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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3일 금요일

[사설]이젠 ‘정치 검찰’ 대신 ‘박근혜 검찰’ 되려 하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2일자 사설 '[사설]이젠 ‘정치 검찰’ 대신 ‘박근혜 검찰’ 되려 하나'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측근 심모씨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심씨에게 총 2억원을 건넸다”는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박모씨 주장이 언론에 보도된 데 이은 것이다. 이후 검찰이 관련 의혹을 내사 중이라는 보도가 뒤따르자 대검찰청은 “한명숙 대표를 겨냥하는 내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던 검찰이 며칠 만에 입장을 바꿨다. 서울중앙지검은 금품을 전달했다는 박씨를 지난 20일 조사한 데 이어, 어제는 심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강제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 “언론에서 보도하고 선관위가 수사의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를 겨냥한 표적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의 말을 믿고 싶지만, 그러기엔 논리가 허약하다. 언론 보도를 수사 착수 배경으로 들다니 어이가 없다.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에 착수한 것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양심고백을 한 지 13일 만이었다. 그 사이 연일 언론이 구체적 정황을 담은 녹취록을 보도했지만 검찰은 미적거렸다. 재수사에 들어간 뒤도 마찬가지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자백’했음에도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씨 사건의 경우 정반대다. 선관위가 수사의뢰한 것은 15일, 수사의뢰서가 중앙지검으로 이송된 것은 16일이다. 나흘 만인 20일 검찰은 박씨를 조사했다. 검찰이 이토록 기민한 조직이었던가.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는 10월에 만료된다. 검찰의 말대로 한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아니라면, 수사를 중단하고 총선 이후 재개하면 된다. 심씨 수사를 계속해야겠다면, 갖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똑같은 강도와 속도로 수사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부동산 의혹 수사에 열을 올리더니 최근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미국 시민권자 경연희씨가 정연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관련 기사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정연씨를 둘러싼 의혹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건평씨는 총선 이후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사건의 ‘휘발성’을 시사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체면 불고하고 야권 흠집내기에 ‘올인’하는 검찰의 모습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검찰은 이제 ‘정치검찰’을 넘어 ‘박근혜 검찰’이 되려 하는가.

2012년 3월 13일 화요일

검찰 출신 인재(?)까지 영입한 민주당, 검찰개혁 가능할까?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3-12일자 기사 '검찰 출신 인재(?)까지 영입한 민주당, 검찰개혁 가능할까?'를 퍼왔습니다.
쌩뚱맞은 신설과제...수사대상은 MB 친인척으로만 한정


ⓒ김철수 기자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월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 검사들, 지지자들과 함께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민주통합당에서는 검찰개혁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주요하게는 정치검찰 개혁을 위한 대검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수사권 분리를 위한 국가수사국 설치, 기소통제를 위한 기소배심제인 이른바 검찰시민위원회 법제화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법무부의 탈검찰화 및 검찰의 대통령실 파견금지 실질화, 검사작성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공적 변호인 제도 도입으로 변호인 조력권 강화 등이다.

지난 1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취임 당선소감으로 검찰총장 및 지검장의 직선제를 검토한다고 밝혔고, 공천과정에서 검찰 출신의 인재(?)들을 영입해 검찰개혁의 적임자임을 내세운 것에 비해서는 매우 미흡한 개혁방안들로 평가된다.

민주통합당은 검찰개혁을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로 가닥 잡았다. 검찰조직에 관한 사항이므로 검찰청법으로 개정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를 일정정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는 정치검찰 논란의 핵심에 있다. 검찰이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꼼수에 밀려 법적 논리에 휘말리고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비처 설치는 그간 시민사회에서도 계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것으로 정치검찰 개혁과 수사권,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권의 분산을 위해서도 시급히 도입되어야 할 핵심과제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이 과제에 따르면 고비처의 수사대상을 대통령과 친인척, 고위공직자 등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 ‘등’에 수사대상에 대한 여지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미 18대 국회 사개특위에서조차 판검사와 국회의원까지 수사대상을 확대키로 합의한 바 있다. 수사대상을 확대하고 더 명확히 밝혀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참여하는 이른바 미국의 FBI를 모델로 했다는 국가수사국의 신설과제는 매우 생뚱맞아 보인다. 이 기관은 제2의 권부가 될 우려마저 높다. 제안된 과제대로라면 고비처의 수사대상 범죄 외에는 모두 이 국가수사국에서 수사를 맡게 된다는 것인데, 권한이나 규모 면에서 대등한 기관이 없어 견제되거나 국민적 통제를 받기 어렵게 된다. 더욱이 이 모델에 따르면 경찰을 업무에 따라 분리한다는 것인데, 현재 자치경찰제로의 전환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지 알기 힘들다.

