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중국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중국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한반도 운명, 앞으로 열흘에 달렸다


이글은 시사인 2012-02-13일자 기사 '한반도 운명, 앞으로 열흘에 달렸다'를 퍼왔습니다.
도 한반도 운명, 앞으로 열흘에 달렸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의 강경책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만 키워주는 등 내용적으로 파탄 났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면 바로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 2월 이후에는 한·미 군사훈련과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해빙인가, 아니면 이대로 끝낼 것인가. 이명박 정부 4년간 밑바닥을 헤매온 남북관계 운명을 판가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 1년 역시 이 상태로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 다음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도 관계를 복원’할 것인지 늦어도 2월이 가기 전에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2월을 넘기면, 물리적으로 어렵다. 큰 산이 두 개나 버티고 있다. 그 하나가 2월27일~3월9일로 잡힌 키리졸브 훈련과 3월 말 예정된 한·미 양국 해병대의 쌍룡훈련이다. 연례행사처럼 열려온 키리졸브 훈련은 그렇다 쳐도, 1989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이후 23년 만에 부활한 한·미 해병대의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다. 북한은 벌써부터 북침전쟁 연습계획이라 맹비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uter=Newsis 1월12일 김정은 북한 최고사령관(맨 오른쪽)이 평양 민속공원을 방문했다. 북한은 4월부터 경제개발에 몰두할 계획이다.

4월로 넘어가면 총선이 기다린다. 올해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 사회의 세력관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그 이전에 남북관계의 디딤돌을 놓는 데 실패하면 모든 게 이 정권의 손을 떠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내 약 70%에 이르는 강경파들이 총선 결과를 보며 전략적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북관계를 다음 정권으로 미룬다는 뜻이다.

남북의 강경파는 서로 닮았다. 한쪽의 강경정책이 다른 쪽의 강경 대응을 불러온다. 지난 4년의 ‘강(强) 대 강(强)’의 대립은 이제 내용이나 명분 측면에서 파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많다. 더 이상 이를 지속하는 것은 허세에 불과할 뿐,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정권 초부터 대북 정책을 주도해온 남쪽의 강경파들은 북한 비핵화를 명분으로 모든 대북 지원과 경협을 끊어왔다. 남북의 첫 충돌로 기록될 사건이 바로 2008년 3월20일로 예정됐던 안변조선단지 실사단 파견 문제였다. 지난 10·4 합의 당시 대표적인 남북경협 사업이기도 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안변 조선단지 건설 예정지를 실사하기 위해 분단 이후 최초로 50여 명의 실사단이 동해 직항로를 따라 북한을 방문해 안변 앞바다를 시추하고 기후·풍향·암반 등 입지 조건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통일부 해체를 거론하는 분위기에서 입도 뻥긋하기 어려웠다. 

경협 중단이 북한 경제 자생력 키워

그러자 북한은 3월14일경 실사단을 안 보내면 남북관계가 파탄에 처할 것임을 경고했고, 3월26일 새벽개성공단의 남측 관리요원을 모두 추방해버렸다.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기업인 출신에다 건설·토목 전문가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를 통 크게 할 것이라고 보고해온 북한 내 대화파 28명이 모두 숙청당해버려 초장부터 강 대 강 대결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뒤에도 대화의 실마리를 이어가고자 하는 남북 간 대화 시도는 있어왔다. 2009년 10월 임태희 장관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사이의 싱가포르 회동, 뒤이은 11월 개성에서 있었던 통일부·국정원과 북측의 비밀회동, 그리고 지난해 1월 김숙 국정원 차장의 평양 방문과 5월9일 중국에서의 남북 비밀 접촉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네 번의 비밀 접촉 모두 합의하고 돌아서면 강온파 다툼과 언론 플레이, 이명박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태도 등으로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현인택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류우익 장관이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 채널을 열어가려 할 때도 정권 주변의 강경파들의 견제로 곤욕을 겪었고, 이 대통령에게 “전권을 주든지 아니면 그만두든지 하겠다”라고 최후통첩을 하고 난 뒤에야 겨우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전담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한다. 그러나 여전히 견제의 손길은 만만치 않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김정은이 권좌에 오르면서 국내외 실질적인 사업은 장성택을 비롯한 7인 집단지도체제의 협의하에 처리되는 구조이나, 김정은을 보좌하는 군과 보위부의 견제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대남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뉴시스 1월9일 류우익 통일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남북 경협기업 대표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4년간 지속돼온 양측의 강 대 강 대립이 이제 내용적으로 파탄 났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 내 강경파들은 ‘대북 지원을 끊으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해왔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측에 호의적이었던 북한 민심이 적대적으로 돌아선 마당에 통일 운운하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말로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이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는 것인지 정책적으로 전혀 입증된 바가 없다. 

북한에 대한 쌀·비료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자금, 그리고 대북 경협을 중단했지만 약화된 것은 남쪽의 대북 영향력과 북한의 대남 의존성일 뿐이고, 오히려 중국의 대북 영향력만 키워주는 바보 같은 짓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이제 보편화돼 있다. 

또한 북한 체제의 자생성이 강화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요즘 강성국가 진입의 상징으로 연일 강조하는  ‘함남의 불길’ 핵심 사업이 흥남 비료공장의 현대화이다. 그 내용은 바로 남쪽에 그동안 의존해온 쌀, 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흥남 비료공장의 비료 생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시점이 이명박 정부 들어 쌀 비료 지원이 중단되면서부터였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앞으로 ‘더 이상 남쪽에 손을 벌리지 않을 정도로 식량 생산을 늘리는 것’이 결국 이 사업의 목표인 셈이다. 

