이번 사건 역시 한나라당 보좌관의 단독 범행이라는 황당한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다고 국민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는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다시 한 번 부정부패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의장 임기를 이대로 마무리하게 될까. 아니면 ‘보좌관 책임론’ 뒤에 숨어서 위기를 모면하게 될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국회의장에 사퇴하고 19대 총선에 나서지 않는다고 그를 둘러싼 의혹을 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의장이라 불리는 정치인 박희태, 그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오세훈과 고승덕, 정권교체 영웅? 트로이 목마?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0일자 기사 '오세훈과 고승덕, 정권교체 영웅? 트로이 목마?'를 퍼왔습니다.
[손호철 칼럼]결말은 민주통합당에 달렸다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적 감각을 벼르기 위해 한국현대사에 대한 퀴즈를 하나 내보자. '진보의 불모지대'였던 대한민국에 1980년대 진보의 부활을 가져오는데 가장 기여한 인물은 누구일까?

얼마 전 작고한 리영희 선생님일까? 아니면 70-80년대 외롭게 진보정당운동을 해왔던 김철 사회당 당수였을까? 아니면 남민전과 같은 지하운동을 했던 김남주 시인일까?

아니다. 이들보다 진보의 부활에 더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전두환이었다. 전두환은광주학살을 통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수일변도의 한국사회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듦으로써 수많은 진보정치인, 학자, 운동가들이 평생을 걸고 온 몸을 바쳐 노력했지만 실패한 진보의 부활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한 칼에 해결해주고 말았다. 이 점에서 때로는 전두환이 '진보의 불모의 땅'에 진보를 부활시키기 위해 군에 위장취업하여 기회를 노려온 '위장취업 좌파'가 아니었던가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한다.

그렇다.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 중의 하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다. 역사는 결코 특정인이 의도한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우리가 역사를 '주체 없는 과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두환과 같은 극우파시스트도 때로는 의도하지 않게 진보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진보운동도 자신의 의도와 달리 보수의 강화에 한몫을 하기도 한다. 사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면에서 보자면, 노무현대통령은 신자유주의정책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 등 여러 실정을 통해 어느 한나라당 당원보다도 한나라당 집권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면,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마치 2007년 대선에서 노대통령에게 진 빚을 갚아주려는 듯 최고의 '민주통합당 비밀당원'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 ⓒ뉴시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역사의 화두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고승덕 의원 때문이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오 전시장과 고의원은 이대통령과 함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통해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승리하여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큰 기여를 한 일등공신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04년 탄핵정국에서 총선불출마라는 깜짝 카드로 서울시장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든바 있는 오 전시장이 무상급식 논쟁 속에서 또 한번 깜짝 카드로 대선경쟁의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주민투표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그러나 주민투표에서 패배함으로써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오 전시장의 돈키호테식 도박덕분에 서울시장 재선거판이 만들어지면서 안철수 현상이 폭발했고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시장직을 물러나면서 한나라당의 대선구도는 흥행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나라당의 대선구도는 오 전 시장, 김문수경기도지사, 정몽준 의원, 이재오 의원 등 수도권의 거물들이 수도권을 대표하는 경선주자자리를 놓고 일종의 예비경선을 거치고 이들의 승자가 영남권을 지지기반을 하는 박근혜 의원과 다시 경선을 하는 구도로 나가야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그러나 오 전시장이 낙마하면서 이같은 그림은 완전히 깨져 버렸고 사실상 박근혜 독주구도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한나라당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뿌려졌다는 돈봉투를 폭로한 고승덕 의원의 폭로도 마찬가지다. 물론 고의원이 이같은 핵폭탄을 폭로한 동기는 알 수 없다. 구체적으로, 그같은 폭로가 가져올 엄청난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우발적인 폭로였는지, 아니면 일부 언론이 전하듯이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변신하기 위해 계획된 추파였는지, 돈봉투를 돌린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측근이 자신의 지역구를 노리는 데에 대한 자구적인 선제공격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고 의원이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을 이반시켜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승리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폭로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고 의원의 폭로는 의도하지 않게 그러한 방향으로 민심을 몰고 가고 있다.