검찰시민위원회의 법제화는 일종의 기소배심제의 도입으로 기본적으로는 찬성한다. 하지만, 선결 조건이 있다. 즉 검찰의 기소권 분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고비처 설치와 동시에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 수뇌부들은 상징적인 의미로 대검 중수부 폐지를 반대하지만, 검찰조직 전체는 수사권 분리의 문제만큼 고비처 설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소권 분리없는 기소배심의 도입은 현재 검찰이 바라는 바대로 고비처 설치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우려가 높다. 그리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검찰시민위원회는 지역 명망가 중심의 위원 선정으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참여배심제와 같이 일반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소배심제 모델로 도입되어야 하고 주요 경제사범이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 등도 기소배심을 통하도록 해야 한다.


ⓒ새사회연대 ▲신수경 새사회연대 공동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법률구조단을 설치하고 공적변호인을 고용해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인권전담기구로 법률서비스 제공을 담당하는 기관으로는 부적절하다. 국가인권위를 독립기구로 보고 피의자의 공정한 변호인조력권을 염두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변호인을 수사기관 등이 직접 고용 혹은 관리하지 않는다면 이해상충이 일어날 이유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법적 전문성을 갖춘 별도 기구의 신설 등을 검토해야 한다.

앞의 검찰개혁 과제들은 대체적으로 비대한 검찰권의 분산을 통한 견제방안들이다. 그러나 검찰개혁도 국민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사법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대법원장 및 법원장의 선출제 요구와도 연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결국 검찰개혁은 민주적 사법개혁의 핵심일 수 있는 직선제 도입 등으로 가야한다. 이제는 민주 사법을 말해야 할 때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공동대표

2012년 2월 22일 수요일

"박희태 불구속...수고했다 떡찰"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21일 기사 '"박희태 불구속...수고했다 떡찰"'을 퍼왔습니다.
SNS 분노 폭발…"역시 정치검찰, 기대도 안 했다"

검찰이 21일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의장과 김 전 수석은 2008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살포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또 캠프에서 재정·조직 업무를 담당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도 역시 ‘정치 검찰’다운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뭘 새삼스럽게. 만약 구속이면 우리나라 검사가 아니지. 수고했다 떡찰아” “기대도 안 했다. 권력의 개들” “죄 없는 정봉주는 석방하고, 더러운 박희태는 구속하라” “이런건 내 예상이 좀 빗나가길 바랐건만” “짝짝짝. 박수 소리가 아니라 너네 뺨 때리는 소리다”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총선과 대선서 심판받을 겁니다” 등 비난 여론이 거세다.
트위터리안들도 “대놓고 권력 빨아주는 떡검들” “이런 강아지 같은 인간들” “해바라기 검찰이 또한번 국민에게 막장 개그를 보여주는 군요. 웃기는 집단!” 등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파워트위터리안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검찰,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박희태·김효재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살포지시를 받았다는 구체적 증언에도 이 정도면 청와대 눈치를 의식한 봐주기 수사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정치검사’ 단죄…‘정치검찰’ 청산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1일자 기사 '‘정치검사’ 단죄…‘정치검찰’ 청산'을 퍼왔습니다.
[프레스바이플-광장 공동기획] 검찰개혁 (2)

[기획] 검찰개혁의 고삐를 당기자  
검찰개혁은 이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란 세간의 우려가 현실로 굳어질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 공동 기획한 ‘검찰개혁의 과제’를 세 차례로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
검찰개혁의 두 번째 과제는 정치검찰의 청산이다. 검찰의 문제점은 정치검찰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정치검찰의 청산은 정치검사에 대한 엄격한 책임추궁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정치적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수사나 기소과정에서 위법이나 권한 남용을 행사한 검사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두 번이나 무죄를 받은 것은 검사로서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했거나 아니면 철저히 무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이든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모든 개혁과정에서 인적 청산은 피할 수 없다.