30만kW에 이르는 희천 수력발전소 건설이나 평양의 화력발전소 개보수, 그리고 중국으로부터의 화력발전소 지원 등으로 이루어지는 전력 확충 사업과 평양의 10만 호 건설 계획 등도 우여곡절은 겪었으나 완공 단계에 진입하는 등 의식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상당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경파들 주장대로 압박을 통해 북한 경제가 악화되기는커녕, 자동차와 휴대전화 판매량 급증에서도 드러나듯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많다. 결국 이들의 대북 인식이 순 엉터리였을 뿐 아니라 우리의 손발만 자해한 수준의 정책에 불과했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강경파들의 태도 역시 감정적으로 후련할지 모르나 무모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아무것도 안 해버리면 내년 새 정권 들어 장관 임명하고 청문회 거치는 기간 등을 합쳐 최소한 1년6개월에서 2년간은 공백이 계속 이어진다는 소리다. 올해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을 계기로 강성국가 진입을 선언한 직후부터 경제개발에 몰두하려는 북한의 내부 계획과 상충이 벌어진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부터 올해 4월을 계기로 경제개발을 위한 지역 특화전략에 돌입할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한다. 나진·선봉·신의주는 주로 중국과 손을 잡고 물류 및 원유 정제 사업, 그리고 경공업 단지 등에 치중하고, 김책의 제철사업과 원산·청진의 조선사업, 그리고 남포의 전자단지 육성 등 주로 중화학공업 분야 발전에 치중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남한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에는 3년간 문을 닫아걸어도 괜찮았지만, 이제는 경제 규모가 커져서 불가능하다. 중화학공업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해외파들이나 경제 담당자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지금이라도 남북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당장에라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업은 얼마든지 있다. 자원 개발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으나 정권 끝날 때까지 사기만 당해왔지 제대로 된 실적은 하나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북한대로 6·15 선언에서 북한 자원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해 이용한다고 명시해놓고 있어서 그 자체로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사업인 셈이다. 더구나 지금 판로가 중국으로만 좁혀져 있다보니 중국이 이를  헐값으로 후려쳐도 달리 방법이 없다. 앞으로 자원 수출을 다각화하려면 도로와 항만 등의 개발이 필수적인데, 남쪽 협력 없이는 어렵다.  

사실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한 5·24 조치는 이미 수명이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진실 규명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해도 천안함의 해법은 공론화만 안 되었지 그동안의 비밀 접촉에서 다 나왔다. 최소한 5·24 이전에 추진했던 경협 사업이라도 지금 당장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류우익 장관에 대한 북한의 의구심이 바로 인도적 지원만 하면서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경협 사업에 대한 해금 조치는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북한에 투자한 기업인들의 현지 실태 조사 방문은 하루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대화채널 구축 시급


ⓒ뉴시스 지난해 열린 키리졸브 훈련. 올해도 2월 말부터 두 차례 한·미 합동훈련이 예정돼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6·15 공동선언과 연관된 식량 및 비료 지원, 그리고 10·4 선언에서 언급된 대북 협력 사업에서도 일정한 성의 표시를 못할 이유가 없다. 북측은 쌀·비료 지원에 대해 당장 남측의 성의가 느껴지는 상징적 수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4 합의에 대해서도 앞에서 언급된 안변 조선단지나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에 대한 실사단 파견 등의 조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함께 등장한 것이 조문 문제이다. 과거 북한이 현충원을 참배하고,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에 조문했던 전례를 참고하면 어렵지 않은 문제이다. 

올해 안에 뭔가를 할 생각이라면 당장 서둘러야 한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2월호 기고문에서 지적한 대로 늦어도 키리졸브 훈련이 열리는 2월 말 전에 남북 간 대화 채널이 구축되어야 한다. 3월 한·미 군사훈련으로 불필요하게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 관계 복원의 징검다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간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 생일인 2월16일에서 키리졸브가 시작되는 2월27일까지는 약 10일간이다. 그 기간에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명운이 달려 있다.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먹튀' 정부, 임기말에 수십조 무기구매라니!"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30일자 기사 '"'먹튀' 정부, 임기말에 수십조 무기구매라니!"'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김종대 편집장 "껍데기만 남은 한미동맹 재검토해야"

미국 국방예산은 2013년도에 전년 대비 9% 감소된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2013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6130억 달러로 책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병력 감축도 이뤄진다. 미 육군은 2017년까지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해병대는 20만2000명에서 18만2000명으로 줄어든다.

이 소식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며 다음 달부터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들이 자칫 긴장 고조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27일부터 '키 리졸브' 훈련이, 3월 1일부터 두 달 간 야외 전술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이, 또 3월 중 해병대 상륙 훈련인 '쌍룡훈련'이 계획돼 있다.

패네타 장관은 예산·병력 감축에도 한반도나 중동에 '상당한' 규모의 지상군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월러드 미 태평양사령관도 27일 "새로운 국방전략으로 인해 주한미군 운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을 믿고 안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미국의 '립 서비스'만 믿고 가만히 손 놓고 있었다가는 2012년 각국의 정권 교체 이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만 미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대 편집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도 튼튼해졌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서부터 이미 삐걱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맹 약화의 시발점은 미국의 국력 약화다.

김 편집장은 26일 진행된 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 며칠 후 한반도에 또 한차례의 전화(戰禍)를 불러올 뻔 했던 한국군 지도부의 무능과 보수세력의 한미동맹 맹신주의를 질타하며, 현실을 바로 인지해야 하며 한미동맹 전면 재검토 등 근원적 성찰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 편집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프레시안(곽재훈)

"증원전력 69만? '옛날'에 유명무실화된 작전계획"

프레시안 : 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 개의 전쟁'을 포기한 새 국방전략을 발표한 이후 한반도 안보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군 증원전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언론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김종대 : 작전계획(작계) 5027에 따라 미군 69만 명이 한반도에 파견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안보 공약이자 '강한 한미동맹'의 지표였다. 그러나 증원 전력 규모가 69만 명이라는 계획은 이미 지난 21세기 초에 현실성을 상실했고, 적은 병력을 가정한 새로운 '우발계획'(contingency plan)으로 전환돼 있다. 또 2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증원 규모나 주한미군 병력 수로만 동맹을 논한다면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의미도 없다.

69만 증원 계획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증원 규모가 한미동맹을 평가하는 지표가 됐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해 재검토를 하려고 하니, 국방부에서 전시지원 규모를 들이대면서 말리고 나섰는데 이 역시 잘못된 설명이었다.