사실 언론의 보도와 고 의원의 폭로처럼 박희태 국회의장이 금품살포의 장본인이고 돈봉투를 전달한 사람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인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 그 파장은 단순한 민심이반에 따른 정권교체 이상의 충격적인 것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현직 국회의장과 청와대 수석이 사법처리대상이 되게 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아들 김현철 게이트 등으로 임기 말 1년 전에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하고 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임기를 일 년이상 남겨 놓고 심각한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가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이와 정반대의 상황도 상정해 볼 수 있다. 고승덕의원의 폭로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당혁신 작업에 저항하고 있는 친이계과 당내 기득권세력을 무력화시키고 한나라당의 발본적인 혁신에 기여하는 반면에 민주통합당과 민주개혁세력이 자만에 빠져 자기혁신에 게으르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승리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이와 관련, 타이밍에서 다소 생뚱맞기는 하지만 자신이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야권에 몸담았을 시절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발언, 이에 이어진 동아일보 종편인 의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금전 살포 보도, 이에 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금품살포에 대한 익명의 폭로, 그리고 이에 대한 민주당의 미온적인 대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박근혜 의원이 주도한 비대위가 친이계 등의 반발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고의원의 폭로가 터져나와 친이계의 반발이 상당히 동력과 모멘텀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김대중 정권 말기인 2002년 초 만하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이 줄줄이 연루된 '홍삼게이트'등으로 정권재창출이 어려워 보였으나 그 같은 위기의식이 국민경선제의 도입 등 민주당의 발본적인 자기혁신을 촉발시킴으로써 정권재창출을 가능하게 만든바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전시장도 마찬가지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와 시장직 사퇴가 안철수 현상을 가시화시켰고 박근혜대세론에 타격을 가했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진영이 대세론에 머물러 안주하는 것을 막아줬고 안철수 현상을 조기에 가시화시킴으로서 이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줬다. 또 복지에 대한 민심에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줌으로써 한나라당과 박근혜 진영이 민심의 방향으로 좌경화하는데 기여를 해줄 수 있는 바, 이미 비대위가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민주통합당과 민주개혁세력은 잊지 말아야 한다. 오세훈 사태와 고의원의 폭로 등 한나라당의 자중지난에 희희낙락하며 자만에 빠져 자기혁신에 눈을 감아서는 오세훈의 무리수에 따른 서울시장직 획득과 한나라당의 동봉투 사태라는 복덩어리가 오히려 재앙이 되는 '전복위화'사태가 생겨날 수 있다.

오세훈전시장과 고승덕의원이 정권교체의 영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역으로 민주개혁세력을 무장해제시켜 정권교체에 실패하게 만드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인가는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과 같은 구체적인 정치적 주체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정권교체의 영웅인가? 아니면 트로이의 목마인가?



/손호철 서강대 교수

"'현금 뿌리기'로 복지 완성?…비정규직만 늘린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1일자 기사 '"'현금 뿌리기'로 복지 완성?…비정규직만 늘린다!"'를 퍼왔습니다.
[복지 없는 사회복지사·③끝] 정부 직영 복지 확대가 해법

"사회복지사의 급여는 일반 기업의 계약직 급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적금도 붓기 힘들고, 결혼은 더 상상이 안 되는 현실입니다. 지금은 워킹푸어고, 앞으로 이 삶을 지속하면 하우스푸어, 허니문푸어, 베이비푸어가 제 미래네요. 복지국가를 표방하지만 정치인들은 눈 앞의 표를 얻는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가난을 부추기는 정부가 싫을 뿐입니다." 

사회복지사 2년차에 접어든 정혜미(가명) 씨의 말이다. 정 씨는 "월급이 세후 140만 원 정도"라며 "타지에 와서 원룸을 잡고 보증금 2000만 원에 15만 원짜리 월세로 살고 있지만 세금까지 내고 나면 적자"라고 털어놓았다. 그가 다니는 복지시설에서는 지난 1년 사이 7명이 다른 시설로 이직하거나 일을 그만뒀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회복지사의 수는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등록된 사회복지사는 전국에 39만6400여 명이었으나 올해에는 5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학력 워킹푸어가 사회로 '대방출'되는 셈이다.


▲ 지난해 12월5일,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가 개최한 정책워크숍에서 사회복지사들과 인사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현금 지급' 중심 정책이 '복지의 시장화' 낳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곽정숙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2010년 '사회복지사 처우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낮은 처우는 열악한 근로환경, 낮은 임금수준, 잦은 이직경험 등의 현상으로 나타났고, 이는 결국 공공서비스인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직접 연관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이러한 지적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 대책은 '직접 책임'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현금 지급'이나 '단발성 복지 프로젝트'에 치중돼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벌이는 각종 바우처 사업이 대표적이다. 바우처란 일종의 상품권이다. 출산도우미나 장애인 활동보조 등 특정한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에게 정부가 비용을 대는 일종의 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일례로 고용노동부는 청년실업의 대책으로 '내일배움카드'라는 교육쿠폰을 통해 구직 관련 학원비를 지원한다.