▲ 민주통합당 예비경선에서 돈봉투로 의심되는 물건을 건넨 의혹을 받고있는 김경협 민주통합당 부천 원미갑 예비후보가 지난 1일 오전 서초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수사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검찰은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기관이므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한쪽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검찰이 지향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권력이고 기득권 세력이다.
한국에서 검찰은 이미 충분히 정치화되어 있다. 정권과 함께 통치의 주체로서 활동해 왔다. 일제 시대부터 통치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이다. 검찰이 통치의 공동주체였기 때문에 정권으로서는 특별대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유착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 사회에 유해한 ‘정검유착’이다. 의정부 법조비리, 대전 법조 비리,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 비리, 스폰서
검사 비리, 그랜저 검사 비리 등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비리는 특권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특권에 대하여 아무런 견제와 감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즉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검사동일체원칙’
제도적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은 참여정부가 시도한 제도적 개혁을 정착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보장을 위해서는 특히 검찰의 관료제를 완화하여야 한다. 검찰 조직 구성 자체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상사의 명이라면 아무리 위법부당한 것이라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 검사동일체원칙을 추방하여야 한다. 참여정부 개혁과정에서 검사동일체원칙은 수정되었지만 여전히 문화로서 남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가장 큰 목표로 하는 검찰이 검사동일체원칙과 같은 후진적인 문화를 갖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사의 위법부당한 명령에는 당연히 따르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는 일반 공무원보다 못한 문화이다. 나아가 검사 임용의 문을 넓혀 변호사의 경험을 가진 법조인이 검사로 임용되도록 하고 특히 고위직 검사직을 개방하여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서는 정치권력이 통치의 수단으로 검찰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통치의 수단으로 법률과 검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순간 민주주의와 인권친화적인 통치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한국 법치주의의 현실이다.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민주적인 정부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으로 방향이고 원칙이다. 정치검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부분일 뿐이다. 정치검찰의 개혁은 당장 정치검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정치검사는 사건의 수사와 기소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을 받았고 좋은 자리로 영전되었다.
왜냐하면 유무죄와 관련 없이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인과 언론인, 시민을 충분히 겁주고 몰락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혁파되어야 한다. 검사는 자신이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에 대하여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중요한 정치적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것은 검찰이라는 조직측면에서든 국가적인 측면에서든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사건을 정치적으로 왜곡한 경우가 대부분이겠으나 무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조직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사건에서 엄청난 실수를 했음에도 오히려 승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만일 일반 기업이라면 이사에서부터 말단직원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해고의 대상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사건을 정치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는 정치검사는 책임을 질 것이고 정치검찰의 행태도 개혁될 것이다.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정연주 ‘무죄’는 정치검찰 ‘유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3일자 기사 '정연주 ‘무죄’는 정치검찰 ‘유죄’'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언론장악 추악한 음모 , 그들의 ‘더러운 욕정’이 대한민국 망가뜨렸다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 자행했던 정연주 KBS 사장 축출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고 대통령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혀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그들의 추악한 음모가 결국 탄로난 셈이다.
대법원은 12일 정연주 KBS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연주 무죄’는 곧 ‘정치검찰 유죄’이다. 대한민국을 촛불로 뒤덮이게 했던 그 뜨거운 여름, 2008년 그 시간은 결국 이런 결과물을 내놓았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접하고 나니 참담한 기분이다.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다. 당사자의 고초는 물론이고 시민들이 그동안 느꼈을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그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이 한순간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자체로 고통이다.