사실 '69만 증원군'은 자기최면에 빠진 보수주의자들의 신화에 불과하다. 유사시에 미군이 해외에 69만 명의 증원군을 보내준다는 말은 '립서비스'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른바 '시차별 부대 전개 목록'(TPFDD)이다. 이는 작계 5027에 따라 미군의 어떤 부대가 어떤 시기에 한국에 순차적으로 전개될지를 담은 목록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 내용을 알아야 할게 아닌가. 하지만 한국군은 이 내용에 접근할 수 없게 돼있다.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의도대로 계획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69만이란 규모는 냉전의 최절정기였던 레이건 행정부 때 나온 수치다. 당시 미군 전체 규모가 240만일 때다. 지금은? 140만이다. 해외 파견 미군들도 본토로 많이 복귀시켰다. 이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안보전략이 본토 방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속화됐다. 이처럼 20여년 동안 미군은 체질과 속성을 다 바꿨다.

프레시안 :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방전략 발표 이전에 이미 이같은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인가?

김종대 : 그렇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때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화돼서 작계 5027을 평가절하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2002년 리언 라포트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남신 합참의장을 찾아와서, (5027이 아닌) 5026같은 별도의 작전계획을 통해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 했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우리 측에게 통보했다. 흔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를 표방하니까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군사지원을 줄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 참여정부 출범 훨씬 이전에 미국이 전략개념을 바꾸고 변혁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노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표방한 것이다. 미군이 피를 흘리기 싫다는데 국방을 해도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 자주국방이고 전시작전권 전환이었다.

미국이 2차 대전 때 유럽에서 연합군사령군을 맡은 이유가 뭔가? 압도적으로 많은 물자와 병력을 미국이 담당했기 때문 아닌가? 지금까지는 미군이 유사시 압도적인 지원을 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연합사령관을 미군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미국이 그런 지원을 못 한다고 하면 우리가 국방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연기하고 동맹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과거에 끊어진 미국의 지원을 다시 복원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고강도 전력을 투입하는 대신 10~20만 정도의 소수 병력을 가지고도 한반도에서 공세적 작전을 할 수 있다는 개념계획 5029나 작계 5026, 5028, 5030과 같은 별도의 '우발계획'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미군의 한반도 전략 중심은 그리 옮겨갔다. 5027을 없애지 못한 건 한미 간의 전통적인 신뢰 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사령부를 유지하고 5027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수준에서 정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작계 5027도 여전히 유효한 계획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가?

김종대 : 매년 유지하면서 형식적으로 연습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2년 이후 우발계획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미국은 북한이 탱크를 몰고 부산까지 쳐들어와서 몇 달씩 끄는 그런 전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미 2006년에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가 검토를 마친 사항이고 미 합참에도 보고된 내용이다. 지금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수정예로 이뤄진 신속대응군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장에 투사(projection)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세력은 한미동맹을 신성불가침하면서 과거의 '전통'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혹세무민해왔다. 그러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방전략으로 미국의 변화 실체가 드러나니까 마치 감전된 듯한 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은 또 침묵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하지만 한국군의 입장에 따르면 다음달 있을 '키 리졸브' 훈련은 작계 5027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대 : 과거 한국은 미국이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얘기하니 개념계획 5029를 중시한다는 계획을 덥석 받아갔다. 키 리졸브 훈련 같은 데서 오히려 5029를 연습하는 것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5029는 아직 작전계획으로까지는 구체화되지 않았고 개념계획과 작전계획의 중간 정도 상태다.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이게 한국에 족쇄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5027보다 5029를 앞세우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 정치적으로 써먹었던 것인데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급변사태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5029를 연습한다면 현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이게 굳어지면 정권이 바뀐다 해도 훈련 내용 등을 바꾸기 어렵다. 미국에 말려들어 남북관계 조정이 어려워지게 된 부분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덥석 받아들인 게 또 있는데,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미국-일본 간 외교안보 관련 회동이 있으면 마치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한미일 동맹을 꼭 언급하고 있고 미일 회담 후 발표에까지 넣었다.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저렇게 자신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일까. 매우 이상한 일이다.

한국 정부가 사전에 양해해 줬거나 공감해주지 않았다면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한국 정부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적 검토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는 심증이 가는 부분이다.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확장한 결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다.

"한미동맹, 껍데기만 남았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들어 겉으로는 강화된 것 같은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는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인가?

김종대 : 지원받던 것들이 다 끊어졌다. 가장 큰 것은 정보지원이다. 이라크·아프간 전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 국방부의 한반도 정보 분석가들이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겨 한반도 정보를 분석하는 인력 체계가 붕괴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니 첩보가 수집돼도 분석할 사람이 없다. 미국이 제공하던 정보 지원이 약화된 것은 중동에서의 전쟁이 한미동맹에 미친 가장 치명적 영향이다.

한반도 동향을 감시할 정보자산도 없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무인정찰기를 달라고 해도 지원이 없고 그나마 있던 U-2 고공정찰기도 철수시킨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미 군사 당국 간 정보 분야 공조에서 눈에 띄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부대도 이라크로 가 버렸다. 전 세계 미군 사령부 중에 4성 장군 휘하에 아파치 전력이 없는 군대는 주한미군밖에 없다. 포병도 단계적으로 철수해서 이미 북한과의 대(對)포병전은 미군이 아닌 한국군 임무가 돼있다. 쓸만한 전력이 없다.

운영도 빈사상태다. 미군들이 출장비가 없어서 출장을 못 다닌다. 미군부대에서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도 절반 수준으로 줄여서 지금 동두천에서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지 않나. 이런 문제 때문에 주한미군사령관이 긴급 회의를 개최한 적도 여러 번이다.

동맹의 기초체력이 약화되는 지표가 모두 나타난 것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이 '범세계적 가치동맹'이라고 하면서 한미동맹의 힘이 지구로, 우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서 강화됐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이게 뭔지 모른다. 한미동맹이 한국 영토방위를 위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반도 방위하기도 바쁜데 갑자기 아무 것도 아닌 말들만 나온다.

프레시안 : 그래도 기존에 없던 합의체나 안보 관련 협정들도 새로 맺어진 부분도 있는데.

