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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3일 금요일

[사설]이젠 ‘정치 검찰’ 대신 ‘박근혜 검찰’ 되려 하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2일자 사설 '[사설]이젠 ‘정치 검찰’ 대신 ‘박근혜 검찰’ 되려 하나'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측근 심모씨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심씨에게 총 2억원을 건넸다”는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박모씨 주장이 언론에 보도된 데 이은 것이다. 이후 검찰이 관련 의혹을 내사 중이라는 보도가 뒤따르자 대검찰청은 “한명숙 대표를 겨냥하는 내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던 검찰이 며칠 만에 입장을 바꿨다. 서울중앙지검은 금품을 전달했다는 박씨를 지난 20일 조사한 데 이어, 어제는 심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강제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 “언론에서 보도하고 선관위가 수사의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를 겨냥한 표적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의 말을 믿고 싶지만, 그러기엔 논리가 허약하다. 언론 보도를 수사 착수 배경으로 들다니 어이가 없다.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에 착수한 것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양심고백을 한 지 13일 만이었다. 그 사이 연일 언론이 구체적 정황을 담은 녹취록을 보도했지만 검찰은 미적거렸다. 재수사에 들어간 뒤도 마찬가지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자백’했음에도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씨 사건의 경우 정반대다. 선관위가 수사의뢰한 것은 15일, 수사의뢰서가 중앙지검으로 이송된 것은 16일이다. 나흘 만인 20일 검찰은 박씨를 조사했다. 검찰이 이토록 기민한 조직이었던가.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는 10월에 만료된다. 검찰의 말대로 한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아니라면, 수사를 중단하고 총선 이후 재개하면 된다. 심씨 수사를 계속해야겠다면, 갖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똑같은 강도와 속도로 수사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부동산 의혹 수사에 열을 올리더니 최근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미국 시민권자 경연희씨가 정연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관련 기사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정연씨를 둘러싼 의혹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건평씨는 총선 이후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사건의 ‘휘발성’을 시사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체면 불고하고 야권 흠집내기에 ‘올인’하는 검찰의 모습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검찰은 이제 ‘정치검찰’을 넘어 ‘박근혜 검찰’이 되려 하는가.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방통대군'님, '만사형통'의 길을 따르시지요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3일자 기사 '[기자수첩] 그들은 왜 '싱가포르'를 가나?'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그들은 왜 '싱가포르'를 가나?


▲ 최시중 방통위원장ⓒ연합뉴스
‘방통대군’과 ‘만사형통’이라고 했다.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말이다. ‘대통령의 멘토’라는 고상한 표현도 있지만, 약하디 약하다. 이 정권에서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위원장의 위세를 설명하는데 ‘멘토’란 단어는 격이 맞지 않는다.
차라리 ‘상왕’과 ‘전천후 요격기’라면 모르겠다. 이상득 의원의 위상은 문자 그대로 왕 위의 왕이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권을 영일만 정권이라고 하겠는가. 최시중 위원장은 스스로의 역할을 “대통령이 어려울 때 전천후 요격기처럼 긴급 투입되는 것”(2008.02.01 조선일보 인터뷰中) 이라고 규정한바 있다. 실제, 그렇게 했다.     
‘상왕’은 이미 용퇴를 당했다. 주목할 점은 능동적 선택이 아니라 상황에 떠밀려 피동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단 점이다. 의원실의 보좌진 7명 가운데 5명이 이국철 SLS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돈을 세탁하는데 가담했단 사실이 밝혀져 어쩔 수 없었다. ‘상왕’은 불출마 형식의 용퇴를 선언하며, 더 이상의 책임은 묻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데 그렇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검찰은 이상득 의원의 메시지를 충실히 받잡을지 모른다. 하지만 행여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온다면,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도 된다면 이상득 의원은 반드시 청문회에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이상득 의원실을 ‘도둑놈 소굴’이라고 부른다. 굳이, 야권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이상득 의원실의 수상한 점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은 아직까지는 한 마디로 버티고 있다. 자신은 몰랐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비리란 얘기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상득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결혼식 축의금은 혼주의 것이 아니라 접수받은 사람의 것이냐고 맞서고 있다. 이상득 의원이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돈을 받은 보좌관은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에 있던 시절부터 알고 모신 보좌관이다. 계좌의 돈을 관리한 여직원 역시 코오롱 출신으로 21년째 이상득 의원의 비서를 지내고 있다. 사회에선 일반적으로 이런 관계를 ‘자식 같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비리 혐의가 폭로됐다. 아직은 ‘설’, 구체적 사실보다 정황에 가깝다. 한국일보가 단독 보도한 의혹의 개요는 그러나 간단하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김학인 이사장이 EBS 이사가 되기 위해 최시중 위원장 측에 억대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다. 최시중 위원장 측으로 표현되고 있는 인사는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을 말한다.