지난 12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

정연주 KBS 사장 축출작업은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연주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언론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한국 언론계 생태계가 얼마나 황폐화될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국민 신뢰도 1, 2위를 다투던 KBS와 MBC는 지금 국민 손가락질을 받는 방송사로 전락했다. 취재 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낯 뜨거울 정도로 정권 친화적인 방송행태를 보이고, 심지어 방송 뉴스를 그들의 사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정연주 KBS 사장 축출작업은 엉킨 실타래의 시작이다. 정권 입장에서 ‘공영방송’은 그들의 충실한 ‘개’일 뿐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짖으라고 하면 짖고 물으라고 하면 무는 이들이어야 했다. 공영방송이, 그곳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영혼이 망가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거대한 고깃덩어리일 뿐이었다. 집권 기간 동안 더 많은 고기를 차지하려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작업이 필요했다. 언론생태계 파괴, 그 여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언론사 상층부를 장악한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들은 ‘바른 소리’를 내고자 했던 언론인들을 몰아냈다. 한직으로 몰아냈고, 징계 위협을 가했으며, 심지어 해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뉴스의 현장에서 땀을 흘려야 할 ‘노종면’이라는 언론인을, ‘이근행’이라는 언론인을 해직 언론인으로 만들었다. 남아 있는 이들, 특히 언론 상층부를 이루는 이들은 ‘권언유착’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언론계를 망가뜨렸다. 그렇게 그들의 세상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을 것이다.
정연주 KBS 사장 축출 작업의 ‘역사적 심판’은 그들의 세상이 곧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이제 그 실체를 파헤치고 심판해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장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치밀한 ‘복기’를 통해 이유를 알아야 한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근본 원인은 ‘더러운 욕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더러운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대한민국의 영혼을 파괴시킨 그들의 역겨운 손짓, 몸짓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연주 KBS 사장 축출작업은 언론 내부의 정권 하수인들과 ‘정치 검찰’의 합작품이다. 언론생태계 파괴의 대가는 ‘승진’이었는지도 모른다. 언론계 내부에서, 검찰 내부에서 더러운 공범들은 승진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것을 출세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직급은 높아졌는지 모르지만 언론의 영혼을 파괴한 ‘더러운 전리품’일뿐이다. 짧고 짜릿했던 욕망의 시간도 이제 끝나가는 모습이다. 자신의 이익을, 승진을 위해 대한민국을 망가뜨렸던 그들의 행위는 이제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영혼을 범했던, 언론생태계를 무참히 짓밟았던 그들의 더러운 욕망,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알려줘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제 그들이 당할 차례다.

[사설]‘정연주 무죄’는 ‘정치검찰의 유죄’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12일자 사설 '[사설]‘정연주 무죄’는 ‘정치검찰의 유죄’다'를 퍼왔습니다.
한 기업체가 세금 부과에 불만이 있어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이겼다. 항소심 진행 중 법원이 조정을 권고했다. 사장이 권고를 받아들여 소송이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든 현대자동차든 어느 기업에서나 있을 법한 스토리다. 최고경영자의 판단에 따른 경영행위인 까닭이다. KBS에선 사정이 달랐다. 사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항소심 승소가 예상되는데도 재판을 포기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게 이유였다. 

어제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이 났다. 대법원은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556억원만 돌려받고 소송을 취하해 회사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검찰은 ‘상급심 승소 가능성이 높은데도 경영부실 책임을 면하고 사장 직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조정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3심의 일관된 판단대로 그 누구도 재판 확정 전에 그 결과를 확실히 예측할 수는 없다. 심지어 담당 재판부도 판결문을 완성하는 순간까지 다양한 법적 논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고민하지 않는가. 더욱이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기소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조정 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시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선고에 대해 대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렇게 실토했다고 한다. “무리한 기소였던 것 같다. 정 전 사장이 배임죄를 범했다면 조정을 권고한 판사는 배임 교사범이 되는 것 아닌가.” 검찰조차 잘못된 기소였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뒤늦은 고백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 들어 검찰이 보여준 ‘정치검찰’의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다.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정부의 외환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제작진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박대성씨 역시 기소의 근거가 된 법 조항이 위헌 선고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 선고 직후 “법원이 정치검찰의 행태에 엄중한 심판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번 판결은 이명박 정권이 자행해온 정치보복성 표적 수사의 부당성을 고발하고 검찰개혁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정 전 사장을 무리하게 기소하고 사장 직에서 해임하는 데 관련된 인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