김종대 :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지표라고 했던 것 중에 또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 2010년 만든 '확장억제위원회'(EDPC)가 있다. 이게 국민들에게는 핵부터 재래식 전력까지 미국이 모든 전력 지원을 다 해줄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위원회는 지원 전력 목록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개념 연구'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곽재훈)
원래 없는 '확장억제'라는 개념을 연구하려니까 내용도 없다. 확장억제라는 게 뭔가? 핵우산은 원래 있는 거다. '확장'됐다고 해서 배치된 핵탄두 수를 늘리거나, 유사시 핵무기를 쏘는 결심을 빨리 하는시스템을 만든다거나 이런 게 전혀 아니다.

그나마 한미 양국군 장교들 사이에 제일 많이 토론되고 있는 건 미사일방어체계(MD)인데 북한 미사일 방어를 주한·주일미군의 지휘체계 하에서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거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내딛는 순간 기초 비용만 11조 원을 빨아들이는 '돈 먹는 블랙홀'로 빠진다. 게다가 MD 참여는 중국을 자극하게 된다.

주한미군이 가족을 데려와 3년 정도 장기 주둔하게 한다는 계획도 한미동맹이 강화된 지표로 이명박 정부에서 선전한 것인데 패네타 장관이 취임하면서 관련 예산을 다 잘라버렸다. 아마 앞으로는 이 얘기가 다시 안 나올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200년만에 돈 꿔서 전쟁할판"

프레시안 : 한반도를 포함해 미군의 해외 전략이 변화한 근본 원인은 어디 있을까?

김종대 : 현재 미국은 독립전쟁 이후 20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에서 돈을 꿔서 전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이 발행한 9조 달러의 채권 가운데 반을 외국이 샀고 가장 많이 산 나라가 중국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사실 중국을 겨냥한 것인데 중국에서 빚을 내서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미국 내에서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특별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향후 10년 간 60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런 규모의 감축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지상군을 대폭 줄여야 하며 한국과 독일 등 해외파병 미군의 규모를 재검토하고 무기획득 계획도 구입 시기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육해공군 전력을 골고루 감축시키는 선에서 버텨왔지만 6000억 달러 감축이 일어나면 아예 어느 한 분야를 버리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 방산업체들이 고사 상태에 들어간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방산기업인 보잉이나 록히드 등은 대규모 조립 라인을 통해 막대한 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민 기업'이다. 그러나 미 국방비가 줄어들어 (생산)물량이 감소하면 조립 라인을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보잉이나 록히드는 수천에서 수만 명의 직원 을 감원했다.

미국의 방산업체는 막대한 세수, 국채발행 능력과 함께 미국의 2차대전 승전 요인 세 가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모두 무너지고 있다. 한미동맹의 기초체력이 이렇게 약화된 적이 없다. 보수세력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자주·반미를 표방해 한미동맹이 약화됐다고 하는데 정작 동맹의 기초체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속도로 약해졌다.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승격시킨 MB, 코 꿰인 셈"

프레시안 : 한미동맹의 기초체력이란 결국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미국의 국력일 텐데, 이같은 미국 국력의 약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종대 : 미국 국력의 핵심 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패네타 장관은 당시 SCM에서 전체 회의 2시간 반 중 1시간 반 동안 한국 국방비 증액 문제만 얘기했다. 미국이 국방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증액해 지역에서의 역할을 수행해달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범세계적 가치동맹'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동맹 미래비전'의 내용 : 편집자) 지역적 차원의 동맹이 세계적 차원으로 된 것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달 초 김 편집장은 패네타 장관의 요구가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으로 잘못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핵심은 그게 아니라 국방비 증액이라는 것인가?

김종대 : 미국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인 한국 국방비를 70% 가까이 늘려 GDP 대비 4%까지는 올리라는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이런 큰 흐름에 비한다면 오히려 작은 문제고 2013년에 재협상하게 돼있으니 아직 때도 안 됐다.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압박은 크게 3가지다. 첫째가 국방비 증액, 둘째가 평택 미군기지이전사업, 셋째가 방위비분담금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를 높이 평가할 부분도 있다. 동맹 원칙 등은 다 합의해 주면서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드는 돈 같은 건 깐깐하게 안 쓰고 버티면서 약게 빠져나온 측면도 있다. 이런 부분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버틸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대통령마저도 정권 말기에 14조 원이 드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지 않나. 이는 미국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미국 방산업체의 조립라인을 유지하는데 한국의 무기 구매는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해 주는 나라가 한국밖에 더 있나.

"F-X 사업, 올해 안에 선정 완료하긴 힘들 것"

프레시안 : 얘기가 나온 김에 무기도입 사업 얘기를 좀 해 보자.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F-X)와 대형공격헬기(AH-X),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 모두 연내에 기종 선정을 마친다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김종대 : 사실 그 부분은 작년 10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급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국방부는 제쳐 놓고 기획재정부 예산관리실장을 직접 불러 대통령이 충분한 예산을 갖고 미국에 갈 수 있도록 조정했다. 그리고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비서관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여름에 차례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 정권에 전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돈 지출되는 시기는 다음 정권이니 자기들은 올해 10월에 서명하고 나가겠다는 거다. 이 경제위기에, 그것도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반도 환경에 맞지도 않는 무기를 10조, 20조를 들여 사겠다니 이런 우매한 짓이 어디 있나.

프레시안 : 한반도 상황에 맞지 않는 무기라면?

김종대 : 지금 도입하려 하고 있는 것은 세계 최고 성능의 무기다.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는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한 한국군의 방위 범위를 완전히 넘어서서 중국의 상당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다. 이는 종심(從心)이 짧은 특성을 가진 한반도 전장에는 성능이 과한 무기다.

F-35 전투기도 5세대 전투기라고 하지만, 5세대라는 개념 자체가 무기 팔아먹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구다. 또 굳이 스텔스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소수 전투기를 적진 깊숙이 은밀히 침투시켜서 주석궁을 폭파한다는 식의 작전은 성공 가능성도 낮고 허무맹랑하다. 그보다는 기존의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정도를 결합해서 잘 운영하면 4세대 전투 정도의 개념으로 싸울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말로 10월에 계약이 성사된다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인데.