정 전 정책보좌역은 기묘한 인물이다. 방통위 직원들은 그를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이라고 부른다.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이 한섬기획이라는 정치 컨설팅 회사를 하던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라는 칭호를 달고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를 지내며 이 정권과 관계를 시작했다. 한국갤럽 사장을 지낸 최시중 위원장의 천거였다고 알려지는데, 얼마나 사이가 각별했는지 지난 2008년 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에 취임할 때 보직에 없던 자리를 신설해 데려왔을 정도다. 이후 ‘최 위원장의 복심’이라고 불리며 방통위의 최고 실세이자 막후 조정자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지난 해 10월 갑작스레 사표를 제출하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김학인 씨를 EBS이사에 선임했을 뿐, 금품 수수는 전혀 없었단 얘기다. 그러나 금품 수수는 전혀 없다는 방통위는 “정 모 정책보좌역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닮아 있다. 선긋기, 꼬리 자르기, 발 빼기다. ‘상왕’ 이상득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설령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들 자신은 몰랐고 상관없단 얘기다. 하지만 김학인 씨는 EBS이사가 됐고, 만약 이 과정에서 돈이 건네졌다면 이게 누굴 향했던 것인지 자명한 일이다. 공식적으론 4급 연구 인력에 해당하는 직위를 가진 정 전 보좌관이 EBS 이사 선임을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상식적 판단에 맡긴다.
돈을 건넸다고 하는 사람의 혐의가 명백하다고 해도 검찰이 정용욱 씨를 부를지는 미지수다. 이번 정권에서 밝혀지지 않는다 해도 이상득 의원과 마찬가지로 최시중 위원장 역시 다음 국회에서 청문회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다.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는 각종 특혜와 꼼수 그리고 반칙이 난무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당장에 최시중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남는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상왕’은 용퇴를 당했는데, ‘전천후 요격기’는 격침을 당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부 이후 완벽하게 닮은 길을 걸고 있는 그들이라면,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닮은 점이 있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가 얼마 전 싱가포르로 이민을 갔다. 공교롭게도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며 방통위를 주물렀던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도 싱가포르에 있다고 한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조세회피지역’으로 국세청과 검찰청의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이 시형씨가 다니고 있고, MB 실소유주 논란이 여전한 ‘다스’ 역시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한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냥 다 우연일까? 그렇다면 우연에 우연이 겹쳐지고 있다. 그것도 임기 말 매우 공교로운 시기에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다.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사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터’ 의혹의 몸통이었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0일자 사설 '[사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터’ 의혹의 몸통이었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저 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곡동 터 결정 과정과 구입자금 출처 등에 대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김 전 처장의 증언 내용은 이 대통령이 내곡동 터 구매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와 여권의 그동안 해명과는 차이가 많다. 김 전 처장은 이 대통령이 경호처에서 후보지로 검토한 12곳 가운데 내곡동을 추천받은 뒤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사저 터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매입자금으로 이 대통령 자신의 ‘개인 돈’을 사용했고, 아들 시형씨 명의로 구입하자는 경호처 의견도 받아들여 시형씨를 구매자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의 설명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내곡동 터 매입의 전 과정을 주도한 직접 당사자가 된다. 한마디로 내곡동 터 의혹의 ‘몸통’인 셈이다. 김 전 처장이 “(이 대통령이) 평생 사실 집이고개인 돈을 투자한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시형씨 이름으로 내곡동 터를 구입한 행위가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임을 사실상 확인시켜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명확한 설명은커녕 어벌쩡하면서 국민의 관심이 사그라들기만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처장의 증언을 두고도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그저 얼버무릴 뿐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한 데서 조금도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내곡동 터 의혹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의혹의 몸통으로 부각됐고, 그동안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에 대한 국민적 배신감은 한층 커졌다. 민주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국정조사 추진 등을 천명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임기 후 형사소추 대상이라며 이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마쳤다고 벼르고 있다. 청와대는 더 숨길 것도, 숨을 곳도 없다. 이 대통령이 직접 구매 과정을 소상히 밝힌 뒤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기회마저 붙잡지 못한다면 이 대통령의 도덕성은 그야말로 벼랑 아래 바닥에 처박힐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