그런데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추진하는 '현금 지급 중심'의 복지 트렌드가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더욱 불안정한 노동조건으로 내몰고 있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복지시설은 이용자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재정 안정을 담보할 수 없는 바우처만 갖고 정규직을 고용하지 않는다"며 "바우처·프로젝트 중심의 복지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최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대학 졸업생들이 대부분 계약직으로 취업한다"고 지적했다.

바우처 사업이 복지 서비스를 공공이 아닌 시장에 내맡긴다는 점도 문제다. 신현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저소득층 연료비 지원과 같이 현금으로 주는 공공부조 형태도 물론 필요하다"면서도 "그런데 활동 보조나 노인 요양 사업까지 모두 바우처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복지사업이 민간이나 개인의 수익만 창출하는 구조로 변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예전에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아래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가 마련됐지만, 지금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이용자 한 명당 얼마씩의 수당을 받는 형태로 임금 체계가 개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 서비스가 시장화되면 민간의 이익을 보장해야하기 때문에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이 나빠진다"고 덧붙였다. '현금 지급' 중심의 복지에는 성과도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는 것이다.

"직영 복지시설 늘리고, 사회복지사 대화테이블 마련해야"

이러한 가운데 사회복지사의 처우가 개선되고 이용자가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사회복지시설이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갈 연구원은 "시·군·구는 자신들이 보유한 복지관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대개 민간에 위탁한다"며 "기존에 위탁 체계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거나,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조직국장은 이러한 주장에 동감하면서도 "정부가 위탁한 시설이 아니라 법인이 스스로 세운 시설일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나 지자체도 시설들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을 다 알면서도 지도감독할 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정부마저 (시설의 위법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신 사회복지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대화 테이블을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신 조직국장은 "지금은 시설장이 알아서 운영하고, 지자체는 감독할 사항만 감독하는 상황"이라며 "사회복지 종사자가 시설 운영에 참여해서 시설이 공공적으로 운영되도록 감시하고, 여기에 지자체가 협력할 수 있는 강제적인 참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복지시설이) 사회복지사들의 노동조건이나 처우개선을 정할 때도 노동조합이나 사회복지 종사자와 직접적인 교섭이나 대화를 통한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역 단위의 교섭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사회복지사 인건비 전액을 지자체가 내고 있는 만큼, 지자체도 사회복지사와 교섭해서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을 결정해야 한다"며 "사회복지사업 계획이나 정책에서도 사회복지 종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윤나영 기자 

[사설] MBC 기자들의 쇄신요구, 정당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10일자 사설 '[사설] MBC 기자들의 쇄신요구, 정당하다'를 퍼왔습니다.
문화방송(MBC) 기자들이 보도책임자 불신임 결의와 함께 어제 비상대책위를 구성했고, 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 운동에 나섰다. 그동안 김 사장 등 문화방송 경영진이 인사와 보도 등에서 노골적인 친여 행보를 취해온 데 따른 당연한 반발이다. 한동안 집단행동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오던 기자들이 직접 궐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문화방송 기자들은 편파·불공정 보도로 신뢰도와 시청률이 동반추락한 것을 문제 삼아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벌여 92.3%가 이들의 퇴진을 요구했다.영상기자회도 97.2%의 압도적 비율로 불신임을 결의했다. 기자들이 성명에서 지적했듯이 4·27과 10·26 재보궐선거 편파 및 불공정, 피디수첩 대법원 판결 왜곡, 내곡동 사저 편파 보도, 김문수 경기지사 119 논란 외면 등 잘못된 행태가 한둘이 아니다. “역사의 시계를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렸다고 해야 할 정도의 침묵과 왜곡의 연속이었다”며 “그 결과는 처참했다. 우리 스스로 시청자를 쫓아냈다. 신뢰도와 시청률이 동반추락했다”고 한 기자들의 성명서 내용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실제 지상파 메인뉴스 시청률에서 문화방송이 현 정권 들어 확실한 꼴찌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회사 쪽은 우이독경, 오불관언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기자들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기자회 회장을 아침뉴스 앵커에서 경질하고 인사위에까지 회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문화방송의 신뢰도와 시청률을 떨어뜨린 장본인은 김 사장 등 문화방송 경영진이다. ‘조인트’ 맞으면서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인사를 한다는 혐의는 벗지도 못한 채, 피디수첩 피디들을 징계하고 사회적 발언 연예인들의 출연 금지를 강행한 것도 김 사장이다. 그런 행동들이 쌓여 이 지경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자사렙 추진도 문제가 많다. 노조는 에스비에스가 자사렙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문화방송까지 자사렙 설립 방침을 밝히는 바람에 문제투성이의 미디어렙법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김 사장은 청와대 지시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노조 주장대로 당장 인사쇄신과 함께 자사렙 방침을 철회하고 ‘1공영 1민영’의 원칙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사설] 한-중 FTA, 국내 의견수렴 절차가 먼저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10일자 사설 '[사설] 한-중 FTA, 국내 의견수렴 절차가 먼저다'를 퍼왔습니다.
중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협상 개시에 필요한 국내 절차에 곧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과의 협정 체결 과정에 비춰보면, 정부가 국내외 파급 영향을 엄밀하게 고려하지도 않고 또다시 졸속으로 협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정부가 중국과 협정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교역규모는 유럽연합과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런 중국과 협정을 맺어 교역 장벽을 낮추면 수출에 큰 활력이 된다. 외교안보적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협정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나아가 ‘평화의 번영의 동북아공동체’를 구축하는 발판으로 협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기대효과만큼이나 난관과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또 중국과의 협정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맺은 대외 통상조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 영향이 크다. 특히 중국에 대한 농산품시장 추가개방은 유럽연합, 미국과의 협정만으로도 고사 위기에 놓인 국내 농업의 기반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이는 식량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
중국과의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3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유일한 나라가 된다. 거대 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이명박 정부의 통상전략이다. 동시에 이는 우리 경제와 사회를 대외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도박이기도 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 이후 세계 각국이 대외 변수에 대한 방화벽 구축으로 국민경제의 안정을 추구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이익과 피해를 보는 부문과 계층을 뚜렷하게 갈리게 한다. 즉 부문·계층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게 협정이다. 따라서 상대국과의 협상 개시 이전에 국내 의견수렴과 이해조정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법적인 정비도 되어 있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통상절차법이 그것이다. 대외 통상협상 과정에 국회의 감독과 개입 여지를 넓힌 통상절차법을 이번 한-중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제대로 적용하는 것도 큰 과제다.