김종대 :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어 어려울 것이다. 전투기 시험평가를 어떻게 한 달 만에 하나. 수천 페이지짜리 제안서를 내면 그걸 읽어보고 평가하는 데만 몇 개월 걸린다. 거기에 기종 평가하는 데만도 몇 개월, 또 몇 달 걸려서 가격 협상해야지 기술이전 협상해야지 그러다 보면 통상 2~3년 정도는 소요된다.

그런데 작년에 예산 배정해서 아직 제안서도 안 나왔다. 10월 말에 계약서에 서명한다는 건 뭔가 변칙 또는 날림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먹튀', 즉 사인하고 튀겠다는 거다. 이렇게 몇 달 안에 무기도입 계약을 맺는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이다. 기존 절차 무시하고 섣불리 서명했다가 나중에 청문회라도 열리면 어쩔 건가.

게다가 F-X 사업에서 유력한 기종으로 알려진 F-35는 아직 개발도 안 끝난 무기다. 개발 실패하면 계약금은 어찌 회수하나? 또 어찌 개발은 됐다 쳐도 2016년부터 도입한다는 계획도 말이 안 된다. 미 공군에도 아직 도입이 안 된 기종이다.

프레시안 : 선정 과정이나 진행 절차에서 시민사회나 언론의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김종대 : 그건 당연하지만 사실 그냥 놔둬도 10월 안에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정권자가) 워낙 밀어붙이는 걸 좋아하니 박박 우기고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는 전문위원 보고서가 나왔다. 육군에서 도입한다는 아파치 헬기도 미국이 대만에 900억 달러, UAE에 1000억 달러에 판 걸 우리는 400억에 들여온다는 얘긴데 어디 한 번 해 보라고 해라. (웃음)

이런 안 될 얘기를 하면서 10월까지 굳이 도장을 찍겠다는데 전후 사정을 알아보긴 한 건지 모르겠다. 공군 비행기들이 노후했으니 굳이 필요하다면 새 비행기를 사오자는 것은 개인적으로 찬성이지만, 군을 위해서라도 합리적 절차를 준수하는 게 필요하다. 다음 대통령이 충분히 검토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끌고 가겠다는 건 한미동맹을 정치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밖에 안 된다. 무리수를 둔다면 정권 최후의 패착이 될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쏴라' 지시에 전쟁 날 뻔"

프레시안 : 미국의 국력 쇠퇴로 한미동맹이 내용적으로는 약화된다는 지적인데, 한국에 대안이 있을까?

김종대 : 동맹을 고쳐서 써먹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한국 국민의 요구와 국익에 맞게 동맹 자체의 성격을 근원적으로 재검토하는 조정 및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 방위를 미국의 선의에 맡긴다는 사고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맞춰 안보에서의 당사자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북아 평화체제라는 장기적 전망까지 연결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미국의 국방비 감축이 군사력 약화로 이어지는데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을 보인다.

김종대 : 지난해 미국 군사예산 삭감이 결정됐을 때,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방·외교·경제·정보 합동으로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을 긴급 점검하는 대책반을 만들었어야 한다. 지난 1997년 한국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그런데 미국의 재앙을 앞두고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대책을 고민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 없다.

15년 만에 한미가 뒤바뀐 입장인데 우리는 왜 이리 태평한가.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좋고 미국에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도 한미동맹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판에 박힌 공약을 맹신하고 있어 어떤 공무원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따뜻한 엄마 품처럼 여기고 동맹에 의존하려는 '공짜 심리'가 불치병처럼 박혀 있어 변화된 현실을 보지 않으려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는 구체적 실상이 드러나는 순간 사라질 것이다.

전략의 판을 다시 짜는 긴급한 대책과 모색, 성찰이 없다면 2012년 각국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난 이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을 때 한국은 낙오될 것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혼자 망망대해에 떨어지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내적 역량을 강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미동맹 약화는 그 계기다.


ⓒ프레시안(곽재훈)

프레시안 : 그렇다면 오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앞두고 있는 현 단계에서 한국군의 내적 역량은 어떤 정도 수준일까? 지난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합참의장 회담에서 양 측은 북한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D)에 서명했는데, 여기서도 주도적 역할은 한국군이 맡게 돼 있다.

김종대 :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은 2010년 연평도 사태 때 드러난 한국군의 낯뜨거운 무능력이 미국에도 골칫거리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F-15K 전투기로 도발 원점을 타격하네 마네 하다가 이걸 미국에 물어보고 쏴야 한다는 게 논란이 됐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교전수칙 문제도 나오면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한국이 헤매지 않게 계획을 정리해 준다는 차원에서 미국이 급히 제안해 이 계획이 나온 것이다. 물론 미군이 서해에 들어가 총 들고 싸워 준다는 얘기는 아니고 '정리'만 해준다는 것이다. 한국이 주도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한국에 부족한 정보자산 지원 같은 부분이나, '물어보고 쏠까 그냥 쏠까' 이런 논쟁이 안 나오도록 미리 정리하는 차원이다.

이 계획을 세우면서 미국이 자기들 입장에서 이용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그간 북방한계선(NLL)은 남북한 간의 문제라고 했지만 이 계획을 만들면서 최초로 'NLL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미군이 개입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는 주일미군의 지원을 받아야 할게 아니냐며 이 계획을 한미일 3각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했다.

또 그 이면에는 김관진 장관이 '도발 원점과 그 배후 지원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한데 대한 미국의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전쟁날 것 같으니 계획을 미리 세우고 그에 따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 직후에도 전쟁이 날 뻔했다. 사건 며칠 후 중국 어선과 같이 북한 경비정이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합참의장은 실탄사격을 하라고 했지만 해군 2함대사령관이 "중국 어선이 있기 때문에 쏘면 안 된다. 작전예규에도 못 쏘게 돼있다"고 저항했다. 합참의장은 화를 내며 재차 사격을 지시했지만 때마침 합참을 방문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크게 놀라며 쏘지 못하게 했다.

그 즈음에 동해에서도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었는데 김성찬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합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무리한 발포 명령이 있을 거라고 보고 '함포건 어뢰건 내 통제를 받고 발사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합참은 이에 대해 군정권(軍政權)만 있는 참모총장이 군령권(軍令權)을 침해했다고 반발해 합참의장과 해군참모총장 간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합참의장 명령대로 했다면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국군 지휘부가 상당한 내분을 겪었고 이런 가운데 몇차례 큰 분쟁 위기가 있었지만 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평도 사태 때 '교전수칙'이 문제가 된 것도 그렇다. 연평도 사태 다음 날 대통령의 첫 지시가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상황을 보면 연평도 사태 당시 대통령은 K-9 자주포 말고 전투기나 함포로 쏘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함포는 준비된 게 없었고 당시 떠 있던 전투기가 공대지 공격이 가능한 무장을 달고 출격했는지도 몰랐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 대통령에게 '미국에 물어보고 쏴야 한다'고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다음날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나왔을 것이고 합참에서는 당연히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합참은 실제로 북한 포격 도발시 전투기로 보복공격을 하는 것이 자위권 차원인지 교전규칙의 문제인지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전쟁 나면 국제변호사 불러서 법전 펴놓고 법률자문 받아가면서 하겠다는 건가?



/곽재훈 기자,황준호 기자

2012년 1월 6일 금요일

"MB여, '종북(終北)주의'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6일자 기사 '"MB여, '종북(終北)주의'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라"'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한국의 선택

군비 삭감 시대에 접어든 미국의 새로운 군사 전략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군사비를 늘려온 미국은 최근 극심한 경제난과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최소 4500억 달러, 미 의회가 올해에 재정 적자 삭감안 합의에 실패하면 추가적으로 5000억 달러의 군사비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이는 대규모의 군비 지출을 전제로 했던 군사 전략의 수정이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는 반면 북한과는 적대 관계에 있다.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한국에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미제 무기 수입,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증액 등 주로 '돈'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다. 또한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이 더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하고 지역적ㆍ세계적 역할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이명박 정부의 '한미 전략동맹'에 상당 부분 담겨 있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미동맹 사이에 대북 군사전략을 놓고 '엇박자'나 한국이 '독박'을 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신군사전략은 중국 견제와 봉쇄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한국에도 엄청난 전략적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리가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예의주시하면서 현명한 대응책을 세워야 할 까닭들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신군사전략의 방향은?


작년 봄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에 의해 시작된 군사 전략 재검토는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로 중대 사안으로 부상했다. 오바마는 지난 9월 이후 6차례에 걸쳐 펜타곤 관리들과 전략 협의를 가진데 이어, 5일(현지시간)에는 펜타곤을 직접 방문해 '국방 전략 검토(Defense Strategy Review)'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과 나란히 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펜타곤 문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등장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새로운 군사전략의 방향은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과 야심을 줄이고 아시아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1월 4일자 는 새로운 군사 전략은 "중국과 같은 적대국들이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과 정밀 레이더를 사용하려는 시도를 극복할 수 있는 무기 체계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막대한 운영유지비가 소요되는 항공모함도 11척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의 신군사전략에서 주목할 것은 육군과 해병대 감축 방침이다. 펜타곤은 작년에 이미 2015년부터 2만7000명의 육군과 1만5000~2만 명의 해병대를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이 공식적으로 이라크 전쟁 종식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감축을 선언하면서 추가적인 감축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 국방부는 현재 57만명의 육군을 49만명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4일자 가 보도했다.

주목할 것은 감축 이유이다. 예산 절감은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사유는 군사 전략의 변화에 있다. 1990년대 이후 유지해온 '윈-윈 전략'을 사실상 폐기하고, 하나의 전쟁에서의 승리를 도모하는 한편, 다른 지역에서는 적대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와 봉쇄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엄청난 예산과 군대 투입이 불가피한 '대규모의 안정화 작전'을 더 이상 수행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는 "새로운 전략 문서는 육군과 해병대의 규모가 더 이상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대규모의 장기적인 안정화 작전을 수행할 필요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업무보고를 듣기 위해 통일부를 찾았다. ⓒ청와대

미국, '북한 안정화 작전' 꺼린다

바로 이 지점에 한국과 미국의 중대한 '엇박자'가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의 대북 군사전략의 핵심은 '북한 급변사태 대비'에 맞춰졌고, 그 핵심은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을 투입해 흡수통일을 달성한다는 데에 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개념계획'으로 있었던 '5029'를 작전계획 수준으로 격상한 것도 이러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대규모의 미군을 투입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보ㆍ탈취ㆍ파괴ㆍ유출 차단 등 제한적인 임무만 맡고 엄청난 인적ㆍ물적 피해가 불가피한 안정화 작전은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의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미국의 의도는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미국은 신속하게 대북감시태세(워치콘)와 대북방어태세(데프콘)를 격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권력 전환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하게 북한군을 자극해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급변사태'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흡수통일'이라는 몽상에 사로잡혀 '기다리기 전략'으로 일관해온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차기 정권을 꿈꾸는 정치인들도 이와 같은 변화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조차도 북한의 급변사태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대규모의 군사적 개입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를 이유로 외부 세력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분명해진다. 북한의 급변사태를 '통일의 호기'로 바라보면서 무력 흡수통일을 꿈꾸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위험천만한 것이라는 점이. 그래서 정신차려야 한다.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는 '종북(終北)주의'에서 깨어나,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맺어가야 하는가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평화를 관리하려면 다가가야 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0일자 기사 '평화를 관리하려면 다가가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김종배의 it] 김정일 조의, 싫어도 필요하니까 해야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코미디다. 28살 밖에 안 된 김정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이어 최고 권력자가 되는 현실은 난센스다. 우리가 아는 한 김정은은 한 일이 없다. 북한에서 말하는대로 하면 '백두의 혈통', 우리의 일상용어로 하면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것 외에는 그가 북한 최고 권력자가 돼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엄밀히 말해 사기업에 불과한 재벌의 2·3세 상속조차 곱게 보지 않는 우리 아닌가. 하물며 2400만 북한 주민의 삶을 짊어져야 하는 북한 최고 권력자 자리를 단지 부모 잘 만나 거머쥐는 모습이 어찌 좋게 보이겠는가. 그건 부조리에 가깝다.