[사설]한·중 FTA 서두를 이유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10일자 사설 '[사설]한·중 FTA 서두를 이유 없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그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공식협상 개시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이 사실상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셈이다. 정부는 FTA를 위한 양국의 공동연구가 상당기간 진행돼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중 FTA에 소극적이던 이명박 정부가 임기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협상 개시 쪽으로 방향을 튼 데 대해 관측이 무성하다.

한·중 FTA는 중국이 줄곧 우리 쪽에 협상을 재촉해온 사안이다. 그동안 중국의 관심은 FTA를 통한 경제적 이해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제정치 질서를 둘러싼 대미국 견제에 더 쏠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만큼 한·중 FTA에 얽힌 외교안보적 이해는 복잡하고 크다. 정부가 얼마나 세밀한 전략적 구상 아래 협상 개시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다. 김정일 사후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 확대와 중국의 역할 등을 의식해 FTA를 서두르는 측면이 있다면 자칫 일을 그르칠 공산이 크다. 미국·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첫 국가’라는 허울좋은 실적에 욕심부릴 일도 아니다.

농수축산물과 섬유 등 중소기업형 공산품 분야에 미칠 한·중 FTA의 경제적 파장은 미국·EU와의 FTA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된다. 관세장벽이 사라질 경우 이들 산업의 피해는 가공할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농축산업으로서는 미국·EU와의 FTA에 따른 피해도 가늠하기 힘든 마당에 쓰나미급 충격이 추가되는 셈이다. 우리와 지정학적 여건이 같은 산둥성 경지면적이 한국의 4.4배, 과일·채소 생산량은 9~10배다. 물리적 거리로 볼 때 제주산 농산물이 서울 가락동 시장에 출하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 될 수 있다. 농축수산업의 초토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한·중 FTA를 통한 중국의 내수시장 선점 효과 등은 대부분이 대기업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되고 중소기업·농축수산업 등 취약분야는 기반이 더욱 약화될 것이 뻔하다. 계층 간·산업 간 양극화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 불보듯하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더 심화하는 문제도 있다. 지금도 수출의 4분의 1, 수입의 5분의 1이 중국에 집중돼 중국 경기변화·물가상승 여파가 고스란히 한국에 전가되는 차이나리스크 우려가 점증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경제영토 확장’이니 ‘시장 선점’이니 하는 막연한 ‘FTA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양극화 완화 등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갖추는 데 더 집중해야 할 때다. 한·중 FTA를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되며 추진하더라도 공론화 과정을 충실히 밟아 국민적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그래야 한·미 FTA에서와 같은 국민적 갈등과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졸속·불평등 협상으로 점철된 한·미 FTA를 교훈삼아 통상독주를 견제하는 법적 장치를 갖추는 일은 국회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