그런데도 원치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의 북한이 급속히 붕괴되는 일은 원치 않는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성에 휘말리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연합

이유는 하나다. 한반도 평화 관리가 절대명제요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관리만이 국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점증되는 수준을 넘어 붕괴상태로 이어지면 악몽 같은 상황이 도래한다. 김정은 체제의 붕괴가 한반도 전체를 아수라장 같은 혼미 상태로 내몬다.

솔직하게 묻고 답하자. 북한 체제가 붕괴해 수십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월남을 했을 때 우리는 그들을 감당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가. 군사적 위기가 고조돼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가. 금전적·정서적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의 현실이 이렇다. 북한을 앞에 두고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못하면서도 최고 권력자의 정치기반이 안정되기를 기대하는 게,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감정적·도덕적 접근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감정의 배설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생산성은 없다. 이성적·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발 불안요인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조문 논쟁이 한창이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줄기가 아니라 가지다. 본질적인 문제는 남북간 교류다. 민간을 넘어 당국간 교류까지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 4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점증될 경우 주변 4강, 특히 미국과 중국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의 상황에까지 대비한다면 남북간 핫라인을 구축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미중의 선택에 따라 갈리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남북간 교류를 통해 완충제 겸 방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조문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다. 남북간 교류를 트기 위한 시작이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발이다. 이희호 씨나 권양숙 씨의 조문을 막을 이유가 없다. 그건 사적 조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한이 조문단과 조전을 보낸 데 대한 답례 차원이다. 이런 사적 조문을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까지 모색해야 한다.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말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오바마 정부의 '중국 견제' 핵심은 석유 수송로 장악'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7일자 기사 '"오바마 정부의 '중국 견제' 핵심은 석유 수송로 장악''을 퍼왔습니다.
[해외시각] "석유로 중국 목을 죄겠다는 미국의 위험한 불장난"

미국이 최근 외교안보적 차원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핵심 사안은 남중국해 문제다. 미국은 인도, 인도네시아,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과 외교적·군사적 유대를 강화하면서 해양으로 뻗어나오려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행보는 남중국해를 장악함으로써 중국의 목줄을 틀어쥐려는 시도라고 마이클 클레어 햄프셔대 교수는 주장했다. 에너지 안보 권위자인 클레어 교수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웹사이트 '톰디스패치' 기고에서 과거에도 미래에도 국제정치의 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석유일 것이라며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의 석유 수송로 인근의 통제력을 강화하는데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레어 교수는 이같은 미국의 전략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아시아 지역에서 신냉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환경 파괴 등의 이유를 들어 우려를 표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지난 1월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려 하는가? 중동 지역에서의 재앙과도 같았던 두 개 전쟁을 끝내며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에서 새로운 냉전을 촉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석유는 다시 한 번 지구적 패권의 열쇠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호주 의회 연설에서 대담하면서도 지극히 위험한 지정학적 견해를 드러낸 것은 미국의 새로운 정책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지난 수십 년간 중동에 집중돼 왔던 미국의 힘의 초점이 아태 지역으로 옮겨지리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나의 방침은 명확하다"면서 "우리는 미래에도 이 지역에서의 강력한 군사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관리들이 이 새로운 정책에 대해 특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바마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제부터 미국의 군사전략 우선순위는 대테러전략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봉쇄가 될 것이다. 어떤 위험이나 대가가 따르더라도 말이다.

지구의 새로운 중심

미 고위 당국자들은 현재 아태 지역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 집중하고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중국이 아태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한다.

2차 대전 이후로 미국은 처음으로 아태 지역에서의 지배적인 경제 행위자가 아니게 됐고, 만약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려면 아태 지역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회복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이 향후 몇십 년 간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이 새로운 전략에 발맞춰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힘을 강화하고 중국을 수세에 처하게 한 일련의 움직임을 취했다. 호주 다윈기지에 미군 2500명을 파견하기로 한 것이나 지난달 18일 '마닐라 선언'을 통해 필리핀과 긴밀한 군사적 유대관계를 맺기로 한 것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백악관은 인도네시아에 F-16 전투기 24대를 판매한다고 발표했고 클린턴 장관은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56년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오랜 동맹국이자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버마를 방문했다. 클린턴은 또한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의 외교‧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세 나라는 모두 중국을 둘러싸고 있거나 중국이 천연자원을 수입하고 자국 제품을 수출하는 해상 무역로상에 있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말처럼,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역내에서 경제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군사적 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다. 클린턴은 최근 기고에서 경제적으로 약화된 미국은 더 이상 다수의 지역에서 동시적인 우세를 유지할 수 없음을 암시했다. 미국은 반드시 전장(戰場)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며 제한된 자원을 투입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권력질서에서 아시아가 갖는 중심성을 감안하면 이는 곧 자원을 아시아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클린턴은 "지난 10년 간 우리는 막대한 자원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부었다"며 "앞으로의 10년 동안 우리의 리더십과 안보, 이익을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위치를 점하려면 어디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지 스마트하고 조직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 따라서 앞으로 10년 간 미국의 국가 운영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아태지역에 투자할 외교적 경제적 전략적 자원을 실질적으로 계속 증가시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는 위험한 도발이다. 최근 발표된 조치들은 중국을 둘러싼 해상 군사력 증대와 중국 인접국들과의 군사 유대 강화 등을 수반한다. 이는 중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미국의 침입에 대한 더 적극적인 군사 대응을 선호하는 중국 지도자(특히 군사 지도자)들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의 시도가 어떤 형태를 띠든 한 가지는 명백하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국 주변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대해 중국이 약하고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이 2011년 아시아에서 신냉전의 씨앗을 뿌린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군사력 집중과 잠재적인 중국의 반격 가능성은 이미 미국과 아시아 등 언론에서 토론 주제가 됐다. 그러나 (미중 간) 초기 투쟁의 중대한 한 측면은 전혀 주목받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갑작스런 행보가 세계의 최신 에너지 질서에 미칠 영향의 정도가 바로 그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관측처럼 이는 미국에는 우위를, 중국에는 취약성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 질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대부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입된 석유에 심하게 의존해 왔다. 반면 중국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2001년 미국은 매일 1960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했지만 자국 내 생산량은 일일 900만 배럴에 불과했다. 매일 1060만 배럴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 정책결정자들에게 큰 근심거리였다. 미국은 중동의 석유 생산국과 긴밀하고 군사화된 유대를 맺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미국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때때로 전쟁도 벌였다.

반면 중국은 2001년 석유 소비량이 하루에 500만 배럴에 불과했고 국내 생산량은 일일 330만 배럴이었다. 때문에 중국은 해외 석유 공급자들의 안정성에 크게 목을 매지 않았고 오랫동안 복잡한 외교정책을 통해 개입해 온 미국의 전철을 밟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오바마 행정부의 결론처럼 판이 바뀌었다.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중산층이 출현하면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자동차를 샀다)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급등했다. 중국의 일일 석유 소비량은 2008년 780만 배럴이었으나 2020년에는 1360만 배럴로, 2035년에는 1690만 배럴로 늘 것으로 미 에너지부는 추산했다. 반면 중국 국내의 석유 생산량은 2008년 하루 400만 배럴에서 2035년 530만 배럴로밖에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2008년 하루에 380만 배럴이었던 중국의 일일 석유 수입량은 2035년 1160만 배럴까지 늘어 미국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한편 미국의 에너지 상황은 좀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알래스카나 멕시코만 인근 의 유전, 몬태나, 노스다코타, 텍사스의 '셰일 오일' 등 미국 국내에서 이뤄질 소위 '힘든 기름'(tough oil. 깊숙이 묻혀 있거나 지질학적으로 시추가 어렵다는 등의 사정으로 채취 비용이 많이 드는 원유 : 옮긴이)의 생산량 증대에 힘입어, 전체 소비량이 늘어나더라도 수입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동이나 아프리카보다 서반구의 석유 생산량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역시 캐나다, 브라질에서 더 많은 '힘든 기름' 탐사가 이뤄졌고 콜롬비아의 상황이 안정화되는데 따른 것이다. 에너지부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의 석유 생산량이 2035년이면 일일 106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석유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치한 해상 구조물. ⓒ로이터=뉴시스

해양 수송로는 누구의 것인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은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며 중국은 해양 수송로에서 일어나는 예상 밖의 변화에 더 취약하게 될 것이다. 즉 미국은 오랫동안 자국 외교정책을 지배해 왔으며 스스로를 황폐화시킨 비싼 전쟁으로 자신을 이끌었던 중동 산유국과의 정치적 군사적 유대를 점차 느슨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게 됐다.

오바마가 호주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은 진실로 스스로의 군사적 초점을 재조정해야 할 위치에 와 있다. 오바마는 "값비싼 전쟁을 치른 지난 10년이 지난 후, 미국은 아태 지역의 광대한 잠재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 모든 것은 중국에는 잠재적인 전략적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석유 수입량 중 일부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송유관을 거쳐 오지만 중동, 아프리카, 남미로부터 유조선에 실려 오는 양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이 유조선을 거쳐 오는 해양 수송로는 미국 해군이 경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으로 들어오는 거의 모든 유조선은 오바마 행정부가 해군력에 의한 효율적 통제 방안을 찾고 있는 수역, 즉 남중국해를 가로지른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와 인접 해역의 지배권을 확보함으로써 21세기 에너지 질서의 주도권을 획득하려 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 이는 20세기에 핵무기가 수행했던 협박과 같은 역할이다. 즉 '우리를 압박한다면 에너지 공급로를 차단함으로써 너희의 경제를 마비시킬 것이다'라는 것이 이 정책의 함의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절대 공식 석상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이런 노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중국이 이같은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도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카스피해에서부터 드넓은 아시아 전체를 가로지르는 송유관(또는 가스관)을 건설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오바마의 새로운 전략의 청사진이 명확해질수록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자신들의 에너지 생명줄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리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런 시도에는 경제적, 외교적 조치가 포함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같은 지역 국가들과 앙골라,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석유 공급국들의 환심을 사려 할 것이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곤란한 것은, 군사적 속성을 띠는 조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함대에 비하면 여전히 작고 초보적인 수준이겠지만 중국이 해군력 강화에 나서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또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과의 군사적 유대 강화도 이뤄질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냉전 시기와 같은 군비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떤 국가든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긴장을 더 격화시키고 우발적인 사태가 벌어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 2009년 3월 대(對)잠수함 작전 중이던 미 군함 임페커블호를 중국 해군 함대가 에워싸고 거의 교전 직전 상황까지 갔던 사태와 같이 미국, 중국과 동맹국 군함이 개입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군함들이 더 도발적인 태세로 이 해역을 돌아다니게 된다면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더 극단적인 결과가 일어날 위험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군사력 우선 정책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과 비용은 아시아 안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 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극지 탐사, 심해 탐사, 수리학적 파쇄 같은 환경 파괴 우려가 높은 기술들을 승인해 주고 있다. 지난해 4월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딥워터호라이즌호 폭발 같은 환경 재앙이 미 본토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가장 더러운 에너지'로 불리는 캐나다 '타르 샌드'(tar sand, 모래와 기름이 섞인 물질에서 추출한 석유 : 옮긴이)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온실 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등 환경 파괴 위험이 커질 것이다. 브라질 인근 등 대서양 심해에서의 석유 생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모든 상황은 명백히 우리가 환경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위험한 세계에 살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동에서 벌어진 재앙과도 같은 전쟁에서 몸을 빼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런 군사적 지배와 도발을 강조하는 전략을 재차 선택한 것은 분명 반작용을 불러올 것이다. 이는 신중한 태도도 아니며 장기적으로 보아 세계적 경제 협력이 중요한 이 시기에 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외부 에너지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환경을 희생한다는 것 또한 말이 안 된다.

아시아에서의 신냉전과 서반구에 걸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대립과 환경적 재앙을 불러올 독약과도 같은 정책들은 아직 되돌릴 수 있을 때에 재고돼야 한다. 이런 정책이 훌륭한 통치행위의 표본이 아니라 '바보들의 행진'에 불과하다는 것은 굳이 예언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곽재훈 기자(번역)